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 트럼프
  • 유가
  • 날씨
  • 환율
  • 코스피
  • 금리
  • 고유가지원금
  • sk하이닉스
  • 차량5부제
뉴스344
  • 전체
  • SBS 뉴스
  • SBS Biz
  • SBS 연예스포츠
[꼬꼬무 찐리뷰] 서울 면적 1.6배 태운 최악의 '2025 경북 산불'…시작은 성묘객 라이터 불 때문이었다 [꼬꼬무 찐리뷰] 서울 면적 1.6배 태운 최악의 '2025 경북 산불'…시작은 성묘객 라이터 불 때문이었다 등록일2026.04.10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9일 방송된 '2025 붉은 괴물'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스켈레톤 전 국가대표 윤성빈, 배우 김유미, 그룹 더보이즈 멤버 영훈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2025 경북 산불 때는 2025년 3월 25일, 화요일 오후 4시야. 경북 구미에 사는 서른다섯 살의 회사원 김근우 씨는 지금 엄청 들떠 있어. 낚시가 취미인 근우 씨가 쉬는 날을 맞아 밤낚시를 가는 길이야. 그가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경북 영덕의 석리라는 마을이야. 푸른 동해 바다와 절벽 위의 집들이 절경을 이뤄 '한국의 산토리니'라고 불리기도 해. 그리고 여긴 옛날부터 '따개비 마을'이라고도 불려. 바닷가 절벽을 따라 집들이 붙어 있는데, 꼭 따개비 같다고 붙은 별명이야. 그날 저녁 6시쯤, 근우 씨는 마을 아래쪽 석동방파제 쪽에 주차를 했어. 그리고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지나 커다란 바위 아래 자리를 잡았어. 뒤는 바위 절벽이다보니,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 오롯이 낚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자리야. 근우 씨는 낚싯바늘에 미끼를 끼우고 바다를 향해 있는 힘껏 휘둘렀어. 2시간쯤 지났을까. 근우 씨는 손맛도 봤고 출출하기도 해서, 늦은 저녁식사를 준비해. 잡은 볼락을 손질하려고 랜턴을 탁 켰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눈처럼 뭔가가 떨어져.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러. 불길한 느낌에 근우 씨는 등지고 있던 바위를 오르기 시작해. 그런데, 파도 소리 사이로 타닥타닥 하는, 생전 처음 듣는 오싹한 소리가 들려와. 바위를 기어 오를수록 그 소리는 점점 선명해져. 그렇게 바위 위쪽 산책로에 올라간 순간,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어. 그 소리가 '화~악 확!' 하면서 바람소리도 같이 나면서 처음 들어보는 소리인데, 상당히 공포스러운 소리였어요. 산책로에 탁 올라가서 그 상황을 봤을 때, 산 전체가 다 화마에 휩쓸려 있었습니다. 진짜 불똥 떨어지는 걸 보면, 지옥이라 표현하는 게 맞지 않겠나 싶네요. -김근우, 따개비 마을에 방문한 낚시꾼 처음엔 어딘가에서 붉은 빛을 쏘는 줄 알았대. 근데 그게 다 불이었어. 저 멀리 산등성이에서 불덩어리가 떨어지는 그 모습이 마치 지옥과도 같았다는 거야. 근우 씨는 순간 머리가 쭈뼛해져. 까딱 잘못했다가는 여기서 죽겠구나 싶은 거야. 바위 아래에 두고 온 고가의 낚싯대며, 잡은 고기를 챙길 틈도 없어. 근우 씨는 정신없이 방파제를 향해 달렸어. 일단 차에 타야겠다고 생각한 거야.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지만, 열심히 뛰어 드디어 방파제에 도착해. 그런데 그 순간, 너무 큰 소리가 나서 돌아봤더니, 근우 씨가 방금까지 지나온 산책로가 전부 불길에 휩싸였어. 무조건 살아야 된다… 있는 짐 없는 짐, 버릴 거 버리고 부리나케 도망갔죠. 차가 있던 방파제에 도착한 후에 데크도 싹 다 타버렸습니다. '큰일났다.. 와.. 이거 도망갈 수 있겠나?' 라는 생각이 좀 많이 들었었어요. 공포였어요. 말 그대로 공포였습니다. -김근우, 따개비 마을 화재 목격자 근우 씨는 일단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차 시동을 걸었어. 그리고 마을 밖으로 나가는 유일한 도로를 따라 언덕 위쪽으로 출발했어. 하지만 근우 씨는 얼마 가지도 못하고 차를 세웠어. 도무지 앞으로 갈 수가 없었대. 마을 밖으로 나가는 도로에 연기가 가득 차서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인 거야. 결국 근우 씨는 다시 방파제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어. 방법은 하나, 방파제 끝으로 대피해야 해. 붉은 화마가 지금도 맹렬한 기세로 마을을 집어삼키고 있었거든. 그날 근우 씨가 처음 불길을 인지했을 때 불길은 마을의 가장 위, 산등성이에 있었어. 산불이야. 그럼 2025년 3월, 그리고 산불. 떠오르는 거 없어? 그래 맞아. 2025년 경북 산불이야. 전국에 산불이 비상입니다. 현재 산불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은 경북 의성입니다. 산불 영향구역은 6천여 헥타르로, 어제 저녁 7시에 비해 20배 넘게 확대됐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 2025년 3월 22일부터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 된 '경북 산불.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라 불려. 불에 탄 산림 면적이 약 10만 헥타르에 달하는데, 서울 면적의 1.6배가 탔다는 거야. 지금 근우 씨가 있는 따개비 마을에는, 5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어. 이분들 어떻게 됐을까? 시간을 조금 돌려, 저녁 7시 40분이야. ▲ 불바다가 된 마을 시골 어르신들은 이 시간이면 일찌감치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하루를 마무리 할 때야. 따개비 마을에서 나고 자란 김영기 노인회장도 평소라면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 시간인데, 오늘은 졸음 꾹 참고 깨어 있어. 오늘 손흥민 선수가 출전하는 북중미 월드컵 예선 경기를 봐야 하거든. 그렇게 경기를 기다리고 있던 그때였어. 아아- 주민 여러분, 마을 뒷산 쪽에서 연기가 확인됩니다. 소지품을 챙겨서 대기하시길 바랍니다! 마을의 정적을 깨고, 스피커로 마을 이장의 목소리가 울려와. 그런데 안내방송을 들은 김영기 노인 회장은 좀 의아하다고 생각했대. 그때까지만 해도 창밖은 잠잠했거든. 그렇게 저녁 8시. 축구 중계가 이제 막 시작하려는데, 이장의 다급한 안내방송이 다시 들려와. 주민 여러분 빨리 나오세요! 차 있는 사람은 어르신들 태우고 지금 당장 방파제로 대피하세요! 방파제로 대피하라는 방송이야. 이장은 왜 방파제를 대피 장소로 삼았을까? 만약에 타이밍을 놓쳐서 정전이 되거나 하면 동네 어른들을 몰살시키겠다는 느낌이 딱 들더라고요. 일단 방파제에 내려가면 불길이 방파제 끝까지는 안 와요. 그래서 제가 대피하기 좋은 방파제로 내려가라고 했어요. 최고 안전한 곳이니까. 그 상황에서 방송으로 영덕 쪽으로 나가라고 했으면 가다가 다 죽었어요. -이미상, 따개비 마을 이장 방파제로 피신한 게 그게 신의 한 수예요. -김영기, 따개비 마을 노인회장 위에서부터 불길이 내려오고 있으니까, 마을의 아래쪽이면서 물과 최대한 가까운 방파제로 가야한다고 판단한 거야. 두번째 안내방송을 들은 김영기 노인회장은 다시 창밖을 확인했어. 저 멀리, 마을 위쪽 산 정상에서 마치 해가 떠오르듯 벌건 불덩어리가 모습을 확 드러냈어. 부랴부랴 슬리퍼만 신고 급히 문을 여는데, 갑자기 훅~하고 강한 바람이 불면서 이리저리 재가 날려. 그때야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구나' 생각했어. 다급한 마음에 방파제 쪽으로 향해. 그 길에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보행기를 끌고 힘겹게 걸어 내려가고 있어. 바로 그때, 이장이 차를 끌고 나타났어. (이장) 노인회장! 여기! 여기! (노인 회장) 이장! 빨리 어르신들 태워서 방파제로 가! 급한대로 근처의 어르신들부터 이장의 차에 실어 보내고, 노인회장도 달리기 시작해. 이때까지만 해도 방파제로 가는 이 길은 아직 불길이 닿지 않은 상태였어. 그렇게 도착한 방파제 쪽 상황은 어땠을까? 말그대로 아수라장이었어. 춥고 하니까 다 이불 덮어쓰고 머리를 서로 안고 전부. 어르신들이 다 그러더라고요. '아이고 불 붙었다! 누구 집이 탄다! 우리 집 불 붙었다' 그러면서 막 울고 그러더라고요. -김영기, 따개비 마을 노인회장 바람도 어마어마하게 불었어요 진짜. 사람이 버티지 모살 정도였으니까. -이미상, 따개비 마을 이장 이장과 노인회장은 인원파악을 시작했어. 그런데 몇몇이 안 보이는 거야. 주민들 중에 대피하지 못한 사람이 있었던 거지. 통신 불량으로 휴대전화 연결도 안됐어. 이장 부부는 다시 차를 타고, 마을 위쪽에 있는 집들로 향했어. 주변을 둘러보는데, 저쪽에서 사람 하나가 보여. 이웃집에 사는 친구였어. (이장) 거기서 뭐 해! 빨리 이쪽으로 와! 지금 대피 안 하면 위험해! 바로 그때였어. 산 높은 곳에서 불덩어리가 화살처럼 이장 부부 쪽으로 날아오는 거야. 마침 저희 집 뒤에 사는 친구가 먼 산의 불을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빨리 고함질러서 내려오라고 해서 차에 태워서 집사람하고 그곳을 딱 빠져나가는데, 저 높은 산에서 불이 직선으로 와서 차부터, 집부터, 공격하더라고요. 그래서 차에서 내리지고 못하고 당시에 집사람이 운전했으니까 '빨리 돌려라! 진짜 이러다 죽겠다!' 하며 방파제로 내려가려고 하니까 이미 마을 쪽에는 불이 붙어서 삽시간에 타더라고요. '도저히 안 되겠다…' 근데 마침 전화가 되길래, 제가 노인회장한테 전화를 했어요. '혹시나 가다가 우리가 잘못되면, 아마 방파제로 못 갈 것 같다 끝까지 피신을..' 그러는 찰나에 전화가 끊어져 버리더라고요. -이미상, 따개비 마을 이장 제가 그때 이장한테 전화받았는데 꼭 유언 비슷하게 하더라고요. -김영기, 따개비 마을 노인회장 시뻘건 화마가 코앞까지 들이닥친 상황에서 이장은 다행히 이웃집에 있던 친구를 차에 태울 수 있었어. 모두가 대피해 있는 방파제로 빨리 가야 하는데, 불이 번지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아. 이장이 있던 마을 위쪽을 태운 불길은 거센 바람과 함께 점점 몸집을 키우더니 거대한 불기둥으로 변했어. 심지어 불기둥을 타고 올라간 불덩이들은 이장 머리 위를 넘어 사방으로 날아다녔어. 결국 마을은 삽시간에 불바다가 되고 말아. 이제 불은, 마을의 방파제까지 위협하기 시작해. 결국 주민들은 방파제 끝으로, 더 끝으로. 마치 벼랑 끝에 선 것처럼 내몰리고 있었어. 그런데 지금 이 불길 속에 갇힌 사람이 있지? 바로 이장 부부와 차에 탄 친구. 가는데 불길이 너무 심하니까, 뻘건 불만 눈앞에 차오르는데, 나는 산다고 생각 안했어요. 그래서 와… 가다 보니까 옆에 차 한 대가 뒤집어져서 도랑에 쳐박혀 있고. '지옥 가는 길이 이런 길이구나…' 그래서 내가 옆에 집사람한테 손잡고 마지막 인사를 했어요. '여보, 혹시나 가다가 죽더라도 이게 인연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가자' 방법이 없다. 탈출구도 없고… -이미상, 따개비 마을 이장 이미상 이장이 죽음을 각오한 절체절명의 그 순간, 차량 앞 유리 너머 불길 사이로 흐릿하게 뭔가 보여. 바로 노란 중앙선이야. 중앙선이 보인다는 건 무슨 의미겠어? 어디가 됐든 도로라는 거잖아. 마침 길에 차가 없으니까 노란 중앙선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아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손을 잡고 '어디든 전속력으로 내라' -이미상, 따개비 마을 이장 어디든지 중앙선만 보고 전속력을 내서 가보자. 과연 이장 부부는 불길을 뚫고 갈 수 있었을까?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맞아야 했지만, 기적적으로 탈출에 성공해. 그런데 이장 부부가 필사의 탈출 끈에 도착한 곳은 방파제가 아니라 이웃 마을이었어. 앞이 보이지 않아서 마을 아래 방파제 쪽이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간 거야. 그런데 이장이 대피한 이웃 마을도 아비규환 그 자체였어. 피할 길이 없으니까. 이웃 마을에서도 마지막 방파제에 그 마을 주민들하고 다 몰려 있었죠. 방파제가 협소하고 좁아서 숨을 쉴 수가 없어. 그러니까 방파제 끝에 내려가서 파도 철렁거리는 그거 맞고, 또 한 사람씩 숨 급하면 내려가서 안쪽으로 들어가서 연기 피하고. 마을의 그물 같은 게 타니까 연기가 독해서, 숨 쉬러 나오지도 못해. -이미상, 따개비 마을 이장 엄청난 대재앙 앞에 있는 이 사람들, 과연 무사히 구조될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잠시 뒤에 알려줄게. ▲ 살려서 돌아오라 살아서 돌아오라 영덕의 해안 마을들을 덮친 이 '경북 산불'은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시작한 거야. 의성에서 영덕까지는 직선거리로 78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수도권으로 예를 들면 인천공항에서 남양주까지의 거리야. 이제부터 정말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펼쳐질 거야. 끝까지 잘 따라와 줘. 3월 25일 오후 5시 무렵, 경북 의성이야. 22일부터 시작된 산불이 아직 꺼지지 않고 있어. 산림청, 지자체, 군대, 소방, 경찰까지 총 투입된 헬기는 74대, 소방차를 포함한 진화 장비만 530대, 전국 각지에서 동원된 진화 인력만 무려 3천 7백 명이 넘어. 그 중엔 의성 산불 첫 날 포항에서 출동한 '경북119특수대응단' 소속의 강대현 대원도 있었어. 저희 같은 경우에는 경북 전체 혹은 필요에 따라서 타 시도에 지원 출동까지 하는 출동 범위를 가지고 있고. 대형화, 복합화된 화학 사고나 대테러, 붕괴나 매몰자 탐색 구조하는 것처럼, 일반 소방서에서 대응하기 힘든 특수 재난을 대응하고 있습니다. -강대현 소방장, 경북119특수대응단 한마디로 가장 위험한 화재 현장의 스페셜리스트라고 생각하면 돼. 강 대원과 동료들은 벌써 4일 째 쪽잠을 자며 진화 작업을 하고 있어. 그런데, 갑자기 지휘본부에서 의성 고운사, 대원 11명! RIT 상황! RIT 상황! 이라는 다급한 무전이 들어와. RIT는 Rapid Intervention Team이라고 직역하면 이제 신속 개입 팀이라고. 쉽게 말하면 소방관을 구하는 소방관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되고. 그날 유독 화재가 본격적으로 확산이 시작되었는데 지휘 본부에서 고운사에도 소방관들이 고립된 상황이 발생해서 RIT 상황이 발생했다는 무전을 보내왔습니다. -강대현 소방장, 경북119특수대응단 고운사에 고립된 소방대원 11명을 구조하라는 무전이야. 고운사는 경북 의성의 등운산 자락에 있는 큰 사찰인데, 지어진지 무려 1300년이 넘은 곳이야. 그런 고운사에 화마가 덮쳤고, 지금 소방관들이 고립돼 있다는 거야. 대형 사고현장에 출동하는 특수대응단이지만, 그날 고운사로 향하는 길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대. 도로 상황이 너무 심각했거든. 그래도 특수대응단은 지옥 같은 불길을 뚫고 달렸고, 이제 눈앞에 보이는 다리만 건너면 바로 고운사야. 그런데… 1분 1초가 급한 이 상황에 또 문제가 생겨. 이 다리가 폭이 좁아도 너무 좁은 거야. 게다가 진입로가 거센 불길에 막혀서 들어갈 수가 없어. 조금만 삐끗 해도 소방차가 다리에서 추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야. 그때였어. 다른 차에 타고 있던 팀장이 대원들에게 무전을 해. 마음 단단히 먹어라. 그리고 가족들한테 전화 한 통씩 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며, 가족들 목소리라도 한번 들으라는 의미였어. 팀장님이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을 때, 솔직히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나?'라고 생각이 들었던 거 같습니다. 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고, 일단 운전하면서 가는 시야도, 열기나 연기로 인해서 잘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고운사 안에 고립된 동료 직원들도 있었고, 저희 팀이 저 혼자 가는 게 아니고 다 같이 가는 거기 때문에 '무조건 가자'라고 마음을 다독였던 거 같습니다. -강대현 소방장, 경북119특수대응단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위기의 순간, 마음을 다 잡는 문구 하나가 있어. '살려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 마음을 다잡고 다시 길을 나서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 한시가 급해 마음이 타들어가던, 바로 그때였어. 대원님들 혹시 고운사로 가십니까? 제가 다른 길을 알고 있습니다! 다리 앞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 이 지역에서 근무하는 구급 대원이야. 고운사로 접근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알고 있대. 구급대원의 안내 덕분에 특수대응단은 드디어 고운사에 도착할 수 있었어. 그런데 현장 상황은 훨씬 심각해. 고운사 내 건물들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불타고 있었거든. 그리고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요구조자들은 보이지 않아. 하지만 강 대원과 동료들은 포기하지 않았어. 대원들 중 누군가 기지를 발휘해. 상황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정도로 현장 상황이 좀 좋지 않았고, 요구조자에게 저희 위치를 알리고자 사이렌을 울리면서 들어갔습니다. -강대현 소방장, 경북119특수대응단 고립된 동료들이 듣길 바라며 사이렌을 울려보는데, 모두의 간절한 기도가 통한 걸까. 저 멀리 불길 속에서 어떤 움직임이 보여. 고립되어 있던 동료 대원들이 소방차를 향해 달려오고 있어. 일단 그분들이 저희를 봤을 때 긴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그분들 표정에서 안정감을 좀 되찾았다고 해야 될까요. 