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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도연만이 전도연을 넘어설 수 있다 [인터뷰] 전도연만이 전도연을 넘어설 수 있다 등록일2015.06.12 하드보일드 느와르 장르에서 여성은 대상화 된 존재였다. 영화 초·중반까지 액세서리처럼 활용되다 맥락 없이 사라지기 일쑤였다. 어떨 때는 남자 캐릭터의 인생과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민폐 캐릭터로 전락하기도 했다. 전도연만큼은 달랐다. 영화 &'무뢰한&'(감독 오승욱, 제작 사나이 픽처스)을 선택하며 감독에게 당부한 건 딱 한 가지 &'여성 캐릭터를 대상화시키지 말자&'는 것이었다. 전도연은 시나리오상에 압축적으로 표현돼있던 김혜경이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연기해내며 &'무뢰한&'을 기어이 전도연의 영화로 만들어버렸다. &'무뢰한&'의 성취는 전도연에게 상당 부분 빚을 지고 있다. 배우가 작품을 깊이 있게 흡수하고, 캐릭터를 폭넓게 이해할 때 영화 전체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를 몸소 보여줬다. 그 영향력은 감독에게 영감을 선사했고, 배우들을 자극하는 데까지 뻗쳤다. 전도연이 좋은 배우란 건 새삼스러울 것 없는 사실이다. 이것은 단순히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이라는 트로피가 주는 명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지난 24년간 한 길을 걸으며 남긴 작품과 캐릭터, 그 실제적인 기록이 전도연이라는 배우의 명성과 권위를 뒷받침한다. &'무뢰한&'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놀랐다. 아직도 전도연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할 수 있다는, 그 쾌감에 말이다. 더 놀라운 건 이 영화와 캐릭터가 끊임없는 자기 의심 아래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여배우는 여전히 자신을 괴롭히며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단언컨대, 전도연을 넘을 수 있는 배우는 오직 전도연뿐이다. Q. 많은 시나리오가 최우선으로 가는 배우다. 이 작품의 어떤 부분에 마음이 움직였나? A. 일단 시나리오가 굉장히 좋았다. 하드보일드의 중심이 멜로라는게 좋았다. 그들을 움직이는 힘이 폭력적인 게 아니라 사랑 때문에 흔들리는 거 말이다. 서로에게 무뢰하게 되고 감정적으로 무너지게 되고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점의 감정들이 인상적이었다. Q. 언론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다고 들었다. 그때 받은 느낌을 떠올려본다면? A. 영화를 처음 봤기에 긴장이 많이 됐다. 감독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들이 100% 만족스럽게 드러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의도가 보이고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감독님은 솔직한 영화를 찍고 싶어 하셨던 거 같다. 나 역시 솔직한 스토리 안에서 구체적 인물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그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 칸에서 마지막으로 영화 보고 이제 그만 봐야겠다 싶더라. 처음엔 긴장하면서 보지만 두 번, 세 번은 놓친 부분이 크게 들어오니까. Q. 처음 봤을 때의 모호한 느낌은 관객이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 A. 우리 영화가 관객들이 원하는 답을 주는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 말로써 누군가에게 원하는 걸 이야기할 수 있을까...그건 말일 뿐이고, 그래서 그들은 행동으로 할 뿐이다. 그래서 그들이 더 안타깝고 연민이 간다. 그런 순간들이 우리 영화에는 끊임없이 등장한다. Q. 오승욱 감독이 여자를 너무 모른다는 말을 했다. A. 영화를 여러 번 보니 감독님이 여자만 모르는 게 아니라 인간들과의 소통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이 아닌가 싶더라. 시나리오상에서는 김혜경이 함축돼 표현된 것 같았다. Q. 시나리오상에는 김혜경이 입체적인 인물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A. 처음엔 김혜경이 대상화돼 있는 것 같았다. 난 여자로서 매력을 어필해야지가 아니라 그들과 어떻게 섞이고 살아남는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녀가 사는 세상은 좀 더 치열할 것 같았다. 그게 일상적이라서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니라 누구랑 부딪치고 하는 건 늘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이 아닐까.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다. 다행히 감독님께서 나에게 많이 맡겨주셨다. Q. 전도연의 몸에 들어온 김혜경은 놀라울 정도로 입체적이었다. A. 쉽지는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에게 &'이 여자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것 같고 오히려 그녀가 남자에게 무뢰한 같다&'고 말했다. 더 솔직히 말해 그녀가 그러한 환경과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여자 같지가 않았다. 나는 그것만으로는 인물을 이해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Q. 그런 김혜경의 강인함이 드러났던 장면이 돈을 받으러 가서 &'나 김혜선이야!&'라고 외치는 신 아니었나 싶다. A. 맞다. 그때 입은 빨간 원피스, 난 그걸 김혜경의 전투복이라 생각했다. 전투복을 입고 돈을 받으러 가는 모습, 돈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 곧 김혜경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은 찍을 때도 그랬고, 보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혜경의 가장 처절한 순간이다. 자존심 하나만 지켜온 여잔데 그 순간에는 무너진다. 또 혜경의 그런 모습을 놀이처럼 흥미롭게 지켜보던 재곤이 혜경을 달리 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한다. Q. 한복을 입고 가게 명함을 돌리는 장면도 인상적이더라. A. 시나리오에 &'선녀 같은 한복을 입고&'라고 정확하게 표현이 돼 있었다. 감독님한테는 어떤 상징 같은 이미지로 보였던 거 같다. 그런데 난 그 장면이 불편해서 &'꼭 한복을 입어야 하느냐&'고 했다. 결국, 한복은 입되 어깨에 띠만이라도 빼달라고 했다. Q. 그런 디테일들이 초반 김혜경의 이미지와 성격 구축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A. 그 신은 남자들이 정말 좋아하더라. 여름이었는데 무척 더웠다. 한복에 모기도 들어갔고... 남자들이 여자를 보는 이미지가 특이하단 생각을 했다. 단순하고 직접적이랄까.(웃음) Q. 정말이지 다채로운 표정으로 인물의 감정을 담아내더라. 눈꺼풀, 눈썹 등 얼굴 근육을 이용해 인물의 감정변화를 시시각각 보여준 느낌이랄까? A. 그런 건 계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표현할 수 있는 게 말이 아니다 보니 감정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들이다. Q. &'상처 위에 상처, 더러운 기억 위에 더러운 기억을 얹다&'라는 문어체 대사가 아름다우면서도 구슬프게 다가왔다. A. 영화 속에서 처연한 여성 캐릭터들을 많이 맡았는데도 자기 연민에 취해있었던 적은 없었던 거 같다. 그런데 이번에 &'상처 위에 상처&' 이 대사에서는 느껴졌다. 자기가 자기 상처를 돌아볼 기회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나도 누군가를 통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데 김혜경도 그런 순간이 아닐였을까 싶다. 내 몸에 난 상처가 아니라 그 사람 몸에 난 상처를 보고 자신을 바로 보게 된다. 이 남자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거...상처받은 짐승들이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신이었던 거 같다. Q. 만약 김혜경이 정재곤과 살았다면 행복했을까? A.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있다. 그녀는 늘 누군가에게 선택되어서 살았다. 그게 내 것이고 사랑인 줄 알고 최선을 다했다. 만약 김혜경이 가슴이 아닌 머리로 사는 여자라면 본인이 이용당하는 걸 알 텐데 그녀는 그걸 사랑이라고 믿는다. 아마도 혜경이 누굴 선택해서 감정을 준 건 정재곤이 처음일 것이다. 그래서 &'나 여기서 도망쳐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말을 할 때 사랑 고백보다 절실하게 느껴졌다. 정재곤이란 잘 됐다면 그녀는 계속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지만, 역시나 쉽지 않았을 것 같다. Q. 힘든 캐릭터다 보니 감독이 의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텐데? A. 나는 감독에게 많이 의존하는 스타일이다. 영화 찍는 과정은 큰 판에 퍼즐을 엎고 다시 조합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근데 전체적인 그림을 본 건 감독님뿐이다. 배우는 잘 해나가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걔다가 그 안에 빠지다 보면 전체적인 감정을 놓칠까 봐 더 긴장한다. 게다가 영화는 시나리오 순서대로 찍는 게 아녀서 연기가 과할 수도, 덜할 수도 있다. 그건 감독님의 그림 안에서 조율해야 한다. 감독님이 김혜경에 대해서 믿고 맡겨주었지만 포기하지 않게 격려도 해주셨다. &'아 뭐 이렇게까지 이렇게 가죠&' 할 수도 있었는데 배우를 북돋워서 끝까지 갈 수 있게 하셨다. Q. 