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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단일팀 용선…여자 1,000m서 북한 제치고 은메달
등록일2023.10.06
▲ 한국 여자 용선 대표팀 한국 용선(드래곤보트) 여자 대표팀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1,000m에서 북한을 제치고 동메달을 땄습니다. 하재흥 감독이 이끄는 용선 여자 대표팀은 오늘(6일) 중국 저장성의 원저우 드래곤보트센터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4분 55초 668을 기록, 3위를 차지하고 동메달을 챙겼습니다. 이번 대회 용선 종목에서 한국이 챙긴 첫 번째이자 마지막 메달입니다. 대표팀에는 이현주, 차태희(이상 한국체대), 김현희(대전광역시체육회), 정지원(수성고), 조수빈(안동여고), 주연우(구리여고), 주희(속초시청), 임성화, 탁수진(이상 전남도청), 윤예봄, 변은정(이상 구리시청), 김여진, 김다빈, 한솔희(이상 옹진군청)가 출전했습니다. 예선에서 전체 3위(4분 59초 972)를 기록한 대표팀은 결승에서도 중국(4분 51초 448), 인도네시아(4분 55초 385)에 밀려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예선 4위(5분 00초 915)였던 북한은 결승에서도 4분 56초 501의 기록으로 4위에 자리했습니다. 750m 지점까지 3위를 지킨 북한은 마지막 250m 구간에서 우리나라에 역전을 허용하며 메달 수확에 실패했습니다. 용선은 10명의 패들러와 키잡이, 드러머(북 치는 선수) 등 12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뤄 경쟁하는 종목입니다. 중국 광둥성 주장 삼각주 일대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진 종목으로 중화권과 동남아시아 팀이 강세를 보입니다. 2010년 광저우 대회 때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는데, 2018년 대회 때 남북 단일팀이 꾸려져 여자 500m 금메달, 여자 200m와 남자 1,000m 동메달을 수확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팀은 5년 전 동료였던 북한 선수들을 이번에는 경쟁자로 만났습니다. 북한 여자팀의 허수정, 정예성 등 5년 전 금메달을 합작한 선수들이 우리나라의 변은정, 김현희 등과 상대편으로 경주했습니다. 같은 1,000m 종목에 나선 남자 대표팀은 4분 33초 679의 기록으로 최종 5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금메달은 인도네시아(4분 31초 135)에 돌아갔습니다. 북한은 우리보다 한 계단 높은 4위(4분 33초 325)였습니다. 남자팀에는 심현준(동국대), 신동진(이상 서산시청), 박철민(인천광역시청), 김휘주(충북도청), 이재용, 황민규(이상 한국체대), 안현진, 김영채, 구자욱, 조영빈(이상 화천군청), 김현수, 오해성, 이제형(이상 대구동구청)이 출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씨네멘터리] 조금은 올드하게, 다녀오겠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등록일2023.03.12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는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기 무척 까다로운 물의 이미지가 부단히 나오는지도요. 인터뷰 시작 직전, 각 방송사 무선 마이크 넉 대를 하나로 묶은 걸 손에 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가슴께로 들었다가, 허리춤으로 내렸다가, 등 뒤로 놓았다가 의자 아래로 내려놓았다가, 어디에 놓아야 좋을지 계속 고민하는 눈치였습니다. (붐 마이크가 없는 경우, 대부분의 감독이나 배우들은 가슴과 허리 사이쯤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다가 점점 입 가까이로 가져가게 마련입니다) 신카이 감독에게 마이크를 허리께로 내려 들고 있으면 어차피 영상에는 안 잡힌다고 해도 잘 안 믿는 눈치였습니다. 혹시라도 마이크가 화면에 나올까봐 걱정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이크가 화면에 나오면 보기 싫죠. 넉 대의 카메라가 어떤 사이즈로 자신을 잡고 있을지 모르니 신카이 감독은 아예 마이크가 보이지 않게 확실히 하고 싶었나 봅니다) “너의 이름은(2017)”, “날씨의 아이(2019)”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을 들고 내한해 한국의 기자, 관객들과 만나고 돌아갔습니다. 신카이 감독의 이른바 '재해 삼부작'의 마지막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이는 “스즈메의 문단속”은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를 찍었습니다. 좌석점유율이 40%에 이르고, 예매율도 50%를 넘나들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배급하는 쇼박스의 조수빈 팀장이 개봉 당일 신카이 마코토 감독 인터뷰 현장의 분위기와 “스즈메의 문단속”에 할당된 전국 극장 좌석수를 보고는 “이건 완전히 텐트폴 영화네요”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제가 신카이 감독의 영화를 시작한 건 실은 그의 영화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 너의 이름은.(君の名は?)” 