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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인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등록일2025.04.13 ◇ 국장급 승진 ▲ 안전환경정책관 송기진 ▲ 청년정책협력관 류승목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사무처기획총괄국장 김규형 ◇ 국장급 전보 ▲ 일반행정정책관 이용석 ▲ 규제총괄정책관 권혜린 ◇ 과·팀장급 전보·파견 ▲ 초광역협력과장 최태용 ▲ 교육정책팀장 전예진 ▲ 법무감사담당관 이용주 ▲ 규제총괄과장 송헌규 ▲ 규제심사총괄과장 조승희 ▲ 산업통상정책과장 박은경 ▲ 개발협력총괄과장 유승표 ▲ 정무기획행정관 이인용 ▲ 뉴미디어총괄행정관 전창현 ▲ 주한미군기지지원단 부단장 이승규 ▲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 총괄과장 천정범 ▲ 지방시대위원회 규제벤처혁신과장 우세윤
'에세이 작가 변신' 김경아, 평범한 모두에게 보내는 응원 '에세이 작가 변신' 김경아, 평범한 모두에게 보내는 응원 등록일2025.02.19 [SBS연예뉴스 ㅣ 강경윤 기자] 첫 에세이 '학부모 애송이들 잘 들어요'를 출간한 개그우먼 김경아가 육아맘들에게 잔잔하지만 강력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 에세이 작가로 변신한 김경아는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서 겪는 소소한 일상을 유쾌발랄하게 풀어낸 책으로 힐링을 전하고 있다. 2010년 개그맨 권재관과 결혼해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김경아는 아이를 픽업하는 길에 떠오른 생각들을 조언하듯 풀어낸 책 제목과 같은 동명의 쇼츠 영상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 모은 바 있다. 2006년 KBS 21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김경아는 2016년부터 개그맨 정경미, 조승희와 함께 [투맘쇼]를 공연한 것을 시작으로 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위한 다수의 맘콘서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히 김경아는 방송극작가를 전공하고 방송작가 경력도 있는 개그맨 지인들 사이에서도 알아주는 글재주꾼. 2023년에는 대한민국 교육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 주관의 국가 공식 시험인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에 합격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김경아는 우리 모두 대단한 업적은 없어도 하루하루 소소하게 행복한 삶. 그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려드리고 싶었다. 그 점을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 며 출간 소감을 전했다. kykang@sbs.co.kr
[인사] 한국산업인력공단 [인사] 한국산업인력공단 등록일2024.12.30 ◇ 1급 승진 ▲본부 박정욱 ▲강원동부지사장 최진혁 ▲부산남부지사장 윤완섭 ▲IT융합출제부장 이준구 ◇ 2급 승진 ▲예산부장 강봉기 ▲서울해외취업센터장 권미영 ▲글로벌HRD협력부장 박형기 ▲서울강남지사 김국진 ▲강원지사 강환철 ▲부산지역본부 한영현 ▲경남지사 서정욱 ▲경북동부지사 이상비 ▲경인지역본부 권영천 ▲인천지사 강민경 ▲대전지역본부 이현숙 ▲충남지사 강원식 ▲세종지사 조현조 ▲ 기술자격출제실 최진영 ◇ 1급 상당 전보 ▲직업능력국장 김지훈 ▲일학습지원국장 하상진 ▲지역산업협력국장 백은실 ▲직무능력표준국장 하필규 ▲자격품질관리국장 차동철 ▲본부 박태훈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장 권기목 ▲서울서부지사장 권상원 ▲서울강남지사장 염명국 ▲부산지역본부장 송길용 ▲울산지사장 김영동 ▲경남서부지사장 전형식 ▲경북지사장 이철민 ▲경북동부지사장 김창진 ▲인천지사장 김동구 ▲전북서부지사장 유승각 ▲충북북부지사장 이우진 ◇ 2급 상당 전보 ▲감사부장 김형석 ▲정보화기획부장 황학진 ▲자격정보화부장 이현수 ▲정보화사업부장 차승우 ▲조직문화TF팀장 김상규 ▲기업지원부장 박성희 ▲능력개발조사분석부장 조승희 ▲원격훈련모니터링부장 윤상국 ▲일학습기획부장 윤아선 ▲일학습운영부장 윤지원 ▲훈련과정개발부장 황정연 ▲지역산업기획부장 안용민 ▲지역산업지원부장 김혜영 ▲미래산업지원부장 정아영 ▲직무능력기획부장 유지용 ▲직무능력개발부장 최용일 ▲직무능력품질부장 김기명 ▲직무능력활용부장 이미숙 ▲능력평가기획부장 조상현 ▲과정평가운영부장 박혜경 ▲필기시험운영부장 정현일 ▲자격기준관리부장 김주희 ▲국가자격채점센터장 강창성 ▲안전서비스출제부장 정지문 ▲일학습출제부장 신용철 ▲인문교육출제부장 이민주 ▲사회과학출제부장 박칠규 ▲국가자격발간센터장 박인우 ▲국가자격디지털혁신팀장 최호권 ▲고용체류지원부장 이청 ▲해외일경험운영부장 이진영 ▲숙련기술기획부장 권태겸 ▲기능경기부장 방만희 ▲국제기능경기부장 장병운 ▲서울지역본부 고정호, 이재선, 권호진 ▲ 서울서부지사 박숙희 ▲서울남부지사 장윤석, 박승진 ▲강원지사 최은정, 김기표 ▲부산지역본부 강석철, 김미경 ▲부산남부지사 김태균 ▲경남지사 정우식 ▲울산지사 김성은 ▲ 대구지역본부 김종수, 박종수, 이주철 ▲경북지사 이은정 ▲경북동부지사 정영윤, 박원대 ▲경북서부지사 박호석 ▲경인지역본부 김보영, 최용범 ▲인천지사 서정재 ▲경기동부지사 김재헌 ▲경기남부지사 김종순, 허옥재 ▲경기서부지사 김원석 ▲광주지역본부 노경보 ▲전북지사 최철웅 ▲전남지사 송미영 ▲제주지사 이중봉 ▲전북서부지사 이창호 ▲대전지역본부 김득중 ▲충북지사 최윤숙 ▲충남지사 윤태우, 박순희
'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 또 왔다…25년간 10억 선행 '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 또 왔다…25년간 10억 선행 등록일2024.12.20 &<앵커&>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연말이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소식도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마다 전주 노송동에, 이웃을 도우라며 몰래 성금을 두고 가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JTV 김민지 기자입니다. &<기자&>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부근 도로에 주차되어 있는 화물차 아래 종이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연말이면 우리 사회를 훈훈하게 해주었던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도 노송동 주민센터에는 '얼굴 없는 천사'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조승희/노송동 주민센터 : 한식뷔페 앞에다가 돈을 놓고 가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성금을 써달라고 말씀을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종이상자 안에는 5만 원권 뭉치 여러 개와 돼지저금통, 그리고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적힌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두고 간 금액은 8천 3만 8천850원. 탄핵정국으로 경기는 위축되고 마음까지 얼어붙었지만 '얼굴 없는 천사'의 따뜻한 마음은 그대로였습니다. [황세연/노송동주민센터 복지팀장 : 혹시나 또 이 시국에 다들 어려우신데 천사가 오실까 기대 반 의심 반 그런 기분으로….] 지난 2000년 4월 한 초등학생의 손을 빌려 돼지저금통을 전하면서 찾아온 얼굴 없는 천사는 얼어붙은 마음에 온기를 전해주는 소중한 이웃이 되고 있습니다. 25년 동안 26차례에 걸쳐 노송동을 찾아온 얼굴 없는 천사, 그가 현재까지 기부한 성금만 누적 10억 4천만 원이 넘습니다. (영상취재 : 이동녕 JTV) JTV 김민지
[꼬꼬무 찐리뷰] 불이야 소리에 뛰쳐나갔더니 칼 든 살인마가…논현동 고시원 방화 살인사건 [꼬꼬무 찐리뷰]  불이야  소리에 뛰쳐나갔더니 칼 든 살인마가…논현동 고시원 방화 살인사건 등록일2023.10.20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19일 방송된 '옆 방 살인마-고시원 방화 살인사건'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배우 류승수, 그룹 여자친구 출신 예린, 가수 이석훈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착한 딸의 죽음 때는 2008년 10월 20일 월요일 오후. 맑던 하늘이 잔뜩 흐려지더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나이 마흔아홉의 서병호 씨는 횟집 사장님이야. 이 횟집은 마포에 있는데 소문난 맛집이야. 초저녁인데 가게는 사람들로 북적여. 그때 오랜 단골손님이 들어와서, 그 뉴스 봤냐고 물었어. 글쎄, 아침 댓바람부터 어떤 미친놈이 강남에서 사람들 찔러 죽이고 난리가 났대요. 회 써느라 바쁜 병호 씨는 또 그런 사건이 터졌냐며, 그런 놈들은 잡아서 똑같이 해줘야 한다고 대꾸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 그리고 저녁 7시쯤 됐을까. 한창 바쁜 병호 씨한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어. 당시 상황을, 병호 씨한테 직접 들어볼게. 강남 경찰서라고 전화가 왔더라고요. '서진이 아빠입니까?' 물어서 그렇습니다 그랬더니, 뭔 일이 있었다는 말도 않고, 순천향대 병원으로 가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왜 순천향대 병원을 가면 되냐' 그랬더니, '순천향대 병원을 가면 안다'고 하더라고요. 순천향대 병원 입구에 딱 가니까, '이리로 오세요' 그래서 갔더니 서랍을 딱 끌어내니까 딸내미가 싸늘히 죽어있더라고요. 그걸 보는 순간에 내가 5분, 6분 정도 기절을 했어요. -서병호, 당시 횟집 사장 병호 씨의 막내딸이 사망한 채로 발견된 거야. 아까 단골손님이 말한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어. 사인은 다발성 자상에 의한 과다출혈. 칼에 찔린 상처가 한두 군데가 아니야. 이름은 서진, 나이는 21세. 산둥대 국제무역학과 2학년이야. 중국에서 유학 중이었는데, 4개월 전 휴학계를 내고 한국에 와 있었어. 도대체 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빠 병호 씨는 겨우 정신을 부여잡고 강남 경찰서로 향했어. 그리고 그곳에서 믿을 수 없는 얘기를 듣게 돼. 오늘 아침에, 서진 씨가 살고 있던 논현동 고시원에서 살인사건이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칼로 사람들을 해쳤고, 그 피해자들 중에 진이가 있었다는 거야. 그런데 아빠 병호 씨는 그 말을 듣고 이해가 안 됐어. 우리 딸이 고시원에 살고 있었다? 아빠는 진이가 고모 집에서 지낸다고 알고 있었거든. 고시원은 처음 듣는 얘기야. 사실 이 부녀 사이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어. 병호 씨는 홀로 진이와 진이 오빠를 키웠어. 진이가 8살, 진이 오빠가 11살 때 아내와 헤어졌거든. 횟집을 운영하면서 남매의 뒷바라지를 해왔던 거지. 근데 아빠 홀로 두 아이를 키운다는 거, 쉽지 않은 일이야. 병호 씨는 하루도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느낀 날이 없었대. 아무리 노력해도 엄마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어서 매일 아이들에게 미안했어. 하지만 막내딸 진이는 오히려 그런 아빠를 위로했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온갖 집안일을 돕고, 심지어 아빠 옷을 매일 다려놓곤 했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다리미질해서 와이셔츠 다려놓고. 엄마가 없을수록 아빠가 옷을 깔끔하게 입어야 된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했었고요. 그렇게 잘했기 때문에 딸내미한테 더 애착이 가죠. 일을 하다가 밥을 못 먹으면, 자기가 먼저 챙겨서 '아빠 같이 식사합시다' 할 정도로 엄마 역할을 했어요. 자기 자식 안 착하다는 사람 누가 있겠어요. 하지만 우리 딸내미 같은 경우는 정말 착했어요. -서병호, 서진의 아빠 아빠는 아이들을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았어. 다행히 횟집이 잘 돼서 축구 유망주였던 아들을 브라질로 유학을 보낼 수 있었어. 딸 진이도 일찌감치 중국으로 유학을 보냈어. 진이는 중국에서 잘 적응했고, 우수한 학교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교에 단번에 합격했어.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안 좋은 일이 생겨. 아빠가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빚더미에 앉게 된 거야. 다행히 아빠를 대신해 오빠가 학비를 보태줬어. 오빠가 프로 축구선수가 됐거든. 오빠도 참 대단하지. 그런데 얼마 후, 오빠한테도 안 좋은 일이 생겨. 경기 중 당한 부상으로 재계약에 실패한 거야. 그런데도 오빠는 동생한테, 학비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어. 하지만 진이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 바로 휴학계를 내고 한국으로 돌아왔어. 자신의 힘으로 학비를 마련하려 한 거야. 그렇게 시흥에 있는 고모 집에서 지내면서,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알바를 시작해.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무려 13시간을 매일 일했대. 아직 어린 나이인데, 참 대견하지. 그런데 이 모든 게 아빠한텐 비밀이었어. 한국에 그냥 잠시 쉬러 왔다고 거짓말한 거야. 아빠가 항상 넌 공부만 하면 돼. 학비 걱정은 하지 말고. 오빠랑 아빠가 다 알아서 할 거니까 라고 했거든. 그런 아빠한테 학비를 벌려고 알바를 한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어. 절대 허락할 리가 없잖아.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까 문제가 하나 생겨. 시흥 고모 집에서 강남까지 왔다 갔다 하려니까, 시간도 오래 걸리고 교통비가 만만치 않아. 그래서 진이는 강남 논현동 고시원에 들어갔어. 그리고 걱정쟁이 아빠와 오빠한텐 비밀로 했어. 허락 안 했죠. 아르바이트하는 것도 허락 안 했어요. 자기 고모한테만 '나 금방 가서 며칠만 일하고 온다'고 하고 갔대요. 그러니까 고모도 '너 그냥 와라'라고 했는데, 그렇게 돼버렸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자기도 거기서 돈벌이가 조금 되니까 벌어 갖고 보태서 (중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어린 마음에… -서병호, 서진 아버지 고시원에 들어가고 한 달 후, 진이는 다이어리에 이런 글을 썼어. 아빠한테 잠깐 다녀온 날. 미안… 아빠 ㅠ 짧은 글이지만, 아빠한테 말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 부모에게 걱정거리가 되기 싫은 딸의 마음. 그 모든 게 느껴져. 그리고 이 날로부터 3개월 뒤, 진이는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된 거야. 진이가 지내던 그 고시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누가, 왜, 그곳에 불을 지르고 사람들에게 칼을 휘두른 걸까. ▲ 고시원 사람들 그 문제의 고시원은, 논현동의 D고시원이야. 지하철 논현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논현동 먹자골목'이 나오지. 그 한가운데 5층짜리 건물이 하나 있는데, 그 건물 3, 4층에 고시원이 있어. 혹시 고시원에 들어가 봤어? 공용공간을 빼면, 방 하나당 크기가 한 평이 조금 넘어. 3층이 90평 정도 되는데, 여기에 방이 50개가 있었어. 4층에 있는 방까지 합하면 총 85개야. 강남에서 가장 작은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래도 입지가 좋고 보증금도 없어. 월 20만 원 중반이면, 나만의 독립된 공간이 생기는 거야. 목돈 없는 서민들에겐 이만한 곳이 없지. 그러다 보니 이 고시원의 입주민은 무려 70여 명이야. 그런데 고시생은 거의 없고, 대부분 논현동 근처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야. 그리고 그들 중에 희대의 살인마도 있었던 거야. 그 고시원에 어떤 사람들이 살았는지 알려줄게. 우선 3층에 살고 있는 49세 김선자 씨. 선자 씨는 중국 동포야. 한국으로 시집온 딸의 초청으로 2년 전에 한국에 들어왔어.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있었거든. 선자 씨의 아들은 어릴 적에 입은 화상으로 걷는 게 불편해.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미안했던 선자 씨는, 아들 다리를 고치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오자마자 식당에서 일을 해 왔어. 선자 씨는 돈 쓰는 걸 제일 무서워하는 자린고비야. 식당에서 밥 한 공기 남은 거 싸와서, 그걸 두 끼에 걸쳐 나눠 먹었어. 전화비 아낀다고, 그리운 아들과도 2주에 한 번만 통화했대. 하루라도 빨리 아들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그렇게 돈을 아끼고 아꼈어. 선자 씨와 같이 3층에 사는 29세 마준기 씨. 스무 살부터 독립해 쭉 고시원 생활을 했어. 배달, 대리운전, 안 해본 일이 없었어. 최근에 꿈이 하나 생겼어.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하는 거. 틈틈이 공부도 할 겸, 낮에는 서점에서 알바를 하고, 밤에는 고시원에서 취업 준비를 하며 지냈어. 고시원 생활에 익숙한 건, 31세 정상진 씨도 마찬가지야. 여기 온 지 5년이 넘었어. 논현동 먹자골목에서 상진 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 고깃집에서 불판도 갈고, 서빙도 하고, 주차관리도 하고. 군 제대 후 쭉 먹자골목에서만 일했거든. 이런 상진 씨한테는 '종달새'라는 별명이 있었어. 입이 한 번 열렸다 하면 말이 끝나지 않는 '투머치 토커'였대. 종달새 상진 씨와 준기 씨는 서로 잘 아는 사이야. 이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 사이, 고시생이 한 명 있긴 있었어. 4층에 사는 29세 이지섭 씨야. 준기 씨, 상진 씨랑 비슷한 또래야. 4층은 3층보다 방의 개수가 적어서, 비교적 조용해. 지섭 씨는 밤낮없이 고시 공부 중이야. 그리고 4층에는 우리가 아는 사람도 살고 있어. 21세 서진 씨. 근처 음식점에서 새벽까지 일하고 방에 와서는 그대로 뻗어 점심때까지 자. 아빠 몰래 고시원에 들어온 지 백일이 좀 넘었어. 마지막으로, 서진 씨 방 근처에 49세 최정임 씨가 살아. 서진 씨와 비슷한 나이의 두 아들을 둔 엄마인데, 몇 년 전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는 집을 나왔어. 넉넉지 않은 형편에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었던 거야. 이렇게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이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 아닌 이웃으로 지내고 있었어. 이 중에 누가 범인인 거 같아? 참혹했던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 타인은 지옥이다 2008년 10월 20일 월요일 아침 8시. 고시원 안은 고요해. 대부분 새벽에 귀가하는 사람들이니까, 한창 자고 있는 시간이거든. 그중 중국동포 선자 씨는 아침부터 일어나 벼룩신문을 보며 더 괜찮은 일자리가 있나 찾고 있었어. 그런데 어디서 뭔가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어. 그리고 살짝 열린 문틈으로 거뭇한 연기가 들어와. 선자 씨는 서둘러 복도로 나갔어. 그런데 다른 방 매트리스가 활활 타고 있는 거야. 불이야! 불이야! 를 외친 선자 씨. 그리고 그 순간, 복도 끝에서 검은 형체가 보이는데, 그 모습이 범상치가 않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인 옷차림. 누군지 절대 알 수 없어. 머리에 랜턴을 달고, 마스크에 물안경까지 쓰고 있어. 허리엔 가스총도 찼어.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건, 길이 50cm의 회칼이야. 또 양쪽 바지 안 쪽에는 과도를 하나씩 더 찼어. 이 사람이 바로, 오늘 사건의 범인이야. 이런 복장을 한 사람이 뚜벅뚜벅 선자 씨를 향해 다가오더니, 들고 있던 흉기로 가차 없이 공격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어. 그리고 도망가는 선자 씨를 쫓으며, 수십 차례나 더 공격했어. 결국 선자 씨는 아들의 다리를 고쳐주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끔찍한 칼부림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됐어.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해. 이 고시원에서 외부와 통하는 출입문은 하나인데, 거길 향하는 복도는 겨우 한 사람 지나다닐 정도로 좁아. 그런데 바로 여기에, 칼을 든 범인이 지키고 서 있는 거야. 복도 상황을 보고 깜짝 놀라서 다시 방으로 들어간 사람들도 있었지만, 선자 씨처럼 연기를 피해 정신없이 나오다가 범인의 칼에 쓰러진 사람들도 있었어. 지금 고시원은 완전 아비규환이야. 복도엔 매캐한 연기가 차오르고, 바닥엔 피가 흥건해. 그때 누군가 방 밖으로 나와 소화기를 집었어. 취준생 마준기 씨야. 소화기 안전핀을 뽑으려고 그러는데 뽑히지 않더라고요. 억지로 뽑았어요. 뽑은 다음에 소화기 호스를 잡고 딱 들어가려고 그러는데 갑자기 칼이 쑥 들어오더라고요. 얼굴 쪽으로 날아오니까 내가 친 거예요. 잡지는 못하니까요. 쳐내니까 나중에는 이 사람이 막 휘두르더라고요. 그냥 죽는구나. 아 이제 죽는구나. 가족 한 번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거밖에 안 들더라고요. -마준기(가명), 취업준비생 복부만 세 번을 찔린 준기 씨는 필사적으로 상처부위를 부여잡았어. 정신이 아득해져 가는데, 범인이 다시 칼을 들어 올려. 그 순간, 누군가 또 복도로 뛰쳐나왔어. 범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쪽으로 향해. 준기 씨는 온 힘을 다해 총무실로 도망쳐. 황급히 문을 잠그려는데, 문고리가 고장 나서 안 잠겨. 밖에서 밀면 열릴 수도 있어. 있는 힘을 다해 온몸으로 문을 막았어. 바로 그때, 고시원 전체에 화재 경보가 울려. 지금 연기는 3층에만 퍼졌어. 4층에선 아직 불이 났는지 몰라. 그런데 화재경보가 울렸으니, 막 뛰쳐나왔을 거 아냐. 그런데 출입문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에, 범인이 있어. 평소엔 사람들을 살리는 화재경보음이, 이날은 죽음을 부르는 사이렌이 된 거야. 그때부터 이 살인마가 뚜벅뚜벅 4층으로 올라가. 마치, 아직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이. 경보음을 듣고 뛰쳐나온 4층 사람들 중 가장 먼저 범인과 마주친 건,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정임 씨야. 범인은 정임 씨의 가슴과 배를 수차례 공격했어. 그 모습을 본 누군가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털썩 주저앉아. 병호 씨의 딸, 서진이야. 범인은 이제 진이를 공격하기 시작해. 저항 한번 못하고 꼼짝없이 당할 위기야. 그런데 그때, 진이를 구하려는 듯, 누군가 범인을 잡고 늘어져. 범인과 맞선 사람, 바로 정임 씨야. 