현장에서 &'나 잘하고 있어?&'라고 쓴 메모가 화제가 됐다. A. 아…. 부끄럽다. 그게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될 줄은 몰랐다. 진상 씨라고 메이킹 필름을 찍는 분이 있다. 작품에서 여러 번 만난 분이라 개인적으로 친하다. 게다가 그분은 작품을 굉장히 잘 보고 냉정하게 조언도 많이 해준다. 그래서 내가 이것저것 물어볼 때가 있다. 그 쪽지도 그렇게 쓰게 된 거다. 그걸 본 뒤 그분이 &'뭘 그렇게 의심해? 불안해?&'라고 묻더라. 내가 잘하고 있는지 제대로 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을 때가 있다. Q. 경험해보지 않은 인생과 캐릭터를 매번 능숙하게 연기하는 비결이 뭔가? A. 경험을 통해 캐릭터를 이해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내가 경험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인물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로 내가 겪지 않았지만 읽으면서 이해되고 공감되는 지점이 있지 않나. 영화도 연기도 마찬가지다. 그 캐릭터를 계속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한다. 흉내만 내는 데 그치지 않기 위해 내 안에 그런 면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한다. Q. &'무뢰한&'으로 칸영화제 4번째 초청을 받았다. 출국 전 &'그곳에서 받게 될 자극이 기대된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A. 칸영화제에서 &'밀양&'으로 상을 받은 후 영화제 측에서 &'이 여배우의 다음 작품은 뭘 할까&'를 늘 궁금해하고 지켜봐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세계적인 감독과 배우의 작품들을 많이 봤다. 그때 느낀 게 &'아 이런 분들은 고집스러움을 놓치지 않고 가져가는구나&'였다. 그러는 동시에 한국에서는 전도연이지만 거기에서는 &'누구? 전도연? 아...&' 이런 것도 느꼈다. 그곳에서는 나의 존재가 작게 느껴지니 거기서 오는 자극도 크다. &'나 이제 칸에 왔으니까 됐어&'가 아니라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구나&'라고 자극을 받고 &'다음 작품은 더 열심히 해야지&'라고 마음을 다지게 된다. Q. 혹시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뭐가 됐을까? 어릴 때 꿈이 궁금하다. A. 어릴 때 꿈은 현모양처였다. 사람들이 &'꿈이 뭐에요?&'라고 물으면 &'저는 요리도 잘하고요. 남편이랑 아기 낳고 행복하게 살 거예요&'했다. 그러다 우연히 광고 모델로 데뷔를 하게 됐고, &'접속, &'해피엔드&'를 찍으면서 연기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연기의 매력이랄까. 연기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 A. 연기도 연기지만 작업 과정이 너무 즐겁다. 한 편의 영화를 위해 70~80명의 사람이 촬영 현장에 모인다. 그곳에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하나로 좁혀가면서 영화가 완성된다. 그런 현장이 행복하니 더욱 집중하게 되는 거 같다. 그 순간들이 자유롭고 좋다. Q. 배우 전도연을 자극하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A. 그런 게 꼭 있어야 하나. 누군가에게 자극을 받았다고 해서 열심히 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자신에게 그리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만족을 잘하지 못한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감사할 때도 있다. 너무 힘들 때는 내가 연기를 막 해도 사람들이 &'전도연이 콘셉트로 했겠지 그냥 막했겠어&'하거나 &'우와 전도연이 저런 콘셉트의 연기를 하는구나&'할텐데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웃음) 그러나 순간 순간 타협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특별한 자극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Q. 지금의 전도연에게 목표라는 게 있을까? A. 글쎄…. 나는 어차피 계속 이 일을 해나갈 것이라 당장 목표를 잡는 건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다. 어느 순간 배우가 해야 할 일인 동시에 하고 싶은 일이 됐다. 이제 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연기하기엔 무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하는 순간까지 연기할 수 있는 것 그게 목적이다. 목표가 아니라. Q. &'무뢰한&'의 개봉에 맞춰 전도연 특별전이 열렸다. 총 5편이 상영됐는데 빠진 작품 중에 이건 아쉽다 하는 영화가 있다면? A. &'멋진 하루&'도 빠져서 아쉽고, &'내 마음의 풍금&'도 아쉽다. 개봉 당시 이후로 못 본 작품들이 많다. 시간이 되면 다 챙겨보려고 한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사진 김현철 기자)
[인터뷰] '무뢰한' 오승욱 감독이 남겨둔 빈칸의 의미 [인터뷰] '무뢰한' 오승욱 감독이 남겨둔 빈칸의 의미 등록일2015.06.11 &'무뢰한&'(감독 오승욱, 제작 사나이 픽처스)은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어른의 영화다. 이 작품에는 여백과 생략이 많다. 이것은 젠체하기 위한 줄임표가 아니다. 수많은 시련과 상처로 단련된 어떤 사람들의 감정 사림의 결과다. 어른의 사랑은 말보다 몸이 쉽다. 이것은 사랑을 말하거나 표현하는 데 서툴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혜경(전도연)은 사랑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재곤(김남길)은 사랑 앞에서 맴돌기만 한다. 존재를 느끼되 말하거나 다가가지 않는 것, 어른의 사랑은 이다지도 어렵다. 이 영화의 불친절함 이를테면 자세히 설명되지 않는 상황, 명확히 보이지 않는 인물의 감정을 마주 하고 있다 보면 &'무뢰한&'은 읽는게 아니라 느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삶이 그렇다. 마음가는데로 못하고, 하고 싶은데로 행동하지 못한다. 무뢰한의 무례한 사랑을 그린 이는 오승욱 감독이다. 2000년 영화 &'킬리만자로&'로 한국 영화계에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던 오 감독은 15년 만에 두 번째 작품으로 돌아왔다. 하드보일드한 스타일은 여전했다. 그러나 이번엔 느와르가 아닌 멜로 장르로 자신의 영상미학을 과시했다. 이번 영화에도 유의미한 빈칸들이 가득했다. 오승욱 감독에게 그 의미를 물었다. 그리고 이 기사를 통해 채워나간다. &'무뢰한&'은 두 번 보면 더 깊이, 넓게 보이는 영화다. 이 영화의 여운을 제대로 음미하고 싶다면 다시 한 번 극장으로 향할 것을 권한다. Q. 이러한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게 놀라웠다. A. 이러한 영화라 10년 전엔 투자가 안 됐나 보다. 모호하고 밋밋한 이야기를 보존케 하고 찍게 해준 제작사와 투자사에게 고맙다. Q. 처음 편집본을 봤을 때 심정이 궁금하다. 10년간 준비한 작품을 스크린에서 만난 그 기분 말이다. A. 현실감이 없더라. 여기까지 왔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다. 최종 편집본 나왔을 때 주변에서는 &'오승욱다운 영화를 찍은 거 같다&'고 했지만 나는 괴롭기만 했다. 속으로 &'너 망친 거야, 망쳤어&' 하는 마음이었다. C,D 정도의 편집본이 나왔을 때 국수란 피디가 &'거봐요. 재밌는 영화 나왔다고 했잖아요!&'라고 화를 내더라. 내가 나를 의심할 때 주변에서 확신을 해주는 게 큰 힘이 됐다. Q. 데뷔작 &'킬리만자로&' 이후 15년 만이다. 영화계는 많이 변했는데 오승욱의 스타일은 크게 바뀌지 않았더라. A. &'킬리만자로&' 개봉 때 김성수(&'비트&', &'태양은 없다&' 연출)감독이 날 인터뷰한 적 있다. 그때 &'당신은 사건에는 별 관심이 없다. 오직 사건 전.후의 감정에만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하더라. 우리가 좋아하는 &'영웅본색&'이나 &'와일드 번치&'를 봐도 카타르시스가 매우 중요한데 당신은 그런 걸 다 뺀다고. 나도 알고 있다고 했다. 알고선 왜 안 하느냐고 하더라. 곰곰이 생각해봤다. 좋아하면서 왜 안 할까. 난 카타르시스를 위해 앞뒤를 희생하는게 싫은 거였다. Q. 이를테면 재곤과 혜경이 재회한 후반부 장면이 예가 될 수 있겠다. A. 편집하면서 라스트가 에필로그(후일담)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왜 사랑한다고 고백을 안 하느냐고 하는데 그러면 칼을 찌르고 가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건보다 중요한 게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은 마지막에 터져야 하는데 그 앞에 카타르시스가 나오면 효과가 없을 것 같았다. Q. 하드보일드와 멜로의 결합도 그렇고 뚜렷해 보이지 않은 감정, 모호한 분위기 등이 유럽 영화 같은 느낌을 주더라. A. 칸영화제에서도 장르의 결합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다. 멜로랑 하드보일드가 잘 합쳐진 것 같다고 평가하더라. 나에게 장르란 파레트고 붓이고 물감일 뿐이다. 그건 그렇게 중요치 않다. Q. 하드보일드한 스타일과 멜로 장르의 만남이라는 게 관객 입장에서는 생소할 수도 있다. 게다가 갈등이 명확하거나 감정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도 불친절해 보일 수 있다. A. 우리 영화를 멜로로만 포장하기엔 그 속에 감정들이 너무나 많다. 딱 한 가지의 감정으로만 그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말하면 무책임하게 들리겠지만 하나의 단어로 이야기하는 순간 영화가 가진 에너지가 없어진다고 생각했다. Q. 왜 재곤은 사랑을 말하지 않나. 관객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지점일 것 같다. A. 