너의 이름,은. '너의 이름'까지만 썼으면 그저 그렇거나, “나쁘지 않군” 정도의 제목이 었겠지만 '은'이라는 조사 하나가 들어감으로써 어감은 여운을 남기며 아주 멋진 제목으로 바뀌었습니다. 김훈 작가가 “칼의 노래” 첫 문장을 '버려진 섬에도 꽃이 피었다”로 쓸지 “버려진 섬에도 꽃은 피었다”로 쓸지를 놓고 한참을 고민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아, 이런 감각의 제목을 뽑을 수 있는 감독이라면, 영화라면, 꼭 봐야겠어.라고 생각했습니다. “너의 이름은.”은 한국에서도 380만 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 전까지 역대 일본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습니다. “날씨의 아이”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제목만 듣고도 '아, 이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군'하고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날씨'도 평범한 단어이고 '아이'도 평범한 단어입니다. 실제로 '~의 아이(들)'이란 영화 제목도 흔합니다. 그런데 이토록 평범한 두 단어가 붙으니 정서적 스파크가 일어납니다. “ 날씨의 아이(天?の子)”. 날씨의, 아이. 이 아이는 도대체 어떤 아이일까? 하는 궁금증이 맑은 하늘에 먹구름 몰려오듯 밀려옵니다. “날씨의 아이”는 호우가 그치지 않는 재난 상황의 도쿄에 햇빛을 비출 수 있게 하는 능력을 가진 '맑음 소녀'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 스즈메의 문단속(すずめの?締まり) . 스즈메의, 문단속. '문단속'이란 말은 요즘 시대에는 약간 문어체적 느낌을 줍니다. 아파트보다는 개별 주택이 많았던 과거에는 문고리가 대개 철물로 돼있었습니다. 손으로 잠그고 풀고 했었죠. 그래서 외출할 때나 집에 아이들만 있었을 때는 “문단속 잘 해”란 말을 참 많이 하고 많이 들었습니다. 일상적인, 구어적 표현이었죠. 그러나 아파트에 많이 살고 전자식 '도어락'이 일반화된 요즘에는 문단속이란 표현이 예전만큼 자주 쓰이지 않습니다. 솔직히 일본 주택의 방범 사정은 잘 모릅니다만, 문단속이란 표현은 그래서 묘한 향수와 함께 도대체 무슨 영화길래 이런 표현이 등장해야 하는 거야?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영화 제목으로는 다소 엉뚱해 보이는 단어가 오히려 신선함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죠. 이런 개인적이고 직업적인 궁금증을 약간의 질투와 부러움에 담아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평소 영화 제목을 어떻게 뽑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제목을 지을 때는 항상 약간 올드한 느낌을 주는 제목으로 하고 싶습니다. '조금 촌스러운 것이 딱 좋다'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왜냐하면 저는 일본의 신화라든지 옛날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서 이야기를 만들 때가 굉장히 많은데요, 그것들에는 아주 잘 만든 패턴만이 남고 남아서 지금에 이어져오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금 예스러운 느낌과 이야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을 생각하면서 그런 것을 연상시킬 수 있는 제목을 지으려고 합니다.” 신카이 감독이 직접 뽑는 것은 제목만이 아닙니다. 포스터에 쓰이는 헤드 카피도 신카이 감독이 직접 뽑아서 넘겨준다고 “스즈메의 문단속”의 홍보사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가 전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아주 좋죠. 감독이 헤드 카피까지 딱 뽑아서 주니까요.”하고 신 대표가 농반진반, 웃으며 말했습니다. 국문학을 전공한 신카이 마고토 감독이 뽑은 “스즈메의 문단속” 헤드 카피는 '다녀오겠습니다.'입니다. (그러고 보니 신카이 감독의 2013년 영화 “언어의 정원”의 여주인공인 유키노 유카리 선생님도 '고전' 수업을 담당하는 국어 교사입니다) '다녀오겠습니다'는 문단속 만큼이나 올드하고 평범하지만 고귀한 문장입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나서 새삼 그렇게 느꼈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는 한국에서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같은 의례적인 인사말이지만, 재해나 사고의 순간에 부닥치면 이 말만큼 듣고 싶은 말이 없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평소에는 아무 말 아니었던 그 말 한마디가 너무나 사무치게 그립고 반가웠던 적이 다들 한두 번씩은 없었던지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스즈메의 문단속”이 문을 모티브로 한 것은 문이 일상의 심볼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하고 나가고 '다녀왔습니다'하고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일상 생활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재해라는 것은 그런 일상을 단절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하고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는 