이미 몇 차례나 칼에 찔렸지만, 마지막 힘을 다해 진이를 구하려 한 거야. 정임 씨 가족들은, 그 상황을 생존자들한테 전해 들었대. 일단은 그 친구(서진이)가 너무 놀라버렸나 봐요. 얼어버린 거죠. 그러니까 발을 못 뗀 거예요. 거기서 굳어 버린 거예요. 근데 우리 언니도 거기 있었고, 그러니까 우리 언니가 범인을 잡았대요 양쪽 손을. 그러니까, 서진 씨를 찌르다 말고 이제 우리 언니 손을 놓게 하려고 범인이 손목을 내리쳤나 봐요 양쪽을. 다른 사람은 손목에 상처가 없었는데 저희 언니만 있었어요. 손목을 내리쳐도 끝까지 잡고 있으니까 범인이, 이제 언니 목 부위를 찌른 거예요. 그래서 목에 자상이 있었던 거예요. 여덟 군데인가… 엄마니까. 누구의 엄마니까 누구의 자식이든 그냥 내 자식 같은 거죠. 그건 엄마들에게 본능 같은 거예요. -최정임(가명) 씨 동생 안타깝게도 진이와 정임 씨도, 살인마의 칼날에 목숨을 잃고 말아. 총무실로 도망쳤던 준기 씨는 지금 정신을 잃어가고 있어. 출혈이 너무 심해서 얼마나 버틸지 몰라. 그때, 준기 씨가 전화기를 발견해. 그날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피 묻은 전화기. 1번과 9번에 찍힌 선명한 혈흔. 그 상황에서 죽을힘을 다해 119에 전화를 건 거야. 여기 논현동 D고시원인데, 칼 든 미친놈이 있어요. 사람들이 도살당하고 있어요. 그 순간에도 범인의 칼날은 멈추지 않아. 이번에 남자야. 4층 고시생 이지섭 씨. 우당탕 소리가 나길래 깨지는 소리도 나고 그래서, 숨을 참고 내려가는 와중에 계단 끝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뭐지? 하고 내려가는 와중에 찌르더라고요. 이렇게 잡아가지고 이렇게 찌른 거죠. 그런데 긴 회칼이어서 (팔을) 관통을 해서 여기까지… -이지섭(가명), 고시생 지섭 씨는 칼에 관통된 팔과 몸을 감싼 채 계단 아래로 굴렀어. 그야말로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거지. 심각한 부상을 입긴 했지만, 지섭 씨는 그날의 첫 탈출자야. ▲ 내가 아는 살인마 119에 신고한 준기 씨도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이야. 도망갈 틈을 보려고 조심히 문을 여는데 하필, 범인과 눈이 딱 마주쳤어. 그놈이 다시 3층으로 돌아온 거야. 그 순간 준기 씨는 소름이 쫙 끼쳐. 정체를 완전히 감춘 살인마, 그게 누군지 알아버렸거든. 처음에 찔렸을 땐 너무 당황해서 못 봤는데요. 햇빛이 들어와서 그 사람인 걸 한 번에 알아봤죠. 고시원에서 안면이 있었고 예전에 그 사람이 고깃집에서 불판 갈아주는 일을 했었거든요. 그때 그 고깃집 가서 고기도 많이 먹고 그래서… -마준기(가명) 이제 범인이 누군지 알겠지? 종달새라는 별명이 있다는 정상진. 정상진은 살아있는 준기 씨를 발견하고는 총무실 문을 발로 차고 칼로 내려치기 시작해. 그 순간 준기 씨가 할 수 있는 건, 경찰들이 빨리 오길 바라는 것 밖에 없어. 문을 뚫고 들어오는 칼을 맨손으로 막는 바람에 손에도 피가 철철 흘러. 그래도 초인적인 힘으로 문을 막은 채 버텼고, 다행히 문은 열리지 않았어. 정상진은 또 다른 공격대상을 찾아 자리를 떠나. 준기 씨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어. 그 지옥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선택을 했어. 칼이 무서워 연기가 나도 방 안에 숨어 있거나, 불이 더 무서워 방 밖으로 뛰쳐나가 거나. 둘 다 무서워 창문을 깨고 뛰어내린 사람도 있었어. 소방대원들과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건 오전 9시. 그날 아침 화재와 함께 시작된 이 악몽은 무려 40분간 이어졌어. 이제 빨리 사람들을 구하고 범인을 잡아야 해. 그런데 현장에 온 구조대가, 범인이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을까? 소방관들은 일단 화재 진압부터 시작했어. 현장은 너무 참혹했어. 주인 잃은 신발과 물건들이 나뒹굴고, 바닥과 벽, 계단까지 핏자국이 선명해. 몇몇 방은 시커멓게 타서 누구 방인지 알아볼 수조차 없어. 소방관들은 불을 끄는 와중에도 방 하나하나 수색하며, 사람들을 구조하기 시작해. 3층을 다 확인하고 이어서 4층. 칼에 찔린 사람부터 양손에 화상을 입은 사람까지, 조심조심 부축하며 나오는데, 한 경찰이 그 화상 입은 남자를 유심히 봐. 차림이 왜 이래? 뭐야. 이거 다 피야? 옷이며 신발에 끈적한 피가 잔뜩 묻어있어. 그런데 칼에 찔린 상처는 없어. 이 사람이 바로, 범인 정상진이야. 그 짧은 시간에 무기들을 다 버리고, 피해자인척 하며 4층에 숨어있던 거야. 그렇게 현장을 빠져나갈 뻔했던 정상진은, 경찰에 검거됐어. 논현동 고시원 방화 살인사건. 이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6명이야. 5명이 정상진의 칼에 죽었고, 1명은 건물에서 뛰어내리다가 추락사했어. 부상자도 7명이나 됐어. 준기 씨는 대수술을 받고 5일 만에 겨우 의식을 되찾았어. 하루아침에 낯선 사람의 칼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충격과 슬픔을 가눌 길이 없어. 내가 지금도 마음 아픈 게 뭐야. 그 피를 토하고 죽어갈 때, 얼마나 아빠를 찾았을 거냐 이거지. 천금같이 키워갖고 자식을 그렇게 보낼 때 오죽했겠어요. 내가 어려웠으니까. 학비를 제대로 못 줬으니까. 그러니까 그게 더 미치는 거예요 내가… -서병호, 서진 아버지 ▲ 살인마 정상진 말이 많아 별명이 종달새라던 정상진은, 왜 그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앵무새처럼 죄송합니다 라는 말만 반복했어. 경찰 조사에서는 살기가 싫었다 , 세상이 나를 무시해서 그랬다 라고 말하기도 했어. 자기가 살기 싫어서 다른 사람들을 죽인다는 게 무슨 말일까. 또 사람 몇 명을 죽이면 경찰이나 다른 사람이 저를 죽여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라는 말도 했어. 경찰 손에 죽겠다는 사람이, 정작 현장에서 피해자인 척은 왜 한 건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현장에서 정상진의 노트가 발견됐어. 발견 당시 겉면에 시커멓게 탄 상태였는데, 안에 있던 글들은 훼손되지 않았어. 우리가 그 내용을 바탕으로 재현해 봤어. 존재 가치성 없음 집 밖에서도 가치성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생쇼만 하다가 가는 거야 나 같은 태생은 결국 이렇게 끝나는 거야 하는 일마다 한계에 부딪히고 삑사리 나고 -정상진의 메모 中 정상진의 메모를 보면, 큰 좌절감에 빠져있던 걸로 보여. 삶에 대한 의지도 별로 없었던 것 같고. 정상진은 어떤 삶을 살았던 걸까. 정상진은 경남 합천에서 5남매 중 막내로 자랐어. 넷째와의 나이차는 아홉 살, 완전 늦둥이야. 초등학교 시절에는 몸집이 작고 성격도 소심해서, 친구들로부터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대. 중학교 땐 구타를 당해 기절하는 일도 있었어. 그래서일까. 중1 때 처음으로 누군가를 해치기로 마음먹어. 바로 자기 자신을.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어. 하지만 곧바로 발견됐고, 응급처치 후 깨어났어. 1년 후, 한 번 더 자살을 시도하지만 역시 살아남았어. 그 후로도 세 번이나 더 목숨을 끊으려 했어. 물론 정상진의 삶은 불우했어. 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을 해칠 이유가 될 순 없어. 훨씬 더 불행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아. 그런데 전문가들은, 다른 건 몰라도 수차례 자살 시도를 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대. 자살과 타살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습니다. 실제로 세로토닌이 상승해져 있는 공격성 자체는 똑같은데, 그 공격성이 날 향해서 공격하면 자해나 자살이 되는 것이고, 바깥으로 향하게 되면 그게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나 타살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소극적인 상황에서 누적이 된 스트레스가 단 한 번 적극적인 방향으로 전환이 되었는데 그게 엄청난 사고를 일으켰다 생각하고요. -임명호, 심리학과 교수 정상진의 별명이 '종달새'였다고 했지? 평상시의 정상진은 그리 위험해 보이는 사람이 아니었어. (정상진이) 말하기를 좋아했는데요. 말을 받아주면 사람을 지겹게 해요. 아주 한 시간 두 시간씩 물고 늘어져서… (평소 술을 자주 마셨냐는 질문에) 아니요 아예 안 먹어요. 걔가 술을 안 먹는다니까요. 내가 일을 하고 있으면 자기가 일 끝나고 지나가다 이제 고시원 들어가면 심심하니까 와서 떠들어요. 얘기를 안 받아주고 짜증 내면 그냥 가요. 평상시에 까불다가 내가 소리 한 번 확 지르면 바로 애가 떨어지고 소심한 애인데. 겁도 많고… -먹자골목 상인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 같기도 해. 눈에 띄는 문제를 일으키거나, 끔찍한 범행의 징조를 보이진 않았어.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을 느낀 사람이 한 명 있었어. 바로 D고시원 총무. 고시원에서 정기적으로 소방 점검을 하는데, 정상진이 방문을 절대 열어주지 않았던 거야. 끝까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방 공개를 거부했대. 그러다 사건 발생 한 달 전쯤, 참다못한 총무가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갔는데, 그 방을 보고는 한 10초 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대. 방에서 뭘 봤길래? 5년 동안 한 번도 자기 방문을 누군가가 절대 못 열게 하는 거예요. 사고 터지기 한 달 전에 문 열었을 때, 장난감 총, 터보 라이터, 지포라이터, 인형, 이런 물건들이 꽉 차 있어요. 똑같은 인형이 색깔만 다르게,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배열이 되어 있는 거예요. -고시원 총무 마치 인형가게처럼, 크고 작은 인형 수십 개가 오와 열을 맞춰 전시되어 있었대. 그리고 정작 방바닥은 쓰레기가 가득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는 거지. 이 많은 인형들은 인형 뽑기 기계에서 얻은 거야. 정상진은 인형 뽑기에 빠져 있었어. 고시원 바로 앞 편의점에 그 기계가 있었는데, 어떤 날은 몇 시간이고 그 앞에 꼼짝도 않고 서 있었대. 앉은자리에서 한 번에 60만 원까지 인형 뽑기를 하는 것도 봤어요. 비가 오는데도 밖에서 3시간 동안 인형 뽑기를 하기도 했어요. 주차장에서 번 월급을 3~4일 만에 탕진하고는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어요. -주변인들의 증언 정상진은 주차나 배달 일로 한 달에 150~180만 원 정도를 벌었어. 그런데 그 돈 대부분을 인형 뽑기에 썼어. 최소 1천만 원 이상은 썼을 거래. 왜 이렇게 정상진은 인형 뽑기에 집착했을까? 전 인형 뽑기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처한 상황이 굉장히 외롭고 사회적으로 박탈된 상황이었고, 상실감, 그리고 전혀 세상에서 아무런 가치도 없는 이런 사람으로 생각되고 있었을 때 인형 뽑기에 집착을 한 것은 저는 탈출 수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상진은 딱 그거 하나가 유일하게 도파민(흥분감)을 상승시킬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목숨 걸고 어쨌든 인형 뽑기를 한 거고… -임명호, 심리학과 교수 인형 뽑기를 과하게 하는 게 뭐가 큰 문제냐고 할 수 있어. 그런데 정상진의 경우는 좀 달라. 인형 뽑기에서 범행 도구들도 구했거든. 범행 당시 썼던 랜턴, 권총 모양 라이터 등을 모두 인형 뽑기에서 뽑은 거야. 정상진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 억울한 죽음의 이유 이 세상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지막 행복한 순간을 위하여. 자극이 되어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이제야 저도 오랜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순간을 맞을 거 같습니다. 피로써 싸워. 내 마지막 순간을 위하여. 내 인생 마지막 하이라이트. 멋지게 끝내자 마지막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정상진 노트 中 뭔가 거창하게도 써놨지? 대량 살인을 계획한 범인들은, 허세 가득한 메시지를 종종 남긴대. 이 사건 1년 전에 있었던 미국 버지니아주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도 그랬어. 마치 자신이 대단한 것처럼, 자신의 행위가 엄청 정당한 것처럼. 하지만 우리는 알지. 그들은 그냥, 비겁하고 찌질한 범죄자에 불과하다는 걸. 정상진이 얼마나 한심한 인간인지 알아? 저 거창해 보이는 메모들, 언제 썼을 거 같아? 무려 사건 발생 4년 전에 쓴 거야. 4년 동안 잠잠하다가, 왜 하필 그날 범행을 저지른 걸까. 너무 어이없는 이유가 있어. 정상진은 예비군 훈련을 계속 불참했어. 그럼 벌금이 나와. 이 벌금이 쌓이고 쌓여서 150만 원이었대. 그런데 정상진은 그해 봄부터 무직 상태였거든. 벌금은커녕, 고시원 월세도 못 내고 휴대폰까지 끊길 상황이야. 그때 강남경찰서에서 연락이 와. 벌금 미납으로 수배가 내려졌으니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그 출석 날짜가 바로, 사건 당일인 10월 20일 오전 10시였어. 출석일이 다가올수록 슬슬 걱정이 됐던 정상진. 그리고 그날은, 미납된 고시원비를 내겠다고 고시원 주인과 약속한 날이기도 했어. 하지만 돈은 없어. 그날 정상진은 새벽부터 일어났어. 검은색 건빵 바지에 검은색 상의를 입고, 칼을 챙겼어. 그리고 종이에 테이프를 감아서 나름 칼집도 만들었어. 허리엔 가스총을 차고, 권총 모형 라이터 2개는 어깨에 달았어. 검정 모자를 쓰고, 화재 속에서 시야 확보를 해줄 헤드랜턴을 장착했어. 마지막으로, 연기도 막고 얼굴도 가려줄 물안경과 마스크까지 착용했어.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를 마친 정상진은, 자기 방 침대에 라이터 기름을 뿌려. 그리곤 인형 뽑기 기계에서 뽑은 모형 라이터로 불을 질렀어. 그다음은, 복도에 나가서 칼을 움켜쥐고 기다렸던 거야. 겁에 질려 뛰쳐나올 사람들을. 정상진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사건들의 경우, 정신질환이나 심신 미약을 이유로 감형이 되는 경우가 많았어. 정상진도 조사 중에 누굴 찔렀는지 어떻게 찔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중학교 때 자살에 실패하고 나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심각한 두통이 있었다 등의 말을 했대. 결국 정상진은 정신감정을 받게 돼. 그리고 전문가는 이렇게 진단했어. 정상진은 2년 이상 만성적인 우울증을 갖고 살아왔지만, 일종의 신경증일 뿐 현실감은 있는 상태이며 정신병질적 성격은 없어 보인다. 다행히 정신질환을 인정받지 못했어. 정상진은 범행 당시 자신의 행동에 대한 통제 능력도 있었을 거래. 그럼 재판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의 치밀한 계획에 의하여 이루어진 점, 그 범행 수단이 잔혹하고 무자비한 점,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진지한 참회를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크고,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극도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점,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을 사형에 처한다. -판결문 中 정상진은 항소하지 않았고 그대로 판결이 확정됐어. 유가족들은, 법정 최고형을 받게 돼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기뻐할 수도 없었대. 우리나라는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야. 정상진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있어. 미집행 사형수로 감옥에서. 사형이란 소리 들어도 저는 담담했어요. 죽이지도 않을 텐데요 뭐. 지금 우리나라에 사형수가 얼마나 많아요. 근데 한 명도 안 죽이잖아요. 왜 비싼 세금을 가지고 밥 먹이고 잠재우고 놀리고 그러냐고요. 미치지 미쳐. 왜 내 새끼는 죽고 없는데, 정상진은 저렇게 사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서병호, 피해자 유가족 제 동생이 교도관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에어컨 틀어주냐' 물어봤는데, 안 틀어준대요. 그나마 다행이다… 에어컨 안 틀어준다는 거에 제가 위안을 받아요. 그게 말이 돼요? 피해자들만 애가 타고, 속이 타고 미치고… -피해자 유가족 내 가족을 잔인하게 살인한 범인이, 내가 낸 세금으로 먹고 자고 안전하게 지내고 있어. 사형제도의 찬반을 논하자는 건 아니야. 유가족들의 입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자는 거야. ▲ 뒤늦게 드러난 문제들 무차별적으로 일어나는 범죄를 막긴 힘들어. 하지만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회는 항상 있어. 이 사건에서도 그랬어. 가해자 정상진한테 집중한 사이에, 우리는 중요한 걸 하나 놓칠 뻔했어. 바로 이 공간, 고시원.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후,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고 망연자실한 유가족들에게,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얘기가 들렸어. 보니까 허가가 없어. 무허가예요. 그렇게 해서 고시원을 지어서 사람한테 돈을 받았으면 왜 책임이 없느냐는 얘기예요. 그러니까 억울하단 얘기예요. -서병호, 피해자 유가족 논현동 D고시원은 무허가로 운영되고 있었어. 그런데 사실, 오해의 여지가 있어. 허가를 안 받은 게 아니라, 받을 필요가 없었던 거야. 독서실과 같은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있어서, 신고만 하면 누구나 영업을 할 수 있었거든. 고시원의 용도는 고시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공간이야. 그런데 언젠가부터 서민들의 숙박시설로 이용되기 시작했어. 논현동 고시원 사건이 일어난 2008년, 전국에 고시원이 무려 5,500여 개였대. 입주자만 20만 명에 달했어. 게다가 해마다 300개씩 새로 생겨. 그럼 정부나 국회에서,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고시원을 숙박업으로 규정하고, 관련 법안을 만들어 관리했어야지. 그런데 그냥 방치한 거야. 숙박시설이었다면 받았을 건축법이나 보건법이, 하나도 적용되지 않았어. 그러니 고시원 업주들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했겠지. 방 개수가 늘어나도록 통로는 더 좁게, 방은 더 다닥다닥 붙였어. 비상대피로는 만들 필요도 없어. 당연히 스프링클러도 없어. 그러니 창문으로 뛰어내리지. 법이 없으니까. '불법'이 아니라 '무법' 천지였던 거야.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어. 논현동 고시원 사건이 일어나기 전 4년간, 고시원에서 화재, 방화로 숨진 사람만 60명이 넘어.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아예 없었던 건 아냐. 고시원 법에 대한 논의가 있긴 있었어. 하지만 매번 흐지부지된 거야. 그 사이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났고,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어. 만약 정상진이 13명의 사상자를 낸 그날 그곳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었다면? 그리고 비상대피로가 따로 있었다면? 복도의 폭이 30cm만 더 넓었다면? 단 한 명이라도 덜 다치고, 덜 죽지 않았을까. 유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고시원 주인과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어. 소방법 및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고시원 주인은 대형 로펌 변호사 여섯 명을 대동하고 나타나. 이 사람, 동네에서 어마어마한 자산가라고 소문이 자자했거든. 소송 결과는, 고시원 주인, 서울시 모두 '혐의 없음'. 예측 불가능한 범죄와 그로 인한 피해는 고시원 주인이나 관할 당국의 잘못이 아니라는 거야. 관련법이 없었으니까, 법의 위반이 아니라는 거지. 근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이 사건 직후에 고시원 관련법이 제정돼. 피난유도선,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고, 통로 폭도 90cm에서 최소 120cm 이상으로 강화됐어. 그렇게 논현동 고시원 사건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끝나버렸어. 유가족들은, 견디기 힘들 만큼 슬픈데,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어.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잖아. 한 사람 두 사람,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어. 하지만 딸을 잃은 병호 씨는 그럴 수가 없었어. 횟집을 운영하던 병호 씨는, 도저히 다시 칼을 잡을 수가 없었어. 일을 못 했어요. 칼을 쳐다도 못 봤어요. 보면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소름이 끼친다고 그러잖아요. 소름이 끼쳐요. 이 손이 떨려서 (칼을) 못 잡았어요. 그래서 오죽해서 아들이 '아빠 횟집 하지 마세요'. 4, 5년 그렇게 했었어요. 솔직한 얘기로 저녁에 자다가도 벌떡벌떡해요 요즘도. 왜 자식 안 보고 싶겠어. 딸이 죽은 날 비가 왔어요. 그래서 비만 오면 못 견뎠어요 내가… 비만 오면 나가서 술 퍼 마시고. 혼자 울다가 비 오면 미쳐갖고 흙탕물 둘러쓰고 집에 들어오고 그랬어요. -서병호, 서진 아버지 일을 놓으니 생활은 어려워지는데, 딸 생각이 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어느 날은, 정말 그래선 안 되는데, 한강 물에 뛰어들었다가 간신히 끌려 나온 적도 있었대. 범죄 피해 유가족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아. ▲ 피해자의 권리 범죄 피해 유가족들 중엔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분들이 많아. 병호 씨는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너무나 이해가 됐대. 그런데, 그런 병호 씨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있어. 진이를 위해서라도 아버님이 힘을 내셔라 ,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제가 돕겠다 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병호 씨를 돕겠대. 바로 이 분이야. 이 분은 잔혹한 범죄가 일어나는 현장을 찾아다녀. 그리고 모두가 범죄자의 신상, 증언, 처벌에 집중할 때, 피해자와 가족들을 챙겨. 혹시 너 SBS 드라마 '모범택시' 본 적 있어? 김의성 배우가 맡은 장성철 역할이 있어. 범죄 피해자들을 돕는 파랑새 재단의 대표. 그 모티브가 바로 이 분이야. 이용우 회장님. 드라마에선 택시회사를 운영하지만, 실제로는 꽤 규모 있는 문구업체의 대표야. 급작스럽게 치러야 하는 장례부터, 피해자, 유가족들의 심리 치료까지. 그 잊기 힘든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아. 회장님이 그림자처럼 도와주신 분이죠. 자기 사비를 빌려주고 그랬어요. 