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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판 '호텔 델루나' 넷플릭스로…'그랜드 갤럭시 호텔', 이도현·신시아·이수혁·이수현 출연 확정 남성판 '호텔 델루나' 넷플릭스로…'그랜드 갤럭시 호텔', 이도현·신시아·이수혁·이수현 출연 확정 등록일2025.10.13 넷플릭스가 새로운 시리즈 '그랜드 갤럭시 호텔'의 제작을 확정하고, 배우 이도현, 신시아, 이수혁, 이수현의 캐스팅을 공개했다. '그랜드 갤럭시 호텔'은 최상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영혼들을 위로하는 '그랜드 갤럭시 호텔'에 새롭게 등장한 사장과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는 당돌한 인간 호텔 지배인이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지난 2019년 tvN에서 방영됐던 아이유, 여진구 주연의 '호텔 델루나'의 남성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랜드 갤럭시 호텔'의 이야기는 죽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위령 호텔 중 전 세계 최상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그랜드 갤럭시 호텔'의 사장이 실종되면서 시작된다. 호텔로 찾아온 귀신들의 각기 다른 사연과,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펼쳐지는 비밀스런 사건 속 다채로운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그랜드 갤럭시 호텔'의 제작진 조합도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드라마 '쾌걸춘향'부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환혼' 등 다채로운 캐릭터와 독특한 세계관으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아온 홍자매(홍정은X홍미란) 작가가 각본을 썼다. 또 드라마 '닥터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타트업', '무인도의 디바' 그리고 넷플릭스 시리즈 '멜로무비?'로 감성적인 연출과 세련된 영상미를 선보여온 오충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특히 '호텔 델루나' 이후 다시 의기투합한 작가와 감독의 만남은 '그랜드 갤럭시 호텔'에 팬들의 큰 관심이 쏠리는 또 하나의 이유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과 '더 글로리', 영화 '파묘'?, 드라마 '오월의 청춘', '멜랑꼴리아', '나쁜엄마' 등의 작품에서 탄탄한 연기력과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대세 배우로 자리 잡은 이도현이 갑작스레 사장이 사라진 '그랜드 갤럭시 호텔'에 부임한 새로운 사장 '은하' 역을 맡아 활약한다. '은하'는 비밀스러운 과거와 까칠한 성격을 지닌 인물로,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실종된 '그랜드 갤럭시 호텔' 사장의 빈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이도현은 '호텔 델루나'에 이어 다시 한 번 홍자매 작가X오충환 감독과 재회하게 됐다. '그랜드 갤럭시 호텔' 직원 중 유일한 인간인 호텔 지배인 '상순'은 신시아가 연기한다. 영화 '마녀 2'?로 강렬한 데뷔를 알린 신시아는 영화 '파과',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을 통해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상순'은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고객들을 관리하고, 귀신들과도 '저세상' 친화력을 자랑하는 캐릭터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을 예정이다. 드라마 '고교처세왕',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내일', '우씨왕후', 영화 '파란' 등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이수혁은 악귀의 잔재를 청소하는 사신 '백기' 역으로 분한다. 자유분방한 매력을 지닌 '백기'를 이수혁만의 스타일로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가 모아진다. 스산하고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는 미스터리한 여인 '석산'은 이수현이 맡았다. 드라마 '가족계획'에서 과감하고 거침없는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이수현이 보여줄 '석산'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진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강선애 기자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꼬꼬무 찐리뷰] 100억대 자산가 부모 죽인 패륜아 박한상…범행 직전 성매매 업소까지 방문 '경악' [꼬꼬무 찐리뷰] 100억대 자산가 부모 죽인 패륜아 박한상…범행 직전 성매매 업소까지 방문 '경악' 등록일2025.08.22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21일 방송된 '오버킬의 살인마-강남 대저택 부부 살인 사건'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그룹 에이핑크 멤버 박초롱, 배우 최태준, 박호산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가해자의 변호인 이건 1993년도에 10대들이 뽑은 '한국의 100대 스타'야. 오늘 '꼬꼬무'에 이 100명의 스타 중에 한 분이 직접 출연해. 바로 38위, 황산성. 이분의 직업은 변호사인데, 평범한 변호사가 아니야. 스펙이 어마어마 해.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해 20대엔 판사, 30대엔 국회의원, 40대엔 환경부 장관을 지냈어. 그리고 당시 최고 시청률을 자랑한 법륜 자문 프로그램의 진행자이기도 했어. 그야말로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이자 여성들의 워너비야. 그런데 황 변호사 프로필에 좀 독특한 이력이 하나 있어. 지금으로부터 31년 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최악의 범죄자의 변호를 맡았거든. 왜 일까? 지금은 미국에 있는 황산성 변호사에게 직접 들어봤어. 내가 살인사건을 많이 한 셈인데요. 왜 그런 사건을 맡았느냐 하고 제 3자들이 비난하기도 했고요. 심지어 목사님까지도 그렇게 비난한 사람이 있었어요. 가해자 변호를 맡았죠. 누가 맡아달라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게 끔찍한 일을 어떻게 함부로 할까 해서. 만나면 전도할 생각이었죠. 이거 한 번 뒤집어서 사람을 만들어 볼까 했는데요. 진짜 나쁜 놈이야. 섬�하잖아. 섬�하니까 내가 안되겠다 싶어서 '이 사건 더 이상 맡을 수 없다' 그만두기로 했죠. 아주 잔인한 놈이야. 기가 차. -황산성, 당시 사건 피의자 변호 죄를 뉘우치게 하려고 어떤 가해자의 변호를 자처했다가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 손절했다는 거야. 도대체 어떤 범죄자길래, 당대 최고의 변호사마저 등을 돌린 걸까. 오늘은 당대 최악의 범죄로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어떤 '1호'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게. ▲ 100억 대 자산가 부부의 죽음 때는 1994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이야. 그때도 삼성동은 최고의 부촌이었어. 그룹 총수, 연예인, 정재계 인사들까지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사는 한국의 베버리 힐스였어. 그중에서도, 주민들 사이 꿈의 궁전이라 불리는 집이 하나 있었어. 바로 이 집이야. 프라이빗 정원을 품은 3층짜리 단독주택. 실내 평수만 무려 150평이야. 당시 이 집의 가격은 얼마일까? 참고로 이때 강남의 33평 아파트가 1억 5천만 원 정도였어. 근데 이 집은 당시 가격 9억 원. 강남 아파트 6채와 맞먹는 거야. 현재 시세로 따지면 300억 정도래. 이런 곳에서 사는 기분은 어떨까? 그런데 이 집이 사정상 한 달째 비워져 있는 상태였는데, 언제부턴가 이 집 지하실에서 웬 부부의 말소리가 계속 들려. 마치 영화 '기생충'처럼 말이야. 빈 대저택 지하실에 사는 수상한 부부. 이들이 타는 차량은 각 그렌저야. 그 시절 최고의 럭셔리 자동차지. 이걸 지하실에 사는 부부가 탄다니, 좀 이상하지? 그 부부의 사진이야. 아내 조 씨는 평범한 가정주부고, 남편 박 씨의 직업은 한약사야. 한약재로 유명한 시장에서 규모가 제일 큰 한약방을 운영하고 있었어. 또 우연히 뛰어든 한약재 유통사업이 대박 나서, 최근엔 '박 지부장'이라 불렸어. 회원만 3천 명이 있는 전국 한약사 모임에서 서울시 지부장에 당선된 거야. 그렇게 부와 명예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모은 자산이, 당시 돈으로 100억 원. 지금으로 치면 1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부자야. 근데 100억 대 자산가 부부가, 대체 왜 지하실에 살고 있는 걸까? 사실 이들은 이 주택의 주인이야. 근데 왜 멀쩡한 1, 2층을 두고 지하실에 사냐면, 한달 전에 이 집에 도둑이 들어서 지상층 전체에 보안 시스템 공사를 하느라 어쩔 수 없이 지하 생활을 한 거야. 그러던 어느날, 이들 앞에 엄청난 비극이 찾아왔어. 새벽 1시 30분. 119에 삼성동의 3층 단독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 전화가 접수됐어. 바로 박 씨 부부의 집이었어. 신고접수 후 119는 빠르게 출동했고, 다행히 불은 20분 만에 꺼졌어. 화재 다음날 현장. 외관은 폭격을 맞은 듯 하고, 지상층 전체에 남아있는 게 없는 상황이야. 지하층 역시 전소나 마찬가지고. 150평 꿈의 주택이 하룻밤 사이 잿더미로 변했어. 그럼 박 씨 부부는 어떻게 됐을까? 부부는 안타깝게도 빠져나오지 못했어. 그 지하실에서 까맣게 탄 시신으로 발견됐어. 한밤중에 난 불로, 100억대 자산가 부부가 사망했어. 그럼 화재 원인은 뭐였을까? 부부가 임시로 생활하던 지하실 구조도야. 이날 부부는 안방 장롱 앞에서 엎드린 채 발견됐어. 보통 주택 화재 현장에선 시신이 창문이나 문쪽에서 발견되곤 하는데, 부부는 문의 반대 방향에 엎드러져 있었어. 불이 났을 때 부부는 이미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는 거야. 아니나 다를까. 시신이 병원으로 옮겨지고 얼마 뒤, 이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를 맞게 돼. ▲ 화재 사건이 살인 사건으로 같은날 새벽, 강남경찰서. 강력2반 조상복 형사가 당직을 서고 있는데 부부의 시신이 이송됐던 병원 영안실 쪽에서 전화가 걸려왔어. 조 형사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게. 화재 사건이고 사체가 두 구가 발견됐는데, 강남 의료원 영안실에 사체 두 구를 이송했다고 우리는 보고만 받았어요. 그래서 우리는 이제 당연히 화재사건으로써 관여를 안하고 있는데, 영안실 직원이 놀래 가지고 '사체에서 피가 난다'고… 그래서 '어? 피났다' 하는 소리를 듣고 우리 강력반에서 '어? 이거는 이상하다' 해서 바로 병원 영안실로 갔죠. 가서 사체를 뒤집어 보니까, 칼 찔린 부분이 벌어져서 피가 철철철 흐르고 있더라고요. 아, 이거는 살인사건이다... -조상복, 당시 강남경찰서 형사 새까맣게 탄 부부의 시신에서 칼에 찔린 흔적이 발견된 거야. '탄화 시신', 시신이 숯처럼 굳은 상태를 말해. 부부는 탄화 상태로 영안실에 옮겨졌어. 근데 수축된 피부가 온도변화로 서서히 이완되면서, 육안으로 보이지 않던 자상이 뒤늦게 발견된 거야.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어. 화재 감식 결과, 지하실에서 휘발유가 발견됐어. 누군가 부부의 집에 불을 지른 거야. 엽기적인 살인사건 소식입니다. 100억 대 자산가로 알려진 한약협회 서울지부장 부부가 흉기에 찔린 채 불에 타 참혹하게 숨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사고 직후 단순 화재 사건으로 처리했으나, 사건 발생 2시간 만에 이뤄진 검시 결과 박 씨 부부가 예리한 흉기로 찔린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곧바로 수사팀이 꾸려지고, 부부의 시신은 부검을 위해 국과수로 옮겨졌어. 형사들도 범인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어. 먼저 형사들은 금품을 노린 강도살인에 무게를 뒀어. 한달 전에도 이 집에 도둑이 들었었잖아. 이번에도 부잣집을 노린 강도가 침입해서 부부를 살해하고, 증거 인멸을 위해 불까지 질렀다 생각했어. 근데, 막상 범죄 현장에 갔더니 1층에 금고가 그대로 있어. 현금, 수표, 다이아몬드 반지까지도 전부 그대로 있었고, 뒤진 흔적도 없어. 범인을 돈이 아닌, 두 사람을 노렸을 가능성이 커졌어. 그리고 부검 감정서가 나왔는데, 그걸 본 형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먼저 남편의 시신에선 안면부, 복부, 등을 포함해 총 51군데의 자상이 발견됐어. 특히 남편의 심장은 구멍이 뻥 뚫릴 만큼 집중적으로 찔린 흔적이 보였대. 그 횟수만 무려 18회였어. 부인의 시신에선 총 46군데 자상이 발견됐어. 그 중에서도 턱 아래 목 쪽을 집중적으로 찔렀어. 이 정도면 머리가 분리되지 않은 게 기적일 정도래. 두 사람은 총 100여 차례의 다발성 자창, 즉 '오버킬'로 살해됐어. '오버킬'은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이상의 과도한 살해 행위를 말해. 이런 식의 오버킬이 나왔다면, 어떤 경우일까? 이건 용의자 특정에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어. 우선적으로 오버킬이 나타나는 이유 중에는 감정적 요소인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에 대해서 원한 또는 치정, 얽히고설킨 금품 관계로 인해서 분노가 매우 크게 억눌려 있을 때 그것이 표출될 때, 피해자를 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은 거죠. 때로는 흥분과 격정에 휩싸여서 자기도 모르게 마구 흉기를 휘두르고 공격하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다만 그 경우에는 또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치명적이지 않은 손상이 무척 많이 발생합니다. 마구잡이식의 난자가 이루어지거든요. 반면 어떠한 한 지역에 상처가 몰려있는 현상, 그런 집중도가 높은 공격일 경우는 명확한 의식을 가진 채 목표 의식을 가지고 신체 특정 부위를 계속해서 공격한 겁니다. 단지 '싫다, 밉다, 저 사람이 나에게 부당한 행위를 했다, 저 사람 혼 좀 내주고 싶다', 이 정도로 행할 수 있는 범죄는 아니라는 거예요.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범인의 의도는, 죽이기만 하면 된다는 게 아니라, 부부에게 강한 증오와 적개심을 가졌을 경우가 높다는 거야. 부검감정서에 있는 남편의 손에는, 맨손으로 칼을 막다 생긴 방어흔이 있어. 어쩌면 그날 남편 박 씨와 범인 사이에 몸싸움이 있었을지 몰라. 이걸 바꿔 말하면, 범인에게도 상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거야. 이제 이 증거들을 가지고, 오버킬 살인마를 추적해 볼게. ▲ 살인마를 찾아라 형사들은 부부의 주변 인물들부터 조사했어. 근데 박 씨는 마당발이야. 조사할 사람이 어마어마하단 얘기지. 형사들은 시장 상인, 협회 관계자, 친척, 동네 주민, 하다못해 배달부까지. 강남 일대를 쥐 잡듯 뒤지며 발품 수사를 이어갔어.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듯이 계속 뒤지다 보니 어느 순간 수상한 사람이 보여. 사건 당일 부부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지하실 안방. 부부가 공사 때문에 지하실에서 기거했다고 했지? 근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좀 있었어. 알고보니 공사 지연 문제로, 담당자 A씨와 아내 조 씨 사이에 트러블이 있었어. 공사 현장에서 다툼이 있었다고 하니까 우리가 의심을 많이 했죠. 이런 부분에서 원한이 있지 않았나. -조상복, 당시 강남경찰서 형사 수상한 점은 또 있어. 사건 당일, 강제로 문을 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어. 범인은 이 집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부부가 지하실에 있다는 걸 알고 있을 사람일 가능성이 커. 마치 공사 담당자 A씨처럼. 그럼 A씨가 앙심을 품고 부부를 살해한 걸까? 근데 막상 A씨를 만나보니, 느낌이 영 아니야. 물론 감정이 안 좋은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100여 군데를 찌를 만큼 원한이 깊지도 않고, 알리바이도 명확해. 그래서 이번에 형사들은 박 씨가 소속된 한약사 모임에 주목했어. 공교롭게도 박 씨가 서울시 지부장으로 당선된 건, 살인 사건이 있기 일주일 전이었어. 형사들은 박 씨의 당선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범행을 저지른 건 아닐까, 가설을 세웠어. 그런데 협회 사람들 반응이 의외야. 지부장은 명예직이라 그리 대단한 게 아니래. 출마라고 할 수 없어요. 그냥 원로들이 모여서, '이번에는 박 회장 한 번 시키자'. 그날 43명이 모여서 회의를 했는데, 그날은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협회 관계자 그래도 혹시 몰라 조사를 해봤지. 그랬더니 역시나 아무것도 안 나와. 형사들이 그렇게 고생했는데 건질 게 없어. 그런데 형사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대. 오히려 심증을 더 굳혔다는 거야. 사실 이유가 있어. 형사들이 쫓던 용의자가 한 명 더 있었거든. 그런데 이 정체가 정말 충격적이야. ▲ 뜻밖의 용의자 세 번째 용의자의 실체가 드러난 건, 사건 다음 날인 5월 20일. 이른 아침 한 남자가 병원 응급실에 들어왔어. 이 남자의 행색이 말이 아니야. 머리는 부스스하고, 옷 여기저기 그을린 흔적이 보여. 팔과 종아리엔 진물까지 흐르고 있어. 어디서 다쳤냐고 물으니 이렇게 말해. 어제 새벽에 집에 불이 나서, 거기서 빠져나오다가 데었어요. 어제 불이 난 집. 맞아 박 씨 부부의 집이야. 그 집에서 탈출하다가 화상까지 입은 남자. 누굴까? 사실 사건이 벌어진 그날, 박 씨 집엔 한 사람이 더 있었어. 미국에서 유학 중인 박 씨 부부의 아들이야. 이름 박한상. 나이 스물셋. 얼마 전 방학을 맞아 귀국한 아들은, 사건 당일 부모와 함께 지하실에 있었어. 그럼 이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인물이잖아? 근데 막상 조사를 해보니 좀 이상해. 아들의 진술은 이랬어. 그날 아들은 안방 맞은편인 작은 방에서 자고 있었대. 그러다 새벽 1시쯤 소변이 마려워 눈을 떴는데 안방에 불길이 치솟고 있더라는 거야. 그렇게 불이 났다면, 부모님의 안전을 먼저 확인해보려 하지 않을까? 그런데 아들은, 작은방 창문을 통해 혼자 탈출했어. 너무 큰 불이라 차마 엄두가 안 났대. 그렇게 나온 아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대. 엄마와 아버지는 100여 군데 자상을 입고 숨졌어. 맞은편 방에 있었던 아들은 그 사실을 몰랐을까? 아들의 대답이 좀 황당해. 제가 바이오리듬이 깨져서 초저녁부터 깊게 잠들었어요. 정말 아무 소리도 못 들었습니다. -아들 박한상 자기가 미국에서 와서 시차적응이 안돼 며칠 잠을 못 잤는데, 하필 그날 밤 9시부터 골아 떨어져서 세상 모르고 잤다는 거야. 아들을 조사한 조상복 형사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 꼬치꼬치 따져 물었어. 그러자 박한상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잠만 잔 자신을 탓하며 펑펑 울더라는 거야. 그래서 조 형사는 더 이상 캐묻지 못했대. 정황상 의심은 갔지만, 그래도 아들이 부모를 100번씩이나 칼을 찔러 살해했다? 믿기 힘들잖아. 저도 긴가민가 했어요. 설마 설마… 어떻게 아버지가 50여 군데 칼에 찔리고 엄마가 한 40여 군데 찔렸다? 이거는 정상적인 사람으로서 그럴 수 있겠느냐, 사실 이런 의구심이 있었어요. -조상복, 당시 강남경찰서 형사 이런 의심을 품은 건 조 형사 뿐만이 아니었어. 강력 1반 소속의 한상희 형사. 한 형사는 박 씨 부부의 친척들을 조사하고 있었어. 제가 고모부를 수사했는데요. 고모부는 우리 조카는 그런 애가 아니라고 하는데 고모가 약간… 올케가 그러는데 우리 조카가 너무 낭비가 심하다, 큰일났다고 걱정을 하더라는 거예요. 돈 문제 때문에 부모와 갈등이 있다는 걸 알아서 이제 거기에 대한 초점을 맞췄죠. -한성희, 당시 강남경찰서 형사 아들이 평소 돈문제로 부모 속을 그렇게 썩였다는 거야. 그러다가 장례를 치르고 천안 병천(장지)을 갔는데요 버스에서 내려서 가족들이 다 올라가는데 박한상이만 안 가고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거예요. -한성희, 당시 강남경찰서 형사 이건 사건 다음날, 현장 감식 때 찍힌 사진이야. 아들의 모습이 어때 보여? 전날 끔찍한 사고로 부모를 한꺼번에 잃었어. 넋이 나가있어도 모자랄 판에, 태연하게 현장을 둘러보더니 청소까지 하고 갔대. 그 모습이 영 께름칙했던 한 형사가 그때부터 이 아들을 예의주시 했던 거야. ▲ 결정적 단서 두 형사는 윗선에 이 사실을 보고하고, 아들이 수상하다고 수사해봐야 한다고 했어. 하나같이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야. 내가 의심이 간다고 말을 하니까 위에서는 '무슨 소리 하냐'. 자식이 부모를 어떻게 죽일 수 있냐 그렇게 잔인하게… 아들의 마음이 부모가 저렇게 비참하게 살해됐는데 왜 괴롭히느냐고 더 이상 건드리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조상복, 당시 강남경찰서 형사 당시만 해도 우발적 존속 살인은 가끔 있었지만, 계획적이고 잔인한 패륜 사건은 알려진 게 없었어. 두 형사가 잘못 짚은 거라면, 의심만으로도 유족들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조 형사와 한 형사는 몰래 수사를 계속 하기로 했어. 주변 탐문과 동시에, 아들의 뒤를 캐기 시작한 거야. 일명 '투 트랙 수사'. 조 형사는 본격적으로 감청을 하기 시작해. 사건 이후 박한상은 친척집에 머물고 있었어. 여자친구와 통화하는데, 느낌이 싸하더래. 감청을 걸었는데 전화 통화 내역서를 보니까 여자친구가 하나 있었어요. 통화하는 걸 보니까 부모가 그 정도로 돌아가셨으면 마음이 우울하고 전화를 안 해야 되는데, 여자친구하고 통화하는 걸 보면 전혀 그런 내색이 없어요. -조상복, 당시 강남경찰서 형사 이건 도저히 부모상을 당한 아들의 태도가 아니야. 그렇다고 범인으로 단정 지을 수도 없어. 갖고 있는 건 심증 뿐이니까. 사건 발생 4일 째 아침을 맞았어. 아주 뜻밖의 여성에게서 의미심장한 제보를 듣게 돼. 간호사가 전화가 왔어요. 형사님 빨리 와 보시라고. 형사님 이상합니다. 처음 왔을 때부터 좀 이상하던데. 머리에 피가 많이 묻어 있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머리에 상처가 있는 줄 알고 머리를 보니까 머리에 상처는 없는데 핏덩어리가 많이 있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어? 이상하다… 왜 머리에 피가 있었을까? -조상복, 당시 강남경찰서 형사 사건 직후, 아들의 화상 치료를 담당했던 병원 간호사가 제보를 해온 거야. 처음엔 탈출하다가 머리에 상처를 입었나 했대. 핏자국이 있는데 아무리 봐도 다친 흔적은 없었어. 어쩌면 이게, 피해자의 혈흔일 지도 몰라. 조 형사의 촉이 발동했어. 근데 당시 병원에선 화상 치료만 하고 돌려보내서, 대조할 혈흔이 남은 게 없었어. 그렇게 또 한 번의 찝찝함만 남은 채 병원을 나서려던 그때였어. 간호사가 이것도 단서가 될까요? 라며 뭔가를 얘기했는데, 조 형사의 머리에 스위치가 켜졌어. 드디어 결정적인 단서를 캐치한 거야. 간호사의 얘기를 들은 조 형사는 그 길로 박한상이 머무는 친척집을 찾아갔어. 조 형사는 박한상에게 말을 걸며 슬쩍 그의 종아리를 살폈어. 방어흔. 피해자와 범인 사이에 몸싸움이 있었다는 바로 그 상처가 박한상의 종아리에 있었어. 형사들이 박한상을 데리고 내 방으로 오게 그래서 그게 진료실이나 이런 데서 감정한 게 아니고 내 방에서 했습니다. 종아리에 있는 '치흔'을 감정하는데 종아리도 아주 튼실했고요. 치흔은 표피 박탈 정도가 아니고, 좌열상 찢어지는 거죠. -김종열, 사건 담당 법치의학자 간호사가 박한상의 종아리 쪽에서 누군가가 문 흔적을 발견했고, 그걸 의심한 형사들이 박한상 몰래 확인한 거야. 그럼 이 치흔, 누가 남긴 걸까? 엄마가 칼에 찔리면서 붙들고 종아리를 물었던 모양이에요. 종아리 치흔과 어머니의 치열이 일치했습니다. 살려달라고 자기 엄마가 다리를 잡고 애원하는데도, 그걸 또 무시하고 찌르고 엄마가 고통을 못 이기고 다리를 물어뜯는데도 찌르고 했을 때는 이미 인간의 심정을 다 포기한 상태죠. -조상복, 당시 강남경찰서 형사 이제, 박한상의 자백을 받아야 해. 이번엔 한상희 형사가 나섰어. 한 형사는 박한상을 집 밖으로 불러냈어. 박한상은 여전히 자신이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눈치야. 한 형사는 슬쩍 담배를 건네며, 왜 그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거야? 라고 물었어. 그러자 훅 들어온 질문에 박한상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해. 이때다 싶은 한 형사는 그간 수사한 내용을 들이 밀며 추궁해.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박한상이, 드디어 얘기를 시작했어. ▲ 오버킬의 살인마 한약협회 서울지부장 박 씨 부부 살해 방화 사건은 박 씨의 맏아들이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박 씨의 맏아들 박한상 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 받고 증거를 확보해서 오늘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박한상은 곧장 경찰서로 연행됐어. 경찰서에 몰려든 취재진들. 박한상은 고개를 돌리며 카메라를 피하기에 급급했어. 취재진들이 부모를 죽인 이유, 흉기로 그렇게 많이 찌를 이유를 묻자 박한상은 이렇게 대답했어. 저도 그건 기억이 안나요… 아무 정신이 없었어요. -박한상 집 인근 공터에서 범행에 쓰인 칼이 발견되고. 갈아 입은 옷에선 아버지의 혈흔이 발견됐어. 부부에게 무려 100여 차례 칼을 휘두른 오버킬 살인마. 바로 아들 박한상이었어. 한 형사는 31년이 지난 지금도, 자백을 받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 여전히 섬뜩한 기분이 든대. 