것이죠.” “스즈메의 문단속”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불러온 동일본대지진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영화인으로서, 예술가로서, 참 어렵고 용기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카이 감독은 12년 전 재해를 엔터테인먼트로 다뤄도 괜찮을지 스태프들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일본인의 삼분의 일 정도가 이미 잊고 기억하지 못하는 동일본대지진에 대해서 더 늦게 영화로 만들게 된다면 아무도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을 그려내지 않는다면 지금의 일본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큰 거짓이다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작화의 아름다움이나 이야기의 완성도은 물론 신카이 감독의 이런 예술적 야심이 “스즈메의 문단속”을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에 이어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21년만에 베를린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시킨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 * “피아노의 숲(ピアノの森 ? 2007)”,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 ? 2013)”, “목소리의 형태(聲の形 ? 2016)”. 제가 제목에 홀린 듯이 극장으로 가서 봤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들의 제목입니다. (오리지널 영화도 있고, 원작 만화가 있는 영화도 있습니다) 특히 클리셰를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최근 한국 영화 제목들의(“헤어질 결심” 제외!) 감각으로 보면 조금은 엉뚱하고 색다른 감각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벼랑 위의 포뇨”,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미야자키 옹의 영화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애니메이션 영화라서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운 측면이 있겠지만, 언어의 조탁이 우악스럽지 않고 섬세하고 신선합니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의 행위나 대사도 그렇게 흘러갑니다. 그것이 어쩌면 일본 영화가 지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요. 올 여름, “바람이 분다”이후 십 년 만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이자 진짜 은퇴작이 개봉 예정입니다. 제목은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기대가 큽니다. 제목만으로도 안보고 못 배길 것 같습니다. 아래에서 '씨네멘터리' 연재를 구독하고 지난 에피소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인-잇] 방송에서 소개하는 책, 다 이유가 있답니다.
등록일2021.05.30
SBS, KBS, MBC, EBS, CBS. TBS. CPBC 가톨릭평화방송. 내가 고정 출연했던 방송사들이다. 대부분 라디오다. KBS는 1라디오, 2라디오, 사회교육방송 등에 모두 고정 출연했다. 방송사 숫자로는 유재석이나 김구라 같아 보이기도 한다. 실상은 교양 또는 음악 프로그램의 책 소개 혹은 출판 소식 코너에 짧으면 10여 분, 길면 한 회 분 출연했다. 매주 방송 스케줄이 빼곡할 때도 있었다. SBS 아침 생방송 마치고 KBS로 급히 가서 녹음하고 CBS로 이동하는 날도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방송 코너 출연료는 박하다. 부지런히 여러 방송사를 오갔어도 수입이 눈에 띄게 많아지거나 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능력 있는 진행자들과 즐겁게 방송할 수 있었으니 후회는 없다. SBS의 한수진, 박진호, CBS의 변상욱, MBC의 정은임, 방현주, 박경추, KBS 최원정, 조수빈, 오동진(영화평론가), CPBC 가톨릭평화방송 류시현, 김지현 선생이 생각난다. TBS에서는 김미화 선생과 함께 했고, KBS에서는 이주향 선생과 제법 오래 함께 했다. 가장 재미있었던 방송 경험은 SBS의 '책하고 놀자'에서 소설가 김영하 선생과 함께 했을 때였다. 김영하 선생, 아니 김영하 형은 대본의 최소한만 지키고 거의 자유자재로 방송했다. 매주 한 번 책 한두 권을 놓고 1시간 동안 얘기했다. 시작 멘트를 제외하면 진행자와 출연자들이 제 맘대로 수다를 떨었다. 그런 자유방임이야말로 진행자 김영하 형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길이었다. 충격적이고 슬픈 일도 있었다. 2004년 MBC 아나운서 정은임 선생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였다. 내가 고정 출연하던 TV 프로그램은 이미 종방했지만, 속보를 접한 나는 곧바로 영안실에 갔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슬프게 실감했다. 