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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판매수수료 전면 개편…사업비 과다집행 막는다
등록일2025.06.01
2027년부터 보험 설계사 판매수수료가 분급되는 등 수수료 집행체계가 개편됩니다. 내년 1월부터 판매수수료 비교공시도 이뤄지며 사업비 과다집행 기관은 제재받게 됩니다. 또 내년 7월부터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에 1200% 규칙이 적용됩니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안을 확정했다고 오늘(1일) 밝혔습니다. 보험은 복잡한 상품구성과 맞춤형 판매가 필요한 특성으로 인해 보험설계사 중심의 대면, 방문형 판매가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판매수수료는 판매서비스의 질과 양태, 보험사 영업구조와 판매전략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입니다. 다만 재작년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의 사업비 집행 부담이 완화되면서 사업비 확대와 판매 경쟁 심화, 수수료 체계의 혼선 등의 문제가 벌어지면서 당국과 업계가 수수료 체계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판매수수료 지급 방식 바뀐다 우선 계약 초기에 집행되는 선지급 수수료는 상품 설계시 수수료 등의 용도로 정해진 계약체결비용을 한도로 지급하고, 계약 유지기간(최대 7년) 동안 매월 안분해 지급되는 유지관리수수료를 신설해 계약 장기 유지 유인을 강화합니다. 유지관리수수료는 계약 유지기간이 길수록 총수령액이 증가하게 되며 계약체결 5~7년차에는 장기유지수수료를 추가로 지급할 수 있게 됩니다. 그간 판매수수료의 과도한 선지급으로 인한 설계사의 계약 유지·관리 유인 부족, 잦은 계약승환과 설계사 이직, 낮은 보험계약 유지율 등이 우리나라 보험산업의 대표적 문제로 지적돼 왔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IFRS17 전환으로 인해 사업비 상각기간이 기존 7년에서 전 보험기간으로 확대되면서 사업비 부담이 경감돼 신계약 유치나 사업비 경쟁이 확산됐습니다. 이에 당국은 보험사의 자체 상품위원회가 상품기획·출시·사후관리 등 상품개발과 판매 과정의 모든 사항을 총괄해 개별상품의 사업비 적정성 등을 검증하고 심의 결과를 대표이사까지 보고하도록 하는 체계를 확립하게 하고 곧 시행되는 보험사 책무구조도에도 반영할 예정입니다. 이어 보험사가 판매채널(설계사, 대리점 등)에 지급하는 상품별 판매수수료 총액을 용도별로 구분하고, 상품 설계시 계획된 범위 이내에서 집행하도록 정비합니다. 판매수수료 총액은 설계사에 대한 보수와 그 외의 부대비용(공통비)으로 구분되며, 각 항목별로 사업비 중 계약체결비용의 일정 비율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도를 규정함으로써 판매수수료가 당초 상품 설계시 계획된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합니다. 특히 설계사에게 계약 초기에 지급되는 선지급수수료는 상품 사업비에 반영된 계약체결비용의 100% 이내에서 집행하며, 설계사 유지관리수수료는 7년간 매월 계약체결비용의 0.8% 이내에서 지급할 수 있게 됩니다. 공통비는 계약체결비용의 약 19% 이내에서 집행 가능합니다. 설계사 보수는 판매채널, 공통비 집행여부 등에 차이 없이 누구나 동일한 한도를 적용받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상품별 판매수수료를 비교하고 본인에게 적합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판매수수료에 대한 정보공개도 강화합니다. 개별 상품의 판매수수료율 등을 소비자가 비교할 수 있도록 판매수수료 정보를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비교·공시하며, 선지급 수수료 비중과 유지관리 수수료 비중 등도 세분화하여 공개합니다. 이미 상품별 비교설명이 의무화되어 있는 500인 이상 대형 보험대리점(GA)은 설계사가 비교설명시 상품별 판매수수료의 등급과 순위를 설명하도록 하고, 계약체결이 가능한 다수 보험회사의 목록을 제공하며 소비자가 선택한 보험사 상품을 비교·설명 대상에 필수적으로 포함시키도록 설명 과정을 강화합니다. 가령 상품별 판매수수료는 5단계로 구분(매우높음-유사상품 평균 130% 이상, 높음-110~130%, 평균-90~110%, 낮음-70~90%, 매우낮음-70% 미만)해 제시합니다. 또 건전한 판매환경 조성을 위해 보험대리점(GA)이 소속 설계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에 대해서도 1200% 규칙을 확대 적용합니다. 1차연도 수수료 외 설계사 정착지원금·시책 수수료 등도 적용합니다. 보험대리점(GA)의 내부통제 조직·인력 등 운영비용은 일정한도(월 보험료의 3%) 내에서 1200% 규칙 적용을 제외합니다. 보험사가 계획된 범위 내에서 사업비를 적정하게 집행·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의 법령 위임근거를 명확히 해 사업비 과다 집행시 실질적인 제재가 가능하도록 합니다. 특히 선지급 방식의 과도한 판매수수료 지급으로 판매수수료와 해약환급금이 납입보험료보다 많아지는 차익거래 방지를 위해 차익거래 금지기간을 현행 1차연도에서 보험계약 전기간으로 확대합니다. 