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한국이 직면한 진짜 위기는… 외국인 전문가 4인의 시선은? [스프]
등록일2025.05.31
'딥한 백브리핑 : 딥빽', 복잡한 이슈를 김혜영 기자가 쉽고도 깊이 있게 설명해드립니다. 21대 대통령 선거,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미 사전 투표는 완료가 됐고 이제 새 대통령이 누가 될지 그 확정의 날은 3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희가 한국의 상황을 면밀히 지켜봐 온 외국인 학자들에게 차기 한국 대통령이 집중해야 할 우선 과제들은 무엇이라고 보는지를 물었는데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팩트는 기본 맥락까지 전해드리는 딥빽 함께 보시죠. 한국이 직면한 진짜 위기는 우선 저희가 외국인 전문가 4명에게 이런 공통 질문을 던졌습니다. 현재 한국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 또는 위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차기 한국 지도자는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이 질문들을 건넸거든요. '결국은 경제' - 라이프지거 교수의 시선 이에 대해서 경제학자인 대니 라이프지거 교수의 이야기부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대니 라이프지거 교수는요. 조지 워싱턴 대학교 국제경영학과 교수이자 경제 개발 정책 싱크탱크인 'Growth Dialogue'의 상무 이사입니다. 그리고 세계은행 빈곤 감축 및 경제 관리 프로그램 부총재를 역임을 했는데요. 1997년에 한국에 대한 긴급 구제금융 대출을 준비하는 팀을 이끌었거든요. 오랫동안 한국을 지켜봐 온 경제학자로 『Lessons from East Asia』 그리고 『Korea: Transition to Maturity』 이러한 책들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답변은 단기 과제, 중기 과제, 그리고 장기 과제 이렇게 세 가지를 언급했습니다. 구조적으로 표현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보시다시피 단기 과제는 미국과의 무역 관계 그리고 중기 과제는 미중 패권 경쟁 그리고 장기 과제는 저출산(low fertility rate)과 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입니다. 대니 라이프지거ㅣ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단기적으로는 무역, 중기적으로는 중국-미국, 장기적으로는 인구 통계와 재정적 어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저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한국의 인구학적 어려움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고령화 인구를 지원하는 데 있어, 사회적 지원과 보건 측면에서 많은 재정적 어려움이 있을 것을 의미하며, 이는 자체 노동력이 줄어드는 경제를 기반으로 합니다. '저성장 적응' - 파체코 교수의 분석 동일한 질문을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에게도 물었습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킹스 칼리지 런던의 국제관계학 교수이고요. 또 국제전략문제연구소 CSIS 한국 석좌 겸임 연구원 그리고 아시아 태평양 안보 협력 이사회 EU 위원으로도 활동 중입니다. 지난해에는 『새우에서 고래로: 세계의 눈으로 본 한국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이 교수의 답변을 한 줄로 요약을 하자면요. 다른 선진국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높은 경제 성장률을 더 이상 기대하기가 어려운데 어떻게 하면 저성장 체제에서 잘 살아남을 것인가, 어떻게 경쟁력 있는 기술 주도의 경제로 거듭날 수 있을지를 모색해야 한다, 이런 점이었습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ㅣ킹스 칼리지 런던 국제관계학 교수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저성장 모델에 적응하는 것입니다. 서유럽이나 일본에서 볼 수 있는 것을 예로 들자면, 일정 수준 성장에 도달하면 3%, 4%, 5%의 성장률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 1인당 GDP 성장률 측면에서는 상당히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GDP 성장률은 확실히 낮아질 것입니다. 한국은 어떻게 하면 미국, 서유럽, 일본 등 다른 유사 경제권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 주도적이고 혁신 중심적인 경제로 거듭날 수 있을지 모색해야 합니다. '계엄 사태'와 '청년 좌절' - 모브랜드 교수의 진단 동일한 공통 질문을 에릭 모브랜드 교수에게도 물었습니다. 에릭 모브랜드 교수는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미국 싱크탱크인 RAND의 한국 석좌를 역임한 바 있습니다. 2019년에는 『Top-Down Democracy in South Korea』를 집필하면서 한국에 대한 연구를 이어왔습니다. 그의 답변을 한 줄로 요약하면요. 최근 한국이 겪은 가장 큰 전례가 없었던 위기는 계엄령 사태였는데 이미 이건 해결이 되었다고 했고, 많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미래에 대한 좌절감을 또 다른 중요한 과제로 봤습니다. 에릭 모브랜드ㅣ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계엄령 사태는 분명 최근 들어 우리가 겪은 가장 큰 위기입니다. 적절한 법적 절차가 진행될지에 대해 진짜로 불확실했던 순간들이 잠시 존재했습니다. 다행히도, (적절한 법적 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젊은 한국 청년들이 미래, 직업, 교육, 전망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진정한 위기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 믿음이) 매우 강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면 내가 바라는 삶을 꾸려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꽤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국제 질서 변화 - 프랑크 교수의 경고 마지막으로 동일한 공통 질문을 뤼디거 프랑크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뤼디거 프랑크 교수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의 동아시아학과 교수이자 유럽 북한 연구 센터의 소장입니다. 