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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어닝 서프라이즈'…'AI 거품'은 그대로, 왜?
등록일2025.11.21
[앵커]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도 AI 거품에 파묻힌 시장을 구해내지 못했습니다. 엔비디아만 놓고 보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시장은 왜 우려를 털어내지 못하는 걸까요? 혹시 젠슨 황 CEO의 발언에서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들은 건 아닌 지, 임선우 캐스터와 분석해 보겠습니다. 먼저 엔비디아 성적부터 다시 보죠. 좋았잖아요? [캐스터] 전교 1등이 전국 1등 성적표를 들고 왔다 표현하면 딱 맞지 않을까 싶은데, 보시는 것처럼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수준보다 더 좋은 성적을 공개했습니다. 매출과 주당순이익 모두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웃돌았고요. 특히 AI 수요가 집중되는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70% 가까이 증가한 것이 눈에 띕니다. 다음 분기 매출 전망도 예상치보다 대폭 높여 잡은 점이 긍정적인데, 가이던스 하단이 월가의 추정치보다 높습니다. 사실, 매출과 순이익보다 더 큰 관심은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총이익률에 집중됐는데요. 과연 70%대를 유지했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직전 분기보다 높은 73.6%를 기록했고요. 다음 분기는 75% 안팎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매출 성장률도 시장이 예상했던 50%대를 크게 웃돈 62%로 나왔습니다. 특히 이 수치들이 중국 시장 매출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달성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엔비디아의 실적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한데요. 실제로 최근 백악관이 대중국 AI칩 수출 규제 조치를 국방수권법에 포함시키지 말라고 의회를 압박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엔비디아에겐 호재 중에 호재겠죠. [앵커] 실적도 실적이지만, 젠슨 황 CEO의 발언에 관심이 모아졌잖아요. 어떤 얘기가 나왔나요? [캐스터] 이번 어닝콜은 시장의 AI 거품론을 의식했는지, 첫마디부터 수요가 폭발적이다, 기대치를 뛰어넘었다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클라우드용 GPU가 이미 매진됐다면서, 블랙웰 판매량은 차트를 뚫고 올라가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없어서 못 팔고 있고, 모든 산업에 걸쳐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강조했는데요. 그러면서 엔비디아가 연간 4조 원에 달하는 AI 인프라 시장에서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할 것이다, 내년 말까지 블랙웰과 루빈으로만 5천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이다 자신했습니다. 젠슨 황 CEO는 &'AI가 모든 곳에서, 모든 일을 동시에 하는 &'선순환의 고리&'에 진입했다면서, 다시 수익과 채택률이 증가하고 있다 강조했습니다. [앵커] AI 거품론에 대해서는 뭐라고 했나요? [캐스터] 시장이 우려한 비용 문제, 빅테크들의 이른바 빚투와 관련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는데요. AI 덕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메타의 광고사업을 콕 집어 언급하는 등, 시장이 우려했던 포인트들을 하나씩 맞받아쳤습니다. 최근 마이클 버리가 걸고넘어진 AI 기업들의 감가상각 비용 축소, 수익 부풀리기와 관련해서도, 20년 이상 최적화된 쿠다 생태계와 호환성을 통해 시스템 수명을 연장하고, 경쟁 가속기와 비교해 월등한 총 소유비용을 제공한다 반박했고요. 이밖에 인위적으로 AI 칩 수요를 늘려 버블을 키우고 있다는 순환거래 이슈와 관련해서도 선을 그었습니다. 더 많은 기업과 국가로 엔비디아 AI칩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앵커] 이번 실적 발표에 대해 월가에선 어떤 분석과 전망이 나오나요? [캐스터] 당장은 장밋빛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월가는 내년 전체로 놓고 보면 엔비디아의 매출이 2천9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성장세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달 열린 연례 개발자 행사, GTC에서 젠슨 황 CEO가 말한 5천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주문에 주목하고 있는데, 울프 리서치는 이 발언을 토대로, 엔비디아의 내년 데이터센터 매출이 기존 예상치보다 600억 달러 이상 높아질 수 있다 전망했고요. 