사랑은 한 단어로 말하기가 힘들단 생각을 한다. 갈래가 많은 감정이다. 혜경이 재곤을 찌를 때 재곤의 표정이 처음엔 &'너 나 왜 찔러&'같은 당혹감을 보이지만 어느 순간 &'너,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바뀐다. 물론 두 사람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 사랑은 모호하고 복합적이다. 심지어 광기도 있다. Q. &'무뢰한&'은 죄에 관한 영화라고도 했다. A. 정체성, 이중성, 도플갱어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사실 정재곤의 신분이 밝혀진다고 큰 변화가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남을 속이기 위한 기제로 가짜 행세하면서 마음을 훔치는 사람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그게 가장 나쁜 죄라고 본다. Q. 감독의 이야기라고도 했다. 어떤 의미에서 자전적이라고 하는 건가? A. 죄에 대해 이야기기 때문이다. &'킬리만자로&'도 그렇고 영화화하지 못한 모든 시나리오가 그렇다. 죄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다뤘던 것 같다. 무뢰한이라는 자기 방식대로 살면서 남이 상처받는 건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무뢰한&'의 정재곤(김남길)도 그렇고 &'킬리만자로&'의 해철(박신양)도, 번개(정은표)도 그렇다. 또 나도 그렇다. Q. &'무뢰한&'은 재곤의 뒷모습으로 시작해 재곤의 앞모습으로 마무리된다. A. 처음에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주인공으로 뒷모습으로부터 시작해 앞모습으로 마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난 오프닝 시퀀스에 제목도 크레딧도 넣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한재덕 대표(제작사 사나이 픽처스 대표)가 &'제발...그건 배우에 대한 예의다&'라며 말리더라. 마지막 장면에서 인물앞에 &'무뢰한&'이라는 제목을 박고 싶었다. 재곤이 곧 무뢰한이니까. Q. 이번 영화에는 여자가 나온다. 그것도 핵심 인물로 말이다. A. 여자 캐릭터를 영화에서 양념처럼 사용하는 걸 싫어한다. 살짝 나타났다 어느 순간 사라지는 거 말이다. 그게 싫어 여자 캐릭터를 만드는데 있어 취재를 많이 했다. Q. 취재는 어떻게 이뤄졌고 시나리오에 얼마만큼 반영되었나? A. 직업여성 관찰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 2005년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 룸살롱에 많이 가신다는 어떤 분을 취재했다. 그쪽 업계 여자들은 어떤가 하고 말이다. 뜻밖에 현모양처 스타일이 많다더라. 예쁘지는 않은데 수완이 좋은 한 여자가 있었다. 승승장구하고 있다가 주식에 투자해서 날렸다고. 근데 그 여자가 어느 날 밖에서 서럽게 울고 있다가 손님이 간다고 하니까 울음을 뚝 그치고 헤헤헤 웃으며 배웅하더라. 그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그래서 영화에 썼다. 또 &'뭐하는 씹새끼입니까&'라는 혜경의 대사는 내가 실제로 들은 거다. Q. 김혜경이라는 술집 여자가 전형적으로 그려지지 않아서 좋았다. 생기 없는 꽃처럼 다루지 않고, 그녀의 삶과 가치관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점 말이다. A. 김혜경이라는 캐릭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솔직함이다. 업소 다니는 여자분들을 만나 얘기해보면 자기 젖가슴이나 만지려고 하고, 어떻게든 공짜로 자보려고 하는 남자를 매일 만난다고 하더라. 얼마나 끔찍한 하루하루 인가. 그러나 혜경은 그곳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솔직하려고 한다. 남자들은 그곳에 모든 여자가 거짓말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혜경은 모든 사람에게 솔직함으로써 자신만의 무기를 가진다. Q. 전도연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김혜경의 입체성은 전도연의 깊이 있는 캐릭터 해석과 절제미 넘치는 연기력을 통해 획득한 것이기도 하다. A. 배우가 캐릭터에 완전히 밀착돼 연기한다는 게 이런 거라는 걸 새삼 느꼈다.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런 연기는 계산해서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연기를 안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면 눈꺼풀, 눈썹, 볼 근육에도 감정을 싣더라. 사실 마지막에 혜경이 재곤을 찌르는 신은 웬만한 배우는 &'왜 찌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신에 이르자 도연 씨가 &'감정이 쌓여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 Q. 연기 디렉션을 잘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배우들에겐 힘들 수 있다. A. 지금 내가 영화에 대해서 말한 것들을 배우에겐 얘기한 적 없다. 배우에게 연출 의도나 장면 장면의 의미를 잘 설명하지 않는다. 데뷔작 &'킬리만자로&'때부터 굳어진 것 같다. 박신양 씨와 호흡을 맞추면서 신의 의미 등을 설명한 적 있는데 &'그건 감독님의 경험이지 제 것이 아니잖아요. 감독님이 설명해주면 제가 할 수 있는 게 한정되잖아요&'라고 하는데 느끼는 바가 컸다. 연출에 대해 잘 모를 때였는데 그때의 경험을 통해 배우가 연기에 있어 큰 틀을 안 벗어나면 놔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때 호흡을 맞춘 안성기 선배님도 내가 별 디렉션을 안 주시니 불안하셨던지 &'오 감독이 별말이 없어서 난 자유롭게 하고 있는데 내 연기의 상, 하한선은 가지고 있는 거지? 나 그냥 이렇게 해도 되는 거지?&'하고 물으시더라. Q. 배우의 해석이 감독의 해석과 다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시행착오가 생기면 어떻게 조정하나? A. 감독이 배우의 눈꺼풀 하나까지 컨트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이미 시나리오 안에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 집어넣었는데 배우가 그걸 오독만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다행히 전도연, 김남길은 오독하는 배우가 아니었다. 아주 미세하게 어긋날 수는 있는데 그건 영화나 인물을 풍성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니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Q. 영화에서 클로즈업을 잘 안 쓴다. 선호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A. 너무 감정을 강요하는 것 같고 거짓말 같아서다. 존 포드 감독의 영화 속 클로즈업들은 정말 좋아한다. 그의 영화에 클로즈업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대신 인장이 되는 클로즈업이 꼭 있다. &'무뢰한&'에서도 꼭 찍어야 하는 클로즈업이 있었다. 재곤이 혜경이를 데려다주고 나와서 도청기 끼우고 있을 때 들어가는 빅 클로즈업 그리고 해장국 집, 혜경의 귀걸이 클로즈업 정도다. 잡채 신은 김상범 촬영감독이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해놓고 보니 놀랍더라. 대단한 힘이 있더라. Q. 김상범 감독과 만난 건 오승욱의 작품 세계를 보다 견고하고 뚜렷하게 한 게 아닐까 싶더라. A. 맞다. 처음에는 내 스타일을 고집한 면이 강했다. 어느 날 김상범 감독이 &'감독님이 클로즈업 싫어하고, 신 잘라내는 거 싫어하는 거 알지만 제가 해온 것들에 대해서 좀 믿고 봐달라&'고 하더라. 김상범 감독와 영화에 대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의 아이디어들에 깊이 감동했다. Q. 재곤이 하는 마지막 대사가 인상적이다. 굉장히 영화적이다. A. 한재덕 대표가 만든 대사다. 처음엔 영어대사 &'해피 뉴 이어, 비치&'로 출발해 &'새해 복 많이 받아라, XXX아&'가 된 거다. Q. 소변신도 상당히 인상적이더라. A. 관객들이 불편하게 생각한다고 빼라는 말이 많았다. 편집 시사 땐가 우리 영화가 좋다는 반응이 많았을 때 남길 씨와 강력하게 어필을 했다. 그게 넣어야 라스트가 힘을 들어가고 주인공의 나쁜 면모나 괴상함이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자긴 깨끗한 놈인 줄 알았는데 결국 자신도 남들과 다른 바 없는 냄새 나는 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Q. 데뷔작 &'킬리만자로&'의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 작품은 잘 만든 실패작이었다. 왜 대중과 교감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나? A. 긴 시간 동안 생각해봤다. 대중이 이 영화를 왜 좋아하지 않았을까가 아니라 내가 어떤 거짓말을 했나를 생각했다. 젠체하는 멍청이 같단 생각을 했다. 차기작에서는 모르는 얘기는 하지 말고, 멋 부리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무뢰한&'에서는 주인공들의 감정 상태에 대해서 좀 더 이해가 간다고 생각하는 것만 하려고 했다. Q. 영화를 만들지 않았던 15년 동안 어떻게 지냈나? A. 무지하게 재밌게 지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남자에게 있어 절정의 시기는 43살부터 47살이 아닌가 싶다. 영화감독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과 교류하고, 강의도 나가고, 글도 쓰고….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뿐이지 즐겁게 보냈다. Q. 차기작에 대한 계획은? 이젠 쉬지 않고 영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진심이다. A. 논의는 하고 있다. 우리 제작자도 &'빨리 좀 시나리오를 쓰라&'고 난리다. 이번 칸영화제 때 이광모 감독님을 만났다. 그분은 내가 장편 데뷔하기 전에 만들었던 단편 시나리오를 보시고 &'엑설런트&'라고 호평해주신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리고 그분이 &'아름다운 시절&'(1998)로 대종상 작품상을 타고, 내가 &'8월의 크리스마스&'(1998)로 각본상을 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를 보며 진심으로 기뻐하셨다. 이번에 한재덕 대표와 함께 만났는데 날 보시고 &'15년 만에 영화를 만들다니…. 나도 만들 거야&'라고 하시더라. 더불어 우리 둘이 어떻게 만났느냐고 묻더라. 한 대표가 &'쓰레기 더미에서 건져내 분무기로 물을 칙칙 뿌려서 썼다&'고 하더라.(웃음) Q. 이광모 감독님 이야기를 들으니 반갑다. 그분도 늘 연출 복귀를 꿈꾼다는 사실이 반갑고 기대된다. A. 모든 감독의 바람이다. 영화를 안 찍고 있다고 해서 연출에 대한 꿈을 버린 건 아니다. Q. 조소과(서울대학교)를 나왔다. 화가가 아닌 감독의 길을 택한 이유는? A. 결론만 이야기하면 영화가 더 재밌었다. 지금도 영화를 한다는 게 행복하다. 사람들이 나에게 15년을 어떻게 견뎠느냐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영화가 좋았다. 이 직업을 택했기 때문에 이렇게 행복할 수 있었다. 아직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사진 김현철 기자)