김일성 종합대학 유학 경험이 있는 북한 전문가로 『북한여행: 유럽 최고 북한통의 30년 탐사 리포트』, 『북한: 전체주의 국가의 내부 관점』 이러한 책들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그의 답변은요. 한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우리가 익숙했던 과거보다 더욱 예측하기가 어려운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뤼디거 프랑크ㅣ빈 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 한국은 지난 80년간 냉전 시대의 양극화된 세계 혹은 미국이 주도하는 단극화된 세계에 있어 왔습니다. 앞으로 몇 년, 혹은 수십 년 동안 세계는 우리가 익숙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혼란스럽고, 경쟁적이며, 불확실한 환경이 될 것입니다. 이제 진짜 과제는 먼저, 이 새로운 상황을 신속하게 인식하고, 그 속에서 한국의 입지를 적극적으로 형성할 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차기 대통령의 과제는? Q. 그러면 이 전문가들이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봤는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답변들이 나왔거든요. 그래서 이제 저희가 그래픽으로 우선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크게 내부적 과제, 외부적 과제 이렇게 둘로 나눠지고요. 내부적 과제는요. 경제 부분, 사회 부분 그리고 정치 부분, 이런 부분들에서 제언이 나왔습니다. 외부적 과제는요. 미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 그리고 외교 · 경제 협력의 다각화, 이런 부분들에 대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우선 내부적 과제의 첫 번째로 경제 부분을 짚어보겠습니다. 한국 경제가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내년에 잠재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의 분석도 있었고요. 또 6년 내에 0%대에 진입할 수 있다, 이런 경고가 한국개발연구원에서도 제기가 된 바가 있죠. 노동시장, 주택, 연금 개혁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냈던 라이프지거 교수에게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를 두고 1997년 금융 위기보다 더 심각하다는 주장까지 제기가 되고 있는데 이러한 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면 어떤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겠느냐고 물었거든요. 그는 일단 1997년이랑 같은 상황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다만 최근 경제 성장률을 보면 IMF나 다른 기관들이 한국의 성장 가능성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점을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노동시장의 개혁이라든지, 주택 부문의 개혁, 그리고 연금 개혁 등 개혁이 필요한 분야가 많다고 했는데요. 대니 라이프지거ㅣ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노동 시장에서 일부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추가적인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 대통령이 얼마나 야심 차게 임하느냐에 따라 저는 주택 부문을 살펴볼 것입니다. 가계 부채가 심각하고, 주택담보대출의 3분의 2가 변동 금리입니다.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고정금리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은행은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이 물론 과거에도 잘 파악이 되긴 했지만, 근본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니 라이프지거ㅣ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구조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 정권들이 단임제라는 것입니다. 첫해는 공부를 하고, 2~3년 동안은 뭔가를 하겠지만, 그렇게 극적인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4년 차에는 (여당의) 재집권에 대한 걱정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이 지난 몇 년 동안 파악은 잘 되었지만, 경제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는 크게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미래 산업과 '합의' 그리고 한국이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미래 산업, 미래 기술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말하자면, 특화된 특정 분야를 키워낼 수 있도록 어떤 분야에 집중할지 사회적인 깊은 숙의가 필요하다는 건데요. 