자백조서 받을 때 담배도 주고 '이야기를 사실대로 해라' 했더니, 그 정신머리 나간 놈이 여자친구한테 전화 한 번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여자친구한테 전화를 해 달라고 하는 거 보니까, 정신머리가 완전히 제대로 박히지 않은 애라는 것을 느꼈죠. 반성도 안 하고 성공 못했다는 그런 느낌만 있는 거예요. 웃고 그러더라고요. 여자친구와 통화하며. 내가 잘했으면 (완전범죄가) 됐는데, 잘못했다는 실패한 인생을 하고 있지. 반성의 의미가 1도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얘가 무서운 애구나.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어요. -한성희, 당시 강남경찰서 형사 차라리 변명이라도 했으면 나았을텐데, 오히려 완전범죄를 저지르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대. 그런 모습을 보며 한 형사는 인류애가 부서지는 기분이었대. ▲ 아들의 범행 동기 오버킬은 오랜 시간 쌓아온 분노와 증오의 표출이라고 했잖아? 대체 박한상은 왜 부모의 목에 칼을 겨눈 걸까? 남부럽지 않은 재력가 집안. 그 가족 안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꽤 오래 전부터였어. 삼형제 중 장남인 박한상은 아버지 박 씨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었다고 해. 메이커 옷에 음식도 최고급만 먹이고 아낌없이 사랑을 쏟았어. 그 중에서도 아버지 박 씨가 가장 신경 쓴 게 있어. 아버지 따라 한약사가 되는 것. 하지만 박한상은 공부에 영 소질이 없었어. 60명 중에 잘해야 40등. 한약대는커녕 인 서울도 어려워. 지방 소도시에 있는 한 토목학과에 겨우 입학했어. 그럼 대학생활은? 그는 학교를 거의 안 가고 계속 서울에 와 있었대. 박한상은 당시 유명한 '오렌지족'이었거든. 오렌지족. 부모님 돈으로 유흥을 즐기는 90년대 부유층 자제나 유학파 출신을 일컫는 말이야. 100억대 자산가 아버지를 둔 박한상도 그중 하였어. 공부는 뒷전, 부유층 자제들과 어울리며 사치와 향락을 즐기며 살았어. 그런 아들을, 아버지는 그냥 두고 보지 않았어. 아버지는 박한상만 보면 성질이 나는 거죠. 하라는 공부는 안 하니까. 매일 오면 나가 죽으라든지. 이런 잔소리를 많이 한 거죠. 엄마가 옆에 붙어 있다가 하도 안 되니까 외국으로 보낸 거예요. -조상복, 당시 강남경찰서 형사 그렇게 박한상은 93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 유학길에 올라. 미국에서의 생활도 풍족했어. 번듯한 집에 차도 사주고 용돈도 두둑하게 줬어. 당시 돈으로 매달 용돈만 200만원 씩 보냈대. 하지만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어. 박한상은 미국에서 유학생들과 어울려 술에 여자에 매일 방탕한 생활을 즐겼어. 그러다 돈이 떨어지면 몰래 귀국해서 카드대출을 받았어. 그리고 다시 흥청망청 놀아. 그러다 터질 게 터졌어. 아버지가 모든 걸 다 알게 된 거야. 너 이럴 거면 호적에서 나가! 이 자식 당장 호적 파버려 라며 아버지가 화를 냈어. 이때가 사건 발생 이틀 전이야. 범죄 동기는 아버님의 좀 심한 저에 대한 질타, 그런 게 기본적인 원인이 됐다고 생각을 하고요. 예를 들면, 넌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놈이라고. 어떤 일을 해도 못하는 놈이라고… -박한상 아버지에게 크게 꾸지람을 들은 박한상은, 결심해. 아버지를 살해하기로. ▲ 부모를 살해한 그날 다음날 오전 11시. 느지막이 잠에서 깬 박한상은 대문을 나서. 첫 목적지는 잡화점이야. 범행에 쓸 칼을 구입했어. 다음 행선지는 주유소. 휘발유 8리터를 구입했어. 박한상은 시장에 들러 2천원을 주고 칼을 샀어. 일명 람보칼을 콕 짚어 달라고 했대. 사실 박한상은 범행을 결심하며, 완전 범죄를 다룬 미국 영화를 봤어. 패륜아 박한상 군은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폭력비디오를 본 뒤 이런 범행을 계획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모든 준비를 마치고 저녁 6시. 사건이 벌어지기 약 6시간 전이야. 박한상은 또 한 번 집을 나서. 그가 집을 나선 이유? 정말 황당 그 자체야. 밖에 나갔다가 청량리에 갔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청량리는 왜?') 성매매 업소 앞에 갔다 왔습니다. ('누굴 만났어?') 누구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가서 뭐 했어?') 가서 한 번 할 생각이었습니다. -박한상 부모를 살해할 계획을 실행하기 전, 성매매 업소를 찾아갔다는 박한상. 그렇게 집에 돌아온 박한상은 자신의 방침대에 누웠어. 그리고 때를 기다려. 어느덧 밤 12시. 집안이 고요해. 박한상이 안방 문을 열어.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엄마, 자? 라고 말해. 잠이 깊게 든 부모님. 아무런 대답이 없어. 그 모습에 안심했는지, 박한상은 또 한번 기괴한 행동을 해. 본인은 밤 12시 10분경 거실에 나와 옷을 모두 벗어 소파 위에 놓고, 팬티와 운동화 만을 착용하고 범행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 입고 있던 팬티는 범행 후 칼과 함께 공터에 버렸습니다. -박한상의 자필 진술서 중 옷에 혈흔이 튀면 증거가 남으니까. 완전 범죄를 계획한 거지. 맨몸에 하얀 침대커버를 뒤집어 쓴 그는, 한 손엔 람보칼, 다른 한 손에는 과도를 든 채 부모님이 잠든 안방으로 향했어. 박한상은 안방 문과 가깝게 누워있던 어머니를 먼저 공격했어. 그 소리에 놀란 아버지가 눈을 떠. 그러자 박한상은 손으로 아버지의 눈을 가린 채 공격을 이어갔어. 아버지는 맨손으로 칼을 막으며 저항했고. 어머니는 필사적으로 종아리를 깨물며 아들을 말렸지. 하지만 박한상은 멈추지 않았어. 자기 아버지를 죽였을 때도 몸부림 칠 거 아닙니까? 한 방에 바로 죽지는 않으니까. 계속… 그때는 정신이 없겠죠 부모를 죽이는데. 엄마가 움직이니까 엄마도… 오죽하면 엄마가 살려달라고 종아리를 물었겠어요. -조상복, 당시 강남경찰서 형사 그런데 박한상이 살인을 결심한 이유. 아버지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었다고 쳐. 그럼 왜 어머니까지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인 걸까? 박한상은 미국에서 절대 손대지 말아야 할 것에 손을 댔어. 바로 도박. 근데 그 정도가 지나쳐. 하룻밤 사이에 두달치 용돈을 날리는가 하면, 부모님이 차 사라고 보낸 1,500만원을 앉은 자리에서 탕진하기도 했대. 빚과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났지만, 박한상은 멈출 생각이 없었어. 박한상은 오히려 자신이 도박에 빠진 게 사회탓이라며 궤변을 늘어놨어. 미국을 가봤던 모든 사람들이라면 라스베이거스라든지 그런 곳에 한두 번씩은 가봤을 거예요. 미국에 유학 가는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다 한 번에 목돈을 가지고 미국으로 오고 한 달에 2천 불 생활비 받는 것도 거의 한 번에 받고요. 목돈 만질 기회가 많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면 가장 큰 미끼가 되겠죠.(도박으로 잃은 돈?) 대락 2만 불 정도 됩니다. -박한상 그렇게 도박에 돈을 다 탕진하고, 더 이상 돈 나올 구멍이 없자, 박한상은 아주 위험한 생각을 해. 유산을 상속받으면 되지 않겠냐는 거야. 아버지 어머니 안 계시면, 제가 제 손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박한상 상속을 위해서 엄마도 없어야 하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거야. 결국 부모를 100여차례 찔러 살해하고 불까지 지른 비극의 시작은 바로 도박 자금, 돈 때문이었어. 말도 안되는 이유로 부모를 잔인하게 살인한 아들은, 처음 계획대로 화장실에 가서 피를 씻어냈어. 화장실을 루미놀(혈흔 감식 용액)로 전부 점검하니까 -한상희, 당시 강남경찰서 형사 거기가 막 번쩍번쩍 하더라고요. -조상복, 당시 강남경찰서 형사 근데, 간호사는 당시 박한상의 머리에서 핏자국을 발견했다고 했잖아? 근데 박한상은 샤워를 했단 말이지. 어떻게 된 걸까? 사건 현장엔 피해자의 한이 서려있다고 해. 이 사건, 그의 계획대로 완전범죄가 될 수도 있었어. 근데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날 박한상은 머리만 감지 않았다고 해. 그때 피가 온몸에 다 묻었어요. 근데 머리를 안 감았어요. 얼굴은 씻고 몸은 다 씻었는데, 머리를 안 감으니까 그 핏덩이가 머리에는 남아 있었던 거예요. -조상복, 당시 강남경찰서 형사 아들의 손에 죽어가는 그 순간, 어머니가 필사적으로 남긴 치흔은 범인을 특정할 결정적인 증거가 됐어. 이 두가지 스모킹건. 잘못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고, 천륜을 저버린 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니 이제라도 참회를 하며 살라는 부모님의 마지막 충고 같은 건 아니었을까. ▲ 국내 1호 패륜범 그렇게 그날의 진실이 세상에 드러났어. 유산을 노리고 부모님을 끔찍하게 살해한 패륜아 1호. 지금껏 본 적 없는 괴물의 등장에 대한민국은 큰 충격에 휩싸였어. 전문가들은 긴급 간담회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고, 오렌지족과 무분별한 도피성 유학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어. 시민들 사이에선 '유산 남기지 않기' 캠페인도 벌어졌대. 애당초 부모 자식 간에 돈 문제를 만들지 말자는 취지야. 이렇게 온 나라가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 이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어. 바로 처음에 만난 황산성 변호사야. 황 변호사는 처음 사건을 접하고, 이런 생각을 했대. '죄를 돌이킬 수 없다면 죄를 뉘우치는 방법이라도 알려줘야겠다'라고. 독실한 종교인인 황 변호사는 범죄자들이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도록 무료 변론을 도맡아온 분이야. 그래서 박한상의 변호를 자처했던 거지. 그럼 박한상은 자신의 변호인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제가 경찰서로 갔죠. 박한상을 만나고 싶다 했더니, 경찰서도 조금 놀랬죠. 그런데 박한상을 보면요. 정상적으로 보여.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 거나. 네가 사실대로 말해야지 정상 참작이 된다고 그래도, 그냥 안 죽였다 소리만 하는 거죠. 아주 태연스럽게 안 그랬다고. 자기가 안 죽였다 이거지요. '제3자가 죽였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아무나 범인으로 지명하는 거예요. -황산성, 당시 박한상 변호인 나는 부모를 죽이지 않았다, 갑자기 무죄를 주장하는 거야. 그러면서 형사들이 고문을 해서 거짓 자백을 했다는 말도 덧붙여. 이런 말을 들은 황 변호사는, 일단 좀 혼란스러웠대. 태도를 보니 거짓말 같긴 한데, 한편으론 사실이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황 변호사는 박한상이 지목한 사람들을 일일이 조사했어. 그리고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확인해. 달라지는 건 없었어. 범인은 박한상이 맞아. 황 변호사는 계속 그를 타일렀어. 그리고 첫 공판이 열려. 법정에 선 박한상은, 자신의 죄를 인정했을까? 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해. 사건 당일 전 저녁 9시 20분경 방에서 잠들었습니다. 그 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정원으로 나왔는데 누군가 제 입을 막았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제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였고, 손엔 등산용 칼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누군가에게 칼을 찔려 살해된 것을 알게 된 저는 범인으로 몰릴 수 있다는 생각에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데 갑자기 보일러실에서 불길이 번져 불이야 하며 뛰쳐나간 것입니다. -박한상 박한상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지어내며 무죄를 주장했어. 무죄를 받아 유산을 상속받으려는 의도였을까? 유일하게 손을 내밀었던 황산성 변호사도 이날 재판을 끝으로 변호를 포기했어. 더는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느꼈던 거야.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다. 저렇게 거짓말 하면서 자기 변명을 하는데. 자기 과오를 모른다 우리 손 떼자, 내 손 뗀다. 아무래 노력해도 안 된다고 느낄 따름이지. 실망과 좌절을 느꼈죠. -황산성, 당시 박한상 변호인 최종 재판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재판부는 이렇게 결론 내렸어. 사형을 피할 수 있는 명분을 찾기 위해 고심했으나, 고작 피고인의 부모가 살아있을 경우 아들의 사형을 원치 않았을 거란 추측 뿐이다.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등을 돌리고 욕해도, 유일하게 내 편이 돼주는 부모님. 그런 부모의 사랑을 헤아리지 못한 아들에게 재판부는 따끔한 일침을 건네고 싶었던 거 같아.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한상 피고인에게 사형이 선고됐습니다. 상속인 결격자로 판정돼서 유산을 단 한 푼도 물려받을 수 없게 됩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한때 강남을 주름잡던 오렌지족 박한상. 그는 결국 자신의 덫에 걸려 패륜아 1호라는 낙인을 얻고 몰락하고 말았어. 박한상은 여전히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야. 1997년 이뤄진 마지막 사형 집행. 시기상 박한상은 그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어. 현재 우리나라에선 두 번째 장기 복역 중인 사형수야. 31년이 지난 이제는, 자신이 저지를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을까? 사건 이후에 교도소에서 박한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 있어. 6년 동안 박한상의 상담을 담당한 교화위원이야. 부모를 살해하고 증거 인멸을 위해 방화까지 해버린 강남의 또라이 박한상. 이 아이를 6년 이상 상담하면서 느꼈던 참담한 심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부모를 살해하고 세상의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리고도 끝까지 태연했던 아이. 반성은커녕 살아서 더욱이 범죄 사실을 끝끝내 부인하면서 오히려 다른 이에게 누명까지 씌우려고 했다. 사형수 상담 30년 동안 이 아이 앞에서만큼 참담해 본 일이 없었다. 나는 끝내 용서하고 포용할 마음을 내지 못했다. -교화위원 이 사건은 당시 학교, 사회, 가정 모두에게 한 가지 질문을 남겼어. 과연 우리는 어떻게 아이를 길러야 하는가. 90년대 초 유행처럼 번지던 해외 유학과 스펙만을 좇던 사회분위기 속에 무너진 인간성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이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왔어. 그리고 이 질문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까. 인성보단 성공을 강요하는 사회. 윤리와 도덕보다 속도와 경쟁이 앞서는 사회.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되어버린 세상.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여전히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정치쇼] 김대식 7~8월 전대 개최가 중론…김용태 물러나야 [정치쇼] 김대식  7~8월 전대 개최가 중론…김용태 물러나야 등록일2025.06.10 - 어제 5시간 10분 의총, 논란 결론 못 내려 - 전당대회 빨리 열어야…7-8월 개최가 중론 - 지도부 총사퇴해야…김용태도 사퇴가 맞아 - 후보교체 당무감사 전례 없어, 반대가 대세 - 새 지도체제에서 총론 모아지면 짚어볼 수도 - 탄핵반대 당론 무효화? 뒤집는다고 죄 없어지나 - 김용태, 총의 먼저 모았어야…성급하고 독단적 - 오늘 의총 없다…김용태, 원외 의견 청취 예정 - 투톱체제 되면 새 원내대표가 영향력 가질 것 - 김문수, 전당대회 출마 땐 당선 가능성 있지만 - 개인적으로는 대선후보들은 안 나오는 게 맞아 - 홍준표, 시드머니 태워서야…신당 창당 어려워 ■ 방송 : SBS 김태현의 정치쇼 (FM 103.5 MHz 7:00 ~ 9:00) ■ 일자 : 2025년 6월 10일 (화) ■ 진행 : 김태현 변호사 ■ 출연 :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 ▷김태현 : 국민의힘이 어제 의총을 열어서 새 지도부 체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당면 이슈에 대해서 논의를 했는데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향후 지도체체하고 당 개혁에 대해서 어떤 입장이신지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의원님, 안녕하세요. ▶김대식 : 안녕하십니까. ▷김태현 : 의원님, 어제 의원총회 5시간 했다잖아요. ▶김대식 : 5시간 10분 정도 했지요. ▷김태현 : 결론난 게 별로 없다라고 언론에서 다 기사를 쓰던데요. 일단 하나씩 제가 질문을 드려볼게요. ▶김대식 : 네. ▷김태현 : 첫 번째 이슈가 전당대회를 할 것이냐, 아니면 무기한 비대위냐. 김용태 비대위원장이든 아니든요. 이게 이슈가 하나 있었잖아요. 전당대회를 하기로 한 겁니까, 아니면 비대위로 그냥 계속 가는 겁니까? ▶김대식 : 결론은 나지 않았는데 저는 전당대회를 해야 된다고 봅니다. 우리가 비대위가 전문정당도 아니고 비대위만 계속해서 가서 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건강한 지도부가 탄생을 해야 된다. 그래서 전당대회는 빨리하는 게 좋다. 왜냐하면 9월로 넘어가게 되면 정기국회, 또 국정감사 이렇게 있잖아요. 그래서 국정감사랑 정기국회를 하고 있는데 전당대회를 한다고 또 국민들한테 가서 전국을 돌면서 하면 되겠습니까. 그래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아예 전당대회를 안 할 바에야 아예 연말까지 늘리든지 이렇게 해야 되는데요. 아직까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총의는 모아지지 않고 갑론을박은 있었어요. ▷김태현 : 결론도 안 난 거예요. ▶김대식 : 결론이 안 났습니다. ▷김태현 : 왜냐하면 다른 건 모르겠는데 언론에서 의원님 말씀처럼 7, 8월에 하는 게 중론이다라고 기사가 났던데요. 그거마저도 합의된 건 아니에요? ▶김대식 : 결론은 나지 않고 그냥 그런 의견들이 분분했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김태현 : 그러면 아직도 비대위를 연장을 주장하는 의원도 계시기는 계시는군요? ▶김대식 : 일부 있는데 아마 비대위 연장은 어려울 것 같고요. 6월 말까지 임기거든요.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우리가 책임소재를 좀 따져야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말씀을 드린 거지요. ▷김태현 : 그러면 전당대회는 7, 8월에 하는 게 중론이다 이건 맞아요? ▶김대식 : 중론입니다. ▷김태현 : 그것까지는 맞다. ▶김대식 : 그건 맞습니다. ▷김태현 : 의원님도 결정난 건 아니지만요. ▶김대식 : 결정난 건 아니지만 저도 가급적이면 빨리하는 게 좋다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다음 이슈입니다. 이거 퀴즈 같기도 하고요.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모든 잠든 후에 후보교체 시도는 부당한 거니까 당무감사 통해서 진상을 밝히겠다 이렇게 얘기했잖아요. 이 당무감사에 대해서는 반대가 대세다. 맞는 거예요? ▶김대식 : 반대가 대세이지요. 왜 그러냐 하면 그 전례가 없었고요. ▷김태현 : 전례가 없었다는 것은 뭐가 전례가 없었다는 거예요? 후보교체요? ▶김대식 : 지나간 당론을 이제 다 모든 것이, ▷김태현 : 탄핵 당론 말고요. 모든 잠든 후에 새벽에 김문수 후보에서 한덕수 전 총리로 바꾸려고 했던 후보교체 파동. 이건 잘못됐으니까 부당한 후보교체에 대해서 당무감사하겠다고 비대위원장이 그랬잖아요. 그 부분에 대한 의견은 어떠셨는지요. ▶김대식 : 그건 전체적으로 반대 의견이 대체적으로 많았어요. 왜 그러냐 하면 그때 당시에 64명이 후보교체에 대한 찬성을 했더라고요. 거기에 보면 찬성한 의견에 김용태 위원장도 이름이 있어요. 그래서 어제 아침에 20분 동안 저하고 독대를 했지요. ▷김태현 : 의원님하고 비대위원장하고요? ▶김대식 : 네. 독대를 해서 제가 물었어요. 여기 64명에 비대위원장 이름이 있고. ▷김태현 : 그 단일화에 찬성한 사람이요? ▶김대식 : 후보교체를 해야 된다 하는 것에 64명이 찬성을 한 거예요. 그러고 나서 비대위로 넘어갔잖아요. 김용태 위원장이 그때 당시에는 비대위원이었단 말이지요. ▷김태현 : 당시에는 비대위원이었고요. ▶김대식 : 네. 그러면 당신이 또 책임이 있지 않느냐, 이 부분은 어떻게 되느냐. 그랬더니 본인 이야기는 비대위로 넘기는 데에 본인이 찬성을 했다. 그러고 나서 비대위에서는 반대했다 이런 이야기거든요. ▷김태현 : 그러니까 최종적으로는 반대했다. ▶김대식 : 최종적으로는 반대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어제 의원들 사이에 이런 부분은 현재 그런 반성이 먼저가 아니고 책임이 먼저 아니냐. ▷김태현 : 네. ▶김대식 : 저도 마찬가지예요. 선거가 우리가 어떻게 됐든 간에 국민의힘이 지지를 못 받고 어떻게 보면 패배를 했잖아요. 패배를 했으면 저는 책임을 져야 된다. 이 책임이라는 게 뭐냐,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거다. 총사퇴하면 국민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을 것 아니에요. 어떤 전쟁터에서 우리가 졌으니까 장수는 책임을 지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반성을 하는 거지요. 우리가 국민들에게 지지를 못 받는 이유가 뭘까. 그러고 우리가 그동안 계엄과 탄핵의 강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부족했구나 하는 것을 반성하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변화를 추구하는 거예요. ▷김태현 : 네. ▶김대식 : 그러면 어떻게 우리 당을 살려야 할 것이냐. 거기에서 많은 총의를 모으고, 지혜를 모으고, 또 바깥의 전문가들 의견도 좀 듣고, 그러고 국민들의 의견도 듣고, 그러고 청년들뿐만 아니라 중년층에서도 우리가 사실상 이번에 버림을 받은 것 아닙니까. 그러면 그분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들어서 환골탈태하는 이런 제스처를 취해야 되는데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나 생각을 해요. ▷김태현 : 그러면 이 얘기이신 거군요.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거취에 대해서 물러나라. 비대위원도 물러났고, 권성동 원내대표도 물러났으니 당대표인 김용태 비대위원장도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 그게 어제 대세였습니까? ▶김대식 : 그렇지요. ▷김태현 : 의원님도 그렇게 보시는 거고요? ▶김대식 : 저는 첫날부터 물러나는 게 맞다 이렇게 이야기했지요. ▷김태현 : 그러면 만약에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물러났어요. 그러면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제기했던 모든 잠든 후에 후보교체 파동에 대해서 영원히 덮고 가는 겁니까, 아니면 당무감사든 뭐든 해서 사실관계를 밝혀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게 하는 겁니까? ▶김대식 : 그거는 지금 이 뒤에 원내대표까지 16일에 선거니까 새로운 지도체제가 구축이 되고 이렇게 하면 그건 어느 정도 총론이 모아지면 짚고는 가야지요. ▷김태현 : 그러면 의원님 의견은 그건 다 지난 일이니까 덮고 가는 게 맞습니까? 아니면 부당한 후보교체, 어쨌든 당원들이 반대한 거잖아요. 그건 잘못된 거니까 당무감사든 뭐든 해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넘어가는 게 맞는 겁니까? ▶김대식 : 그러니까 이게 규명은 알권리를 우리 당원들이 궁금해하니까요. ▷김태현 : 왜냐하면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일이잖아요. ▶김대식 : 네. 충분하게 설명을 해야 될 필요는 있다고 봐요. 그런데 그 규명이 우선이냐, 책임자 처벌이 우선이냐 이걸 놓고는 의원들 사이에 굉장히 갑론을박이 있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김태현 : 그러면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그걸로 당무감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김대식 : 그렇지요. ▷김태현 : 김용태 비대위원장도 책임지고 물러나고. ▶김대식 : 김용태 비대위원장도 그 책임에서 회피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자기가 당사자이기 때문에요. 감독이 어떻게 선수로 이렇게 그거 할 수 있습니까. 감독은 감독의 평가를 받아야 되고, 선수는 선수의 평가를 받아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김용태 비대위원장도 그때 당시에 비대위원이었고, 그 이후에 비대위원장을 맡아서 했기 때문에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다 비대위가 붕괴된 상태에서 혼자서 그렇게 메아리를 쳐서 이게 되겠느냐. 그러니까 건강한 체제가 들어와서 그때 해도 저는 늦지 않다 이렇게 보는 겁니다. ▷김태현 : 김용태 비대위원장도 선거패배의 책임이 있으니 물러나고, 그러면 새 지도부에서 이 문제를 다뤄라 이런 말씀이시군요? ▶김대식 : 그렇지요. 그렇게 다루라는 거지요. ▷김태현 : 의원님,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또 하나 얘기했던 게 탄핵반대 당론을 무효화하자. 이건 어떻습니까? ▶김대식 : 탄핵반대도 어제 갑론을박이 있었는데요. 우리가 차를 몰고 가다가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통과했어요. 교통경찰이 지적했어요. 당신 왜 교통위반했느냐, 신호위반했느냐. 잘못했네요. 다시 제가 물러나서 소위 말해서 빠꾸하겠습니다, 원위치시키겠습니다. 그렇다고 그게 죄가 덮어지냐 이거예요. 