벌어다가 갚고 또 벌어다가 갚고. 그래서 그분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있는 거죠. -서병호, 피해자 유가족 (범죄 피해자) 유족분들은 삶이 굉장히 어렵죠. 특히 생활을 책임지고 있던 가장이 살해당했다든가 또 가족 중에, 자식이 살해당했다든가 그럴 경우에는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생긴 거잖아요. 삶이, 삶이 아니에요. 범죄자 잡아갈 때 '미란다 원칙' 하잖아요. 당신은 변호사 살 권리가 있다 얘기하지만 옆에 있는 피해자는 그냥 가버리는 거예요. 범죄자 인권만 있는 거예요. 피해자 인권은 없어요. 어디 가서 치료받아라 아니면 어디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 걸 안 했던 거죠. 그래서 아무도 지원해주지 않는 시기에 피해자들을 지원하겠다는 그런 취지로 해서 피해자 지원센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용우, 한국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장 원래는 이 분이 사비를 털어서 이 일을 했는데, 지금은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어. 무려 20년 넘게 활동해 온 결과, 범죄 피해자에 대한 인식과 지원도 많이 달라졌어. 일례로, 피해 지원금도 논현동 고시원 사건 때보다 10배나 늘었대. 병호 씨는 이용우 회장님 덕분에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어. 10년이 조금 넘게 걸렸거든. 지금은 진도에서 횟집을 하고 있어. 병호 씨가 다시 횟집을 할 수 있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겠어. '묻지마 범죄'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생각해 보면, 범인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말 같아. 정남규, 유영철, 강호순 등 연쇄살인범들에 비해서 '묻지마' 살인범들은 잘 기억 못 하잖아. 최근에도, 신림역, 서현역에서 비슷한 비극들이 계속 일어났지. 정말 묻지 말아야 할까? 아니지. 이런 사건일수록 그 실체를 똑바로 파악해야 해. 이런 일은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으니까. 우리나라는,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2차 피해가 심각해. 당신이 거기 있었으니까 당했다 , 목숨값 받으려고 쇼한다 는 악의적인 이야기도 들어. 그렇잖아도 무너진 가족들이 더 위축될 수밖에 없어.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기피와 혐오 대신, 관심과 지원이 먼저래. '우리를 대신해서 당한 사람들'이라고 여긴대. 이웃들은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국가가 100% 피해자 지원을 책임져.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이용우 회장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이 오면 좋겠어. 우리나라 문화가 바뀌어야 해요. 외국에서는 옆집이 살인사건이 났다고 하면, 다 가서 위로해 주는 거예요. '춥지 않냐', '아픈 데는 없냐' 그러는데, 우리나라는 살인 사건이 나면, 그 집을 안 가는 거예요. 재수 없다고. 엄청난 문화 차이입니다. 어렵겠지만, 그 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용우, 한국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장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꼬꼬무 찐리뷰] 불이야 소리에 뛰쳐나갔더니 칼 든 살인마가…논현동 고시원 방화 살인사건 [꼬꼬무 찐리뷰]  불이야  소리에 뛰쳐나갔더니 칼 든 살인마가…논현동 고시원 방화 살인사건 등록일2023.10.20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19일 방송된 '옆 방 살인마-고시원 방화 살인사건'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배우 류승수, 그룹 여자친구 출신 예린, 가수 이석훈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착한 딸의 죽음 때는 2008년 10월 20일 월요일 오후. 맑던 하늘이 잔뜩 흐려지더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나이 마흔 아홉의 서병호 씨는 횟집 사장님이야. 이 횟집은 마포에 있는데 소문난 맛집이야. 초저녁인데 가게는 사람들로 북적여. 그때 오랜 단골손님이 들어와서, 그 뉴스 봤냐고 물었어. 글쎄, 아침 댓바람부터 어떤 미친 놈이 강남에서 사람들 찔러 죽이고 난리가 났대요. 회 써느라 바쁜 병호 씨는 또 그런 사건이 터졌냐며, 그런 놈들은 잡아서 똑같이 해줘야 한다고 대꾸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 그리고 저녁 7시쯤 됐을까. 한창 바쁜 병호 씨한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어. 당시 상황을, 병호 씨한테 직접 들어볼게. 강남 경찰서라고 전화가 왔더라고요. '서진이 아빠입니까?' 물어서 그렇습니다 그랬더니, 뭔 일이 있었다는 말도 않고, 순천향대 병원으로 가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왜 순천향대 병원을 가면 되냐' 그랬더니, '순천향대 병원을 가면 안다'고 하더라고요. 순천향대 병원 입구에 딱 가니까, '이리로 오세요' 그래서 갔더니 서랍을 딱 끌어내니까 딸내미가 싸늘히 죽어있더라고요. 그걸 보는 순간에 내가 5분, 6분 정도 기절을 했어요. -서병호, 당시 횟집 사장 병호 씨의 막내딸이 사망한 채로 발견된 거야. 아까 단골손님이 말한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어. 사인은 다발성 자상에 의한 과다출혈. 칼에 찔린 상처가 한두 군데가 아니야. 이름은 서진, 나이는 21세. 산둥대 국제무역학과 2학년이야. 중국에서 유학 중이었는데, 4개월 전 휴학계를 내고 한국에 와 있었어. 도대체 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빠 병호 씨는 겨우 정신을 부여잡고 강남 경찰서로 향했어. 그리고 그 곳에서 믿을 수 없는 얘기를 듣게 돼. 오늘 아침에, 서진 씨가 살고 있던 논현동 고시원에서 살인사건이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칼로 사람들을 해쳤고, 그 피해자들 중에 진이가 있었다는 거야. 그런데 아빠 병호 씨는 그 말을 듣고 이해가 안 됐어. 우리 딸이 고시원에 살고 있었다? 아빠는 진이가 고모 집에서 지낸다고 알고 있었거든. 고시원은 처음 듣는 얘기야. 사실 이 부녀 사이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어. 병호 씨는 홀로 진이와 진이 오빠를 키웠어. 진이가 8살, 진이 오빠가 11살 때 아내와 헤어졌거든. 횟집을 운영하면서 남매의 뒷바라지를 해왔던 거지. 근데 아빠 홀로 두 아이를 키운다는 거, 쉽지 않은 일이야. 병호 씨는 하루도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느낀 날이 없었대. 아무리 노력해도 엄마의 빈자리를 채울 수가 없어서 매일 아이들에게 미안했어. 하지만 막내딸 진이는 오히려 그런 아빠를 위로했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온갖 집안일을 돕고, 심지어 아빠 옷을 매일 다려놓곤 했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다리미질해서 와이셔츠 다려놓고. 엄마가 없을수록 아빠가 옷을 깔끔하게 입어야 된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했었고요. 그렇게 잘했기 때문에 딸내미한테 더 애착이 가죠. 일을 하다가 밥을 못 먹으면, 자기가 먼저 챙겨서 '아빠 같이 식사합시다' 할 정도로 엄마 역할을 했어요. 자기 자식 안 착하다는 사람 누가 있겠어요. 하지만 우리 딸내미 같은 경우는 정말 착했어요. -서병호, 서진의 아빠 아빠는 아이들을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았어. 다행히 횟집이 잘 돼서 축구 유망주였던 아들을 브라질로 유학을 보낼 수 있었어. 딸 진이도 일찌감치 중국으로 유학을 보냈어. 진이는 중국에서 잘 적응했고, 우수한 학교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교에 단번에 합격했어.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안 좋은 일이 생겨. 아빠가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빚더미에 앉게 된 거야. 다행히 아빠를 대신해 오빠가 학비를 보태줬어. 오빠가 프로 축구선수가 됐거든. 오빠도 참 대단하지. 그런데 얼마 후, 오빠한테도 안 좋은 일이 생겨. 경기 중 당한 부상으로 재계약에 실패한 거야. 그런데도 오빠는 동생한테, 학비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어. 하지만 진이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 바로 휴학계를 내고 한국으로 돌아왔어. 자신의 힘으로 학비를 마련하려 한 거야. 그렇게 시흥에 있는 고모 집에서 지내면서,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알바를 시작해.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무려 13시간을 매일 일했대. 아직 어린 나이인데, 참 대견하지. 그런데 이 모든 게 아빠한텐 비밀이었어. 한국에 그냥 잠시 쉬러 왔다고 거짓말한 거야. 아빠가 항상 넌 공부만 하면 돼. 학비 걱정은 하지 말고. 오빠랑 아빠가 다 알아서 할 거니까 라고 했거든. 그런 아빠한테 학비를 벌려고 알바를 한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어. 절대 허락할 리가 없잖아.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까 문제가 하나 생겨. 시흥 고모 집에서 강남까지 왔다 갔다 하려니까, 시간도 오래 걸리고 교통비가 만만치 않아. 그래서 진이는 강남 논현동 고시원에 들어갔어. 그리고 걱정쟁이 아빠와 오빠한텐 비밀로 했어. 허락 안했죠. 아르바이트하는 것도 허락 안했어요. 자기 고모한테만 '나 금방 가서 며칠만 일하고 온다'고 하고 갔대요. 그러니까 고모도 '너 그냥 와라'라고 했는데, 그렇게 돼버렸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자기도 거기서 돈벌이가 조금 되니까 벌어 갖고 보태서 (중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어린 마음에… -서병호, 서진 아버지 고시원에 들어가고 한 달 후, 진이는 다이어리에 이런 글을 썼어. 아빠한테 잠깐 다녀온 날. 미안… 아빠 ㅠ 짧은 글이지만, 아빠한테 말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 부모에게 걱정거리가 되기 싫은 딸의 마음. 그 모든 게 느껴져. 그리고 이 날로부터 3개월 뒤, 진이는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된 거야. 진이가 지내던 그 고시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누가, 왜, 그 곳에 불을 지르고 사람들에게 칼을 휘두른 걸까. ▲ 고시원 사람들 그 문제의 고시원은, 논현동의 D고시원 이야. 지하철 논현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논현동 먹자골목'이 나오지. 그 한가운데 5층짜리 건물이 하나 있는데, 그 건물 3, 4층에 고시원이 있어. 혹시 고시원에 들어가 봤어? 공용공간을 빼면, 방 하나당 크기가 한 평이 조금 넘어. 3층이 90평 정도 되는데, 여기에 방이 50개가 있었어. 4층에 있는 방까지 합하면 총 85개야. 강남에서 가장 작은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래도 입지가 좋고 보증금도 없어. 월 20만원 중반이면, 나만의 독립된 공간이 생기는 거야. 목돈 없는 서민들에겐 이만한 곳이 없지. 그러다보니 이 고시원의 입주민은 무려 70여 명이야. 그런데 고시생은 거의 없고, 대부분 논현동 근처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야. 그리고 그들 중에 희대의 살인마도 있었던 거야. 그 고시원에 어떤 사람들이 살았는지 알려줄게. 우선 3층에 살고 있는 49세 김선자 씨. 선자 씨는 중국 동포야. 한국으로 시집 온 딸의 초청으로 2년 전에 한국에 들어왔어.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있었거든. 선자 씨의 아들은 어릴 적에 입은 화상으로 걷는 게 불편해.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미안했던 선자 씨는, 아들 다리를 고치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오자마자 식당에서 일을 해 왔어. 선자 씨는 돈 쓰는 걸 제일 무서워하는 자린고비야. 식당에서 밥 한 공기 남은 거 싸와서, 그걸 두 끼에 걸쳐 나눠 먹었어. 전화비 아낀다고, 그리운 아들과도 2주에 한 번만 통화했대. 하루라도 빨리 아들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그렇게 돈을 아끼고 아꼈어. 선자 씨와 같이 3층에 사는 29세 마준기 씨. 스무 살부터 독립해 쭉 고시원 생활을 했어. 배달, 대리운전, 안 해본 일이 없었어. 최근에 꿈이 하나 생겼어.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하는 거. 틈틈이 공부도 할 겸, 낮에는 서점에서 알바를 하고, 밤에는 고시원에서 취업 준비를 하며 지냈어. 고시원 생활에 익숙한 건, 31세 정상진 씨도 마찬가지야. 여기 온 지 5년이 넘었어. 논현동 먹자골목에서 상진 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 고깃집에서 불판도 갈고, 서빙도 하고, 주차관리도 하고. 군 제대 후 쭉 먹자골목에서만 일했거든. 이런 상진 씨한테는 '종달새'라는 별명이 있었어. 입이 한 번 열렸다 하면 말이 끝나지 않는 '투머치 토커'였대. 종달새 상진 씨와 준기 씨는 서로 잘 아는 사이야. 이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 사이, 고시생이 한 명 있긴 있었어. 4층에 사는 29세 이지섭 씨야. 준기 씨, 상진 씨랑 비슷한 또래야. 4층은 3층보다 방의 개수가 적어서, 비교적 조용해. 지섭 씨는 밤낮 없이 고시 공부 중이야. 그리고 4층에는 우리가 아는 사람도 살고 있어. 21세 서진 씨. 근처 음식점에서 새벽까지 일하고 방에 와서는 그대로 뻗어 점심 때까지 자. 아빠 몰래 고시원에 들어온 지 백일이 좀 넘었어. 마지막으로, 서진 씨 방 근처에 49세 최정임 씨가 살아. 서진 씨와 비슷한 나이의 두 아들을 둔 엄마인데, 몇 년 전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는 집을 나왔어. 넉넉지 않은 형편에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었던 거야. 이렇게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이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 아닌 이웃으로 지내고 있었어. 이 중에 누가 범인인 거 같아? 참혹했던 그 날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 타인은 지옥이다 2008년 10월 20일 월요일 아침 8시. 고시원 안은 고요해. 대부분 새벽에 귀가하는 사람들이니까, 한창 자고 있는 시간이거든. 그 중 중국동포 선자 씨는 아침부터 일어나 벼룩신문을 보며 더 괜찮은 일자리가 있나 찾고 있었어. 그런데 어디서 뭔가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어. 그리고 살짝 열린 문틈으로 거뭇한 연기가 들어와. 선자 씨는 서둘러 복도로 나갔어. 그런데 다른 방 매트리스가 활활 타고 있는 거야. 불이야! 불이야! 를 외친 선자 씨. 그리고 그 순간, 복도 끝에서 검은 형체가 보이는데, 그 모습이 범상치가 않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인 옷차림. 누군지 절대 알 수 없어. 머리에 랜턴을 달고, 마스크에 물안경까지 쓰고 있어. 허리엔 가스총도 찼어.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건, 길이 50cm의 회칼이야. 또 양쪽 바지 안 쪽에는 과도를 하나씩 더 찼어. 이 사람이 바로, 오늘 사건의 범인이야. 이런 복장을 한 사람이 뚜벅뚜벅 선자 씨를 향해 다가오더니, 들고 있던 흉기로 가차없이 공격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어. 그리고 도망가는 선자 씨를 쫓으며, 수십 차례나 더 공격했어. 결국 선자 씨는 아들의 다리를 고쳐주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끔찍한 칼부림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됐어.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해. 이 고시원에서 외부와 통하는 출입문은 하나인데, 거길 향하는 복도는 겨우 한 사람 지나다닐 정도로 좁아. 그런데 바로 여기에, 칼을 든 범인이 지키고 서 있는 거야. 복도 상황을 보고 깜짝 놀라서 다시 방으로 들어간 사람들도 있었지만, 선자 씨처럼 연기를 피해 정신없이 나오다가 범인의 칼에 쓰러진 사람들도 있었어. 지금 고시원은 완전 아비규환이야. 복도엔 매캐한 연기가 차오르고, 바닥엔 피가 흥건해. 그 때 누군가 방 밖으로 나와 소화기를 집었어. 취준생 마준기 씨야. 소화기 안전핀을 뽑으려고 그러는데 뽑히지 않더라고요. 억지로 뽑았어요. 뽑은 다음에 소화기 호스를 잡고 딱 들어가려고 그러는데 갑자기 칼이 쑥 들어오더라고요. 얼굴 쪽으로 날아오니까 내가 친 거예요. 잡지는 못하니까요. 쳐내니까 나중에는 이 사람이 막 휘두르더라고요. 그냥 죽는구나. 아 이제 죽는구나. 가족 한 번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거 밖에 안 들더라고요. -마준기(가명), 취업준비생 복부만 세 번을 찔린 준기 씨는 필사적으로 상처부위를 부여 잡았어. 정신이 아득해져 가는데, 범인이 다시 칼을 들어 올려. 그 순간, 누군가 또 복도로 뛰쳐 나왔어. 범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 쪽으로 향해. 준기 씨는 온 힘을 다해 총무실로 도망쳐. 황급히 문을 잠그려는데, 문고리가 고장나서 안 잠겨. 밖에서 밀면 열릴 수도 있어. 있는 힘을 다해 온몸으로 문을 막았어. 바로 그때, 고시원 전체에 화재 경보가 울려. 지금 연기는 3층에만 퍼졌어. 4층에선 아직 불이 났는지 몰라. 그런데 화재경보가 울렸으니, 막 뛰쳐나왔을 거 아냐. 그런데 출입문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에, 범인이 있어. 평소엔 사람들을 살리는 화재경보음이, 이날은 죽음을 부르는 사이렌이 된 거야. 그때부터 이 살인마가 뚜벅뚜벅 4층으로 올라가. 마치, 아직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이. 경보음을 듣고 뛰쳐나온 4층 사람들 중 가장 먼저 범인과 마주친 건,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정임 씨야. 범인은 정임 씨의 가슴과 배를 수차례 공격했어. 그 모습을 본 누군가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털썩 주저앉아. 병호 씨의 딸, 서진이야. 범인은 이제 진이를 공격하기 시작해. 저항 한번 못하고 꼼짝없이 당할 위기야. 그런데 그 때, 진이를 구하려는 듯, 누군가 범인을 잡고 늘어져. 범인과 맞선 사람, 바로 정임 씨야. 이미 몇 차례나 칼에 찔렸지만, 마지막 힘을 다해 진이를 구하려 한 거야. 정임 씨 가족들은, 그 상황을 생존자들한테 전해 들었대. 일단은 그 친구(서진이)가 너무 놀라버렸나 봐요. 얼어버린 거죠. 그러니까 발을 못 뗀 거예요. 거기서 굳어 버린 거예요. 근데 우리 언니도 거기 있었고, 그러니까 우리 언니가 범인을 잡았대요 양쪽 손을. 그러니까, 서진 씨를 찌르다 말고 이제 우리 언니 손을 놓게 하려고 범인이 손목을 내리쳤나 봐요 양쪽을. 다른 사람은 손목에 상처가 없었는데 저희 언니만 있었어요. 손목을 내리쳐도 끝까지 잡고 있으니까 범인이, 이제 언니 목 부위를 찌른 거예요. 그래서 목에 자상이 있었던 거예요. 여덟 군데인가… 엄마니까. 누구의 엄마니까 누구의 자식이든 그냥 내 자식 같은 거죠. 그건 엄마들에게 본능 같은 거예요. -최정임(가명) 씨 동생 안타깝게도 진이와 정임 씨도, 살인마의 칼날에 목숨을 잃고 말아. 총무실로 도망쳤던 준기 씨는 지금 정신을 잃어가고 있어. 출혈이 너무 심해서 얼마나 버틸지 몰라. 그때, 준기 씨가 전화기를 발견해. 그날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피묻은 전화기. 1번과 9번에 찍힌 선명한 혈흔. 그 상황에서 죽을 힘을 다해 119에 전화를 건 거야. 여기 논현동 D고시원인데, 칼 든 미친 놈이 있어요. 사람들이 도살당하고 있어요. 그 순간에도 범인의 칼날은 멈추지 않아. 이번에 남자야. 4층 고시생 이지섭 씨. 우당탕 소리가 나길래 깨지는 소리도 나고 그래서, 숨을 참고 내려가는 와중에 계단 끝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뭐지? 하고 내려가는 와중에 찌르더라고요. 이렇게 잡아가지고 이렇게 찌른 거죠. 그런데 긴 회칼이어서 (팔을) 관통을 해서 여기까지… -이지섭(가명), 고시생 지섭 씨는 칼에 관통된 팔과 몸을 감싼 채 계단 아래로 굴렀어. 그야말로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거지. 심각한 부상을 입긴 했지만, 지섭 씨는 그날의 첫 탈출자야. ▲ 내가 아는 살인마 119에 신고한 준기 씨도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이야. 도망갈 틈을 보려고 조심히 문을 여는데 하필, 범인과 눈이 딱 마주쳤어. 그놈이 다시 3층으로 돌아온 거야. 그 순간 준기 씨는 소름이 쫙 끼쳐. 정체를 완전히 감춘 살인마, 그게 누군지 알아버렸거든. 처음에 찔렸을 땐 너무 당황해서 못 봤는데요. 햇빛이 들어와서 그 사람인 걸 한 번에 알아봤죠. 고시원에서 안면이 있었고 예전에 그 사람이 고깃집에서 불판 갈아주는 일을 했었거든요. 그때 그 고깃집 가서 고기도 많이 먹고 그래서… -마준기(가명) 이제 범인이 누군지 알겠지? 종달새라는 별명이 있다는 정상진. 정상진은 살아있는 준기 씨를 발견하고는 총무실 문을 발로 차고 칼로 내려치기 시작해. 그 순간 준기 씨가 할 수 있는 건, 경찰들이 빨리 오길 바라는 것 밖에 없어. 문을 뚫고 들어오는 칼을 맨손으로 막는 바람에 손에도 피가 철철 흘러. 그래도 초인적인 힘으로 문을 막은 채 버텼고, 다행히 문은 열리지 않았어. 정상진은 또 다른 공격대상을 찾아 자리를 떠나. 준기 씨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어. 그 지옥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선택을 했어. 칼이 무서워 연기가 나도 방 안에 숨어 있거나, 불이 더 무서워 방 밖으로 뛰쳐나가 거나. 둘 다 무서워 창문을 깨고 뛰어내린 사람도 있었어. 소방대원들과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건 오전 9시. 그날 아침 화재와 함께 시작된 이 악몽은 무려 40분간 이어졌어. 이제 빨리 사람들을 구하고 범인을 잡아야 해. 그런데 현장에 온 구조대가, 범인이 누군지 알아 볼 수 있었을까? 소방관들은 일단 화재 진압부터 시작했어. 현장은 너무 참혹했어. 주인 잃은 신발과 물건들이 나뒹굴고, 바닥과 벽, 계단까지 핏자국이 선명해. 몇몇 방은 시커멓게 타서 누구 방인지 알아볼 수조차 없어. 소방관들은 불을 끄는 와중에도 방 하나하나 수색하며, 사람들을 구조하기 시작해. 3층을 다 확인하고 이어서 4층. 칼에 찔린 사람부터 양손에 화상을 입은 사람까지, 조심조심 부축하며 나오는데, 한 경찰이 그 화상 입은 남자를 유심히 봐. 차림이 왜 이래? 뭐야. 이거 다 피야? 옷이며 신발에 끈적한 피가 잔뜩 묻어있어. 그런데 칼에 찔린 상처는 없어. 이 사람이 바로, 범인 정상진이야. 그 짧은 시간에 무기들을 다 버리고, 피해자인 척 하며 4층에 숨어있던 거야. 그렇게 현장을 빠져나갈 뻔 했던 정상진은, 경찰에 검거됐어. 