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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지하철 3000원 넘는다...수도권 요금 150원 오른다
등록일2025.04.20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6월 중 1천400원에서 1천550원으로 150원 인상됩니다. 경기도의회가 최근 철도 요금을 150원 인상하는 내용의 &'도시철도 운임범위 조정에 대한 도의회 의견청취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조만간 경기도 소비자정책위원회만 거치면 요금을 올리는 데 필요한 행정 절차는 모두 끝나는데, 경기도 역시 요금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정책위원회는 무리 없이 통과될 전망입니다. 이후에는 요금 시스템을 운영하는 티머니가 약 두 달간 바뀐 요금을 적용하는 시스템 개발을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가장 많은 노선을 보유해 결정권을 쥔 서울시는 행정 절차를 완료하는 대로 시스템 준비에 속도를 내 6월 중 요금을 올릴 계획입니다. 정확한 인상 시기는 이달 말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코레일(한국철도공사) 간 정책협의를 열어 확정하는데, 공공요금 인상의 사회적 파급력과 시스템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대선 이후 6월 말이 될 전망입니다. 당초 조기 대선 여파로 인상 시기가 아예 하반기로 늦춰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시는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교통공사의 적자가 심각한 데다 원래 3월에 올리기로 계획했던 만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시는 2023년 10월 7일부터 지하철 기본요금을 150원(1천250원→1천400원) 올리면서 2024년에 150원을 추가 인상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보조를 맞추느라 실제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고 1년이 지나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교통공사의 작년 말 기준 당기순손실은 전년보다 40% 증가한 7천241억원, 누적 적자는 18조9천억원 규모입니다. 부채는 7조3천474억원으로, 하루 이자만 3억원 넘게 내는 실정인데, 전기료 등 운영 비용은 가파르게 오르는 동안 지하철 요금은 제자리였던 탓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적자 개선을 위해선 요금 인상에 더해 무임수송 손실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시와 교통공사의 일관된 입장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는 무임수송이 대통령 지시에 의해 도입됐고 거주지와 상관없이 전국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므로 국가 사무에 해당해 PSO(공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 지원) 대상이라고 주장합니다. 현재 무임수송의 약 70%를 보전받는 코레일과 동일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인데, 반면 정부는 엄연히 지하철 운영이 지자체 사무라며 PSO에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교통공사 측은 지난달 관련 토론회에서 &'작년 기준 무임승차 인원은 전체의 약 17%인 하루 751만명이고 이로 인한 손실액은 한해 4천억원 수준&'이라며 &'재원 대책이 없는 무임손실 증가는 구조적 적자를 야기시켜 안전투자 기회를 놓치는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우려했습니다.
월 6만 5천 원 기후동행카드로 성남~서울 지하철 무제한 이용
등록일2025.04.16
다음 달 3일부터 지하철을 이용해 성남과 서울을 오갈 때 월 6만 5천 원 정기권 하나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경기 성남시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와 '기후동행카드 참여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실무 협의와 관련 제도 정비를 거쳐 5월 3일부터 본격적으로 기후동행카드 혜택을 확대 적용하게 됐다고 오늘(16일) 밝혔습니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 5천 원을 내면 서울시의 시내·마을버스, 지하철(협약 시군 포함), 공공자전거인 '따릉이'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울시의 무제한 대중교통 이용 정기권입니다. 