그런 게 느껴졌고, 저희가 제시간에 도착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대현 소방장, 경북119특수대응단 다행히 그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어. 하지만 이날 산불로 인해 보물 가운루를 포함해서 건물 21개 동이 모두 전소됐어. 1300년간 그 자리를 버텨왔는데, 단 하루만에 잿더미로 변했어.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야. ▲ 또 다른 사투 그날, 의성에서 불을 끈 건, 소방관들만이 아니었어. 69세 신응국 씨도 있었어. 신응국 씨와 동료들이야.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약 7개월 동안 여기저기 순찰하면서 산불이 나지 않게 감시하는 직업, 바로 '산불감시원'이야. 각 지자체 소속으로, 산불 예방에 앞장 서는 분들이지. 그런데 응국 씨는 사실 이곳 의성 주민이 아니야. 그는 영덕에서 왔어. 신응국 씨로 말할 것 같으면, 영덕 일대에서 부지런함의 대명사로 불려. 15년 가까이 직업 두 개를 병행해 왔거든. 하나는 산불감시원, 다른 하나는 사과나무만 무려 5천 그루 농사를 짓는 농부야. 10년 전부터는, 첫째 아들 정우 씨네 가족도 영덕으로 귀향해서 가족 모두가 오순도순 사과 농사를 짓고 있어. 사과는 5년 뒤에 열리거든요 나무를 심으면. 저희는 영덕으로 내려오기 전에 아버지가 미리 나무를 심어 놨었어요. 그래서 와서 아버지와 같이 농사 지었죠. 아버지가 좀 부지런하세요. 결근 한 번 안하셨어요. 14년 동안. -신정우, 신응국 씨 아들 응국 씨는 사과 농사와 산불감시원 일을 병행하면서도 본인의 루틴을 어기는 법이 없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과수원 일을 하고, 오전 9시면 어김없이 면사무소에 출근 도장을 찍고 순찰을 시작해. 예순 아홉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산도 엄청 잘 타셨대. 영덕군 산불진화대 김영수 대장은, 응국 씨가 화재 현장에서 자신의 뒤를 맡길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이었대. 신영국 씨 같은 경우에는 영덕 말로 '에누리 없다'라고 하죠. 자기 맡은 일은 110% 이상 수행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단체 생활의 패턴은 퍼펙트하다고 봐야 안 되겠습니까. 순찰을 돌다가 만나면 '응국이 형님, 막걸리 한잔해야지요' 이랬죠. '추운데 따뜻하게 입고 근무하시고 상황이 발생하면 빨리 전화하시고' 그런 사이였죠. -김영수 대장, 영덕군 산불전문예방진화대 김 대장같은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이 호스를 들고 직접 진화 현장에서 불을 끈다면, 응국 씨처럼 산불감시원은 뒤에서 호스를 잡아 주거나, 잔불 정리를 한다고 해. 하는 업무는 조금 다르지만, 산불이 나면 한 팀처럼 움직이는 거야. 3월 25일, 그날도 그랬어. 응국 씨와 김 대장을 비롯한 8명의 사람들은 오전 7시 40분, 영덕에서 의성으로 향했어. 오전 10시 무렵 도착해서 진화 작업할 구역을 배정 받고 산을 오르기 시작해. 그런데 오늘은 좀 느낌이 달라. 가만히 있어도 긴장이 되는 거야. 김 대장은 4일 째 이 일대에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산이 너무 고요하더라는 거야. 마치 폭풍 전야 같았대. 심지어 날씨도 좀 이상해. 3월인데도 초여름처럼 기온이 높아서 땀이 뚝뚝 떨어져. 산불 진화 경험이 많은 김 대장은 발 빠른 대원들을 앞으로 보내서 미리 불길을 살펴. 그리고 대원들이 지나온 길을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아. 산을 계속 오르고 있는데, 만약에 불이 아래에서 올라오면 눈 깜짝할 사이에 불길에 휩싸여 고립될 수도 있기 때문이야. 그렇게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는데,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연기 때문에 눈앞이 안 보여. 호스 줄을 잡고 더듬더듬, 한 걸음 더 올라서는 순간. 어어! 저거 불기둥 아냐? 다들 엎드려!!!! 눈 앞에 나타난 건 엄청난 높이의 불기둥이었어. 그 높이가 웬만한 나무 높이를 넘어 서더래. 제가 8명을 데리고 올라갔는데 거기(배정구역) 가니까 산에 불길이 막 솟더라고요. 불기둥이라 하죠. 기둥의 높이가 100m 이상 올라갔으니까요. 저도 일한 지 10년 조금 더 되면서 대형 산불이라고 하는 건 다 경험을 해봤는데 2025년 경북 산불은 차원이 달랐죠. 저희는 사용하는 게 13mm 호스입니다. 그 불이 13mm 작은 호스로는 불을 아무리 꺼도 안 꺼져요. 끄면 다시 살아나고 끄면 다시 살아나고. 와… 바람이요, 정말 서 있기가 두려울 정도였어요. -김영수 대장, 영덕군 산불전문예방진화대 100m짜리 불기둥을 13mm 호스로 싸워야 했어. 오른쪽은 그날 김 대장과 응국 씨가 사용한 13mm 호스이고, 왼쪽은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40mm 호스야. 이 13mm 호스는 물을 뿌려도 불이 잘 꺼지지 않아. 그런데 그때, 갑자기 뒤쪽에서 물줄기가 하나 더 쏟아졌어. 의성군청 공무원들이었어. 의성과 영덕의 합동 작전인 셈이지. 이날 응국 씨와 김 대장은 7시간 만에 맡은 구역의 불을 끄고 산에서 내려왔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고된 진화 작업에 매달렸더니 체력이 바닥났어. 가만히 있어도 손발이 덜덜 떨릴 정도로, 그야말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바닥에 주저 않아 그제야 도시락을 한 숟갈 뜨려는데,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와. 오전에 9시 40분부터 산에 올라갔으니까 완전히 배터리가 방전이죠. 도시락을 먹고 앉아 있는데 '야! 김 대장 영덕에 불났다는데 빨리 가야 해' 그래서 '응국이 형님, 무슨 여기 불이 영덕까지 가려고요' 저도 무심하게 생각했다니까요. '설마 의성 불이 영덕까지 갔겠나' 했는데. 의성 불이 영덕으로 넘어온 거예요. -김영수 대장, 영덕군 산불전문예방진화대 3월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4일째 꺼지지 않더니, 안동, 청송, 영양, 그리고 영덕까지. 3월 25일 단 하루만에 불이 번진 거야. 응국 씨와 김 대장은 이날 아침 불을 끄러 영덕에서 의성으로 왔잖아. 지금 영덕에는 가족들이 있어. 현장에 있던 8명은 차를 타고 서둘러 영덕으로 출발해. 그런데 아침에 지나왔던 길인데, 같은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풍경이 달라져 있어. 이미 불길이 지나간 길을 응국 씨 일행이 뒤따라가고 있는 거야. 영덕 쪽으로 오면 올수록 '어? 이게 왜 여기까지 왔지? 이 불이 왜 이렇지?' 이미 도로 양쪽이 불에 다 탄 거예요. 불도 불이지만, 영덕에 있는 집사람은 어떻게 됐는지 걱정이 되는 거예요. 전화를 하니까 전화도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차에서 내려서 아스팔트를 딱 만지니까, 열기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거 천천히 가면 열만 가중되겠다. 타이어가 터지면 터지는 거고, 달려보자!' 그래서 막 달렸죠. 나도 그때 당시에는 운전을 내가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김영수 대장, 영덕군 산불전문예방진화대 지금 차에 탄 사람들은 모두 한 가지 생각뿐이야. 영덕에 있는 가족들의 안전. 운전대를 잡은 김 대장은 차가 버틸 수 있는 최대 속력을 냈어. 그런데, 사이드미러로 뒤를 본 김 대장이 깜짝 놀라. 엄청난 바람이 불면서, 뒤에서부터 불길이 차를 쫓아오고 있었던 거야. 김 대장은 엑셀 패달을 더욱 힘껏 밟아. 그리고 의성에서 출발한지 3시간이 지난, 9시 무렵. 오늘 아침에 모였던 사무실 주차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 도착해서는 갑자기 운전석에서 내리는데 형님이 저를 막 끌어안으시더라고요. '아이고 김 대장아. 살려줘서 고맙데이' 어쨌든 살았구나 하는 안도감이었죠. 저는 응국이 형님이 마지막에 이렇게 포옹하고 '살려줘서 고맙다' 그게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요. 여기에서 헤어질 때만 해도 '꼭 막걸리 한잔하시죠' 이랬는데, 그거 뭐.. 상상도 못할 일이죠 진짜. 내가 그 사람을 5분 정도 못 붙들어서 그런 건지. 자꾸 한숨 밖에 안 나와요. 그때 당시 생각하면. -김영수 대장, 영덕군 산불전문예방진화대 영덕에 도착해 짧은 인사 후 헤어진 김 대장과 응국 씨. 무사히 가족을 만났을까? 그건 잠시 후에 이야기 해줄게. ▲ 위기의 따개비 마을 김 대장과 응국 씨가 헤어진 그 무렵, 119 종합 상황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와. 여기 지금 경북 영덕에 석동방파제인데요. 어르신들이 여기 지금 다 고립돼 있거든요. 그런데 연기가 너무 많이 나서 빨리 어르신들을 좀 구해 주셔야 될 것 같아요. 지금 어르신들 핸드폰도 다 수신이 안 돼요. 이것도 왜 되는지 모르겠네요. 통화권 이탈이거든요. 석동 방파제 쪽에서 걸려온 신고. 바로, 따개비 마을의 방파제야. 낚시를 하러 왔던 근우 씨도, 한가롭게 저녁 시간을 보내던 마을 주민들도, 방파제 끝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어. 그 시각, 따개비 마을로 출동한 사람들이 있어. 울진 해양경찰서 강구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장 김성규입니다. 그때 당시 산불이 강화돼서 해안 순찰을 돌면서 보니, 차량 통행이 불가하다고 판단될 정도로 불길이 번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상황실 통해서 '석리항에 방파제 끝단에 고립자들이 모여있다' 강구파출소로 출동 지령이 내려온 걸 확인한 후에 바로 즉각 대응했습니다. -김성규 경장, 울진해양경찰서 강구파출소 따개비 마을로 가는 육로가 산불에 완전히 막혀버린 거야. 바다를 통해 접근하는 거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해안경찰인 김 경장도 산불 때문에 출동한 건 이번이 처음이래. 마을에 불길이 번진 지 이미 3시간이 지났어. 신고를 받은 김 경장과 동료들은 급히 연안구조정을 타고 방파제로 출동해. 연안구조정 내부는 긴장감이 감돌아.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더해, 영덕 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졌거든. 육지에는 산불이 났는데, 바다는 높은 파도가 넘실거려. 양쪽이 난리야. 그렇게 깜깜한 바다 위를 달리는데, 저 멀리서 벌건 하늘이 보여. 불길이 마을 아래까지 내려와, 태울 수 있는 것은 모조리 태우는 중이었어. 처음에 연안구조정으로 석리항 초입에 도착했을 때, 보이는 광경은 마을 전체가 불타고 있었고. 연기와 재가 많이 흩날리고 열기가 느껴지면서, 사방에서 외치는 소리들 이런 걸로 인해서 '구조가 시급하겠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성규 경장, 울진해양경찰서 강구파출소 신속하게 배를 대려는데, 구조정을 방파제에 댈 수 없다는 거야. 파도나 해일을 막는 용도로 설치되는 테트라포드 때문이야. 수심도 얕고 입구도 좁은데, 테트라포드까지 있어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 그때, 풍덩! 바다에 뭔가가 빠지는 소리가 나. 해경들이 바다로 뛰어들어 동력구조보드를 타고 방파제로 접근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주민들을 찾아 헤매는 해경들. 어디 있습니까? 어디 계세요? 여기 방파제에 다 있어요! 여기 30~40명 정도 됩니다! 당시 해경이 탄 동력구조보드는, 배는 아니야. 보드에 전동식 제트펌프를 달아 얕고 좁은 해안에서 쓰는 구조장비야. 해경의 계획은, 구조정을 방파제에 붙일 수 없으니, 동력구조보드에 주민들을 태워 한 명씩 배로 이송하는 거였어. 그런데 따개비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고령에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많아. 동력구조보드에 탑승하려면 차가운 바닷물에 들어가야만 해. 어르신들이 테트라포드에 내려가는 것조차도 힘든 상황인데, 추운 바다에 몸을 담그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그런데 모두가 난감해 하던 그 때, 김 경장 눈에 띈 게 있어. 대부분의 고립자분들이 고령이고 거동이 불편하시기 때문에 동력구조보드로 헤엄쳐서 나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이 됐고. 근처에 정박돼 있던 어선이 한 척 있었습니다. 그 배를 이용해서 나가는 작전을 구상했습니다. -김성규 경장, 울진해양경찰서 강구파출소 방파제에서 정박된 어선을 타고, 바다 위에서 다시 구조정으로 옮겨 타는 작전이야. 현재 상황에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야. 주민들이 어선에 오르려는데, 이것도 쉽지 않아. 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했잖아. 배가 작다보니 파도에 엄청 출렁거려. 주변은 온통 암흑인데 화재 때문에 재는 날아다니고. 거동이 쉽지 않은 어르신들이 어선에 탈 엄두를 못 내. 그런데 그때, 한 청년이 어르신! 제 등에 업히세요! 하며 나섰어. 따개비 마을에 낚시하러 왔던, 근우 씨였어. 방파제에 함께 고립됐다가, 어르신들을 돕기 위해 나선 거야. 그리고 아까 119로 걸려왔던 신고 전화, 그 주인공도 바로 근우 씨였어. 해경과 근우 씨가 힘을 합쳐서 마을 주민들을 옮기기 시작해. 그 결과는, 전원 구조 성공. 그날 따개비 마을 방파제에 있던 주민들은 모두 무사했어. 그렇게 재앙과도 같았던 하루가 지나가고, 다음 날 아침. 주민들은 다시 마을로 돌아왔어. 화마가 지나가고 처참하게 변해버린 마을. 더 이상 과거의 아름다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어. 지금도 억울하고 미치죠. 당시 생각만 하면. 아이고 참… 더 이상 말이 안 나옵니다. -이미상, 따개비 마을 이장 가장 애달프게 생각하는 게 가족사진. 그 다음에 우리 어르신들, 돌아가신 어르신들 영정 사진이 사라진 게 가장 안타깝게 생각해요. 되돌릴 수 없잖아요 그건. -김영기, 따개비 마을 노인회장 ▲ 사라진 아버지 화마가 휩쓸고 간 다음날, 3월 26일. 영덕 곳곳에선 아직 꺼지지 않은 잔불을 정리하느라 모두들 정신이 없어. 그리고 그 중에는 응국 씨의 아들 정우 씨도 있었어. 아들 정우 씨 역시 영덕에서 의용소방대로 봉사를 하고 있었거든. 어제부터 정말 정신없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현장에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찾아온 거야. 어제 밤에 아버지 응국 씨가 의성에서 영덕으로 돌아온다고 통화를 했는데, 그 뒤부터 연락이 안 된다는 거야. 정우 씨와 가족들을 하루 종일 수소문 해봤지만, 그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 결국 정우 씨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해. 그리고 몇 시간 뒤, 아버지를 찾았다는 소식이 들려와. 찾았다고 얘기하는데. 뭐... 무전으로 저는 옆에서 들었죠. 사망하셨다고… 그 얘길 들으니까 그냥 멍했어요. 아무 생각이 안 났어요. 실감이 안 났어요. 진짜 돌아가셨는지. TV로만 봤지, 진짜 이런 일이 우리 집에 생길 줄은 몰랐 죠. -신정우, 신응국 씨 아들 응국 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거야. 이건 신응국 씨의 시체검안서야. 사망의 원인은 '화재사 추정'. 그리고 사망 장소는 '도로'. 7번 국도 인근의 한 도로였어. 응국 씨는 대체 왜, 도로에서 죽음을 맞은 걸까? 25일 저녁 8시쯤 통화가 마지막 통화하셨어요. 그때 어머님이 그 얘기를 하셨어요. '오늘 오지 말고 시내에서 자고 내일 와요' 라고. 근데 아버지는 또 우리가 걱정되는 거지. 그래서 꾸역꾸역 오신 것 같더라고요. 제가 차를 끌고 (시신 발견) 현장에 가봤죠. 가봤는데, 아버지 차 근처 바닥에 있더라고요. 세 개가. GPS하고 무전기하고 전화기하고. 멀쩡한 게 없더라고요. 완전 다 타버렸더라고요. 차 껍데기만 남아 있었어요. 제가 봤을 때는, 차 안에서 무전을 하고 전화도 하고 그러다가 연락이 안 되니까 밖에 나와 그걸 땅에다 버리시고 대피를 하시다가 한 3~4m 가셔서 불을 만나서 돌아가신 거 같아요. -신정우, 故 신응국 씨 아들 아들 정우 씨 생각은, 아버지가 영덕에 도착해 김 대장과 헤어진 후 차를 타고 가족들에게 오던 중 갑자기 번진 불길을 피하지 못하신 거 같대. 근데 충격적이게도, 응국 씨가 숨진 곳의 반경 600미터 내에서 발견된 시신만 여섯 구야.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북 산불을 겪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어. '불이 이동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거야. 바람 때문이야. 매년 봄철에 강풍이 많이 불기는 하지만, 2025년 3월 25일 그날은 관측 이래 가장 강한 태풍급 바람이 불었어. 25일 오후부터 강풍 특보가 그 지역에 내려져 있었습니다. 초속 17m 이상이 되는 걸 태풍급 강풍이라 하는데, 최대 순간 풍속이 27.6m/s로 엄청나게 강했습니다. 산악 지역 같은 경우는 53m/s까지 관측 기록이 있습니다. 이건 태풍 중에서도 가장 강한 태풍에 해당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원명수,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과장 산불은 산의 경사면을 타고 위로 빠르게 이동하는 특성이 있대. 이때 강한 바람이 불면, 불길이 나무 윗부분만 태우며 엄청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데 이런걸 '수관화 현상'이라 불러. 그리고 불기둥 안에서 불 붙은 낙엽, 나뭇가지, 그리고 이게 솟구쳐. 바로 솔방울. 불 붙은 솔방울이 바람을 타고 솟구치면, 그야말로 재앙이 시작된다. 불화살이 쏟아지는 듯한 '비화 현상'이 발생한대. 만약에 강력한 바람과 바짝 마른 솔방울, 이 두가지가 만나면 더 빠르게 더 멀리 불이 번지게 되는 거야. 봄철에 우리나라 기상 특성은 일반적으로 남쪽의 고기압하고 북쪽의 저기압이 만나서, 가운데 바람골이 형성되는 게 일반적인 현상들이에요. 