씨티그룹은 AI 인프라 지출에 대출과, 순환적 자금 구조가 얽혀있는 우려가 있지만, 당장은 젠슨 황 CEO의 말처럼 AI 칩 수요가, 공급을 한참 뛰어넘은 상황이라며 역시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했습니다. [앵커] 그래도 우려의 목소리는 나오죠? [캐스터] 최근 마이클 버리의 풋옵션 이슈에 이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또 큰손 피터 틸이 연거푸 엔비디아 지분을 털어냈죠. 여기에 헤지펀드들의 투심이 양분돼 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블룸버그가 909개 헤지펀드의 올 3분기 지분 변동 공시를 분석해 봤는데, 161개 펀드는 지분을 늘렸고, 160개는 지분을 줄일 만큼, 엔비디아 올인을 외쳤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미즈호 증권은 엔비디아가 여전히 추천 기술주 중 하나라고 보면서도, AI 자본지출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으로, 기존 신용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하다 느끼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어 엔비디아의 실적이 긍정적이라 해도, 주가는 연말까지 현재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앵커] 시장은 AI 거품론과 엔비디아의 호실적을 분리해서 보기 시작한 것 같은데, 엔비디아가 잘 나가고 있지만, 월가의 시선은 아직 빅테크들의 자금 조달 방식에 꽂혀 있죠? [캐스터] 빅테크들의 끊이질 않는 &'AI 빚투&' 행렬에, 신용부도스와프, CDS 상품을 만들어 파는 헤지펀드까지 등장할 만큼, 인공지능 관련 투자가 과열됐다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나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진행한 조사에서는 전 세계 펀드매니저 절반이 인공지능 관련 투자가 과열됐다 평가했는데, 투자가 과도하다 응답한 비율이 그렇지 않다는 대답보다 20% 포인트나 더 많았고요. 이렇게 과투자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 건 통계가 집계되고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응답자의 45%는 AI 관련주가 이미 거품 단계에 진입했다면서, AI 버블을 인플레이션이나, 미국의 소비 둔화보다도 더 큰 테일리크스로 꼽기도 했는데요. 막대한 투자 규모와, 특히 자금조달 방식에 대해 크게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채권시장에선 빅테크들이 투자금 끌어모으기에 여념이 없는데, 벌써 2천억 달러가 넘는 회사채가 발행됐고요. 바클레이스는 누적 투자 규모가 4년 뒤면 미국 GDP의 10%를 넘어설 수 있다고까지 내다보는 등, 묻지마 투자 행렬에 우려가 커지는 모습입니다. [앵커] 그래서일까요. 과거 큰 손실로 이어진 이른바 &'프래킹 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와요? [캐스터] 레버리지에 의존한 빅테크들의 초대형 투자가, 엄청난 투자 열풍이 일었지만 결국 버블이 꺼지면서 크나큰 손실을 남겼던 과거 프래킹 붐과 꼭 닮았다는 지적인데요. 프래킹 붐 당시 이른바 셰일 혁명으로 미국이 원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탈바꿈했지만, 투자 측면에서는 수천억 달러의 누적 손실과, 수백 개의 석유가스 업체가 파산하면서, 거품과 함께 결국 붕괴됐다는 점에서, 현재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AI 데이터센터들 역시 실제 생산과 혁신은 이뤄지고 있지만, 월가가 대규모 자금을 대며 버블을 키우는 양상이 매우 흡사하고, 결국 버블이 터지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떠안게 되는 결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회사채 시장으로 옮겨 붙은 불안감, 과거 엔론과 리먼브라더스를 무너뜨린 부외부채, 여기에 큰손들의 경고까지, AI 거품을 우려하는 증거들이 차고 넘치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시장은 애써 엔비디아를 앞세워서, 월스트리트저널의 표현대로, 실패하기엔 너무도 커져 버린 AI판에 베팅하는 모습인데요. 조금은 냉철하게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임선우 캐스터,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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