민간 투자사업으로 건설돼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신분당선 전철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다음 달 3일 첫차부터 수인분당선 성남 구간 10개 역(가천대·태평·모란·야탑·이매·서현·수내·정자·미금·오리)과 경강선 성남 월 구간 3개 역(판교·성남·이매)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쓸 수 있습니다. 성남을 경유하는 서울시 면허 시내버스 11개 노선(302번, 303번, 333번, 343번, 345번, 422번, 440번, 452번, 3420번, 4425번, 4432번)과 지하철 8호선의 성남 구간 전 역사(24개),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시행하고 있는 타 시군(고양·과천·김포·남양주·구리) 역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기후동행카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기후동행카드 정기권 요금은 30일권 기준 일반 이용자는 6만 5천 원, 19~39세 청년은 7천 원이 할인된 5만 8천 원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서울시 제공, 연합뉴스)
집에서 노는 건 못할 짓 …'실버 택배원'들 일상
등록일2025.04.14
▲ 지난 2일 노인 택배원이 의뢰인을 만나 물건을 전달받고 다음 행선지를 휴대전화로 검색하고 있다. 서울, 경기는 물론 천안까지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다면 365일 언제 어디든 '타고' 갑니다. 모두 65세 이상 '노인'으로 지하철을 탈 때 요금을 내지 않습니다. 오토바이 퀵 택배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 이용 요금이 적다는 게 장점입니다. 고령화 시대, '지하철 택배 특공대' 실버 택배원들의 일상입니다. 지난 2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오장동에 위치한 '실버퀵' 지하철 택배 사무실에 이른 아침부터 노인 열댓 명이 전화기가 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칠판에는 출근 순서에 따라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지하철 택배 3년차인 최 모(75) 씨는 까치산역에서 5시 52분 첫 차 타고 출근해도 2등으로 도착했다 고 말했습니다. 배 모 실버퀵 대표는 배달 의뢰가 오면 선착순으로 일이 배치되다 보니 직원들이 일찍부터 출근해 일감을 기다린다 며 요즘 경기가 안 좋아 일감이 줄었다. 하루에 보통 50~60건 정도 배달 요청이 들어온다 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4월은 '마의 계절'이라 유독 배달 건수가 적은데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 걱정 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어르신 배달원'이 30명 남짓 일합니다. 최고령자는 15년 차 '베테랑' 배달원 백 모(87) 씨입니다. 매일 인천에서 오전 5시 37분 급행 첫차를 타고 6시 30분에 출근한다는 1년차 배달원 최 모(71) 씨는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첫 일감을 받았습니다. 반포역으로 가 서류 봉투를 받아다가 개봉역 인근 아파트에 전달하는 일입니다. 가방에 물건을 묶을 노끈과 물, 비상식량인 빵을 챙겨 3시간 거리의 여정에 나섰습니다. 역에서 역으로 이동하는 쉬운 경로에 가벼운 서류봉투를 배달하는 일로 시작하면 운수 좋은 날이라고 최 씨는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하철 계단을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며 엘리베이터는 무슨, 직업이 퀵 배달인데 서둘러야 한다 고 말했습니다. 충무로역 개표구에 교통 카드를 찍자 '우대권'이라는 글자가 선명했습니다. 3호선 지하철 경로석에는 이미 사람이 꽉 차 있었고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지하철 손잡이 아래에 섰습니다. 일반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쳐다볼 뿐 비켜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30분가량 서서 이동한 최 씨는 은퇴 전엔 사무직으로 일하면서 평생 차로 이동하지 걸어 본 적이 없다 면서 나이 들어 운동하기가 쉽지 않은데 하루에 1만 보 이상 걸으면서 당수치도 낮아지고 건강해졌다 고 말했습니다. 오전 11시 반포역에서 의뢰인을 만나 전달할 서류와 택배비 1만3천 원을 건네받았습니다. 이중 회사에 30% 수수료를 내고 얻는 삯은 9천 원 남짓입니다. 한 달 수익은 평균 70만~80만 원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지만 꼭 돈 때문에 일하는 건 아닙니다. 최 씨는 임대료와 연금 받아 아끼며 살 수도 있지만 집에서 마냥 노는 것은 못 할 짓 이라면서 일하면서 여윳돈 벌고 건강도 챙기니 안 할 이유가 없다 고 덧붙였습니다. 2025년 기초연금은 단독가구 기준 월 최대 34만 2천510원입니다. 