그날 그런 기상 부분이 딱 맞아떨어진 형태였고, 의성에서 영덕까지 삽시간에 산불이 대형화되는 그런 현상을 보였습니다. -원명수,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과장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거대한 붉은 괴물이 되어 불과 6시간 만에 영덕까지 도착했어. 그렇게 '2025 경북 산불'은 대한민국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어. 산림 당국에 따르면, 이 산불의 확산 속도는 평균 8.2km/h였다고 해. 자동차로 따지면 시속 60km로 달리는 빠를 속도라고 해. 우리나라의 역대 기록을 모두 깨는 사상 초유의 확산 속도였어. 사망한 응국 씨가 차를 타고 달렸지만 끝내 화마를 피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지. 형사들이 아버지를 못 보게 하더라고요. 시신이 훼손됐으니까. 장례식장에서도 (시신 상태를) 보면 평생 간다고, 그냥 좋은 모습만 기억하라고. 그래서 어머니하고 저는 안 봤어요. 우리 아이들도, 할아버지가 영덕군을 지키다가 돌아가셨다고. 그렇게 알고 있어요. -신정우, 故 신응국 씨 아들 ▲ 지키지 못한 약속 그리고, 실종된 가족의 행방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또 있어. 권갑순 권오목 남매는 안동에 있는 부모님 집 앞에서 그저 망연자실 할 뿐이야. 여기가 남매의 부모님 댁이야. 형체를 못 알아볼 정도로 전소됐어. 그래서 경찰이 부모님의 흔적을 찾을 때, 남매는 차라리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으면 했대. 하지만 화재 현장을 수색하던 경찰이, 전소된 집터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뼛조각을 발견한 거야. 언덕을 삭 지나면 부모님 집이 보이거든요. 삭 지나니까… 철판만 하얗게. 굴착기 와 있고 경찰하고 와 있더라고요. 한가지 생각밖에 없었죠. '살아만 계셔라', '어딘가에 계신다', '아무것도 나오지 마라' 했는데. 국과수에서 유골이 나왔다고 그러니까.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마지막 목소리도 못 듣고. 꿈에도 안 나와요. -권오목, 故권영우 김계웅 씨 아들 방문 앞에서 조그마한 유골을 또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보니까 거기는 아버지 계셨던 자리고, 거실에는 엄마가 있었던 자리예요. 우리 엄마 평소에 저희한테 그랬어요. '얘들아 나는 죽거든 화장하지 마라, 그냥 땅에 묻어줘' 근데 그걸 우리가 못 지켰으니 자식으로서는 평생 한이 맺히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부모 유언을 받아들인다고 하잖아요. 저에겐 그 말이 엄마 유언이나 마찬가지잖아요. -권갑순, 故권영우 김계웅 씨 딸 눈 앞에서 부모님이 뼈로 발견됐을 때, 남매는 정말 믿고 싶지 않았대. 산불이 번진 그날, 어머니 김계웅 어르신은 경로당에서 동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불이 난 걸 알고 급히 집으로 돌아가셨대. 주민들은 빨리 대피하자고 하는데, 어머니는 애들 아빠 데려가야 한다며, 집으로 향했대. 집에 있던 남편 권영우 어르신이 걱정돼서, 남편을 홀로 두고 떠날 수가 없었던 거야. 그렇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하루아침에 잃었어. 3월 22일 의성에서 시작해 영덕까지 번진 경북 산불은 무려 149시간 동안 산과 마을을 태우고 3월 28일에야 완전히 꺼졌어. 그 사이 27명이 사망하고, 3천 5백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어. 그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립식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어. 피해 금액만 1조 1306억 원으로 추정돼. ▲ 경북 산불이 난 이유 그런데 이 산불, 왜 났는지 알고 있어? 그 시작은 바로 의성군 괴산리야. 3월 22일 오전 11시 30분쯤, 소방서로 접수된 신고 내용이 있어. 접수요원 : 네, 119입니다. 신고자 : 저희 산불 나서요. 지금 할아버지 산소가 다 타고 있어요. 아빠랑 왔는데. 접수요원 : 위치가 어디예요? 신고자 : 위치를 지금 잘 모르겠어요. 완전 산 위라서요. 접수요원 : 산 올라가고 있어요? 불이? 신고자 : 불이 계속 북쪽으로 바람이 불다 보니까 산을 타고 올라가는 것 같아요. 헬기 타고 와야 될 거 같은데요. 헬기 안 되나요? 한 성묘객이 조상의 묘에 자란 나뭇가지를 없애겠다고, 그걸 라이터로 태우다가 불이 번졌다는 거야. 그리고 같은 날 2시 40분 의성군 용기리에서는 과수원에서 쓰레기를 태우다가, 또 같은 날 의성군 청로리에선 누군가 버린 담뱃불 때문에 불이 났어. 3월 22일 하루동안 의성에서 발생한 세 건의 실화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산불의 시작이었던 거야. 이 모든 게 한순간의 실수 때문이라는 거야. 지난 1월, 불을 낸 성묘객과 과수원 임차인 2명에 대한 1심 선고가 열렸어. 성묘객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과수원 임차인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어. 누군가의 안일한 행동 때문에 너무 많은 이들이 지금도 여전히 고통 받고 있어. 그들이 바라는 건 하나야. 저 아닌 다른 유가족들 있잖아요. 스물일곱 분의 유가족들. 저희들이랑 똑같은 생각일 거예요. 소각 행위를 최대한 못하도록 해주고, 산에 성묘 같은 거도 촛불이나 성냥 같은 건 무조건 못 들고 가도록 했으면 해요. 시간이 가면 잊힌다고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안 잊고 국민들이 이걸 인식하고 계속 조심하고, 더 이상의 큰 대형 산불은 안 났으면 좋겠습니다. -권갑순, 故권영우 김계웅 씨 딸 산불이라 하는 건 정말 겁납니다. 눈으로만 봐도 보이잖아요. 그러니까 '자나 깨나 불조심'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니거든요. 다져지고, 두드려지고, 맞아가면서 나온 단어가 '산불조심', '자나 깨나 불조심' 정말 불조심해야 합니다. -김영수 대장, 영덕군 산불전문예방진화대 무심코 만든 불씨가 어떤 재앙을 불러올지 모르니까, 철저한 예방으로 재앙이 반복되질 않길.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기름통 실린 선박까지 불길…순찰하던 해경 진화 나섰다 기름통 실린 선박까지 불길…순찰하던 해경 진화 나섰다 등록일2026.03.08 &<앵커&> 사건·사고 소식으로 뉴스 이어갑니다. 오늘(8일) 자정쯤 경남 거제 대포항에 정박해 있던 선박에서 불이 났습니다. 주변 선박들로 불이 번지던 상황에서 순찰하던 해경의 발 빠른 대응 덕분에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권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뿌연 연기와 시뻘건 불길이 한 선박 전체를 뒤덮더니 강한 바람을 타고 옆에 있던 배까지 덮칩니다. 오늘 자정쯤, 경남 거제 대포항에 정박해 있던 바지선에서 불이 났습니다. 배 2척을 태운 뒤 인근 선박으로 옮겨붙는 상황이 빚어졌지만, 순찰 중이던 해양경찰관이 이를 발견하고 초기 진화를 시도해 불이 더 번지지 않고 1시간 반 만에 꺼졌습니다. 다만 화재 진압 지원에 투입된 경찰관 1명이 연기를 들이마셔 치료를 받았습니다. [박양구/통영해경 거제남부파출소 팀장 : (배에) 큰 기름통이 한 세 통인가 네 통인가 있더라고요. 폭발음이 한 서너 차례 일어났습니다. 연기를 마셔서 정신이 좀 혼미했는데….] 해경과 소방 당국은 어선 주인 등을 상대로 화재 경위를 파악할 방침입니다. --- 오늘(8일) 새벽 0시 40분쯤에는 강원 춘천 후평동의 4층짜리 다세대주택 4층에서 불이 났습니다. 이 불로 60대 남성이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주민 10명이 대피했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 오늘(8일) 낮 1시 반쯤, 서울 강서구 양천향교역 사거리에서 40대 남성 A 씨가 운전한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쪽 차선 차량 3대를 들이받았습니다. 사고 직후 A 씨 차량에 불이 붙어 주변 교통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A 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약물 운전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이상민, 화면제공 : 통영해양경찰서·강원소방본부·서울 강서소방서)
오동민X노수산나, 5월 결혼…동갑내기 배우 부부 탄생 오동민X노수산나, 5월 결혼…동갑내기 배우 부부 탄생 등록일2026.01.14 배우 오동민(39)과 노수산나(39)가 결혼한다. 14일 두 사람의 소속사 미스틱액터스 관계자는 두 사람이 오는 5월 25일 서울 모 성당에서 결혼한다 라고 알렸다. 1986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지난 2019년 개봉한 영화 '아워 바디'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현재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오동민은 지난 2008년 연극 'nabis 햄릿'으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복권 3인조', '나쁜 남자', '판타스틱', '킹덤', '보이스3', '슬기로운 의사생활', '닥터슬럼프'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최근에는 '경도를 기다리며'에 출연했다. 노수산나는 지난 2008년 영화 '네 쌍둥이 자살'로 데뷔했으며, '숨바꼭질', '마돈나', '장산범' 등에 출연했다. 드라마 '프로듀사' '아르곤', '소방서 옆 경찰서', '신성한, 이혼', '보물섬' 등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으로 호평받았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버스 미끄러지고, 선박 충돌…'강추위·폭설'에 곳곳 사고 버스 미끄러지고, 선박 충돌…'강추위·폭설'에 곳곳 사고 등록일2026.01.11 &<앵커&> 일요일인 오늘(11일) 매서운 한파에 전국이 얼어붙었습니다. 호남과 제주도에는 많은 눈까지 내렸습니다. 폭설 탓에 버스가 미끄러지고, 선박이 교각에 충돌하는 등 사건·사고가 잇따랐습니다. 노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눈발이 쉴 새 없이 날리고, 도로 가장자리로 미끄러진 버스가 꼼짝도 못한 채 서 있습니다. 오늘 오전 10시 반쯤, 전남 목포의 한 시내버스가 인도와 차도 사이 빗물 배수로 경사면으로 미끄러졌습니다. [사고 목격자 : 비스듬하게 배수로 쪽에 이렇게 약간 도로가 미끄럽잖아요. 거기에 이제 들어가서 오도 가도 못하고….]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폭설 속에 승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고, 버스를 옮기는 데도 6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오늘 하루 동안 목포에는 20cm가 넘는 눈이 내렸습니다. 오전 6시 50분쯤에는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베트남 국적 2천500톤급 화물선이 천사대교 교각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습니다. 이 사고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선박 측면과 교각 일부가 파손됐습니다. 선장과 항해사 등은 눈이 많이 내려 주변이 어둡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고 해경에 진술했습니다. 오전 10시쯤, 전남 여수의 한 도로에서는 트럭이 미끄러져 난간에 부딪혀 운전자가 다쳤습니다. [원정현/전남 여수소방서 소방사 : 블랙아이스 (있는) 도로 때문에 미끄러지셔 가지고, 그 옆에 가드레일에 박으셨다고 해요.] 이 사고로 운전석 앞부분이 크게 훼손돼 운전자가 차량에 갇혀 있다가 구조됐습니다. 오늘 하루 강풍과 대설로 인해 항공과 여객기 90여 건이 결항했고, 소방 당국의 구조활동은 1천600건 넘게 접수됐습니다. (영상편집 : 박나영, 영상취재 : 김학일 KBC, 영상제공 : 여수소방서·목포해양경찰서)
25kg 견디며 40도 '펄펄'…아스팔트 위 사투 25kg 견디며 40도 '펄펄'…아스팔트 위 사투 등록일2025.07.25 &<앵커&> 극한의 폭염 속에서도 더위를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맞서는 이들이 있습니다. 두꺼운 방화복이나 무거운 안전 장비까지 착용해야 하는 제복 공무원들입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져도 시민의 안전을 위해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소방관과 경찰관의 하루를 최승훈, 권민규 기자가 따라가봤습니다. &<기자&> 오늘(25일) 오전 폭염 경보가 내려진 인천. 소방대원들이 다급히 소방차에 몸을 싣습니다. 물류창고에서 직원이 벌에 쏘였다는 신고가 접수된 겁니다. [소방관 : 소독만 하는 건데, 이거 병원 가보셔야 해요. 만지지 마시고.] 응급처치는 기본, 벌집을 안전하게 제거합니다. [최성규/인천 서부소방서 소방교 : 말벌 보호복입니다. 말벌은 구멍이 보이는 순간 거기로 침투하려는 습성이 있어서 모든 구멍을 차단하기 위해서.] 소매와 옷깃 곳곳을 빈틈없이 동여매 열기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습니다. 흘러내리는 땀을 제대로 닦을 새도 없이 병원에서도 말벌에 쏘였단 신고가 들어와 바로 출동합니다. 벌집을 떼어 비닐봉지에 넣고, 살충제를 뿌리고 나자 얼굴은 땀범벅이 되고, 가슴에선 40도 넘는 열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최성규/인천 서부소방서 소방교 : 저희가 땀을 흘리면 누군가는 땀을 흘리지 않아도 됩니다.] 화재 신고가 들어오면 한여름에도 두꺼운 방화복을 착용해야 합니다. 안전장비와 공기통까지 착용하면 소방관 1명이 짊어져야 하는 무게는 25kg에 달합니다. 직접 입어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턱 밑까지 차오릅니다. [숨 쉬기도 힘들어요. 숨 쉴 수가 없습니다. 뛰려고 해도 몸이 안 움직여요.] [최성규/인천 서부소방서 소방교 : 저희가 (옷을) 풀어헤치면 시민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그거는 저희가 타협할 수 없는 거죠.] 폭염 속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건 비단 소방관만의 몫은 아닙니다. ------ 도로 위에서 한낮의 열기를 고스란히 마주하는 경찰관들도 있습니다. 출근길 차량이 몰리는 아침 8시, 편도 5차로 도로 가운데에 SUV 차량이 베터리 방전으로 멈춰 섰습니다. [저희가 밀어드릴 테니까 핸들 조작해서 (갈게요.)] 견인차가 차량을 옮기는 동안 안전고깔을 설치하고 차량 정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입니다. 오전인데도 도로 옆 하수관 덮개 온도가 측정불가로 나올 만큼 무더운 날씨. 바쁘게 뛰어다닌 경찰들의 얼굴엔 연신 땀이 흐릅니다. [하홍준 경장/동대문경찰서 교통안전계 : 아스팔트가 가열돼서 열이 저희한테 전달돼서 더 더운 것 같습니다. 애로사항이 많지만 그래도 열심히 근무하고 있습니다.] 햇볕이 가장 뜨거운 낮 1시, 광화문광장을 지키는 기동경찰들도 폭염과 사투를 벌입니다. 함께 10분 정도 서봤는데, 머리가 핑 돕니다. 1시간 간격의 교대근무만 하루에 서너 차례, 기초질서 확립이라는 사명감으로 오늘도 버틸 수 있다고 말합니다. [유동균 순경/서울경찰청 제3기동단 32기동대 : 날씨가 덥다 보니까 마음 같아서는 저도 분수대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아이들이 분수대를 시원하게 즐길 수 있게 잘 지켜보는 게 제 역할입니다.] 불볕더위에도 묵묵히 흘리는 누군가의 땀방울이, 우리의 안전한 일상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최준식, 영상편집 : 최혜란)
[단독] 아빠가 때려 채팅창은 낄낄…그놈 목소리 실체 [단독]  아빠가 때려  채팅창은 낄낄…그놈 목소리 실체 등록일2025.07.14 &<앵커&> 경찰서와 소방서 같은 공공기관에 장난전화로 허위신고를 하고 이 장면을 생중계하면서 후원금을 챙기는 채널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경찰은 이 채널이 이런 행위를 수년간 해왔던 것으로 보고, 조만간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계획입니다. 김보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음성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의 한 채널, 운영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어디론가 전화를 겁니다. [(파출소 ○○입니다.) 여보세요. (네, 말씀하세요.) 아저씨. (네.) 아빠가 때려요. (어딥니까?) 집이요.] 음성 변조된 목소리로 아이와 아버지 흉내를 내고 폭행 소리까지 연출하면서 아동 학대 신고를 합니다. [누구세요? (여기 파출소입니다.) 파출소에 전화를 해? 야 이 ○○야. (엄마는 어딨는데? 엄마.) 몰라, 집 나갔어. 아빠가 때려서 나갔어.] 이번에 전화한 곳은 주한영국대사관. [누나, 납치당했어요. (어딘데요?) 옆에서 총을 겨누고 있어요. (어디인지는 몰라요? 이태원동이에요? 선생님, 휴대전화번호가 조회가 안 돼서 어딘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럼 누나 일단 나랑 화장실로 가볼까?] 장난전화를 의심하자 욕설과 함께 조롱합니다. [(선생님 여기 장난치는 데 아녜요. 저희 이거 긴급전화라서 끊겠습니다.) 아니 ○○○아. 녹음하고 있지? 녹음해. 어쩔 건데?] '7시 욕배틀'이라는 이름의 이 채널에는 실시간 접속자가 수백 명에 달합니다. 채널 운영자는 허위 장난전화가 끝나자 후원금을 요구합니다. [채널 운영자 : 여기 입금해 주면 돼. 내가 아까 말했지? 1만 원에 (장난전화) 한 번씩 한다고.] [채널 목격자 : 많으면 한 사람이 100만 원씩 보낼 때도 있고. 자기네들이 '이렇게 위험한 거 하니까 돈 보내라' 이런 식으로….] 수년간 운영된 걸로 추정되는 이 채널은 스카이프 등 앱으로 추적을 피하며 공공기관들에 장난전화를 해온 걸로 파악됐습니다. 지난해 10월 밤새 대대적인 경찰 수색까지 이뤄진 어린이대공원 폭발물 설치 허위 신고도 이 채널 운영자가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채널 목격자 : 직접 봤어요. 음성 변조해서 어린이대공원에 폭발물 설치했다고 장난 전화를 했는데 새벽에 특수부대랑 다 출동했다고 뉴스가 뜨더라고요.] [안지성/변호사 : 장난전화 수준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으로 이뤄지고 있고 그로 인해서 수익까지 창출해 내고 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해당 채널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곧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안여진, VJ : 노재민)