금융위는 &'이번 판매수수료 개편으로 무엇보다 보험계약 유지율이 제고될 것으로 예상되며, 계약자 입장에서는 계약 유지관리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한 계약 만족도 상승과 부당승환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감소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금융위는 개편 작업을 위한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해 이달 초 규정변경예고를 진행하며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3분기 중 규정 개정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당국은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으로 판매채널 운영방식이 달라지고 설계사 소득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개정 규정에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개정 규정을 시행할 계획이며, 유예기간 중 불건전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히 조치할 방침입니다. 새로운 판매수수료 체계의 안착 정도를 살펴 판매전문회사 도입 등 2단계 판매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차명으로 뒷돈까지 '꿀꺽'…금감원, GA 위법행위 적발·제재
등록일2024.07.16
타 GA 이직 관련 경유계약 및 수수료 부당지급 금지 위반사례 [사진=금감원] 법인보험대리점, GA 영업현장에서 &'경유계약&'과 &'수수료 부당지급&' 금지 위반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4년간 부과된 과태료만 35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오늘(16일) &'GA 영업질서 확립을 위한 주요 위법행위 및 제재사례&'를 통해 금감원 검사에 적발된 경유계약과 수수료 부당지급 금지 위반사례를 안내했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타 GA로 이직을 앞둔 설계사 A는 기존 소속을 유지한 채 이직할 GA 소속 설계사 B의 명의로 신규 모집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기존 소속 GA로부터 받을 수수료(유지수수료)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실제 보험계약을 모집한 설계사가 아닌 다른 설계사의 명의를 이용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유계약&'에 해당합니다. 현행 ?보험업법? 제97조 제1항 제8호에서는 이러한 경유계약을 불법행위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후, 이직 대상 GA는 자사에 소속되지 않은 설계사 A에게 신규 모집계약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수료 부당지급&' 금지를 위반한 겁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설계사?GA 등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가 보험 모집업무를 제3자에게 하게 하고 관련 모집수수료 등을 지급할 수 없습니다. 컴슈랑스 영업에서도 부당 행위가 적발됐습니다. 법인 CEO를 대상으로 하는 컴슈랑스 영업은 CEO의 자녀 등 특수관계자를 설계사로 위촉하고 해당 특수관계자에게 법인영업건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의 영업입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GA가 설계사 자격이 없는 CEO의 자녀 등에게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유계약과 수수료 부당지급 금지 위반에 대해서는 위법 부당의 정도에 따라 금전제재 등이 부과됩니다. 경유계약의 경우 위반 1건당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고, 등록취소 및 6개월 이내 업무정지 등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수수료 부당지급의 경우 위반 1건당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고, 시정·중지·게시명령 등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지난 4년간(&'20~&'23년) 경유계약 및 수수료 부당지급과 관련하여 GA에게는 등록취소, 과태료 총 35억원 등이 부과되었고, 소속 임직원에게는 해임권고, 감봉 등, 설계사에게는 등록취소, 업무정지(30~90일), 과태료(20~3,500만원) 등이 부과되었습니다. 금감원은 GA 영업현장에서 지속·반복적으로 발생할 만큼 만연한 경유계약 및 수수료 부당지급 등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일체의 관용 없이 엄정한 제재조치를 부과할 계획입니다. 특히, 기관제재(GA 영업정지 등)를 강화하여 소속 설계사에 대한 GA의 관리책임을 보다 엄중히 묻는 한편, 의도적인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등록취소 부과 등 제재수준을 대폭 강화해나갈 예정입니다. 금감원은 &'만약, 보험가입을 상담했던 설계사와 청약서상 기재된 설계사의 이름이 상이하다면 해당계약은 경유계약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보험소비자께서는 청약 시 받은 명함, 서류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라면서 &'컴슈랑스 영업이나 브리핑 영업 등의 경우 보장성보험을 마치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판매하는 등 불완전판매 우려가 큰 만큼 가입상품의 종류, 보장내역 등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라고 당부했습니다.