저는 그런 부분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겨야 된다. ▷김태현 :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겨야 된다는 얘기는 탄핵반대했던 그게 대선패배의 원인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그냥 덮고 가도 된다? ▶김대식 : 이미 지금에 와서 대선패배도 하고 이미 역사의 강을 건넜는데요. 지금에 와서 그걸 따진다고 해서 우리 국민들이 그걸 용서를 하겠냐 이거예요. 이미 탄핵의 강은 우리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했는데. ▷김태현 : 의원님, 그 말씀은 일어난 건 일어난 거고, 선거 진 건 다 진 건데 이제 와서 그래봐야 득이 될 게 뭐 있느냐 이런 말씀이신 거예요? ▶김대식 : 그렇지요. 그러니까 그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놔두자 이거예요. 현재 대다수의 국민들이 잘못했다고 인정하잖아요. ▷김태현 : 그러니까 선거에서 졌겠지요. ▶김대식 : 그러니까 선거 진 거예요. 그것도 하나의 역사예요. 성공한 것도 하나의 역사이고, 실패한 것도 역사입니다. 그걸 다시 뒤집어서 우리는 그때 그랬으니까, 다시 원위치했으니까 우리는 당론을 바꿨기 때문에 우리는 죄가 없다. 어떻게 죄가 없습니까? 죄가 있는 것이지요. ▷김태현 : 의원님, 그런데 죄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지난 걸 되돌릴 수도 없고, 선거를 다시 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래도 국민의힘이 새로 태어나려면, 뭔가 과거에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이 되는 게 있으면 그때는 우리가 잘못 판단한 것 같습니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앞으로 잘할게요 하는 게 필요한 거 아니에요? ▶김대식 : 그건 필요하지요. ▷김태현 : 그러니까 그거 때문에 위원장이 얘기한 거 아니에요? ▶김대식 : 필요한 게 전제조건이 책임소재를 먼저 짚고 넘어가고 나서 반성을 해야 된다, 그러고 나서 변화해야 된다. 그 과정을 생략하고 책임소재를 덮기 위해서 그것부터 한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는 거예요. ▷김태현 : 의원님, 그러면 이렇게 바꿔서요. 선거패배의 책임이 있으니까 물러나야 되는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물러나고요. ▶김대식 : 그렇지요. ▷김태현 : 만약에 새 전당대회를 통해서 어떤 사람이, 제가 만약에 당대표가 됐어요. 그럴 리는 없겠지만요. 그러면 새 신임 김태현 대표가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했던 모두 잠든 후에 후보교체 사건 당무감사하자, 탄핵반대했던 당론 무효화시키자라는 것을 새로 내걸면 그때는 수용하신다는 겁니까? ▶김대식 : 그때는 우리 당원들이, 예를 들어서 전당대회 하고 이럴 때 후보들이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을 것 아니에요. 그래서 후보가 선출되면 그렇게 하는 거예요. 그러고 현재 당무감사위원회는 우리가 법을 보니까 최고위원회에서만 소집하게끔 돼 있어요. 그러니까 이게 비대위원장이 소집할 수가 없어요. ▷김태현 : 그러니까 어쨌든 새 지도부가 선출돼도 그 새 지도부가 이걸 들고 나와서 당선돼서 하겠다 그러면 막을 수는. ▶김대식 : 그건 막을 수 없지요. 왜 그러냐 하면 그건 우리 당원들의 표로 당선이 됐기 때문에요. ▷김태현 : 의원님, 혹시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이 두 가지 안을 반대하시는 분들이 당권을 잡은 다음에 덮고 가려는 것 아니에요? ▶김대식 :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건 없지요. ▷김태현 : 그런 생각도 하시는 거 아닐까 해서요. ▶김대식 : 그건 전혀 아니고요. ▷김태현 : 그래요? ▶김대식 : 전혀 아니고요. 저는 그동안에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우리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최연소잖아요. ▷김태현 : 맞아요. ▶김대식 : 그러고 나서 선거 때 굉장히 고생을 했어요. 또 선거에 임한 자세도 좋았고요. 저는 그런 점에서 높이 평가합니다, 높이 평가하는데요. 저는 선과 후가 맞지 않다는 거지요. 그러고 일방적으로 이런 의원총회에서 총의를 모은다든지 이렇게 했어야 되는데 본인이 일방적으로 해서 먼저 터뜨리고 나서 뒤에 의원들에게 의견을 구하려고 하니까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지요. 어떻게 혼자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느냐. ▷김태현 : 그래서 어제 위원장이 얘기한 게 그래? 그러면 당의 주인은 당원, 전 당원투표를 통해서 내 개혁안과 나의 거취를 묻자라고 제안했거든요. 그것도 의원들이 싫대요? ▶김대식 : 그것도 법이 없는 거예요. 어떻게 그것을 여론전으로 이렇게 가려고 합니까. ▷김태현 : 여론전이라기보다 전 당원투표니까 여론조사를 한 것도 아니잖아요. ▶김대식 : 그런 관례가 없어요. 그러고 어떻게 해서 그런 여론전이 그렇게 가능합니까. 그런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김태현 : 왜냐하면 후보교체 때도 당원투표 했었잖아요. ▶김대식 : 그러니까 그걸 하더라도 정말로 저는. 그러니까 우리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경험 부족인지, 아직까지 정치적인 이런 근육이 부족한지 내가 모르겠는데요. 이분이 그렇게 처음에 그런 계획을 갖고 있으면 내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의원님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거기에서 최대공약수를 뽑아내서 발표를 했더라면 임팩트가 있는 것 아니에요. ▷김태현 : 성급했다? ▶김대식 : 그렇지요. 굉장히 성급했고요. 본인의 독단적인 이걸 지적하는 거예요, 지금. ▷김태현 : 독단적이었다. 오늘 의총 열립니까? ▶김대식 : 오늘은 열리지 않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오늘 비대위원장이 원외당협위원장들의 의견을 한번 듣겠다. 그래서 그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저는 뭐 괜찮다 생각해서. ▷김태현 : 그러면 결국 16일에 선출되는 새 원내대표가 키를 쥐고 가겠네요? ▶김대식 : 16일에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이 되면 투톱체제가 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나 원내대표가 조금 영향력을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는 거지요. ▷김태현 : 알겠습니다. 의원님, 어찌 됐건 간에 전당대회는 하자는 게 중론인 거잖아요. ▶김대식 : 그렇습니다. ▷김태현 : 김문수 전 후보 나와야 됩니까, 안 나와야 됩니까? ▶김대식 : 이건 제 판단입니다. 김문수 전 후보가 지금 전당대회 나오면 당선이 됩니다. ▷김태현 : 그래요? 바로 직전에서 이겨서 그런가요? ▶김대식 : 왜 그러냐 하면 바로 직전에서 이겼기 때문에요. 그러고 일부 당원들이 김문수가 아깝다는 이런 이야기가 있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선거가 끝나버렸잖아요. 그렇게 되는데요. 김문수 전 후보가 본인이 저는 당권에는 관심이 없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요. 한번 그런 부분은 본인이 판단을 하겠지요. 내가 나와서 정말 실익이 있느냐 없느냐 이것도 판단하겠지만요. 그때 해단식 할 때 보니까 정치의 끈은 놓지 않았더라고요. ▷김태현 : 그래요? ▶김대식 : 네. ▷김태현 : 그런데 의원님 판단은 나와야 됩니까, 나오지 말아야 됩니까? ▶김대식 : 저는 개인적으로 판단하면 이번에 대선후보들은 나오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대선후보가 된 분들은 나오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정치야 언제든지 생물이기 때문에 변화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건 본인 판단이니까요. ▷김태현 : 하와이까지 가서 만나셨던 홍준표 전 시장은 돌아와서 신당을 창당합니까, 개혁신당에 입당합니까, 국민의힘으로 돌아옵니까? ▶김대식 : 국민의힘은 이제 탈당하고 정계은퇴했잖아요. ▷김태현 : 네. ▶김대식 : 그런데 제가 하와이 가서도 그랬지요. 지나온 다리를 불태운 건 좋은데 너무 시드머니, 종자까지 태우면 안 됩니다. ▷김태현 : 그런데 지금 보면 태운 것 같은데요. ▶김대식 : 태운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제가 될 수 있으면 홍준표 전 시장님의 말씀은 노코멘트하려 그랬는데 질문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신당창당이라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우리가 옛날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 신당창당을 해서 대거 우리 국민의힘의 전신인 의원들이 그리로 이동했잖아요. 결국 성공하지 못했어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양당체제가 구축돼 있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 다만 국민들이 어느 정도 기존 보수는 안 되겠다, 새로운 집을 한번 짓자 이렇게 하는 대다수의 의견이 있느냐 없느냐. 국민들이 판단을 하겠지요. ▷김태현 : 알겠습니다. 그러면 홍준표 전 시장은 결국 뭐 하실 것이다? ▶김대식 : 저는 지금 국민들의 판단이 뭐 될 것이다 안 될 것이다 제가 판단하기는 어렵고요. 본인이 깃발을 들고 나갈 경우 과연 이게 성공할 것이냐 실패할 것이냐 이것은 국민들 판단에 맡겨야지요. ▷김태현 : 알겠습니다. 의원님은 반대하시는군요. ▶김대식 : 네. ▷김태현 : 알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의 김대식 의원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대식 : 감사합니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SBS 김태현의 정치쇼]
[꼬꼬무 찐리뷰] 후하하 죽였다 아이 시신에 남긴 잔혹한 메시지…아동 연쇄 살인사건 진범은 어디에 [꼬꼬무 찐리뷰]  후하하 죽였다  아이 시신에 남긴 잔혹한 메시지…아동 연쇄 살인사건 진범은 어디에 등록일2025.05.23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15일 방송된 '내 아이가 사라졌다' 특집 3부작 중 두 번째 ''후하하 죽였다' 범인의 메시지'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가수 김종국, 개그맨 겸 배우 임하룡, 가수 겸 배우 정은지가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시신으로 발견된 아이 때는 1975년 8월 25일 새벽 6시. 부산 서구의 한 어시장 근처야. 방파제 옆엔 야외 작업장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서 새벽부터 상자들을 정리하던 장 씨의 눈에 뭔가 수상한 게 들어왔어. 장 씨는 쌓여있는 상자들 사이를 유심히 들여다봐. 그러다 거기서, 어린 남자아이를 발견해. 아이의 상태는 충격적이었어. 속옷 하나만 걸친 채 손과 발이 묶여 있고, 입안은 신문지로 가득 채워진 상태로 숨이 멎어 있어. 살인사건이었어. 50년 전의 그 사건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형사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게. 이 사건 자체가 머리에 남아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현장을 기억하고 있어요. 제가 서 있는 위치에서 왼쪽이 수산 센터 공판장이에요. 현장 날씨가 그때 더웠어요. 바닷가이기 때문에 바람은 좀 불었는데 더웠어요. 앞쪽 여기에 나무 상자가 그 당시에 쭉 있었어요. 상자들 중간 지점에 그 당시에 (남자아이의 시신이) 이 상자 더미 속에서 있었어요. 지금은 완전 변형이 됐습니다 이 지역이. -서정우, 당시 부산 동부경찰서 형사 누군가 끈으로 아이의 목을 조른 걸로 보여. 이 끈은, 아이가 입고 있던 메리야스를 찢어 만든 거야. 그 외 다른 흉기나 도구는 발견되지 않았어. 족적이라든지 혈액이라든지 담배꽁초에 있는 타액이라든지 이런 걸 찾아내야 하는데 전혀 그 당시에는 그런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고. 그 당시엔 CCTV가 없던 시절이에요. -서정우, 당시 부산 동부경찰서 형사 어시장은 발칵 뒤집혔어. 경찰들이 몰려들고 상인들도 죄다 나와서 현장을 지켜봐. 그땐 이웃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알던 시절이야. 이 동네 아이라면 누군가는 알아봤을 텐데, 아무도 아는 이가 없어. 경찰은 아이의 신원부터 파악해. 그리고 숨진 아이가 사건 현장에서 7km 떨어진 곳에서 실종된 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 아이의 이름은 박도훈(가명). 2남 2녀 중에 막내야. 장 씨가 어시장에서 이 작은 아이를 발견하기 하루 전인 8월 24일 저녁. 도훈이는 오후 7시쯤 가족들과 집에서 저녁을 먹었어. 그렇게 식사를 한 후 엄마가 잠깐 외출하고, 오후 9시쯤 돌아와 보니 도훈이가 안 보이는 거야. 가족 중에서 아이가 나가는 걸 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 부랴부랴 가족들은 막내를 찾아다녔고, 그때 도훈이를 봤다는 사람을 만났어. 당시 도훈이 아버지가 공장을 운영했는데, 공장 직원이 도훈이를 만났다는 거야. 일 끝내고 가는데 도훈이가 길에서 놀고 있어서, 동전 20원 주고 후딱 집에 들어가라 했습니다. -공장 직원 돈을 받자마자 구멍가게로 달려가는 걸,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집에 가라고 돌려보냈대. 그렇게 도훈이가 집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마지막이었다는 거야. 부검 결과에 따르면, 도훈이의 사망 시각은 저녁 식사 후 2시간 이내로 추정돼. 아마도 공장 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길에, 누군가에 의해 유괴된 걸로 보여. 가족들은 어땠겠어. 사랑스러운 막내아들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었어. 강 부인은 경찰의 연락을 받고 남편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갔다. 끔찍하게 숨져 있는 차디찬 시체가 바로 도훈 군이었다. 강 부인은 외마디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서 쓰러져 실신했다. 이 마을에서는 총명하고 명랑하다고 귀여움을 받고 있는 도훈 군은 언니들의 책을 펴놓고 공부도 하고, 저녁이면 온 가족이 모여 도훈 군의 노래를 들으며 단란한 한 때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신문 기사 中 한 가족을 무너뜨린 범인, 꼭 잡아야지. ▲ 아동 연쇄 살인사건 형사들은 우발적인 범행이라 보지 않았어. 아이 유괴부터 살인, 사체 유괴까지 과정이 너무 빠르고 일사불란하니까. 사실, 60~70년대는 어린이 유괴 사건이 잘 발생하던 시기야. 목적은 금전 혹은 원한. 그런데 이 사건은 범인이 돈을 요구해 오지도 않았고, 가족 모두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한 일은 없었다고 해. 그럼 왜 범인은 아이를 참혹하게 살해한 걸까. 어떤 금품의 목적이 아니고 어린아이를 잔인하게 죽이고 자기가 어떤 희열을 느끼는, 자기 범죄의 도구로 충족시키는 특이한 범죄가 아니겠느냐. 그 당시에 전국적으로 큰 사건이었습니다. 애들이 연속으로 죽은 사건이기 때문에. -서정우, 당시 부산 동부경찰서 형사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 사실 도훈이가 처음이 아니었어. 도훈이기 사라지기 나흘 전에도 한 여자 아이가 사라졌어. 8월 21일 새벽 용두산 공원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거야. 공원 관리인이 수풀 속에서 발견한 아이 시신은, 알몸 상태에서 속옷만 입은 채로 손발이 결박돼 있었어. 도훈이 때랑 똑같아. 소녀의 이름은 김지은(가명). 7살이야. 8월 21일 저녁 10시쯤. 외할머니네서 놀던 지은이는 할머니로부터 용돈을 받자 집 근처 핫도그 가게로 달려갔어. 핫도그를 사 먹고 집으로 돌아가던 지은이는 그대로 사라졌어. 가족들은 지은이를 찾아 헤매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다음날 생각지도 못한 모습의 딸을 만나게 된 거지. 도대체 누가 왜 내 딸의 모습을 앗아간 걸까. 그런데 이 끔찍한 사건은, 그대로 묻힐 뻔했어. 당시 이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볼게. 국제신보 사회부에 박몽계 기자라는 분이 계셨어요. 이 사건은 이 분의 특종으로 인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어요. 그 현장이 용두산 공원이거든요. 그 남쪽에 약간 나무가 있는 거기에 시신이 버려져 있었는데, 기자들이 갔을 땐 시신 부검을 위해 옮겨진 다음이었어요. 그런데 거기에 나와 있는 형사들이 기자들에게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다. 이건 단순 변사 사건이니까'라고 해서 다수 기자들이 그걸 믿고 내려왔어요. 박몽계 기자만이 '조금 이상하다' 느꼈죠. 왜냐하면 신발이 없는 상태에서 버려졌거든요. 신발이 없다는 게 참 이상하다 느끼고, 혼자서 다시 올라갔어요. 거기 있던 사진사, 상인들도 있을 텐데. 그걸 취재해 보니까, '노끈으로 묶여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겁니다. 살인 사건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거든요. 그래서 보도가 됐습니다. -조갑제, 당시 국제신보 기자 경찰은 왜 살인 사건을 단순 변사 사건이라 했을까. 경찰은 나중에 이렇게 입장을 발표해. '사건이 워낙 끔찍해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단순한 변사 사건이라 보고한 거다'라고. ▲ 아이의 몸에 새긴 글 지은이의 부검 결과, 성폭행 흔적과 함께 목이 졸려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어. 결국 이 특종 기사로 사건이 커지게 되며, 특별 수사본부가 차려졌어. 서 형사를 비롯해 다른 지역 형사들이 이때 대거 투입됐어. 당시 보도 기사야. 21일 새벽 5시 45분. 부산시 중구 용두산 공원 입구 계단 옆 숲 속에서 두발이 나일론 끈으로 묶이고 목 졸려 숨진 8세 가량의 소녀 시체가 발견됐다. 시체의 가슴에는 '대신공원서 죽여 이곳에 갖다 버린다'는 사인펜 글씨가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경찰은 살인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펴고 있다. -당시 신문 기사 中 사인펜으로 아이의 몸에 글씨를 썼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야. 범인은 아이의 몸에 이런 글을 새겼어. 범천동 임재은이 대신공원에서 죽었다 범인은 이렇게 알 수 없는 단서만을 남겼어. 그런데 지은이가 살해된 지 나흘 만에, 또다시 도훈이도 주검으로 발견된 거야. 경찰은 두 사건을 동일범의 소행으로 판단했어. 사실 도훈이 몸에도 뭔가가 남겨져 있었어. 바로 이 글씨야. 후하하 죽였다 다섯 살 도훈이의 배에 범인이 남긴 글자였어. 보통 범인들은 최대한 현장에 자신의 흔적을 없애려 하잖아. 이렇게 대놓고 알리려 하지 않지. 50년이 지난 지금의 전문가가 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래 소위 시그니처라고 하는 거. 나는 이 아이의 배에다가 사인펜으로 이렇게 그림으로써 '한국을 발칵 뒤집어놓고 싶다'는 그런 욕구. 예컨대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이춘재가 몸에 남겨놓던 거. 그것도 일종의 시그니처예요. 이런 거는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얘기가 됐냐면, 1990년 후반기.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저 범죄 같은 경우는, 굉장히 시간을 앞질러간 그런 사건이라고 볼 수 있어요. 통상적으로 피해자의 옷이라든가 이런 걸 이용한다는 건, 어떤 측면에서는 굉장히 교활한 측면이 있다는 거죠. 굉장히 지능적인 그런 범죄를 하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이 사건, 당시로선 전무후무한 어린이 연쇄 살인사건인 데다가, 시신에 글자까지 남긴 엽기적인 사건이야. 형사들은 이를 갈고 범인 검거에 나섰어. ▲ 아동 연쇄 살인범을 잡아라 형사들은 두 사건의 공통점을 파악하기 시작해. 먼저 지은이가 사라진 곳, 부산 영도구였어. 지은이의 시신이 발견된 용두산 공원은 약 2km 정도 떨어진 곳이야. 그리고 도훈이가 실종된 곳은 동구, 발견된 곳은 서구의 방파제 인근이야. 다 근처지. 이 지역이 범인에게 익숙한 장소일 가능성이 높아. 그리고 범인의 특징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건 '시간'이야. 지은이의 사망 추정 시간은 밤 11시쯤이었고, 도훈이의 사망 추정 시간은 밤 9시경이야. 자정이 되기 전에 범행들을 저질렀어. 범인은 아이를 유괴한 즉시 살해 및 유괴할 장소로 이동한 거야. 그럼 범인은 왜 자정 전에 범행을 저질렀을까? 이 시절엔 치안 및 질서유지를 명목으로 야간 특정 시간에 일반인의 통행을 금지하는 '통금'이 있었어.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진, 특별한 사유 없인 돌아다닐 수 없어. 통금이 있었기 때문에 11시 이후 되면 한적한 그런 시간이고, 범인들이야 뭐 잠적하기가 좋죠. 특히 어린애들을 묶어 놓고, 입에 자갈 같은 거 넣으면 꼼짝 못 하잖아요. -서정우, 당시 부산 동부경찰서 형사 그런데 두 아이 모두, 유괴된 곳과 발견된 곳의 거리가 수 km 떨어진 곳이야. 범인은 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이동했을까? 형사들은 범인이 차량을 이용했을 거라 생각했어. 거리도 꽤 있고, 아이들과 함께 사람들 눈에 안 띄게 이동해야 하니까. 당시엔 차가 엄청 고가라서, 가진 사람들이 흔치 않던 시절이야. 경찰은 부산 시내의 택시 5천대를 조사했어. 그땐 형사의 머리와 발이 첨단 수사 장비였고, 검거는 탐문으로 시작해 취조로 완성했어. 완전히 아날로그 수사야. 아이들이 사라진 동네와 시신이 발견된 곳 주위를 모두 탐문했어. 그러자 하나 둘, 목격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 그런데 목격자들의 진술이 조금씩 어긋나고, 범인을 특정할 단서는 나오지 않았어. 일부 형사들은 범천동을 샅샅이 뒤졌어. 지은이 몸에 남긴 메시지 '범천동 임재은이 대신공원에서 죽었다' 때문이야. 처음에 형사나 기자들은, 범인이 대신공원에서 지은이를 살해해 용두산 공원에 유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어. 지은이의 이름을 재은이로 잘못 알고, 그런 글을 남겼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 그런데 곰곰이 들여다보니, 이게 만약 이름과 장소를 잘못 쓴 게 아니라, '죽였다'를 '죽었다'로 잘못 쓴 거라면? '범천동 임재은'이 범인과 관련된 사람일 수도 있잖아. 그래서 형사들은 '범천동 임재은'을 찾아 나섰어. 임재은이 꼭 범인이 아니라 해도, 혹시나 범인과 연결고리가 있을 수 있으니까. 같은 이름, 비슷한 이름 전부 조사했어. 하지만 허탕이었어. 형사들은 찾다 찾다 여기까지 털었어. 유괴범을 잡기 위해 다각도로 수사를 펴고 있는 경찰은 범인이 죽은 도훈 군의 배 위에 써놓은 '후하하 죽었다'의 '후하하'라는 특유의 비웃는 웃음은 'ㅅ'문화사에서 출판된 만화 속에 들어 있음을 찾아내고, 범인은 만화책을 즐겨 읽는 성격의 소유자로 판단하고 있다. -당시 신문 기사 中 경찰은 총 2,400여 종의 만화책을 다 뒤져서, '후하하' 표현이 나온 만화책 4종류를 찾아냈어. 그리고 이 만화책을 빌려본 사람들까지 전수 조사를 했어. ▲ 죽음의 퀴즈 당시 사건을 취재하던 조갑제 기자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어. 그러다 조 기자는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듣게 돼. 지은이가 발견되고 이틀 뒤인 23일 밤 11시쯤. 영도의 한 파출소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대. 8월 23일 밤 11시쯤 파출소로 전화가 걸려 왔는데, 전화 건 사람이 '용두산 공원 김지은 양 피살 사건을 압니까?'라고 물었어요. 방범대원이 '압니다'라고 하니까,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내가 ㅇㅇ공고와 ㅇㅇ중학교 사이에서 죽였습니다'… 방범대원이 놀라서 '지금 전화 거는 곳이 어디입니까?'라고 하니까, 이 남자가 네 자리 숫자를 불러줬어요. -조갑제, 당시 국제신보 기자 수화기 너머 남자가 불러준 네 자리 숫자는 '7698'. 경찰은 이 네 자리 숫자가, 전화번호 뒷자리라고 추측했어. 파출소가 영도에 있었으니, 앞에 영도 지역번호를 넣어 찾아보니, 여관 하나가 나왔어. 범인의 작은 단서라도 남아있길 바라며, 형사들은 당장 그 여관으로 달려갔어. 여관방 하나하나, 손님 한 명 한 명을 모두 조사했는데, 안타깝게 용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어. 형사들은 범인이 언급한 학교 주변도 수색했지만, 작은 단서조차 나오지 않았어. 그럼 이 전화, 장난전화일까? 범인이 경찰들을 유인하고 도망간 걸까? 그런데 그 이상한 전화가 온 다음날 밤에 다섯 살 도훈이가 유괴됐고, 범인이 시신에 '후하하 죽였다'라는 메모를 남겼어. 마치 자신이 낸 문제를 풀지 못한 대가라는 듯이. 분개했죠 분개. 범인을 잡지 못하고 어린애가 연쇄적으로 죽고 하는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아주 분개했죠. -서정우, 당시 부산 동부경찰서 형사 무고한 아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어. 그런데 범인은 게임하 듯, 단서를 던지고 조롱하고 있어. 화는 나지만, 범인은 누군지 종잡을 수 없고, 또 피해자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형사들은 잠을 이룰 수가 없어. 우리 경찰은 보통 큰 사건이 터지면 동일 수법 전과자부터 먼저 추적하거든요. 그런데 동일 수법과 전과자도 없었어요. 어린애 죽여놓고 글 쓰는 그런 동일 수법 전과자를 그 당시에 찾았는데. 그 당시에는 희대 사건으로 희귀한 사건으로 수사본부에서도 방향 제시를 바로 하지 못했어요. -서정우, 당시 부산 동부경찰서 형사 그리고 경찰에 전화해서 '너희 경찰 수사 똑바로 해라'. 