고속도로 달리던 SUV '활활'…운전자 숨진 채 발견 고속도로 달리던 SUV '활활'…운전자 숨진 채 발견 등록일2025.07.12 &<앵커&> 오늘(12일) 오전 경기 안성의 에어컨 보관 창고에서 불이 났습니다. 충남 청양에서는 달리던 차량에서 불이 나 운전자가 숨졌습니다. 주말 사건·사고 소식은 신용일 기자입니다. &<기자&> 뿌연 연기가 하늘을 뒤덮습니다. 오늘 오전 11시 50분쯤 경기 안성시 원곡면의 한 에어컨 보관 창고에서 불이 났습니다. 검은 연기가 도로까지 퍼지면서 소방 당국은 지휘차 등 31대와 인원 85명을 투입해 1시간여 만에 큰 불길을 잡았습니다. 창고 안에 있던 근무자 1명은 스스로 대피해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 검게 그을린 차량이 뼈대만 남았습니다. 오늘 낮 12시쯤, 충남 청양군 익산평택고속도로 부여 방향 청양나들목 근처에서 주행 중이던 SUV 차량에 불이 났습니다. 23분 만에 불은 꺼졌지만 운전자는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 오늘 새벽 3시 30분쯤에는 경남 창녕군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 방향으로 달리던 8.5t 화물차를 25t 트레일러가 뒤에서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앞서 가던 화물차가 옆으로 쓰러졌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경찰은 곡선 구간에서 차선 변경을 시도하다 사고가 난 걸로 보고 있습니다. --- 오늘 오전 충남 태안군 백사장해수욕장에서는 튜브를 타고 놀다 해상으로 떠밀려 가 표류하던 10대 남자아이가 해경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영상편집 : 이승열, 화면제공 : 충남청양소방서·태안해양경찰서·송영훈)
[꼬꼬무 찐리뷰] 죽인 사람 더 있다 연쇄살인마 강호순 자백 영상 최초 공개…아직 밝히지 못한 진실은? [꼬꼬무 찐리뷰]  죽인 사람 더 있다  연쇄살인마 강호순 자백 영상 최초 공개…아직 밝히지 못한 진실은? 등록일2025.07.04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3일 방송된 '특집 : 더 리얼' 3부작 중 두 번째 '연쇄살인마 강호순의 곡괭이' 편입니다. 특별히 프로파일러 권일용이 이야기꾼으로, 장현성이 이야기 친구로 나섰고, 방송인 장예원과 야구 레전드 김태균 또한 리스너로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사상 최악의 범죄자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보여줄 게 있어. 이 곡괭이는, 범죄자와 관련이 있는 물건이야. 권일용 프로파일러가 면담한 범죄자들이 거의 1000명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뻔뻔하고, 오만하면서도, 아주 기분 나쁜 기억으로 남아 있는 놈이 바로 이 곡괭이의 주인이라고 해. 범행부터 검거, 그리고 자백까지 무려 1200일에 걸친 검거 풀스토리를 들려줄 거야. 게다가 '꼬꼬무'의 '특집: 더 리얼'답게 방송 사상 최초로, 범인이 실제로 자백하는 진술 영상도 공개될 예정이야. 프로파일러 권일용과 함께 들려주는, 더 리얼한 오늘의 이야기. 지금 바로, 시작할게. 때는 2005년 10월 30일 일요일 새벽. 안산 소방서에 화재 신고가 접수됐어. 불이 난 곳은, 방이 두 개 딸린 다세대주택의 반지하 집. 119가 곧바로 출동했고, 다행히 불길은 금방 잡혔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명 피해가 있었어. 안방에서 잠을 자던 노모와 그녀의 딸이, 숨진 채 발견된 거야. 잠시 후, 소방관이 모녀의 시신을 수습해 반지하 계단을 오르던, 그때였어. 한 남자가 달려오더니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해. 바로 사망한 딸의 남편, 강 씨야. 강 씨는 이날 같은 집 작은방에서 어린 아들과 잠을 자고 있었어. 그러다 매캐한 연기에 눈을 떴고, 필사적으로 방범창을 뜯은 끝에 아들만 데리고 겨우 탈출을 했던 거야. 한순간 사랑하는 가족을 둘이나 잃은 강 씨, 마음이 어땠을까? 그런데, 현장을 조사하던 경찰이 슬픔에 잠겨 있는 남편을 보면서 이상한 얘길 해. 뭐지? 내가 잘못 봤나? 아니 아까 시신 수습할 때요. 저 남편이란 사람이 안방에 들어와서 시신을 빤히 보고 있길래, 제가 현장 들어오면 안 된다고 내보냈거든요? 근데... 왜 지금 처음 보는 사람처럼 우는 걸까요? 알고 보니까, 경찰이 현장 조사를 할 때 남편이 안방에 들어와서 시신을 빤히 보고 있었다는 거야. 그런데도 아내와 장모의 시신이 나오자 마치 사망 사실을 처음 안 것처럼 뒤늦게 오열을 한 거지. 좀 행동이 이상하지?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어. 그날 화재 현장을 찍은 건데, 보면서 이상한 점을 찾아봐. 주로 많이 탄 게 거실 부분이 많이 탔었고. 남편이 있던 방은 연기만 들어가 있던 상태였거든요. 화재를 먼저 보고 본인이 연기를 많이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탈출해서 그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보는 거죠. -현장 출동한 소방관 거의 전소가 된 안방에 비해 남편이 있던 방은, 불이 났나 싶을 만큼 깨끗해. 게다가 남편 강 씨는 부상도 심하지 않았대. 그런데도 안방에 있던 아내와 장모를 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거야. 왜 그 소리를 안 하냐고. (옆방에)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사람이 있다고 했으면 그걸 뜯어서 어떻게든 구했을 거 아니에요. 부인이나 장모님 있으니까 소리를 질렀다든가 하면 가봤을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었으니까. -목격자들 근데 진짜 이해가 안 되는 건 이거야. 남편이 뜯고 나왔다는 방의 방범창을 찍은 건데, 창틀을 고정하는 나사를 한 번 봐봐. 나사가 반만 고정이 되어 있지? 마치 미리 풀어놓은 것처럼. 어쩌면 남편은 불이 날 걸, 미리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남편의 행동, 좀 수상하지 않아?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까 남편 강 씨,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냐.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사의 이야기를 들어봐. 그(사건) 당시에 여러 자료들을 저희가 신속하게 모아서 과연 살인인지 사고인지 라는 것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규명했습니다. 그 결과 99년부터 차량 도난, 화재, 그리고 운영했던 순댓집 화재 사건을 비롯해서 총 여섯 일곱 차례 정도 (화재) 보험금을 많이 받았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방화가 발생한 2005년 10월경에 부인이 사망했을 경우에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을 갑자기 들기 시작합니다. 수억 원의. 그리고 주말에 (사고가 발생하면) 또 보험금이 더 나오는 그런 상품으로 했고. 심지어 본인이 사고나 화재가 난 것을 위장해서 (어떻게) 보험금을 탔는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도 몇 명이 확인됐습니다. -손영배, 당시 안산지청 검사 검찰이 수사를 통해 남편 강 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와 장모를 방화로 살해한 사실을 밝혀낸 거야. 게다가 아내 장례 직후, 남편이 보험사에 보험금을 문의한 녹취도 확보했어. 그 녹음 파일엔 이런 대화가 담겼어. 남편: 저희 집사람이 무배당 **보험 우량체에 들었거든요. 근데 지금 그 사람이 사망했거든요? 상담원: 죄송합니다만, 어떤 이유로 사망하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남편: 처가 집에 불이 나서요. 상담원: 주 계약 5천만 원과 재해 사망 보험금 5천만 원 해서 1억, 그리고 종신보험에서는 1억 1800만 원과 사망 특약에서 5900만 원 지급해 드리고 있습니다. 남편: (밝아진 목소리로) 그렇게 많이 나오는 거예요? 몇 가지가 나오는 거예요? 상담원: 두 가지에서 받아 보실 수 있는데요. 죄송합니다만 배우자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남편: 강호순이요. -보험회사 녹취 파일 中 남편의 이름은 강호순. 이 이름 들어봤지? 아마 이 사진도 본 적 있을 거야. 강호순은 2009년, 대한민국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이야. 그의 손에 희생된 피해자만 무려 10명. 그중엔 하루 간격으로 살해된 피해자들도 있었어. 계획부터 실행까지 아주 철저하게 범행을 준비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범죄자야. 그런데 말야, 피해자 10명. 정말 이게 다일까? 놀라지 마. 강호순의 희생자... 아직 밝혀지지 않은 '두 명의 여성'이 더 있어. 숨긴 게, 하나 있습니다. -강호순 10+2, 아직 풀리지 않은 강호순의 살인 미스터리. 그가 오랜 기간, 꽁꽁 숨겨왔던 범행의 흔적이, 아까 봤던 그 곡괭이에 남아 있어. 지금부터 강호순의 살인 미스터리를 파헤쳐 볼게. ▲ 사라진 여인들 사건은 스산한 겨울바람과 함께 시작됐어. 2007년 1월, 경기도 화성. 한 여성이 퇴근길을 서두르고 있어. 인근 회사에서 경리로 일하는 50대 박 씨야. 해는 또 왜 이리 짧아졌는지 아직 6시도 안 됐는데 벌써 어두컴컴해. 괜히 으스스한 기분에 박 씨가 걸음을 서두르던 그때, 딸한테서 전화가 왔어. 여보세요? 아~ 딸! 엄마 버스정류장 거의 다 왔어. 금방 갈게~ 기다려~ 그런데, 금방 집에 온다던 엄마가... 안 와. 버스가 늦나 싶어 딸이 다시 전화를 걸어 보는데, 전화를 안 받아. 결국 그날 엄마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어.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엄마가 실종된 거야. 곧바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어. 일단 휴대전화 위치추적부터 해봤지. 그랬더니 버스정류장으로부터 약 1시간 반 떨어진 거리에서 배터리가 분리된 채 버려진 휴대전화가 확인됐어. 근데, 그게 다야. 카드내역, 통신 기록, CCTV... 그 어디에도 흔적이 전혀 없어. 버스정류장에서 연기처럼 증발해 버린 박 씨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런데 3일 뒤 새벽, 경기도 화성에 이어 안양에서 또 한 명의 여성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이번엔 노래방 종업원으로 일하는 30대 김 씨. 놀랍게도 김 씨 역시, 실종 이후 휴대전화 배터리가 분리된 사실이 확인됐어. 이 두 사건, 관련이 있을까? 근데 이번 김 씨 사건엔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어. 바로 목격자. 동료 직원이 말하길, 김 씨가 노래방 손님으로 온 30대 남자를 따라나선 뒤로 행방이 묘연하다는 거야. 하지만 이번에도 이렇다 할 흔적은 없는 상황이야. 3일 간격으로 경기도에서만 두 명의 여성이 실종됐어. 게다가 단순 가출로 보기엔 생활 반응도 전혀 없고. 어쩌면 이거, 강력 사건일지도 몰라. 곧바로 경기지방경찰청에 수사팀이 꾸려졌어. 수사 지휘를 맡은 이는, 박학근 경무관. 그는 연쇄살인마 정남규 사건의 형사과장을 맡았던 분이야. 그리고 박 경무관은, 정남규 검거 당시 도움을 받았던 자신의 경찰 후배에게 또 도움을 요청해. 누군지 만나볼게. 프로파일링이라는 수사 기법은 그 범죄자의 행동을 분석하는 작업들입니다. -젊은 시절의 권일용 맞아. 국내 프로파일러 1호, 권일용 교수야.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프로파일링 기법을 수사에 도입해 유영철과 정남규의 자백을 이끌어 냈던 분이야. 연쇄살인마 둘을 잡아넣고, 이제 겨우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그때 딱! 이 실종 건이 터진 거지. 2000년 초반에 유영철 사건과 정남규 사건을 거치면서 정말 필요하다라는 것이 대두되어 경찰청으로 확대가 된 팀이 프로파일링 팀이에요. 이제 팀이 꾸려지고 사무실이 만들어졌으니까 전국에 있는 미제 사건들을 수집해서 우리가 분석할 내용들을 찾아보자라고 문서 작업을 막 하고 있는데, 경기경찰청에 있는 박학근 경무관이 저한테 전화가 왔어요. 내가 수사부장으로 왔는데, 이상한 실종 사건이 있다. 네가 와서 분석을 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권일용 다음 날,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실종사건 수사본부가 있는 경기지방경찰청으로 향했어. 그리고 최근 관내에 접수된 여성 실종 사건이 있는지,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다른 실종 사건부터 살펴봤어. 바로 '케이스 링크(Case Linkage)'를 찾기 위해. 케이스 링크는 쉽게 말해 사건들의 연쇄성을 말해. 비슷한 사건이 동시에 벌어졌을 때, 사건들 사이 연결고리를 찾고 같은 범인의 소행인지 공범이 있는지 확인하는 수사기법이야. 그렇게 내용을 쭈욱 살펴보는데, 순간 몸에 쫙 소름이 돋아. 2006년 12월 14일 새벽, 군포에서 실종된 40대 배씨. 12월 24일 새벽, 수원에서 실종된 30대 박씨. 그리고 이듬해 1월, 3일 간격으로 실종된 두 여성까지. 한 달 새 발생한 여성 실종 사건만 4건이야. 게다가 4명 모두 실종 직후 휴대전화 배터리가 분리됐는데, 그 위치가 어디냐? 바로, 경기도 화성이야. 근데 '경기도 화성' 하면 떠오르는 사건 없어? 맞아, 영화 '살인의 추억'의 실사판 '화성 연쇄 살인 사건'. 2019년에 범죄자 DNA 대조로 이춘재가 진범으로 밝혀졌지만, 이때는 2007년이야. 당시만 해도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이 미제로 남아 있을 때야. 그럼 혹시 이 4건의 실종 사건 역시, 놈이 저지른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범행 패턴이나 수법이 많이 달라. 그래서 이번에는, 실종 사건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보기로 했어. 일단 실종자가 모두 여성이지? 그리고 지역은 경기도고. 실종자 직업을 보고, 처음엔 노래방 종업원을 노리나 싶긴 했대. 근데 또 세 번째 실종자는 회사원이야. 퍼즐이 안 맞지? 연령대도, 실종 시간도 제각각이고. 그럼 혹시 동일범의 소행이 아닌 걸까? 그런데 그때! 박학근 경무관으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어. 경기도에서 또 한 명의 여성이 실종된 거야. 실종자는 스무 살, 대학생. 실종 장소는 버스정류장. 게다가 이번에도 역시나, 휴대전화 배터리는 분리됐어. 어때? 이전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어 보여? 만약 이 모든 실종 사건의 범인이 한 명이라면, 그는 어떤 사람인지, 또 왜 이 지역에서 범죄를 저지르는지를 알아봐야 해.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사건이 발생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어. '직접 범인이 되어 보자'는 마음으로. ▲ 범인을 잡아라 그때 제가 너무 답답해가지고, 도대체 피해자들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이걸 너무 알 수 없으니까. 현장에 나와서 몇 시간 서 있었던 이런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이렇게 따뜻하고, 차들도 많이 다니지만. 그때만 해도 영하 10도 이하의 아주 추운 날, 이면도로였어요. 거의 차들도 안 다니고 또 뭐 해가 일찍 지니까 되게 스산한 이런 느낌이었죠. 그중에 한 곳은 완전히 정말 그냥 공장 단지여서, 누군가 차를 가지고 출퇴근하지 않는다면 버스를 당연히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또 그 버스가 1시간 2시간에 한 번씩 오는 이런 상황이어서, 딱 그 시간에 나와서 한 번 버스를 놓친다면 굉장히 곤란해지는 그런 상황이었죠. -권일용 프로파일러 그렇게 매일 정류장에 가서 한 몇 시간씩 앉아있었더니, 이전엔 몰랐던 엄청난 단서들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해. 그래서 그렇게 서 있으니까, 뭐 버스들이 오면 '아닙니다' 할 정도로 이제 (장소의) 특성을 알게 됐는데. 트럭이 한 대 서더니 '아 추운데 거기 서 있지 말고 그냥 내가 큰길까지 모셔다 드릴 테니 타세요'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아니 그냥 타세요, 돈 안 받아요' 이렇게 얘길 하길래. 이게 수법이었구나 이게 수법이고 도구였구나, 피해자들이 교묘하게 속아서 탈 수 있는 방법은 이거밖에 없었구나. -권일용 프로파일러 범인이 이용한 게 바로, 차량이었어. 교통이 워낙 불편한 지역이다 보니까 가까운 거리는 주민들끼리 서로 태워주는 문화가 있었던 거야. 만약 범인이 이런 상황을 이용했다면? 버스정류장에서의 실종 상황이 어느 정도 납득이 되지? 근데, 여기서 또 하나 걸리는 게 있어. 