종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은임 아나운서와 작가 한 분,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 고기 구우며 술 한 잔 했던 일이 얼마 전인 것만 같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책을 소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첫 번째 고려한 것은 시사성이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지진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될 정도였다. 그 즈음 내가 방송에서 소개한 책은 지진을 비롯한 자연재해에 관한 책이었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를 즈음해서는 정치적 리더십에 관한 책을 소개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축구, 그 빛과 그림자&>라는 책을 소개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홍명보의 &<영원한 리베로&>를 소개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수상자의 작품 가운데 우리말로 번역된 책을 읽고 소개했다. '가정의 달' 5월에는 가족에 관한 에세이나 심리 교양서, 소설을 소개했다. 제헌절을 앞두고서는 우리나라 헌법에 관한 교양서를 소개했다. 두 번째로 고려한 것은 성찰과 반성이다. 우리 사회가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주제에 관한 책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노동 문제, 소수자 인권 문제, 양극화 문제, 부동산 문제, 지방 소멸 문제, 교육 문제 등등 끝이 없어 보인다. 이런 문제를 다룬 책 가운데 특히 구체적인 현실을 담은 책들을 소개하는 게 좋다. 예컨대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박정훈이 쓴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는 배달 노동자의 관점에서 한국형 플랫폼 노동의 구체적 현실을 전해준다. 세 번째는 재미있는 책, 흥미로운 책이다. 물론 그저 재미있기만 한 책을 뜻하는 건 아니다. 예컨대 국문학자 한성우의 &<우리 음식의 언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음식에 얽힌 말들을 흥미롭게 다룬다. 그러면서도 '밥상 인문학'이라는 말에 맞게,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지식과 성찰을 전해준다. 번역가 조영학의 &<여백을 번역하라&>는 번역 노하우를 담은 책이면서 번역가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입담 좋게 펼친다. 요컨대 유익하고 재미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책을 소개하는 것은 신문이나 잡지에서 글로 소개할 때와 당연히 다르다. 주어진 시간이 10분 안팎인 경우가 많다. 더구나 그 시간에 두 권 이상 소개해야 할 때도 있다. 압축적이면서 간결하게, 무엇보다도 인상적으로 소개해야 한다. TV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영화 소개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면서 핵심적인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놓치는 부분도 있다. 어떤 책이든 부족한 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런 점을 지적할 겨를이 없어지는 것이다. 소개만 들었을 땐 정말 좋은 책 같았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소개에서 받은 느낌만 못하다는 독자들이 드물지 않다. 책 소개만 믿기보다는 독자 스스로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이 주선해준 소개팅 만남에서 상대에 대한 판단은, 결국 만나는 당사자들 몫이다. 네 번째를 빼놓을 뻔 했다. 방송에서 책 소개할 때 가장 유념할 점은 프로그램 각각의 특성이다. 교양인지 예능인지 시사인지 고려해야 한다. 주요 시청자 층의 연령대나 성별도 감안해야 한다. 방송 시간대도 고려 사항이다. 그래서 책 소개 자체보다 책 고르는 게 더 어렵다. 모든 고려 사항들에 맞는 책을 고르긴 어렵지만, 그래도 최대한 맞춰보아야 한다. 제작진과 진행자와 책 선정을 놓고 자주 상의해야 한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정말 많은 프로그램들이 책 소개 코너를 개설했다. 책만 다루는 책 프로그램들도 TV와 라디오 모두 적지 않았다. 대략 2010년대 이후 그런 유행이 잦아들었다. 나는 이런 흐름이 SNS의 확산과 일부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SNS가 책을 소개하고 책에 대해 얘기하는 매체로도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매체 환경 변화 때문이라면, 예전처럼 책 소개가 방송에서 활발해지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책과 방송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좋은 이웃'이라고 믿는다. #인-잇 #인잇 #표정훈 #혼자남은밤당신곁의책 # 본 글과 함께 읽어 볼 '인-잇', 만나보세요. [인-잇] 직업 세계의 '노매드랜드', 그 이름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