자기가 범행하기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그런 여러 가지 어떤 욕구를 한번 현실화시켜 보는 거예요. 본인은 시대를 앞질러간 그런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그 당시에 경찰은 도대체 이런 종류의 범죄가 자기들은 형사 생활 몇 십 년 하면서 본 적이 없으니. 그것에 대해 대처를 못 한거죠.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당시 부산은 발칵 뒤집혔어. 특히 아이 키우는 집들은 비상사태야. '소중한 내 아이 우리가 지키자' 거리 곳곳에서 유괴 예방 캠페인이 펼쳐지고, 학교 앞엔 아이를 데리러 나온 엄마들로 바글바글 해. 잇따른 불시 무차별한 살인은 며칠 사이 부산 시민의 생활 방식을 눈에 띄게 변모시켜 가고 있다. 도훈 군이 변을 당한 24일 이후 시내 술집들은 손님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해 질 녘이 두려워진 부모들은 레슨이고 과외수업이고 집 밖에 아이들이 나가지도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중구 대교동 김 모씨는 애들 걱정에 일이 손에 안 잡혀 하루에도 10번 가까이 집에 전화를 걸어 이상 없나를 확인하고 있다. 주부들도 몇 분 동안 시장에 갈 사이라도 애들을 이웃집에 데려다 두고 가는 등 조심하고 있다. -당시 신문 보도 中 '후하하 사건' 때는 워낙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를 하고 그때는 공포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죠. 산에 들판에 경찰이 동원돼서 수색도 하고 하니까. 공포 영화 보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죠. -조갑제, 당시 국제신보 기자 범인에게 걸린 현상금만 100만원. 당시 공무원 초봉이 2만원 정도였대. 수사당국의 의지가 느껴지지? 도대체 범인은 어떤 가면을 쓰고 사건을 지켜보고 있을까. ▲ 유일한 생존자 그때, 경찰서로 누군가 찾아왔어. 30대 남성이야. 그 남자의 말에 경찰서는 발탁 뒤집혔어. 저희 딸이 그놈한테 유괴 됐었어요. 그놈이 확실해요.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거야. 이 남자의 딸은 아홉 살이었어. 이름은 임재은(가명). 맞아. 아까 그 '범천동 임재은' 메시지 속 그 이름이야. 그날 재은이는 오전 11시쯤 피아노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고 있었어. 교습소에서 집까진 걸어서 10분 내외 거리야.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걸어가던 재은이 어깨를 덥석 잡아. '따라오지 않으면 죽인다. 조용히 따라와' 하며. 재은이는 악 소리도 못 내고 조용히 남자를 따라갔어. 얼핏 봐서 2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 벌건 대낮에, 재은이의 동네에서 태연하게 아이를 유괴한 거야. 지은이가 유괴된 게 8월 20일, 도훈이가 24일이야. 재은이가 유괴된 건 8월 18일 월요일이야. 재은이가 셋 중에 가장 먼저 범행대상이 됐던 거야. 범인은 재은이를 데리고 골목을 돌아 대로변에 다다르자, 재은이와 함께 택시에 탔어. 얼마 후 택시가 도착한 목적지는 대신공원 입구. 아까 지은이 시신에 남겨진 메시지 '범천동 임재은이 대신공원에서 죽었다' 알지? 재은이의 존재를 몰랐던 형사들은, 범인이 지은이를 대신공원에서 죽이고 용두산 공원에 유기했을 가능성을 고려했잖아. 근데 그 대신공원에 온 건, 지은이가 아니라 실제로 재은이었던 거야. 그럼 대신공원은 어디냐. 재은이네 집은 부산 진구에 위치한 범천동이야. 도착한 곳은 재은이 동네에서 5km 정도 떨어진 대신공원. 지은이와 도훈이가 발견된 곳과 멀지 않은 곳이야. 범인은 재은이를 데리고 마치 산책하듯 자연스럽게 약수터까지 올라가. 8월 중순의 부산. 얼마나 더웠겠어. 범인은 재은이에게 약수도 한잔 마시라고 건네. 그런 친절한 행동에, 말만 잘 들으면 집에 보내줄 수도 있겠다 기대도 했어. 재은이는 범인이 시키는 대로 옷을 벗고 계곡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기도 했어. 범인과 함께. 재은이는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계곡에서 나온 뒤 범인은 재은이에게 뜻밖의 주문을 했대. 나를 주인님이라고 불러라. 범인은 재은이를 데리고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어. 인적 드문 곳에 이르자 범인이 재은이를 앉히고 물어봤어. 이름이 뭔지, 집에 TV가 있는지, 집 전화번호는 뭔지. 재은이는 집 전화번호를 댔고, 범인은 주머니에서 작은 성냥갑을 꺼내 받아 적었어. 호구조사가 끝나자 범인은 이런 말을 했어. 이제부터 나를 아버지라고 불러라. 그리고 그때부터 범인은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어. 아이를 폭행하고 결박하더니 재갈을 물린 거야. 심지어 추행까지 하려던 그때, 멀리서 인기척이 들려왔어. 조급해진 범인은, 재은이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어. 평소라면 피아노 학원에 다녀와 엄마가 해준 간식을 먹고 오빠와 놀고 있을 시각에, 재은이는 범인의 손아귀에서 정신이 아득해져 갔어. 아이의 몸이 축 늘어지자 범인은 잽싸게 자리를 떴어. 그날 오후, 재은이의 집에 전화가 걸려왔어. 초등학생 오빠가 전화를 받자 범인은 재은이가 대신공원에 죽어있다. 빨리 가봐라. 알겠나? 라고 말했어.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부모님은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았대. 재은이가 피아노 교습소에서 돌아오지 않아 가족들이 걱정하고 있던 그때, 재은이가 사망했다고 알려온 전화야. 그런데 곧이어 또 다른 전화 한 통을 받아. 파출소였어. 알고 보니 가족들이 범인의 전화를 받고 충격에 빠졌을 때쯤, 재은이의 눈이 번쩍 떠져. 죽음의 끝자락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거야. 범인이 떠나고 얼마 뒤, 재은이는 정신이 들었어. 그때 누군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 등산객들이 재은이를 발견한 거야. 그리고 목을 조르고 있던 끈부터 풀어줬어. 공공거리는 신음소리가 났다. 잡초 속에서 어린애의 얼굴이 보였다. 임 양은 손발이 묶인 채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반시신 상태. 임 양의 몸은 땀과 흙으로 뒤범벅. 구출자들을 보고도 악한을 보듯 겁에 질려 있었다. 일행은 임 양을 업고 내려오면서 수건으로 땀과 흙을 훔쳐 줬다. 임 양의 아버지는 당황한 나머지, 그때까지 자기가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당시 신문 보도 中 범인은 재은이가 살아있다는 걸 모른 채, 재은이 집에 전화를 건 거야. 다행히도 재은이의 상태는 양호했어. 며칠 치료만 받으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대. 그런데 가족들은 불안해했어. 범인이 재은이의 이름부터, 얼굴, 집 전화번호도 아니까. 재은이가 살아있다는 걸 알면 보복할까 봐,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꽁꽁 숨기기로 한 거지. 차라리 범인이 재은이가 죽은 걸로 아는 게 낫겠다 싶었던 거야. 그래서 재은이 사건은 한동안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어. ▲ 범인의 메시지 아마도 범인은 그게 이상했던 거 같아. 자기가 친절하게 집에 전화까지 해서 재은이가 죽었다고 알려줬는데, 신문이나 라디오에 한마디도 나오지 않으니까. 자꾸 알리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을 죽여놓고 신문에 자기가 죽인 사건이 크게 보도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거라고. '내가 사람을 죽였는데 보도가 안돼?' 해서, 그 사건을 저지른 거 아닙니까. -조갑제, 당시 국제신보 기자 그래서 범인은 이틀 뒤 또 다른 아이를 유괴해 살인을 저질러. 용두산 공원에서 발견된 7살 지은이야. 그리고 지은이 몸에 '범천동 임재은 대신공원에서 죽었다'라고 썼어. 심지어 범인은 이렇게까지 했어. 8월 21일에 범인은 실망했을 거라고. 두 사람을 죽였는데, 용두산 공원에 버린 그 사건만 보도되거든. 또 배 위에다가 메모까지 남겼는데도 안 알아주는 거야. 그거 (지은이 사건) 하나만 알아주는 거야. 그래서 23일 지은 양을 죽인 사흘 째죠. 영도에 있는 어느 경찰서 파출소에 전화를 건다고. -조갑제, 당시 국제신보 기자 시신에 메시지를 남겼는데도 아무도 자신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자, 파출소에 전화해서 '7698'라는 번호까지 알려줬어. 이 숫자의 의미는 알고 보니, 재은이네 집 전화번호야. 경찰에 지은이를 죽였다고 말하며, 그 전 범행인 재은이에 대한 단서까지 일부러 투척한 거야. 마치 자신이 한 일을 제발 알아달라는 듯이. 아이를 유괴해서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살해하고 하는 그것으로써 자신의 욕구가 완전히 충족되지 않는 거예요. 시신이 어디에 버려져 있다, 그 과정을 통해서 가족들이 얼마나 놀라고, 그 고통 속에 있는 상황을 본인은 즐기는 거예요. 그것은 자기가 일종의 가지고 있는 권력이에요. 자기만 가르쳐 줄 수 있어요. 어디에 뭐 시신이 있다는지 하는, 그런 정보를 자기가 줄 수 있으니까. 자기는 마치 이 모든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거죠. 이 범인의 목적은 자기가 한 행동이 부산 지역을 발칵 뒤집어 놓기를 바란 거죠. 그러니까 경찰에게 수사 똑바로 하라고 이런 얘기를 하죠. 그래야 내가 의도하는 그 뭔가가 이렇게 드러나서, 내가 어떤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성취감 이런 게 있을 거 아니냐.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범행을) 제대로 알려서 희대의 살인마가 나타났다든지 하는 이런 1면 머리기사를 기대하고 있었겠죠. 그래도 아무 소식이 없으니까. 24일 남자아이를 유괴해서 죽이고 그 배에다가 또 그걸 썼죠. '후하하 죽였다'. 그는 살인을 통해서 자기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던 인간 아니겠느냐. -조갑제, 당시 국제신보 기자 ▲ 범인의 몽타주 기사를 통해서 지은이와 도훈이의 사건을 알게 된 재은이 부모님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된 거야.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으려고. 재은이는 범인을 만난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니까. 덕분에 미궁에 빠졌던 이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어. 재은이는 힘든 시간을 되짚어 차분히 범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어. 9살 재은이는 범인의 인상착의를 기억하려고 최선을 다했어. 생각보다 디테일한 걸 기억하고 있어서 형사들도 놀랄 정도였어. 그렇게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 완성한 범인의 몽타주는 이랬어. 나이는 추정컨대 20~30대 정도. 키는 170cm 정도. 머리는 짧게 깎아서 두 귀가 완전히 드러났대. 결정적으로 오른쪽 코 옆에 2개, 입가에 쌀알만한 점이 하나 있었다는 거야. 이 중에 도훈이가 발견된 방파제 근처에서 수상한 사람을 봤다는 목격자의 증언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어. 눈 밑과 코 주변에 여드름 같은 흔적이 있다고 했거든. 당시 몽타주는 6명 이상의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작성하는 게 원칙이었지만, 더 이상의 목격자는 없었어. 이 몽타주의 얼굴을 한, 억센 사투리를 쓰는 남성. 그렇게 수사망이 좁혀졌어. 희망을 가졌죠. 왜냐하면 용의자 인상착의가 처음 나왔으니까. 그게 얼마나 큰 도움이 돼요. 너나 할 것 없이 다 자식을 키우기 때문에 이 범인을 우리 손으로 잡아보겠다는 그런 사명감을 갖고 의지를 갖고 탐문하고 탐문하고. 아주 그 당시에 굉장했습니다. -서정우, 당시 부산 동부경찰서 형사 경찰은 범인의 몽타주가 단긴 수배전단을 10만장 넘게 뿌렸어. 부산 사람들 발길 닿는 곳마다 범인의 얼굴이 도배됐어. 그리고 반상회. 당시 부산 전 지역에서 3만여 회의 반상회가 열렸대. 다 같이 모여 범인의 몽타주를 확인하고, 동네에 비슷한 사람은 없는지, 낯선 사람이 다니지 않는지 조사한 거야. 부산-경남 지역의 만여 명의 택시 기사들도 한 목소리를 냈어. 내 차에 탔을지도 모르는 유괴범을 내 손으로 잡아내자고. 범인이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는 걸 알게 된 후 혹시라도 수상한 사람을 태우면 적극적으로 신고하자는 결의를 다졌어. 그러던 어느 날, 몽타주랑 비슷하게 생긴 남자가 5살쯤 돼 보이는 아이와 함께 가는 걸 봤다는 신고가 접수됐어. 신고자는 동래구에 있는 한 주민. 마침 약수터 인근 복덕방에서 범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코 밑과 옆에 점이 있는 남자가 아이와 지나가는 걸 똑똑히 봤다는 거야. 대규모 경찰, 주민들이 투입돼 산을 샅샅이 뒤졌어. 밤에는 기동대까지 동원해 철야 없이 일했어. 하지만 수상한 남자와 어린아이, 둘 다 발견되지 않았어. 이 제보 속 남성은 범인과 닮은 사람으로 일단락 됐어. 그즈음에는 젊은 남자가 아이 손만 잡고 다녀도 신고감이었어. 그 시각 형사들은 메리야스 공장도 수사했어. 왜? 재은이의 기억 중에 이것도 있었거든. 범인의 바지 뒷주머니에 노란색 접이식 나무자가 꽂혀 있었다는 거야. 형사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의류재단사를 떠올렸어. 범인이 메리야스를 찢어 결박하는 끈으로 썼잖아. 그런 소재를 많이 다뤄본 사람이라 추측한 거지. 수십 개의 메리야스 공장을 찾아가 일하는 직원들을 한 명 한 명 살폈어. 하지만 몽타주와 비슷한 사람, 안타깝지만 없었어. 어느덧 사건 발생 열흘째. 검경 수사력을 총동원해서 어린이 유괴범을 체포하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대통령 특별지시가 떨어졌어. 이에 부산 경찰들이 총동원 됐고,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탐문수사, 검문 검색이 계속 진행됐어. 심지어 코 옆에 점이 있는 사람은 무조건 조사 대상이야. 그래서 점 빼는 가게가 문전성시를 이뤘대. 인상착의 가지고 수사하다가 혼난 사람이 많아요. 코 밑에 점박이 혼쭐이 났죠. 수사할 때 참 어려웠어요. 범인을 용의자로 지정하기가. 참 수사하는데도 난관에 많이 부딪쳤죠. -서정우, 당시 부산 동부경찰서 형사 그러던 9월 1일. 유력 용의자가 붙잡혔다는 소식이 들렸어. 연쇄 유괴 살인 수사본부는 1일 유력한 용의자로 김 모 씨의 신병을 확보, 추궁 중이다. 경찰은 김 씨의 집에서 도훈 군의 복부에 쓴 것처럼 '후하하'라고 쓴 대목의 만화책 5권을 압수했다. 얼굴에 점이 3개 있는 등 임 양이 본 범인의 인상착의와 비슷하고 변태 성욕자로 10세 미만의 여아를 강간한 사실이 2~3회 있다는 것이다. -당시 신문 보도 中 하지만, 이 또한 아니었어. 두 달 가까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형사들은 백여 명의 용의자를 수사했고, 그 중 30여 명의 용의자를 재은이와 대질시켰지만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없었어. 앞에 봤던 사람, 그 다음에 봤던 사람, 그 다음에 봤던 사람 얼굴이 입력이 되잖아요. 그걸 가지고 자기가 진짜로 봤던 사람이랑 대조하게 되는데, 아이의 기억 속에 있는 범인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이 경험으로 인해서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어요. 나중에는 진짜 범인을 보고도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예요. -김태경, 서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언제까지 수사를 아이의 기억에만 의존할 수는 없었어. 부산 바닥을 뒤지며 백방으로 범인을 쫓았던 특별수사본부는 설치 73일 만에 해체됐어. 경찰은 수사본부 해체가 수사 포기는 아니며, 각 서별로 계속 수사를 이어 나가겠다고 했지만. 형사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어. ▲ 진범은 어디에 그렇게 잔혹한 아동 연쇄 살인 사건도 조금씩 잊혀갈 무렵. 76년 6월, 부산의 형사들이 급히 이리역으로 가고 있어. 1년 만에 범인의 꼬리가 잡힌 걸까? 76년 6월 22일 밤이야. 30대 부부는 5살 딸과 함께 열차에 탔어. 밤새 운행하는 야간열차라, 한 7시간을 자리에 앉은 채 자면서 가는 거야. 밤 12시쯤. 기차는 계속 달리고, 대부분의 승객들이 잠든 시각이야. 남편이 뒤척이다가 눈을 떴는데 뭔가 허전해. 옆에서 자고 있던 딸이 보이지 않는 거야. 놀란 부부는 열차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녔어. 그러다 한 승객의 이야기를 듣게 돼. 방금 청색 옷 입은 남자가 어린 여자애를 데리고 이리역에서 내리던데요. 부부는 열차에서 내려 바로 실종신고를 했고. 경찰은 당장 수사에 나섰어. 그런데 이리역에 있는 역무원이, 이상한 사람을 봤다고 했어. 20대 남자가 애를 데리고 서성거리길래 왜 안 나가냐고 물으니까. '애가 배고파서 밥 사줄 곳을 찾는다면서' 역 밖으로 나가더라고요. 부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 아이가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으니까. 근데 그때 그 이야기를 듣던 다른 역무원이 뜻밖의 이야기를 해. 방금 어떤 남자가 급히 목적지를 바꿔서 표를 교환해 갔는데. 표가 다 젖어있고, 뭔가 좀 이상하다 싶었거든요. 애는 없었는데. 혼자였어요. 남자가 표를 바꿔서 탔다는 열차의 출발 시간은 새벽 1시. 그가 범인이 맞다면, 이리역에서 아이와 내린 지 한 시간 정도 지난 후에, 혼자 다시 열차를 탄 거야. 경찰은 남자가 바꿔 끊은 다음 도착지로 향했어. 새벽 1시 30분, 논산역이야. 열차가 도착하자마자 경찰과 역무원들이 열차에 올라 승객들을 한 명 한 명 살펴보는데, 열차에 그 남자가 있었어. 아래 위로 청색 옷을 입은 20대 남자. 경찰은 당장 그 남자를 데리고 내렸어. 16시간을 조사한 끝에, 범인은 범행 일체를 자백했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날 새벽 아이는, 이리역 인근 논두렁에서 발견돼. 추행당한 후 옷이 벗겨진 채 목이 졸려 숨져 있었던 거야. 범인은 공공장소에서 대담하게도 아이를 유괴한 후 잔혹하게 살해한 뒤 한 시간 만에 태연하게 다시 열차에 올라탔어. 초범이라기엔 빠르고 일사불란하게 범행을 저지른 이 남자. 부산 영도구에 사는 사람이야. '후하하 사건'의 범인이 전화를 걸었던 파출소가 있는 곳. 그리고 지은이가 사라진 곳. 그래서 부산 형사들이 급파됐던 거지. 특수본부는 해체됐지만 경찰은 계속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거든. 이제, 희생당한 아이들의 한을 풀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었어. 이리역 사건의 범인은, 부산에서 일어난 범죄는 끝까지 부인했고, 경찰 역시 그 사건과 관련됐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어. 시간이 흘러 1990년, 범인에 대한 공소시효까지 만료되며 이 사건은 영구미제가 됐어.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사라진 미제사건. 사회는 더 불안해지고 유가족들은 더 고통스러울 밖에 없겠지. 지은이 도훈이 부모님은, 내 아이를 죽인 범인이 어딘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생각에,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어. 그래서 형사들은 범인을 검거한 사건은 잊어도, 해결되지 않은 사건은 잊을 수가 없대. 피해자 가족과 사회에 미안해서. 많이 아쉽죠. 허무하지 허무해. 지금 후배들한테 참 끝까지 사명을 다 못해서 범인을 못 잡은 데 대해서는 지금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너무 많은 마음의 짐이 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겠다는 동기가 되죠. -서정우, 당시 부산 동부경찰서 형사 서 형사님이 인터뷰 도중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이 '부끄럽다'는 말이었어. 50년이 지난 일인데도 말이지. 문제를 풀 때 맞은 건 들여다보지 않지만, 틀린 건 왜 틀렸는지 한 번 더 확인하잖아. 형사들에게도 미제 사건은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오답노트 같은 거래. 서 형사님이 12년 차 베테랑 형사가 됐을 때, 부산에서 4살 아이가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어. 그 사건을 해결하는 동안, 75년도 이 사건을 떠올리며 그때 놓친 걸 계속 복기했대. 초동수사부터 증거 확보, 목격자 탐문까지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려 애를 썼고, 그 집념으로 몇 달간 추적한 끝에 결국 범인을 검거했대. '너를 죽인 범인은 내가 꼭 잡을게' 그런 의지가 범인을 잡겠다고 하는, 내가 눈물 흘리고 이랬다고요. 아이와 한 약속이 결국에 되더라고요 나중에. -서정우, 당시 부산 동부경찰서 형사 범인들이 내는 새로운 문제를 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오답노트. 우리가 미제 사건을 끝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꼬꼬무 찐리뷰] 15년간 미제였던 사건, DNA로 잡았다…드들강 살인사건 전말 [꼬꼬무 찐리뷰] 15년간 미제였던 사건, DNA로 잡았다…드들강 살인사건 전말 등록일2025.04.25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즈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24일 방송된 '살인자의 거짓말, 그리고 마지막 단서-드들강 살인사건'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그룹 몬스타엑스 멤버 주헌, 배우 경수진, 뮤지컬 배우 차지연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사라진 딸과 드들강 여성 변사체 때는 2001년 2월 4일 새벽. 광주에 있는 한 가정집이야. 새벽 6시경 걸려온 전화에 어머니가 잠에서 깼어. 전화를 받았는데, 아무 말 없이 전화는 끊어져버려. 장난 전화이거나, 잘못 걸린 전화겠거니 하며, 어머니는 별 생각 없이 깬 김에, 아이들이 잘 자고 있나, 두 딸들이 자고 있는 방의 방문을 열었어. 그런데 방문을 연 어머니는 깜짝 놀라고 말아. 자고 있어야할 큰 딸 민지(가명)가 사라진 거야. 당시 민지는 19살, 고3 진학을 앞둔 학생이었어. 하필이면 얼마 전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연락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대. 도대체 민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로부터 몇 시간 뒤인 그날 오후. 어떤 강가에 경찰들이 모여 있어. 바로 여기야. 여기는 전남 나주에 있는 '드들강'이란 곳이야. 경찰들은 어떤 신고를 받고 이곳에 모였어. 그 때 있던 자리가 이 자리예요. 이 자리. 이상하게 보이니까, 그 때 위에서 보고는 내려왔죠. 이렇게 엎드려 있었죠. 몸이 한 이 정도 떠있고 거의 잠겨 있었어요. 옷은 아예 다 벗긴 상태였다니까요. 하나도 안 입은 상태. -최초 신고자 나주에 있는 드들강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거야. 근처 잉어집 식당을 하는 사장님이 신고를 한 거였어. 시신은 스타킹 두 짝 빼곤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였어. 강변에 20대 여자 알몸 변사체 4일 오후 4시께 20대 초반 여자가 알몸으로 숨져 있는 것을 인근 주민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키 160cm 가량에 길이 30cm 정도 되는 생머리 차림의 이 여자의 신원을 수배했다. -사건 당일 기사 中 경찰이 여자의 신원을 수배했다는 건, 변사자의 신원이 확인이 안 됐다는 거지. 시신은 옷만 벗겨져 있었던 게 아니었어. 지갑, 가방 등 여성의 소지품 또한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어. 경찰은 신원 파악을 위해 지문을 재취해서 확인에 나서. 그런데, 조회가 되지 않아. 시신으로 발견된 여성은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전일 수 있다는 거지. 그럼, 기사처럼 20대가 아닌 10대일 가능성이 있어. 그럼 이 시신이 혹시, 사라진 민지는 아닐까? 민지의 집이 어디라고 했지? 광주광역시. 시신이 발견된 나주 드들강하고는 15km,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이야. 고등학생이 한 밤 중에 다른 지역의 강에 왔다? 좀 이상하지. 경찰은 접수된 실종신고를 살펴봤고, 딸의 실종 신고를 했던 민지의 어머니가 시신을 확인했어. 확인 결과, 드들강에서 발견된 시신은 민지가 맞았어. 2월 4일, 도대체 민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민지에게 무슨 일이? 사건 당일 새벽. 민지랑 한 방에서 자고 있던 여동생이 잠결에 뭔가를 봤대. 평소대로 자다가 그냥 갑자기 옷을 입고, 그렇게 입고 그냥 외출하듯이 나갔어요. 그냥 조용히. 언니도 제가 자는 줄 알고. 그때가 새벽 1시경이었어요. 들어오겠지 하고 그냥 잤어요. 저는. 그렇게 마지막 모습을 봤어요. -민지 여동생 민지는 새벽 1시경 외출한 걸로 보여. 외출한 민지를 목격한 사람도 있었어. 목격자는, 새벽 3시 경에 민지가 동네에서 남자 2명과 함께 있는 것을 봤다는 거야. 목격자는 그들의 인상착의에 대해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키는 170에서 175정도였고, 검정색인가 진곤색 사파리 점퍼를 입고 있었다. 안경은 안 쓴 것 같았다 , 다른 한 명은 상의는 흰색 티셔츠에 모자가 달린 후드점퍼를 입고 있었다 고 설명했어. 새벽 3시까진 동네에 있었다는 민지. 그런데 12시간 뒤 나주 드들강에서 차디찬 시신으로 발견이 된 거야. 시신에는 눈에 띄는 것이 있었어. 안면울혈. 얼굴 부분이 새빨간 거야. 이건 누군가 민지의 목을 죽을 때까지 졸랐다는 거야. 그런데, 시신에서 발견된 흔적은 이것 뿐이 아니야. 기도와 폐기관지 내에서 다량의 포말(거품), 폐와 신장조직에서 플랑크톤이 검출 돼. 이건 물을 먹은 흔적이야. 결국 시신이 이야기하는 그날의 진실은, 민지는 물속에서 죽을 때까지 목이 졸려 살해를 당했다는 거야. 만 17세 민지는 자신의 꿈도 펼쳐보지 못한 채, 얼음장 같은 물속에서 생명을 잃게 된 거야. 심지어 몸 곳곳에선 생채기와 찰과상도 확인이 됐어. 이것이 의미하는 건 뭘까? 