논현동 고시원 방화 살인사건. 이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6명이야. 5명이 정상진의 칼에 죽었고, 1명은 건물에서 뛰어내리다가 추락사했어. 부상자도 7명이나 됐어. 준기 씨는 대수술을 받고 5일만에 겨우 의식을 되찾았어. 하루아침에 낯선 사람의 칼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충격과 슬픔을 가눌 길이 없어. 내가 지금도 마음 아픈 게 뭐야. 그 피를 토하고 죽어갈 때, 얼마나 아빠를 찾았을 거냐 이거지. 천금같이 키워갖고 자식을 그렇게 보낼 때 오죽했겠어요. 내가 어려웠으니까. 학비를 제대로 못 줬으니까. 그러니까 그게 더 미치는 거에요 내가… -서병호, 서진 아버지 ▲ 살인마 정상진 말이 많아 별명이 종달새라던 정상진은, 왜 그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앵무새처럼 죄송합니다 라는 말만 반복했어. 경찰 조사에서는 살기가 싫었다 , 세상이 나를 무시해서 그랬다 라고 말하기도 했어. 자기가 살기 싫어서 다른 사람들을 죽인다는 게 무슨 말일까. 또 사람 몇 명을 죽이면 경찰이나 다른 사람이 저를 죽여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라는 말도 했어. 경찰 손에 죽겠다는 사람이, 정작 현장에서 피해자인 척은 왜 한 건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현장에서 정상진의 노트가 발견됐어. 발견 당시 겉면에 시커멓게 탄 상태였는데, 안에 있던 글들은 훼손되지 않았어. 우리가 그 내용을 바탕으로 재현해 봤어. 존재 가치성 없음 집 밖에서도 가치성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생쇼만 하다가 가는 거야 나 같은 태생은 결국 이렇게 끝나는 거야 하는 일마다 한계에 부딪히고 삑사리 나고 -정상진의 메모 中 정상진의 메모를 보면, 큰 좌절감에 빠져있던 걸로 보여. 삶에 대한 의지도 별로 없었던 것 같고. 정상진은 어떤 삶을 살았던 걸까. 정상진은 경남 합천에서 5남매 중 막내로 자랐어. 넷째와의 나이차는 아홉 살, 완전 늦둥이야. 초등학교 시절에는 몸집이 작고 성격도 소심해서, 친구들로부터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대. 중학교 땐 구타를 당해 기절하는 일도 있었어. 그래서일까. 중1때 처음으로 누군가를 해치기로 마음 먹어. 바로 자기 자신을.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어. 하지만 곧바로 발견됐고, 응급처치 후 깨어났어. 1년 후, 한 번 더 자살을 시도하지만 역시 살아남았어. 그 후로도 세 번이나 더 목숨을 끊으려 했어. 물론 정상진의 삶은 불우했어. 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을 해칠 이유가 될 순 없어. 훨씬 더 불행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아. 그런데 전문가들은, 다른 건 몰라도 수차례 자살 시도를 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대. 자살과 타살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습니다. 실제로 세로토닌이 상승해져 있는 공격성 자체는 똑같은데, 그 공격성이 날 향해서 공격하면 자해나 자살이 되는 것이고, 바깥으로 향하게 되면 그게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나 타살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소극적인 상황에서 누적이 된 스트레스가 단 한 번 적극적인 방향으로 전환이 되었는데 그게 엄청난 사고를 일으켰다 생각하고요. -임명호, 심리학과 교수 정상진의 별명이 '종달새'였다고 했지? 평상시의 정상진은 그리 위험해 보이는 사람이 아니었어. (정상진이) 말하기를 좋아했는데요. 말을 받아주면 사람을 지겹게 해요. 아주 한시간 두시간 씩 물고 늘어져서… (평소 술을 자주 마셨냐는 질문에) 아니요 아예 안 먹어요. 걔가 술을 안 먹는다니까요. 내가 일을 하고 있으면 자기가 일 끝나고 지나가다 이제 고시원 들어가면 심심하니까 와서 떠들어요. 얘기를 안 받아주고 짜증 내면 그냥 가요. 평상시에 까불다가 내가 소리 한 번 확 지르면 바로 애가 떨어지고 소심한 애인데. 겁도 많고… -먹자골목 상인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 같기도 해. 눈에 띄는 문제를 일으키거나, 끔찍한 범행의 징조를 보이진 않았어.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을 느낀 사람이 한 명 있었어. 바로 D고시원 총무. 고시원에서 정기적으로 소방 점검을 하는데, 정상진이 방문을 절대 열어주지 않았던 거야. 끝까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방 공개를 거부했대. 그러다 사건 발생 한달 전쯤, 참다못한 총무가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갔는데, 그 방을 보고는 한 10초 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대. 방에서 뭘 봤길래? 5년 동안 한 번도 자기 방문을 누군가가 절대 못 열게 하는 거예요. 사고 터지기 한 달 전에 문 열었을 때, 장난감 총, 터보 라이터, 지포라이터, 인형, 이런 물건들이 꽉 차 있어요. 똑 같은 인형이 색깔만 다르게,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배열이 되어 있는 거예요. -고시원 총무 마치 인형가게처럼, 크고 작은 인형 수십개가 오와 열을 맞춰 전시되어 있었대. 그리고 정작 방바닥은 쓰레기가 가득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는 거지. 이 많은 인형들은 인형뽑기 기계에서 얻은 거야. 정상진은 인형뽑기에 빠져 있었어. 고시원 바로 앞 편의점에 그 기계가 있었는데, 어떤 날은 몇시간이고 그 앞에 꼼짝도 않고 서 있었대.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60만원까지 인형뽑기를 하는 것도 봤어요. 비가 오는데도 밖에서 3시간 동안 인형뽑기를 하기도 했어요. 주차장에서 번 월급을 3~4일만에 탕진하고는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어요. -주변인들의 증언 정상진은 주차나 배달 일로 한달에 150~180만원 정도를 벌었어. 그런데 그 돈 대부분을 인형뽑기에 썼어. 최소 1천만원 이상은 썼을 거래. 왜 이렇게 정상진은 인형뽑기에 집착했을까? 전 인형뽑기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처한 상황이 굉장히 외롭고 사회적으로 박탈된 상황이었고, 상실감, 그리고 전혀 세상에서 아무런 가치도 없는 이런 사람으로 생각되고 있었을 때 인형뽑기에 집착을 한 것은 저는 탈출 수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상진은 딱 그거 하나가 유일하게 도파민(흥분감)을 상승시킬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목숨 걸고 어쨌든 인형뽑기를 한 거고… -임명호, 심리학과 교수 인형뽑기를 과하게 하는 게 뭐가 큰 문제냐고 할 수 있어. 그런데 정상진의 경우는 좀 달라. 인형뽑기에서 범행 도구들도 구했거든. 범행 당시 썼던 랜턴, 권총 모양 라이터 등을 모두 인형뽑기에서 뽑은 거야. 정상진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 억울한 죽음의 이유 이 세상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지막 행복한 순간을 위하여. 자극이 되어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이제야 저도 오랜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순간을 맞을 거 같습니다. 피로써 싸워. 내 마지막 순간을 위하여. 내 인생 마지막 하이라이트. 멋지게 끝내자 마지막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정상진 노트 中 뭔가 거창하게도 써놨지? 대량 살인을 계획한 범인들은, 허세 가득한 메시지를 종종 남긴대. 이 사건 1년 전에 있었던 미국 버지니아주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도 그랬어. 마치 자신이 대단한 것처럼, 자신의 행위가 엄청 정당한 것처럼. 하지만 우리는 알지. 그들은 그냥, 비겁하고 찌질한 범죄자에 불과하다는 걸. 정상진이 얼마나 한심한 인간인지 알아? 저 거창해 보이는 메모들, 언제 썼을 거 같아? 무려 사건 발생 4년 전에 쓴 거야. 4년 동안 잠잠하다가, 왜 하필 그날 범행을 저지른 걸까. 너무 어이없는 이유가 있어. 정상진은 예비군 훈련을 계속 불참했어. 그럼 벌금이 나와. 이 벌금이 쌓이고 쌓여서 150만원이었대. 그런데 정상진은 그해 봄부터 무직 상태였거든. 벌금은커녕, 고시원 월세도 못 내고 휴대폰까지 끊길 상황이야. 그때 강남경찰서에서 연락이 와. 벌금 미납으로 수배가 내려졌으니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그 출석 날짜가 바로, 사건 당일인 10월 20일 오전 10시였어. 출석일이 다가올수록 슬슬 걱정이 됐던 정상진. 그리고 그날은, 미납된 고시원비를 내겠다고 고시원 주인과 약속한 날이기도 했어. 하지만 돈은 없어. 그날 정상진은 새벽부터 일어났어. 검은색 건빵 바지에 검은색 상의를 입고, 칼을 챙겼어. 그리고 종이에 테이프를 감아서 나름 칼집도 만들었어. 허리엔 가스총을 차고, 권총 모형 라이터 2개는 어깨에 달았어. 검정 모자를 쓰고, 화재 속에서 시야 확보를 해줄 헤드랜턴을 장착했어. 마지막으로, 연기도 막고 얼굴도 가려줄 물안경과 마스크까지 착용했어.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를 마친 정상진은, 자기방 침대에 라이터 기름을 뿌려. 그리곤 인형뽑기 기계에서 뽑은 모형 라이터로 불을 질렀어. 그 다음은, 복도에 나가서 칼을 움켜지고 기다렸던 거야. 겁에 질려 뛰쳐나올 사람들을. 정상진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사건들의 경우, 정신질환이나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이 되는 경우가 많았어. 정상진도 조사 중에 누굴 찔렀는지 어떻게 찔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중학교 때 자살에 실패하고 나서 한달에 한 번 정도는 심각한 두통이 있었다 등의 말을 했대. 결국 정상진은 정신감정을 받게 돼. 그리고 전문가는 이렇게 진단했어. 정상진은 2년 이상 만성적인 우울증을 갖고 살아왔지만, 일종의 신경증일 뿐 현실감은 있는 상태이며 정신병질적 성격은 없어 보인다. 다행히 정신질환을 인정받지 못했어. 정상진은 범행 당시 자신의 행동에 대한 통제 능력도 있었을 거래. 그럼 재판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의 치밀한 계획에 의하여 이루어진 점, 그 범행 수단이 잔혹하고 무자비한 점,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진지한 참회를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크고,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극도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점,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을 사형에 처한다. -판결문 中 정상진은 항소하지 않았고 그대로 판결이 확정됐어. 유가족들은, 법정 최고형을 받게 돼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기뻐할 수도 없었대. 우리나라는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야. 정상진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있어. 미집행 사형수로 감옥에서. 사형이란 소리 들어도 저는 담담했어요. 죽이지도 않을 텐데요 뭐. 지금 우리나라에 사형수가 얼마나 많아요. 근데 한 명도 안 죽이잖아요. 왜 비싼 세금을 가지고 밥 먹이고 잠재우고 놀리고 그러냐고요. 미치지 미쳐. 왜 내 새끼는 죽고 없는데, 정상진은 저렇게 사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서병호, 피해자 유가족 제 동생이 교도관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에어컨 틀어주냐' 물어봤는데, 안 틀어준대요. 그나마 다행이다… 에어컨 안 틀어준다는 거에 제가 위안을 받아요. 그게 말이 돼요? 피해자들만 애가 타고, 속이 타고 미치고… -피해자 유가족 내 가족을 잔인하게 살인한 범인이, 내가 낸 세금으로 먹고 자고 안전하게 지내고 있어. 사형제도의 찬반을 논하자는 건 아니야. 유가족들의 입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자는 거야. ▲ 뒤늦게 드러난 문제들 무차별적으로 일어나는 범죄를 막긴 힘들어. 하지만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회는 항상 있어. 이 사건에서도 그랬어. 가해자 정상진한테 집중한 사이에, 우리는 중요한 걸 하나 놓칠 뻔 했어. 바로 이 공간, 고시원.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후,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고 망연자실한 유가족들에게,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얘기가 들렸어. 보니까 허가가 없어. 무허가예요. 그렇게 해서 고시원을 지어서 사람한테 돈을 받았으면 왜 책임이 없느냐는 얘기에요. 그러니까 억울하단 얘기예요. -서병호, 피해자 유가족 논현동 D고시원은 무허가로 운영되고 있었어. 그런데 사실, 오해의 여지가 있어. 허가를 안 받은 게 아니라, 받을 필요가 없었던 거야. 독서실과 같은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있어서, 신고만 하면 누구나 영업을 할 수 있었거든. 고시원의 용도는 고시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공간이야. 그런데 언젠가부터 서민들의 숙박시설로 이용되기 시작했어. 논현동 고시원 사건이 일어난 2008년, 전국에 고시원이 무려 5,500여개였대. 입주자만 20만 명에 달했어. 게다가 해마다 300개씩 새로 생겨. 그럼 정부나 국회에서,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고시원을 숙박업으로 규정하고, 관련 법안을 만들어 관리했어야지. 그런데 그냥 방치한 거야. 숙박시설이었다면 받았을 건축법이나 보건법이, 하나도 적용되지 않았어. 그러니 고시원 업주들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했겠지. 방 개수가 늘어나도록 통로는 더 좁게, 방은 더 다닥다닥 붙였어. 비상대피로는 만들 필요도 없어. 당연히 스프링클러도 없어. 그러니 창문으로 뛰어내리지. 법이 없으니까. '불법'이 아니라 '무법' 천지였던 거야. 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어. 논현동 고시원 사건이 일어나기 전 4년간, 고시원에서 화재, 방화로 숨진 사람만 60명이 넘어.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아예 없었던 건 아냐. 고시원 법에 대한 논의가 있긴 있었어. 하지만 매번 흐지부지된 거야. 그 사이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났고,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어. 만약 정상진이 13명의 사상자를 낸 그날 그 곳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었다면? 그리고 비상대피로가 따로 있었다면? 복도의 폭이 30cm만 더 넓었다면? 단 한 명이라도 덜 다치고, 덜 죽지 않았을까. 유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고시원 주인과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어. 소방법 및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고시원 주인은 대형 로펌 변호사 여섯 명을 대동하고 나타나. 이 사람, 동네에서 어마어마한 자산가라고 소문이 자자했거든. 소송 결과는, 고시원 주인, 서울시 모두 '혐의 없음'. 예측 불가능한 범죄와 그로 인한 피해는 고시원 주인이나 관할 당국의 잘못이 아니라는 거야. 관련법이 없었으니까, 법의 위반이 아니라는 거지. 근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이 사건 직후에 고시원 관련법이 제정돼. 피난유도선,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고, 통로 폭도 90cm에서 최소 120cm 이상으로 강화됐어. 그렇게 논현동 고시원 사건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끝나버렸어. 유가족들은, 견디기 힘들만큼 슬픈데,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어.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잖아. 한 사람 두 사람,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어. 하지만 딸을 잃은 병호 씨는 그럴 수가 없었어. 횟집을 운영하던 병호 씨는, 도저히 다시 칼을 잡을 수가 없었어. 일을 못 했어요. 칼을 쳐다도 못 봤어요. 보면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소름이 끼친다고 그러잖아요. 소름이 끼쳐요. 이 손이 떨려서 (칼을) 못 잡았어요. 그래서 오죽해서 아들이 '아빠 횟집 하지 마세요'. 4, 5년 그렇게 했었어요. 솔직한 얘기로 저녁에 자다가도 벌떡벌떡 해요 요즘도. 왜 자식 안 보고 싶겠어. 딸이 죽은 날 비가 왔어요. 그래서 비만 오면 못 견뎠어요 내가… 비만 오면 나가서 술 퍼 마시고. 혼자 울다가 비 오면 미쳐갖고 흙탕물 둘러쓰고 집에 들어오고 그랬어요. -서병호, 서진 아버지 일을 놓으니 생활은 어려워지는데, 딸 생각이 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어느 날은, 정말 그래선 안 되는데, 한강 물에 뛰어 들었다가 간신히 끌려나온 적도 있었대. 범죄 피해 유가족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아. ▲ 피해자의 권리 범죄 피해 유가족들 중엔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분들이 많아. 병호 씨는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너무나 이해가 됐대. 그런데, 그런 병호 씨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있어. 진이를 위해서라도 아버님이 힘을 내셔라 ,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제가 돕겠다 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병호 씨를 돕겠대. 바로 이 분이야. 이 분은 잔혹한 범죄가 일어나는 현장을 찾아다녀. 그리고 모두가 범죄자의 신상, 증언, 처벌에 집중할 때, 피해자와 가족들을 챙겨. 혹시 너 SBS 드라마 '모범택시' 본 적 있어? 김의성 배우가 맡은 장성철 역할이 있어. 범죄 피해자들을 돕는 파랑새 재단의 대표. 그 모티브가 바로 이 분이야. 이용우 회장님. 드라마에선 택시회사를 운영하지만, 실제로는 꽤 규모 있는 문구업체의 대표야. 급작스럽게 치러야 하는 장례부터, 피해자, 유가족들의 심리 치료까지. 그 잊기 힘든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아. 회장님이 그림자처럼 도와주신 분이죠. 자기 사비를 빌려주고 그랬어요. 벌어다가 갚고 또 벌어다가 갚고. 그래서 그 분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있는 거죠. -서병호, 피해자 유가족 (범죄 피해자) 유족분들은 삶이 굉장히 어렵죠. 특히 생활을 책임지고 있던 가장이 살해당했다든가 또 가족 중에, 자식이 살해당했다든가 그럴 경우에는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생긴 거잖아요. 삶이, 삶이 아니에요. 범죄자 잡아갈 때 '미란다 원칙' 하잖아요. 당신은 변호사 살 권리가 있다 얘기하지만 옆에 있는 피해자는 그냥 가버리는 거예요. 범죄자 인권만 있는 거예요. 피해자 인권은 없어요. 어디 가서 치료받아라 아니면 어디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 걸 안 했던 거죠. 그래서 아무도 지원해주지 않는 시기에 피해자들을 지원하겠다는 그런 취지로 해서 피해자 지원센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용우, 한국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장 원래는 이 분이 사비를 털어서 이 일을 했는데, 지금은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어. 무려 20년 넘게 활동해온 결과, 범죄 피해자에 대한 인식과 지원도 많이 달라졌어. 일례로, 피해 지원금도 논현동 고시원 사건 때보다 10배나 늘었대. 병호 씨는 이용우 회장님 덕분에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어. 10년이 조금 넘게 걸렸거든. 지금은 진도에서 횟집을 하고 있어. 병호 씨가 다시 횟집을 할 수 있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겠어. '묻지마 범죄'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생각해 보면, 범인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말 같아. 정남규, 유영철, 강호순 등 연쇄살인범들에 비해서 '묻지마' 살인범들은 잘 기억 못하잖아. 최근에도, 신림역, 서현역에서 비슷한 비극들이 계속 일어났지. 정말 묻지 말아야 할까? 아니지. 이런 사건일수록 그 실체를 똑바로 파악해야 해. 이런 일은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으니까. 우리나라는,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2차 피해가 심각해. 당신이 거기 있었으니까 당했다 , 목숨값 받으려고 쇼한다 는 악의적인 이야기도 들어. 그렇잖아도 무너진 가족들이 더 위축될 수 밖에 없어.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기피와 혐오 대신, 관심과 지원이 먼저래. '우리를 대신해서 당한 사람들' 이라고 여긴대. 이웃들은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국가가 100% 피해자 지원을 책임져.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이용우 회장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이 오면 좋겠어. 우리나라 문화가 바뀌어야 해요. 외국에서는 옆집이 살인사건이 났다고 하면, 다 가서 위로해주는 거예요. '춥지 않냐', '아픈 데는 없냐' 그러는데, 우리나라는 살인 사건이 나면, 그 집을 안 가는 거예요. 재수 없다고. 엄청난 문화 차이입니다. 어렵겠지만, 그 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용우, 한국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장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꼬꼬무 찐리뷰] 단 9분 만에 32명 사망 끔찍한 캠퍼스 총기 난사…조승희는 왜 괴물이 됐나 [꼬꼬무 찐리뷰]  단 9분 만에 32명 사망  끔찍한 캠퍼스 총기 난사…조승희</font>는 왜 괴물이 됐나 등록일2023.08.04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3일 방송된 '외톨이가 보낸 소포-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가수 딘딘, 배우 공승연, 송영규가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평화로운 대학교에서 일어난 살인 때는 2007년 4월, 대학교 캠퍼스야. 