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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사망 13년 만에 최다… 예견된 일 한목소리 우려, 왜
등록일2025.02.27
▲ 정신과 상담 지난해 자살 사망자가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자살 문제 해결을 더 이상 후순위로 미뤄둘 수 없다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살이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걸 인식하고, 무엇보다 소위 말하는 '주류'에서 탈락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자살 고위험군은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하는 절망적인 상태일 수 있으므로 이들을 기다리지 말고 찾아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어제(26일)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지난해 국내 자살 사망자 수가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대해 예견돼왔던 일이라면서도 한목소리로 심각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통상 자살률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과 같은 재난 상황 직후에는 잠시 떨어졌다가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되레 다시 올라가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4천439명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2011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수치입니다. 특히 30∼50대 남성이 크게 늘었는데, 여기에는 2023년 12월 말 배우 이선균 씨의 사망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했습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전 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장)는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재난을 겪고 나면 그 부작용이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2023년 말 유명인의 자살로 인한 '베르테르 효과'도 있었을 수 있다 고 설명했습니다. 백 교수는 대개 베르테르 효과는 3개월 정도 가는데, 당시 1∼3월에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며 작년 잠정치에서도 남성이 더 늘어난 걸로 보아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 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정신건강연구센터장 역시 지난해 자살 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왔다 며 해외에서도 재난 직후보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중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고, 코로나19 유행 이후 사회·경제적 기반이 흔들리는 경험들이 장기화하면서 자살 문제가 계속 심각해지는 상황 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자살까지 이어지는 데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므로 이유를 단순 추측해 해석하기는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자살을 줄이기 위해 개인의 정신건강을 돌봐야 할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안전망을 마련하고, 사회 전체의 인식 개선이 동반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더 악화할 가능성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박한선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당시 자살 건수가 일시적으로 감소하거나 보합세를 유지했는데, 코로나19 유행이 끝나면서 오히려 다시 서로 각자도생 하고 파편화되는 경향이 짙어졌다 며 한번 이렇게 되면 예전보다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어 안타까운 상황 이라고 전했습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자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정신건강 위기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백 교수는 우리 사회가 이걸 꼭 해결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부터 시작된다 며 스트레스가 없는 세상을 만들 수는 없지만, 실패와 위기에 처했다고 해서 자살로 이어지는 사회는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 고 말했습니다. 특히 백 교수는 자해 시도자나 자살 유가족, 재난 피해자 등 자살 고위험군을 관리하는 게 급선무라고 꼽았습니다. 그는 자살 고위험군은 정말 위험할수록 절망에 빠져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며 우리나라에 자살률이 높다는 건 고위험군을 빨리 발견하지 못하고, 발견하더라도 효과적으로 돕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 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정신건강 의료서비스 접근성도 좋은 편이지만, 대신 '내가 안 가겠다'고 하는 사람을 쫓아다니지는 않는다 며 고위험군을 찾아내 쫓아다니면서 적극적으로 위기 상황에 개입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고 강조했습니다. 정책적 도움 역시 정신건강 개선에만 치우칠 게 아니라 범부처 합동으로 사회·경제적 안전망을 겹겹이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자살 위기에 처하는 사람의 경우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요인도 있지만, 급격한 사회·경제적 지위의 변화나 예기치 못한 재난 등 복합적인 배경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전진아 센터장은 우리가 자살의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는 경제적 문제 등은 정신건강 담당 부서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며 전방위적 문제로 인식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고 말했습니다. 