[취재파일] 우리 학교 수업과 평가, 어디까지 변화할 수 있을까
등록일2023.06.10
앞서 국제 바칼로레아를 도입한 대구 포산고등학교 3학년 교실의 모습을 통해 IB 교육의 특징을 살펴봤습니다. 기존 고3 교실과는 확연히 다른 수업 방식을 택하고 있어서 차이점이 잘 드러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초등학교와 중학교 IB 교육은 하루 수업을 통해, 특히 영상으로 차별화 지점을 드러내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취재파일] 토론 수업으로 대학 간다…IB가 뭐길래 질문을 만들어보자…초등학교 교실의 변화 먼저, 대구 영선초등학교를 가볼까요? 1층 복도에 IB 초등학교 프로그램 (PYP/ Primary Years Programme) 을 안내하는 커다란 표가 붙어있었는데요, 교육 목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 대구 영선초등학교 PYP 목표 6학년 수업에 들어가봤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는데요, 한눈에 수업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학생들이 적어 놓은 질문을 보니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과정임이 분명했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통해 민주주의 체제를 받아들였다가 다시 독재로 돌아간 나라가 있을까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을 당시부터 (사회가) 바로 달라졌을까? 공산주의에선 민주주의를 어떻게 볼까? 챗GPT 시대에는 질문을 잘 해야한다는데, 학생들은 흥미로운 질문들을 생각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학생이 관심을 보인 주제어를 좋은 질문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하며 이끌어줬습니다. 박광수 / 대구 영선초등학교 교사 전에는 제가 알고 있던 걸, 제가 생각하고 있던 걸 애들한테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었죠. 근데 지금 수업할 때는 제가 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줄이려고 하거든요, 필요한 안내만 하고. 수업 시간에 애들이 계속 자기 생각을 많이 하도록 하는 게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수업 주도권이 교사에게 있다가 학생에게 간다는 게 저도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몰랐거든요. 계속 저는 교사 중심으로 계속 제가 말을 하고, 제가 준비한 내용을 애들한테 어떻게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내가 뭔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애들이 내가 이야기한 것, 자기들이 탐구한 것들을 스스로 어떻게 이해할까, 스스로 이해한 걸 어떻게 말할까, 거기에 계속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요. 수업의 주체가 교사가 아닌 학생이라는 설명, 어쩌면 국제 바칼로레아가 추구하는 수업의 핵심일지 모릅니다. 박광수 / 대구 영선초등학교 교사 IB 수업을 하면 그 내용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사실이나 개념을 보는 눈, 렌즈 개념으로 애들에게 이해하도록 가르치거든요. 그 개념으로 사실을 이해를 하면 얘들이 집에 가서든 나중에 성장해서 어른이 돼서든 자기들이 보는 사실이나 주제, 주변 상황들을 자기들이 이해한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더 활용력이나 적용력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교사 입장에서는 수업이 더 힘들어진 거 아닌가요?) 아, 힘듭니다. 힘들다는 이야기 하면 안 되는데, 많이 힘듭니다. 정말 힘듭니다. 