여기는 캠퍼스가 예쁘기로 유명한 학교야. 사진을 보여줄게. 이국적인 건물과 짙은 녹음, 여긴 한국이 아닌 미국에 있는 대학교야. 이날은 일요일인데, 캠퍼스가 축제로 북새통이야. 인터내셔널 스트리트 페어(International Street Fair)라고, 각 나라 학생들이 모국의 전통음식이나 문화, 놀이를 소개하는 행사야. 한국인 부스도 있어. 한국 유학생인 승우와 규민이도 손님맞이로 정신이 없어. 정말 (축제를) 1년 내내 준비해요. 각각의 부스를 설치해서 자기네 나라를 홍보해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 한복도 입고 와서 하고, 제기차기 놀이도 해보게 하고. 아침 일찍부터 가서 준비를 다 했죠. -이규민, 당시 유학생 같은 시각, 모두가 축제를 즐기고 있는데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생도 있어. 한국인 유학생 승희야. 영문과 4학년 남학생인데, 기숙사에서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어. 바로 시나리오야. 몇 달 동안 아주 열심히 썼어.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엄청난 스토리야. 승희가 쓴 그 시나리오는, 내일 공개될 거야. 기숙사 밖, 축제는 마무리 됐어. 행사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규민이는, 밀린 과제를 하느라 열람실에서 밤을 새웠어. 그리고 다음날인 2007년 4월 16일 월요일 아침, 규민이가 밤새워 준비한 과제를 제출하려 가려는데, 누군가가 열람실로 다급히 들어와. 누군가가 딱 들어오는데, '여기 누구 있어?' 하더라고요. '나 여기 있어, 무슨 일이야?'라고 했더니 '규민, 절대 나가지 마'라며, 지금 학교 안에서 문을 다 잠가버렸대요. 건물 안에서. 무섭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이규민, 당시 유학생 절대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며,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일단 건물 내에서 대기하라는 말 뿐이야. 같은 시각, 승우도 심상치 않은 상황을 목격해. 승우는 학교 근처에 차를 수리하려고 나왔던 상황이야. 저쪽 끝에서부터 '웨엥'거리며 경찰차가 달려오는 게, 제가 본 적 없는 속도였어요. 거의 F1급? 웽웽 소리가 계속 들려요. 사이렌 소리가 쉬지 않고. 경찰차가 오는 숫자를 보니, 뭔 일이 생기긴 했구나… -이승우, 당시 유학생 경찰차들이 지나가고, 하늘에는 헬기도 떴어. 경찰차와 헬기가 향하는 곳은 바로 이 대학교였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시간을 조금 앞으로 돌려 아침 7시. 기숙사 건물 4층에 사는 몰리는 알람 소리에 힘들게 눈을 떴어. 비몽사몽 침대 위에서 뒤척이는데, 갑자기 밖에서 날카로운 여자 비명 소리가 들려. 순식간에 온몸에 소름이 끼쳐. 불길한 마음으로 방에서 나왔는데, 피 묻은 발자국이 여기저기 찍혀 있어. 핏자국을 따라간 곳은 4040호. 친구 에밀리의 방이야. 숨을 꾹 참고 문고리를 돌리는데, 잘 안 열려. 꼭 뭔가에 막힌 듯 열리지 않아. 힘을 줘 문을 연 몰리는 아악! 깜짝 놀라. 문 바로 뒤로 사람이 쓰러져 있었거든. 그것도 두 사람이나. 쓰러진 두 사람은 방 주인 에밀리와 기숙사 사감이야. 둘 다 총에 맞은 상태야. 학생들이 대부분 자고 있을 이른 아침에, 기숙사 안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 거야. 기숙사 사감은 현장에서 즉사, 에밀리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어.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넌 이미 범인을 알고 있어. 아까 홀로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던 그 남학생. 범인은 당시 영문학과 4학년이던, 조승희야.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희대의 살인마이자, 아주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야. 이 기숙사 사건은, 프롤로그에 불과해. 지금부터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거야. ▲ 무자비한 총격의 시작 두 사람을 살해한 조승희는 기숙사 자기 방으로 돌아갔어. 그런 엄청난 일을 벌이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럼 방에선 뭘 했을까? 노래를 들었어. 신나게 가사까지 적으면서. 내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가르쳐줘(Teach me how to speak)/내가 어떻게 나눠야 할지 가르쳐줘(Teach me how to share)/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가르쳐줘(Teach me where to go) 이런 가사의 노래야. 조승희가 매일매일 들어온, 가장 좋아하는 노래였대. 이 노래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숙사에서 사람 둘이 죽었는데, 학교 분위기는 생각보다 평온해. 사건이 캠퍼스 외곽인 기숙사에서 발생한 데다, 범인을 외부인으로 생각해서 학교 전체에 소식을 알리지 않았거든.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은 평화롭게 등교 중이야. 이날 강의가 가장 많은 곳이 있어. '노리스 홀'이라는 3층짜리 건물이야. 수업하는 강의실은 2층에 총 7개가 있어. 많은 학생들이 노리스 홀로 등교 중이야. 그 사이에는 스무 살, 케빈 스턴도 있어. 콧노래를 부르며 잔디밭을 가로지른 케빈은 노리스 홀 207호에 도착해. 독일어 수업이 있는 곳이야. 그리고 크리스티나 앤더슨과 콜린 고다드도 노리스 홀로 가고 있어. 9시 수업인데, 시간이 좀 간당간당해. 수업에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오늘이 학기 마지막이니 수업에 가기로 결정했어. 그땐 몰랐어. 이 선택이 그렇게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줄은. 콜린과 크리스티나가 간 곳은 211호 프랑스어 수업이야. 그리고 또 한 사람, 커다란 검은 배낭을 멘 한 남학생이 노리스 홀을 향해 가고 있어. 조승희야. 느긋한 걸음으로 건물에 들어서는데, 걸을 때마다 배낭 안에서 쇳소리가 들려. 이 소리의 정체, 바로 쇠사슬이야. 건물에 들어선 조승희는 먼저 문을 닫고, 쇠사슬을 꺼내 문에 감더니 자물쇠를 채웠어. 복도를 따라 걸으면서, 반대쪽 문과 비상구까지 전부 봉쇄했어. 마지막으로 잠긴 문에 이런 쪽지를 붙여. Bomb will go off if you open door(문을 열면 폭탄이 터질 것이다) 노리스 홀 안의 사람들은 모두 안에 갇혔어. 이날 이 시간, 총 5개의 강의실에서 수업이 진행 중이었어. 케빈이 있는 207호 강의실에서 수업이 한창인 바로 그때, 강의실 문이 열리고 조승희가 들어와. 근데 조승희가 다시 나가. 학생들은 그가 강의실을 잘못 들어왔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 잠시 후, 또다시 문이 철컥 열려. 또 조승희야. 이번엔 강의실을 쓱 훑어봐. 그러더니 또 밖으로 나가. 독일어 수업 시간이었는데 그가 강의실을 두 번이나 기웃거렸어요. 작은 강의였고 평소에 지각하는 사람이 없는데 매우 이상했죠. -당시 207호 학생 그리고 밖에서 '쿵쿵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려. 수업이 힘들 정도의 큰 소리였는데, 30초쯤 지나니 금새 멈췄어. 다들 '건물 근처에서 공사를 하나보다' 하며 넘겼어. 근데 쿵쿵거리는 소리가 또다시 시작돼. 그리고 207호 강의실 문이 또다시 벌컥 열렸어. 이번에도 조승희야. 근데, 좀 전과는 표정이 완전히 달라. 눈에 초점이 없고 서늘해.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바로 그 순간, 눈앞이 번쩍 하더니, 교단에 서있던 교수님이 그대로 고꾸라져. 케빈은 혼비백산해서 책상 아래로 몸을 숨겼어. 탕탕탕! 학생들을 향해 무자비한 총격이 시작됐어. 총소리가 계속 이어졌고, 어느덧 케빈이 숨어있는 곳까지 왔어. 그대로 탕! 케빈은 다리뼈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갑자기 확 뜨거웠다가 시원했다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숨이 가빠와. 강의실은 연기로 차오르기 시작해. 화약 냄새, 비릿한 피냄새가 진동해. 그 사이에도 총성은 끊이지 않았고, 여기저기 학생들이 쓰러져. 한 20발 정도 총을 쐈을 거예요. 그 누구도 움직이거나 소리 지르지 못했어요. 교실 안은 그저 화약 냄새로 가득했고, 어둠이 깔린 듯했죠. -데렉 오델, 당시 207호 학생 그는 문을 열고 강의실로 들어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가 한 일은 계속해서 총을 쏘는 것뿐이었어요. 그는 걸어 다니면서 총을 난사했어요. 도중에 그는 총알이 다 떨어졌고, 새 탄창을 갈아 끼웠는데, 갈아 끼우는데 약 2초밖에 걸리지 않았고 곧바로 다시 쏘기 시작했어요. -생존 학생 조승희는 총을 쏘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 강의실에는 '딸깍' 재장전하는 소리와, 끔찍한 총소리만 울려 퍼졌어. 강의실에 있던 한 여학생은 눈을 질끈 감고, 쓰러진 한 학생을 들어 올렸어. 그리고 그 밑으로 얼굴을 파묻어. 살기 위해, 죽은 척하기로 한 거야.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어. '제발 제가 살아있다는 걸 모르게 해 주세요'라고 마음속으로 수 백번 되뇌며, 그 끔찍하고 잔인한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어. 찰나의 시간이 억겁의 시간처럼 흘러. 한바탕 총을 난사한 조승희는 드디어 강의실을 나갔어. 놀랍게도 207호에 머문 시간은, 채 1분도 안 돼. ▲ 쓰러져간 학생들 아까 밖에서 '쿵쿵쿵쿵' 거렸던 소리. 공사하는 소리인 줄 알았던 그 소리는 알고 보니 총소리였어. 207호가 조승희의 첫 번째 타깃이 아니었던 거야. 첫 번째 공격은, 맞은편 206호였어. 206호는 이미 초토화된 상태야. 서 있거나 앉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모두 쓰러진 상태야. 심지어 쓰러진 학생 위로, 또 다른 학생이 겹겹이 쌓여 있기까지 해. 206호엔 한국인 유학생도 한 명 있었어. 이곳에서 유일한 한국인 피해자야. 그 끔찍한 곳에서 생존한 그에게 그날의 기억을 물어봤어. 지금 돌이켜봐도 너무 힘든 끔찍한 시간이었대. 제일 먼저 제가 있던 강의실로 들어온 것 같습니다. 강의실 문을 열자마자 총격을 가했습니다. 처음에는 총격인지도 구분이 안 됐으며, 소리에 의해 압도됐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 강의실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총알이 오른쪽 옆구리 쪽을 스치면서 그때부터 큰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걸 감지하였고, 앞에 학생이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생존한 한국인 유학생 그럼 다른 강의실의 상황은 어땠을까? 205호 강의실은,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 들려서 조교가 확인해 보려 문을 살짝 열었다가 겁에 질려 문을 닫았어. 밖에 총을 든 남자를 발견했거든. 이 상황을 알리자, 맨 앞에 있던 한 학생이 빨리 입구부터 막아야 한다 고 말했어. 그리고는 책상을 들고 문으로 돌진했어. 다른 학생들도 캐비닛, 의자, 책상 닥치는 대로 끌고 와 문을 막았어. 그리고 그 위에 몸을 기대서 필사의 바리게이트를 완성했어. 다들 눈빛엔 긴장감이 가득해. 잠시 후, 덜컥거리며 거칠게 문을 여는 힘이 느껴져. 조승희야. 아주 살짝 문이 밀리는 듯싶더니 다시 닫혔어. 조승희는 문에다 총을 쏘기 시작했어. 문에 구멍이 뚫려. 놀란 학생들이 몸을 바짝 낮추자, 끼익 거리며 책상이 밀려. 다시 학생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젖 먹던 힘을 다해 문을 막았어. 그러자 범인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져. 힘을 모아 강의실을 지키는 데 성공한 거야. 그럼 이 끔찍한 악몽은 이제 끝난 걸까? 또다시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조승희가 다른 목표를 찾아간 거야. 바로, 211호. 아까 강의를 갈까 말까 고민했던, 콜린과 크리스티나가 있던 그 강의실이야. 당시 시각은 오전 9시 41분. 첫 총격이 시작된 지 불과 2분 정도 지났어. 저는 있어야 할 곳에 있었어요. 수업을 듣고 있었으니까요. 갑자기 강의실 밖에서 크게 쾅쾅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교수님이 복도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문을 열었는데, 열자마자 다시 닫아 버리시더니 '다들 책상 아래로 들어가고 911에 신고 좀 해'라고 하셨어요. 휴대전화를 꺼내 911에 전화해서 '노라스 홀인데 총격 사건이 일어난 거 같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 말을 하자마자 총탄이 문을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다들 바닥으로, 책상 밑으로 들어갔죠. -콜린 고다드, 당시 211호 학생 콜린은 곧장 휴대폰을 열고 911에 전화를 걸었어. 총격사건 이후 첫 신고였어. 잔뜩 웅크린 채로 911에 신고하고 있는데, 강의실 문이 천천히 열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는데, 방금 신고하라고 소리치던 교수님이 눈앞에서 쓰러져. 콜린은 총격에 놀라 휴대폰을 떨어뜨렸어. 곧장 책상 아래로 몸을 낮췄는데, 숨이 멎을 거 같아. 눈을 질끈 감고 누워있는데, 총소리가 강의실에 계속 울려 퍼져. 또다시 조승희의 총기 난사가 시작된 거야. 뚜벅뚜벅, 학생들의 신음소리 사이로 발자국 소리가 들려. '제발 나한테 오지 마라' 속으로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콜린은 엄청난 고통을 느꼈어. 다리 아래로 피 웅덩이가 고이기 시작해. 흐르는 피와 함께 정신이 혼미해져. 아직 제대로 신고를 못했는데, 떨어뜨린 휴대폰은 어디로 간지 모르겠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온몸이 점점 마비되는 거 같아. 크리스티나도 비극을 피하지 못했어. 총성이 들리자 비명과 소리를 질렀어요. 저는 몇 발의 총을 맞았고 첫 번째 총알을 맞은 뒤로는 (기억이) 희미해요. -크리스티나 앤더슨, 당시 211호 학생 범인은 뭘 요구하거나 소리치지도 않고, 침묵 속에서 학살이 계속 됐어. 근데, 이 고요한 강의실에, 적막을 깨는 아주 낮은 음성이 들려. 콜린의 휴대폰이 아직 꺼지지 않은 거야. 모든 상황이 911에 그대로 중계되고 있었어. 여기가 정확히 어디고 무슨 상황인지 911에 알려야 해. 그때 한 여학생이 나섰어. 죽은 척 누워있다가 필사적으로 휴대폰 쪽으로 기어가서 본인의 머리카락으로 휴대폰을 덮었어. 그리고 잠시 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총성이 드디어 멈췄어. 조승희가 강의실을 나간 거야. 여학생은 참았던 숨을 몰아 쉬면서, 신고를 이어갔어. 노리스 홀 2층 강의실에서 아시아계 남성이 총을 난사하고 있다고 전하자, 경찰은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지 물었어. 여학생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강의실을 훑어봤어. 강의실의 풍경은 끔찍해. 대부분 이미 사망했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야. 그중엔 이 학생도 있었어. 이름은 매튜 라 포트. ROTC 공군 생도야. 이미 사망한 상태였는데, 범인 쪽으로 한 손을 뻗은 상태였대. 총 든 범인을 제압하려고 다가갔는데, 확 덮치려는 순간 발각이 된 거야. 발각이 된 그 뒤, 매튜는 아주 근거리에서 총을 여러 발 맞고 사망했어. 매튜의 가족을, '꼬꼬무'가 만나봤어. (소식을 들었을 때) 갑자기 배에 볼링공이 떨어진 기분이더라고요. 토할 것 같았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생길 리가 없어', '그건 너무 말도 안 되잖아'라고 생각했어요. 오빠는 손을 앞으로 뻗은 채로 발견됐어요. 상대방을 쓰러뜨리려고 하는 자세로요. 다른 학생들은 교실 뒤에 모여서 발견된 경우가 많았어요. 사실 처음에는 오빠한테 화가 났어요. '자기부터 챙길 것이지!' 하고요. 하지만 교실에 있던 한 생존자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받았어요. 오빠가 딸의 생명을 구해줘서 정말 고맙다고요. 오빠가 나서줘서, 딸이 살 방법을 찾을 시간을 벌었다고 하더라고요. -프리실라 라 포트, 매튜 동생 매튜가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본인은 살 수 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더 큰 희생을 막겠다는 마음으로 주저 없이 나섰어. 그런 매튜 덕분이었을까, 아직 살아있는 학생들이 있었어. 크리스티나야. 크리스티나는 자기도 총에 맞았지만, 의식을 잃은 콜린을 계속 깨우고 있어. 이 순간 학생들이 제일 두려워한 건, 범인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것이야. 그럼 범인이 다시 올 걸 대비해 문부터 닫아야지. 케빈이 있던 207호 강의실부터 움직이기 시작했어. 부상이 심하지 않은 학생들이 움직이는데, 입구까지 가는 길이 너무 처참해. 사망한 학생들이 책상과 뒤엉켜 있고, 바닥은 피바다야. 그 시각, 조승희는 204호로 향했어. 204호에서 강의를 하고 있던 리비우 리브레스쿠 교수. 76세로, 루마니아 출신인데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분이야. 평생을 공학 연구에 매진해 온 존경받는 학자야. 교수님은 처음부터 밖에서 나는 총소리를 알아차렸고, 재빨리 달려가 창문을 깨뜨리기 시작했어. 몸으로 힘껏 창문을 밀치고, 창문을 의자에 집어던졌어. 그리고 학생들에게 빨리 밖으로 뛰어내려! 라고 소리쳤어. 그런데 학생들이 주저해. 바닥까지 6m를 뛰어내려야 하는 데다가, 바깥 상황을 정확히 모르니까, 우왕좌왕할 뿐이야. 바로 그때, 교수님은 강의실 입구 쪽으로 뛰었어. 학생들이 뛰어내릴 시간을 벌어주려고, 본인이 몸으로 문을 막은 거야. 마침내 한 학생이 창문을 뛰어넘어. 그 뒤로 줄줄이 학생들이 뛰어내려. 그리고 그때, 조승희도 문 앞에 도착해. 교수님과 조승희가 문 하나를 두고 대치한 상황. 문 너머에서 총알이 빗발쳐. 교수님은 온몸으로 문을 막았어. 창문 쪽을 봤는데, 아직도 뛰어내리지 못한 학생들이 있어. 교수님은 엄청난 고통을 참아내며, 그 문을 놓지 않았어. 하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했어. 강의실 문이 열리고, 범인이 들어와. 그리고 총을 난사해. 다섯 발의 총을 맞은 교수님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셨어. 그래도 교수님이 버텨낸 덕분에, 미처 뛰지 못한 한 학생을 빼고, 이곳에서 더 이상의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어. ▲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9분 그 사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노리스 홀을 에워쌌어. 학교 전체가 완전히 통제됐어. 당시 출동한 경찰들은 바로 건물에 들어가지 못했어. 범인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잖아. 급할수록 신중을 기해야 해. 콜린과 크리스티나가 있던 211호. 다행히 콜린은 간신히 의식을 되찾았어. 근데 저벅저벅 발소리가 또 들려. 조승희가 다시 강의실을 찾아온 거야. 학생들의 공포가 현실이 됐어.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조승희는 이미 쓰러진 사람들에게 총을 쏘고 또 쏴. 콜린은 눈을 질끈 감았어. '이제 다음 차례는 나구나' '제발 아프지 않게 죽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얼마 후 다시 눈을 떴을 때, 낯선 발 하나가 콜린의 눈앞에 멈춰 섰어. 그때 두 번째로 왼쪽 엉덩이에 총을 맞았어요. 그리고 오른쪽 어깨에 세 번째 총을 맞았고, 그다음에 제 몸을 뒤집더니 오른쪽 엉덩이를 한 번 더 쐈어요. 그 뒤로 총성이 몇 번 더 들리더니 모두 조용해졌어요. 시작될 때처럼 갑자기 다 조용해졌어요. -콜린 고다드, 당시 211호 학생 콜린은 무려 4발이나 맞고 정신을 잃었어. 그 시각, 마침내 무장한 경찰들이 노리스 홀에 진입해. 근데 조승희가 문을 쇠사슬로 봉쇄했잖아? 그래서 진입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어. 경찰이 재빨리 2층으로 올라갔지만, 현장은 너무 참혹해. 어떻게 그 정도 인원의 사람이 죽었는지. 사건의 규모와 성격만으로도 정말 충격이었죠. 2층으로 올라가니 시체 2구가 있었는데, 거기서 계단으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복도를 따라 내려오는데 바닥은 전부 피로 흥건했고, 그때 정말 숨이 턱 막혔어요. -매트 브로닉, 현장 출동 경찰관 전쟁터가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겠구나, 생각했대. 여기저기서 비명과 울음이 터져 나와. 빨리 범인부터 진압해야 해. 바로 그때 팔 하나가 올라와서, 저 사람이 범인이다 라고 가리켰어. 학생이 가리킨 곳으로 다가갔는데, 한 남자가 쓰러져 있어. 조끼를 입은 아시아계 남자인데, 주변엔 빈 탄창과 권총이 놓여있어. 조승희는 이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야. 범인은 죽었지만 사건은 끝난 게 아니야. 부상자 수습이 우선이야. 이 사진 속 주인공, 207호 케빈과, 211호 크리스티나야. 불과 30분 전만 해도 이렇게 강의실을 나가게 될지 전혀 몰랐어. 간신히 살아남은 학생들은, 현장을 '피날레가 없는 불꽃놀이가 계속되는 것 같았다',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다'라고 기억했어. 그렇게 긴 시간이었을까? 조승희가 범행을 저지른 시간은, 단 9분이었어. 그 9분 동안 조승희가 쏜 총탄은, 무려 174발. 3초에 한 발씩 쏜 거야. 이날 총 32명이 죽고, 29명이 다쳤어. 이렇게 집요하고 잔인한 살인마는 처음이었어. 이 사건은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이라 불려. 온 세계를 경악시킨 최악의 사건이야. 이 최악의 총기 난사범이 한국인 유학생으로 밝혀지면서 파장이 컸어. 노리스 홀 총격 사건의 범인은 조승희로 밝혀졌습니다. 나이는 23세이고, 한국 국적의 미 영주권자입니다. 전 세계의 관심은 범인 조승희에게 쏠렸어. 그는 누구이고,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 조승희는 왜 괴물이 되었나 경찰은 학교 친구들부터 조사했어. 근데 예상치 못한 답변이 쏟아져. (많은 학생이) 그의 사진을 봤는데, 그가 누군지 몰랐어요. 이름과 사진을 같이 놓고 봐도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조승희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버지니아 공대 학생들 3년이 넘는 학교 생활이었는데, 친한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어. 조승희는 '그림자', '외톨이', 그렇게 불렸대. 하도 주변이랑 안 어울리니까. '그냥 혼자 있고 싶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대. 조승희는 미국 영주권자였어. 국적은 한국이야. 혹시 이민자에 대한 차별이나 따돌림이 있었나 물으니, 주변에선 제가 여러 번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었어요 라고 대답했어. 오히려 소통을 거부한 건 조승희 쪽이었대. 심지어 방을 함께 쓴 룸메이트랑도 말을 안 하고 지냈다는 거야. 처음에 같이 어울리려고 친구들에게 소개했지만 전혀 마음을 열려고 하지 않았고… 학기 초에는 우리 모두 함께 모여서 저녁을 먹으러 가니까 조승희를 초대한 적이 있어요. 한두 번 오다가 다음에는 거절했어요. -기숙사 룸메이트들 조승희가 미국에 이민을 온 건 1992년, 조승희가 8살 때였어. 