라몬 파체코 파르도ㅣ킹스 칼리지 런던 국제관계학 교수 한국이 경쟁력을 갖추어야 할 미래 기술에 대한 합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정부, 야당, 민간 부문, 대학 부문 모두가 함께 모여 미래에 한국이 어떤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싶은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어떤 나라도 신기술에 관해서는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조차도 한국에 반도체 분야와 해운 산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앞서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이야기도 이미 나왔습니다만 좀 더 구체적으로 더 많은, 더 다양한 이들의 노동력 참여가 늘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ㅣ킹스 칼리지 런던 국제관계학 교수 한국이 추구해야 할 정책은 노동력 참여를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더 많은 여성들이 노동 시장에 훨씬 더 오래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또한 국가가 노동자 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주민을 국가 안으로 받아들이고 싶어하는가라는 질문을 포함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에는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사회 분야 그리고 정치 분야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청년 실업률은 7.5%인데요. 이 숫자는 코로나19로 실업률이 10%대로 껑충 뛰었던 2021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올해 4월은 7.3%로 3월보다 0.2%p가 낮아지긴 했지만 지난해 4월과 비교를 하면 0.5%p가 더 늘어난 수치입니다. 교육-경제 현실 단절 해소 이렇게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된 청년 실업이라는 일자리 창출, 고용의 문제도 결국 교육, 그리고 한국 노동의 미래, 이러한 부분들과 함께 맞물려서 깊이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런 제언도 나왔습니다. 에릭 모브랜드ㅣ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우리는 과거의 필요에 맞춰 만들어진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이 현재의 경제적 현실과 점점 더 단절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교육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어린아와 청년들의 에너지를) 모든 면에서 그들과 그들의 미래, 그리고 그들의 가족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들이 제기되어야 합니다. 정치 개혁 Q. 그럼 그 전문가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공통적으로 짚은 부분이 있을까요? 세 분이 공통적으로 짚었던 부분이 저희가 이어서 말씀드리려고 했던 정치 부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내용들이 사실 한국 사회만이 직면해 있는 문제라고 보기에는 또 어려운, 그러니까 다른 국가들도 같이 겪고 있는 문제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미 우리 한국인들 그리고 역대 한국 정부에서도 잘 알고 있다는 인식을 보였습니다. 다만 대부분 공통적으로는 국민들이 원하는 바에 대한 국가적인 합의를 정당 정치가 이뤄내지 못했다고 지적을 했습니다. 한국의 근본적인 과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중심의 정치를 실현하지 못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대니 라이프지거ㅣ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작년, 지난 몇 년 그리고 몇 차례의 대통령 임기 동안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살펴보면, 국민들이 원하는 바에 대한 국가적 합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두 정당은 서로를 파괴하는 데 너무 열중한 나머지, 그 과정에서 한국이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으로 매우 취약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이 이러한 많은 과제들을 기술관료들이 만족스럽게 다루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ㅣ킹스 칼리지 런던 국제관계학 교수 제 인상으로는, 한국 유권자 대다수는 매일같이 듣지 않아도 되는 정치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국가의 운영에 집중하기보다는 매일같이 야당이 대통령을 공격하거나, 그 반대이거나, 심지어 대통령이 야당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한국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모색하기 위한 대통령과 야당 간의 대화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 새 한국 대통령이 집중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치가 양극화되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지난 5년에서 10년간 주요 정당들이 조금 더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 정책적인 측면에서 놓고 볼 때는 오히려 너무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에릭 모브랜드ㅣ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사실 몇 년 전까지 한국 학자들과 일반 지식인들이 한국 정치에 대해 수행한 가장 훌륭한 분석은 한국 민주주의의 과제는 주요 정당들이 서로 너무 유사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반대라는 것이 아니라, 너무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선거 때 국민들에게 충분하지 않은 선택권을 줍니다. 지난 5년에서 10년 동안 주요 정당들이 조금 더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발전은 축하할 만한 일입니다. 파르도 교수도 가령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주요 정당 간의 정책적인 차이가 큰데 한국은 오히려 주요한 차이가 없다는 인식을 보였는데요. 