아무리 동승 문화가 있다고 해도, 모르는 남자의 차를 선뜻 탈 수 있을까? 쉽지 않겠지? 그래서, 여성들이 이 차를 타도 위험하지 않겠다, 싶게 범인이 차에 어떤 장치를 했겠구나 싶었어. 예를 들면, 가족사진을 붙여 놓는다든지 아니면 종교 표식이랄지. 이런 걸 '후광효과'라고 해. 그 사람보다 주변의 물건을 통해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을 주는 거지.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이 단서들을 조합해 범인을 '차량을 소유한 30대 남성', '그리고 신뢰감을 주는 인상을 가진 자'로 특정했어. 수사는 급물살을 탔어. 차량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도로에 설치된 CCTV를 죄다 끌어 모아 뒤졌어. 인근에 사는 전과자, 또 노래방에 오는 진상 손님들까지. 일단 낌새가 수상하다 싶은 남자들은 죄다 불러 조사를 해 봤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는 거야. 수사하는 사람 입장에선, 미치는 거지. 그런데, 진짜 이상한 일은 지금부터야. 마지막 실종자가 발생한 2007년 1월 7일. 그날 이후로 활동이 뚝 끊겼어. 놈이 움직이질 않아. 한 달, 두 달, 계절이 바뀌고 해가 넘어가도 거짓말처럼 잠잠해. 어떻게 된 걸까? 보통 연쇄 범죄자의 경우 이런 식으로, 공백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어. 전문 용어로 '심리적 냉각기'라고도 하는데, 수사망이 좁혀올 때 자신을 감추기 위해서, 혹은 이전 범죄를 스스로 연구하는 경우에도 냉각기가 찾아올 수 있대. 실제로 유영철은 4개월가량 냉각기를 가진 후 무려 11명을 더 살해했어. 그러니 아직은 안심할 수 없지. 그러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어. 마지막 실종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쯤 되어가던 어느 날. 권일용 프로파일러가 또 다른 미제 사건들을 분석하느라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을 때였어.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오는데 어떤 한 단어가 귀에 확, 꽂히더래. 지난달 19일 경기도 군포시에서 귀가 중이던 여대생 한 명이 실종돼 경찰이 공개수사에 나섰습니다. 이 여대생은 실종 당일 오후 3시쯤 군포시 산본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모습이 확인된 뒤 30분쯤 지나서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고 이어 4시간쯤 뒤 돈이 인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마을버스, 그리고 전원이 꺼진 휴대전화. 게다가 지역은 경기도 군포. 놈이 다시, 나타난 걸까. 일단 관할 경찰서의 협조를 받아 범인의 모습이 찍혔다는 은행 CCTV부터 자세히 확인했어. 과연, 여성 연쇄 실종 사건의 범인이 맞을까? 일단 남자의 모습에서 눈에 띄는 점, 비밀번호를 누를 때 손에 뭔가를 끼고 있었어. 바로 남성용 피임 기구야. 지문을 안 남기려는 의도 같은데 하필? 느낌이 좀 쎄하지? 게다가 머리엔 가발까지 썼어. 마치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고 일부러 변장한 느낌이랄까? 여기서 프로파일러의 심리전이 펼쳐져. 언뜻 보면 앞선 실종 사건과 CCTV 속 범인은 다른 사람으로 보이기도 해. 근데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이걸 보자마자 '이놈이구나' 확신했대. 일단 표면상 드러나는 것이 은밀하게 돈을 뽑아가도 모자랄 판에, 아주 밝은 색의 옷에 가발을 쓰고 나타났다고 하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위장이라 봐야 합니다. 피해자의 카드를 써서 강도가 지금 은행에서 돈을 빼갔다는 것을 수사팀에서 알기 위한 의도가 저는 있었다고 봐요. 이건 뭡니까? 범죄자로서는 자기가 저지른 기존의 범죄의 목적과 동기를 다른 걸로 바꾸는 거예요. 기존에 일어난 연쇄 사건으로 나를 추적하지 마라는 강렬한 메시지일 가능성이 높다… -권일용 프로파일러 한마디로 범인이 형사들의 시선을 돌리려고 트릭을 쓴 거야. 하지만 누굴 속여. 그런 수작 따윈 프로파일러 앞에서 안 통하지. 곧바로 범인의 얼굴이 담긴 수배 전단지가 쫙 뿌려졌어. 형사들은 이 더벅머리 가발을 쓴 남자를 연쇄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어. 여대생이 실종된 군포 버스정류장과 휴대전화가 꺼진 위치, 그리고 은행까지. 동선상에 있는 모든 CCTV를 죄다 끌어모아 이 잡듯 뒤졌지. 그렇게 찾아낸 CCTV가 무려 300개. 근데 이건 놀랄 일도 아냐. 이 300개의 CCTV에 찍힌 차량의 수가 약 7천 대. 어마어마하지? 형사들은 범인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화면을 돌려보고, 멈춰보고, 다시 보고... 몇 날 며칠 밤을 새워가며 CCTV를 뒤지기 시작했어. 하지만 은행 CCTV 영상 속 남자와 비슷한 행색을 한 운전자는 물론, 수상한 차량도 찾아볼 수 없어. 그렇게 한 일주일쯤 지났을까. 한 형사의 눈에 수상한 차량 한 대가 포착됐어. 바로 이 장면이야. 사진 속 운전자의 오른손을 주목해서 봐봐. 잘 보면 운전자가 보조석 쪽의 뭔가를 누르고 있지? 뭘 누르고 있는 걸까? 통상적으로는 과속 단속이 되거나 CCTV에 찍힐 경우에, 프라이버시 때문에 옆의 동승자 보조석에 앉아 계신 분들은 촬영이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군포 여대생 피해자가 조수석에 앉아있었지만, CCTV에 촬영이 안 됨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찍힐까 봐, 피해자의 상체를 이렇게 숙이고 그리고 운전을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장면들을 경찰이 정말 정밀하게 수사를 잘하셔서, 확인을 했습니다. -손영배, 당시 안산지청 검사 형사들은 당장 그 차량의 소유주를 찾았어. 그런데 확인을 해보니까 차량 소유주가, 여성이야. 그것도 나이가 지긋한.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소유주한테 전화를 해봤지. 그랬더니, 아~ 그 차요? 그거 우리... 호순이가 타는 차인데? 강호순. 지난 2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연쇄 실종 사건의 용의자, 그 정체가 드디어 밝혀진 거야. ▲ 연쇄살인범 강호순 당시 강호순은 안산에서 마사지 관리사로 일하고 있었어. 형사들이 바로 달려갔어. 경찰입니다. 여기 혹시 직원 중에, 강호순이라는 사람 있습니까? 잠시 후, 한 남자가 느긋하게 손을 닦으며 걸어 나와. 제가 강호순인데, 무슨 일이시죠? 아까 우리가 예상한 범인의 모습이 어땠지? 차량을 소유한 30대 남성, 그리고 신뢰감을 주는 인상을 가진 자. 역시나 이 남자! 인상이 서글서글한 게, 딱 봐도 호감형이야. 일단 형사들은 강호순에게 군포 여대생 사건이 있던 12월 19일의 행적에 대해 물었어. 그랬더니, 애인과 저녁을 먹고 저녁 7시쯤 집에 들어갔대. 몇 가지 확인을 더 해봤는데, 딱히 의심할 만한 정황은 안 보여. 하지만 거짓말은 금세 들통났어. CCTV로 동선을 확인한 결과, 강호순이 집에 가지 않았다는 게 확인된 거야. 이제 뭘 해야 해? 강호순, 놈을 잡으러 가야지. 그런데 그날 밤, 강호순의 집 인근에서 정말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져. 무슨 상황인지 알겠지? 강호순이 자신의 차량 두 대에 불을 지른 거야. 갑자기 왜?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 차량 내에는 많은 머리카락이나 유전자 또 연쇄살인과 관련된 피해자의 혈흔이나 여러 가지 유전자 정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타고 다니던 차량 2대 무소, 에쿠스를 불로 태웁니다. -손영배, 당시 안산지청 검사 결국 이 일로 강호순은 긴급체포 됐어. 조사실에 온 강호순, 태도는 어땠을까? 아주 가관이야. 이게 나란 증거 있냐! 증거도 없이 사람을 이렇게 몰아세워도 되냐! 실실 웃으면서 증거가 있으면 가져오라고 큰소리를 빵빵 치는 거야. 아무래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냐. 이럴 때 필요한 게 뭐다? 바로 심리전! 권일용 프로파일러가 직접 강호순을 상대하기로 했어. 그가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강호순과 마주 앉아. 권일용: 나는 형사는 아니고, 그냥 네 이야기를 좀 들으러 왔어. 이제 나랑 대화할 거야. 강호순: 왜요? 증거 찾아오라니까 뭐가 잘 안 돼요? 아니 나랑 대화할 거면 물이라도 들고 오든가. 권일용: 나는 대화를 하러 왔지, 너한테 물이나 주려고 온 사람이 아냐. 일단 얘기를 하다가 목이 마르면 얘기해. 그때 가져다 줄 테니까. 강호순: 여태까지 내내 형사님들이랑 얘기했는데 무슨 얘기를 또 해요. 그럴 시간에 나가서 증거라도 찾아오고 그러는 게 더 낫지 않나? 여기서 편하게 입만 터시려고 하네. 권일용: 4년 전에 화재로 아내와 장모가 사망했네? 아들만 데리고 탈출했고. 어떤 기분이 들어? 강호순: 그걸 내가 왜 다시 생각해야 되죠? 권일용: 네 아들이 아버지가 여성들만 노리는 범죄자라는 걸 알면 어떤 심정일까? 강호순: 지금 저, 의심하는 거예요? 아들 얘긴 그만 하시죠. 권일용: 왜, 불편해? 아들 생각하니까 부끄럽긴 한 가보지? 강호순: (발끈해 책상을 쾅 치며) 아이씨! 이 사건하고 상관도 없잖아요. 권일용: 아들 얘기가 싫으면, 부모 얘기는 어때? 강호순: 아니 이 사람이 진짜!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시고. 이럴 시간 있으면 나가서 증거라도 하나 더 찾아오시든가. 강호순은 조사 내내 자신이 뭐라도 되는 양 형사들을 쥐락펴락, 조종을 하려 들었대. 오히려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강호순이 자신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대. '피해자를 이런 식으로 조종하면서 범행을 저질렀구나.' 이 순간에도 놈을 프로파일링 한 거야. 이 강호순이 얼마나 거만했냐면, 심지어 식사 시간에 짜장면을 시켜줬더니, 자기는 안 먹는대. 밀가루 안 먹으니까 된장찌개를 시켜달라는 거야. 강호순이 본인 몸을 위해서 술 담배는 일절 하지 않았고, 몸에 좋다고 하는 그런 음식들을 먹었는데. 보양식인 개고기, 그리고 민들레 꽃잎으로 만든 차가 남성에게 특히 좋다고 검사님도 드셔 보셔라. 그래서 제가 거기에 대해서 나무랐습니다.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손영배, 당시 안산지청 검사 이렇게 건강을 챙기는 강호순의 의도는 뭘까. 그게 '살인'이었어. 내가 건강해야만 내가 필요할 때 살인을 저지를 수 있고 범행을 은폐하고 도주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 거야. 한편 그 시각, 강호순과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사람이 있어. 더 정확히 말하면, 강호순의 물건과 전쟁 중인 이 남자. 바로 국과수의 유전자 감식 요원, 임시근 연구원이야. 강호순이 이미 본인이 쓰던 차량 2대는 이미 불을 태웠고, DNA나 이런 분석을 잘 알고 있었던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증거물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을 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강호순이)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증거물들을 의뢰를 한 거죠. 의류 겉옷, 신발 이런 것도 다 의뢰가 되고. 그 외에도 장갑, 비닐장갑, 목장갑 피가 묻을 수 있는 칼이라든가. 낫도 있었고 톱도 있었고. 그 집에 있던 웬만한 거는 다 의뢰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임시근,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자, 이게 바로 강호순의 집에서 수거한 물건들이야. 이건 일부고, 실제로는 증거품이 100개가 넘었대. 옷만 거의 한 트럭이었어. 이 어마어마한 양의 증거품들 사이에서 결정적 한방을 찾아야 하는 거야. 너 혹시 '루미놀'이라고 들어봤어? 혈흔을 찾을 때 쓰는 시약인데 이걸 뿌리면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이 촉매 역할을 해서 빛이 나거든? 임 교수는 캄캄한 암실에 들어가서, 물건 하나하나에 루미놀 시약을 뿌리기 시작했어.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어느덧 밤 12시가 훌쩍 지났어.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증거는 보이지 않아. 뭐라도 찾아야 놈의 자백을 이끌어낼 텐데, 얼마나 답답했겠어. 그런데, 그때였어! 임 교수 눈앞에, 아주 희미한 푸른빛의 점 하나가 보여. 바로 이 점퍼! 점퍼 오른쪽 소매에서 혈흔을 찾아낸 거야. 그 옷 중에 이제 까만색 계통에 잠바가 하나 있었는데 비교적 깨끗한 잠바였고요. 그 잠바에 이제 루미놀을 뿌리는데, 오른쪽 팔에 소매 부분에서 아주 약한 빛이 이제 하나가 검출이 된 거죠. -임시근,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그 양이 어느 정도였냐. 물 한 방울 정도. 그 100개가 넘는 증거품들 사이에서 극소량의 혈흔을 찾아낸 거야. 기적 같은 일이지. 이제 이 혈흔이, 실종된 군포 여대생의 것인지만 확인하면 돼. 그런데, 막상 대조를 해봤더니 결과가, 완전 충격이야. 혈흔을 찾을 때까지만 해도, 마지막 피해자.. 강호순 검거됐던 사건의 피해자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여대생 게 아니고 다른 여자 DNA가 나왔어요. 아 그러면 그 얘기는 다른 피해자가 또 있다는 얘기고, 나머지 실종자도 강호순이 범행을 했을 것으로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거죠. 소름이 좀 끼칠 정도로 깜짝 놀랐습니다. -임시근,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놀랍게도 지금까지 실종된 여성들이 아닌 전혀 다른 여성의 DNA가 검출된 거야. 그럼 이 DNA의 주인은 누구냐. 알고 보니까 한 달 전쯤, 경기도 안산에서 40대 여성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바로 그 여성의 DNA였어. 이게 무슨 의미야? 연쇄 실종 사건의 범인은, 강호순이 맞았어. 1, 2년 전부터 경기도 서남부 지역에 여성분들이 계속 실종되는 사건이 있어서 그 실종된 분들의 흔적을 또 찾는 그런 증거물들이 계속 의뢰가 되고 있었어요. 그중에 한 명과 확인이 되면서 실종된 분들이 다 강호순의 희생자였다 이런 게 밝혀지게 된 거죠. -임시근,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자, 이제 놈이 그토록 가져오라던 증거도 찾았어. 이 얘길 들은 강호순, 뭐라고 했을까? 글쎄.. 증거가 그렇게 빨리 나오지 않을 텐데? 제대로 찾은 거 맞아요? 이 와중에도 눈 하나 꿈쩍 않고 비아냥거려. 진짜 기가 차지? 하지만 형사들도 순순히 물러날 생각이 없어. DNA 결과를 들이밀며 아주 강하게 추궁을 했지. 결국 그날 밤, 강호순이 마침내 입을 열었어. 그날 강호순은 총 7명의 여성들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사실을, 모두 털어놨어. ▲ 친절한 연쇄살인마 강호순은 대체 어떻게, 일면식도 없는 여성들을 차로 유인해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걸까? 이걸 이해하려면 강호순이 어떤 범죄자인지부터 파악해야 해. 사실 강호순은 조사 시작부터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면모를 드러냈어. 특히 조사관들 앞에서 강호순이 자주 하던 말이 있었다고 해. 뭔지 한 번 들어봐. 자기가 그동안 성인들이 다니는 나이트클럽 갈 때 굉장히 성사율이 높다, 일단 성에 대해서 굉장히 좀 그릇된 가치관, 그리고 남성적으로 외모적으로 본인 스스로에 대해서 좀 근거 없는 우월감이라는 게 있었고요. 여러 여성들을 저희가 면담시켰을 때 일단 의자에서 다리를 꼬고 본인이 강한 척 이렇게 자세를 잡는 모습, 그리고 대화 내용 중에 뭐 사형제 폐지될 것 같지 않냐, 자기는 좀 건재한 듯이. 여성을 마치 토끼를 잡아서 우리 속에 같이 데리고 있는 호랑이나 사자처럼 본인을 그렇게 스스로 인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손영배, 당시 안산지청 검사 보통 사이코패스들은 상대를 내 발 밑에 두고 그 사람의 심리를 조종하려는 습성이 있대. 특히 이 부분은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와도 비슷해. 둘만의 공간에서 피해자를 결박하고,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힌 피해자를 보며 자존감을 충족하는, 아주 위험한 성향의 범죄자라고 할 수 있지. 근데 왜 우리가 아까 그런 얘기 했잖아. 모르는 남자의 차를 누가 타겠냐고. 강호순은 이런 심리까지도 철저하게 계산했어.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따뜻한 남자. 강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란 듯 보조석에 세워두고 깔끔한 신사룩으로 드레스코드까지 맞춘 뒤 주행에 나선 거야. 그 이후의 상황은, 강호순이 직접 진술한 내용을 읽어봐. 옷 잘 입고, 얼굴 괜찮게 생기고, 말 잘하고... 봤을 때 제가 사기꾼같이 보이진 않잖아요? 그래서 차를 세우고 일단 양쪽 창문을 다 열어버려요. 그러면 차 안이 환하잖아요. 그러고 나서 실실 웃으면서 초행길인 척 여자가 갈 것 같은 방향을 물어봐요.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같이 가자고 태우는 거죠. 안 타도 괜찮아요. 내가 그런 마음을 먹었다면 여자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렇게 억지로 태울 필요는 없어요. -강호순 진술 中 심지어 여성들이 타는 걸 망설이잖아? 그럼, 왜요? 내가 나쁜 사람으로 보여요? 아유, 그렇게 못 믿겠으면 그냥 갈게요 라면서, 오히려 피해자가 죄책감을 갖게 만들었대. 선의를 베푸는 사람에게 '내가 이래도 되나?' 이런 생각을 갖게 하는 거지. 