자식들을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려고 부모님이 큰 결심을 하신 거야. 근데 중학생이 되면서 문제가 좀 생겨. 부모님이 묻는 것에 조승희는 묵묵부답, 대답이 없어. 원래 내성적이긴 했는데, 언젠가부터 말을 아예 안 하기 시작했어. 걱정이 된 부모님은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 그리고 '선택적 함구증'(특정 상황에서 말하기를 거부하는 증상. 불안장애의 범주에 속하며 아동기에 주로 나타난다)이란 진단을 받아. 말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선택에 따라 특정 상황에서 말하기를 거부하는 병이야. 부모님은 승희의 치료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 중고등학교 내내 약물, 심리치료를 받으며 큰 문제없이 학교를 졸업했어. 성적도 꽤 좋았어. 그렇게 명문대인 버지니아 공대에 진학한 거야. 그렇다면, 뭐가 문제였을까? 그런데 사건 이틀 후, 아주 경악할 일이 벌어졌어. 미국의 한 방송국으로 우편물이 하나 도착했어. 조승희가 직접 보낸 것이었어. 이 우편물에는, 선언문과 조승희가 직접 찍은 자신의 사진들이 들어 있었어. 사진 속 조승희는 총, 망치 같은 무기를 들고 포즈를 취했어. 스스로가 테러범이라는 걸 증명하듯이. 그리고 DVD도 있었어. 이 DVD 안에는 여러 개의 영상이 담겨 있었는데, 조승희는 다양한 메시지를 남겼어. 시간이 됐을 때 나는 그걸 했고, 그래야만 했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어. 그냥 떠날 수도 있었고 도망칠 수도 있었어. 그러나 그러지 못했어. 내가 이걸 정말 원해서 했다고 생각하나? 난 진정 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 -영상 속 조승희의 이야기 中 이런 조승희의 이야기는 자신을 과시하는 것 같기도, 범행 이유를 알리는 것 같기도 해. 또 하나 충격적인 게 있어. 이 우편물, 언제 보낸 걸까? 범행 당일, 오전 9시 1분에 보냈어. 기숙사에서 두 명을 살해한 후, 노리스 홀로 가기 직전이야. 아주 계획적으로 움직인 거야. 조승희가 소지했던 권총 두 자루. 미국에선 범죄 이력이 없는 성인이면 누구나 총을 살 수 있어. 그런데 이 버지니아주에서는 총기를 한 달에 한 자루만 살 수 있어. 그 이야기는, 조승희가 최소 한 달 이상 범행을 준비했다는 거야. 행적을 따라갈수록, 모든 건 아주 치밀하게 계획된 걸 알 수 있어. 조승희의 동선을 정리해 보면, 총을 구입한 건 사건 두 달 전인 2월 2일이야. 권총을 구입한 후 조승희는 연습을 했어. 학교 근처 사격장에서 자주 목격이 됐대. 그리고 범행 직전 머리를 바짝 깎고, 범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샀어. 그리고 영상과 사진을 남겼어. 방송국에 보낸 사진과 영상을 잘 보면, 배경과 옷차림이 다 달라. 수일에 걸쳐서 촬영을 했다는 증거야. 마치 하나의 시나리오를 작성하듯, 이 범죄를 기획한 거야. 영상 속에는 또 다른 단서들이 있어. 누군가 너의 얼굴에 침을 뱉고, 쓰레기를 목구멍에 쑤셔 넣고, 너의 무덤을 파는 느낌이 어떤지 알아? 너희들은 오늘을 피할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피를 흘리게 했어. 너희는 나를 궁지로 몰았고 나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그 결정은 너희가 한 거고, 이제 너희 손엔 절대로 씻을 수 없는 피가 묻을 거야. -영상 속 조승희의 이야기 中 평소엔 말이 없었다고 했는데, 마치 분노에 찬 듯 쏟아내는 말들. 주변을 더 자세히 조사하다 보니까, 중고등학교 시절에 괴롭힘이 있긴 했대. 조승희의 발음이 좀 어눌하고 목소리도 이상하다면서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었다는 거야. 이런 경험 때문에 마음의 병을 얻게 된 걸까. 그렇다고 해도, 이게 이런 잔혹한 범죄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어. 영상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어. 금목걸이로는 부족했냐 이 속물들아. 신탁자금으로는 부족했냐. 보드카와 코냑으로는 부족했냐. 온갖 타락행위로는 부족했냐. 그런 것들로도 너희의 쾌락주의적 니즈를 채울 수 없었던 거냐. 너넨 모든 걸 갖고 있었잖아. -영상 속 조승희의 이야기 中 영상에서 보이는, 가진 자에 대한 분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조승희의 내면에는 큰 좌절과 분노가 차있었어. 이런 조승희의 심리를 알아챈 사람도 있었어. 조승희와 함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동양인이 범인이라고 했을 때, 그 학생일 거라 생각했다 , 언젠가 무슨 일을 저지를 거 같았다 고 말했어. 조승희에겐 남다른 모습이 있었대. 항상 깊게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낀 채 수업에 들어왔어. 수업시간엔 선글라스를 벗으라는 교수님의 말에도 대꾸가 없어. 수업에 관계된 걸 물어도 마찬가지야. 어떤 날에는 수업 중에 갑자기 밖으로 나가버리기도 했대. 그래도 수업엔 꼬박꼬박 들어왔어. 글 쓰는데 관심이 아주 많았거든. 조승희는 소설을 출간하고 싶어 했어. 실제로 출판사에 글을 몇 번 보내기도 했는데, 번번이 퇴짜를 맞았어. 글 내용이 조금 문제가 있었거든. 인류의 망신인 비열한 인간들. 너희들은 다 역겨워. 대량 학살과 어린 동물들을 먹은 죄로 너희들 모두 지옥에서 불타길 바라 -조승희가 쓴 '동물 학살 정육점' 中 검은색 조끼와 짙은 선글라스를 쓴 버드는 내 삶이 혐오스러워 이제 됐어 지금이 너희와 나와 함께 죽어야 할 때야 나는 구제 불능이야. 이 빌어먹을 학교에 있는 빌어먹을 사람들을 다 죽일 생각이었어. 근데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어. 버드와 고스족 소녀는 훔친 차에 권총을 싣고 달린다. - 조승희가 쓴 '버드' 中 조승희가 쓴 글인데, 마치 자기 이야기를 써 놓은 느낌이지? 인간 혐오가 느껴지는 내용. 이걸 작문 수업에 써서 서로의 글을 돌려보는 일이 많았는데, 학생들은 조승희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 힘들었대. 대부분 사람을 괴롭히고 죽이는 내용이었거든. 조승희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습니다. 단지 제가 원하는 것은 그가 제 수업에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으니까요. -니키 지오바니, 영문학과 교수 반면에 조승희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던 사람도 있었어. 학과장 루신다 로이 교수야. 그가 매우 외로워 보여서 친구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외로워요. 친구가 전혀 없어요'라고 했어요. '네가 정말 슬플 때 아무도 옆에 없으면 얼마나 힘드니'라고 물었어요. 그가 달라지기를 바랐고 가족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었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는 말하기를 꺼려했어요. -루신다 로이, 버지니아 공대 전 영문학과 학과장 조승희는 로이 교수에게는 마음을 좀 열었어. 교수님이 책을 여러 권 출간한 작가이기도 했거든. 로이 교수는 개인 교습까지 해주며 면담을 이어갔어. 다양한 주제로 글쓰기를 하면서, 조승희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바꾸려 노력해 본 거야. 그런데 언제부턴가 조승희는 면담에 나오지 않았고, 다시 혼자만의 어둠 속으로 들어갔어. 조승희가 쓴 마지막 글은 이거야. 축하한다. 너는 내 삶을 소멸시키는 데 성공했어. 너 때문에 나는 예수 그리스도처럼 약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사람들, 내 형제자매 자식들 같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죽을 거야. 너희는 결코 우리가 어디서 공격할지 너희를 어떻게 죽일지도 모를 거야. 너희는 항상 두려움 속에서 살아갈 거야. 내 인생을 파괴해 버리고 나니 행복해? 이제 행복해? 원망과 분노로 가득 찬 글의 내용. 이것만 봐도 완전히 망상에 빠져있어. 전문가는 당시 조승희의 상태를 이렇게 진단해. 결정적인 트리거는 주위로부터의 거부라고 봅니다. 조승희는 그 책임을 외부로 돌렸다는 거죠. 이거는 '나의 잘못이 아니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그것이 자꾸 쌓이게 되면 (분노의) 게이지가 점차 올라가게 되고, 세상을 향한 증오, 분노, 공격성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는 거죠. -오윤성 교수,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 또 다른 비극을 막으려면 조승희의 이런 모습에 가장 충격받은 사람들은 누굴까. 가족들이겠지. 부모님께서는 그제야 아들의 학교 생활에 대해 알게 됐어. 사건 전날인 일요일에도 어머니는 아들과 통화했대. 마지막 대화는, 승희야, 사랑해 였어. 엄마는 눈물을 펑펑 쏟았어. 하지만 이미 늦었지. 조승희 누나는 가족을 대신해 사죄의 성명서를 냈어. 저희 가족은 희망도 없고, 도움을 청할 수도 없고, 방향을 잃었습니다. 승희는 제가 함께 자라고 사랑했던 사람이지만, 저는 승희를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 동생의 말할 수 없는 행동에 저희 가족은 큰 유감을 느낍니다. -조승희 누나의 성명서 中 가족들도 몰랐던 낯선 모습. 끔찍한 사건의 범인이 아들이고, 동생이야. 그 사건 이후, 가족들도 편안하게 살지 못할 테지. 그런데 희생자 가족인 매튜의 동생은, 조승희의 가족이 그렇게 고통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어. (조승희를) 미워하지 않아요. 용서했어요. 그때 일어난 일들이 싫을 뿐이에요. (가족이) 지금까지 얼마나 큰 아픔을 겪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가족들이 그 용서를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요. 앞으로 계속 그렇게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프리실라 라 포트, 희생자 가족 스물셋 조승희는 꿈 많던 서른두 명의 무고한 생명을 빼앗고, 생존자들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끔찍한 기억을 안겼어. 총을 네 발이나 맞고 생존한 콜린은, 총기규제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어. 지금도 잊을 만하면 미국에서 한 번씩 총기사고가 일어나잖아? 결국 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문제라는 거야. 크리스티나도 폭력 예방 재단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고 있어. 안타깝게 사망한 매튜의 유가족도, 총기사고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 큰 일을 겪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또 어떻게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 늘 생각하며 살고 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진심을 말하고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해요. 우리는 누구나 감정이 있고 어떤 이유로든 괴롭게 되니까요. 괴롭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까 마음을 열기만 한다면, 앞으로 생길 비극과 고통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고요. -프리실라 라 포트, 희생자 가족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지만, 막을 수 없었던 참극.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이 있어. 1999년 미국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가해자의 어머니가 쓴 책이야. 이 사건의 범인은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겪고 있었대. 그런데 아동심리를 전공한 어머니조차, 아들의 문제를 전혀 몰랐다는 거야. 책의 한 구절이야. 아들은 햇살이라고 불릴 만큼 밝고 애정 넘치는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햇살처럼 빛나던 아들이 모르는 사이 마음속에서 괴물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게 정상적으로 보일 때도 뭔가 심각하게, 심각하게 잘못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악은 왜 자라고, 그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참 어려운 질문이야. 무엇이 조승희를 그렇게까지 분노하게 했고, 왜 다른 곳에서 당한 아픔을 죄 없는 사람들한테 풀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어. 다만, 어떤 이유로 범죄를 저질렀는지 이유를 찾는다 해도, 이런 끔찍한 범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어. 결코 용서받지 못할 범죄인 건 분명해. 하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생각해 봐야 해. 그래야 같은 비극이 일어나는 걸 막을 수 있으니까.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꼬꼬무 찐리뷰] 단 9분 만에 32명 사망 끔찍한 캠퍼스 총기 난사…조승희는 왜 괴물이 됐나 [꼬꼬무 찐리뷰]  단 9분 만에 32명 사망  끔찍한 캠퍼스 총기 난사…조승희</font>는 왜 괴물이 됐나 등록일2023.08.04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3일 방송된 '외톨이가 보낸 소포-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가수 딘딘, 배우 공승연, 송영규가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평화로운 대학교에서 일어난 살인 때는 2007년 4월, 대학교 캠퍼스야. 여기는 캠퍼스가 예쁘기로 유명한 학교야. 사진을 보여줄게. 이국적인 건물과 짙은 녹음, 여긴 한국이 아닌 미국에 있는 대학교야. 이날은 일요일인데, 캠퍼스가 축제로 북새통이야. 인터네셔널 스트리트 페어(International Street Fair)라고, 각 나라 학생들이 모국의 전통음식이나 문화, 놀이를 소개하는 행사야. 한국인 부스도 있어. 한국 유학생인 승우와 규민이도 손님맞이로 정신이 없어. 정말 (축제를) 1년 내내 준비해요. 각각의 부스를 설치해서 자기네 나라를 홍보해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 한복도 입고 와서 하고, 제기차기 놀이도 해보게 하고. 아침 일찍부터 가서 준비를 다 했죠. -이규민, 당시 유학생 같은 시각, 모두가 축제를 즐기고 있는데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생도 있어. 한국인 유학생 승희야. 영문과 4학년 남학생인데, 기숙사에서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어. 바로 시나리오야. 몇 달 동안 아주 열심히 썼어.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엄청난 스토리야. 승희가 쓴 그 시나리오는, 내일 공개될 거야. 기숙사 밖, 축제는 마무리 됐어. 행사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규민이는, 밀린 과제를 하느라 열람실에서 밤을 새웠어. 그리고 다음날인 2007년 4월 16일 월요일 아침, 규민이가 밤새워 준비한 과제를 제출하려 가려는데, 누군가가 열람실로 다급히 들어와. 누군가가 딱 들어오는데, '여기 누구 있어?' 하더라고요. '나 여기 있어, 무슨 일이야?'라고 했더니 '규민, 절대 나가지마'라며, 지금 학교 안에서 문을 다 잠가버렸대요. 건물 안에서. 무섭더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이규민, 당시 유학생 절대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며,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일단 건물 내에서 대기하라는 말 뿐이야. 같은 시각, 승우도 심상치 않은 상황을 목격해. 승우는 학교 근처에 차를 수리하려고 나왔던 상황이야. 저쪽 끝에서부터 '웨엥'거리며 경찰차가 달려오는게, 제가 본 적 없는 속도였어요. 거의 F1급? 웽웽 소리가 계속 들려요. 사이렌 소리가 쉬지 않고. 경찰차가 오는 숫자를 보니, 뭔 일이 생기긴 했구나… -이승우, 당시 유학생 경찰차들이 지나가고, 하늘에는 헬기도 떴어. 경찰차와 헬기가 향하는 곳은 바로 이 대학교였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시간을 조금 앞으로 돌려 아침 7시. 기숙사 건물 4층에 사는 몰리는 알람 소리에 힘들게 눈을 떴어. 비몽사몽 침대 위에서 뒤척이는데, 갑자기 밖에서 날카로운 여자 비명 소리가 들려. 순식간에 온몸에 소름이 끼쳐. 불길한 마음으로 방에서 나왔는데, 피 묻은 발자국이 여기저기 찍혀 있어. 핏자국을 따라간 곳은 4040호. 친구 에밀리의 방이야. 숨을 꾹 참고 문고리를 돌리는데, 잘 안 열려. 꼭 뭔가에 막힌 듯 열리지 않아. 힘을 줘 문을 연 몰리는 아악! 깜짝 놀라. 문 바로 뒤로 사람이 쓰러져 있었거든. 그것도 두 사람이나. 쓰러진 두 사람은 방 주인 에밀리와 기숙사 사감이야. 둘 다 총에 맞은 상태야. 학생들이 대부분 자고 있을 이른 아침에, 기숙사 안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 거야. 기숙사 사감은 현장에서 즉사, 에밀리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어.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넌 이미 범인을 알고 있어. 아까 홀로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던 그 남학생. 범인은 당시 영문학과 4학년이던, 조승희야.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희대의 살인마이자, 아주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야. 이 기숙사 사건은, 프롤로그에 불과해. 지금부터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거야. ▲ 무자비한 총격의 시작 두 사람을 살해한 조승희는 기숙사 자기방으로 돌아갔어. 그런 엄청난 일을 벌이고도 아무일 없다는 듯이. 그럼 방에선 뭘 했을까? 노래를 들었어. 신나게 가사까지 적으면서. 내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가르쳐줘(Teach me how to speak)/내가 어떻게 나눠야 할지 가르쳐줘(Teach me how to share)/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가르쳐줘(Teach me where to go) 이런 가사의 노래야. 조승희가 매일매일 들어온, 가장 좋아하는 노래였대. 이 노래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숙사에서 사람 둘이 죽었는데, 학교 분위기는 생각보다 평온해. 사건이 캠퍼스 외곽인 기숙사에서 발생한데다, 범인을 외부인으로 생각해서 학교 전체에 소식을 알리지 않았거든.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은 평화롭게 등교 중이야. 이날 강의가 가장 많은 곳이 있어. '노리스 홀'이라는 3층짜리 건물이야. 수업하는 강의실은 2층에 총 7개가 있어. 많은 학생들이 노리스 홀로 등교 중이야. 그 사이에는 스무살, 케빈 스턴도 있어. 콧노래를 부르며 잔디밭을 가로지른 케빈은 노리스 홀 207호에 도착해. 독일어 수업이 있는 곳이야. 그리고 크리스티나 앤더스과 콜린 고다드도 노리스 홀로 가고 있어. 9시 수업인데, 시간이 좀 간당간당해. 수업에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오늘이 학기 마지막이니 수업에 가기로 결정했어. 그땐 몰랐어. 이 선택이 그렇게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줄은. 콜린과 크리스티나가 간 곳은 211호 프랑스어 수업이야. 그리고 또 한 사람, 커다란 검은 배낭을 멘 한 남학생이 노리스 홀을 향해 가고 있어. 조승희야. 느긋한 걸음으로 건물에 들어서는데, 걸을 때마다 배낭 안에서 쇳소리가 들려. 이 소리의 정체, 바로 쇠사슬이야. 건물에 들어선 조승희는 먼저 문을 닫고, 쇠사슬을 꺼내 문에 감더니 자물쇠를 채웠어. 복도를 따라 걸으면서, 반대쪽 문과 비상구까지 전부 봉쇄했어. 마지막으로 잠긴 문에 이런 쪽지를 붙여. Bomb will go off if you open door(문을 열면 폭탄이 터질 것이다) 노리스 홀 안의 사람들은 모두 안에 갇혔어. 이날 이 시간, 총 5개의 강의실에서 수업이 진행 중이었어. 케빈이 있는 207호 강의실에서 수업이 한창인 바로 그때, 강의실 문이 열리고 조승희가 들어와. 근데 조승희가 다시 나가. 학생들은 그가 강의실을 잘못 들어왔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 잠시 후, 또 다시 문이 철컥 열려. 또 조승희야. 이번엔 강의실을 쓱 훑어봐. 그러더니 또 밖으로 나가. 독일어 수업 시간이었는데 그가 강의실을 두 번이나 기웃거렸어요. 작은 강의였고 평소에 지각하는 사람이 없는데 매우 이상했죠. -당시 207호 학생 그리고 밖에서 '쿵쿵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려. 수업이 힘들 정도의 큰 소리였는데, 30초쯤 지나니 금새 멈췄어. 다들 '건물 근처에서 공사를 하나보다' 하며 넘겼어. 근데 쿵쿵거리는 소리가 또 다시 시작돼. 그리고 207호 강의실 문이 또 다시 벌컥 열렸어. 이번에도 조승희야. 근데, 좀 전과는 표정이 완전히 달라. 눈에 초점이 없고 서늘해.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바로 그 순간, 눈앞이 번쩍 하더니, 교단에 서있던 교수님이 그대로 고꾸라져. 케빈은 혼비백산해서 책상 아래로 몸을 숨겼어. 탕탕탕! 학생들을 향해 무자비한 총격이 시작됐어. 총소리가 계속 이어졌고, 어느덧 케빈이 숨어있는 곳까지 왔어. 그대로 탕! 케빈은 다리뼈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갑자기 확 뜨거웠다가 시원했다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숨이 가빠와. 강의실은 연기로 차오르기 시작해. 화약 냄새, 비릿한 피냄새가 진동해. 그 사이에도 총성은 끊이지 않았고, 여기저기 학생들이 쓰러져. 한 20발 정도 총을 쐈을 거예요. 그 누구도 움직이거나 소리 지르지 못했어요. 교실 안은 그저 화약 냄새로 가득했고, 어둠이 깔린 듯했죠. -데렉 오델, 당시 207호 학생 그는 문을 열고 강의실로 들어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가 한 일은 계속해서 총을 쏘는 것뿐이었어요. 그는 걸어 다니면서 총을 난사했어요. 도중에 그는 총알이 다 떨어졌고, 새 탄창을 갈아 끼웠는데, 갈아 끼우는데 약 2초 밖에 걸리지 않았고 곧바로 다시 쏘기 시작했어요. -생존 학생 조승희는 총을 쏘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 강의실에는 '딸깍' 재장전하는 소리와, 끔찍한 총소리만 울려 퍼졌어. 강의실에 있던 한 여학생은 눈을 질끈 감고, 쓰러진 한 학생을 들어 올렸어. 그리고 그 밑으로 얼굴을 파묻어. 살기 위해, 죽은 척 하기로 한 거야.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어. '제발 제가 살아있다는 걸 모르게 해주세요'라고 마음 속으로 수 백번 되뇌며, 그 끔찍하고 잔인한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어. 찰나의 시간이 억겁의 시간처럼 흘러. 한바탕 총을 난사한 조승희는 드디어 강의실을 나갔어. 