왜 힘드냐면 전에는 가르쳐야할 내용이 정해져 있으니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까', 이걸 많이 고민을 했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내용에서 애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얘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내용, 방법, 나중에 적용까지 다 생각을 해야 되니, 더 힘들다고 해야 할까요. 많이 고민이에요. '유레카'의 순간을 위해…개념을 이해하고 답을 찾아가자 대구 포산중학교를 방문했을 땐, 문학 작품의 관점을 배우는 국어 수업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청자, 화자, 주제 같은 제시어를 놓고 모둠별로 다양한 주제문을 만들었는데, 수업이 끝날 때쯤 교사는 이들이 만든 주제문을 앞서 읽었던 문학 작품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제안했습니다. 학생들은 지난 3주간 읽었던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과 기형도의 시 '엄마 걱정', 나희덕의 시 '귀뚜라미'에 각자 만든 주제문을 적용해 작가와 독자의 관점에 대한 분석을 해냈고, 선생님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동백꽃은 1인칭 주인공 시점, 주제는 사춘기 소년소녀의 순수한 사랑, 토속적·해학적이라고 밑줄 치면서 국어를 배웠던 저로서는 개념 이해로부터 출발해 답을 찾아가는 새로운 방식의 수업에 완전히 빠져들어 학생들이 마지막 해답을 찾아냈을 때는 '유레카!'라고 속으로 외쳤을 정도였습니다. 김연진 / 대구 포산중학교 교사 이 수업이 한 달 정도가 걸리는 수업이거든요. 처음과 중간과 끝이 있어요. 처음 부분에서 아이들이 개념어, 이 낯선 단어들에 대해서 본인들이 직접 생활을 적용해서 연계를 시켜보고, '이 개념이 뭐지' 라는 것들을 관계도 맺어보고, 집중도 해보는 단계를 거쳤어요. 중간 부분에선 보통 학교에서 흔히 하는 '시의 주제가 뭘까' '표현법이 뭘까'라는 것들을 모두 다 거쳐갑니다. 다만 그 사실들을 학습한 걸 가지고 일반 학교에서 하지 않는 '결론맺기'를 하는 게 다르다고 생각해요. 보통은 분절적으로 작품을 보고나서 주제는 뭐다, 시 따로, 소설 따로이거든요. 그래서 국가교육과정의 성취 기준은 '말하는 이의 관점을 수용해서 작품을 판단하고 감상한다'는 건데, 그거를 연계시키지 못해요. 사실 20년 동안 수업을 하면서 (예전엔) 저도 그렇게 안 했었고요. 그런데, 마지막에 결론짓는 오늘의 과정이 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아이들이 귀납적으로 스스로 탐구하는 과정이고, 이 결론을 가지고 내가 배운 소설 '동백꽃'이, 혹은 내가 배운 '귀뚜라미' 시가, 앞으로 이 작품이 아니더라도 세상 밖에 나갔을 때 항상 말하는 이의 관점을 세우라는 원리를 가지고 세상을 사는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단계가 가장 재미있고 가장 의미 있고 짜릿한 수업의 한 파트라고 생각해요. 오늘 이 시간의 '유레카'를 위해 지난 한 달 동안 과정을 쌓아왔다는 설명입니다. 우리나라도 2015 교육과정부터 학생 참여 수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이렇게 학생이 한 단계 한 단계 생각을 발전시키도록 시간을 들이고, 또 해답을 찾도록 기다려주는 수업은 결코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김연진 / 대구 포산중학교 교사 전체 수업을 모두 이렇게 열린 탐구로 가져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 그게 반드시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희가 열린 탐구를 할 때는 반드시 아이들에게 기반을 깔아줘야 됩니다. 근데 그 기반 없이 무조건 열린 탐구를 한다는 건 내 생각만 말하고 내 감상을 얘기하는 건 수업이 아니에요. 그래서 열린 탐구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밑작업을 정말 많이 해야 됩니다. 보통 IB에 대한 오해는, 그런 밑작업이 없다고 생각하시죠. 그렇게 되면 수업이 불가능합니다. (직접적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돌아가는 길이 더 효과적인가요?) 물론입니다. 왜냐면 직진해서 결론이 보일 때 아이들은 생각하지 않아요. 그 결론이 바로 주어지면 내 것이 아니거든요. 근데 돌아 돌아가는 그 길을 통해서는 본인이 스스로 간단 말이죠. 