[인터뷰] '무뢰한' 김남길, 세상 모든 나쁜 남자를 위한 항변 [인터뷰] '무뢰한' 김남길, 세상 모든 나쁜 남자를 위한 항변 등록일2015.06.02 [SBS funE| 김지혜 기자] &'촬영장에서 모니터로 제가 연기한 정재곤을 보면서 스태프들이 &'나쁜 놈&', &'개새끼&' 하더라고요. 맞아요. 대다수의 이해를 얻을 수 있는 있는 인물은 아니죠. 하지만 남자라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면이 분명히 있다고 봐요. 저도 과거에 그랬던 적 있거든요&' 배우 김남길은 아직 &'재곤&'에게 빠져 있었다. 알듯 모를 듯한 물음표투성이의 나쁜 남자지만, 연기하는 배우에게는 연민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인물이란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과 재곤은 닮은 구석이 있다고 했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도, 제작한 제작사 대표도 &'내 이야기&'라며 동조했다고 덧붙였다. 섣불리 사랑을 말하지 않으면서 여자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 남자, &'같이 살래?&'라는 말을 던졌다가도 그냥 해본 말이라며 쉽게 말을 거두는 남자, 세상 대부분의 여자는 이런 남자에게 분노한다. 재곤은 빈말을 무겁게 말하고 진심을 가볍게 말하는 남자다. 닳고 닳은 혜경조차 이런 남자에게 또 한 번 상처를 받는다. &'상처 위의 상처&'라고 아프지 않은 게 아니다. 사랑의 상처에는 내상이 없다. 모든 사랑이 새롭듯 모든 상처는 그저 아플 뿐이다. 김남길은 &'나쁜 남자&' 전문 배우다.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치명적 매력의 나쁜 남자를 여러 차례 연기했었다. 하지만 재곤은 종전에 그가 맡았던 나쁜 놈과는 조금 다른 캐릭터다. 덜 드러내면서도 훨씬 입체적이다. &'나쁜 남자&'의 매력은 헤어나와도 그 잔상이 깊게 남는 것 아닐까. 배우 김남길이, 그의 연기가 그렇다. &'무뢰한&'(감독 오승욱, 제작 사나이 픽처스)의 김남길을 만났다. 그리고 정재곤을 보았다. Q. 칸 영화제 갔다 와서 시차 적응이 안됐을 것 같다. 괜찮나? A. 누가 들으면 한 달은 다녀온 줄 알겠다. 오히려 짧게 다녀와서 더 시차 적응이 안되는 것 같다. 어제 밤에도 자다가 깨서 고생 좀 했다. Q.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영화제다. 첫 경험은 어땠나? A. 솔직히 별거 없더라. 부산영화제가 칸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영화제라 그런지 부산영화제를 외국에서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차이라면 조금 더 세계적인 영화인들이 모이는 거? 또 예의와 격식을 좀 더 차리는거? 근데 또 그 안에서도 상술은 보이더라. 어디를 가나 어떤 행사나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Q. &'무뢰한&'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재곤&'역에는 이정재가 캐스팅됐었는데? A. 어느 날 집에 있다가 이정재 선배가 어깨 수술로 영화에서 하차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무뢰한&'? 이게 무슨 영화지? 싶으면서 제목에 강한 끌림이 있었다. 일단 남자 주인공이 공석일 테니 시나리오를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싶더라. 읽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이었다. 6년 전에 이런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 있다. &'폭풍전야&'라는 영화다. 그간 경력도 쌓이고 내공도 좀 더 쌓였으니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Q. 결국, 대타 캐스팅이었네? A.&'폭풍전야&'도 최민식 선배의 대타로 캐스팅 된 거다. 난 선배들이 준 열매를 먹고 무럭무럭 자랐다. 하하하. Q.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이런 영화&'란 어떤 영화인가? A. 우리 영화가 하드보일드 멜로라고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남자 영화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인간 감정의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뢰한&'이 내게 그런 영화였다. Q. 재곤은 나쁜 남자다. 나쁜 놈일 뿐만 아니라 속을 도무지 알 수 없다. 여백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A. 편집된 신이 꽤 있다. 영화에 재곤 캐릭터가 너무 표현이 안 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감독님과 뭔가를 억지로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좀 어색했다. 너무 아무것도 표현 안 한 건 아닌가 싶어서. Q. 편집된 건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인가? A. 재곤이 이혼한 남자고, 전처와 헤어진 후에도 종종 만난다는 건 동료 형사 문기범(곽도원)에 의해 언급이 된다. 실제로 와이프하고의 신이 있었다. 이혼한 아내는 재곤의 변화를 느끼며 여자가 생겼느냐고 묻고 &'그 여자한테는 나처럼 하지마&'라고 말한다. 재곤은 자신이 혜경에게도 전처와 똑같이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아내에게 화풀이한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열고 &'우리 다시 합칠까&'라고 말한다. 또 취조실에서 이영준이 아닌 정재곤 형사로서 혜경을 마주 하는 신이 있다. 그 신 전에 문기범(곽도원)이 &'너 도대체 왜 이래? 박준길(박성웅)을 잡으려는 거 맞느냐&'고 의심하며 다그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도 편집됐다. Q. 재곤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신으로 보이는데 왜 편집된 것 같나? 감독님은 의도는 수긍이 됐나? A. 전처와의 신은 재곤의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가 너무 사이코처럼 보일 것 같아서 편집하신 것 같다. 두번째 신의 경우 너무 설명적으로 보일 것 같아서 걷어내신 게 아닐까. &'무뢰한&'은 정재곤과 김혜경이 중심인 영화다. 특히 여성 관객들은 정재곤을 통해 김혜경이라는 인물에 공감하고 몰입하게 된다. 정재곤의 심리를 자세하게 그리면 너무 설명하게 되는 것 같아서 여백을 많이 두려고 했다. Q. 전도연의 영화라고는 하지만 김남길의 진가를 보여준 핵심 장면도 여럿 있다. 마지막 롱테이크 신은 특히 인상적이더라 . A. 다른 신들은 도연 누나랑 호흡을 맞추며 만들어가면 돼서 편안하게 연기했는데 그 장면의 경우 혼자 오롯이 지고 가야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아라 XXX아&'라는 대사는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대사다. 그런데 이걸 어떤 식으로 쳐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 덤덤하게 해보기도 하고, 화를 내면서 해보기도 하고, 울먹이면서 해보기도 했다. 여러 버전으로 촬영을 했지만 재곤의 그간 행동이나 성격으로 봤을 때 덤덤하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Q. 시간이 흘러 재회한 혜경에게 재곤이 하는 말 &'난 널 배신한 게 아냐. 내 할 일을 했을 뿐이야&'라는 대사는 절규에 가까운 자기 변명처럼 들렸다. A. 그게 정재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항변이라고 생각했다. 혜경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쁜 새끼&'라고 하니 감정이 북받쳐 나오는 말이다. 그건 &'나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고, 정말 내 할 일을 한 거고, 우린 인연이 아닐 뿐이야&'라는 심정을 담은 말인거지. 그 신에서 도연 누나가 연기를 너무 잘 받아줬다. 혜경이 재곤에게 하는 다음 행동을 좀 갑작스럽게 여길 관객도 있을텐데 그건 아마도 &'너만의 일방통행을 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재곤 역시 그런 혜경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그건 애증 관계를 끊고 그녀를 놔주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했다. Q. 15년 만에 복귀한 감독과 작업해보니 어떻던가? A. 영화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 영화의 불안요소는 나다. 