형사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게. 검시를 하면서 상처 같은 것들을 확인을 했고. 성폭행을 당했을 때 나타나는 그런 상처 같은 것들이 발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간 살인으로 이제 생각하고 수사를 진행하죠. -남설민 형사 피해자는 성폭행 후 살해당한 것으로 보여. 이렇게 잔혹한 짓을 저지른 범인은 누구일까? 혹시 시신 발견 장소, 시신의 상태에서 좀 더 알아낼 수 있는 건 없을까? 이제부터 범인의 프로필을 하나하나 추정해 볼게. ▲ 범인의 정체를 추적하라 시신은 옷이 벗겨져 있었어. 2월 추운 겨울, 여러 겹 껴입은 옷을 모두 벗긴 거야. 옷가지뿐 아니라 지갑, 가방, 신발까지 민지의 소지품도 싹 챙겨서 범인이 가져갔다는 거지. 그리고, 또 하나 없어진 것이 있었어. 바로, 반지. 민지가 항상 끼고 다니던 실반지가 없어진 거야.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 전문가의 말을 들어볼게. 사람을 살해하고 난 이후에 어떤 범인이라 하더라도 그 현장을 빨리 이탈하고 싶어하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도 아주 능숙하게 옷을 다 벗겨냈다는 거죠. 그만큼 정신적 여유가 있었다. 일반적인 범죄 경력들이 꽤 많이 쌓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그런 범죄자의 전형적인 형태라는 말이죠. -오윤성 교수,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반지까지 훔쳐서 가져 갈 생각을 했다면 전과가 굉장히 많은 사람이면서 혹시 어떤 절도라든지 강도 이러한 대물 범죄의 전과를 함께 갖고 있는 사람은 아닐지. -박지선 교수,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범인은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으로 추정해 볼 수 있어. 다음, 시신이 발견된 장소가 어디었지? 수심이 무릎 정도의 드들강 물속에서 목을 졸라서 살해한 후 그대로 시신을 강에 방치를 했어. 이건 시신을 숨길 의도가 없었다고 볼 수 있어. 여기서 뭘 알 수 있을까? 다른 사람 눈에 띄어도 사실 아무 상관이 없다는 메시지를 범인이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진다고 해서 이 범인의 신상을 파악하기는 굉장히 힘든 정도의 관계로 보입니다. -박지선 교수,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설사 경찰이 피해자를 중심으로 수사를 한다 하더라도 '그 수사선상에서 나는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라는 것이죠. -오윤성 교수,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범인은 피해자와 별 관계가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커. 그리고, 광주에 살던 민지가 나주에서 발견이 됐잖아. 대중교통이 모두 끊긴 시간이야. 그렇다면 차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아. 그런데 당시 납치 정황은 나오지 않았어. 그렇다면 범인은, 운전이 가능한 사람. 그리고, 10대 소녀가 믿을 만한, 어느 정도 호감을 줄 인상의, 피해자와 나이차가 그렇게 많이 나지 않는 사람. 호감을 주는 인상이나 굉장한 어떤 뛰어난 언변 외에도 범죄자의 연령대가 굉장히 좁아진다는 거죠. 피해자와 연령 차가 굉장히 나는 사람은 사실 배제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이 되고요. 피해자와 최소한의 차이가 나면서 운전이 가능한 연령. 다시 말해서 20대 초반 혹은 많이 잡아야 20대 중반일 것으로 보이고요.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범인은 호감형의 운전 가능한 20대 남자가 아닐까? 범인은 드들강 물속에서 모든 흔적이 씻겨 나가길 바랐을지도 몰라. 그런데, 시신에서 아주 중요한 단서가 하나 발견돼. ▲ 결정적 단서, 하지만 미궁에 빠지다 피해자 질 내에서 피의자로 추정되는 체액을 발견하게 된 거죠. 피해자 질 내에서 정액으로 인해서 DNA가 채취가 됐습니다. -남설민 형사 DNA는 사건 해결에 있어 아주 결정적인 단서야. 이제 이 DNA와 일치하는 사람을 찾으면 되는 거야. 경찰은 대대적인 DNA 대조 작업에 들어가. 피해자와 조금이라도 아는 남자는 수년 전 인물까지 조사를 해. 이웃주민, 주변 우범자, 동종 전과자까지 무려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올랐고 일일이 DNA를 대조했어. 경찰들이 매일같이 머리카락을 한 움큼씩 뽑으러 다녔다고 해. 피해자와 전화 통화했던 그런 지인들, 그리고 주변 남자친구도 있었고,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DNA 매치 그걸로 수사를 진행을 상당히 했고요. -남설민 형사 하지만, DNA가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어. 너무 막막했겠지. 그런데, 이쯤에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어. 민지는 새벽 1시경 집에서 나갔다고 했잖아? 당시 휴대폰을 잃어버린 상태였어. 누군가를 만나러 나간 거라면, 어떻게 연락이 된 걸까? 정답은 인터넷 채팅이었어. 당시 인터넷 채팅이 아주 유행했거든. 민지가 채팅 상대를 만나기 위해 잠깐 집 밖으로 나갔을 가능성이 있어. 아니나 다를까, 새벽 1시경 민지가 컴퓨터로 채팅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이 있어. 그럼, 채팅 상대를 찾아야겠지? 근데, 확인이 안 돼. 형사들이 열심히 조사를 했지만 채팅 상대를 확인할 수 없었대. 수사팀의 노력에도 더 이상의 단서는 나오지 않았어. 드들강에서 살해된 민지의 사건은, 그렇게 미제사건이 되고 말아. 유일한 단서인 DNA만을 남긴 채 말이야. 사실 이 사건은 2001년 당시 거의 보도가 되지 않았어. 한 명의 고등학생이 너무도 참혹한 죽음을 맞았지만, 쓸쓸히 사건은 점점 잊혀가. 그리고 8년이 지난 2009년. 어린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해서 힘들어하던 민지의 아버지마저 스스로 생을 마감했어. 그런 부모님은, 어떤 마음이셨을까? ▲ DNA의 주인 가족들의 애끓는 마음과 달리, 이렇게 드들강 사건은 캐비닛에 잠든 채 무려 11년이 흘러. 그리고 2012년. 경찰서로 아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져. 유일하게 남은 단서였던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거야. 금괴를 싸게 판다고 속여 전당포 주인 등 2명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20대 남자가 검거 됐습니다. 용의자 김 씨는 지난 12일, 1kg짜리 금괴 24개를 싸게 판다고 속여 박 씨와 이 씨를 전남 장성으로 불렀습니다. 김 씨는 자신의 집으로 이들을 유인한 뒤 둔기 등을 이용해 살해하고 금괴 대금 1억여 원을 빼앗았습니다. -2003년 뉴스 보도 中 돈 보고 순간적으로 그냥 돈을 뺏으려고 그랬었는데. 벽돌로 내려쳐가지고 기절만 시키려고 했는데. 기절했다가 깨어나길래 순간적으로… -전당포 주인 살해 용의자 김 씨 전당포 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언론에 공개 된 김 씨. 이 김 씨와 2001년 드들강 사건 DNA가 일치한다는 거야. 어떻게 DNA 일치 결과가 나왔을까? 김 씨는 2003년 전당포 주인 2명을 살해해, 강도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어. 무기수로 수감 중, 2010년 법이 하나 제정돼. 범죄 수사 및 범죄 예방을 위해 수사기관이 강력범들의 DNA 신원 확인 정보를 취득해 관리하는 법률, 일명 'DNA법'이야. 그 때 범인이 강도 살인으로 복역이 된 상태였고. DNA법이 제정이 되면서 강도 살인으로 복역하고 있던 피의자의 DNA가 채취가 됐고. 그 DNA가 사건 피해자에게서 발견된 체액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는 그런 감정서를 회신을 받은 거죠. -남설민 형사 2010년 'DNA법'이 제정되면서 강간, 살인, 방화 등 강력범들의 DNA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됐어. 이 때 채취된 김 씨의 DNA와 드들강 사건 DNA가 일치한다는 게 발견된 거야. 무려 11년만에 찾게 된 유력 용의자 김 씨. 과연 어떤 사람일까? 우리가 앞에서 범인의 프로필을 추정해 봤잖아? 유력 용의자 김 씨와 범인의 프로필을 한 번 대조해볼게. 먼저, 범인은 범죄 전력이 있을 거로 추정했잖아? 2003년 전당포 주인 강도 살인은 2001년 드들강 사건 후에 저지른 범죄야. 그런데 김 씨는 그 전부터 절도, 폭력 등의 전과를 저지른 전력이 있었어. 우리가 추정했던, '범인은 범죄 전력이 있을 것'이란 추정과 일치하지. 다음, 범인은 피해자와 별 관계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지? 피해자 민지와 유력용의자인 김 씨가 사건 전 접촉한 정황은 없었다고 해. 이것도 추정과 일치하지. 그리고 김 씨는 드들강 사건 당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었고, 당시 나이는 20대 중반이었어. 이것 또한 전문가들이 추정한 범인의 프로필과 일치해. 그렇다면 이 전당포 주인 살인사건의 범인 김 씨가, 드들강 살인사건의 범인인 걸까? 자, 이제 김 씨를 만나 확인해 봐야지. 당시 경찰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 씨를 찾아갔어. 그리고 우선, DNA 일치 사실을 말하지 않았어. 왜? 중요한 정보를 먼저 주면 거짓말을 하거나 아예 입을 다물 수도 있으니까. 형사들의 첫 질문은 이거였어. 혹시 드들강 아십니까? 김 씨는 경찰의 질문에 드들강은 왔다갔다 많이 해서 알고 있습니다 라고 순순히 대답했어. 경찰의 다음은 질문은 이거였어. 민지 양 아시죠? 그러자 김 씨는 모르는데요. 만난 적도 없고 모르는 사람입니다 라며 민지를 아예 모른다고 답했어. 그러면서 모르는 사람이라 성폭행은 물론 성관계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어. 이제 경찰이, 히든카드를 꺼낼 때야. 시신에서 발견된 DNA와 당신 DNA가 일치하는데 이건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그러자 김 씨가 갑자기 문을 걷어차고 막 흥분해. 그러면서 끝까지 모르는 일이라고 범행 일체를 부인해. 범행을 부인하는 김 씨, 범인이 정말 아닌 걸까? ▲ 강물 아래로 가라앉은 진실 형사들은 김 씨가 피해자를 자신의 차량으로 유인해서 드들강에서 성폭행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를 해. 김 씨는 검찰에서는 이렇게 얘기를 해. 피해자 몸에서 제 정액이 나왔다고 하니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할게요. 하지만 살해는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범인이, 김 씨가 아닌 걸까? 검찰은 피해자 몸에서 김 씨의 정액이 발견됐지만, 이건 성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살인의 직접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렇게 결론을 내려. 피의자의 DNA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하나, 자신은 피해자를 강간하거나 실해한 사실이 없고 자신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후에 다른 사람이 피해자를 죽인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 피해자의 질 안에서 피의자의 DNA가 발견되었다는 것이 유일한 증거이며, 피의자의 범행 전후 행적에 대하여는 현재로서는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임. 2001년 당시 목격자가 있었잖아? 세월이 오래 지나서인지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어. 11년 전 새벽에 잠깐 본 남자를 기억하긴 어려웠겠지. 결국 검찰은 김 씨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려. 경찰이 송치를 하면 검찰이 기소를 하고, 그래야 재판을 할 수 있잖아. 불기소 처분으로 인해, 김 씨에게 죄를 묻지 못하게 됐어.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 씨의 행적에는 수상한 점들이 많아. 김 씨가 2003년 전당포 주인 살인사건을 저질렀잖아. 여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점이 있어. 판결문 내용 중 일부를 보여줄게. 피해자들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목졸림으로 인한 기도폐색으로 각 사망하게 하여 피해자들을 살해하고, 가위로 피해자들의 옷을 잘라 내어 사체 2구의 옷을 모두 벗기고 구덩이를 메워 사체를 유기하였다. -'전당포 주인 살인사건' 판결문 中 피해자의 목을 졸라서 살해한 점, 그리고 옷을 모두 벗긴 점. 드들강 살인사건과 묘하게 닮은 부분들이 있지? 피해자들도 땅속에 묻을 때 모두 나체인 상태로 묻혔고요. 주변 옷이나 이런 것들이 또 발견되지 않았었죠. 둔기 같은 걸로 내려치고 전깃줄로 목을 졸라서 살해했던 것으로… -남설민 형사 이런 유사점들이 단지 우연의 일치일까? 그리고 2001년 당시, 김 씨는 민지의 거주지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는 거야. 이 사실은 2012년 재수사에서 밝혀진 거야. 2001년 당시에 김 씨는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았다고 해. 왜? 김 씨의 주소지가 당시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다른 도시로 되어 있었던 거야. 그리고 드들강 사건 2개월 뒤엔 김 씨가 그 동네에서 아예 사라져 버렸어. 바로 교도소로. 김 씨는 2001년 3월부터 4월까지, 여러 번에 걸쳐 개를 훔친 죄로 수감이 돼. 그렇게 수사선상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난 거야. 게다가 수감 직후, 자기 소유의 자동차도 팔아버렸대. 너무나 시점이 기막히지 않아? 작은 범죄로 큰 범죄를 숨기려고 한 건 아닐까? 만약에 이 모든 걸 계산해서 한 거라면, 김 씨는 아주 치밀하고 용의주도한 인물이란 얘기가 돼.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누구보다 가슴이 찢어지는 사람이 있어. 바로 유가족들이야. 범인 잡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그게 불기소 처분이 되었다고 하니까 너무 어이가 없어서... -민지 여동생 한 2년 지나니까 그게 아니라고, 참담하고 기가 막혀버린 거예요. -민지 어머니 가족들은 민지가 발견된 드들강을 찾아 목놓아 울었어. 그때도 그랬는데 이 물이 얼마나 차가워... 얼마나 춥고 그 밤에 무서웠겠냐고… 이 엄마가 네 한을 풀어줄게. 펴보지도 못하고 너무 억울하게 갔잖아요. 엄마한테 와라.. 엄마한테 와라.. -민지 어머니 2001년 사건이 발생해 수사했고, 2012년 DNA 일치하는 사람이 나오면서 재수사까지 했어. 하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았어. 사건은 이대로 끝나는 걸까? ▲ 다시 시작된 수사 드들강 사건은 얼마 후 또 다른 전환점을 맞게 돼. 혹시 '태완이법' 들어봤어? 1999년 황산 테러로 사망한 6살 태완이. 작은 아이가 너무도 끔찍한 피해를 입었는데, 범인을 밝히지 못한 채 공소시효가 끝나게 돼. 이로 인해 공소시효로 미제가 되는 사건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고, 2015년 태완이법이 만들어져.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가 된 거야. 그리고 이 시기, 경찰은 다시 한 번 미제사건들을 들춰보게 돼. 저희야 그 죄인이죠. 범인을 잡지 못했고 어찌 됐든 해결을 하지 못했으니까 그냥 뭐 죄송스럽고. 이 사건은 증거가 있었고, DNA가 일치하는 용의자도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다시 재수사하겠다고 해가지고. 나주서 형사님들 두 분하고 저희 미제팀 두 명하고 같이 수사를 진행하자. 이렇게 해서 이 사건이 진행하게 됐습니다. 끝까지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고, 무조건 잡자. 해결할 수 있다… -남설민, 2015년 미제사건수사팀 형사 2015년, 나주경찰서와 전남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이 다시 한 번 수사에 착수해. 남설민 형사님은 이때 미제사건수사팀 형사로 이 사건에 참여하게 된 거야. DNA라는 강력한 증거와 일치하는 유력 용의자가 있는 만큼, 이대로 끝낼 수가 없었던 거야. 그리고,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더 있어. 저는 2015년 2월 달에 광주지검에 전입해서, 전입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이 사건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을 담당했고. 이게 사실 굉장히 부담스럽고 제 입장에서도, 다른 어떤 검사가 결론이 무혐의라고 했는데. 그래서 재수사를 시작했으면 뭔가 제대로 된 결론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랄지 각오랄지. 그래도 이 망자의 한을 풀어줘야 되는 사건이다. 가능을 떠나서 이 사건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파헤치고 할 수 있는 건 다시 해야 되지 않겠느냐라고 해서. 본격적으로 재수사가 시작된 거죠. -박경섭, 당시 광주지검 검사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도 함께 나선 거야. 이렇게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수사가 다시 한 번 시작 돼. 사건발생 14년이 지난 시점이야. 어떤 수사를 할 수 있을까? 일단 기존의 수사 자료들을 아주 꼼꼼하게 살펴봤대. 사건 초기 자료부터 싹 끌어 모아 면밀히 검토를 한 거야. 제가 기록을 봤을 때 느낀 그 솔직한 감정은, 이 사람 피의자가 범인이 맞는 것 같다 라는 어떤 확신이 들었는데. 뭔가 좀 부족하다 아직. 정황증거나 보강증거가 필요한 사건이다… -박경섭, 당시 광주지검 검사 그랬더니, 새로운 의문점이 보이기 시작해. 특히,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던 김 씨에 대해서 말이야. 김 씨는 살해뿐 아니라 성폭행 사실도 부인했어. 합의하에 성관계만 있었다는 인정을 한 거지. 이 주장을 깰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김 씨의 여자관계를 확인해서, 그의 성향에서 특이점을 찾아본다면 어떨까?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장소 드들강. 김 씨가 피해자를 드들강으로 데려간 거라면 지리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얘기겠지. 김 씨는 그 전 수사에서 드들강을 알고 있다고 대답을 했어. 다시 수사를 할 때, 범행 장소에 대한 김 씨의 지리감을 좀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김 씨의 지인들, 특히 만났던 여자들을 일일이 찾아서 어렵게 만났어. 그렇게, 사건 당시 여자친구도 만나게 됐어. 뭔가 나왔을까? 저희가 계속 설득해 가지고 진술을 해달라. 이렇게 진술을 얻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 만났던 여자친구가 중학생이었는데, 중학교 3학년을 성인이 만나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으니까.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그런 경위를 물어 봤을 때, 좀 강압적으로 관계가 시작하게 됐다라고 진술을 했었죠. 성폭행을 당해서 그래서 그 계기로 무섭기도 하고 그렇게 관계를 지속해 왔다고 그렇게 진술했습니다. 성폭행을 당했던 상황이 이 사건 피해자와 그런 상황과 좀 유사한 점이 있었어요. 그 때도 수박색 경차에 태우고 저수지 인근으로 가서 차량 내에서 성폭행을 했다는 진술이 이 사건하고 상당히 유사했죠. -남설민, 2015년 미제사건수사팀 형사 민지 사건과 상당히 유사하지? 김 씨가 중3 학생을 성폭행하고 만났다는 거야. 그 때 김 씨의 나이는 20대 중반.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그 여성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기 힘들어 했대. 경찰의 간곡한 설득 끝에 어렵게 진술을 해 준 거였어. 그리고, 놀라운 이야기는 계속 돼. 저랑도 드들강에 자주 갔었어요. 그 여성도 김 씨와 드들강에 함께 간 적이 있다는 거야. 지난 수사에서 김 씨는 드들강을 안다고 진술했어. 드들강은 강 길이만 무려 53km야. 드들강을 안다는 것만으로 부족해. 이 이야기를 들은 박경섭 검사는 담당 형사에게 그 분을 모시고 당시 드라이브 코스가 어땠는지 한 번 돌아봐 주십시오 라고 말했어. 드들강 범죄 현장이 김 씨의 드라이브 코스에 있는지 확인을 하려는 거야. 경찰이 여성과 동행해서 김 씨와 갔던 드들강 코스를 되짚어 가. 여성이 코스를 안내하던 그때, 이 길로 쭉... 어! 여기 잉어집 식당이 있었는데... 잉어집 식당. 전에 들어본 적 있지? '현장 검증 비슷하게 뭐 녹화도 하고 한 번 해봐라'라고 했더니 '아 여기에 이 근처에 잉어집이라는 어떤 매운탕 집이 분명히 그 때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당시에 2001년도에 시신을 발견하고 신고를 했던 사람이 잉어집 사장이었어요. 근데 그게 없어졌어요 이제. 그걸 기억하고 이야기 하니, '아 이 범인은 이 범행 장소에 대한 지리감이 광장히 높은 사람이다' 라는 게 이제 또 보강이 된 거고. -박경섭, 당시 광주지검 검사 김 씨 역시 범행 현장을 잘 알고 있었다는 거지. 그리고, 여자는 이런 이야기도 했어. 2001년 2월 중순에 제 중학교 졸업식이 있었거든요. 오기로 했는데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어요. 그리고 없어져 버렸어요.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를 넘어가는 해였나 봐요. 2월 달이니까. 졸업식이 2월 중순쯤에 있지 않습니까? 피의자가 졸업식에 오기로 했는데 갑자기 연락이 두절 되고 오지도 않았고 사라졌다는 식으로 진술을 하더라고요. -남설민, 미제사건수사팀 형사 2월 4일에 사건이 있었잖아. 2월 중순에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는 김 씨. 좀 이상하지 않아? 형사들은 2000년도에 김 씨와 만났다는 또 다른 여성도 찾아냈어. 이 여성은 인터넷 채팅으로 김 씨를 만났다고 말했어. 여성이 말한 채팅 사이트는 민지가 집을 나가기 전 했던 채팅 사이트와 동일했어. 그리고 또 다른 여성은 김 씨의 폭력적인 성향에 대해서도 진술했어. 주먹으로 때리고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도 했다는 거야. 그리고, 수사팀이 자료를 아주 꼼꼼히 봤다고 했잖아? 여기서 결정적으로 발견한 것이 있어. 바로, 이거야. 다이어리. 민지가 죽기 3개월 전에 썼던 거야. 형사들은 11월 30일에 쓰인 내용을 발견하고 머리를 쾅! 하고 맞는 느낌이었대. 11월 30일에 아주 중요한 정보가 적혀 있었던 거야. 이제 피의자가 주장하는 것들에 대한 것을 깨뜨려야 되기 때문에 그런 걸 찾기 위해서 많이 기록을 뒤져봤던 것 같아요. 그때 이제 기록에 피해자 다이어리를 사본 한 기록이 있었는데, 그 11월 30일에 '마법'이라는 단어가 적혀져 있는 게 확인이 됐죠. -남설민, 미제사건수사팀 형사 그날에 쓰인 내용은 '마법에~'. 바로 생리를 이야기 하는 거였어. 이게 왜 중요한 걸까? 생리 주기가 28~30일 정도니까 계산을 해 보면, 사건 발생일인 2월 4일은 민지가 생리 기간일 가능성이 높은 거야. 민지의 친구에게도 이 사실을 확인했는데, 그 때 피해자가 생리 중이었다는 것이 확인이 됐어. 김 씨는 성폭행이 절대 아니다,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뿐이라고 말했잖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피해자가 생리 중에 처음 보는 20대 남성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 쉽게 납득이 안 가지. 그 범행 당시에 피해자가 생리 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이제 그걸 픽스를 하고 싶은 이유는 당시 여고생인데 생리 중에 처음 만난 남성과 합의 하에 성관계한다는 건 우리가 조금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거 아니냐. -박경섭, 당시 광주지검 검사 피의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런 성관계를 가질 수 있었겠느냐, 그건 말이 안 되고 이렇게 강간을 당했다는 그런 정황증거가 된다. 이렇게 생각했죠. -남설민, 미제사건수사팀 형사 드디어 김 씨의 주장이 깨졌어. 그리고, 다이어리에서 극적으로 찾게 된 '마법에~'라는 단어가 중요한 이유는 이것뿐이 아니야. 이 단어가 가져올 또 다른 반전은 잠시 후에 드러나게 될 거야. ▲ 범인과의 진실게임 지금까지 수사 내용을 보니, 김 씨가 범인일 가능성이 어때 보여? 이 사건은 2014년 한 번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어. 이번엔 재판까지 갈 수 있을까? 검찰에서는 기소해서 한 번 무죄가 나면 그 뒤에 무슨 다른 추가 증거가 있다고 해서 다시 기소를 해서 유죄로 바꿀 수가 없어요. 재심할 수가 없습니다. 피고인만 재심을 할 수 있는 거죠. 한번 실패를 하면 사실 영원히 묻히는 사건이 되는 거죠. -박경섭, 당시 광주지검 검사 신중해야 하는 거야. 섣불리 기소했다가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면 어떡해. 김 씨가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게 이번에 확실하게 끝내야 해. 피의자 김 씨에 대한 박 검사의 신문이 시작 돼. 박 검사가 느낀 김 씨의 첫인상은 '잘생겼네'였어.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딱 왔는데 잘 생겼어요. 키가 크진 않지만 용모가 준수하고 잘 생겼고… -박경섭, 당시 광주지검 검사 '호감형 외모' 또한 우리가 추정했던 프로필과 일치해. 박 검사가 김 씨에게 처음으로 한 이야기는 이거였어. 전 검사입니다. 저는 당신이 범인이라고 확신하지 않아요.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 다 얘기해 봐요. 다 들어줄게요. 이미 무기수인 김 씨에게 다짜고짜 사람을 또 죽였냐고 물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을 한 거야. 검사와 피의자의 숨 막히는 심리전이 시작이 된 거야. 검사로 근무하던 시절에 자백을 잘 받는 검사 중에 한 명이어서. 