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억 337만원, 여자 5667만원. 미혼 직장인 남녀의 결혼 최소 비용. 그.러.나. 결혼 평균 연령인 30~33세 남자 중, 스스로 1억 337만원이란 돈을 모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부모의 도움 없이, 가히 살인적인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1억 337만원은커녕, 단돈(?) 337만원조차 없는 사람은 대체 결혼이란 걸 할 수는 있는 걸까? 평범한 집에서 자라, 평범한 대학, 직장을 다니고 있는 수많은 젊은 남녀들이, 남들이 다 하는 요즘 결혼 세태 풍습을 따라가느라 가랑이가 찢어질 지경이다. 결혼을 앞둔 남녀, 결혼 생활을 시작한 남녀들이 하나같이 말하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을 시작할 때, 부모님 도움을 받아 자기 집을 마련하느냐 아니면 대출 받아 빚으로 시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그 격차는 점점 벌어져, 잘 갖추고 시작한 사람은 점점 잘 살고, 없이 시작한 사람은 빚이 빚을 낳아 점점 더 가난해진다고. 그리하여 대한민국 사회는 상류층, 중산층, 서민으로 점점 계층화 되고 있다. 서울시 전체 서울대 합격자 중 31퍼센트가 강남에서 나오고, 그렇게 서울대를 졸업한 강남 출신들은 또 다시 대기업과 전문직으로 사회의 중심이 되어간다. 계층 잔존율은 상승하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한 단계 높은 신분계층으로 올라가기란 인생역전만큼이나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들, 이른바 삼포세대가 생겨나는 현실 속에 여기 두 남녀가 있다. 남자를 사다리 삼아 신분상승 하려는 여자들을 경멸하는 남자와, 부모복 없는 인생에, 남편복이라도 만들지 않는 이상 답이 없음을 깨달은 여자. 남자는 세상에 넘쳐나는 속물녀들 때문에 여자를 믿지 못하고, 여자는 여자를 어쩔 수 없는 속물녀로 만드는 세상을 믿지 못한다. 여자를 믿지 못해 사랑을 거부하는 남자와, 세상을 믿지 못해 사랑 따위 버리기로 한 여자. 이 드라마는 이 두 사람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랑보다 우선시 되는 것이 많은 이 시대에, '사랑이라는 환상'에 관한 이야기다. 멜로영화 같은 순수결정체의 사랑을 쫓는 남자의 '진정한 사랑 찾기 프로젝트'와 사랑을 가장한 비즈니스를 쫓는 여자의 '시집 잘 가기 프로젝트'라는 동상이몽. 하지만 그저 환상이라고 치부하기엔 여전히 신기루처럼 잡힐 듯 말 듯한 '사랑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조선시대 가장 유명한 풍속화가 김홍도와 신윤복. 김홍도는 '서당'과 '씨름' 등의 생동감 넘치는 풍속화 뿐 아니라, 거대한 의궤(궁중 의식을 기록한 그림), 수묵화, 그리고 자신의 노년을 사실적으로 그린 자화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림을 남긴 역사상 가장 유명한 조선의 화가이다. 또한 세련된 필치로 남녀간의 애정을 다룬 그림으로 유명한 신윤복은,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일지라도 그의 그림이 인쇄된 그림엽서나 달력 한 번 보지 못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현대에까지, 아니 현대에 와서 더욱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여기까지가 두 사람에 대해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두 사람에게는 몇 가지 알려지지 않은 사연이 있다. 첫째, 두 사람은 도화서 화원 생활을 함께했던 동시대인이며, 둘째, 두 사람이 똑같은 주제를 두고 그린 그림이 여러 장 발견되고 있으며, 셋째, 두 명의 천재화가 중 김홍도에 대한 자료는 풍부하게 발견되고 있는 반면, 신윤복에 대한 자료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홍도는 영조, 정조, 순조 세 임금의 총애를 받으며 오랫동안 권세를 누려왔지만 신윤복은 '속된 그림을 그려 도화서에서 쫓겨났다'는 풍문만을 남기고 역사 속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두 사람이 활동했던 18세기는 우리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안정된 사회를 기반으로 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었던 시기다. 자신도 뛰어난 화가였던 정조의 적극적인 문예부흥과 개혁 바람을 바탕으로 전근대에서 벗어나 근대로 옮겨가는 긍정적 에너지가 가득하던 그 시기에, '기록된 자와 기록되지 않은 자' 김홍도와 신윤복이 있다. 도대체 이 두 사람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윤복에 대한 기록은 왜 모조리 사라져 버린 것일까? 그러나, 다행이다. 그의 기록은 사라졌으나 그림만은 온전히 남아있다. 이제, 그의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조용히.. 그림 속에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는 바로 그 이야기이다. 그림 속에 은밀히 숨겨졌던 김홍도와 신윤복의 사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