수많은 정신건강 대책이 쏟아져 나오더라도 실패를 포용하는 문화를 만들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고도 이들은 강조했습니다. 박종익 강원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는 자살 위기는 결국 '주류'에서 밀려났을 때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며 근본적으로 소외된 사람을 포용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에서 탈락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정부가 어떤 정책을 세운다고 해도 달라질 수 없을 것 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악플 · 자극적 보도에 멍드는 스타들…비극의 고리 끊으려면
등록일2025.02.19
▲ 배우 김새론 배우 김새론이 25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연예인을 향한 과도한 '악플'(악성 댓글)과 악성 보도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습니다. 연예인이 비난 여론에 시달리다가 끝내 세상을 떠나면 추모와 함께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스타들을 향한 비난이 활개 치며 비극이 반복되는 모습입니다. 악플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2020년부터 포털 사이트 연예뉴스 댓글이 폐쇄됐고, 연예기획사도 강경한 법적 대응에 나서며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이를 불식시킬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연예인을 감정의 배출구로 여기는 악플러는 물론, 조회수를 위해 자극적으로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의 보도행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16일 세상을 떠난 김새론은 2022년 음주운전 사고로 비난 여론에 휩싸이며 3년간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이미 출연 중이던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서 하차했고, 이후 연극을 통해 복귀하려 했으나 이 역시 싸늘한 시선에 막혔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하나하나가 '음주운전'이란 낙인과 함께 기사화됐고, 카페에서 일한 사실이 알려졌을 때도 조롱 섞인 비난이 따라왔습니다. 지난 2023년에는 배우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세상을 등졌습니다. 당시 이선균의 피의사실과 관련된 온갖 사실이 무분별하게 보도됐고, 인터넷상에서 인격적인 모독이 이어졌습니다. 이른바 '사이버 렉카'라고 불리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이선균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다뤄졌고, 기성 언론까지 이선균의 사적인 녹취를 보도해 비판받았습니다. 이보다 앞서 2019년 가수 설리(본명 최진리)와 구하라가 잇달아 세상을 떠나는 비보가 전해졌을 때도 악플에 대한 자성론이 대두됐습니다. 설리는 인터넷에서 '설인업'(설리 인스타그램 업로드)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SNS에 올리는 일상 사진 한 장, 영상 한 편이 관심을 받았고, 성희롱에 가까운 악플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구하라 역시 전 연인으로부터 협박당해 긴 법정 공방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누리꾼들의 성희롱 섞인 댓글에 시달렸고, 생전 이에 대한 심적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악플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는 2020년 연예 기사 댓글을 폐쇄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악플이 포털에서 유튜브, 인터넷 커뮤니티 등으로 자리를 옮겨 활개치고 있습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은 (연예인을) 자기감정을 배출하는 창구로 여기는 것 이라며 얼굴이 알려지거나 잘 나가는 사람이 실수했을 때 그것으로 위안을 얻고 (악플러들 사이의) 소속감도 느끼는 것 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곽 교수는 이어 (악플은) 상대방에게는 엄청난 폭력 이라며 개개인이 자신과 별 관련 없는 일에 (과격한 댓글을) 자제하고 절제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는 악성 댓글을 단 사람의 실명을 공개하거나 사이트에서 퇴출하는 등 제재와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 고 강조했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이 연예인의 사건·사고에 유독 엄격한 기준을 내세우며 비판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부원장은 정치인이나 공직자와 달리 연예인의 인기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깨지기 쉬운 성질이 있다며 연예인의 경우 여론이 밀면 밀리고, 바로 사과하거나 자숙한다. 그래서 (뉴스 소비자들이) 잘 밀리는 쪽을 더 세게 미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고 분석했습니다. 악플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영상이나 일거수일투족을 실어 나르는 보도 행태도 문제로 꼽힙니다. 박영흠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정치인에겐 비교적 관대하면서 연예인에겐 과도하게 도덕적인 것을 요구하는 문화가 있는데, 언론이 이를 받아서 전달한다 며 언론과 누리꾼이 상호작용하면서 비난을 증폭시킨다 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소규모 미디어는 조회수 증가를 노리면서 선정적으로 기사를 쓰는 경향이 있고, 근래에는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라는 언론사들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며 비난하고 공격해서 클릭을 유발하는 것이 수익을 낳기 때문에 (연예인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으론 나아가지 않는 것 같다. 