잘 설득하면 자백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 -박경섭, 당시 광주지검 검사 김 씨는 어렸을 때 이야기부터 만났던 여자들의 이야기까지 술술 아주 잘 해. 박 검사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다가, 쓱~ 물어봤어. 박 검사: 인터넷을 통해 여자를 만나고 했던데... 민지 양도 그렇게 만난 건가요? 김 씨: 인터넷 채팅을 많이 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죠. 근데. 기억이 안 납니다. 제 정액이 나왔으니 성관계를 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기억이 안 나요 박 검사: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으면, 주고받은 이야기도 있을 거 아니에요? 어떻게 상대방에 대해 하나도 기억이 안 날 수 있어요? 김 씨가 뭐라고 대답했을까? 본인 스스로 속칭 '원나잇 선수'다. 본인은 원나잇 선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여자들을 만났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제가 그랬죠. '그래 나도 그 시절에 고시 공부하던 시절에 인터넷 채팅해서 누구 만나 보기도 했다. 난 다 기억이 난다. 누구를 만났고 누구를 만났고. 그 시절이 2001년도면 다 15년 전이고, 아직도 나는 누구 만난 거 기억난다' 이랬더니 이제 웃으면서 '검사님 뭐 한두 번 있었겠죠. 저는 뭐 선수였습니다. 어떻게 기억합니까?' 저한테… -박경섭, 당시 광주지검 검사 '원나잇 선수'란 대답. 이런 김 씨가 박 검사를 똑바로 쳐다보며 이런 얘기를 했대. 관계 후 정자가 한 3일 정도 남아있을 수 있잖아요. 저랑 피해자가 만난 후 하루 뒤에 죽을 수도 있고, 삼일 뒤에 죽을 수도 있는 거죠. 전 살인자가 아닙니다. 질 내에서 정자의 생존 기간은 3일에서 길면 5일 정도라고 해. 김 씨가 이걸 알고 있었던 거야. 한 3일 동안은 정자가 남아있다고 하는 걸로 나도 알고 있다. DNA가 내 정액 DNA가 나왔다라고 하면 성관계 한 건 맞겠죠. 내가 죽였다니, 그 72시간 내 다른 누군가가 죽인 걸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왜 내가 죽였다고 하냐? 난 억울하다... 제가 만나본 피의자 중에 거의 제일 말을 잘하는 사람이에요. 머리도 비상하고 순발력도 남달랐던 것 같아요. 검사 입장에서 '와, 진짜 준비 많이 했구나'. 공부를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아마 15년을 공부를 했을 거예요. 이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부터 이 친구는 아주 철저하게 자기 하는 얘기만 하고. 중요한 부분은 무조건 모르쇠… -박경섭, 당시 광주지검 검사 검찰 조사에서 김 씨가 보인 아주 특징적인 행동이 있었다고 해. 조사가 끝나고 나면, 꼭 하는 행동이었어. 신문을 하면서 조서를 쓰잖아? 자신이 쓴 이 조서를 외우듯이 읽었다는 거야. 3시간 조사하면 최소 3시간 동안, 5시간 조사하면 최소 5시간 동안. 아예 대본처럼 머리에 새겨두려 하는 거 같았대. 이건 박 검사가 만났던 거짓말하는 사람의 특징이라 해. 김 씨는 무려 15년 동안 이 순간을 준비해 온 걸까? 하지만, 검찰도 경찰도 이번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아. 배수의 진을 치고 그의 주장들을 깨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 그러던 중, 박 검사는 한 가지 충격적인 녹음 내용을 듣게 돼. 김 씨가 면회 온 조카와 나눈 대화 내용이었어. 피해자가 죽었다는 날, 나랑 같이 강진 외할머니집 간 거 기억나? 그때 내 여자친구도 같이 갔잖아. 김 씨는 시종일관 사건 당일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했는데, 들어보니 기억이 아주 생생해. 심지어 그 때 사진도 찍었는데. 그 사진들이 알리바이가 될 것 같아 라며, 알리바이가 될 사진까지 있다고 했어. 이 사진 어디에 있을까? 교도소에 있는 김 씨가 가지고 있었어. 수사팀은 곧장 김 씨의 감방을 압수수색 했고, 김 씨의 감방 책 사이에 끼워져 있던 사진들을 발견했어. 2001년 수사에서도, 2012년 재수사에서도, 2015년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까지도 단 한 번도 언급된 적 없는 사진이 세상에 드러난 거야. 사진을 보여줄게. 피해자가 사망한 당일인 2001년 2월 4일, 김 씨가 당시 중3 여자친구와 같이 찍은 사진이야. 사진을 찍은 장소는, 강진에 있는 외할머니댁. 이 사진들은 조카, 그리고 우연히 집으로 찾아온 여자친구와 함께 명절 때 찾아뵙지 못한 외할머니댁을 방문했을 때 찍은 거래. 그래서, 사건 당일 외할머니댁에 갔던 자신은 그 날 새벽 범행을 저지를 상황이 아니었다는 거야. 김 씨는 사진의 존재를 까맣게 까먹고 있다가 이제야 우연히 알게 됐다고 얘기했어. 외할머니댁에 함께 내려간 당시 여자친구에게 사실 확인을 해야 해. 그날에 관한 여자친구의 기억은 이랬어. 오빠가 그날 아침에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같이 시골을 좀 가야겠으니 빨리 오빠 집으로 오라는 거예요. 여자친구의 말에서 이상한 점이 있지? 우연히 집에 온 여자친구와 외할머니댁을 방문했다는 김 씨의 말. 근데, 여자친구의 말은 달라. 그렇다면 이 사진의 목적은, '알리바이 조작'이 의심이 돼지? 만약, 이 사진을 검찰이 먼저 발견하지 못하고 법정에서 갑자기 공개가 됐다면? 검찰은 아무런 대비도 못하고 법정에서 당할 수도 있었던 거야. 본인은 이미 그거를 이제 십몇 년 전에 준비해 왔고. 본인의 유일한 이제 카드라고 생각을 했고. 만약에 거기에 대한 수사가 이루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가 돼서 재판 단계에서 '나는 이 때 알리바이가 있다'라고 주장을 하면 사실은 우리의 주장이 굉장히 궁색해질 우려도 있었죠. -박경섭, 당시 광주지검 검사 수사팀은 김 씨가 수감되어 있는 교도소의 재소자 350명에 대한 조사도 진행 해. 김 씨에게 범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거나, 김 씨가 실수로 말하는 걸 들은 재소자가 있을 수도 있잖아. 그러던 중, 박 검사는 한 재소자의 편지를 받게 돼. '드들강 살인 사건의 범인이 김 씨가 맞는 것 같습니다'라는 내용이었어. 박 검사는 바로 그 재소자를 만났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부랴부랴 강진 외할머니집에 가서 여자친구와 사진을 찍어뒀다고 얘기를 했어요. 앞에 나온 사진에 대한 이야기야. 자기 입으로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는 얘기를 교도소 동기한테 했다는 거야. 그리고 아주 결정적인 이야기도 해. 여고생과 강제로 성관계를 하는데 제압을 하는 중 잘못 됐다. 그 여자가 생리 중이었다는 거예요. 생리혈과 정자가 섞여도 DNA가 나올 수 있냐고도 물어봤어요. 박 검사는 이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피해자가 생리 중이었다는 정황은 그 시점 경찰과 검찰만이 알고 있었던 사실이거든. 근데, 피해자가 기억도 안 난다는 김 씨가 동료 재소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거지. 그리고 김 씨가 검찰 출신 변호사를 알아보려고 하고, 법정에서 어떤 대답을 할지 예비 문답서까지 작성하며 대비를 하고 있다는 거야. 이런 김 씨가 꿈꾸고 있는 결말은 뭘까? 김 씨가 가족에게 보낸 편지가 있어. 나의 어머님께. 드디어 제가 바라던 훈련생이 되었습니다. 자격증을 (취득) 딸 것입니다. 자격증 많이 따면 모범수로나 가석방에 도움이 되거든요. 눈에 불을 켜고 꼭! 합격하렵니다. 이 막둥이, 엄마의 막내아들을 믿어주세요. 그래야 더욱 힘을 내서 언능 엄마 곁으로 하루 빨리 갈 수 있죠! -김 씨의 편지 中 김 씨는 박 검사에게도 편지를 보냈다고 해. 모범수로 이제 가석방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목공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 저한테 자필 편지도 썼어요. 신속히 불기소 처분을 해 달라고. -박경섭, 당시 광주지검 검사 전당포 주인 살인사건으로 2003년 무기징역을 받은 김 씨. 무기수는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거든. 그렇다면, 40대 중반의 나이에 세상 밖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거야. 김 씨는 교도소에서 사고도 안 치고, 수감생활 중에도 편지를 주고받는 여자가 있었대. 김 씨는 핑크빛 미래를 착착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 ▲ 결정적 한 방 김 씨의 행적수사, 주변인 탐문과 동료 재소자의 조사, 할 수 있는 보강수사는 모두 다 했어. 하지만, 아직 김 씨의 자백을 받지 못한 상황이야. 검찰 측은 결정적 한 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살인사건이 힘든 게 부인을 하면 힘듭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법원에서도 이제 부인하는 살인사건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죠. 왜? 형이 워낙 세니까. 우리가 그 당시 쟁점이 성관계와 사망의 시간적 근접성을 밝히는 게 가장 큰 목표였기 때문에. 우리가 기대를 했었던 건 어떤 과학적인 어떤 판단, 그러니까 확실하게 법원의 판사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한 방, 이게 조금 필요했었던 거죠. -박경섭, 당시 광주지검 검사 최대 쟁점은, 성폭행으로 보이는 성관계와 살인. 이렇게 따로 떨어져 있는 시간의 틈을 붙여야 하는 거야. 이 과학적 한 방을 위해 나선 인물이 있어. 바로 이 분이야. 광주지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거의 수사 막바지였을 겁니다. 여자의 질 내에서 정액이 3일까지 발견이 돼요. 꼭 내가 죽였다고 어떻게 할 거냐 이렇게 되는데, 검찰에서는 필요한 게 강간을 하고 바로 죽었다는 거예요. -이정빈 교수, 법의학자 법의학 권위자 이정빈 교수님이야. 검찰의 요청에 교수님은 '불가능' 하다고 답변했어. '성폭행 후 얼마 뒤에 죽었다' 이걸 확인할 방법이 없는 거야. 검찰 측은 자료를 한 번 봐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어. '한 번만 더 살펴봐 달라', '방법이 없을 것 같다' 하는 실랑이가 몇 차례나 이어졌어. 이렇게 과학적 한방은 포기해야 하는 걸까? 그러던 중, 수많은 자료 중 하나가 이정빈 교수의 눈에 들어와. 피해자의 몸에서 어떤 방법으로 체액을 채취했는지를 설명한 부분이야. DNA가 나왔다는 것이 중요하지, 어떻게 채취를 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거든. 그래서 살펴보지 않은 부분이야.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던 이정빈 교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해. 그 내용은 이거야. 본 변사사건이 강간살인으로 추정되므로 변사자의 질에서 정액을 채취하고자 흡수가 용이한 거즈를 집게용 가위에 물려 질 내용물을 채취. 중간까지 넣은 거즈에는 투명한 미색의 액체가 묻어 나옴. 조심하며 깊숙이 넣은 거즈에는 투명한 미색의 액체와 혈흔이 묻어 나옴. 투명한 미색을 띈 액체는 정액이고 혈흔은 생리혈액이야. 당시 피해자의 생리 기간이 끝날 쯤이라 적은 양의 생리혈액이 나왔을 거래. 상처나 손상으로 인한 혈흔은 아니라고 판단했어. 중간까지 넣은 첫 번째 거즈에는 정액만, 깊숙한 곳까지 넣은 두 번째 거즈에는 정액과 생리혈액이 함께 채취가 된 거지. 정액과 혈액이 섞여서 관찰된 것은 아니었대. 정액과 혈액이 섞이지 않았다? 왜 섞이지 않은 건지 교수님은 의문이 생겼어. 같은 체액이기 때문에 굉장히 잘 섞여요. 그런데 정액하고 피하고 안 섞였다? 이게 무슨 얘긴가. 실험을 해봐야겠다. -이정빈 교수, 법의학자 이정빈 교수는 직접 실험을 하기로 해. 혈액은 교수님의 혈액으로, 정액은 다른 사람 것을 구해서 실험을 진행했어. 정액과 혈액이 어떻게 안 섞일 수 있는지, 풀리지 않는 의문을 해결해야 해. 그리고 얼마 후, 검찰로 이정빈 교수의 전화가 걸려왔어. 이정빈 교수는 검사님! 됐어요. 됐어. 이거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고 말했어. 생각해 낸 게 지퍼백있죠. 요만한 게 있어요. 거기다가 피를 먼저 넣어도 좋고 정액을 먼저 넣어도 좋고. 그래갖고 가만히 놔두면은 얼마나 오래 가는가. 왼쪽이 정액이고 오른쪽에 피를 옆에다 맞대 놨습니다. 맞대놨는데 30분 지나도 똑같이 이대로예요. 30분 전 사진, 그리고 30분 후 사진이 똑같았습니다. 근데 너무 안 섞이고 좋아 가지고, '어? 안 섞이네 진짜? 이거 사진 한번 좋게 찍어야지' 그래가지고 이걸 딱 들었는데, 들자마자 바로 섞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이쿠야 하고 그 자리에 바로 놓은 겁니다. 이만큼만 움직여도 이렇게 되는데 걸으면 얼마나 되겠어요. 그러고 그 다음에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는가. 이렇게 하고 6시간 반 후에 본 게 경계부만 이렇게 섞여요. 그 전하고 비교하면 경계부만 이렇게. 경계가 비교적 확실했던 게 불확실하게 되면서. 완전히 섞이지 않아요. 이걸 거즈를 가져다 대면 이쪽은 정액 나오고 이쪽은 혈액 나오고. 그러니까 한쪽은 정액 한쪽은 혈액, 이렇게 나오겠죠. 그런데 다섯 걸음인가 여섯 걸음인가 걸어가면 바로 섞여요. 그러니깐 사정을 해서 정액이 질 내에 들어가고 여자가 움직임이 있었다고 하면 두 개가 섞였겠죠. -이정빈 교수, 법의학자 정액과 혈액이 맞닿아 있어도, 움직임이 없다면 거의 섞이지 않는 거야. 그러나 작은 움직임에도 쉽게 섞이는 모습이 관찰이 됐어. 피해자의 몸에서 정액과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건, 그건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한 후 움직이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에 성폭행을 당한 후 시간이 지나서 딴 사람이 살인했다 그러면, 시간이 지났고 그동안에 이 여자가 움직였을 겁니다. 막 움직이니까 바로 섞였을 거예요. 정자가 들어가서 안 섞일 정도로 짧은 시간 내에 금방 죽었으니까, 다른 사람한테 어디 움직여서 죽었다 이렇게 얘기는 할 수가 없었겠죠. 성폭행을 하고 살인을 한 사람이 정자 DNA의 주인이다, 이렇게 얘기를 할 수가 있죠. -이정빈 교수, 법의학자 성폭행 후 정액과 혈액이 섞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시간 내에 사망했다는 건, 결국 DNA의 주인이 살인범이라는 거야. ▲ 심판의 날 사건이 일어나고 15년이 흐른 2016년 8월 5일, 검찰은 김 씨를 강간 살인으로 기소했어. 그리고 이 날은 민지의 생일이기도 했어. 드디어 드들강 사건의 피고인 김 씨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돼. 법정에는 한맺힌 유가족과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 김 씨가 있어. 이정빈 교수도 직접 증언을 하기로 했어. 그런데, 박 검사는 긴장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어. 바로, 과거 김 씨와 알고 지냈던 여성분들이야. 중학교 3학년 때 김 씨를 만났다는 여성 기억나지? 김 씨에게 나쁜 일을 당하고 사귀게 되었다는 진술과 범행 현장 옆에 있던 잉어집을 정확하게 기억했지. 그리고, 또 다른 여성은 김 씨가 사용한 채팅 사이트가 뭔지를 알고 있었어. 김 씨의 폭력 성향에 대한 진술 해준 여성도 있었지. 이들이 법정에 나와서 확실하게 증언을 해주면 좋은데, 다들 주저하고 있었어. 그래서 박 검사는 일일이 전화를 드려서 제발 법정에 나와 주십사 사정을 했다고 해. 제가 일일이 다 전화했습니다. 제발 좀 시간을 내주시면 안 되시냐고. 옛날 이야기라 잊고 싶고, 사람 2명 죽이고 뭐 어떻게 무기수로 살고 있는 사람 재판에서 내가 나가서 좋은 이야기는 안 나오는데. 무섭다… - 박경섭, 당시 광주지검 검사 이 여성분들은 모두, 법정에 나와서 증언을 해주셨어. 긴 세월 풀지 못한 피해자의 한을 풀어주고자 하는 마음에 용기를 낸 거야.. 그렇다면, 법정에서 김 씨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변호사가 있었지만 자신이 직접 증인 신문에 나섰대. 증인들에게 질문을 하며 적극적으로 항변을 했다는 거야. 이정빈 교수도 법정에서 진술을 했어. 이 교수가 실험에 관한 이야기를 했더니 김 씨가 이렇게 말해. 근데 실험이랑 사건이랑 조건이 다르지 않나요? 외부 환경 조건이 다른데 어떻게 실험실에서 한 거하고 한 겨울에 강가에서 한 거하고 같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재판 결과는 이렇게 나왔어. 피고인은 피해자를 만나거나 성관계를 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범행을 끝까지 부인하고 있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후 피고인은 수사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행되자 재판에 대비하여 다른 재소자와 함께 예상 신문사항 및 이에 대한 답변사항에 관하여 예행연습까지 하였다. 또한 유족들은 고통과 슬픔을 고스란히 떠안고 살아야만 하였다. 이에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드들강 살인 사건 판결문 中 김 씨는 역시나 항소와 상고를 했지만, 2017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 돼. 이미 무기징역에, 또 한 번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거야. 이렇게 드들강 사건은 무려 16년 만에 끝을 맺게 돼. 드들강에 가라앉아 있던 죽음의 진실이 드디어 밝혀진 거야. 미해결 사건을 뜻하는 '콜드 케이스(Cold Case)'라는 단어가 있어. 2015년 태완이법 이후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폐지됐잖아. 그 이후, 용인 교수부부 살인사건, 익산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 '꼬꼬무'도 다룬 적 있는 대전 은행 강도 살인 사건 등을 해결할 수 있었어. 하지만, 드들강 사건처럼 여전히 해결해야만 하는 사건들이 아직도 많아. 미제 살인사건이 몇 건 정도 될까? 2025년 2월 기준, 276건이야. 이 사건들 모두, 지금이라도 범인을 잡는다면 죗값을 물을 수 있어. 그렇다면 우리는 미제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 드들강 사건 범인인 김 씨는 가석방을 꿈꿨다고 했잖아. 만약 드들강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 곁에서 생활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거지. 세상에는 10년이 지나든 20년이 지나든 꼭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거야. 콜드 케이스는 어쩌면 오래되어 식어버린 사건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어. 하지만 우리가 잊지 않고, 수사기관이 놓지 않고 끊임없이 열기를 이어간다면, 수많은 콜드 케이스도 결국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D리포트] 당신이 잠든 사이 온 몸이 토사물 범벅…만취 승객 노린 택시 기사의 새빨간 거짓말의 전말은? [D리포트] 당신이</font> 잠든</font> 사이</font> 온 몸이 토사물 범벅…만취 승객 노린 택시 기사의 새빨간 거짓말의 전말은? 등록일2025.04.10 지난달 26일, 승객이 술에 취해 택시기사 A씨를 폭행하고 차량 안에 토를 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택시기사 A 씨 (지난달 26일): 경찰서 가면 사장님, 구속돼 이거. 사장님. 벌금도 천만 원이야. 천만 원. 운전하는 데 건들면. (제가 진짜 때렸어요?) 그럼요. 이것 좀 봐요. 얼굴 좀 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승객은 아무리 술에 취해도 구토를 하거나 남을 때리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A 씨가 폭행 증거를 내놓지 않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에 수상함을 느낀 경찰은 과거 비슷한 수법으로 기사가 승객을 협박하고 돈을 뜯어낸 일을 떠올렸습니다. [강성길 경감/서울 종암경찰서: 그곳 형사와 통화한 바 이 사건 택시기사와 같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일방적인 택시기사의 말에 치우치지 말고 다른 사람의 말도 경청해서 (다각적으로 수사를 해보자)…] 택시기사 A 씨는 폭행 피해 진술을 위해 차량을 몰고 경찰서를 찾았는데 경찰은 주차된 차량에서 범행의 단서를 찾았습니다. 뒷좌석에 토사물로 보이는 밥알 같은 게 많이 있더라고요. 저희 생각으로는 계속해서 그런 범행을 하고 있고…. 경찰은 직접 술에 취한 척 연기를 하며 A씨를 몰래 쫓아가 택시에 탔습니다. 코까지 골며 잠든 척하는 사이, 택시기사 A 씨는 자신의 몸과 차량 곳곳에 음식물을 묻히더니 경찰을 깨웁니다. [택시기사 A 씨: 사장님! 발로 차고 토 다 해놓고 이게 뭐예요. 이게. 이게 뭐예요. 토 다 해놓고!]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마트에서 죽과 커피를 사고 승객의 토사물인 척 봉지에 담아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 씨는 지난해 3월 같은 죄목으로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후에도 승객들을 폭행범으로 몰아세우고 많게는 6백만 원 상당의 합의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런 수법에 당한 피해자들은 160여 명, 피해액은 1억 5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A 씨를 상습공갈과 무고 혐의로 구속 송치하는 한편,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신고를 당부했습니다. (취재: 신정은, 영상편집: 오영택, 영상제공: 서울경찰청)
생후 8일 갓난아기, 엄마로부터 강제분리…아기납치 아닌가요  생후 8일 갓난아기, 엄마로부터 강제분리…아기납치 아닌가요 등록일2025.02.10 ▲ 김수빈 나부협 회장과 그의 첫째 아기 모습 생후 8일 된 아기와 강제로 분리된 지 16개월째입니다. 부부싸움으로 신고됐고, 아보전(아동보호전문기관)이 와서는 아기를 강제로 데려갔습니다. 저희는 7개월 동안 아기 얼굴 한번 보지 못했습니다. 보호시설에 아기를 면회하러 갔다 오면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아기는 엄마 아빠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낯설어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되찾아오고 싶습니다 (2023년 3월, 엄마의 글) 만 3세와 1세의 우리 딸들이 끌려갔습니다. 00구청 직원이 갑자기 남편한테 전화를 걸어 '집 청소상태가 불량해서 아이들을 보호시설에 맡기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납치하듯 데려갔습니다. 당시 집에는 아프신 시어머니와 도련님이 계셨는데, 무작정 데려갔다고 합니다. 부모가 없는 집에 마음대로 쳐들어와서는 이제 겨우 말문이 조금 트인 아이들을 데려갔습니다. 그러고는 어디에 보호 중인지 위치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얼굴도 볼 수 없고, 목소리도 들을 수 없습니다. 저희 부부는 너무 기가 차고 슬퍼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물 한 모금도 못 삼키고, 잠도 자지 못합니다. 나는 00구청에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납치해서 낯선 사람들만 가득한 곳에 데려다 놓는 당신들이 더 잔인하고 아이를 학대하는 것 아닌가요? (2023년 1월, 엄마의 글) 위의 두 사례 내용은 '나는 부모다 협회(나부협)' 카페에 올라온 글입니다. 김수빈(44) 나부협 회장은 지난달 31일을 시작으로 연합뉴스와 3차례 인터뷰를 갖고 한국에서는 아동학대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아이들을 강제 분리하는 일이 많다 면서 이 과정에서 억울하고, 부당하고, 슬픈 일이 일어나고 있다 고 했습니다. 그는 위의 첫 번째 사례는 부부싸움이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생후 8일밖에 안 된 아기를 납치하듯이 데려간 사건 이라면서 부부싸움이 문제가 된다면 친정엄마에게 아기를 맡기면 되는데, 담당 아보전은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그걸 막았다 고 했습니다. 김 회장은 두 번째 사연과 관련해 남편과 함께 택배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성실한 엄마가 올린 글 이라면서 이 집의 청소상태가 불량하다고 하지만 내가 확인해본 결과 커튼이 좀 찢어져 있었고, 이불이 낡았으며, 실내 등이 다소 어두운 정도였다 고 했습니다. 그는 이런 청결 여부는 주관적 판단이어서 어떤 가정은 다소 어질러진 상태에서 마음 편하게 산다 면서 아무리 아동 보호시설이 깨끗하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부모의 품 안에 있는 것보다 나을 수는 없다 고 했습니다. 김 회장은 한국에서는 이런 아동 분리가 사법부의 판단도 없이, 지자체와 아보전에 있는 소수의 20대 초반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는 일이 적지 않다 고 했습니다. 그는 한국과 달리 미국의 경우 사법부의 명령 없이 누구도 아이들을 가정에서 분리할 수 없다 면서 긴급한 상황이라면 그 이유에 대한 소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 했습니다. 김 회장은 지자체와 아보전의 타깃은 한부모, 미혼모, 이혼, 저소득 가정 등 힘들게 사는 집 이라면서 이들 가정에 대해서는 함부로 대해도 저항할 능력이 안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 이라고 했습니다. 다음은 김수빈 회장과의 인터뷰 1차 기사 일문일답 요약입니다. -- 본인 인생에서 역경이 있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 2021년 말 아보전이 나의 아이들을 데려가겠다고 해서 대치했을 때입니다. 엄마들에게는 아이가 아픈 일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합니다. 하물며 아이를 빼앗긴 부모의 마음은 어떠하겠습니까? 아이를 빼앗기면 그때부터 부모의 정신은 나가고 맙니다. 그리고 아보전의 노예가 됩니다. 아무리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항의 한 번 못 하고, 몇 년간 아보전에 끌려다닙니다. 