그렇게 친절한 가면을 쓰고, 여성들을 속여 차에 태운 강호순은 얼마 안 가 본색을 드러냈어. 차량 문을 강제로 잠그고, 피해자의 휴대전화 배터리를 분리한 뒤 성폭행을 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거야. 경찰은 오전 10시반부터 460여 명과 건설 중장비를 동원해 시신 발굴에 나섰습니다... 범행을 재연하는 강호순의 태도는 한결같이 태연하고 침착했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 손에 죽었는지는 봐야 되잖아요. 내 딸, 그리고 엄마가 어딘가에 살아있을 거라 믿으며, 고통스러운 세월을 견뎌 왔던 가족들은 무너진 희망 앞에 눈물만 쏟아낼 수밖에 없었어. 심지어 4번째 희생자인 김 씨는 시신조차 찾지 못했어. 암매장 장소에, 골프장이 들어섰거든. 결국 시신 없는 살인사건을 포함, 강호순은 총 7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가 돼. 그런데, 좀 이상한 거 없어? 강호순이 자백한 피해자, 7명이라고 했지? 그리고 아내와 장모를 살해한 방화 사건도 기억하지? 다 합하면 지금까지 밝혀진 피해자는 모두 9명이야. 그런데 처음에 강호순에 희생된 피해자가 10명이라 했잖아. 그럼 한 명이 비어. 자, 이 남은 한 명에 대한 진실은, 오늘 처음으로 공개되는 '강호순의 자백 영상'을 통해 살인마의 입으로 직접 듣게 될 거야.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들어줘. 한편, 강호순의 조사를 앞둔 안산지청엔 전에 없던 긴장감이 감돌고 있어. 왜냐? 바로 그 강호순의 곡괭이 때문에. 그 당시에 저희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할 때 땅속에 뭔가가 뾰족 튀어나와서 그 부분을 파보니까, 이런 반달 모양의 곡괭이의 날만, 그 안에 파묻혀져 있는 것을 발견을 해서. 국과수에 보내는 등 필요한 절차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실제 국과수의 감정 결과, 곡괭이 날이 이렇게 있으면 중간 부분에서 유전자 두 개가 발견이 됐고, 그 유전자는 여성 유전자인 것까지는 확인이 됐습니다. -손영배, 당시 안산지청 검사 강호순의 축사에서, 그가 범행 도구로 사용했다는 곡괭이의 날 부분이 추가로 발견된 거야. 그런데 이걸 한 번 봐봐. 강호순이 범행을 잠시 멈췄던 냉각기, 기억나지? 강호순은 이 냉각기 이전 범행엔 곡괭이를 사용하지 않았고, 냉각기 이후 2008년에 저지른 두 건에서만 곡괭이로 피해자를 확인 사살했다고 진술했어. 그렇다면, 곡괭이에서 나왔다는 두 명의 여성 DNA. 누구 거여야 해? 당연히 마지막 두 여성이어야지. 그런데... 아니야. 게다가 냉각기 이전의 피해자 5명과도 불일치해. 정리하면, 지금까지 강호순이 자백한 피해자 중엔, 곡괭이의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없어. 이거 무슨 의미야? 강호순의 피해자가 최소 두 명 더 있다는 거야. 기존 경찰에서 사건이 넘어온 피해자들 유전자와 대조를 해봤는데.... 불일치했습니다. 그러면 결국 상식적으로 여죄가 더 있을 수 있다. 밝혀야 되겠다.... -손영배, 당시 안산지청 검사 연쇄살인마와의 두 번째 진실 게임이 시작된 거야. ▲ 피해자가 더 있다?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강호순이 어디 보통 놈이야? 검거부터 자백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었고 심지어 조사실에서도 증거를 가져오라며 거들먹대던 놈이야. 당연히 강호순은 날이 왜 그곳에서 발견됐는지 모르겠다,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부인하는 형태의 답변만 했습니다. 어차피 강호순 본인도 사형 또는 무기징역 잘 받아 봐야... 그 정도로 본인도 예상했던 것 같고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더 얘기해서 나한테 남는 게 뭐가 있냐, 라는 좀 이기적인 질문을 거꾸로 저한테 하기도 했습니다. - 손영배, 당시 안산지청 검사 어느덧 검찰 조사 14일째. 이제 기소까진 일주일도 남지 않았어. 강호순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야. 그렇게 그날도 오전 조사를 마치고 답답한 심정으로 동료 검사들과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와. 그런데! 검사님, 빨리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강호순이.... 할 말이 있답니다. 손 검사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바로 달려갔어. 지금부터, 강호순의 모습이 담긴 '실제 진술 영상'을 보여줄 거야. 이거 최초 공개야. &<2009. 02. 17 안산지청 진술녹화실&> 강호순: 제가 이거하고 별 건으로...... 숨긴 게 하나 있습니다. 사람 죽인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사람을 죽인 게 하나 더 있다, 강호순이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어. 사실 강호순은 자백 전날 조사실에서 아들을 만났어. 내내 울기만 하던 아들을 보며, 강호순은 덤덤하게 나 없이 잘 살아라 라는 말을 했다고 해. 이 만남이 그를 흔들었던 걸까? 강호순은 깊은 한숨과 함께 추가 범행을 털어놓기 시작했어. 검사: 뭘 숨겼는데? 강호순: 하..... 강원도.. 강원도에서... 사람 하나 죽인 게 더 있습니다. 검사: 강원도 어디에서요? 강호순: 정선이요. 검사: 그게 언제예요? 강호순: 재작년 여름일 겁니다. 가을인가? 여름인가. 가을쯤 될 겁니다. 검사: 정선엔 왜 갔어요 그때? 강호순: 그때 그냥 놀러 댕겼습니다. 검사: 혼자서? 강호순: 예. 검사: 그때 상황이 어땠는데요? 강호순: 하........ 거기서 제가.... 군청 가는데 거기서 아가씨가 아침에, 아침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오전에... 군청가는데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니까 그 아가씨도 마침 군청 간다고 해 가지고 그 아가씨 태워가지고 가다가 제가... 딱 강간해서 죽였습니다. 마치 모든 걸 체념한 듯, 강호순은 또 한 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했어. 범행일자는 2006년 9월 7일. 지금껏 첫 범행 일자로 알려진 날보다 3달 앞서 저지른 또 다른 살인을 털어놓은 거야. 근데, 아직 끝난 게 아냐. 강호순이 추가 자백한 피해자가 곡괭이 피해자인지 확인을 해야 하잖아? 손 검사는 추가 피해자의 DNA와 곡괭이에서 나온 DNA를 대조해달라고 국과수에 의뢰했어. 과연 결과가 어땠을까? 정선군청의 여직원 그 사체는 저희가 수사할 때 유일하게 찾은 유해가 엉덩이뼈와 턱뼈였습니다. 다행히 건조화는 덜 됐고 거기에서 그 유전자, 물론 가족 유전자로 확인할 수 있지만 어쨌든 곡괭이 유전자하고 대조를 해 보니까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손영배, 당시 안산지청 검사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어. 강호순이 자백한 추가 피해자 역시 곡괭이의 피해자가 아니었던 거야. 이거 뭐야? 다시 도돌이표야. 저는 좀 단순한 얘기로 아, 이거 자백한 거 이거 무효다... 일단 곡괭이 유전자 2명 이거는 다시 원점에서 계속 수사해야 되는구나... -손영배, 당시 안산지청 검사 손 검사가 더 강하게 밀어붙였어. 곡괭이 피해자를 대라, 죽인 사람 2명 더 있지 않냐! 그러자 강호순은 뭐라고 했을까? 아니 검사님, 제가 한 명 죽인 거 불었잖아요. 아니 근데 뭘 또 불으라는 겁니까? 곡괭이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더는 모른다, 딱 잡아떼는 거야. 그런데 말야, 여기서 또 이상한 거 없어? 사실 검사들은 곡괭이 피해자를 추궁하고 있었어. 그리고 강호순은 냉각기 이후인 2008년부터 곡괭이를 사용했다고 했잖아? 그래 놓고 뜬금없이 제일 처음에 저지른 2006년 범행을 자백한 거야. 대체 강호순은 왜, 첫 번째 살인을 고백한 걸까? 저희한테 점심시간에 연락한 교도관을 불러서 물어봤습니다. 뭐라고 얘기하면서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더냐 그랬더니 그 교도관님이 저한테, 강호순이 이렇게 점심 먹으면서 '교도관님, 이번엔 강원도 쪽에 한 번 바람이나 쐬러 갈까요?' 이렇게 얘기를 했고, 저는 개인적으로 최근 범행에 대한 단서나 추궁될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저지른) 범행, 2006년도 최초 범행으로 이렇게 저희 시선을 돌리는 거다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영배, 당시 안산지청 검사 너가 본 자백 영상, 어쩌면 그건 곡괭이의 진실을 덮으려는 강호순의 큰 그림이었을지도 몰라. 경찰 조사 당시 그를 만났던 권일용 프로파일러 역시 강호순의 자백 태도에서 다른 의도가 읽힌다고 지적했어. '연기'를 하고 있는 거래. 이제는 하. 지금 거의 한 15년이 지났잖아요. 그때는 내가 역할이 있었고 저런 것들을 하나하나 미세하게 분석을 해야되는 상황이었는데, 지금 객관적으로 나와서 다른 조사 받는 장면을 보면서 표정을 보니까. 그때 내가 진짜 마주 앉았던 그 느낌이... 좀 다른 의미로... 떠오릅니다. 강호순은요, 저렇게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에요. 저거는 죄책감의 표현이 아니고 정말 사이코패스들이 순식간에 썼다 벗었다 하는 가면이에요. 뭔가 지금 숨기고자 하는 다른 범죄가 있다면 그 정도의 범죄를 빨리 드러내서 화제를 바꿔서 다른 것을 부각하려고 하는 그 수법 중 하나예요. 저 장면은 아주 교묘한 사이코패스들의 특징이에요. -권일용 프로파일러 그렇다면 첫 번째 범행을 자백하면서까지 그가 감추고 싶은 곡괭이의 피해자 2명은 대체 누구일까?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아마도 평범한 피해자는 아닐 거라고 추측했어. 강호순은 아들이 아킬레스건이라고 했잖아. 그렇게까지 숨기고자 했다면, 자기가 생각해도 자식한테 말 못 할 파렴치한 범죄, 부끄러운 범죄의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는 거야. 그렇다면 그렇게까지 하면서 숨겨야 될 범죄는 결국 뭐가 있느냐, 자기가 생각해도 세상에 드러났을 때 너무나 파렴치한 범죄일 수 있어요. 아동이거나 노인이거나, 이런 유형의 범죄일 가능성을 우선순위로 분석할 수 있겠죠. -권일용 프로파일러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국 강호순의 여죄를 밝혀낼 순 없었어. 이후 총 10명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호순은 2009년 7월, 최종적으로 사형을 선고받게 돼. ▲ 풀지 못한 숙제 너는 강호순의 여죄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꼬꼬무'가 강호순의 자백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까지 오늘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단 하나야. 지금도 어딘가에 묻혀있을지 모를, 곡괭이의 진실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제가 25년 검사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건들을 많이 접해봤는데, 유일하게 아직까지 제가 숙제를 제대로 못했다 라고 지금까지도 생각하고 있는 사건이 이 사건입니다. 대부분 많은 희생자들이 있는 사건은 그 사건 기록 내용에 피해자들의 한이 서려 있다고 합니다. 특히 제가 가슴 아팠던 점은 그 가족들이 사체가 수습되기 전까지 계속 그 방을 치우지 않고 기다렸다는 겁니다. -손영배, 당시 안산지청 검사 강호순은 어차피 사형을 선고받았으니까 끝난 것이다, 라고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검찰에서 추가로 살인사건을 하나 밝힌 것처럼 곡괭이 유전자에 있는 여성 유전자 두 명이 또 다른 확인되지 않은 실종 사건일 가능성은 현재도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영배, 당시 안산지청 검사 세상 어딘가에 억울한 죽음이 단 한 명이라도 남아있다면,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며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가족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수사기관이 나서서 강호순 곡괭이의 진실을 밝혀내야 하지 않을까? 강호순의 여죄는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았어. 그래서 이번에 '꼬꼬무'가 '특집:더 리얼'을 제작하면서 국과수에 정식으로 문의를 해봤어. 지금이라도 실종자 가족의 DNA가 확보된다면 강호순의 곡괭이에 남은 DNA와 대조가 가능한지를 말야. 돌아온 답은 예스. 지금도 곡괭이의 유전자 프로필이 남아 있기 때문에 DNA 대조가 가능하다고 해.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 더 있어. 미국이나 영국은 실종자 가족의 DNA 정보를 수사기관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해서 변사자나 무연고자가 발견되면, 바로 대조가 가능하대.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성인 실종자에 관한 DNA관리법과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야. 실종자 가족이 곡괭이의 DNA 프로필과 대조를 해보고 싶어도 법적인 근거가 없어 어려움이 있다는 거지. 실종 사건은 상당수가 범죄와 관련이 있거든요. 우리나라도 지금 미제 사건 중에 상당 수가 실종 사건이에요. 이 데이터베이스에 일단 수록이 되면 나중에 혹시 다른 불상 변사자가 나왔을 때 그 곡괭이 DNA랑 일치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성인을 포함한 실종자들에 대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하고 관리하는 법이 만들어져서 가능성을 열어놓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시근,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성 연쇄 실종 사건의 범인 이춘재가, 30년 만에 그 죗값을 치르게 된 것처럼 지금이라도 성인 실종자에 대한 새로운 DNA 관리법이 만들어지고 '곡괭이 특별 수사 본부'가 구성돼 집중적인 수사가 진행된다면 '플러스 2'라는 강호순의 여죄는 반드시 밝혀질 거라고 생각해. 세상에 완전 범죄는 없어. 우리가 사건을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2'라는 강호순의 여죄는 반드시 밝혀질 거라고 믿어. 강호순은 현재 사형수로 16년째 복역 중이야.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살도 많이 빠지고 얼굴도 수척해져서 예전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해.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강호순이 수척해진 이유를 이렇게 해석했어. 강호순은 교도소 안에서 살인과 성범죄를 저지르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는 거라고. 강호순은 지금껏 피해자와 유족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한번 없었어. 그러는 사이, 강호순의 피해자 가족 중 한 분은 새로운 직업을 찾았다고 해. 바로, 경찰. 그가 첫 경찰 제복을 입던 날, 한 기자가 이렇게 물었어. 혹시 강호순을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있냐 고.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해. 딱 이 한마디 전하고 싶어요. 너는 아무 죄 없고 알지도 못하는 내 동생을 죽였지만, 나는 경찰이 되어 너의 가족을 지키고 있다고…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꼬꼬무 찐리뷰] 하지 절단된 아내 이송, 그 구급차 앞에 끼어든 차량들…'모세의 기적' 시작은 이랬다 [꼬꼬무 찐리뷰] 하지 절단된 아내 이송, 그 구급차 앞에 끼어든 차량들…'모세의 기적' 시작은 이랬다 등록일2025.06.20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19일 방송된 '시간과의 사투-운명을 건 6시간'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배우 최영우, 댄서 모니카, '추신수 아내' 하원미가 출연했습니다. (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우리 집에 불이 났다? 때는 2013년 12월 27일, 서울 강남이야. 연말 분위기가 한창인 어느 날, 강남소방서에서 소방차들이 긴박하게 출동해.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거든. 그런데 이 화재가 난 곳이, 너도 아마 아는 사람 집이야. 바로 이 사람. 배우 박기웅. 박기웅 씨 집에 불이 났다는 거야.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12년 정도 지났는데, 앰뷸런스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할 때가 있어요. 트라우마까지는 아닌데, 뭔가 굉장히 크게 자리 잡은 거 같아요. -박기웅 당시 SBS에서는 '심장이 뛴다'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했어. 연예인들이 소방서에 배치되어 실제로 함께 근무를 하는 리얼 프로그램이었어. 기웅 씨는 당시 강남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본인이 사는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온 거야. 불이 난 데가 104동? 제가 사는 아파트, 제가 사는 동입니다. 좌회전이 더 빠릅니다. 좌회전으로 가십시오.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불이 난 상황에서 출동을 하는 심정이 어떨까? 직접 들어볼게. 