제목도 덜 자극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고 꼬집었습니다. 연예계에선 과거에는 스타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만큼 악플을 감내하는 분위기였지만, 몇 년 전부터는 '무관용 원칙'에 입각해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방탄소년단(BTS)·세븐틴 등이 소속된 하이브는 주기적으로 악성 게시물 작성자를 고소해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통해 그 경과를 공지하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뮤직(하이브 산하 레이블)에 따르면 명예훼손 등으로 검찰에 송치된 다수가 최대 2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고, 블로그를 통해 수백 건의 모욕·명예훼손 게시글을 작성한 이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 원이 확정됐습니다. NCT·에스파 등이 속한 SM엔터테인먼트도 2023년 소속 가수의 권익 보호를 위한 온라인 신고 센터 '광야119'를 개설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연예 기획사들은 최근 SNS, 온라인 커뮤니티, 블로그 등을 넘어 소속 연예인을 겨냥한 이른바 '사이버 렉카'로도 법적 대응의 범위를 넓히는 분위기입니다. 아이브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멤버 장원영을 상대로 악성 루머를 퍼뜨린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운영자를 찾아내 고소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를 필두로 강다니엘과 방탄소년단의 뷔·정국도 잇따라 '탈덕수용소' 운영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각각 수천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송 비용 때문에 기획사들이 법적 대응을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며 연예인이 악성 댓글을 읽으면 그 충격이 공황 장애와 활동 중단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잦기 때문이다. 스태프가 악성 댓글을 읽어도 정신적 충격이 상당할 정도인데, 당사자는 더욱 심할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카카오TV 제공, 연합뉴스)
[29th BIFF] 부산, 영화의 바다가 열렸다…서른 돌 앞두고 변화의 바람
등록일2024.10.02
[SBS 연예뉴스 | 부산=김지혜 기자] 부산에 또 한번 영화의 바다가 열렸다. 2일 오후 7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배우 안재홍, 박보영의 사회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첫 순서는 올해 신설된 카멜리아상 시상이었다. 까멜리아상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샤넬과 함께 영화 산업에서 여성의 지위를 높이고 이들의 문화적, 예술적 기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했다. 상의 명칭에는 부산의 시화이자 가브리엘 샤넬 여사가 가장 좋아했던 꽃인 동백꽃의 의미가 담겼다. 카멜리아상 초대 수상자는 류성희 미술감독이었다. 류 감독은 홍익대 도예과를 졸업한 뒤 아메리칸영화연구소(AFI)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이후 영화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괴물', '박쥐', '고지전', '국제시장', '암살', '헤어질 결심' 등 여러 작품으로 독보적인 창작 활동을 펼쳤다. 특히 2019년 '아가씨'로 2016년 칸 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벌칸상(미술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섬세한 감각과 뛰어난 실력으로 한국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를 높이는 한 축을 담당해 왔으며 프로덕션 디자인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와 상징성을 만든 장인이라 할 수 있다.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과 박형준 부산 시장의 개회 선언이 이어졌고, 뉴커런츠 심사위원 소개가 있었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작전을 열게 된 포르투갈의 젊은 거장 미겔 고메스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고메스는 무대에 올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여러분을 만나 뵐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 제 전작을 상영한다고 해서 감사함을 느낍니다. 영화관에서 만나게 될 관객들, 저에게 인사해 주세요 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국 영화를 전 세계 알린 사람에게 수여하는 한국 영화 공로상 순서가 이어졌다. 수상자는 故 이선균이었다. 스크린에는 이선균을 기리는 영상과 함께 그의 주요작들의 영상이 나왔다. 이정재, 송중기, 이희준, 김의성 등 객석에 자리한 수많은 배우들은 먹먹함에 고개를 숙였다.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은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에게 돌아갔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오랜 팬으로 알려진 봉준호 감독과 그의 제자이자 일본 영화의 새로운 거장으로 떠오른 하마구치 류스케는 영상으로 축전을 남겼다. 수상 후 구로사와는 이렇게 훌륭한 상을 받게 돼 놀랍습니다. 상상도 못했습니다. 제가 영화를 시작한 지 올해 40년이 됐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참가한 것이 20년 전이니 제 영화인생의 반을 부국제가 지켜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그 20년 간의 경력을 평가받아 이 명예로운 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감격스럽습니다. 여기까지가 과거의 이야기이고, 이제 현재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저는 올해도 두 편의 영화를 완성했는데 두 편 모두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됐습니다. 