정책 측면, 특히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비슷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측면에서는 매우 양극화되어 있다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ㅣ킹스 칼리지 런던 국제관계학 교수 한국 정치는 메시지 전달 측면에서는 양극화되어 있지만, 정책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양대 정당의 경제 정책 강령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미미한 수준에서의 차이만 있습니다. 아무도 한국 경제 모델을 개혁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미국은, 예를 들어 한 정당은 소위 '워크 정책(Woke policy)'을 파괴하고, 대학교와 대립하고, 보다 국가주의적인 경제 정책을 추구하고자 하는데, 다른 정당은 이것을 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혹은 유럽을 보면, 일부 정당은 심지어 지역의 독립을 원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큰 정책적 차이를 볼 수 없습니다. 라이프지거 교수는 일부 정치인들은 모든 문제를 그저 정치적 문제로 만들려고 고집하고 있다면서 국익에 부합하는 일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한국의 차기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대니 라이프지거ㅣ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정치인들은 모든 문제를 기술적, 또는 경제적 정책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로 만들려고 고집합니다. 그러면 해결책은 없고, 고통받는 사람들은 한국의 일반 국민일 뿐입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정치 담론 상황을 보면 괴롭습니다. 저는 정부, 산업계, 그리고 국민들 사이에서 새로운 합의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초당적 위원회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수십 년 전 칠레에서 산업 문제, 노동 문제, 연금 문제와 같은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매우 효과적으로 운영되었던 것처럼요. Q. 한국이 지금 외교적으로 굉장히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제언들을 하셨나요? 우선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을 잘 타결을 해야 한다는 단기 과제 측면에서도 의견들이 나왔고요. 그리고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해서 외교적 협력 그리고 경제적 협력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 외부 과제가 비단 한국만의 과제가 아니고 다른 많은 국가들도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과제이긴 하지만 한국도 관세 협상도 또 외교 경제 협력의 다각화 전략도 잘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를 하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 대니 라이프지거ㅣ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저는 경제학자로서 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잘못된 경제 정책이라는 사실에 연연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좋은 거래를 성공적으로 성사시켰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따라서 한국은 한국에 큰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무역 흑자 감소 측면에서 미국에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한미동맹 기반, 외교·경제협력 다각화 미중 패권 경쟁과 관련해서는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외교적 협력, 경제적 협력을 다각화해야 한다, 이런 의견이 나왔습니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ㅣ킹스 칼리지 런던 국제관계학 교수 (한국은) 세계 다른 지역과의 경제적 관계를 다각화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동남아시아, 유럽, 캐나다, 호주, 일본, 심지어 타이완과 같은 지역과의 무역과 투자가 더 많아져야 할 것입니다. 북한 '긴장 상황' 관리 남북 관계와 관련해서는 심지어 북한 전문가인 뤼디거 프랑크 교수조차 북한과의 협력은 물론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지금 한국의 우선순위는 경제 문제, 국가 안보와 같은 다른 더 큰 과제들이라면서 이러한 더 시급한 국가적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북한과의 긴장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뤼디거 프랑크ㅣ빈 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 북한과 관련해서 지금 시점에서 한국의 차기 행정부는 통일이나 더 큰 돌파구에 덜 집중하고, 위험 감소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북한과의 협력은 환영할 만하지만, 지금 한국에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우선순위는 긴장을 관리하고, (긴장의) 고조를 막고, 더욱 시급한 국가적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저희가 준비한 내용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외국인 전문가들의 시선으로 한국의 과제는 과연 무엇일지를 검토해 봤는데요. '외국인들의 시선이 무조건 정답일 것이다'라는 취지가 전혀 아니고요. 때로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더 날카로울 수도 있고 (문제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는 데에 최대한 더 많은 시선, 다양한 시선들을 보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이번 편을 마련을 해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제가 받은 인상은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 한국이 매우 중요한 순간에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새 대통령, 취임 2주 만에 트럼프 만날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은 인수위 기간 없이 바로 다음 날 취임해서 임기를 시작하죠.