어찌나 입이 바짝바짝 마르던지 제가 그때 무슨 생각을 했냐면, 우리 집이랑 제일 가까운 데는 무조건 강남소방서인데, 그렇다 함은 우리가 가서 불을 끄지 않으면 누군가 끌 사람이 없다. 무조건 우리가 첫 번째다, 그러면 무조건 빨리 가서 불을 꺼야 된다… -박기웅 이 긴박한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주 큰 난관이 있어. 강남소방서에서 기웅 씨가 사는 아파트를 가려면 테헤란로를 지나야 해. 엄청난 번화가야. 교통 상황, 대강 예상이 되지? 소방차를 타고 아파트까지 가는 길. 어디로 가야 더 빠르게 아파트에 도착할 수 있는지 알리는데, 꽉 막힌 도로와 비켜주지 않는 차량을 보는 기웅 씨의 마음이 타들어 가. 그런데 사실 이 상황, 실제가 아니었어. 박기웅 대원, 집 주소가 자기 집 주소라 많이 놀랐죠? 재미를 위한 깜짝 카메라는 아니고, 자기 집에 불이 났다고 가정하고 실제처럼 출동해 보는 체험이야. 당시 강남소방서에서 실제로 실시하고 있었던 캠페인이었어. 기웅 씨는 모른 채 훈련을 겸해 경험해 본 거야. 내가 사는 데에서 불이 났다고 하니까 확 당황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출동할 때의 느낌보다 차가 더 막히는 것 같고 시간이 더 지체되는 것 같고. 이게 진짜로 구조를 요하시는 분들께서 신고를 하셨을 때 얼마나 마음이 급한지를 제가 잠시나마 진짜 알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진짜 안 비켜주는 거예요. 난 마음이 급해 죽겠는데. -당시 박기웅 실제 상황이 아닌 걸 알고 나서야 기웅 씨는 안도의 웃음을 지을 수 있었어. 그런데, 이때는 몰랐어. 이 웃음기를 싹 지울 충격적인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 한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 강남소방서에서 훈련을 한 다음 날인 12월 28일 토요일. 이곳은 전라남도 목포야. 한 가족이 서울로 가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있어. 오늘이 어머니 생신이라,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에 있는 형제들을 만나러 가는 거야.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서 출발한 지 얼마 뒤, 하늘에선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영광2터널을 막 빠져나오는 순간, 눈앞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펼쳐져 있어. 무슨 일일까? 영광2터널을 지나고 빠져나오는데, 차가 이렇게 옆으로 뒤집어져 가지고 바퀴가 우리 쪽으로 보고 있는 거예요. 놀라 가지고 피한 것이 피했는데, 옆에 가드레일을 부딪혀서 멈췄거든요. -윤지호 터널을 막 빠져나와 앞을 보니, 도로 한가운데 차 한 대가 전복돼 있는 거야. 지호 씨는 급하게 전복된 차를 피해 가드레일에 부딪히며 차를 멈췄어. 다행히 가족들 중 다친 사람은 없었어. 그 순간, 차 문이 벌컥 열리더니, 지호 씨 아내 종순 씨가 급하게 도로로 뛰어나가. 도로 위에 아이들이 서 있었거든. 위험하잖아. 그래서 종순 씨는 서둘러 아이들부터 챙겼어. 그런데 그 순간. 쾅콰쾅! 큰 소리가 울렸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오늘 낮 1시 15분쯤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50km 지점인 전남 영광2터널 앞에서 차량 10대가 부딪혔습니다. 이 사고로 45살 김 모 씨 등 10여 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오후 1시경, 연쇄추돌사고가 일어난 거야. 근데 종순 씨가 차에서 내려 도로 위에 있던 상황이었잖아. 그녀는 괜찮은 걸까? 저도 같이 밖에 나갔던 상황이었어서. 저도 차가 오니까 피해야 된다는 생각에 다른 방향으로 피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그냥 차 부딪히는 소리가 너무 크게 팡 들리길래. '설마 우리 엄마겠어' 하면서 뒤를 돌아봤는데, 진짜 그냥 차 사이에 이렇게 껴 있더라고요. 순간 이제 저희 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가까이 가봤는데, 엄마였어요. -윤경, 종순 씨 딸 종순 씨가 차에서 내리고 불과 얼마 뒤, 뒤에서 미끄러져 오던 차가 종순 씨 가족의 차량을 박아. 이렇게 충돌한 차량 사이에 그녀가 껴버린 거야. 이를 목격한 딸이 뛰어가 엄마를 껴안고 울부짖어. 그냥 엄마 얼굴을 끌어안으면서, 뒤에 있는 차한테 계속 그냥 치면서 '제발 뒤로 가주세요. 우리 엄마 꼈으니까 제발 뒤로 가주세요. 제발 우리 엄마 꼈으니까 뒤로 가주세요'만 계속 외쳤었던 것 같아요. 그땐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그냥 '우리 엄마 좀 빼야겠다. 여기서 빼야겠다' 그 생각밖에 안 했었던 것 같아요. -윤경, 종순 씨 딸 딸의 목소리에 지호 씨가 놀라서 차에서 내려. 급하게 뒷 차량을 후진시키고 차 사이에 끼인 종순 씨를 빼내 안는 순간, 툭! 뭔가가 떨어졌어. 이제 막 딸이 '엄마 살려주세요' 하고 막 소리치니까 뭔 일 있냐 하고 나가봤죠. 차는 이제 뒤로 뺐는데 다리가 그 자리에서 그냥 두 동강이 나버린 겁니다. 완전히 절단됐는데, 놀라 갖고 집사람을 차 뒤에다 앉히고 다리를 가지고 갔죠. 그러면서 이제 살려달라고 막 딸은 악을 쓰고 막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윤지호, 종순 씨 남편 종순 씨의 다리가 절단이 된 거야. 지호 씨는 종순 씨를 급하게 차 뒷좌석에 눕히고 바닥에 떨어진 아내의 다리를 챙겨야 했어. 딸은 누운 엄마가 정신을 잃지 않도록 울면서 계속 말을 걸어. 종순 씨의 몸이 벌벌벌 떨려. 사고의 충격 때문일까, 종순 씨는 계속 춥다는 말만 반복해. 그녀의 사진을 보여줄게. 1988년도에 결혼을 한 지호 씨와 종순 씨. 1남 1녀를 둔 다복하고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야. 종순 씨는 결혼 전부터 유치원 선생님을 했고 사고 당시는 유치원 원장님이었어. 그래서였을까? 사고가 났을 때 도로 위에 있던 아이들이 걱정됐던 거야. 집에선 별명이 '대장'일 정도로 활기차고 생활력 강한, 무슨 일이든 척척 잘하는 아내이자 엄마야. 이런 종순 씨가 지금 가족들 품에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어. 일단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병원에 갈 수 있는 방법이 구급차가 오는 길밖에 없는데 그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요. 전화해서 빨리 좀 보내달라고 하고. 계속 전화하는 거 말고는 할 수 있었던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윤지호, 종순 씨 남편 눈이 내리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구급차를 기다리는데 1분, 1초가 1시간 같아.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침내 구급차가 도착해. 종순 씨는 지금 다리가 절단된 상태잖아. 다리를 접합하는 수술을 받아야 해. ▲ 1분 1초, 골든타임을 지켜라 구급차는 전남 영광에 있는 한 병원으로 향해. 의료진들은 종순 씨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절단된 부위를 붕대로 감아. 그런데, 이 병원에서는 접합 수술을 할 수 없다는 거야. 사고가 난 시간은 오후 1시경. '골든타임' 들어봤지? 종순 씨 같은 하지 절단 환자의 경우, 접합 수술의 골든타임은 6시간이야. 접합 수술의 성공 가능성이 이 시간에 달려 있어. 지금부터 그 어느 때보다 1분, 1초가 소중한 시간과의 사투가 펼쳐질 거야. 영광에 있는 병원에서 접합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 가장 가까운 대도시로 종순 씨를 이송하기로 해. 그곳은 광주광역시. 광주까지는 1시간 거리야. 달리는 구급차 안에는 종순 씨가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소리로 가득해. 구급대원은 광주에 있는 병원에 계속 연락을 돌려. 하지 절단 환자입니다. 수술 가능할까요? 지금 접합 수술 할 수 있나요? 그렇게 광주에 있는 한 병원 앞에 구급차가 멈춰. 그런데 이곳에서도 수술은 불가능. 알아본 병원은 모두 접합 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진이 없다는 답을 했어. 그때 주말이라 토요일이라, 받아주는 데가 없어요. 절단됐다고 그러니까 받아주는 데가 없어요. -윤지호, 종순 씨 남편 골든타임은 점점 흘러가고 있어. 다시 다른 지역으로 이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야. 사고는 오후 1시경에 일어났고, 영광에서 광주로 이동한 상황이야. 6시간인 골든타임은 얼마나 남았을까? 3시간 30분! 이미 골든타임에서 거의 절반의 시간이 흘렀어.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끙끙 앓고 있는 종순 씨의 손을 잡아주는 것밖에 해줄 수 없는 가족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 강인한 사람이라 막 소리치지는 않지만 끙끙 앓고 하는 게 너무 안타까웠고. 광주에서 할 수 없다고 그러니까 좀 불안했죠. 근데 그걸 표현하기가 그러니까, 그냥 끙끙 앓고 있는 집사람 손잡고 괜찮다고 이야기했던 거지.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그 정도 말고는 해준 게 없는 것 같아요. -윤지호, 종순 씨 남편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며 접합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그러다 어렵게 접합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았어. 그런데 병원이 있는 곳은, 서울이야. 서울 강남에 있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광주에서 서울까지는 무려 300km. 차로는 빨라도 3시간여가 걸리는 거리야. 하지만 지금은 토요일 오후,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알 수가 없어. 그러면 접합 수술이 불가능한데 왜 광주에 있는 병원으로 온 걸까? 이 병원 옥상에 헬기장이 있었거든. 헬기로 이송을 하면 1시간 남짓이야.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겠지. 이제 이동만 하면 돼. 이제는 (서울) 가면 접합할 수 있겠구나 좋아질 수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을 했죠. 6시간 안에 하면은 된다든가 그렇게 제가 알고 있었는데. 시간이 충분한 걸로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됐다 그런 생각을 했죠. -윤지호, 종순 씨 남편 조금 희망이라고 해야 되나 '아 우리 엄마 이제 다리 이제 접합할 수 있겠구나', '도착만 하면 바로 수술하고 할 수 있겠구나', '빨리 가면 좋겠다' 이런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윤경, 종순 씨 딸 의료진과 종순 씨, 그리고 가족들이 헬기에 올라. 가족들의 희망을 가득 담고 헬기는 서울로 향해. 지금 시각이 오후 4시 30분이야. 한편, 같은 시각 서울 강남소방서. 이날도 '심장이 뛴다' 연예인 대원들과 강남소방서 대원들의 근무와 훈련이 한창이었어. 이때, 강남소방서로 한 통의 연락이 왔어. 광주 119 상황실입니다. 교통사고 응급환자가 있어 가지고. 헬기로 방금 16시 30분에 이륙했습니다. 이 통화 내용 속 응급환자, 바로 종순 씨야. 종순 씨를 태운 헬기가 서울로 오고 있다는 내용이지. 그리고 이 소식은 출동을 했다가 소방서로 복귀 중이던 한 구급차에 전달이 돼. 그 구급차에 누가 있었을까? 제가 앰뷸런스 뒤에 앉아서 복귀를 하고 있는데, 이 기억이 맞을 거예요. 엄청 세게 꽂혔거든요. 처음에 하지 절단 소식 듣고, '와 이거 어떡하지…' 왜냐하면 제가 어떤 상황을 처치해 본 그런 환자분이 아니다 보니까.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박기웅 기웅 씨가 타고 있는 구급차로 종순 씨의 소식이 전달이 된 거야. 서울성모병원에는 헬기장이 없다고 해. 그래서 병원에서 가까운 헬기장에 착륙 후, 구급차로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상황인 거야. 기웅 씨가 탄 구급차는 그대로 헬기가 착륙하는 곳으로 이동을 해. 잠시 후 구급차가 잠실 헬기장에 도착하고, 구급대원들과 기웅 씨는 만반의 준비를 했어. 곧 헬기도 도착해. 헬기에서 내리는 종순 씨가 고통스러워 보여.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울려. 만나 뵀을 때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급박했던 상황이었고. 고통스러워하는 느낌은, 소리의 결이 달라요.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분은 처음 봤었고. -박기웅 ▲ 응급환자입니다, 비켜주세요 헬기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50분. 사고 시점부터 4시간 50분 정도가 흘렀어. 그렇다는 것은 골든타임이 이제 1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거야. 헬기가 착륙한 곳은 잠실 헬기장. 헬기장에서 병원까지의 거리는 10km 정도야. 접합 수술이 예정된 서울성모병원은 반포에 있어. 가는 길을 크게 보면 올림픽대로와 테헤란로, 이 두 가지 길이 있어. 두 길 모두 교통량이 많기로 손꼽히는 길이지. 게다가 토요일 저녁 시간이야.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원래 테헤란로도 생각을 했었는데 너무 길이 밀리고, 오히려 자동차전용도로가 차량들 비키기 수월하고 그래서 올림픽대로를 이용해서 환자분 이송했었습니다. 테헤란로 같은 경우에는 교차로도 있고 하다 보니깐 교차로 지나갈 때가 제일 위험하거든요. 멈춰 있는 차들이 옆으로 비켜주는 거는 공간만 있으면 가능한데, 교차로는 주행 중인 차들이 멈춰야 되는 경우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교차로를 피해서 가는 게 좀 더 빠를 거다 싶어 가지고, 안전하고 빠르게 갈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돼 가지고 올림픽대로로 갔습니다. -단의훈, 당시 구급차 운전 토요일, 오후 6시 올림픽대로. 당일 교통 상황을 찍은 CCTV 사진을 보여줄게. 도로 위는 차량들이 가득해. 하지만, 희망은 있어. '피양'. 피할 피, 양보할 양. 도로 위 차량들이 피하고 양보만 해준다면 올림픽대로로 가는 게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다는 거야. 도로 위 차량들이 양보를 해줄까? 골든타임이 1시간 10분이 남은 상황에서. 간절한 바람을 안고 병원까지의 이송이 시작됐어. 1분, 1초가 소중한 그날, 도로 위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지금부터 확인해 볼게. 양보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차량 좌우로 좀 비켜주세요. 차량 피양하세요. 응급환자입니다. 양보해 달라고 해도 비켜주지 않는 차량들, 심지어 구급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량도 있었어. 조금만 더 가면 병원인데, 길 위에서 골든타임, 황금 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는 거야. 영상으로 봐도 화가 나고 답답한데, 현장에서는 어땠을까? 마이크를 잡고 앞에 이제 응급환자라고 비켜달라고 얘기를 하는데, 정말 예상치 못했어요. 물론 차가 막힐 거라곤 생각했는데 이 정도까지 막힐지도 몰랐고, 이 정도까지 안 비켜준다고? 약간 그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내려서 뛰어갈까 막 이 생각도 했어요. 앞에 비키라고 하면서. 앰뷸런스 안에 타고 있으면 (환자의 상태가) 진짜 분 단위가 아니라 초 단위로 바뀌는 게 보여요. 그러니까 그게 진짜 많이 힘들어요. 꿈속에서 달리기 할 때 가끔 뭔가 물속에 있는 느낌 날 때 있잖아요. 정말 열심히 빨리 달리는데 앞으로 나가질 않아. 분명히 이 잠실에서 반포대교 쪽까지 갔거든요. 사실은 차가 막히지 않으면 정말 금방 가는 거리란 말이죠. 와 근데 나가지를 않아요. 너무 차가 막히고 비켜주질 않으니까. -박기웅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가족들은 어땠을까? 기웅 씨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구급차 안의 그 가족들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 아주 인상 깊었거든.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 보면, 빨리 가자고 윽박지를 수도 있을 것 같고 어떡하냐고 울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런데. 근데 이분들은 저희한테 일절 그런 게 없었어요. 특히나 저는 이때 당시 아버님의 얼굴이 생생하게 기억나거든요. 어떤 표정이었는지가. 불안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에서도 중심 지키려고 되게 노력하셨거든요. 계속 애쓰고 계셨던 게 기억나요. -박기웅 가족들이 그랬던 이유는, 종순 씨를 위해서였어.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도 의식을 놓지 않고 꿋꿋이 버티고 있는 종순 씨를 위해 가족들은 불안감과 공포심을 애써 감춘 거야. 너무 힘들어서 엄마가 이제 이를 앙다물고 있다 보니까 치아가 막 부러져 있고 아마 그랬을 거예요. 다리가 이미 너무 아프니까 다른 데는 그렇게 부러져도 아마 의식조차 못 했을 것 같아요. -윤경, 종순 씨 딸 병원까지 10km 정도의 거리라고 했잖아. 얼마나 걸렸을까? 병원 도착 시간은 6시 33분. 헬기가 도착한 시간이 5시 50분이었어. 10km 거리를 40분이 넘게 걸려 도착을 한 거야. 막히지 않았다면, 최대한 빠르게 갔다면, 10여 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어. 40분 엄청 오래 걸린 거예요. 관내에 병원이 있었으면 정말 이송까지도 하고 돌아올 수도 있는. -김소라, 당시 구급대원 그날 올림픽대로에서는 비켜주는 차량도 있었지만, 몇몇 차량이 구급차의 진행을 막으며 시간이 많이 지체됐어. 