나만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이었는데 촬영 현장에서는 우리끼리 &'감독님이 불안요소다&'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오래 쉬셨고, 그간 현장 시스템도 옛날과 많이 바뀌어서 초반에 적응하시는데 좀 걸리시더라. 다행인 건 15년 만에 컴백해도 베테랑 같은 느낌이 있달까. 디렉션을 잘 안 주시지만 배우의 연기가 본인 생각과 다르다 싶으면 다시 했으면 좋겠다고 확실하게 얘기하셨다. 도연 누나는 첫 번째, 두 번째 컷이 가장 좋다. 그러나 나는 두 번째 컷이 가장 좋다. 그걸 알고 밸런스 조절을 잘 해주셨다. Q. 오승욱 감독은 연기 디렉팅을 자세하게 하는 스타일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 A. 그렇다. 감독님은 촬영 전에는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 교환을 하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배우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스타일이다. 나는 집이 용인이고 감독님은 김포에 산다. 영화에 대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감독님 집에 찾아가곤 했다. 하지만 가기 전 내 생각이 감독님과 대화하는 중에 다시 바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는 &'으으으 내가 이러려고 두 시간 반이나 운전하고 온 줄 알아요?&'하고 감독님의 멱살을 (장난스레) 잡곤 했었다. Q. 남자 관점의 멜로지만 남자보다는 여자의 심리와 감정이 잘 읽히는 편이다. 전도연은 오승욱 감독이 여자를 너무 모른다고 했다. 동의하나? A. 도연 누나가 감독님에게 &'여자를 이렇게 몰아서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를 썼냐&'고 하더라. 나한테도 &'너도 똑같아!&'라고 하더라.(웃음) 정재곤 역을 맡아서 특별히 연기할 게 없다고 느낀 게 상황만으로도 느껴지는 게 있었다. 그게 뭔지 남자들은 아마 알 것이다. Q. 남자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의 남자기도 하다. A. 맞다. 남자는 감정도 감정이지만 개인의 상황이나 앞뒤 주변 관계를 많이 생각한다. 자기의 감정이 사랑임을 알지만 상황적인 것들이 따라오지 못해 갈등하는 그런 마음, 남자들은 뭔지 잘 알 것이다. 재곤이 혜경에 &'우리 같이 살래?&'라고 묻는 장면도 여자들이 보면 &'개새끼네&'하겠지만, 나는 재곤이 그 말을 거둔 건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고 봤다. 혜경이 범죄자의 애인이 아니었으면 같이 도망갈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많이 해봤다. 역시 답이 쉽게 나오지 않더라. 여자는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네가 문제야&'라고 할 것이다. 도연 누나도 &'줄타기하고, 상황 타령 하지 마&'라고 하더라. Q.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공감하기는 힘들다. 여자 입장에서는 결국 남자 의지의 문제고, 감정의 깊이 문제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A. 재곤을 연기하면서 나도 미웠다. 한편으로 나의 지나온 과거가 떠오르기도 했고. 혜경이 &'네가 잡아주면 나 도망갈 수 있어&'라고 할 때 나도 아팠다. 맞다. 결국, 재곤은 비겁한 남자다. Q. 전도연, 어땠나? A. 올해 연기경력 24년 차라고 하더라. 난 이제 10년이 조금 넘었는데…. 이 영화를 하기로 하고 처음 사무실에 갔는데 도연 누나가 떡하니 앉아있더라. 그때 &'아 맞다! 이거 전도연 나오는 영화였지&' 싶더라. 난 상대 배우를 많이 탄다. Q. 당연히 좋은 시너지를 낼 수밖에 없었겠다. A. 전도연이다. 게다가 박성웅, 곽도원, 김민재 형 같은 연기 잘하는 배우들도 많았다.내가 세 보이려고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바로 꼬리 내렸다. 언론시사회 때 처음 영화를 보고 &'나 먹혔어. 이래서 전도연, 전도연하는구나&' 싶더라. 확실히 나의 부족함,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이더라. 사람들은 &'그래도 전도연이랑 해서 이 정도 했으면 선전했어&'하는데 &'연기가 격투기야!&'라고 발끈했다. 그런데 집에 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 선전이 아니라 더 파이팅 했어야 했는데&' 싶더라. 좀 더 잘하지 못해 아쉽다. Q. 상대 배우를 많이 탄다고 했는데 &'무뢰한&'의 경우 어떤 좋은 영향을 받았나? A.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난 상대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촬영 환경에 따라 연기가 달라진다. 감독님의 영향도 많이 받고. 사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콘티를 잘 안 보는 편이었다. &'어차피 촬영하면서 달라지게 돼 있는데 왜 봐&' 이런 주의였다. 그런데 성웅, 도원 형 연기하는 걸 보며 &'내 생각이 잘못됐구나!&' 느꼈고, 도연 누나 하는 걸 보면서 &'홈런 맞았다...&'싶더라 Q. 자기 평가에 너무 엄격한 거 아닌가? 김남길도 최고의 연기를 했다. A. 이렇게 고마울 수가...&'무뢰한&'이 내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된 건 맞다. Q. &'무뢰한&'이 어렵다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A.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세상엔 이런 사랑도 있다. 근데 남자들이 공감할만한 캐릭터라고 했는데…. 만약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자식, 쓰레기네&'라고 하면 어쩌지?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인터뷰] '무뢰한' 김남길, 세상 모든 나쁜 남자를 위한 항변 [인터뷰] '무뢰한' 김남길, 세상 모든 나쁜 남자를 위한 항변 등록일2015.06.01 &'촬영장에서 모니터로 제가 연기한 정재곤을 보면서 스태프들이 &'나쁜 놈&', &'개새끼&' 하더라고요. 맞아요. 대다수의 이해를 얻을 수 있는 있는 인물은 아니죠. 하지만 남자라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면이 분명히 있다고 봐요. 저도 과거에 그랬던 적 있거든요&' 배우 김남길은 아직 &'재곤&'에게 빠져 있었다. 알듯 모를 듯한 물음표투성이의 나쁜 남자지만, 연기하는 배우에게는 연민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인물이란다. 그도 그럴 것이 김남길은 자신과 재곤이 닮은 구석이 있다고 했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도, 제작한 제작사 대표도 &'내 이야기&'라며 동조했다고 했다. 섣불리 사랑을 말하지 않으면서 여자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 남자, &'같이 살래?&'라는 말을 던졌다가도 그냥 해본 말이라며 쉽게 말을 거두는 남자, 세상 대부분의 여자는 이런 남자에게 분노한다. 재곤은 빈말을 무겁게 말하고 진심을 가볍게 말하는 남자다. 닳고 닳은 혜경조차 이런 남자에게 또 한 번 상처를 받는다. &'상처 위의 상처&'라고 아프지 않은 게 아니다. 사랑의 상처에는 내상이 없다. 모든 사랑이 새롭듯 모든 상처는 그저 아플 뿐이다. 김남길은 &'나쁜 남자&' 전문 배우다.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치명적 매력의 나쁜 남자를 여러 차례 연기했었다. 하지만 재곤은 종전에 그가 맡았던 나쁜 놈과는 조금 다른 캐릭터다. 덜 드러내면서도 훨씬 입체적이다. &'나쁜 남자&'의 매력은 헤어나와도 그 잔상이 깊게 남는 것 아닐까. 배우 김남길이, 그의 연기가 그렇다. &'무뢰한&'(감독 오승욱, 제작 사나이 픽처스)의 김남길을 만났다. 그리고 정재곤을 보았다. Q. 칸 영화제 갔다 와서 시차 적응이 안됐을 것 같다. 괜찮나? A. 누가 들으면 한 달은 다녀온 줄 알겠다. 오히려 짧게 다녀와서 더 시차 적응이 안되는 것 같다. 어제 밤에도 자다가 깨서 고생 좀 했다. Q.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영화제다. 첫 경험은 어땠나? A. 솔직히 별거 없더라. 부산영화제가 칸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영화제라 그런지 부산영화제를 외국에서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차이라면 조금 더 세계적인 영화인들이 모이는 거? 또 예의와 격식을 좀 더 차리는거? 근데 또 그 안에서도 상술은 보이더라. 어디를 가나 어떤 행사나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Q. &'무뢰한&'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재곤&'역에는 이정재가 캐스팅됐었는데? A. 어느 날 집에 있다가 이정재 선배가 어깨 수술로 영화에서 하차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무뢰한&'? 이게 무슨 영화지? 싶으면서 제목에 강한 끌림이 있었다. 일단 남자 주인공이 공석일 테니 시나리오를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싶더라. 읽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이었다. 6년 전에 이런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 있다. &'폭풍전야&'라는 영화다. 그간 경력도 쌓이고 내공도 좀 더 쌓였으니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Q. 결국, 대타 캐스팅이었네? A.&'폭풍전야&'도 최민식 선배님의 대타로 캐스팅 된 거다. 난 선배들이 준 열매를 먹고 무럭무럭 자랐다. 하하하. Q.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이런 영화&'란 어떤 영화인가? A. 우리 영화가 하드보일드 멜로라고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남자 영화다. 