무엇보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다른 직장을 찾아봐도 지하철 택배 말고 노인을 불러주는 데가 마땅히 없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서류가 구겨지지 않게 가방에 잘 넣고 개봉역으로 이동해 그의 첫 번째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마침 빈 자리에 앉아 익숙하게 휴대전화로 유튜브를 틀었습니다. 실버 택배원들이 배달하는 물품은 서류, 전자기기, 꽃다발, 유골함, 영정사진까지 다양합니다. 배달료는 서울에서 1시간 이내 거리면 1만 3천 원, 경기도는 2만~3만 원, 천안 등 원거리는 3만~4만 원 선입니다. 서울 시내 기준 3만 원에서 시작하는 오토바이 퀵 택배 요금에 비하면 저렴한 편입니다.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는 노인들이 배달하는 덕분입니다. 근조기도 배달합니다. 학교나 단체, 정치인들이 깃발을 사무실에 맡겨두고 장례식장에 설치하도록 의뢰하는 식입니다. 요금은 서울 시내 기준 3만 원대입니다. 오전 8시 반부터 사무실에서 대기 중이던 여성 배달원 A씨는 친구들은 집에서 손주·손녀 보면서 허리 다 나간다고 하더라 면서 외향적인 성격은 집에 있으면 근질거리고 내가 행복한 게 최고 라고 말했습니다. 65세가 되자마자 반찬값 보태려고 일을 시작했다는 A씨는 현재 2달차 막내 배달원입니다. A 씨는 노인들이 스마트폰 이용 못 한다는 것도 편견 이라며 보조 배터리 들고 다니면서 지도 앱 들여다보고 정확하게 배달한다 며 웃었습니다. 콜을 기다리는 동안 택배원들은 고물가 시대의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염색 가격이 6천 원 하는 이발소를 추천하는가 하면 맥주 한 캔 사 먹기도 겁난다는 대화가 오갔습니다. 일감을 기다리던 한 노인은 하루에 힘들게 3만 원 벌면 맥주 사 먹기도 겁이 난다 면서 돈이 곧 시간이고 고생스러운 걸 아니까 아깝다 고 말했습니다. 2년째 실버퀵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배달원 B(69) 씨는 평일에도 갈 곳이 있다는 게 큰 위안이고 적은 돈을 벌더라도 책임감 느끼고 일하게 돼 좋다 며 노인정은 가기 싫고 집에 있어 봐야 입에 곰팡이 피니까 택배 일하면서 사람 만나는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어려움도 있습니다. 특히 5월 가정의 달은 대목이지만 꽃이나 케이크의 경우 배달하기가 까다로워 골치 아프다는 것입니다. B 씨는 노인이긴 하지만 경계에 선 나이라 경로석에 앉기도 눈치가 보인다 면서 훼손되면 안 되는 물건을 끌어안고 만원 지하철에 서서 이동하다 보면 짐짝이 된 기분이 든다 고 토로했습니다. 낮 12시 30분 두 번째 일감을 받은 최씨는 강남역에서 의뢰인을 만나 노트북 2대를 건네받고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오후 1시가 지난 시간, 그의 휴대전화에는 이미 8천54보 걸었다는 기록이 찍혀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날 배송할 노트북 2대는 그리 무겁지 않고 의뢰인이 종이봉투에 담아줘 운반하기 수월했습니다. 하지만 부피가 크고 무거운 물건이 걸리는 날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날 하루 똥 밟았다 생각한다 며 그는 웃었습니다. 15kg짜리 기계를 남양주까지 배달한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무게에 따라 운임은 추가됩니다. 최 씨는 은퇴 전에 직장에서 평생 스트레스 받다가 이제는 의뢰인이 몇천 원이라도 팁이나 음료 쥐여주면서 고마워하는 일을 하다 보니 오히려 편안하다 고 말했습니다. 그가 두 번째 배달 임무를 완수한 뒤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회사로 복귀한다고 대표에게 메시지를 남기자, 몇 분 후 근방 신도림역에서 시청역까지 배달하는 주문이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서류 배달이었습니다. 이에 최 씨는 복귀하는 길에 가까운 곳에서 운 좋게 의뢰가 들어오면 생큐 라면서 세상살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것 같다 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세 번째 배달까지 완료하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오후 4시였지만 최 씨는 또 다음 일감을 기다렸습니다. 남양주에 배달 갔다가 막차 타고 귀가한 적도 있는데 그러다가도 볼 일 생기면 자유롭게 쉴 수도 있어 좋아요. 죄짓는 일도 아니고 부끄럽지도 않으니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생각입니다. 배달 한 건당 평균 세 시간 정도 소요되니 아침 일찍 나와 3~4건 업무를 처리하고 저녁쯤 귀가하는 게 지하철 택배 노인 배달원의 하루입니다. 그렇게 번 일당은 3만 원 안팎입니다. 한 실버퀵 의뢰인은 어르신 분들이 집 앞까지 와주시고 항상 친절하다 며 만족해했습니다. 또 다른 의뢰인은 인터넷 검색하다 노인 택배를 알게 된 이후로 용돈벌이하시라고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민 절반 이상이 70대부터 노인으로 여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시가 시민 5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9일 발표한 '2024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노인 기준 연령에 대한 응답은 평균 70.2세로 조사됐습니다.