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가 자국이 주재하는 주요 7개국 정상회의, 즉 G7 정상회의에 '한국과 호주 둘 다 참석할 것을 기대한다'라고 언급을 했는데요. 그만큼 아마 한국의 새 대통령은 취임한 지 한 2주 정도 된 시점에 결정을 해야 할 겁니다. 그러니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서방의 지도자들 그리고 일본의 이시바 총리까지 두루 만날 기회를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을 할 텐데요. 만일 그때가 어렵다면 6월 24일부터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을 해서 다른 지도자들을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여러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 회의의 경우에는 딱 둘만 만나는 양자 회담처럼 깊은 대화가 오가기는 여건상 쉽지는 않지만요. 그래도 어떤 결정적인 대화가 오갈지 모르는 만큼 미리 철저히 현안에 대한 입장과 대응을 잘 준비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 우리의 투표가 더 중요한 이유 그리고 앞서도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지금 이 상황은 한국만 직면한 상황은 아니긴 하지만요. 뤼디거 프랑크 교수는 세계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이미 이런 상황을 겪었고 우리 모두는 그 사건이 한국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알고 있다. 따라서 그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의 차기 지도자도 이러한 상황 인식 아래, 지금 한국에 가장 필요한 국익이라는 게 과연 무엇일지, 단기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까지 두루 포괄적으로, 분야별로 잘 살펴서 우선 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美中 '통상합의' 좌초 위기… 中이 위반 vs 美가 차별적 조치
등록일2025.05.31
미국 중국 국기 [AFP 연합뉴스] 미중이 &'관세전쟁&'을 90일간 휴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제네바 합의&'를 도출한지 약 20일만에 합의 이행을 둘러싼 이견을 보이며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이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대미 수출을 재개하기로 해 놓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등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미측이 주장하자, 중국 측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차별적인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며 맞섰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지난 10∼11일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회담을 통해 양국이 서로 90일간 115% 포인트씩 관세율을 인하하기로 한 합의를 거론한 뒤 &'나쁜 소식은 중국이 우리와의 합의를 전적으로 위반했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결정한 미중간 관세 인하 합의로 인해 중국이 큰 경제적·사회적 위기를 모면하고 안정을 찾았다면서 &'좋은 사람(Mr. NICE GUY)이 되어준 대가가 고작 이것이네&'라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중국이 위반한 합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은 가운데,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들이 약속한 일부 핵심 광물의 흐름(중국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을 보지 못했다&'며 &'중국은 핵심광물과 희토류 자석 같은 것에서 계속 속도를 늦추면서 흐름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은 지난달 4일 사마륨·가돌리늄 등 희토류 7종에 대한 대미 수출 통제 조치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중국은 4월 2일 이후 내 놓은 대미 비관세 대응조치를 중단하거나 해제하기 위한 행정 조치를 취한다&'는 제네바 합의 내용에 따라 중국이 이 통제 조치를 해제해야 함에도, 해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미측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또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게는 중국에 책임을 물릴 다양한 옵션이 있다. 이미 취한 조치와, 취하고 있는 조치들이 있다&'며 중국에 대한 압박성 조치를 더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아울러 미중 제네바 회담에 나섰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협상에 대해 &'조금 정체된 상태&'라며 중국이 협상에 미온적이라는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미국이 주장하는 &'중국의 제네바 합의 위반&'은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대미 수출 제한을 풀지 않고 있는 것과, 대미 후속 협상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와 관련, 미국측 정부 대표단은 제네바 협상 당시 중국측에 희토류 수출 재개를 요구하면서 미국은 그에 상응해 90일간 &'관세 휴전&'을 할 의사를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중국측은 당시 협상 막판에 이를 수용했으나 