그것이 무엇보다 기쁩니다. 부국제 관객들은 어떤 팬들보다 수준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제 영화의 팬들도, 제 영화를 처음 보는 팬들도 많이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라고 따스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영화제의 포문은 강동원 주연의 영화 '전,란'으로 열었다. 개막작인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적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강동원과 박정민, 차승원이 주연을 맡았다. 넷플릭스가 투자, 배급하는 영화로 OTT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됐다. 내년 서른 돌을 앞둔 부산국제영화제는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며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대표적인 파격은 OTT 영화를 영화제 역사상 처음으로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대중적 재미'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침체의 늪에 빠졌던 부산국제영화제는 대중성을 내세워 관객과 영화제의 간격을 줄이는 노력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 상영 편수 8% 증가→다채로운 특별기획 프로그램 올해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는 224편으로 지난해 209편에 8%가량 늘었다.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5편을 합하면 전체 상영작은 총 279편이다. 영화제 측은 국고보조금이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었지만 자체 재원 조달을 늘려 아시아 최고 영화제다운 규모를 지키고자 노력한 결과 라고 했다. 상영 편수 증가에 맞춰 영화진흥위원회 시사실을 상영관을 추가로 확보했다. 특별기획 프로그램의 다채로움이 눈길을 끈다. 올해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은 3개다. 가장 먼저 포르투갈 거장 미겔 고메스의 전작전이 마련돼 있다. '그랜드 투어'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미겔 고메스는 '타부'(2012)를 발표하며 21세기 젊은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그의 장편 전작(총 8편)을 상영하고 그의 작품세계와 영화관을 조명한다. 또 하나의 특별기획 프로그램은 '10대의 마음, 10대의 영화'다. 아시아 10대 청소년의 이야기가 담긴 특별 기획 프로그램이다.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 '호랑이 소녀'(2023),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남자배우상 '바람의 도시'(2023),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마이 선샤인',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해피엔드'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10대 성장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특별기획 프로그램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故 이선균의 특별전이다. '고운 사람, 이선균'이라는 제목의 특별기획 프로그램에서는 이선균의 대표작 '파주',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기생충', 드라마 '나의 아저씨' 그리고 유작인 '행복의 나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세계, 집중 조명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신작 두 편도 만나볼 수 있다. 1955년 일본에서 태어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영화 '큐어'(1997), '회로'(2001), '밝은 미래'(2002), '스파이의 아내'(2020) 등의 작품으로 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감독이다. 감독의 대표작 '큐어'는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로, 뛰어난 미장센과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파이의 아내'는 2020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 감독상을 받았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신작 두 편 '뱀의 길', '클라우드'을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 만나볼 수 있다. 양조위, 주윤발까지 최근 2년간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모두 홍콩 배우가 받았지만 올해는 일본의 거장이 수상의 영예를 안아 그의 40년 영화 인생을 망라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 다큐멘터리 집중적으로 키운다…초대 관객상 수상자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다큐멘터리 관객상이 신설됐다. '다큐멘터리 관객상'은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경쟁부문 선정작을 대상으로 관객 투표를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 1편을 선정하여 수상작에 1천만원의 상금을 지원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영화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 섹션과 비아시아권 신인감독의 영화를 소개하는 플래시 포워드 섹션에 각각 관객상을 수여하고 있으며, '다큐멘터리 관객상'은 다큐멘터리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첫 번째 관객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 포럼과 담론의 장 열린다 영화제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토론과 담론의 장'도 강화한다. 