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하면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상향도 불가피합니다. 실버퀵 배 대표는 65~70세 직원이 제일 많고 이 연령대가 택배 일을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텐데, 만약 무임승차 연령이 상향되면 앞으로 입사 나이는 더 높아질 것 이라고 전망했습니다. B 씨(2년 차 노인 배달원)는 노인 인구는 점점 늘 텐데, 젊은 세대들은 본인이 노인이 될 거란 생각을 못 하는 듯하다 면서 옛날에는 지하철에서 자리를 비켜주고 짐도 들어주는 게 미덕이었는데 세상이 점점 각박해져 간다 고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지하철 요금은 비싸다?
등록일2025.03.17
올해 상반기 중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을 현행 1천400원에서 1천550원으로 인상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2023년 1천250원에서 1천400원으로 오른 지 2년 만에 다시 불거진 요금 인상 논의이기 때문입니다. 바뀌는 요금으로 하루 두 번씩 지하철을 탄다고 가정하면 한 달 지하철 이용 비용은 최소 9만 3천 원 정도입니다. 글로벌 데이터 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통근·통학 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조사국 중 1위인 전체의 41%에 달할 정도로 '대중교통의 나라'입니다. 이 때문에 지하철 요금 인상 소식에 시민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지하철 요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먼저 우리나라의 지하철 요금은 해외 주요국들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입니다. 현행 수도권 지하철 요금은 '거리 비례제+구간 운임제'로 계산됩니다. 탑승 시 성인 기준 승하차 구간 거리 10km까지는 기본운임 1천400원을 내고, 이후 5km 단위로 100원씩 추가돼 하차할 때 정산하는 방식입니다. 지하철 기본요금은 1974년 개통 당시 30원으로 출발한 뒤 차츰 인상돼 1981년 100원을 돌파했습니다. 2012년 1천50원으로 올라 첫 1천 원의 벽을 깼고, 2015년과 2023년 각각 1천350원과 1천400원으로 인상돼 현재의 요금이 됐습니다. 거리나 노선에 따라 각국의 체계가 다르지만, 주요 도시의 단일 승차권 기본운임은 뉴욕이 2.9달러(4천238원), 런던이 2.8파운드(5천192원), 파리가 2.5유로(3천862원), 도쿄가 180엔(1천747원) 등으로 서울보다 많게는 3배 이상 비쌉니다. 한국보다 지하철 요금이 저렴한 도시는 상파울루가 5헤알(1천237원), 베이징이 3위안(600원), 모스크바가 60루블(973원), 멕시코시티가 5페소(126원), 델리가 10루피(166원) 등으로, 대부분 개발도상국이거나 우리와 경제체제가 다른 국가들이었습니다. 명목 가격뿐만 아니라 각국의 물가 수준을 반영해도 서울의 지하철은 저렴한 편입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지난해 자료를 분석하면 영국의 지하철 요금은 서울보다 4배 이상 비싸고 독일, 프랑스, 미국 등도 2배 이상이었습니다. 성인의 평균 소득 대비 지하철 1회 탑승에 대한 지출 비율도 우리나라가 주요국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세계 각국 네티즌이 참여하는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의 '현지 교통수단 편도 승차권 '(버스·지하철 등 포함) 집계를 보더라도 한국은 교통 운임이 127개국 중 48위(1.03달러)로 주요국 중에서는 비교적 낮은 교통 요금 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지자체와 지하철 운영 주체는 왜 2년 만에 지하철 요금 인상을 추진할까? 이는 만성적인 적자와 늘어나는 부채 때문입니다. 지난해 6월 기준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총부채는 7조 833억 원에 달했고 차입금에 따른 하루 평균 이자만 3억 7천만 원씩 나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설립 이래 한 해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습니다. 서울지하철과 전국 단위 열차를 운영하는 코레일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가 누적돼 지난해에는 누적 부채가 21조 원에 달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국민의 이동권을 위한 공공재로 여깁니다. 