인간 감정의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작품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Q. 재곤은 나쁜 남자다. 나쁜 놈일 뿐만 아니라 속을 도무지 알 수 없다. 여백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A. 편집된 신들이 꽤 있다. 영화에 재곤 캐릭터가 너무 표현이 안 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감독님과 뭔가를 억지로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좀 어색했다. 너무 아무것도 표현 안 한 건 아닌가 싶어서. Q. 편집된 건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인가? A. 재곤이 이혼한 남자고, 전처와 헤어진 후에도 종종 만난다는 건 동료 형사 문기범(곽도원)에 의해 언급이 된다. 실제로 와이프하고의 신이 있었다. 이혼한 아내는 재곤의 변화를 느끼며 여자가 생겼느냐고 묻고 &'그 여자한테는 나처럼 하지마&'라고 말한다. 재곤은 자신이 혜경에게도 전처와 똑같이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아내에게 화풀이한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열고 &'우리 다시 합칠까&'라고 말한다. 또 취조실에서 이영준이 아닌 정재곤 형사로서 혜경을 마주 하는 신이 있다. 그 신 전에 문기범(곽도원)이 &'너 도대체 왜 이래? 박준길(박성웅)을 잡으려는 거 맞느냐&'고 의심하며 다그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도 편집됐다. Q. 캐릭터를 명확하게 할 수도 있는 신으로 보이는데 왜 편집된 것 같나? 감독님은 의도는 수긍이 됐나? A. 전처와의 신은 재곤의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가 너무 사이코처럼 보일 것 같아서 편집하신 것 같다. 두번째 신의 경우 너무 설명적으로 보일 것 같아서 걷어내신 게 아닐까. &'무뢰한&'은 정재곤과 김혜경이 중심인 영화다. 특히 여성 관객들은 정재곤을 통해 김혜경이라는 인물에 공감하고 몰입하게 된다. 정재곤의 심리를 자세하게 그리면 너무 설명하게 되는 것 같아서 오히려 여백을 많이 두려고 했다. Q. 전도연의 영화라고는 하지만 김남길의 진가를 보여준 핵심 장면도 여럿 있다. 마지막 롱테이크 신은 특히 인상적이더라 . A. 다른 신들은 도연 누나랑 호흡을 맞추며 만들어가면 돼서 편안하게 연기했는데 그 장면의 경우 혼자 오롯이 지고 가야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아라 XXX아&'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대사긴 한데 이걸 어떤 식으로 쳐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 덤덤하게 해보기도 하고, 화를 내면서 해보기도 하고, 울먹이면서 해보기도 했다. 여러 버전으로 촬영을 했지만 재곤의 그간 행동이나 성격으로 봤을 때 덤덤하게 대사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Q. 시간이 흘러 재회한 혜경에게 재곤이 하는 말 &'난 널 배신한 게 아냐. 내 할 일을 했을 뿐이야&'라는 대사는 절규에 가까운 자기 변명처럼 들렸다. A. 그게 정재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항변이라고 생각했다. 혜경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쁜 새끼&'라고 하니 감정이 북받쳐 나오는 말이다. 그건 &'나는 그런 게 아니고 정말 내 할 일을 한 거고 우린 인연이 아닐 뿐이야&'라는 심정이었던 거지. 그 신에서 도연 누나가 내 연기를 잘 받아줬다. 혜경이 재곤에게 하는 다음 행동을 좀 갑작스럽게 여길 관객도 있을텐데 그건 아마도 &'너만의 일방통행을 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라는 의미로 생각했다. 재곤 역시 그런 혜경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그건 애증 관계를 끊고 놔주는 의미도 있다고 생각했다. Q. 15년 만에 복귀한 감독과 작업해보니 어떻던가? A. 영화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 영화의 불안요소는 나다. 나만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이었는데 촬영 현장에서는 우리끼리 &'감독님이 불안요소다&'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오래 쉬셨고, 그간 현장 시스템도 옛날과 많이 바뀌어서 초반에 적응하시는데 좀 걸렸다. 다행인 건 15년 만에 컴백해도 베테랑 같은 느낌이 있달까. 디렉션을 안 주시지만 배우의 연기가 본인 생각과 다르다 싶으면 다시 했으면 좋겠다고 확실하게 얘기하셨다. 도연 누나는 첫 번째, 두 번째 컷이 가장 좋다. 그러나 나는 두 번째 컷이 가장 좋다. 그걸 알고 밸런스 조절을 잘 해주셨다. Q. 오승욱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는 하지만, 연기 디렉팅을 자세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A. 그렇다. 감독님은 촬영 전에는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 교환을 하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배우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스타일이다. 나는 집이 용인이고 감독님은 김포에 사신다. 영화에 대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감독님 집에 찾아가곤 했다. 하지만 가기 전 내 생각이 감독님과 대화하는 중에 바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는 &'으으으 내가 이러려고 두 시간 반이나 운전하고 온 줄 알아요?&'하고 감독님의 멱살을 (장난스레) 잡곤 했었다. Q. 남자 관점의 멜로지만 남자보다는 여자의 심리와 감정이 잘 읽히는 편이다. 전도연은 오승욱 감독이 여자를 너무 모른다고 했다. 동의하나? A. 도연 누나가 감독님에게 &'여자를 이렇게 몰아서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를 썼냐&'고 하셨다. 나한테도 &'너도 똑같아!&'라고 하더라.(웃음) 정재곤을 하면서 특별히 연기할 게 없다고 느낀 게 상황만으로도 느껴지는 게 있었다. 그게 뭔지 남자들은 아마 알 것이다. Q. 남자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의 남자기도 하다. A. 맞다. 남자는 감정도 감정이지만 개인의 상황이나 앞뒤 주변 관계를 많이 생각한다. 자기의 감정이 사랑임을 알지만, 상황적인 것들이 따라오지 못해 갈등하는 그런 마음, 남자들은 뭔지 잘 알 것이다. 재곤이 혜경에 &'우리 같이 살래?&'라고 묻는 장면도 여자들이 보면 &'개새끼네&'하지만, 나는 재곤이 그 말을 거둔 건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고 봤다. 혜경이 범죄자의 애인이 아니었으면 같이 도망갈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도 많이 해봤다. 역시 답이 쉽게 나오지 않더라. 여자는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네가 문제야&'라고 할 것이다. 도연 누나도 &'줄타기하고, 상황 타령 하지 마&'라고 하더라. Q.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공감하기는 힘들다. 여자 입장에서는 결국 남자 의지의 문제고, 감정의 깊이 문제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A. 재곤을 연기하면서 나도 미웠다. 한편으로 나의 지나온 과거가 떠오르기도 했고. 혜경이 &'네가 잡아주면 나 도망갈 수 있어&'라고 할 때 나도 아팠다. 맞다. 결국, 재곤은 비겁한 남자다. Q. 전도연, 어땠나? A. 올해 24년 차라 하더라. 난 이제 10년이 조금 넘었는데…. 이 영화를 하기로 하고 처음 사무실에 갔는데 도연 누나가 떡하니 앉아있더라.그때 &'아 맞다! 이거 전도연 나오는 영화였지&' 싶더라. 난 상대 배우를 많이 탄다. Q. 당연히 좋은 시너지를 낼 수밖에 없었겠다. A. 전도연이다. 게다가 박성웅, 곽도원, 김민재 형 같은 연기 잘하는 배우들도 많았고. 거기서 내가 세 보이려고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바로 꼬리 내렸다. 언론 시사회 때 처음 영화를 보고 &'나 먹혔어. 이래서 전도연 전도연하는구나&' 싶더라. 확실히 나의 부족함,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이더라. 사람들은 &'그래도 전도연이랑 해서 이 정도 했으면 선전했어&'하는데 내가 &'연기가 격투이야!&'라고 발끈했다. 그런데집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 선전이 아니라 더 파이팅 했어야 했는데&' 후회되더라. 좀 더 잘하지 못해 아쉽다. Q. 상대 배우를 많이 탄다고 했는데 &'무뢰한&'의 경우 어떤 좋은 영향을 받았나? A. 난 상대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촬영 환경에 좀 달라져서 하면서 좀 채워지는 스타일이다. 감독님이랑도 워낙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고. 나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콘티를 잘 안 보는 편이었다. &'어차피 촬영하면서 달라지게 돼 있는데 왜 봐&' 이런 주의였다. 그런데 성웅, 도원 형 연기하는 걸 보며 &'내 생각이 잘못됐구나!&' 느꼈고, 도연 누나 하는 걸 보면서 &'홈런 맞았다...&'싶더라 Q. 자기 평가에 너무 엄격한 거 아닌가? 김남길도 최고의 연기를 했다. A. 빈말이라도 너무 고맙다. &'무뢰한&'이 내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된 건 맞다. Q. &'무뢰한&'이 어렵다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A.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세상엔 이런 사랑도 있다. 근데 남자들이 공감할만한 캐릭터라고 했는데…. 만약 남자들이 &'이 자식, 쓰레기야&'라고 하면 어쩌지?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사진 김현철 기자)
