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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조금 만드나 …'띠부씰' 감질나네
등록일2025.04.14
▲ 크보빵 오늘도 8개 개봉해봤습니다. 중복으로 나온 것 빼고는 마음에 드네요. (네이버 이용자 '카드**') 이번엔 마스코트(구단 캐릭터)와 국가대표가 안 보이네요. 모두 '득씰'하세요. (네이버 이용자 '하**') SPC삼립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협업해 만든 크보빵(KBO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크보빵은 롯데 자이언츠를 제외한 프로야구 9개 구단의 상징 및 특징이 구현된 빵입니다. 이 크보빵 열풍의 중심에는 수집욕과 팬심을 동시에 자극하는 '띠부씰'이 있습니다. 띠부씰은 '떼고 붙이는 씰'의 줄임말로, 얇은 폴리염화비닐(PVC) 재질로 만들어져 구겨지지 않고 탈부착이 용이한 것이 특징입니다. 지금 '띠부씰'이 사람들을 안달 나게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띠부씰 커뮤니티에는 크보빵 구매 후기를 적는 이른바 '오띠크'(오늘의 띠부씰은 크보빵) 게시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띠○'은 오늘 얻은 띠부씰을 공유하는 게시글로, 띠부씰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오띠포'(오늘의 띠부씰은 포켓몬), '오띠티'(오늘의 띠부씰은 티니핑) 등 파생표현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9일 크보빵이 출시된 이후에는 '오띠크' 게시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오띠크(오늘의 띠부씰은 크보빵)는 기아 타이거즈 최형우! (네이버 이용자 '판다**')와 같은 식입니다. 수집가들은 스티커 컬렉션을 완성하기 위해, 야구팬들은 자신의 '최애 선수'가 그려진 띠부씰을 모으기 위해 빵을 쓸어 담고 있었습니다. 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에는 '16∼19번째 크보빵 결과', '크보빵 20개째' 등 원하는 띠부씰을 구하기 위해 수십 개의 빵을 구매했다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야구팬들과 띠부씰 수집가들이 가세하면서 크보빵은 출시 3일 만에 판매량 100만 봉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역대 삼립이 출시한 신제품 중 최단기간 기록입니다. 크보빵은 각 편의점 앱 검색 1위에 올랐으며, 온라인 중고 플랫폼에는 크보빵 띠부씰을 판매·구매하겠다는 글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희소성을 위해 일부러 빵을 적게 생산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 SPC 관계자는 현재 생산량보다 많은 발주를 넣고 있으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고 설명했습니다. 크보빵 대열에 합류하지 않은 롯데 자이언츠의 팬들은 유행에 동참할 수 없는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롯데는 계열사 사업과 겹친다는 이유로 SPC 삼립이 KBO 사무국을 통해 제안한 업무협조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디시인사이드 롯데 자이언츠 갤러리에는 롯데도 자체적으로 크보빵을 내면 안되나 , 늦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크보빵에 들어와라 등 아우성이 이어졌습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지난 9일 롯데 자이언츠 팬들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 없다 고 말했습니다. 대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띠부씰 빵으로는 1998년 샤니(SPC 계열사)에서 출시한 포켓몬빵이 있습니다. SBS TV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김성은 분)가 포켓몬스터에 빠져 띠부씰을 모으기 위해 발품을 파는 회차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2022년 재출시된 포켓몬빵은 '미달이'와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동년배들의 향수를 자극해 띠부씰 열풍을 재현했습니다. 코 묻은 돈을 모아 하나둘 띠부씰을 모으던 사람들이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10개, 20개씩 빵을 쓸어 담으면서 높은 판매량을 견인했다는 분석입니다. 포켓몬빵 이전에는 1999년 개그맨 김국진을 캐릭터로 한 '국찐이빵'이 있었습니다. 연예인 얼굴과 이름을 넣어 출시한 최초의 띠부씰 빵으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으로 위기에 놓인 삼립식품(현 SPC삼립)을 살려낸 빵으로도 유명합니다. 포켓몬빵 재출시가 성공하면서 2006년 인기를 끌었던 '케로로 빵'도 16년 만에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2022년 편의점 CU는 TV 애니메이션 '개구리 중사 케로로' 캐릭터를 이용한 빵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때때로 빵 자체보다 띠부씰이 더 주목되는 '주객전도'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포켓몬빵 열풍이 불었던 2022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봉지에서 띠부씰만 빼낸 빵을 편의점 앞에 내다 버린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품군이 확대된 데 따라 띠부씰이 적용된 제품도 다양해졌습니다. 도시락부터 계란, 컵·봉지 라면, 과자, 디저트 등 다양한 상품 속에서 띠부씰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띠부씰이 동봉된 식료품은 어떤 캐릭터·연예인과 협업했는지가 제품의 핵심 소구 지점이 됩니다. 