아보전의 심기를 건드리면 아이를 영원히 돌려받지 못할까 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 지금도 아보전이 분리 권한을 갖고 있나? ▲ 2020년 '정인이 사건' 이후에 과도기를 거쳐 2024년 무렵부터는 아이의 분리책임이 지자체로 넘어갔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보전은 아동 분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아동 담당 공무원들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아보전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 본인이 아보전과 대치했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 ▲ 그건 남편과의 갈등으로 시작됐습니다. 남편은 정신적 문제가 있었고, 이혼하고 싶어 했습니다. 우리 집 재산의 절반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남편은 자기에게 유리한 이혼 상황을 만들기 위해 내가 우리 아이들을 학대했다는 허위 신고를 경찰에 반복적으로 했습니다. 그때가 2020년이었습니다. -- 그때 아보전이 개입했나? ▲ 남편이 다섯차례 신고했을 때쯤 아보전 직원은 한 번 더 남편의 신고가 들어오면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분리하겠다 고 했습니다. 남편의 신고는 부부싸움으로 간주될 수 있고, 부부싸움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직원은 내 앞에서 손뼉을 쳐 보이면서 양쪽 손이 이렇게 부딪혀야 박수 소리가 나듯이 부부싸움도 양쪽이 잘못해서 일어나는 것 이라고 했습니다. -- 본인은 남편에 의해 반복적으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고 하는데. 아이들을 혼내는 등 뭔가 행동을 했으니 남편이 신고한 것 아닌가? ▲ 그렇지 않습니다. 남편의 신고내용은 아동학대와 전혀 상관이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당시 집에서 유치원생이었던 어린 두 아들과 색종이를 오리면서 놀아주고 있었는데, 남편은 내가 가위로 아이들을 위협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집에 있는 음식에서 단맛이 났는데, 아이들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였으니 아동학대라면서 신고했습니다. 남편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이런 신고를 반복적으로 한 것입니다. 경찰은 이런 사정을 이해했지만 아보전은 우리 아이들을 끌고 가려 했습니다. -- 결국 본인의 아이들은 강제 분리됐나? ▲ 남편은 추가신고가 들어오면 아동학대로 아이들을 분리하겠다는 아보전 직원의 말을 듣고는 5차례 더 신고했습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소중한 아이들을 빼앗길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변호사도 구하고, 국민청원도 넣었습니다. 나부협도 만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을 지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일을 겪으면서 나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아이들을 빼앗긴 부모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 당시 아보전의 반응은 어떠했나? ▲ 아보전이 불러서 그들의 사무실에 간 적이 있습니다. 아주 젊은 여직원이 나왔습니다. 나는 아보전이 우리 아이를 부당하게 분리하려 하는데, 나는 사람들을 모아서 탄원서도 내고, 변호사도 구하고,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하겠다 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직원은 해볼 테면 해보세요. 우리가 아동학대로 걸어서 무죄 받은 사람은 전국에 1명도 없어요 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나는 저들이 무엇을 믿고 저렇게 당당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막막함을 느꼈습니다. -- 위에서 언급된 생후 8일 아기 분리 사례의 경우, 언뜻 8개월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이렇게 어린 아기도 분리되나? ▲ 생후 8일이 맞습니다. 이 아기의 엄마는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다 남편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112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그때도 남편이 욕설을 내뱉고 밀쳤기 때문인데, 사건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이 엄마에게 아동학대 혐의가 씌워진 것입니다.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했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태어난 지 8일밖에 안 된 아기는 이렇게 부모로부터 분리됐습니다. -- 왜 아기 엄마한테만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하나? ▲ 나부협을 운영하다 보니 다양한 사례를 접하게 되는데, 부부싸움을 하면 주로 아이 엄마한테 아동학대 혐의가 적용됩니다. 아보전이나 지자체가 아기 아빠보다는 아기 엄마를 만만히 보기 때문입니다. 아기 엄마가 아기 아빠한테 일방적으로 얻어맞아도 아기 엄마한테만 아동학대 혐의를 씌우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 생후 8일 된 아기 사안에서 엄마와 분리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나? ▲ 아기 엄마는 분리가 잘못됐다고 아보전에 하소연해도 들어주지 않자 아기를 친정집에 맡기면 안 되냐고 물었습니다. 아보전은 부모가 살아있으면 아기가 외할머니 집으로 갈 수 없다 고 했습니다. 이건 거짓말입니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분리 시 최우선 순위로 고려되는 대체 부모는 친인척입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는 낯익은 사람이 아이한테 낫기 때문입니다. 보호시설은 맨 나중 순위입니다. 부모가 살아 있으면 아기가 친척 집에 갈 수 없다는 것은 관련 법령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보전과 지자체 공무원 등은 부모들에게 이런 거짓말을 자주 합니다. -- 그들은 왜 거짓말을 하나? ▲ 아동 분리가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아동관련 기관과 시설로서는 아이를 많이 분리할수록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받는 수입이 늘어납니다. 지자체 아동 담당 공무원은 계약직인 경우가 많은데, 분리 실적이 자기 직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다른 문제는 그들의 전문성과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대체로 경험이 1년 안팎에 불과한 20대 초반의 젊은 사람들이어서 복잡한 가정사에 대해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 그 아기 엄마는 분리된 지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아기를 면회했다고 하던데, 왜 면회를 안 시켜주나? ▲ 부모의 접근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건 심각한 학대입니다. 아기는 끌려가면서 한없이 울고, 시설에 가서도 목이 쉬도록 웁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기는 엄마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이 집의 아기도 면회 온 부모를 알아보지 못하고 낯설어해서 엄마가 많이 슬퍼했습니다. 젖먹이 아기 때는 눈맞춤 한 번도 매우 중요합니다. 쥐의 경우 생후 2일 된 새끼 쥐를 엄마 쥐로부터 분리하면 성격 장애가 온다고 합니다. -- 위의 사례들을 보면 지자체와 아보전이 부부싸움을 정서적 아동학대로 간주하는 일이 많은 듯한데? ▲ 2024년 1월에는 태어난 지 7개월 된 아기가 잠든 사이에, 부모가 싸운 일이 있었습니다. 그 집 주변 사람이 집에 소음이 있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구청 직원은 부부싸움을 했으니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기를 데려갔습니다. -- 부부 싸움은 아이가 잠자는 동안에 일어났는데, 왜 정서적 아동학대인가? ▲ 설령, 아이가 깨어 있을 때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아이를 분리할 만큼의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 의문입니다. 어떤 가정도 부부싸움은 합니다. 부부 상담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부싸움을 안 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합니다. 서로 말도 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 곪아 터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의견이 다르면 이야기를 하는 게 좋고, 그 과정에서 충돌이 생길 수 있습니다. -- 부부싸움을 하면 아이가 불안해하는 것은 사실 아닌가? ▲ 부부싸움을 이유로 아이를 끌고 가는 것이야말로 더 심각한 아동학대입니다. 시설에 가면 아기는 젖도 못 먹습니다. 아무리 울어도 봐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엄마 품에 안기지도 못하고, 아빠 얼굴도 못 봅니다.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 아동학대가 아니고 무었입니까? -- 가정에서 아동학대가 있는 것이 확인됐고, 앞으로 재발할 우려가 높다면 아이의 안전을 위해 강제 분리하는 게 타당한 것 아닌가? ▲ 분리 자체가 모두 잘못됐다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한 조사와 확인, 근거 없이 분리하는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부모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아이를 끌고 갑니다. 어디로, 왜 데려가는지 설명도 없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볼 수도 없고, 통화할 수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납치와 다름없습니다. 이건 명백한 인권탄압입니다. -- 지자체의 분리 조치가 타당한지는 결국 사법부가 판단하지 않나? ▲ 한국에서는 사법부의 판단 과정이 없습니다. 그러니 억울한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사법적 명령을 받아야 아이를 분리할 수 있습니다. 사법적 명령 없이 긴급한 분리를 할 수도 있는데, 그 조치가 꼭 필요했다는 소명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강제 분리가 되면 부모는 재판에서 소명할 기회가 있습니다. 부모는 분리 직후에 아이와 소통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를 돌봐줄 친척이 있는지에 대한 대가족 조사와 주변인들 인터뷰도 진행됩니다. 적합한 친척과 지인이 있으면 아이는 그들에게 맡겨집니다. -- 지자체나 아보전이 아동 분리를 잘못했다면 어떻게 되나? ▲ 미국에서는 그런 사람에 대한 책임 추궁이 엄격합니다. 미국 사법부는 한 사회복지사가 긴박한 상황이 아닌데도 아이를 부모로부터 분리했다는 이유로 9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 일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처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사진=본인 제공, 연합뉴스)
[꼬꼬무 찐리뷰] 내 아내가 에이즈에 걸렸다 …영화 '너는 내 운명' 실제 주인공의 엔딩은? [꼬꼬무 찐리뷰]  내 아내가 에이즈에 걸렸다 …영화 '너는 내 운명' 실제 주인공의 엔딩은? 등록일2024.12.28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26일 방송된 '너는 내 운명'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그룹 하이라이트 리더 윤두준, 배우 신소율, 개그맨 정성호가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여수 에이즈 확산 논란 때는 2005년의 어느 날. 한 남자가 보건소 검사실에서 채혈을 하고 있어. 이 남자는 두 눈을 부릅뜨고 주삿바늘을 쳐다봐. 필요한 혈액은 단 5cc, 적은 양이지만 이건 아주 중요한 피야. 주사기에 점점 붉은 피가 차오르기 시작해. 그런데 바로 그때, 컷! 좋습니다! 오케이! 라는 우렁찬 소리가 들려와. 지금 여기는, 영화 촬영장이야. 주사기 앞에서 채혈하는 장면을 찍은 남자는, 배우 황정민이야. 피 한 방울의 의미가 정말 중요했던, 어떤 사람의 실화를 다룬 영화를 촬영 중이야. 촬영 장소는 여수 보건소. 그즈음에 여수 일대를 발칵 뒤집은 사건이 있었어. 그날에 대해 알기 위해, 시간을 조금 더 앞으로 돌려볼게. 때는 2002년 6월. 부산에 있는 어느 식당 안이야. 구석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식당 출입문을 주시하고 있어. 그때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들어와. 앉아있던 사람들의 눈이 번쩍 해. 저 여자 맞지? 사람들이 여자를 향해 다가가. 그리고 여자 앞을 쓱 가로막았어. 선아(가명) 씨, 잘 지냈어요? 선아라고 불린 여자는 당황한 듯 깜짝 놀라. 선아 씨를 찾은 사람들은 보건소 직원들이야. 직원들은 그녀를 경찰서로 인계했어. 그리고 선아 씨가 경찰서에 간 후, 그 소식은 전국에 알려졌어. 당시 상황을 전한 뉴스야. 에이즈에 걸린 20대 여성이 윤락 행위를 해오다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스물여덟 살 구 모 씨가 에이즈 환자로 판명된 것은 98년 3월. 2000년부터는 1년 7개월 동안 전남 여수의 윤락가에서 윤락행위를 해왔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선아 씨의 병명은 에이즈. 근데 윤락행위를 했다는 거야. 에이즈 환자가 윤락행위를 하는 건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야. 성매매도 당연히 범죄지만, 에이즈가 걸린 환자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 매개 행위를 해서는 안돼.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의 징역을 받아. 이 뉴스가 보도되자, 특히 더 발칵 뒤집힌 지역이 있어. 바로, 선아 씨가 윤락행위를 했다는 전남 여수야. '에이즈를 퍼트린 마녀다', '에이즈 테러다', '복수극이다'라는 소문이 퍼져나가고, 여수는 에이즈로 공포의 도시가 되어 버렸어. 그런데 이렇게 난리가 난 상황에, 한마디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진짜 국민들이 에이즈에 대한 공포감이 최고였어요 그때가. 누구 하나 나왔다 그러면, 정말 난리가 나는 그런 시기였거든요. 그리고 이 질환은 어쨌든, 그 당시에 만약에 보건소에 와서 이 검사를 받는다면, 내가 윤락가에 가서 돈을 주고 성매매 행위를 한 걸 누군가 알게 되잖아요. 윤락가에 갔었는데 차마 검사를 할 용기는 안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물어보고 또 '언제쯤 검사를 해야 하냐', '한 번만 해도 되냐' 궁금은 한데 용기가 없어서 전화로 계속 질의만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저희들이 계속 설득을 해요. 전화가 오면. '검사 안 받고 계속 걱정만 하시면 평생을 이렇게 걱정 속에서 살게 될 거다' 저희가 기억하기로는 가장 검사를 많이 했던 날이, 한 200명까지 검사를 하긴 했었어요. -신미숙, 당시 여수 보건사업과 임상병리실 근무 그렇게 수천 명의 남자들이 검사를 받으러 왔어. 근데 윤락가를 직접 다녀온 사람 말고도,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또 있어. 남편을 의심하는 아내들, 유흥 업소 종사자들, 심지어 인근 고등학생들까지. 그렇게 보건소에는 두려움을 떨다가 겨우 에이즈 검사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이어졌어. 그런데 이 사람들의 행동에 공통점이 있어. 에이즈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은 절대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 사람이 없을 때 맞춰 오거든.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검사를 받은 게 소문이라도 날까 두려운 거야. 그리고 한결같이 '진짜 에이즈에 걸리면 죽나요?'라는 질문을 했대.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곧바로 죽는 게 아니야. 그런데 '에이즈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는 오해가 만연했던 때야. 에이즈에 걸려도 약을 잘 먹으며 관리하면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어. 하지만 당시 에이즈는 죽음의 병, 공포 그 자체였어. ▲ '너는 내 운명'의 실제 주인공 그런데, 세상의 이런 분위기와 정반대로, 선아 씨의 뉴스가 반가운 사람이 있어. 바로, 선아 씨의 남편 박부현 씨. 선아 씨를 찾았다는 소식은 남편에게도 전달됐어. 이 분이 황정민이 연기했던 영화 '너는 내 운명'의 실제 주인공이야. 2005년 개봉했던 황정민, 전도연 주연의 영화 '너는 내 운명'. 당시 국내 멜로 영화 중 최고의 흥행작이었어. 에이즈에 걸린 여자를 사랑한 한 남자의 순애보를 그렸지. 이 영화가 박부현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야. 영화 속 시골 노총각 석중(황정민 분)과 다방 종업원 은하(전도연 분)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에이즈란 병을 극복했을까? 영화의 결말 이후로 알려지지 않은 실제 이야기는 어떨까? 그래서 '꼬꼬무'가 직접, 남편 부현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어. 김해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서 제일 처음 알았죠. 얼른 전화 받았죠. 전화 받아보니까 '김해 경찰서로 빨리 오시오' 하는 거예요. 그래서 가보니까 진짜 거기 있더라고요. 에이즈 때문에 잡혀 들어갔다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충격을 얼마나 받았겠습니까 제가. -박부현, 선아 씨 남편 선아 씨는 왜 이런 모습으로 나타났던 걸까. 그리고 영화 속 사랑은 현실에도 존재했을까. 한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이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된 그 순간으로 가볼게. 때는 1999년 봄. 김해의 어느 시골 마을이야. 부현 씨는 부지런한 농사꾼이야. 자기 농사도 짓고, 소작도 하고, 가축도 키우고. 이렇게 열심히 일하다 보니, 장가가 늦어졌어. 서른아홉 살, 나이 꽉 찬 노총각이야. 이런 부현 씨에게 후배 하나가 여자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했어. 얼마 후, 하얀 탱자나무 아래 버스정류장에 부현 씨가 서있어. 그녀를 만나기로 한 날이야. 버스에서 한 여자가 내렸어. 그때 아마 봄날이었지. 꽃 피고 새 우는 봄인가 싶어. 버스를 내려서 거기서 두리번두리번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저게 누구고' '저게 맞는가' 하고 보니까 맞더라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눈부신 햇살 속 그녀가 한 발자국씩 다가와. 점점 얼굴이 보이는데, 갑자기 세상이 슬로비디오처럼 바뀌는 마법이 펼쳐졌어. 두 사람의 핑크빛 첫 만남이었어. 사람이 귀엽게 생겼더라고 예쁘고. '설마 이런 여자가 나한테 오겠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예뻤어요. 그래서 첫눈에 내가 반했어요. -박부현, 선아 씨 남편 선아 씨는 당시 스물다섯 살이었어.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한 부현 씨. 대뜸 날 좋아할 수 있겠나? 라며 그녀에게 직진했어. 첫 만남 뒤 선아 씨가 부현 씨네 시골집에 놀러 왔다가, 그대로 같이 살게 됐어. 주위에서는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지. 여자가 너무 급하게 눌러앉는 게 수상하다고. 나이차도 큰데, 여자가 다른 거 노리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걱정은 기우였어. 두 사람은 냉수 한 그릇 떠 놓고, 그릇 옆에 초 하나를 세우고, 나란히 앉았어. 지금은 이렇게 소박하게 하지만, 나중에 돈 벌어서 멋진 결혼식을 하자고 약속하며, 그렇게 둘만의 작은 결혼식을 올렸어. 다 해주고 싶데요 막.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 여자 아니면 안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한창 농사일을 하다 보면, 저 멀리서 선아 씨가 새참을 들고 왔어. 아내는 김밥을 잘 쌌어. 집에 있는 나물, 갖가지 반찬들을 넣어 만든 아내표 김밥이 그렇게 맛있었어. 사람이 활발하고 좀 이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그런 것 같아요. 내가 동생이 없다 보니까, 항상 내 동생 같기도 하고, 아내 같기도 하고… 내가 제일 기억나는 게 김밥. 김밥을 제일 많이 먹은 것 같아. 내가 그래서 항상 '너 김밥 장사해라' 그랬어. -박부현, 선아 씨 남편 봄에는 오토바이 타고 벚꽃놀이 가고, 여름에는 시원한 물 끼얹으며 꺄르르 웃고, 가을에는 같이 단풍구경 다니며, 두 사람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 내가 등허리 업고 막 쫓아다니고 그랬습니다. 내가 많이 업고 다녔습니다. '그래 좋나? 좋다' 이러면서 손바닥을 팍팍 치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아내가 좋아했던 꽃은 들국화였어. 뒷산에 올라가면 들국화로 화관을 만들어서 머리에 씌워주곤 했어. 산에 올라가면 들국화가 있잖아요. 들국화를 모자같이 만들어서 탁 끼워주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생일이면 근사한 케이크는 없어도, 초코파이면 충분했어. 서로의 마음은 누구보다 서로가 잘 아니까. 비싼 옷, 값나가는 보석은 못해줘도, 오순도순 함께 있는 것만으로 큰 기쁨이야. 그때는 참 저한테는 완전 봄날이고. 서로 이렇게 뽀뽀도 하고. 그냥 이렇게 안으면서 뽀뽀도 하고 그랬어요. 그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박부현, 선아 씨 남편 그런데 가끔씩, 아내가 남모르게 눈물을 훔쳐. 뭔가 고민이 있는 거 같아. '내가 뭘 잘못했나? 혹시 결혼을 후회하나?' 부현 씨는 아내 걱정뿐이야.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는데, 사실은 자기가 전에 한번 결혼한 적이 있었고, 딸도 하나 있다는 거야. 그 딸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난다는 거야. 아내의 고백에도 부현 씨는 괜찮다, 다 지난 일 아니냐 며 감쌌어. 그런 거는 신경 안 썼어요. 집에 있으니까, 나는 있으면 행복한 거예요 그냥. -박부현, 선아 씨 남편 오히려 부현 씨는 조금씩 돈이 생기면 아내에게 건넸어. 그러면 아내는 그 돈을 가지고 어딘가에 갔다가 돌아왔어. 부현 씨는 그저, '딸 보러 갔겠거니' 생각하며 묵묵히 기다렸어. 자기가 낳은 딸이니까 보고 싶겠지 아마. '그래서 아마 왔다 갔다 안 했겠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갔다 하면 일주일은 있다가 오더라고. 그냥 '갔다 왔나, 잘 갔다 왔나' 이렇게 하고 말았어요. 그냥 '너만 돌아오면 됐다' 그렇게 말했어요. -박부현, 선아 씨 남편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어. 남자는 부현 씨를 향해 대뜸 고함을 지르더니 욕설을 내뱉어. 선아 씨의 전남편이었어. 부현 씨는 그에게 차분히 원하는 게 뭐냐 고 물었어. 근데 돌아오는 대답이 기가 막혀. 선아 씨를 데려가겠다는 거야. 속이 뒤집어지는 입장이지. 오장육부가 내려앉는 기분이 들더라고. 원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니, 돈이라는 거예요. '그럼 돈이 얼마나 필요하냐'고 했더니 '소 한 마리 값을 줘야겠다'고 그러더라고. 차라리 여자를 포기할까 이렇게 마음을 먹었는데, 그래도 나하고 같이 만났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거고. 그 돈을 다 줘버렸어요. 다 가져가라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결국 부현 씨는 애써 키운 소를 팔아 그 돈을 전남편에게 건넸어. ▲ 에이즈의 공포 그즈음 김해 보건소는 부산 보건소에서 전화를 받았어. 자기들 쪽에서 에이즈 검사를 한 분이 김해로 주소 이전을 했는데,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다는 거야. 당시엔 보건당국이 에이즈 환자를 의무적으로 관리했어. 환자의 주거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했지. 부현 씨가 농사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갔는데, 못 보던 사람들이 집에 와있어. 보건소 직원들이야. 아내에게 알려줄 게 있어서 집을 찾아왔대. 부현 씨는 무슨 일이지 짐작도 안가. 그런데 그때, 아내와 이야기를 마친 직원들이 부현 씨를 따로 불러 조심스레 말을 건네. 아내 선아 씨가 에이즈에 걸렸다고. 약을 갖다가 한 봉지를 주고 가더라고. 그리고 나보고 콘돔 같은 걸 한가득 주고 가고. 그래서 '이걸 왜 주고 가냐' 했더니, 관계를 하면 안 된다는 거야. '왜 안되느냐' 물어보니까, 그래서 그때 얘기를 하더라고. 에이즈에 걸렸다고. 우린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이게 무슨 이런 궤변이 있나' 내가 그랬어요. 그리고 멱살도 잡았어요. -박부현, 선아 씨 남편 부현 씨는 너무 화가 나. 내 아내가 에이즈라고? 에이즈라는 병이 뭔지, 부현 씨도 TV에서 본 적이 있어. 몸에 반점이 생기고, 불치병이라 알려졌던 병. 내 아내가 그런 병에 걸렸다고? 