아직도 희토류 수출에 필요한 승인 절차를 계속 지연시키고 있는 상태라고 이 매체는 전했습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통제 관련조치 등을 문제삼고 나섰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주미 중국 대사관 류펑위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 위반&' 주장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에 대한 &'차별적인 제한&'을 중단할 것과, 제네바 회담에서 달성한 합의를 &'함께 준수&'할 것을 미측에 촉구했습니다. &'차별적 제한&'이란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항공기 엔진, 반도체, 특정 화학물질 등 핵심기술의 대(對)중국 수출을 금지한 것과 미국내 중국인 유학생들의 비자를 적극 취소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중국은 특히 미국 상무부가 지난 14일 전세계 어디에서든 중국 화웨이의 인공지능(AI)칩인 어센드를 사용할 경우 이를 미국의 수출통제 위반으로 간주하겠다면서 어센드칩 사용을 경고한 이후에 희토류 수출 제한 해제 조치를 이행하려는 의지가 약화됐다고 WSJ는 보도했습니다. 중국은 상무부의 이런 조치를 중국에 대한 새로운 공격으로 보고 항의도 한 상태입니다. 주미 중국 대사관은 또 성명을 통해 &'제네바에서의 중미간 경제·무역 회담 이후 양측은 여러 급에서 양자 및 다자 협의 계기에 경제와 무역 분야에서 각자의 우려를 둘러싼 소통을 유지해왔다&'며 협상에 미온적이라는 미국의 주장에 반박했습니다. 결국 미중 양국은 제네바 합의를 통해 양국간 교역중단을 의미하는 100% 이상의 초고율 관세는 대폭 인하했지만 상호 신뢰와 소통 채널 결여 속에, 기타 합의 사항 이행을 둘러싼 이견을 보이며 갈등 국면으로 다시 접어드는 형국입니다. 특히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와,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수출 통제 강화가 서로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각각 수석대표로 나선 10∼11일 제네바 회담에서 서로 100% 넘게 부과하던 관세(미국은 중국에 145%, 중국은 미국에 125%)를 90일간 115% 포인트씩 대폭 낮추는 &'관세 전쟁 휴전&'에 합의했고, 그와 동시에 미중은 후속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또 중국은 미국의 지난달 2일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국에 대해 내놓은 비관세 대응조치를 중단하거나 해제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행정 조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중 정상이 전화통화 등을 통해, 다시 불거진 갈등의 봉합을 시도할 가능성이 트럼프 대통령 발로 제기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합의의 큰 부분을 위반했다&'고 재차 지적한 뒤 시기는 언급하지 않은 채 &'나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대화할 것을 확신한다&'며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타코(겁쟁이)' 놀림에 트럼프, 다시 中 공격 모드로
등록일2025.05.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반격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핵심기술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미국에 있는 중국 유학생 비자를 취소하는 등 조처를 단행하는 등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선다&'는 의미의 신조어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까지 생겨난 가운데 이뤄진 조치입니다. 현지시간 28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항공기, 엔진, 반도체, 특정 화학물질 등 기간산업에 필수적인 기술의 대중 수출을 금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중국 항공기 제조사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코맥), 반도체 설계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시놉시스, 지멘스 EDA 등을 정조준한 수출 중단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같은 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분야에서 연구하는 이들을 포함해 중국 학생들의 비자를 공격적으로(aggressively) 취소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루비오 장관은 향후 국무부가 중국과 홍콩에서 들어오는 모든 비자 신청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비자 기준도 개정할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고율관세를 치고 받으며 악화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다시 위험 신호를 내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양측은 이달 중순, 상대에 부과한 관세를 90일간 대폭 낮추고 무역 협상을 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촉발한 관세전쟁의 파장을 예측하지 못하고 중국에 약점만 노출한 채 물러섰다는 비판에 직면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선다&'는 의미의 신조어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까지 생겨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련 질문을 받고 불쾌감을 표하며 &'그건 협상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이번 조치는 세계 두 경제대국간 진행 중인 무역 전쟁에 있어 새로운 파열음이 될 수 있다&'며 &'미중이 협상하는 가운데 겉으로는 잠시 휴전한 듯 보이지만, 이번 사례는 양국 간 평화가 유지되기가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짚었습니다.