지난 2일 SPC 관계자는 컬래버빵은 단순히 띠부씰을 넣은 제품이라기보다 빵 속에 콘텐츠를 넣은 활동의 일환 이라며 크보빵은 선수 띠부씰을 통해 고객들끼리 교환하고, 자신만의 팀을 꾸리는 측면의 놀이 요소를 넣은 기획 제품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편의점 업계 종사자는 띠부씰을 생산하는 데에는 큰돈이 안 들지만, 지식재산권(IP) 및 라이선스 계약에 돈이 많이 든다. 어떤 캐릭터 혹은 연예인과 협업하는지에 따라 판매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홍보할 때도 이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 고 설명했습니다. 띠부씰의 마케팅 효과는 판매량으로도 드러납니다. 지난 2월 말 방탄소년단(BTS) 진과 협업해 진라면에 띠부씰을 동봉하기 시작한 오뚜기는 약 한달 반 동안 자사몰 기준 판매량이 80배가량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달 1일 라면 가격 인상을 앞두고 라면을 미리 구매해놓으려는 수요가 몰렸을 수 있으나,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띠부씰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뚜기 관계자는 시중에서는 띠부씰 동봉 제품 판매처를 이리저리 찾아다녀야 하지만, 자사몰에서는 곧장 구입이 가능해 BTS 팬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며 준비한 물량은 이미 다 소진된 상태 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 '허준' 출연한 원로배우 오승명 별세
등록일2024.08.26
▲ 원로배우 오승명 드라마 '순풍산부인과', '허준', '여명의 눈동자' 등 굵직한 화제작에 출연했던 원로배우 오승명이 별세했습니다. 향년 77세입니다. 오늘(26일)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25일 새벽 6시쯤 노환으로 숨을 거뒀습니다. 1964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고인은 1981년 '제1공화국'을 시작으로 수많은 드라마에 출연했습니다. '임진왜란', '사랑과 야망', '전원일기', '제2공화국', '제3공화국', '여명의 그날', '여명의 눈동자', '순풍산부인과', '허준' 등이 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영화 '공공의 적', 드라마 '야인시대', '영웅시대', '남자를 믿었네' 등에서 활약했습니다. 빈소는 경기도 안산시 안산제일장례식장 102호실에 마련됐습니다. 발인은 27일입니다. (사진=한국영상자료원 · 유족 측 제공, 연합뉴스)
[스프] 웬만해선 시트콤을 막을 수 없다
등록일2023.03.12
힘들 때 우는 것은 삼류고, 참는 것은 이류지만, 웃는 사람은 일류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탤런트 이상민 씨가 지난 2013년 (무려 10년 전이네요) 한 방송에 출연해 셰익스피어의 경구라며 인용했는데, 큰 빚에 시달리면서도 쓴 미소를 짓던 이 씨의 표정 그리고 문구가 어우러지며 절묘한 '짤'이 생성되었고 이윽고 급속도로 퍼져나가게 되었죠. 이상민 씨는 그 후로 '일류좌'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말은 출처가 불분명합니다. 아무래도 셰익스피어가 남긴 많은 경구중에서, 환난을 극복하기 위한 올바른 마음가짐에 대한 일부 글귀를 어느 의욕적인 해설가가 상당히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의역'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베니스의 상인&> 중에는 비슷한 대사가 나오기도 합니다. 운명을 정복하는 사람들은 어려울 때도 웃으며, 이런 사람들은 세상이 자기 것이지, 자기가 세상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셰익스피어 인증 '일류' 여부는 불확실하더라도, 역시 '웃음'은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함과 여유의 상징입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연설문에도 유머적 요소가 포함된 경우가 많죠.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당선인이 보통 가장 먼저 꾸리는 보좌진이 '정무팀'인데, 여기엔 향후 당선인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고민하는 인사들로 채워집니다. 역대 당선인들의 메시지 팀엔 코미디, 방송작가 출신 등으로 '유머'를 담당한 사람들이 더러 한 두 사람씩 눈에 띕니다. 웃음, 규칙을 위배할 때 싹트는 것 이처럼 막중한 역할을 하다 보니 담화 과정에서 웃음이 발생하는 요건에 대한 연구도 언어 및 수사학계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주제입니다. '무엇이 유머를 만드느냐'라는 고심은 '연설'이 곧 '정치력'이었던 고대 그리스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이런 선생님들도 연구한 흔적이 있다니까요. 그래서 성공적인 농담의 조건이요? 학계에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정설을 아우른다면 바로 '의외성'과 '부조화'라 할 수 있습니다. 긴장감 속에 있다가 그 긴장감이 사라질 때 웃음이 나온다는 각성 이론, 다른 사람의 열등감을 갑자기 깨닫게 될 때 우월감과 기쁨을 느끼면서 웃음이 유발된다는 우월성 이론, 원래 심각한 의미로 인지된 것이 갑자기 기대와 다르게 어처구니없거나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여겨져 웃음이 유발된다는 부조화 이론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부조화 이론의 예시는 이런 겁니다. 이제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가는 추억의 최불암 시리즈를 소환해 봅니다. 연예인 최불암이 약사가 되었다. 어느 날 약국에 손님이 와서 쥐약을 달라고 했다. 최불암이 손님에게 물었다. 