놀랍게도 207호에 머문 시간은, 채 1분도 안 돼. ▲ 쓰러져간 학생들 아까 밖에서 '쿵쿵쿵쿵' 거렸던 소리. 공사하는 소리인 줄 알았던 그 소리는 알고보니 총소리였어. 207호가 조승희의 첫번째 타깃이 아니었던 거야. 첫번째 공격은, 맞은편 206호였어. 206호는 이미 초토화된 상태야. 서 있거나 앉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모두 쓰러진 상태야. 심지어 쓰러진 학생 위로, 또 다른 학생이 겹겹이 쌓여 있기까지 해. 206호엔 한국인 유학생도 한 명 있었어. 이 곳에서 유일한 한국인 피해자야. 그 끔찍한 곳에서 생존한 그에게 그날의 기억을 물어봤어. 지금 돌이켜봐도 너무 힘든 끔찍한 시간이었대. 제일 먼저 제가 있던 강의실로 들어온 것 같습니다. 강의실 문을 열자마자 총격을 가했습니다. 처음에는 총격인지도 구분이 안 됐으며, 소리에 의해 압도됐던 것 같습니다. 첫번째 강의실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총알이 오른쪽 옆구리 쪽을 스치면서 그때부터 큰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걸 감지하였고, 앞에 학생이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생존한 한국인 유학생 그럼 다른 강의실의 상황은 어땠을까? 205호 강의실은,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 들려서 조교가 확인해보려 문을 살짝 열었다가 겁에 질려 문을 닫았어. 밖에 총을 든 남자를 발견했거든. 이 상황을 알리자, 맨 앞에 있던 한 학생이 빨리 입구부터 막아야 한다 고 말했어. 그리고는 책상을 들고 문으로 돌진했어. 다른 학생들도 캐비닛, 의자, 책상 닥치는 대로 끌고 와 문을 막았어. 그리고 그 위에 몸을 기대서 필사의 바리게이트를 완성했어. 다들 눈빛엔 긴장감이 가득해. 잠시 후, 덜컥거리며 거칠게 문을 여는 힘이 느껴져. 조승희야. 아주 살짝 문이 밀리는 듯 싶더니 다시 닫혔어. 조승희는 문에다 총을 쏘기 시작했어. 문에 구멍이 뚫려. 놀란 학생들이 몸을 바짝 낮추자, 끼익거리며 책상이 밀려. 다시 학생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젖 먹던 힘을 다해 문을 막았어. 그러자 범인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져. 힘을 모아 강의실을 지키는데 성공한 거야. 그럼 이 끔찍한 악몽은 이제 끝난 걸까? 또 다시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조승희가 다른 목표를 찾아간 거야. 바로, 211호. 아까 강의를 갈까말까 고민했던, 콜린과 크리스티나가 있던 그 강의실이야. 당시 시각은 오전 9시 41분. 첫 총격이 시작된 지 불과 2분 정도 지났어. 저는 있어야 할 곳에 있었어요. 수업을 듣고 있었으니까요. 갑자기 강의실 밖에서 크게 쾅쾅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교수님이 복도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문을 열었는데, 열자마자 다시 닫아 버리시더니 '다들 책상 아래로 들어가고 911에 신고 좀 해'라고 하셨어요. 휴대전화를 꺼내 911에 전화해서 '노라스 홀인데 총격 사건이 일어난 거 같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 말을 하자마자 총탄이 문을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다들 바닥으로, 책상 밑으로 들어갔죠. -콜린 고다드, 당시 211호 학생 콜린은 곧장 휴대폰을 열고 911에 전화를 걸었어. 총격사건 이후 첫 신고였어. 잔뜩 웅크린 채로 911에 신고하고 있는데, 강의실 문이 천천히 열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는데, 방금 신고하라고 소리치던 교수님이 눈 앞에서 쓰러져. 콜린은 총격에 놀라 휴대폰을 떨어뜨렸어. 곧장 책상 아래로 몸을 낮췄는데, 숨이 멎을 거 같아. 눈을 질끈 감고 누워있는데, 총소리가 강의실에 계속 울려 퍼져. 또 다시 조승희의 총기 난사가 시작된 거야. 뚜벅뚜벅, 학생들의 신음소리 사이로 발자국 소리가 들려. '제발 나한테 오지 마라' 속으로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콜린은 엄청난 고통을 느꼈어. 다리 아래로 피 웅덩이가 고이기 시작해. 흐르는 피와 함께 정신이 혼미해져. 아직 제대로 신고를 못했는데, 떨어뜨린 휴대폰은 어디로 간지 모르겠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온몸이 점점 마비되는 거 같아. 크리스티나도 비극을 피하지 못했어. 총성이 들리자 비명과 소리를 질렀어요. 저는 몇 발의 총을 맞았고 첫번째 총알을 맞은 뒤로는 (기억이) 희미해요. -크리스티나 앤더슨, 당시 211호 학생 범인은 뭘 요구하거나 소리 치지도 않고, 침묵 속에서 학살이 계속 됐어. 근데, 이 고요한 강의실에, 적막을 깨는 아주 낮은 음성이 들려. 콜린의 휴대폰이 아직 꺼지지 않은 거야. 모든 상황이 911에 그대로 중계되고 있었어. 여기가 정확히 어디고 무슨 상황인지 911에 알려야 해. 그때 한 여학생이 나섰어. 죽은 척 누워있다가 필사적으로 휴대폰 쪽으로 기어가서 본인의 머리카락으로 휴대폰을 덮었어. 그리고 잠시 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총성이 드디어 멈췄어. 조승희가 강의실을 나간 거야. 여학생은 참았던 숨을 몰아 쉬면서, 신고를 이어갔어. 노리스 홀 2층 강의실에서 아시아계 남성이 총을 난사하고 있다고 전하자, 경찰은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지 물었어. 여학생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강의실을 훑어봤어. 강의실의 풍경은 끔찍해. 대부분 이미 사망했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야. 그 중엔 이 학생도 있었어. 이름은 매튜 라 포트. ROTC 공군 생도야. 이미 사망한 상태였는데, 범인 쪽으로 한 손을 뻗은 상태였대. 총 든 범인을 제압하려고 다가갔는데, 확 덮치려는 순간 발각이 된 거야. 발각이 된 그 뒤, 매튜는 아주 근거리에서 총을 여러 발 맞고 사망했어. 매튜의 가족을, '꼬꼬무'가 만나봤어. (소식을 들었을 때) 갑자기 배에 볼링공이 떨어진 기분이더라고요. 토할 것 같았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생길 리가 없어', '그건 너무 말도 안 되잖아'라고 생각했어요. 오빠는 손을 앞으로 뻗은 채로 발견됐어요. 상대방을 쓰러뜨리려고 하는 자세로요. 다른 학생들은 교실 뒤에 모여서 발견된 경우가 많았어요. 사실 처음에는 오빠한테 화가 났어요. '자기부터 챙길 것이지!' 하고요. 하지만 교실에 있던 한 생존자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받았어요. 오빠가 딸의 생명을 구해줘서 정말 고맙다고요. 오빠가 나서줘서, 딸이 살 방법을 찾을 시간을 벌었다고 하더라고요. -프리실라 라 포트, 매튜 동생 매튜가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본인은 살 수 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더 큰 희생을 막겠다는 마음으로 주저없이 나섰어. 그런 매튜 덕분이었을까, 아직 살아있는 학생들이 있었어. 크리스티나야. 크리스티나는 자기도 총에 맞았지만, 의식을 잃은 콜린을 계속 깨우고 있어. 이 순간 학생들이 제일 두려워한 건, 범인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것이야. 그럼 범인이 다시 올 걸 대비해 문부터 닫아야지. 케빈이 있던 207호 강의실부터 움직이기 시작했어. 부상이 심하지 않은 학생들이 움직이는데, 입구까지 가는 길이 너무 처참해. 사망한 학생들이 책상과 뒤엉켜 있고, 바닥은 피바다야. 그 시각, 조승희는 204호로 향했어. 204호에서 강의를 하고 있던 리비우 리브레스쿠 교수. 76세로, 루마니아 출신인데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분이야. 평생을 공학 연구에 매진해 온 존경받는 학자야. 교수님은 처음부터 밖에서 나는 총소리를 알아차렸고, 재빨리 달려가 창문을 깨뜨리기 시작했어. 몸으로 힘껏 창문을 밀치고, 창문을 의자에 집어 던졌어. 그리고 학생들에게 빨리 밖으로 뛰어내려! 라고 소리쳤어. 그런데 학생들이 주저해. 바닥까지 6m를 뛰어 내려야 하는데다가, 바깥 상황을 정확히 모르니까, 우왕좌왕 할 뿐이야. 바로 그때, 교수님은 강의실 입구 쪽으로 뛰었어. 학생들이 뛰어내릴 시간을 벌어주려고, 본인이 몸으로 문을 막은 거야. 마침내 한 학생이 창문을 뛰어넘어. 그 뒤로 줄줄이 학생들이 뛰어내려. 그리고 그때, 조승희도 문 앞에 도착해. 교수님과 조승희가 문 하나를 두고 대치한 상황. 문 너머에서 총알이 빗발쳐. 교수님은 온 몸으로 문을 막았어. 창문 쪽을 봤는데, 아직도 뛰어내리지 못한 학생들이 있어. 교수님은 엄청난 고통을 참아내며, 그 문을 놓지 않았어. 하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했어. 강의실 문이 열리고, 범인이 들어와. 그리고 총을 난사해. 다섯발의 총을 맞은 교수님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셨어. 그래도 교수님이 버텨낸 덕분에, 미쳐 뛰지 못한 한 학생을 빼고, 이 곳에서 더 이상의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어. ▲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9분 그 사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노리스 홀을 에워쌌어. 학교 전체가 완전히 통제됐어. 당시 출동한 경찰들은 바로 건물에 들어가지 못했어. 범인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잖아. 급할수록 신중을 기해야해. 콜린과 크리스티나가 있던 211호. 다행히 콜린은 간신히 의식을 되찾았어. 근데 저벅저벅 발소리가 또 들려. 조승희가 다시 강의실을 찾아온 거야. 학생들의 공포가 현실이 됐어.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조승희는 이미 쓰러진 사람들에게 총을 쏘고 또 쏴. 콜린은 눈을 질끈 감았어. '이제 다음 차례는 나구나' '제발 아프지 않게 죽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얼마 후 다시 눈을 떴을 때, 낯선 발 하나가 콜린의 눈 앞에 멈춰 섰어. 그때 두번째로 왼쪽 엉덩이에 총을 맞았어요. 그리고 오른쪽 어깨에 세번째 총을 맞았고, 그 다음에 제 몸을 뒤집더니 오른쪽 엉덩이를 한 번 더 쐈어요. 그 뒤로 총성이 몇 번 더 들리더니 모두 조용해졌어요. 시작될 때처럼 갑자기 다 조용해졌어요. -콜린 고다드, 당시 211호 학생 콜린은 무려 4발이나 맞고 정신을 잃었어. 그 시각, 마침내 무장한 경찰들이 노리스 홀에 진입해. 근데 조승희가 문을 쇠사슬로 봉쇄했잖아? 그래서 진입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어. 경찰이 재빨리 2층으로 올라갔지만, 현장은 너무 참혹해. 어떻게 그 정도 인원의 사람이 죽었는지. 사건의 규모와 성격만으로도 정말 충격이었죠. 2층으로 올라가니 시체 2구가 있었는데, 거기서 계단으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복도를 따라 내려오는데 바닥은 전부 피로 흥건했고, 그때 정말 숨이 턱 막혔어요. -매트 브로닉, 현장 출동 경찰관 전쟁터가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겠구나, 생각했대. 여기저기서 비명과 울음이 터져나와. 빨리 범인부터 진압해야 해. 바로 그 때 팔 하나가 올라와서, 저 사람이 범인이다 라고 가리켰어. 학생이 가리킨 곳으로 다가갔는데, 한 남자가 쓰러져 있어. 조끼를 입은 아시아계 남자인데, 주변엔 빈 탄창과 권총이 놓여있어. 조승희는 이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야. 범인은 죽었지만 사건은 끝난 게 아니야. 부상자 수습이 우선이야. 이 사진 속 주인공, 207호 케빈과, 211호 크리스티나야. 불과 30분 전만 해도 이렇게 강의실을 나가게 될지 전혀 몰랐어. 간신히 살아남은 학생들은, 현장을 '피날레가 없는 불꽃놀이가 계속되는 것 같았다',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다'라고 기억했어. 그렇게 긴 시간이었을까? 조승희가 범행을 저지른 시간은, 단 9분이었어. 그 9분동안 조승희가 쏜 총탄은, 무려 174발. 3초에 한 발씩 쏜 거야. 이날 총 32명이 죽고, 29명이 다쳤어. 이렇게 집요하고 잔인한 살인마는 처음이었어. 이 사건은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이라 불려. 온 세계를 경악시킨 최악의 사건이야. 이 최악의 총기 난사범이 한국인 유학생으로 밝혀지면서 파장이 컸어. 노리스 홀 총격 사건의 범인은 조승희로 밝혀졌습니다. 나이는 23세이고, 한국 국적의 미 영주권자입니다. 전세계의 관심은 범인 조승희에게 쏠렸어. 그는 누구이고,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 조승희는 왜 괴물이 되었나 경찰은 학교 친구들부터 조사했어. 근데 예상치 못한 답변이 쏟아져. (많은 학생이) 그의 사진을 봤는데, 그가 누군지 몰랐어요. 이름과 사진을 같이 놓고 봐도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조승희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버지니아 공대 학생들 3년이 넘는 학교 생활이었는데, 친한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어. 조승희는 '그림자', '외톨이', 그렇게 불렸대. 하도 주변이랑 안 어울리니까. '그냥 혼자 있고 싶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대. 조승희는 미국 영주권자였어. 국적은 한국이야. 혹시 이민자에 대한 차별이나 따돌림이 있었나 물으니, 주변에선 제가 여러 번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었어요 라고 대답했어. 오히려 소통을 거부한 건 조승희 쪽이었대. 심지어 방을 함께 쓴 룸메이트랑도 말을 안하고 지냈다는 거야. 처음에 같이 어울리려고 친구들에게 소개했지만 전혀 마음을 열려고 하지 않았고… 학기 초에는 우리 모두 함께 모여서 저녁을 먹으러 가니까 조승희를 초대한 적이 있어요. 한 두 번 오다가 다음에는 거절했어요. -기숙사 룸메이트들 조승희가 미국에 이민을 온 건 1992년, 조승희가 8살 때였어. 자식들을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려고 부모님이 큰 결심을 하신 거야. 근데 중학생이 되면서 문제가 좀 생겨. 부모님이 묻는 것에 조승희는 묵묵부답, 대답이 없어. 원래 내성적이긴 했는데, 언젠가부터 말을 아예 안하기 시작했어. 걱정이 된 부모님은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 그리고 '선택적 함구증'(특정 상황에서 말하기를 거부하는 증상. 불안장애의 범주에 속하며 아동기에 주로 나타난다)이란 진단을 받아. 말을 못하는게 아니라, 자기 선택에 따라 특정 상황에서 말하기를 거부하는 병이야. 부모님은 승희의 치료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 중고등학교 내내 약물, 심리치료를 받으며 큰 문제없이 학교를 졸업했어. 성적도 꽤 좋았어. 그렇게 명문대인 버지니아 공대에 진학한 거야. 그렇다면, 뭐가 문제였을까? 그런데 사건 이틀 후, 아주 경악할 일이 벌어졌어. 미국의 한 방송국으로 우편물이 하나 도착했어. 조승희가 직접 보낸 것이었어. 이 우편물에는, 선언문과 조승희가 직접 찍은 자신의 사진들이 들어 있었어. 사진 속 조승희는 총, 망치 같은 무기를 들고 포즈를 취했어. 스스로가 테러범이라는 걸 증명하듯이. 그리고 DVD도 있었어. 이 DVD 안에는 여러 개의 영상이 담겨 있었는데, 조승희는 다양한 메시지를 남겼어. 시간이 됐을 때 나는 그걸 했고, 그래야만 했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어. 그냥 떠날 수도 있었고 도망칠 수도 있었어. 그러나 그러지 못했어. 내가 이걸 정말 원해서 했다고 생각하나? 난 진정 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 -영상 속 조승희의 이야기 中 이런 조승희의 이야기는 자신을 과시하는 것 같기도, 범행 이유를 알리는 것 같기도 해. 또 하나 충격적인 게 있어. 이 우편물, 언제 보낸 걸까? 범행 당일, 오전 9시 1분에 보냈어. 기숙사에서 두 명을 살해한 후, 노리스 홀로 가기 직전이야. 아주 계획적으로 움직인 거야. 조승희가 소지했던 권총 두 자루. 미국에선 범죄 이력이 없는 성인이면 누구나 총을 살 수 있어. 그런데 이 버지니아주에서는 총기를 한 달에 한 자루만 살 수 있어. 그 이야기는, 조승희가 최소 한 달 이상 범행을 준비했다는 거야. 행적을 따라갈수록, 모든 건 아주 치밀하게 계획된 걸 알 수 있어. 조승희의 동선을 정리해보면, 총을 구입한 건 사건 두 달 전인 2월 2일이야. 권총을 구입한 후 조승희는 연습을 했어. 학교 근처 사격장에서 자주 목격이 됐대. 그리고 범행 직전 머리를 바짝 깎고, 범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샀어. 그리고 영상과 사진을 남겼어. 방송국에 보낸 사진과 영상을 잘 보면, 배경과 옷차림이 다 달라. 수일에 걸쳐서 촬영을 했다는 증거야. 마치 하나의 시나리오를 작성하듯, 이 범죄를 기획한 거야. 영상 속에는 또 다른 단서들이 있어. 누군가 너의 얼굴에 침을 뱉고, 쓰레기를 목구멍에 쑤셔 넣고, 너의 무덤을 파는 느낌이 어떤지 알아? 너희들은 오늘을 피할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피를 흘리게 했어. 너희는 나를 궁지로 몰았고 나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그 결정은 너희가 한 거고, 이제 너희 손엔 절대로 씻을 수 없는 피가 묻을 거야. -영상 속 조승희의 이야기 中 평소엔 말이 없었다고 했는데, 마치 분노에 찬 듯 쏟아내는 말들. 주변을 더 자세히 조사하다 보니까, 중고등학교 시절에 괴롭힘이 있긴 했대. 조승희의 발음이 좀 어눌하고 목소리도 이상하다면서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었다는 거야. 이런 경험 때문에 마음의 병을 얻게 된 걸까. 그렇다고 해도, 이게 이런 잔혹한 범죄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어. 영상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어. 금목걸이로는 부족했냐 이 속물들아. 신탁자금으로는 부족했냐. 보드카와 코냑으로는 부족했냐. 온갖 타락행위로는 부족했냐. 그런 것들로도 너희의 쾌락주의적 니즈를 채울 수 없었던 거냐. 너넨 모든 걸 갖고 있었잖아. -영상 속 조승희의 이야기 中 영상에서 보이는, 가진 자에 대한 분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조승희의 내면에는 큰 좌절과 분노가 차있었어. 이런 조승희의 심리를 알아챈 사람도 있었어. 조승희와 함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동양인이 범인이라고 했을 때, 그 학생일 거라 생각했다 , 언젠가 무슨 일을 저지를 거 같았다 고 말했어. 조승희에겐 남다른 모습이 있었대. 항상 깊게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낀 채 수업에 들어왔어. 수업시간엔 선글라스를 벗으라는 교수님의 말에도 대꾸가 없어. 수업에 관계된 걸 물어도 마찬가지야. 어떤 날에는 수업 중에 갑자기 밖으로 나가버리기도 했대. 그래도 수업엔 꼬박꼬박 들어왔어. 글 쓰는데 관심이 아주 많았거든. 조승희는 소설을 출간하고 싶어 했어. 실제로 출판사에 글을 몇 번 보내기도 했는데, 번번이 퇴짜를 맞았어. 글 내용이 조금 문제가 있었거든. 인류의 망신인 비열한 인간들. 너희들은 다 역겨워. 대량 학살과 어린 동물들을 먹은 죄로 너희들 모두 지옥에서 불타길 바라 -조승희가 쓴 '동물 학살 정육점' 中 검은색 조끼와 짙은 선글라스를 쓴 버드는 내 삶이 혐오스러워 이제 됐어 지금이 너희와 나와 함께 죽어야 할 때야 나는 구제 불능이야. 이 빌어먹을 학교에 있는 빌어먹을 사람들을 다 죽일 생각이었어. 근데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어. 버드와 고스족 소녀는 훔친 차에 권총을 싣고 달린다. - 조승희가 쓴 '버드' 中 조승희가 쓴 글인데, 마치 자기 이야기를 써 놓은 느낌이지? 인간 혐오가 느껴지는 내용. 이걸 작문 수업에 써서 서로의 글을 돌려보는 일이 많았는데, 학생들은 조승희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 힘들었대. 대부분 사람을 괴롭히고 죽이는 내용이었거든. 조승희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습니다. 단지 제가 원하는 것은 그가 제 수업에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으니까요. -니키 지오바니, 영문학과 교수 반면에 조승희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던 사람도 있었어. 학과장 루신다 로이 교수야. 그가 매우 외로워 보여서 친구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외로워요. 친구가 전혀 없어요' 라고 했어요. '네가 정말 슬플 때 아무도 옆에 없으면 얼마나 힘드니'라고 물었어요. 그가 달라지기를 바랐고 가족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었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는 말하기를 꺼려했어요. -루신다 로이, 버지니아 공대 전 영문학과 학과장 조승희는 로이 교수에게는 마음을 좀 열었어. 교수님이 책을 여러 권 출간한 작가이기도 했거든. 로이 교수는 개인 교습까지 해주며 면담을 이어갔어. 다양한 주제로 글쓰기를 하면서, 조승희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바꾸려 노력해본 거야. 그런데 언제부턴가 조승희는 면담에 나오지 않았고, 다시 혼자만의 어둠 속으로 들어갔어. 조승희가 쓴 마지막 글은 이거야. 축하한다. 너는 내 삶을 소멸시키는 데 성공했어. 너 때문에 나는 예수 그리스도처럼 약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사람들, 내 형제자매 자식들 같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죽을 거야. 너희는 결코 우리가 어디서 공격할지 너희를 어떻게 죽일지도 모를 거야. 너희는 항상 두려움 속에서 살아갈 거야. 내 인생을 파괴해 버리고 나니 행복해? 이제 행복해? 원망과 분노로 가득찬 글의 내용. 이것만 봐도 완전히 망상에 빠져있어. 전문가는 당시 조승희의 상태를 이렇게 진단해. 결정적인 트리거는 주위로부터의 거부라고 봅니다. 조승희는 그 책임을 외부로 돌렸다는 거죠. 이거는 '나의 잘못이 아니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그것이 자꾸 쌓이게 되면 (분노의) 게이지가 점차 올라가게 되고, 세상을 향한 증오, 분노, 공격성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는 거죠. -오윤성 교수,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 또 다른 비극을 막으려면 조승희의 이런 모습에 가장 충격 받은 사람들은 누굴까. 가족들이겠지. 부모님께서는 그제야 아들의 학교 생활에 대해 알게 됐어. 사건 전날인 일요일에도 어머니는 아들과 통화했대. 마지막 대화는, 승희야, 사랑해 였어. 엄마는 눈물을 펑펑 쏟았어. 하지만 이미 늦었지. 조승희 누나는 가족을 대신해 사죄의 성명서를 냈어. 저희 가족은 희망도 없고, 도움을 청할 수도 없고, 방향을 잃었습니다. 승희는 제가 함께 자라고 사랑했던 사람이지만, 저는 승희를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 동생의 말할 수 없는 행동에 저희 가족은 큰 유감을 느낍니다. -조승희 누나의 성명서 中 가족들도 몰랐던 낯선 모습. 끔찍한 사건의 범인이 아들이고, 동생이야. 그 사건 이후, 가족들도 편안하게 살지 못 할 테지. 그런데 희생자 가족인 매튜의 동생은, 조승희의 가족이 그렇게 고통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어. (조승희를) 미워하지 않아요. 용서했어요. 