내가 가는 길이에요. 내가 가는 길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을 저기까지 스스로 가봤어'가 중요한 거예요. 아까 마지막에 대답했던 친구 있잖아요. 번쩍 손 들고 '그 시점을 여기 넣으세요' 했던 친구요. 일반적인 전통식 수업을 할 때는 굉장히 오래 앉아 있기 좀 힘들어하는 친구예요. 그런데, 이 친구가 굉장히 관찰력이 있어요, 예리해요. 그래서 본인이 '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라고 번쩍 손을 들잖아요. 이런 부분이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가는 길을 제시하는 보람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너무 고마웠어요. 특별히 예쁜 자세를 보여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걸 해내는데 너무 감사했습니다. 수업과 평가의 일치…논술·구술평가 절반 이상 수업 방식은 그대로 평가로 이어집니다. 객관식 문제와 간단한 서술형 문제가 출제되는 중간.기말고사가 있고, 논술/구술형으로 진행되는 수행평가 (IB에선 총괄평가라고 부릅니다)도 있습니다. 지금까진 50:50으로 책정하고 있지만, 앞으로 학생과 교사의 적응도가 높아지면 논술/구술형 평가 비중을 60%로 더 높일 계획입니다. 김연진 / 대구 포산중학교 교사 애들이 써놓은 결과물만을 보시면 '중학교 2학년이 이렇게 긴 글을 쓴다고? 너무 어려운 거 아니야? 애들이 이거 못하지' 라고 생각하세요. 중간 단계를 못 보셨기 때문에 그래요. 이런 평가를 가져가기까지 평가를 배우게 하는, 역량을 길러주는 '형성평가' 단계가 있어요. 형성평가는 보통 수업하고 나면 끝날 때 '애들아 이거 답 뭐지 1, 2, 3 중에 골라봐' 해서 한두 문제 주는 게 형성평가였던 적이 있었죠. 근데, 우리 형성평가는 총괄평가에 나오는 문항 패턴을 연습시키는 거예요. 오늘 보셨던 이 진술문을 가지고 아이들이 배운 작품을 가지고 근거를 찾게 하는 과정을 훈련시켜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기회를 가집니다. 이 기회를 가지고 제가 '이런 부분을 이런 방향으로 수정해봐야 되지 않겠니?' 라는 피드백을 줍니다. 모든 아이가 자신의 수준에 맞는 피드백을 받고 거기서 한 단계로 올라가는 거예요. 아이들이 혼자 외롭게 두지 않아요. 저희가 함께 가기 때문에, (다른) 학생만 함께 가는 게 아니라 저희도 아이들과 함께 갑니다. 그래서 그 과정을 저는 한 번 맛본 사람이라서 이걸 놓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힘은 들지만, 그게 너무 보람이 있고 즐거운 거죠. 아이들이 성장하는 걸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수능 시험에도 논술/서술형 문제 출제할 수 있을까 수업에서도, 평가에서도 학생들이 단순히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라고 던져지는 게 아니며, 학습과 평가를 위한 체계적인 틀이 잡혀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논술/구술형 평가는 교사 (또는 채점자)의 주관적인 관점이 작용해 공정하지 못하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대입 수능 시험에 논술/서술형 문제를 포함시켜야한다는 강력한 요구에도 지금껏 아무런 변화가 없었는데, 학생과 교사가 IB 교육처럼 체계적인 준비과정을 거친다면 우리도 대입 시험에 논술/서술형 문제 출제를 포함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B 프로그램, 사교육 열풍 부추길까? 그렇다면, 이런 수업과 평가 방식에서 사교육은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대입 논술 시험도 속성 과외로 준비가 가능한데, IB 수업도 학원이나 과외를 받으면 최고 성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IB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학원은 다니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들 학교가 대구의 8학군이라는 수성구처럼 뜨거운 교육열로 유명한 지역에 위치하지 않아 학생들이 사교육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있겠지만, 영어나 수학 외에는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대답이 많았습니다. 