미, 주한미군 중국 견제 방점 시사…차기 한국정부 '좌표 설정' 숙제
등록일2025.05.30
▲ 대화하는 김명수 합참의장과 한미연합군사령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억제가 인도·태평양 전략의 우선 순위라는 입장 하에 주한미군의 '태세 조정'을 거론한 것은 한국의 안보에도 상당한 함의를 갖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29일(현지시간) 아시아 안보대화(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향하는 기내에서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에 대한 억제력이 우리의 우선순위 라며 동맹을 현대화하고, 지역 내 안보 환경의 현실을 반영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태세를 조정(calibrate)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 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5일 하와이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주한미군은 북한을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고 했는데, 이 고위 당국자의 발언은 브런슨 사령관 발언의 의미를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주한미군 4천500명 감축 및 재배치 검토에 대해 이 당국자는 중국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와 협력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길 희망한다 며 재차 대(對)중국 견제를 강조했습니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는 동안 미국 정부는 한국과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 관련 의미를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노골적으로 '중국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제해 왔습니다. 이는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 돼왔습니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나선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력의 '선택과 집중' 기조 하에 주한미군이 대중국 억제와 관련한 역할을 맡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걸쳐 주한미군이 적절한 대우도 받지 못한 채 위험한 지역에서 '남의 나라'를 지켜주고 있다는 인식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그와 같은 트럼프의 '안보 무임승차론'은 북한 위협과 관련한 한국군의 역할 확대론으로 연결됩니다. 특히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날 우리는 동맹과 파트너들이 자국 방어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줄 것 이라고 말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일각에선 미국이 현재 한미간에 큰 진전이 없는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논의를 적극적으로 병행하려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군의 북한 위협 대응 관련 역할 확대와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태세 조정은 트럼프 행정부 대한반도 정책에서 '세트'를 이룰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한미군의 '태세 조정'이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입니다. 주한미군의 병력 규모 또는 무기체계 조정 필요성을 지칭하거나, 타이완해협 유사시 등에 투입할 수 있도록 임무를 전환하는 전략적 유연성 등 주한미군의 작전운용에 대한 조정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옵니다. 만약 대중국 억지라는 목표가 향후 주한미군 병력 및 장비 배치, 더 나아가 한미 연합훈련 등에 반영될 경우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딜레마는 커질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미군 전력이 타이완해협에 집중되는 틈을 타 북한이 대남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가설 하에 이미 중국의 향후 행보는 한국 안보에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 전쟁 이후 70년 이상 북한 위협 대응이라는 목표에 집중해 온 한미동맹이 중국 견제라는 추가적인 목표를 위해 조정되는 상황은 한중관계에 적지 않은 갈등을 부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발해 중국이 한국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서 겪었던 한중간 갈등이 더 큰 강도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6·3 대선을 거쳐 출범할 한국의 새 정부는 한미동맹 및 주한미군 역할 조정과, 한중관계 관리라는 두 난제를 동시에 풀어가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관세 전쟁에서 '휴전'을 하긴 했지만 첨단 기술 이전 통제를 강화하고, 중국인 유학생 비자의 대거 취소를 예고하는 등 미국 국익을 지키기 위해 최대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과의 갈등을 불사할 태세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과의 전면적 갈등을 감내하기 힘들 만큼 이웃 나라인 중국과의 안보적, 경제적 연관성이 크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편승하는 것이 국익과 국운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주한미군 태세 조정을 미국과 논의하면서 한중관계를 원만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고려를 거치고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한, 미중 사이에서의 '좌표 설정'과 외교적 역량이 절실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유사 입장국들과의 공조 하에, 미중 전략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하고, 중국이 타이완 무력 통일 시도에 나서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양자 및 다자 외교 무대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한국 차기 정부의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