'무뢰한' 형사 김남길의 24시간…잠복일지 공개 '무뢰한' 형사 김남길의 24시간…잠복일지 공개 등록일2015.05.22 하드보일드 멜로 &'무뢰한&'(감독 오승욱, 제작 사나이 픽처스)이 형사로 완벽하게 거듭난 김남길의 잠복일지를 공개했다. 김남길은 &'무뢰한&'에서 형사 &'정재곤&' 역을 맡았다. 실제 경찰서에 근무하는 형사보다 더 형사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무뢰한&'의 날 것 같은 모습을 표현했다. 특히 결핍이 느껴지는 걸음, 밤낮을 가리지 않는 수사에 지쳐 있는 표정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정재곤은 살인자 박준길(박성웅)을 잡기 위해 그의 애인 김혜경(전도연)을 찾아가고, 그녀의 집 앞에서 오랜 시간 잠복근무를 한다. 비어있는 혜경의 집에 잠입해 박준길의 흔적을 찾고, 도청기를 설치하는 등 자신의 목표에 열중하는 재곤의 24시간은 김혜경을 따라다닌다. 실제로 차 속 촬영 장면이 많았던 김남길은 &'감독님은 정재곤이 밥도 차에서 늘 도시락을 먹고, 집에도 들어가지 않는 캐릭터라고 말씀 하셨고, 그대로 따르려고 노력했다&'고 밝히며, 잦은 먹방 장면에 대해 &'감독님과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저 도시락을 먹을까?라는 기분이 들게 하고 싶다&'란 농담을 했다&'고 전해 신흥 먹방 강자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처럼 진심과 거짓 오가는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준 김남길의 생활에 가까운 형사 연기는 또 다른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무뢰한&'은 진심을 숨긴 형사와 거짓이라도 믿고 싶은 살인자의 여자의 피할 수 없는 감정을 그린 하드보일드 멜로 영화로 사랑에 상처 받은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짜 사랑 영화다. 오는 27일 개봉.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인천 언덕배기에서 출발한 '무뢰한'이 칸에 오기까지 인천 언덕배기에서 출발한 '무뢰한'이 칸에 오기까지 등록일2015.05.17 영화 &'무뢰한&'은 형사 정재곤(김남길)이 살인사건 현장에 도달할 때까지 걸어가는 뒷모습을 따라가는 첫 장면만큼이나 길고 구부정한 발걸음 끝에 완성됐다. &'초록물고기&', &'8월의 크리스마스&'를 쓴 오승욱 감독의 연출 데뷔작 &'킬리만자로&'(2000년)는 10만명을 채 모으지 못해 흥행에 실패했다. 2005년께 오 감독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무뢰한&'이 제작되는 과정은 당연히 순탄치 않았다. 여러 인물이 나온 &'킬리만자로&'와 다른 &'원맨&' 영화라는 뼈대가 세워졌고 &'룸살롱 다니는 지인들&'의 아이디어와 여성 작가들의 소설로 여성 인물이 덧입혀졌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헌팅이나 갑시다&'라고 전화를 걸어온 박일현 미술감독과 함께 인천 언덕배기의 아파트로, 아현동 뒷산으로 영화 촬영장소 헌팅을 다녔다. 미술(서울대 조소과)을 전공한 오 감독은 공간을 봐야 글이 써진다. 시나리오는 3곳의 제작사를 거쳐 마침내 4번째인 사나이픽쳐스에 정착했다. 이번에는 남자 주연배우로 기용한 이정재의 부상으로 캐스팅이 무산됐다. 한국 남자배우 명단을 뽑아 검토에 들어갔다. 처음부터 우선순위는 아니었으나 어쩐지 골라낼수록 계속 명단에 남아 있던 김남길이 결국 낙점됐다. 전작으로부터 15년, 구상으로부터 10년 만에 영화는 완성됐다. 제68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고 곧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칸 해변에 자리한 영화제 한국관에서 만난 오 감독은 &'어떻게 칸을 즐기겠나&'며 &'칸 영화제에 초청받아 온 것보다 국내 개봉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무뢰한&' 시나리오가 세 번째 거절당했을 때 그에게 떠오른 생각은 &'나는 이것밖에 못 쓰는데 다른 걸 어떻게 하지&'였다고 했다. 오 감독이 말하는 &'이것&'이란 &'죄&'다. 그의 할아버지는 목사였다. 어렸을 때부터 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그의 영화는 줄곧 죄라는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들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한다. 그는 &'&'킬리만자로&'에서 안성기가 한 것을 &'무뢰한&'에서 전도연이, 박신양이 한 것을 김남길이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영화 몇 편을 더 만들지 모르지만, 다음에도 역시 죄에 관한 더 괜찮은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킬리만자로&'와 마찬가지로 &'무뢰한&'에서도 오 감독은 영화가 공간의 예술임을 일깨운다. 이야기가 애초에 공간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한 아파트에서 정재곤이 김혜경의 아파트를 계속 올려다보고 혜경이 아파트가 있는 언덕에서 걸어내려 오면 그 뒤를 재곤이 따라가는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혜경과 재곤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신경전에 가까운 대화를 하는 장면은 오 감독 집 근처의 해장국 가게에서, 혜경이 살인자인 애인을 위해 장을 보는 장면은 아현동 시장에서 나왔다. 그는 &'아직 서울이 아닌 곳에 간다는 건 생각을 못하는데, &'무뢰한&' 때 해보려고 한 곳이나 다음 영화를 생각해서 염두에 둔 곳 상당수가 철거됐다&'고 아쉬워했다. 오 감독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여자 김혜경이라는 인물이었다. 그는 스스로 &'여자를 정말 모른다&'고 표현했다. 그는 &'남자의 죄를 이야기하려면 여자에 대한 두려움과 죄의식을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내가 여자를 모른다&'며 &'시나리오 쓰려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제인에어&'를 읽었다&'고 했다. 그러고도 여전히 책장 속의 인물이었던 김혜경은 전도연이 연기하면서 달라졌다. 전도연은 거친 남자들의 세계에 파묻힌 여자 김혜경을 전도연만의 여성성을 통해 하나의 인간으로 살려냈다. 오 감독은 &'전도연씨가 시나리오를 읽고 김혜경을 분석해온 내용은 &'전설급&'이었다&'며 &'최고의 배우와 일을 하는데,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가 있고 그게 좀 더 좋아지겠는데 왜 마다하겠느냐&'고 말했다. 오 감독은 &'칸의 여왕&' 전도연, 김남길과 함께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고 포토존에 서서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국내 개봉은 오는 27일이다. (칸=연합뉴스)
[리뷰] '무뢰한', 하드보일드 멜로라는 스타일과 장르의 개척 [리뷰] '무뢰한', 하드보일드 멜로라는 스타일과 장르의 개척 등록일2015.05.14 &'무뢰한&', 비정하게 그려낸 밑바닥의 사랑 삶의 무게와 혼돈 그려낸 전도연·김남길의 열연 15년 만에 귀환한 오승욱 감독의 저력 &'무뢰한&'(無賴漢)은 &'무례한&'과 헷갈리기 십상이다. 태도와 말에 예의가 없다는 뜻의 무례한과 누구에게도 소속되거나 의지하지 않은 사람을 뜻하는 무뢰한은 엄연히 다르다. 오승욱 감독은 연출의 변에서 &'누구에게도 소속되거나 의지하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지만 그 본질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혹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선과 악을 가리지 않고 어느 방향으로든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무뢰한&'을 새롭게 정의했다. 정재곤(김남길)은 범인을 잡기 위해선 어떤 수단이든 마다치 않는 형사다. 그는 사람을 죽이고 잠적한 박준길(박성웅)을 쫓고 있다. 준길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는 애인인 김혜경(전도연)뿐이다. 재곤은 정체를 숨긴 채 혜경이 일하고 있는 단란주점에 영업상무로 들어간다. 혜경은 겉으로 보이엔 강해 보이지만 외로움이 가득한 여자다. 세상 풍파를 몸으로 이겨내왔지만, 아직도 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순수한 내면를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범인을 잡는다는 목표에 집중해왔던 재곤은 자기 감정의 정체도 모른 채 혜경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르는 준길을 기다리던 혜경은 자기 옆에 있어주는 재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위장 잠입한 형사가 범인의 애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새롭지 않다. 다소 진부해 보이는 소재는 영화적 스타일과 배우의 깊이 있는 연기와 만나 탄력을 얻었다. &'무뢰한&'은 오승욱 감독과 전도연, 김남길의 근사한 합작품이다. 영화가 표방하는 하드보일드 멜로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비정&', &'냉혹&'이라는 뜻이 담긴 하드보일드와 감상적 요소가 지배하는 극을 뜻하는 멜로는 부정교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가 스타일을 창조할 만큼 압도적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무뢰한&'은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인 동시에 밑바닥 사람들의 삶을 그린 영화다. 카메라가 쓰러져가는 아파트, 허름한 뒷골목을 거듭 비추는 건 그 공간이 그들이 직면한 현재이기 때문이다. 오승욱 감독은 &'거칠고 투박한 세상에서 남녀 주인공이 종이장처럼 얇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는 영화&'라고 작품을 정의했다. 