올해는 영화계의 대표적인 업체들과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 영화인, 관객, 전문가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열린 공간을 마련했다. CJ ENM, NETFLEX, THE E&&M, DMP Studio, 영화인 연대가 참여할 예정이며 대표적인 패널로는 글렌 S, 게이너(아마존 스튜디오 영화부문 총괄 최고 책임자), TJ폴스(루카스 필름 VFX부사장) 등이 참여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칸영화제 마켓에서 창작자는 AI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다 라는 메시지로 주목받은 데 이어 이번엔 부산국제영화제와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에 아시아 최초로 부스를 개설한다. 영화의 전당 비프힐에서는 관객들이 AI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라운지를 운영하고, ACFM 부스에서는 영화 전문가들에게 코파일럿 시연을 선보여 테크와 콘텐츠의 융합을 보여줄 예정이다. ◆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프로듀서허브 신설 올해 ACFM은 글로벌 프로듀서들이 영화 투자, 제작, 촬영, 지원사업 등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네트워킹 플랫폼, '프로듀서허브'를 신설했다. 국제공동제작스터티, 프로듀서토크와 세미나, 네트워킹 등 다채로운 행사가 개최되고 첫 '올해의 국가'로 한국이 선정됐다. 또한 자체 기획 콘퍼런스를 강화하며 AI콘퍼런스 및 OTT 콘퍼런스를 통해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아시아의 IP 및 영화산업이 AI와 어떻게 결합하고 변화를 주도할지, 그리고 아시아 OTT 플랫폼의 생존전략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의 장도 마련될 예정이다. ◆ 아시아콘텐츠어워즈&&글로벌 OTT어워즈 개최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2024 아시아콘텐츠어워즈&&글로벌 OTT어워즈가 오는 6일 오후 6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개최된다. 2019년에 아시아 콘텐츠를 대상으로 시작된 이 시상식은 2023년부터 글로벌 영역으로 그 범위를 확장해 전 세계 TV, OTT, 온라인 영상 콘텐츠의 우수성을 기리고 있다. 올해는 16개국 201편의 출품작에서 12명의 국제 예심 심사위원이 11개 부문, 10개국 41편의 후보작을 선정했다. 7명의 국제 본심 심사위원이 최종 수상작을 결정한다. ◆ 배우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스타들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는 행사가 있다는 건 부산국제영화제의 큰 강점이다. 올해도 한국 영화 흥행작과 개봉 예정작, OTT 시리즈 등의 주역들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오픈 토크와 야외무대인사에 참여해 관객과 직접 만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자랑인 액터스 하우스의 경우 설경구, 박보영, 황정민, 천우희가 주인공으로 나서 자신들의 연기 인생과 철학을 들려줄 예정이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7개 극장 28개 스크린에서 총 279편을 상영한다 ebada@sbs.co.kr &<사진 = 백승철 기자&>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오늘 팡파르…63개국 224편 상영
등록일2024.10.02
▲ 지난해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오늘(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간 일정에 들어갑니다. 영화제는 오늘 오후 7시부터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배우 박보영과 안재홍의 사회로 팡파르를 울립니다. 올해 영화제에는 개막작인 김상만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비롯해 63개국의 224개 작품이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7개 극장 28개 스크린에서 상영됩니다. 경쟁 부문인 뉴 커런츠 섹션에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열세 살 아이의 생존기를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 한국 영화 '수연의 선율'(감독 최종룡)을 비롯해 중화권과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작품 등 10편이 올라 경쟁을 벌입니다. 올해 영화제는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특별기획 프로그램 '10대의 마음, 10대의 영화'를 선보입니다. 상영작은 2023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 수상작 '호랑이 소녀'(감독 아만다 넬 유), 2023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남자배우상을 받은 '바람의 도시'(감독 푸레브), 2024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소개된 '마이 선샤인'(감독 오쿠야마 히로시) 등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각광받은 10개 작품입니다. 올해는 칸국제영화제에서 '그랜드 투어'로 감독상을 받으면서 포르투갈의 젊은 거장으로 떠오른 미겔 고메스 감독을 초청해 장편 8편을 상영하고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됩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을 기리는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도 열려 그의 대표 출연작 6편을 상영하고 스페셜 토크 등을 진행합니다. 고 이선균은 한국 영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한국영화공로상도 받게 됐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다큐멘터리 장르의 대중적 확장을 위해 다큐멘터리 관객상과 영화 산업에서 여성의 문화적, 예술적 기여를 널리 알리기 위해 까멜리아상이 신설됐습니다. 영화제 기간에 열리는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은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립니다. 영화제는 오는 11일 저녁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각 부문 시상식에 이어 폐막작 '영혼의 여행'(감독 에릭 쿠) 상영으로 열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