그때 일어난 일들이 싫을 뿐이에요. (가족이) 지금까지 얼마나 큰 아픔을 겪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가족들이 그 용서를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요. 앞으로 계속 그렇게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프리실라 라 포트, 희생자 가족 스물셋 조승희는 꿈 많던 서른 두 명의 무고한 생명을 빼앗고, 생존자들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끔찍한 기억을 안겼어. 총을 네 발이나 맞고 생존한 콜린은, 총기규제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어. 지금도 잊을 만하면 미국에서 한번씩 총기사고가 일어나잖아? 결국 총을 쉽게 구할 수 있는게 문제라는 거야. 크리스티나도 폭력 예방 재단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고 있어. 안타깝게 사망한 매튜의 유가족도, 총기사고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 큰 일을 겪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또 어떻게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 늘 생각하며 살고 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진심을 말하고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해요. 우리는 누구나 감정이 있고 어떤 이유로든 괴롭게 되니까요. 괴롭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까 마음을 열기만 한다면, 앞으로 생길 비극과 고통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요. 정말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고요. -프리실라 라 포트, 희생자 가족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지만, 막을 수 없었던 참극.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이 있어. 1999년 미국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가해자의 어머니가 쓴 책이야. 이 사건의 범인은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겪고 있었대. 그런데 아동심리를 전공한 어머니조차, 아들의 문제를 전혀 몰랐다는 거야. 책의 한 구절이야. 아들은 햇살이라고 불릴 만큼 밝고 애정 넘치는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햇살처럼 빛나던 아들이 모르는 사이 마음 속에서 괴물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게 정상적으로 보일 때도 뭔가 심각하게, 심각하게 잘못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 마음 속에 악은 왜 자라고, 그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참 어려운 질문이야. 무엇이 조승희를 그렇게까지 분노하게 했고, 왜 다른 곳에서 당한 아픔을 죄 없는 사람들한테 풀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어. 다만, 어떤 이유로 범죄를 저질렀는지 이유를 찾는다 해도, 이런 끔찍한 범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어. 결코 용서받지 못할 범죄인 건 분명해. 하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생각해 봐야해. 그래야 같은 비극이 일어나는 걸 막을 수 있으니까.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스브스夜] '꼬꼬무' 전례없는 대학살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조승희, 그는 왜 괴물이 되었나? [스브스夜] '꼬꼬무' 전례없는 대학살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조승희</font>, 그는 왜 괴물이 되었나? 등록일2023.08.04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조승희, 그는 왜 괴물이 되었나? 3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외톨이가 보낸 소포 -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라는 부제로 전례 없는 대학살 사건이 일어난 그날을 조명했다. 2007년 4월 15일,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는 일요일임에도 축제로 열기가 뜨거웠다. 그리고 모두가 축제를 즐긴 다음 날, 누군가가 건물 밖으로 절대 나가기 말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밖에는 엄청난 속도로 학교로 오는 경찰차와 헬기 등이 눈길을 끌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오전 7시, 몰리는 어디선가 들리는 비명 소리에 눈을 떴다. 그리고 문을 열어보지 복도에는 피 묻은 발자국이 여기저기 찍혀 있었다. 몰리는 핏자국을 따라 친구 에밀리의 방으로 갔다. 힘들게 연 문 안에는 총에 맞고 쓰러진 에밀리와 기숙사 사감이 발견됐다. 현장에서 즉사한 사감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한 에밀리. 두 사람은 이른 아침 누군가의 총격에 의해 사망한 것이었다. 범인은 영문학과 4학년 조승희. 그는 희대의 살인마이자 악랄한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었다. 두 사람을 살해한 후 조승희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자신이 좋아하던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리고 학교도 평온했다. 캠퍼스 깊숙한 곳에 위치한 기숙사에서 벌어진 일이기도 했고 범인은 외부인으로 추정되어 학교에 이 소식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 이에 학생들은 평화롭게 등교를 하고 있었다. 이날 가장 많은 강의가 있던 곳은 노리스 홀. 3층 건물에 7개의 강의실이 있는 2층, 많은 이들이 노리스 홀로 등교 중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조승희도 있었다. 조승희는 가방에 넣어 온 쇠사슬과 자물쇠로 건물의 문을 잠갔다. 그리고 문을 열면 폭탄이 터질 것이다라는 메모까지 붙였다. 강의실을 찾아온 조승희는 두 번이나 강의실 안을 기웃거렸다. 그리고 밖에서 수업을 못할 정도로 공사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소음은 멈추지 않았고 강의실 문이 다시 열렸다. 문을 다시 연 것은 앞서 문을 열었던 조승희. 그는 무자비한 총격을 시작했다. 앞서 들려왔던 공사 소음은 공사 소리가 아니었다. 조승희는 207호를 찾아오기 전 206호에 가서 이미 총격을 가했던 것. 첫 번째 강의실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피하거나 도망갈 수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총격을 당해야만 했다. 총격이 계속되자 주변 강의실에서는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했다. 이에 205호 학생들은 문을 책상과 의자 등으로 막고 온몸으로 밀며 문을 막았다. 조승희는 몇 번의 총격으로 문을 열려했지만 결국 열리지 않자 다른 목표를 찾아갔다. 첫 총격이 시작된 지 불과 2분, 211호 교수님은 밖을 보고 상황을 파악하고 학생들에게 서둘러 신고를 하라고 했다. 이에 한 학생은 911에 신고를 했다. 그런데 신고를 마치기도 전에 조승희가 들이닥쳐 총격을 퍼부었다. 무엇을 요구하거나 소리를 지르지도 않은 범인은 침묵 속에 학살을 했고, 이는 신고 중이던 휴대전화를 통해 911에 중계가 되고 있었다. 이를 본 또 다른 학생은 죽은 척 누워있다가 조심스럽게 휴대전화를 향해 다가갔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휴대전화를 가렸다. 그리고 조승희가 강의실을 벗어난 순간 신고를 이어갔다. ROTC 매튜는 총을 든 조승희를 막아보려고 했으나 근거리에서 조승희의 총에 맞아 바로 사망했다. 이에 그의 가족들은 자신을 지키기 않고 범인을 잡으려 한 그의 행동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그가 사망한 후 그와 같은 교실에 있던 한 생존자의 어머니는 그 덕분에 자신의 딸이 살았다며 감사의 편지를 전했다고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 다른 강의실에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자 존경받는 학자 리비우 리브레스쿠 교수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총소리를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는 몸과 의자로 창문을 깨뜨리고 학생들에게 밖으로 뛰어내리라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선뜻 뛰어내리지 못했고 우왕좌왕했다. 그러는 와중 교수님은 강의실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는 온몸으로 문을 막아 학생들이 탈출할 시간을 벌었던 것이다. 문 하나를 두고 조승희와 대치한 교수님. 교수님은 조승희의 총탄이 날아오는 중에도 고통을 참아내며 문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교수님이 쓰러졌고 강의실 문이 열리며 조승희는 또다시 난사했다. 끝내 사망한 교수님. 그러나 해당 강의실에서는 미쳐 뛰어내리지 못한 한 학생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의 사상자는 없었다. 이때 학교로 출동한 경찰은 신중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승희는 다시 강의실을 찾아와 쓰러진 이들에게 총을 쏘고 또 쏘았다. 그 시각 무장한 경찰들이 노리스 홀에 진입했다. 재빨리 2층으로 올라갔지만 이미 현장은 참혹했다. 바닥에는 얼마나 피가 흘렀는지 마치 재앙의 현장 같았다. 여기저기서 비명과 울음이 터졌다. 그런데 이때 누군가가 어딘가를 가리키며 저기 범인이에요 라고 외쳤다. 학생이 가리킨 곳으로 가자 한 남자가 쓰러져있었다. 조끼를 입은 아시아계 남자, 조승희였다. 그리고 그를 본 특수기동대 대원은 블랙 티켓 이라고 외쳤다. 블랙 티켓은 사망자를 뜻하는 암호, 조승희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경찰과 911은 서둘러 생존자들을 구출했다. 당시 현장을 기억하는 생존자들은 피날레가 없는 불꽃놀이가 계속되는 것 같았다.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다 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조승희가 범행을 한 시간은 단 9분, 그 시간 동안 그는 174발의 총을 쏘았고 32명이 죽고 29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토록 집요하고 잔인하고 무자비한 살인마는 처음이었다. 이 사건은 바로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 전례 없는 대학살 사건에 전 세계 언론이 모여들었고, 총기 난사범이 한국인 유학생으로 밝혀지자 더 큰 파장이 일었다. 한국 국적의 미 영주권자였던 조승희. 조승희는 누구인가, 그는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알아내기 위해 그의 학교 친구들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에 대해서 몰랐다. 3년이 넘게 같은 학교에 다녀도 친한 친구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조승희는 그림자, 외톨이라고 불리며 스스로 벽을 만들었다. 1992년 8살 때 이민을 온 조승희, 좋은 환경에서 아들을 키우고자 큰 결심을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온 조승희. 그러나 그는 중학생이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특정 상황에서 말하기를 거부하는 증상인 선택적 함구증을 앓았던 조승희. 부모님은 그의 치료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큰 문제없이 명문대까지 진학했다. 사건 이틀 후 NBC 방송국에 조승희가 보낸 우편물이 도착했다. 선언문과 사진, DVD가 들어있던 우편물. 그는 총과 무기를 들고 무언가를 향한 적대감을 표출하며 직접 사진을 촬영했다. 그리고 DVD에는 범죄를 과시하는 듯하기도 하고 범행의 이유를 알리는 것 같은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이 있었다. 이 우편물을 조승희는 기숙사에서 2명을 살해한 후 노리스 홀로 향하기 전 발송한 것이었다. 두 자루의 권총을 소지했던 조승희. 총기를 한 달에 한 자루만 구매할 수 있었던 버지니아 주에서 그가 두 자루의 총기를 소지했다는 것은 한 달 이상 준비하고 계획했다는 반증이었다. 행적을 따라갈수록 치밀하게 계산된 조승희의 범행. 그는 총기 구매 후 사격을 연습하고 범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한 후 영상과 사진을 남겼다. 배경과 의상이 모두 다른 사진, 이는 수일에 걸쳐 촬영했다는 것이었다. 마치 시나리오를 쓰듯 범죄를 기획한 조승희. 영상 속 그는 주변의 증언과 달리 분노에 가득 차 자신의 감정을 쏟아냈다. 또한 그는 가진 자에 대한 분노를 하기도 했다. 좌절감과 분노에 차올랐던 조승희. 주변에서는 그가 언젠가 무슨 일을 저지를 거 같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깊게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낀 채 수업을 들었던 조승희는 누구의 말에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글 쓰는 데 관심이 많았던 그는 수업에는 꼬박꼬박 참여했다. 책을 출근하고 싶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던 조승희. 그의 글에는 인간 혐오가 가득했다. 조승희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했던 주변 학생들과 담당 교수. 하지만 학과장 루신다 로이 교수는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는 개인 교습까지 해주며 면담을 이어가며 그의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려고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조승희는 겨우 열었던 마음의 문을 다시 닫아버리고 스스로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축하한다. 너는 내 삶을 소멸시키는 데 성공했어. 너 때문에 나는 예수 그리스도처럼 약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사람들 내 형제자매 자식들 같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죽을 거야. 너희는 결코 우리가 어디서 공격할지 너희를 어떻게 죽일지 모를 거야. 너희는 항상 두려움 속에서 살아갈 거야. 내 인생을 파괴해 버리고 나니 행복해? 이제 행복해? 라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가득한 망상에 빠진 글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이에 전문가는 결정적인 트리거는 주위로부터의 거부라고 본다. 그런데 그는 그 책임을 외부로 돌렸다. 이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 이들이 문제다. 그것이 자꾸 쌓이면 게이지가 올라간다. 결국 이는 세상을 향한 증오, 분노, 공격성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라고 분석했다. 조승희의 모습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이들은 가족이었다. 사건이 터지고 난 후에야 아들의 학교 생활을 알게 된 부모님. 사건 전날에도 그와 통화를 했던 그의 어머니. 어머니가 그에게 전한 마지막 말은 승희야 사랑해 였다. 모든 걸 되돌리기엔 늦은 시간, 조승희 누나는 가족을 대표해 사죄 성명문을 발표했다. 그는 승희는 제가 사랑했던 사람이지만 저는 승희를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 동생의 말할 수 없는 행동에 저희 가족은 큰 유감을 느낍니다 라고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23살의 조승희는 32명의 꿈 많던 무고한 이들의 생명을 빼앗고 생존자들에게도 잊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이 사건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한 생존자는 총기 규제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또 다른 생존자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폭력 방지에 힘썼다. 또한 안타깝게 사망한 매튜의 가족들은 총기 사고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매튜의 여동생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진심을 말하고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감정이 있고 어떤 이유로든 괴롭게 된다. 괴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니까 마음을 열기만 한다면 앞으로 생길 비극과 고통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다 라고 말해 큰 울림을 전했다. 사람의 마음속에 악은 왜 자라는가, 그리고 그걸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범죄를 저지른 이유를 밝힌다고 해도 어떤 이유에서든 끔찍한 범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결코 용서받지 못할 범죄임에는 분명하지만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분명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美 대학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범인은 한국인 유학생 조승희 …'꼬꼬무', 그날 조명  美 대학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범인은 한국인 유학생 조승희</font> …'꼬꼬무', 그날 조명 등록일2023.08.03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가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을 조명한다. 3일 방송될 '꼬꼬무'는 '외톨이가 보낸 소포-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편으로, 지난 2007년 미국의 버지니아 공대에서 한국인 유학생 조승희가 벌인 총기 난사 사건의 끔찍한 참상과 충격적인 그날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는 2007년 4월 15일, 미국의 한 대학교 캠퍼스는 축제로 인해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의 축제는 여러 나라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행사로, 한국인 유학생 승우 씨와 규민 씨도 부스 운영으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불고기 시식, 제기차기 체험 등 1년 내내 준비한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행사 준비 때문에 미뤄둔 과제가 한 가득이었던 규민 씨는 서둘러 열람실로 가 밤을 새우며 과제를 완성했다. 과제도 마무리했겠다, 슬슬 집에 갈 채비를 하려던 그때, 누군가 다급히 열람실로 들어와 말했다. 문제가 생겼으니 밖으로 나가지 말고 건물 안에서 대기하라는 것이었다. 그 시각, 건물 밖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부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속력으로 학교로 향하는 경찰차들. 축제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인 학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하지만 교내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하기만 하다. 학교 측은 별다른 공지 없이 정상 수업을 하도록 했고, 캠퍼스는 곧 1교시 수업을 듣기 위해 등교하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당시 1교시 수업이 있던 독일어 강의실 안, 그날따라 유난한 공사 소리에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수업이 이어지는데, 갑자기 벌컥 문이 열렸다. 그리고는 강의실 안을 살펴보는 한 남학생, 그는 강의실을 스윽 둘러보고는 곧 문을 닫았다. 강의실을 잘못 찾은 학생이겠거니 예삿일로 넘기고는 수업이 재개됐고, 모두가 다시 집중하려는 그때 또다시 벌컥 문이 열리더니 아까 그 남학생이 들어왔다. 강의실 안 사람들의 시선이 남학생에게 쏠리던 그 순간이었다. 눈앞이 번쩍하더니, 학생들을 향한 무자비한 총격이 시작됐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미국의 버지니아 공과 대학교다. 9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32명의 학생과 교수를 무참히 살해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사건의 범인은 바로, 한국인 유학생 조승희였다. 전 세계를 발칵 뒤집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한인 사회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가 되었다. 조승희, 그는 도대체 왜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곧이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번 장트리오의 이야기에 함께 할 친구는, 가수 딘딘, 배우 공승연, 송영규다. 장도연의 이야기 친구로 딘딘이 '꼬꼬무'에 자리했다. 어린 시절 유학 경험으로 유창한 영어 발음을 자랑하던 그는 자신이 겪었던 인종차별을 회상하며 이야기에 몰입했다. 장성규의 이야기 친구로 SBS 새 금토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로 돌아온 배우 공승연이 자리했다. 오프닝에 공개된 어린 시절 사진에서부터 완성된 미모로 모두의 감탄을 자아내던 그녀는 이야기가 시작될수록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송영규가 장현성의 친구로 다시 '꼬꼬무'에 발걸음을 했다. 오랜만의 출연으로 장현성과의 절친 케미를 보여주던 그는 어렵게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준 유족의 인터뷰를 보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미국 사회는 물론 한국 사회까지 발칵 뒤집은 버지니아 총기 난사 사건의 비극적인 참상과 진실을 이야기할 '꼬꼬무'는 3일 목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이날 '꼬꼬무'는 2023 FIFA 여자월드컵 대한민국 대 독일의 경기 중계로 인해 평소보다 30분 앞당겨 편성된다.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