삶을 목적으로 사는 남자와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 여자는 하나의 목표에만 집착하거나, 하나의 절박한 감정에 집중한다. 비슷하면서 다른 두 사람은 서로의 삶에 스며든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를 느끼면서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혜경을 관찰하는 재곤의 시선에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감정이 읽힌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갖은 방법도 동원하던 그는 사랑을 하면서도 끝내 마음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저 맴돌기만 하는 무뢰한이다. 오승욱 감독은 화려한 미술이나 기교 넘치는 편집을 배재했다. 의도된 유머도 거의 없다. 이는 전반적인 연출이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뢰한&'은 내러티브가 탄탄한 영화는 아니다. 어디서 본듯한 익숙한 스토리가 불친절한 전개로 이어지는 탓에 모호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무뢰한&'이 배우들의 영화라는 것이다. 불분명한 인물의 감정은 전도연, 김남길이라는 배우에 의해 입체적으로 살아났으며 이는 보는 이의 마음에 끝내 파동을 일으킨다. 전도연은 &'좋은 배우&'라는 표현만으로 부족하다. 돈에 치이고 사랑에 속아 비극의 구렁텅이에 빠진 김혜경의 삶을 정제된 연기로 표현해냈다. 김혜경의 삶을 보며 가슴이 아리다면 그것은 전도연의 힘이다. 빌린 옷과 가방으로 예쁘게 치장했다고 해서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김혜경의 걸음걸이엔 삶의 버거움이, 환한 미소 너머엔 외로움이 서려 있다. 전도연은 창백한 얼굴, 깊게 패인 눈, 선명한 팔자 주름으로 인물이 지나온 고단한 삶의 기록을 표현해냈다. 그리고 셀 수 없는 다채로운 표정으로 김혜경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그려낸다. 여배우의 아름다움이란 인물의 삶을 오롯이 흡수할 때 발산된다는 것은 전도연은 몸소 보여준다. 영화 말미 읊조리는 &'상처 위에 상처, 더러운 기억 위에 더러운 기억을 얹고서 사는 거지&'라는 문어체 대사는 한 여성의 기구한 삶을 함축한다. 김남길도 기대 이상의 호연이다. &'나쁜 새끼&'인 동시에 &'무력한 남자&'의 내·외면을 세밀하게 연기해냈다. 또 한 가지, 이 영화가 오승욱 감독의 15년 만의 귀환작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2000년 영화 &'킬리만자로&'를 통해 하드보일드 느와르의 새 장을 열었다. 시대를 앞서간 수작이었지만 관객의 지지를 얻지 못한 탓에 두 번째 기회는 빨리 오지 않았다. 감독에 따르면 &'무뢰한&'은 방 구석에 장전된 채로 표류하던 시나리오였다. 빛을 보지 못할 뻔 했던 이야기는 사나이 픽처스의 한재덕 대표에 의해 영화로 태어날 수 있었다.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베를린&', &'신세계&' 등 남자 영화를 만드는 데 일가견을 보여온 그는 &'무뢰한&'을 통해 남자는 물론 여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멜로까지 제작 영역을 확장했다. &'무뢰한&'은 13일 개막한 제68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돼 해외 영화 관계자들에게 선을 보인다. 그러나 그보다 더 궁금한 건 무뢰한들의 무례한 사랑을 받아들일 국내 관객의 반응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118분, 5월 27일 개봉.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무뢰한' 김남길 배우 인생에 전환점이 될 작품 '무뢰한' 김남길  배우 인생에 전환점이 될 작품 등록일2015.05.13 배우 김남길이 &'무뢰한&'을 배우 경력에 전환점이 될 작품이라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영화 &'무뢰한&'(감독 오승욱, 제작 사나이 픽처스)의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김남길은 &'오늘 영화를 처음봐서 지금 좀 얼떨떨하다. 다른 영화의 시사회 보더 더 긴장되는 느낌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남길은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배우 생활하면서 필모그래피는 자연스럽게 쌓이겠지만 &'무뢰한&'은 내 배우 인생에 전환점이 될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작품에서 김남길은 비정한 형사 &'정재곤&'과 단란주점 영업부장 &'이영준&'이라는 상반된 두 캐릭터로 분했다. 범인을 잡기 위해 김혜경(전도연)에게 접근했지만 특별한 감정을 느낀 뒤 흔들리는 내면을 섬세하게 연기해보였다. &'무뢰한&'은 진심을 숨긴 형사와 거짓이라도 믿고 싶은 살인자의 여자, 두 남녀의 피할 수 없는 감정을 그린 멜로 영화로 오는 27일 개봉한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사진 김현철 기자)
전도연-김남길의 '무뢰한', 사진전으로 미리보자 전도연-김남길의 '무뢰한', 사진전으로 미리보자 등록일2015.05.12 전도연, 김남길 주연의 영화 &'무뢰한&'(감독 오승욱 감독, 제작 사나이픽처스)이 특별 사진전을 통해 관객과 먼저 만난다. 칸 영화제 공식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무뢰한&'이 5월 12일부터 6월 7일까지 약 한 달간 CGV용산, CGV영등포, 부산 CGV센텀시티에서 특별 사진전을 개최한다. 이번 사진전은 &'형사와 살인자의 여자… 만나다-흔들리다-피할 수 없다&'의 3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무뢰한&' 속 두 남녀, 정재곤(김남길)과 김혜경(전도연)의 다채로운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첫 번째 테마 &'만나다&'에는 단란주점 영업부장 이영준으로 신분을 위장한 형사 정재곤과 그를 의심하는 김혜경의 팽팽한 긴장이 느껴지는 첫 만남을 담아 미묘한 떨림의 순간들을 전한다. 두 번째 테마 &'흔들리다&'에서는 사랑인 줄도 모른 채 서로에게 흔들리는 두 남녀의 위태로운 순간을 포착한 스틸을 배치해 시선을 끈다. 세 번째 테마 &'피할 수 없다&'에서는 재곤과 혜경의 거친 사랑의 순간과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사랑의 결말을 궁금하게 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모아두어 깊이 있는 감성과 영화의 톤을 개봉 전에 미리 느낄 수 있게 전시하였다. 사진전 감상 후 CGV 스페셜 페이지를 통해 &'나에게 상처 주었던 무뢰한에게 한마디&'를 남긴 관객들에게 영화 예매권을 증정하는 특별 이벤트도 함께 진행된다. &'무뢰한&'은 5월 27일 개봉한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박찬욱 감독 '무뢰한' 전도연, 내가 본 연기 중 최고 극찬 박찬욱 감독  '무뢰한' 전도연, 내가 본 연기 중 최고  극찬 등록일2015.05.11 박찬욱 감독이 영화 &'무뢰한&'(감독 오승욱, 제작 사나이 픽쳐스)에 출연한 배우 전도연의 연기를 극찬했다.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돼 화제를 모은 &'무뢰한&'은 대한민국 대표 감독 박찬욱, 봉준호, 윤종빈, 이현승, 김성수 감독의 호평이 담긴 디렉터스 추천 영상을 공개했다. &'무뢰한&'의 첫 관객이 되어준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들은 영화 관람 후 모두 &'정말 오랜만에 진짜 영화다운 영화를 봤다&'며 입을 모아 호평했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캐릭터로 돌아온 전도연의 연기에 대해 &'스토커&'의 박찬욱 감독은 &'내가 본 전도연의 연기 중 제일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은 &'거친 남성들의 영화 속에서 오히려 최고의 스펙터클은 전도연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어 있을 때인 거 같다&'며 그녀의 더 이상의 수식이 필요 없는 연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김남길의 모습에 대해 &'감기&'의 김성수 감독은 &'김남길은 양면적인 것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순진한 소년 같은데 사악한 맹수 같은 느낌이 교차된다&'며 그의 다채로운 매력에 찬사를 보냈다. &'군도:민란의 시대&'의 윤종빈 감독 역시 &'김남길에게 이런 매력이 있는지 새로 알게 됐다&'고 놀라움을 표해, 자신의 진심을 속이는 정재곤 캐릭터를 연기한 김남길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기대하게 한다. &'살인의 추억&', &'괴물&'의 봉준호 감독은 &'예의가 없는 인간들이 득실대는 캐릭터들로 꽉 찬 영화지만, 오히려 실낱 같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다루고 있다&'며 애정 어린 찬사를 이어갔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은 &'남자 영화라고 하지만 사랑의 진짜배기 감정이란 게 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고, &'시월애&' &'푸른 소금&'의 이현승 감독은 &'우리 삶이 힘들고 팍팍한 가운데서 사랑하는 우리 모습들이 굉장히 잘 담겨 있다&'며 영화 속에서 전도연, 김남길이 함께 그려가는 멜로에 대한 깊은 공감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들의 전도연과 김남길의 연기에 대한 극찬과 영화를 향한 가슴 뜨거운 호평이 담긴 영상 공개로 &'무뢰한&'에 대한 기대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무뢰한&'은 형사와 살인자의 여자라는 양극단의 남녀가 만나 엇갈리는 진심과 거짓을 그린 영화로. 전도연, 김남길, 박성웅, 곽도원, 김민재 등이 출연했다. 개봉은 오는 27일.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