박주연 / 대구 영선초등학교 6학년 영어 학원은 가는데 수학 학원은 안 가요. (수학도 탐구하는 형태로 배워서 그런가요?) 수학도 혼자서 푸는 게 아니라 모든 친구들이랑 대화해가면서 내가 부족한 거나 모르는 거를 공유하고 알려주면서 하면 내가 조금 더 얻는 게 많고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학원의 필요성을 느끼진 않나요?) 제가 모르는 게 있더라도 모든 친구들이나 저희 반 친구들한테 서로 자기가 얻은 것을 공유해가면서 하면 내가 한 것보다 1.5배 정도는 더 많이 얻게 되니까 뭔가 그 친구들끼리 서로 공유해가면서 (공부)해서 학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유지수 / 대구 포산중학교 2학년 시험을 보면 원래 객관식이 대부분인데 (첫 번째) 수행평가를 칠 때 객관식 말고 서술형밖에 없었거든요. 그 부분에서 좀 어려움을 좀 느꼈어요. (두 번째 수행평가부터는 괜찮았나요?) 처음 했던 것보다 좀 더 익숙해지고 거기에 대해서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까 성장해 나간 것 같아요. 이예은 / 대구 포산중학교 2학년 (IB 수업이) 처음에는 조금 어려웠는데 계속 하다 보니까 점점 더 발전하고, 지금은 괜찮아요. (학원은 다니나요?) 수학이랑 영어 학원 다녀요.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드나요?) 처음에는 이게 필요한가 생각을 했는데 지금 계속 해보니까 더 어휘력도 늘고 더 좋아져서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대구와 제주 IB 프로그램의 경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선 모든 과정이 우리말로 진행되는 것이 사교육 압박을 덜 느끼는 이유일 수 있습니다. 이들 IB 프로그램도 고등학교 디플로마 과정엔 반드시 영어로 두 가지 영역을 이수해야 하는데, 이미 수도권 사교육 시장에선 IB 프로그램 지원자를 위한 특별 영어 코스가 등장했습니다. IB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제 학교에서도 과외를 받는 학생들이 있는데, 빠른 속도로 많은 문제를 풀어야하는 지필고사가 아니기 때문에 사교육으로는 큰 효과가 없었다고 말하는 학부모들도 있었습니다. IB 학교 성적표는 이런 모습 마지막으로, IB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학생들의 성적표를 살짝 보여드리겠습니다. 제가 지난 글에서 고교 IB 디플로마 과정의 학생부 반영이 궁금했지만, 학생부 샘플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적었더니 한 독자분이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됐던 샘플을 보내주셨습니다. 좋은 자료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특히 취재 때 만났던 대구 포산고등학교 박지영 선생님이 작성하신 자료여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대구 영선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제공하는 성적표도 살짝 보여드리겠습니다. '학생 배움 성장보고서'라는 이름의 성적표에는 평가 기준과 시험 문제, 학생의 답변에 대한 채점과 교사의 최종 의견이 들어있는데, 이를 받아본 학부모의 조언까지 담겨 학생의 종합적인 성장 일지가 완성됐습니다. ▲ 대구 영선초등학교 학생 배움성장보고서 IB 프로그램이 우리 학교에 가져온 가져온 수업과 평가 방식의 변화를 지금까지 말씀드렸는데요, 각 시도 교육청은 물론 교사들도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IB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공교육의 변화, 특히 잠자는 교실을 깨울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연구와 관심이 이어져서 반드시! 우리 교육을 학생 중심으로 바꾸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