서울교통공사와 코레일이 각각 서울시와 정부가 지분을 100% 보유한 공기업인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적자에도 쉽게 운임을 올릴 수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부채와 적자 폭이 늘어난 데에는 적자 노선 유지, 안전 설비 투자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낮은 운임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서울교통공사가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승객 한 명당 798원씩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하철 기본요금이 승객 1인당 수송 원가인 1천760원에 미치지 못하고, 환승 금액 등을 제외하면 평균 운임이 962원으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호응이 좋은 서울시의 월 정액제 대중교통 이용권 '기후동행카드'도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반가운 제도이지만 매년 1천800억 원가량의 적자를 발생시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발생하는 적자를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받는 지원금으로 일부 충당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역사 명에 기업 이름을 병기해 광고 수익을 늘리거나 상업시설을 확대하는 등 수익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한국철도학회 논문 '도시철도 운임체계 국제 비교'(2020)는 서울교통공사는 원가 대비 운임의 보전비율이 73%이나 외국 주요 도시는 100%를 상회하고, 인-km당 운임(승객 1인이 1km 이동한 수송량)은 외국과 2∼4배 수준차를 보인다 며 적자구조 개선을 위해 원가 수준으로 운임을 조정하고 다양한 승차권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고 진단했습니다. 싱가포르, 홍콩, 런던처럼 지자체와 시의회가 아닌 소비자물가지수, 생산성 등 각종 지표를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운임을 조정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만 65세 이상 노인의 무임승차 제도도 낮은 기본 운임만큼이나 적자를 가중하는 요소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무임승차 인원은 전체의 약 17%인 741만 명에 달했습니다. 이로 인한 손실액은 한 해에 4천억 원 수준입니다.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되던 1980년대에는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율이 한 자릿수대였지만, 현재는 전 국민 중 20%가 노인이고 그 비율은 계속 증가한다는 점에서 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지자체와 공사는 무임승차 연령 상향, 차등적 무임승차 적용 등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노년층의 복지 후퇴라는 반발에 부딪혀 도입이 쉽지 않습니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임승차 제도로 노인의 여가 활동 증가, 노인 보건 향상, 노인복지관광 활성화 등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고 이에 따른 의료비, 기초생활 수급 예산 지원, 우울증 예방 등의 절감액은 2020년 기준 연간 약 3천65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해외에서는 연령에 따라 일률적으로 100% 운임 할인을 적용하는 무임승차제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시간대·소득별 차등을 두고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는 노인에 대해 소득수준을 고려해 할인 또는 무임승차를 허용하거나 혼잡 시간대에 일부 비용을 부담하게 합니다. 룩셈부르크도 저소득층에는 무료, 일반 노인은 50% 할인해주고 있습니다. 일본은 별도의 노인 교통 할인제도는 없으나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면 별도의 '실버 패스'를 지급합니다. 한국철도학회 학술발표 자료인 '철도 무임승차 제도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모색'(2016)은 현재의 무임승차 제도는 국가 노인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제도이므로 중앙정부는 철도 운영기관에만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보상을 해줘야 하고, 무임손실 지원 주체의 명확화를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 고 했습니다. 지난해 9월 대한교통학회지에 실린 '도시철도 노인 무임승차제도 개선방안 제안' 보고서는 기준연령을 70세로 상향하고 요금을 800원으로 조정하는 것이 최적 대안 이라고 제시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