환자를 이송하고, 환자의 보호자에게 상황을 전달한 후, 무너지듯 의자에 앉는 기웅 씨. 그 순간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렇게 환자를 병원에 이송한 후 대원들은 어떤 마음일까? 환자가 빨리 처치를 잘 받았으면 좋겠다. 좀 더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때 좀 그랬어요. 환자분이 너무 고통스러워하셨는데, 저 진짜 빨리 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는데 못해서, 조금 저희가 좀 죄송하기도 했었고. -김소라, 당시 구급대원 혹시나 다른 길로 갔었으면 좀 빨랐을까, 뭐 이런 생각도 좀 들기도 하고요. 복기를 하죠. '아 이 환자한테 이런 처치를 했으면 조금 더 좋았을까?...' -단의훈, 당시 구급차 운전 ▲ 마침내 도착한 병원, 수술 결과는? 이송을 했다고 끝이 아니야. 지금 사고 이후 5시간 30분이 지났어. 골든타임 30분을 남기고 병원에 도착을 한 거야. 막 도착하니까 이제 의사분들 나와 계시더라고요. 그 절단된 다리 상자 하고 그걸 챙겨 가지고, 반가웠어요. 이제 살았구나, 이제 됐다. 다 왔다... -윤지호, 종순 씨 남편 이런 고통 속에서도 종순 씨는 의식을 놓지 않고 꿋꿋이 견디고 있어. 종순 씨가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가족들, 특히 아들 때문이라고 해. 사고 후 엄마! 정신 차려! 정신 놓으면 안 돼 라는 희미한 아들 목소리 때문에, 정신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는 거야. 근데, 그렇게 힘이 되어 준 아들은... 사실, 그곳에 있지 않았어. 정확하게 얘기하면 그곳에 있을 수가 없었어.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아들은 인천에서 인천대학교 다녔거든요. 그때 저는 목포에 집사람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어요. 경찰서에서. 아들이 교통사고 났는데 좀 올라오셔야겠다고 그래서 '왜요?' 했더니 '수술을 해야 되는데 부모님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바꿔줄 수 없냐니까, 지금 수술실 들어가서 바꿔줄 수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왜 경찰서 오라고 하지? 병원으로 안 오라고 하고? 그래 갖고 경찰서 도착하니까, 이제 그때 그 이야기를 하더라고. 이미 병원에 왔는데 심폐소생술을 해도 이미 그때는... 가망이 없었다고. 인천 가서 그 이야기를 들은 겁니다. 올 때 위험할까 봐 경찰이 그렇게 말 안 했던 것 같아요. 6개월 전에 아들을 보냈죠. -윤지호, 종순 씨 남편 종순 씨 교통사고 6개월 전, 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거야. 살아생전 애교 많고 살가운, 딸 같은 아들. 만날 때면 마미~ 하며 달려와 껴안고 볼 뽀뽀를 해줬던 아들. 하늘로 먼저 간 아들이 엄마에게 힘이 되어준 걸까. 종순 씨는 끝까지 정신을 잃지 않고 버텨내. 이제 접합 수술이 남았어. 이제 엑스레이예요. 절단은 무릎 관절 쪽 밑에서 절단이 됐는데 실제로 여기도 골절이 있고 여기 뼈에도 골절이 많이 있고요. 접합 수술할 때는 먼저 뼈를 고정해야 됩니다. 뼈가 고정되고 안정이 되어 있어야 혈관이든 뭐든 잇더라도 그 이어진 상태가 유지가 되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가 이제 응급으로 뼈 먼저 고정한 상태예요 이게. 여기 고정하고 외고정 장치로 위아래 연결하고, 그다음에 이제 혈관 수술 진행하는 거예요. -정양국, 당시 수술 담당 집도의 수술이 시작되고 골절된 뼈부터 먼저 고정을 했어. 그리고, 혈관을 연결해. 신중하지만 빠르게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어. 골든타임 6시간은 지켜진 걸까? 통상적으로 골든타임을 우리가 6시간을 얘기를 하는데, 6시간이라고 하는 것은 의료기관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시간이 아니고, 의료기관에서 그 환자가 수술을 진행해서 혈행이 재개된 시간까지라고 이해를 하셔야 되기 때문에. 혈행이 차단됐을 때 혈행이 빨리 재개돼야 되는데 한 6시간 이내에 재개가 되면 그 조직이 괴사가 일부 진행되더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래서 나중에 기능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게 가능하다라고 해서 우리가 6시간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정양국, 당시 수술 담당 집도의 수술을 하는 동안에도 골든타임은 계속 줄어들어. 수술을 빨리 진행해야 하는 거야. 병원에 도착한 시간, 오후 6시 30분쯤이었지. 수술 시작은 오후 9시 30분이었어. 병원 도착 3시간 뒤야. 수술이 바로 시작되지 못한 이유가 뭘까? 우리가 환자를 치료할 때는 첫 번째는 생명이 위중한 상태가 아닌지, 혹시 그런 상태로 진행할 여지가 있는지가 먼저 첫 번째고요. 그다음에 이제 사지나 이렇게 신체 부위별 손상이나 기능이나 이런 것입니다. 그래서 다리를 살리려고 자칫 그런 처음에 해야 될 평가나 접근을 잘못해서 환자가 위중해져서 생명을 잃게 되는 이런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은 꼭 필요합니다. -정양국, 당시 수술 담당 집도의 다리 손상 이외의 신체 손상이 있는지 파악을 해야 했어. 그렇다면, 중요한 혈행이 재개된 시각은 언제일까? 절단된 다리의 혈관이 연결된 시간은 오후 11시 30분. 수술이 시작되고 2시간, 사고 이후 10시간이 지난 시점이야. 결과적으로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했어. 총 8시간에 걸쳐 진행된 수술은 새벽 5시 30분이 돼서야 끝났어. 수술 직후, 다행히 종순 씨의 상태는 양호했다고 해. 접합한 부위의 피의 흐름도 괜찮았고, 말초 부위까지 피도 잘 통했다고 해. 양호한 상태였고요. 혈관이 비교적 상태가 괜찮았고, 발목 부위에서도 도플러 검사로 혈행을 우리가 소리를 들어보고 확인하는데 괜찮았고, 피가 말초 부위에 오느냐 안 오느냐, 이렇게 손가락으로 쭉 눌러서 피가 다시 오면서 색깔이 빨갛게 돌아오는 모세혈관의 충전을 보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정양국, 당시 수술 담당 집도의 그런데 수술 후 며칠이 지나고, 종순 씨의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기 시작해. 다리가 붓고 피의 흐름이 안 좋아져. 의사가 한 번을 부르더라고요. 혈관을 이었는데 핏방울이 통과를 하려면 보여주는데 똑, 똑 이 정도로 흐르는 거예요. 계속 흐르는 것이 아니라. -윤지호, 종순 씨 남편 급기야 수술한 다리에 감염 증세까지 나타나. 수술받은 부위를 재수술하고 괴사된 부위를 제거하는 고통스러운 치료를 반복해야 했대. 패혈증으로 진행되면 자칫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 종순 씨는 괜찮은 걸까? 사고 세 달 후, 이른 봄. 기웅 씨가 어디론가 향하고 있어.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꽃다발을 준비했어. 기웅 씨는 어디를 가는 걸까? 어머니 안녕하세요. 기웅 씨가 수술 후 회복한 종순 씨를 찾아왔어. (수술 후) 좀 괜찮았어요. 근데 일주일 되고 나니까 이 (접합 수술한) 다리를 살리려고 하다 보면은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위험하다고 그래서 선택을 했습니다. 절단하는 것을. -윤지호, 종순 씨 남편 결국 다리를 절단한 종순 씨. 나 중환자실에서 죽는 줄 알았어요. 살아나니까 탤런트도 보네요. 아 이렇게 가깝게 보다니. 자기(남편)한테 미안하긴 한데 참 좋다… 아들이 만져준 것 같이 너무 좋다. 우리 아들이 만져준 것 같이. 감사해요. -이종순, 사고 당사자 만약에 골든타임 6시간을 지킬 수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사고 인근 지역에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있었다면? 병원까지 이송이 조금 더 빨랐다면, 어땠을까? 시간이 늦어지면서 발생하는 조직의 염증성 변화, 부종, 감염증도 발생했기 때문에, 만약이 그 시간을 단축해서 이런 것들이 덜 했다고 하면 (다리를) 살릴 수도 있다. 환자분이 조금 일찍 오셔서 시간이 지체됨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이 없었거나 더 경미했다고 하면 가능성, 여지도 있는 거죠. -정양국,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 모세의 기적 이렇게 출동 중에 길이 막히는 일, 종순 씨의 경우가 특수했던 걸까? 사실 당시, 긴급 출동할 때 길이 막히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어. 지금과 달리 응급차량한테 길을 터주는 건 흔치 않았던 시절이야. 길을 막는 차량들. 심지어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진입이 불가하기도 했어. 2001년 소방관 6분이 순직한 '홍제동 화재'도 골목길 불법 주정차로 진화가 늦어진 경우야. 절대로, 다시는 겪지 말아야 할 일이야. 변화가 필요했어. 하지 절단 환자, 종순 씨의 이송을 계기로 각성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심장이 뛴다'에선 '모세의 기적'이라는 긴급차량 길 터주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돼. '심장이 뛴다' 출연자들은 이를 알리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해. 언제 어디에서 본인 혹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구급차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당장 내일부터 '모세의 기적'은 성공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심장이 뛴다' 배우 전혜빈 '모세의 기적'을 알리는 플랜카드를 설치하고, 홍보 스티커를 곳곳에 붙였어. 공익 CF도 만들었어. 전국을 돌며 수개월간 노력한 끝에, 수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어. 몇 달간 지속적으로 긴급차량 길 터주기 캠페인은 계속됐어.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퇴근 시간, 터널 안에서 난 사고로 차들이 터널 안에서 줄지어 서 있습니다. 하지만 차들이 하나 둘 양보하더니 터널 안으로 들어가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200여 대의 차가 차례로 도로 양쪽 끝에 붙습니다. 도로 한가운데가 뻥 뚫리고 구급차는 속도를 내기 시작합니다. 구급차는 7km가 넘는 거리를 불과 5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자살 의심 신고를 받은 순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광안대교 역방향으로 진입합니다. 편도 2차로를 가득 메운 수백 대의 차량이 바다가 갈라지듯 양옆으로 길을 트기 시작합니다. 역주행 거리는 1km. 마침내 자살 의심자를 차량으로 가로막고 구조에 성공합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모세의 기적' 프로젝트 후 전국에서 들려오는 소식들. 그렇게 조금씩 변화의 물결이 퍼져갔어. 아 이게 방송의 위력이구나 그걸 느꼈죠. 양보를 해주고 싶으셔도 그 방법을 잘 몰라 가지고 못 해주시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캠페인 하면서 이제 소방차 비켜주는 요령이나 이런 것도 많이 알려주고 이래 가지고 확실히 이제 양보해 주시는 비율이 훨씬 많이 늘었죠. -김소라, 당시 구급대원 '모세의 기적'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모여, 결국 모두가 함께 해야만 만들 수 있는 기적이 아닐까 싶어. 종순 씨를 이송할 때도 모세의 기적이 일어났으면, 달라졌을까. 10년이 지난 지금, 종순 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저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유치원 원장 이종순입니다. 애들하고 있는 게 제 삶의 원동력이에요. 애들이 없으면 제가 과연 이 자리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애들하고 있으니까 즐겁고 행복합니다. -이종순, 사고 당사자 종순 씨는 유치원으로 돌아와 자신만의 기적을 이뤄가고 있어. 그 순간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학생들이 다치지 않고 또 저희 딸이 다치지 않고 나한테 와줘서 고맙다.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TV에서 다른 '모세의 기적'을 볼 때 보고 '내가 모세의 기적을 일으킨 장본인인가?' 저희 가족들한테 으쓱대기도 하고. 도로에서 길 터주기 보면서... 막 안타깝고 가슴도 뭉클하고, 좀 많이 울었습니다. 나도 저런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그런데 어차피 또, 살아있으니까. 더불어 살아야 하니까. 지금은 될 수 있으면 웃음 잃지 않고 씩씩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이종순, 사고 당사자 우리가 또 한 가지 확인해 볼 게 있어. '모세의 기적' 프로젝트를 한 지 10년이 좀 넘게 흘렀어. 현재, 모세의 기적은 어떨까? 요즘은 신고 접수부터 화재 현장 도착까지 7분 내 도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 7분 도착률은 2022년 66.1%, 2023년 68.1%, 2024년 69.2%로 조금씩 높아지고 있어. 모두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겠지. 마음을 울리는 모세의 기적이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하지만, 좀 더 변화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렇다고, 시민들의 양심에만 기댈 수는 없어. 구조적인 변화도 필요해. 혹시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이라는 거 들어봤어? 이 시스템은 긴급차량이 전용 단말기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신호등이 자동 제어돼, 차량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신호를 녹색 신호로 바꿔주는 거라고 해. 현재 일부 지역에서 긴급한 출동일 경우 사용을 하는데, 보다 더 빨리, 안전하게 출동할 수 있어. 구급차가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한데, 안전하게 가는 것이 더 중요해서, 그게 어렵죠. 안전하면서 빨리 가야 하니까. 항상 그런 딜레마를 갖고 있어요. -김소라, 구급대원 골든타임은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지켜지는 게 아니야. 한 사람도 빠지지 않아야 완주할 수 있는, 금빛 이어달리기야. 골든타임은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타임.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내 형제라고 생각하고 그 시간을 지켜준다면 소중한 생명들이 잃지 않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종순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점심에 들른 카페서 매캐한 냄새…달려가 불 끈 경찰관들 점심에 들른 카페서 매캐한 냄새…달려가 불 끈 경찰관들 등록일2025.02.20 ▲ 이환석 경장이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나는데? 오늘(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낮 12시 15분쯤 경기 과천시 중앙동의 한 상가 건물 1층 카페에 있던 과천경찰서 경비교통과 이환석(29) 경장과 양정훈(30) 경사는 타는 듯한 냄새가 코를 찌르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근처 카페에 들렀던 참이었는데, 매캐한 냄새가 풍기자마자 불이 났다는 사실을 직감했던 것입니다. 급하게 카페 밖으로 나가보니 실제 인접한 골목에 쌓여 있던 폐지 더미에서 불꽃이 치솟고 있었습니다. 불이 난 곳 주변에는 도시가스 배관이 설치돼 있었고 옆에는 전기자동차도 주차 중이어서 자칫 불길이 확산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이 경장은 급히 카페 건물로 들어가 복도에 비치된 소화기를 들고 나와 불이 붙은 폐지 더미에 소화기를 분사하며 진압에 나섰습니다. 같은 시각 양 경사는 근처에 있는 과천소방서로 뛰어가 화재 발생 사실을 알렸습니다. 당시 바람이 심하게 불었던 탓에 소화기 한 통을 소진할 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아, 이 경장은 다시 건물 복도로 달려가 두 번째 소화기를 꺼내왔습니다. 마침 소방서에 화재 발생 사실을 알리고 현장에 돌아온 양 경사가 소화기를 넘겨받아 진화를 이어갔습니다. 두 경찰관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불은 약 5분 만에 대부분 꺼졌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잔불 정리를 마칠 때까지 건물 외벽이 일부 탄 것 외 별다른 재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경장은 추가 피해가 나지 않도록 인근에 차량을 주차해둔 차주에게 연락해 이동 주차할 것을 안내한 뒤에야 양 경사와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 경장은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며 앞으로도 경찰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 고 말했습니다.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