댁의 쥐는 어디가 아픈가요? 증상을 말해주세요 마지막 문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일반적인 담화 구조와 차이가 없지만 이른바 '급소 문장'이라 할 수 있는 담화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바로 저 문장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유머'가 된다는 겁니다. 유머와 웃음이 대화가 통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지켜지기를 기대하는 원칙을 위배했을 때 탄생한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그라이스(Grice)라는 학자는 이런 원칙을 '격률'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는데요. 먼저 협동의 원리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대화를 할 때 화자와 청자는 대화의 맥락을 서로 일치시키도록 협동한다는 겁니다. 이 격률이 위배되면 다음과 같은 사태가 빚어집니다. A : 나잇값 좀 하세요! B : 나이 한 살에 얼마입니까! 그다음으로는 양과 질의 격률입니다. 양의 격률은 의미가 통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가 적절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질의 격률은 화자의 말이 '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 밖에도 대화 주제에서 관련 있는 내용만 말할 것을 기대한다는 '관련성 격률', 화자와 청자가 서로 간단명료하게 말할 것으로 기대하는 '방법의 격률'이 있습니다. 조금 헷갈릴 수 있으니 예시와 함께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라진 시트콤 자리를 메운 '캐릭터 쇼' 먹히는 법칙까지 다종다양하게 연구되는 '웃음'을 상업 시장에서 써먹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사람들에게 웃음과 기쁨을 주는 콘텐츠는 아예 '예능'이라는 구획으로 나뉘어 있죠. 지금은 국내 지상파에서 찾아보기 어렵지만 '시트콤' 역시 이 분야 대표 주자였습니다. 서사와 캐릭터를 갖추고, 주 4일 이상 같은 시간대에 30분가량 방송되던 에피소드 단위의 극. 시트콤은 시추에이션 코미디(situation comedy)의 약칭으로, 고정된 무대와 등장인물을 배경으로 독립된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엮는 드라마와 코미디의 혼성장르를 뜻합니다. 주로 인물의 성격, 인물 간 배경, 사건 등을 토대로 한 '특수한' 상황 설정에 의해 웃음이 유발됩니다. 시트콤이 장르로서 한국에서 최전성기를 누렸던 시기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입니다. 비교적 가까운 시기 방영된 MBC &<하이킥&> 시리즈에 앞서, SBS에도 이 시절 나온 명작들이 많습니다. &<순풍산부인과&>, &<웬만하면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등은 현재도 방영 당시엔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젊은 세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시트콤입니다. 걸출한 신인들과 여전히 회자되는 명대사를 배출한 &<순풍산부인과&> 시리즈는 SBS 유튜브 채널 &<빽능&>에서 무려 1천3백3십 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매일 저녁 정해진 시간에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보던 추억을 잊지 못한 '그때 그 시절'의 시청자들은 물론, 수요가 있지만 충분한 공급이 따라주지 않는 한국 코미디 시장의 새로운 고객들이 꾸준히 채널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렇듯 주 5회 30분씩 방영되는 '정통 지상파 시트콤'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통상 메인작가 5명과 보조 작가 5명이 필요합니다. 이들은 매일 회의를 거쳐 100편이 넘는 에피소드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됩니다. 제작 스태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회 분량이 적더라도 매일 정시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선 리소스가 적잖게 들어갑니다. 다시 말해 프로그램을 하나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다는 이야기죠. 2010년대 들어 콘텐츠 제작 환경과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연극 느낌의 소품과 비슷한 배경에서 찍는 시트콤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도 줄어들었습니다. 명맥을 이어오던 지상파 시트콤이 서서히 자취를 감춘 건 그때부터입니다. 가성비가 떨어졌거든요. 대신 '코미디' 장르에 대한 여전한 수요는 조금씩 다른 프로그램들이 적극 수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슬기로운&> 시리즈(tvN)처럼 드라마에서 전통적인 시트콤 앙상블 캐스팅을 적극 활용하기도 하고 &<마음의 소리&>(KBS)나 &<놓지마 정신줄&>(JTBC) 같은 웹툰을 시트콤 형식으로 그대로 영상화하는 경우 등 여러 다양한 시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웃음을 담당하는 캐릭터를 적극 등장시키고, 코미디 시퀀스를 알리는 효과음을 넣는 등의 방식으로 각 분야에 시트콤 장르가 자잘하게 쪼개졌습니다. '뉴트로' 열풍에 소환된 시트콤, '온라인 콩트'로 부활 특히 유튜브 등 온라인에선 이미 이용자들에게 익숙해진 10분 내외 짤막한 영상물과 시트콤이 결합하기도 합니다. 시트콤은 각종 크리에이터들의 '롤플레잉?체험형 ASMR'과 지상파에서 설 곳을 자리 잡지 못한 개그맨들의 개인 채널에서 다시 부활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