매일 아침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깨끗하게 청소도 하고 밥도 하고 누구보다 밝고 활발한 이 사람이? 나도 우리 선아도 건강하기만 한데 무슨 에이즈야! 화가 나서 당장 채혈을 했어. 검사 결과, 부현 씨는 음성이었어. 근데 선아 씨는, 재검 결과도 양성이 나왔어. 이젠 사랑하는 사람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어. 그럼 선아 씨는 어쩌다가 에이즈에 걸린 걸까. 질문조차도 상처가 될 수 있기에, 부현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 어떤 이유로 병에 걸렸든 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그 이야기를 내가 물어보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상대방이 싫어하는 건 별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른 척하고 넘어간 거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그럼 에이즈는 인류 역사에서 언제부터 발병한 걸까. 인류가 에이즈란 병을 알게 된 건 1981년. 뉴욕의 한 신문에, '무서운 미지의 병이 나타났다'는 사실이 처음 보도됐어. 동성애자 41명에게서 발견된 희귀 암 진단 후 24개월이 채 되지 않아 8명이 사망했다 발병원인은 알려지지도, 밝혀지지도 않았다 에이즈 하면 떠오르는 증상인 피부 반점. 이 반점은 면역력이 떨어지면 피부에 발병하는 악성 종양이야. 어떤 약도 효과가 없어. 면역 기능이 떨어지며, 사소한 감염에도 죽음에 이를 수 있어. 그야말로 미지의 질병의 출현이었어. 인류는 공포에 휩싸였어. 시기도 20세기가 끝날 무렵이라, 세기말 징조라는 말까지 나와. 인류문명은 그동안 수많은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러왔어. 가장 가까운 최근 바이러스는 코로나19. 모두의 일상이 완전히 무너졌었지. 그전에는 조류독감, 메르스, 에볼라, 신종플루, 사스, 그리고 좀 더 옛날로 가면 흑사병까지. 이렇게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 수많은 바이러스가 있었어. 그런데 그중 에이즈는 '현대판 흑사병'이라 불리며, 사형 선고로 여겨진 거야. 프레디 머큐리, 매직존슨 같은 유명인도 에이즈 감염자였지. 에이즈 발병 초기에는 주로 동성애자와 마약중독자가 감염됐기 때문에, 에이즈 환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매우 차가웠어. 그냥 병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비난받고, 가족과 사회로부터 차별과 냉대를 받았지. 그래서 말할 수 없는, 숨겨야만 하는 병이 된 거야. 우리나라에 에이즈의 공포가 드리운 건, 1985년이야. 에이즈 감염자와 사망자의 수가 마구 늘어가는 가운데,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었어. 병원에서 수혈로 인한 감염자도 나왔어.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어. 전직 교사가 에이즈에 걸린 것으로 잘못 알고, 3살 난 딸을 살해해 암매장한 사건이 일어났다. 자신과 딸의 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반점이 생기자 에이즈 감염 증세로 착각하고 고민 끝에 동반자살을 결심했다. 결혼 전에 문란했던 과거로 인해 에이즈에 대한 공포심만 앞섰지, 정확한 지식이 부족한 데에서 비롯된 비극이었다. 정밀조사 결과 에이즈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뉴스 보도 中 ▲ 내 아내가 에이즈에 걸렸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에이즈는 무서운 병이지만, 부현 씨에게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어. 아내가 감염됐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내의 행동이 점점 이상해. 아내가 집을 나가는 일이 잦아지더니, 아예 사라진 거야. 김해 바닥 온 곳을 다 돌아다녔어요. 그랬는데 이거 뭐 만날 수가 있나. 가보면 없고, 여기도 가보면 없고. 저기도 가보면 없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주변 사람들은 이제 잊으라고 모두 말렸지만. 부현 씨는 사라진 아내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 그때는 내가 많이 기다렸죠. 오직 그 사람 생각 밖에 없었으니까. -박부현, 선아 씨 남편 그렇게 시간은 1년 반이 지났고, 경찰서에서 드디어 선아 씨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은 거야. 부현 씨는 허둥지둥 경찰서로 달려갔어. 아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가출 직후 일자리를 구하던 아내는, 어떤 남자에게 속아 차에 탔다가, 여수 윤락가에 팔려갔다는 거야. 도망 나오고 싶어도, 촘촘한 감시망을 빠져나올 수가 없었대. 담당 보건소는 선아 씨가 연락이 닿지 않자 행방불명자로 처리해서 질병당국에 보고했어. 그러던 중 방역 당국의 추적망에 걸린 거야. 그럼 선아 씨는, 애초에 왜 부현 씨를 떠난 걸까. 남편에게 병을 옮길까 싶어, 그게 두려웠대. 모르겠어요. 왜 떠났는지… 그냥 갑자기 떠나고 싶더라고… 솔직히 말하면, (남편에게 에이즈를) 옮길까 싶어서. 나한테 옮을까 싶어서… 나도 이 사람한테 옮기기 싫은 거야. 병도, 내가 덮어쓰고 가지. -선아(가명), 박부현 씨의 아내 하지만 선아 씨가 법을 어긴 건 사실이야. 그 후 유치장에 수감된 선아 씨. 여기서 담당검사가 불편한 건 없는지 물었는데, 이 질문에 대한 선아 씨의 대답 때문에 유치장 안이 난리가 났어. 모기가 많아서 불편해요. 선아 씨를 문 모기가 에이즈 바이러스를 옮길까 봐 모든 수감자들이 공포에 질려버린 거야. 그럼 에이즈는 모기를 통해 감염될까? 그럼 침, 땀, 눈물로는? 악수나 포옹은 어떨까? 정답은, 전부 '아니요'야. 모기가 흡입하는 혈액의 양이 매우 적고, 모기의 체내에서 에이즈 바이러스가 증식할 수가 없대. 그래서 전파가능성이 없어. 침, 땀, 눈물에도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긴 하지만 전염시킬만한 양이 아니야. 피부 접촉으로도 전염이 안돼. 에이즈 바이러스는 상처를 통해 혈액이 몸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감염이 안돼. 하지만 잘못된 인식으로, 에이즈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꺼려했어. 결국 선아 씨는 징역 8개월형을 선고받고 독방에 수감됐어. 아내가 에이즈 판정을 받고 감옥까지 갔어. 그런데도 부현 씨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어. 묵묵히 농사를 지었어. 그리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을 마무리했어. 그 후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어. 아내에게 면회 가기 위해서. 면회도 내가 한 번도 안 빠졌어요. 그때는 힘든 것도 없어요. 그게 낙인 데요 뭐. 집에서 교도소까지 2시간이야. 왕복으로 하면 4시간을 오토바이로 오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그래도 선아 씨의 얼굴을 봐야 했어. 에이즈 환자가 가장 고통받는 게 가족들에게 외면받는 외로움이래. 그런데 선아 씨는 그런 걱정이 없었어. 면회실 칸막이 사이로 두 사람은 미래를 꿈꾸며 대화를 나눴어. 마치 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 황정민과 전도연이 면회실에서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절절하게 대화하던 그 명장면처럼. 헤어진다는 생각은 꿈도 못 꾸죠. '널 사랑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네 몸 열심히 돌보고'. (출소하면) '우리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안 가본 데도 가보고 그렇게 한번 해보자' 그랬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그리고 두 사람은 편지도 주고받았어. 잘 지내고 있지? 생각이 많이 나. 당신하고 나하고 처음 만났을 때, 절에 놀러 가 사진 찍고 할 때, 당신이 나한테 김밥 재료 사 왔을 때가 많이 생각나.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어. 그리고 당신이 내 옥바라지한다고 고생하고 있는 것 다 알아. 사랑하는 부현 씨, 내가 좀 더 당신 신경 썼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겠지. 참 후회하고 있어. 만약에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어. 내가 헤어지자고 했는데, 그 말은 안 들은 것으로 해줘. -남편에게 쓴 선아 씨의 편지 서로를 믿고 의지했던 8개월. 시간이 지나 추운 겨울, 부현 씨는 밤새 한숨도 못 잤어. 8개월이 지나 선아 씨가 출소하는 날이거든. 교도소의 철문이 열리고, 드디어 아내의 모습이 보여. 이젠 꼭 안아줄 수 있고, 손을 잡아줄 수 있어. 바로 안았죠. 그리고 울었죠 둘이. '우리 열심히 살자, 남 의식하지 말고'. '우리끼리만 얼굴 보고 살자'... -박부현, 선아 씨 남편 그런데 문제가 있어. 선아 씨가 집으로 들어오기를 주저해.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온 동네에 소문이 나서, 그 차가운 시선을 견디기가 너무 두려운 거야. 부현 씨는 농사일과 시골 생활을 정리하고, 도시에 방 한 칸을 잡았어. 두 사람을 모르는 곳으로 간 거야. 하지만 도시 생활은 녹록지 않았어. 에이즈 가족이라는 딱지를 단 채 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거든. 그래도 박스 줍는 일과 작은 장사를 시작했어. 소박한 시작이지만, 두 사람은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대. ▲ 영화가 아닌 현실의 엔딩 시간이 흘러 2009년. 선아 씨가 출소한 지 6년이 지났어. 두 사람은 특별한 장소로 갔어. 사진관에서 웨딩촬영을 하기로 했거든. 함께 꿈꿔왔던 결혼식을 준비하게 된 거야. 돌고 돌아서 만난 지 10년 만에 드디어 두 사람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어. 가족, 친구들의 축복 속, 선아 씨는 에이즈 환자가 아닌, 신부로 축하를 받았어. 늘 꿈에 그리던 순간이야. 결혼식이 끝난 후에는 제주도로 신혼여행도 갔어. 그리고 그 뒤로 시간이 많이 흘렀어. 그럼 이 두 분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지나간 이야기는 다 잊어버리고, '우리 새 마음, 새 뜻으로 살자' 이랬는데. 자꾸 아이 때문에 찾아오고 또 가고, 또 왔다 갔다 하고 이러니까. 집을 나가서 그 뒤로 행방불명돼서 못 찾겠는 거예요. 이거 뭐 만날 수가 있나. 가보면 없고, 여기도 가보면 없고, 저기도 가보면 없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선아 씨가 마음을 못 잡았는지, 또 집을 나갔다는 거야. 부현 씨는 이번에도 역시 돌아오기만을 묵묵히 기다렸어. 많이 기다렸습니다. 그때도 오기만을 기다렸죠. '그 애가 내 아이였으면 얼마나 좋겠나' 싶은 마음이 드는 거야. -박부현, 선아 씨 남편 그런데 어느 날, 부현 씨는 뜻밖의 연락을 받았어. 그때가 아마 번개가 엄청나게 친 날이에요. 비도 오고 밤에. 그런데 누가 왔는지, 막 문을 두드리고 이러는데 내가 나가보니까. 아내가 왔는가 싶어서 문을 몇 번을 열어봐도 없어요. 그랬는데 그날따라 자꾸 이상한 번호가 뜨더라고. 그래서 '이게 무슨 번호고. 모르는 번호인데 받아서 뭐 하겠느냐'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냥 내버려 뒀는데, 계속 전화가 들어오는 거야. 그래서 받아보니까, '김해 경찰서 누구 경찰관입니다' 이러더라고. 저보고 '어디 병원 빨리 가보세요' '선아 씨가 죽었습니다' 이러는 거야. 나는 '설마 아니겠지' 하면서 갔는데, 가보니까 처량하게… 그때 생각하면 눈물이 많이 납니다... 울기도 많이 울었고. 눈물 밖에 안 납니다. -박부현, 선아 씨 남편 선아 씨가 세상을 떠났어. 결혼식을 올리고 불과 다섯 달만의 일이야. 결혼식 때만 해도, 선아 씨가 건강했었는데, 몸이 급격히 안 좋아졌었나 봐. 에이즈에 감염됐어도 약을 잘 복용하고 관리만 잘하면, 문제없이 살 수 있는데. 아마도 약을 잘 챙겨 먹지 않았던 거 같아. 부현 씨는 특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선아 씨가 생각난대. 그녀와 함께 한 벚꽃구경, 물놀이, 단풍구경.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 그리고 선아 씨가 가장 좋아했던 들국화. 그 꽃을 보면 항상 아내가 떠올랐대. 이걸 가져다가 뭉쳐서 목에다 걸어주고, 귀에도 꽂아주고 했는데.. 부현 씨가 들국화 꽃다발을 안고, 아내가 잠든 곳을 찾았어. 잘 지냈나. 보고 싶었다…열심히 살자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 마지막 선물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15년이 지났어. 이젠 너무 늙어버려서 아내가 내 모습을 알아볼 수 있을까 걱정도 돼. 그동안 못 해준 게 많아서 후회도 돼. 그래서 부현 씨는 아내한테, 생전에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던 선물을 하나 해주고 싶으시대. 이젠 직접 전할 수 없는 선물, 부현 씨가 직접 고른 머리띠야. 예뻤지. 머리가 이랬던 게, 머리띠를 하면 이렇게 올라갑니다. 그러면 이렇게 하면 얼굴이 훤하게 보이는 거죠. 이 얼굴이 조그마하니 동글동글하게 보여요. 그게 사랑스럽고 예쁘게 보여요. 지금도 보듬고 싶고 안고 싶고 그래요. 뽀뽀해주고 싶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부현 씨가 선아 씨와의 시간을 이야기할 때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보단 이렇게 되물었대. 아내가 이런데도 여전히 사랑하시나요? 라고. 그런데 누군가의 사랑이 꼭 남들에게 이해받고 인정받아야만 하는 걸까. 부현 씨에겐 이런 질문이 모두 무의미했어. 오직 그에게 의미 있는 건 선아 씨의 웃음뿐이었어. 나중에 선아 씨를 만나면 가장 먼저 무슨 말을 해주고 싶으냐 는 질문에 부현 씨는 이렇게 대답했어. 당신을 사랑한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에이즈 검사를 받느라, 여수 지역이 난리 났던 거 기억나지? 그런데 그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에이즈 감염인과 1번 성접촉을 했을 때 전염될 확률은, 0.04~1.38% 정도래. 또 콘돔을 사용하면 이 가능성마저 거의 없어져. 그리고 선아 씨와 함께 생활했던 부현 씨도 결국엔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았어. 물론 조심해야 하는 건 맞지만, 막연한 공포에 휩싸였던 당시 생각과는 다른 결과지. 에이즈가 세상에 등장한 지 40여 년이 지났어.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매년 천여 명의 신규 감염인이 발생하고 있대. 아직 에이즈 치료제는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정상적인 수명대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대. '죽음의 병'이 아닌, 고혈압, 당뇨 수준으로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 중 하나인 거지. 사실 질환보다 무서운 건, 에이즈에 대한 편견일 거야. 앞으로도 바이러스에 대한 전쟁은 계속될 거야. 그때마다 잘못된 편견으로 비난을 보내기보단, 질환 자체에 대해 의학적으로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꼬꼬무 찐리뷰] 내 아내가 에이즈에 걸렸다 …영화 '너는 내 운명' 실제 주인공의 엔딩은? [꼬꼬무 찐리뷰] 내 아내가 에이즈에 걸렸다 …영화 '너는 내 운명' 실제 주인공의 엔딩은? 등록일2024.12.27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26일 방송된 '너는 내 운명'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그룹 하이라이트 리더 윤두준, 배우 신소율, 개그맨 정성호가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여수 에이즈 확산 논란 때는 2005년의 어느 날. 한 남자가 보건소 검사실에서 채혈을 하고 있어. 이 남자는 두 눈을 부릅뜨고 주삿바늘을 쳐다봐. 필요한 혈액은 단 5cc, 적은 양이지만 이건 아주 중요한 피야. 주사기에 점점 붉은 피가 차오르기 시작해. 그런데 바로 그때, 컷! 좋습니다! 오케이! 라는 우렁찬 소리가 들려와. 지금 여기는, 영화 촬영장이야. 주사기 앞에서 채혈하는 장면을 찍은 남자는, 배우 황정민이야. 피 한 방울의 의미가 정말 중요했던, 어떤 사람의 실화를 다룬 영화를 촬영 중이야. 촬영 장소는 여수 보건소. 그즈음에 여주 일대를 발칵 뒤집은 사건이 있었어. 그날에 대해 알기 위해, 시간을 조금 더 앞으로 돌려볼게. 때는 2002년 6월. 부산에 있는 어느 식당 안이야. 구석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식당 출입문을 주시하고 있어. 그때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들어와. 앉아있던 사람들의 눈이 번쩍 해. 저 여자 맞지? 사람들이 여자를 향해 다가가. 그리고 여자 앞을 쓱 가로막았어. 선아(가명) 씨, 잘 지냈어요? 선아라고 불린 여자는 당황한 듯 깜짝 놀라. 선아 씨를 찾은 사람들은 보건소 직원들이야. 직원들은 그녀를 경찰서로 인계했어. 그리고 선아 씨가 경찰서에 간 후, 그 소식은 전국에 알려졌어. 당시 상황을 전한 뉴스야. 에이즈에 걸린 20대 여성이 윤락 행위를 해오다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스물여덟 살 구 모 씨가 에이즈 환자로 판명된 것은 98년 3월. 2000년부터는 1년 7개월 동안 전남 여수의 윤락가에서 윤락행위를 해왔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선아 씨의 병명은 에이즈. 근데 윤락행위를 했다는 거야. 에이즈 환자가 윤락행위를 하는 건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야. 성매매도 당연히 범죄지만, 에이즈가 걸린 환자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 매개 행위를 해서는 안돼.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의 징역을 받아. 이 뉴스가 보도되자, 특히 더 발칵 뒤집힌 지역이 있어. 바로, 선아 씨가 윤락행위를 했다는 전남 여수야. '에이즈를 퍼트린 마녀다', '에이즈 테러다', '복수극이다'라는 소문이 퍼져나가고, 여수는 에이즈로 공포의 도시가 되어 버렸어. 그런데 이렇게 난리가 난 상황에, 한마디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진짜 국민들이 에이즈에 대한 공포감이 최고였어요 그때가. 누구 하나 나왔다 그러면, 정말 난리가 나는 그런 시기였거든요. 그리고 이 질환은 어쨌든, 그 당시에 만약에 보건소에 와서 이 검사를 받는다면, 내가 윤락가에 가서 돈을 주고 성매매 행위를 한 걸 누군가 알게 되잖아요. 윤락가에 갔었는데 차마 검사를 할 용기는 안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물어보고 또 '언제쯤 검사를 해야 하냐', '한 번만 해도 되냐' 궁금은 한데 용기가 없어서 전화로 계속 질의만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저희들이 계속 설득을 해요. 전화가 오면. '검사 안 받고 계속 걱정만 하시면 평생을 이렇게 걱정 속에서 살게 될 거다' 저희가 기억하기로는 가장 검사를 많이 했던 날이, 한 200명까지 검사를 하긴 했었어요. -신미숙, 당시 여수 보건사업과 임상병리실 근무 그렇게 수천 명의 남자들이 검사를 받으러 왔어. 근데 윤락가를 직접 다녀온 사람 말고도,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또 있어. 남편을 의심하는 아내들, 유흥 업소 종사자들, 심지어 인근 고등학생들까지. 그렇게 보건소에는 두려움을 떨다가 겨우 에이즈 검사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이어졌어. 그런데 이 사람들의 행동에 공통점이 있어. 에이즈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은 절대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 사람이 없을 때 맞춰 오거든.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검사를 받은 게 소문이라도 날까 두려운 거야. 그리고 한결같이 '진짜 에이즈에 걸리면 죽나요?'라는 질문을 했대.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곧바로 죽는 게 아니야. 그런데 '에이즈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는 오해가 만연했던 때야. 에이즈에 걸려도 약을 잘 먹으며 관리하면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어. 하지만 당시 에이즈는 죽음의 병, 공포 그 자체였어. ▲ '너는 내 운명'의 실제 주인공 그런데, 세상의 이런 분위기와 정반대로, 선아 씨의 뉴스가 반가운 사람이 있어. 바로, 선아 씨의 남편 박부현 씨. 선아 씨를 찾았다는 소식은 남편에게도 전달됐어. 이 분이 황정민이 연기했던 영화 '너는 내 운명'의 실제 주인공이야. 2005년 개봉했던 황정민, 전도연 주연의 영화 '너는 내 운명'. 당시 국내 멜로 영화 중 최고의 흥행작이었어. 에이즈에 걸린 여자를 사랑한 한 남자의 순애보를 그렸지. 이 영화가 박부현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야. 영화 속 시골 노총각 석중(황정민 분)과 다방 종업원 은하(전도연 분)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에이즈란 병을 극복했을까? 영화의 결말 이후로 알려지지 않은 실제 이야기는 어떨까? 그래서 '꼬꼬무'가 직접, 남편 부현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어. 김해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서 제일 처음 알았죠. 얼른 전화 받았죠. 전화 받아보니까 '김해 경찰서로 빨리 오시오' 하는 거예요. 그래서 가보니까 진짜 거기 있더라고요. 에이즈 때문에 잡혀 들어갔다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충격을 얼마나 받았겠습니까 제가. -박부현, 선아 씨 남편 선아 씨는 왜 이런 모습으로 나타났던 걸까. 그리고 영화 속 사랑은 현실에도 존재했을까. 한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이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된 그 순간으로 가볼게. 때는 1999년 봄. 김해의 어느 시골 마을이야. 부현 씨는 부지런한 농사꾼이야. 자기 농사도 짓고, 소작도 하고, 가축도 키우고. 이렇게 열심히 일하다 보니, 장가가 늦어졌어. 서른아홉 살, 나이 꽉 찬 노총각이야. 이런 부현 씨에게 후배 하나가 여자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했어. 얼마 후, 하얀 탱자나무 아래 버스정류장에 부현 씨가 서있어. 그녀를 만나기로 한 날이야. 버스에서 한 여자가 내렸어. 그때 아마 봄날이었지. 꽃 피고 새 우는 봄인가 싶어. 버스를 내려서 거기서 두리번두리번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저게 누구고' '저게 맞는가' 하고 보니까 맞더라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눈부신 햇살 속 그녀가 한 발자국씩 다가와. 점점 얼굴이 보이는데, 갑자기 세상이 슬로비디오처럼 바뀌는 마법이 펼쳐졌어. 두 사람의 핑크빛 첫 만남이었어. 사람이 귀엽게 생겼더라고 예쁘고. '설마 이런 여자가 나한테 오겠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예뻤어요. 그래서 첫눈에 내가 반했어요. -박부현, 선아 씨 남편 선아 씨는 당시 스물다섯 살이었어.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한 부현 씨. 대뜸 날 좋아할 수 있겠나? 라며 그녀에게 직진했어. 첫 만남 뒤 선아 씨가 부현 씨네 시골집에 놀러 왔다가, 그대로 같이 살게 됐어. 주위에서는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지. 여자가 너무 급하게 눌러앉는 게 수상하다고. 나이차도 큰데, 여자가 다른 거 노리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걱정은 기우였어. 두 사람은 냉수 한 그릇 떠 놓고, 그릇 옆에 초 하나를 세우고, 나란히 앉았어. 지금은 이렇게 소박하게 하지만, 나중에 돈 벌어서 멋진 결혼식을 하자고 약속하며, 그렇게 둘만의 작은 결혼식을 올렸어. 다 해주고 싶데요 막.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 여자 아니면 안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한창 농사일을 하다 보면, 저 멀리서 선아 씨가 새참을 들고 왔어. 아내는 김밥을 잘 쌌어. 집에 있는 나물, 갖가지 반찬들을 넣어 만든 아내표 김밥이 그렇게 맛있었어. 사람이 활발하고 좀 이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그런 것 같아요. 내가 동생이 없다 보니까, 항상 내 동생 같기도 하고, 아내 같기도 하고… 내가 제일 기억나는 게 김밥. 김밥을 제일 많이 먹은 것 같아. 내가 그래서 항상 '너 김밥 장사해라' 그랬어. -박부현, 선아 씨 남편 봄에는 오토바이 타고 벚꽃놀이 가고, 여름에는 시원한 물 끼얹으며 꺄르르 웃고, 가을에는 같이 단풍구경 다니며, 두 사람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 내가 등허리 업고 막 쫓아다니고 그랬습니다. 내가 많이 업고 다녔습니다. '그래 좋나? 좋다' 이러면서 손바닥을 팍팍 치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아내가 좋아했던 꽃은 들국화였어. 뒷산에 올라가면 들국화로 화관을 만들어서 머리에 씌워주곤 했어. 산에 올라가면 들국화가 있잖아요. 들국화를 모자같이 만들어서 탁 끼워주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생일이면 근사한 케이크는 없어도, 초코파이면 충분했어. 서로의 마음은 누구보다 서로가 잘 아니까. 비싼 옷, 값나가는 보석은 못해줘도, 오순도순 함께 있는 것만으로 큰 기쁨이야. 그때는 참 저한테는 완전 봄날이고. 서로 이렇게 뽀뽀도 하고. 그냥 이렇게 안으면서 뽀뽀도 하고 그랬어요. 그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박부현, 선아 씨 남편 그런데 가끔씩, 아내가 남모르게 눈물을 훔쳐. 뭔가 고민이 있는 거 같아. '내가 뭘 잘못했나? 혹시 결혼을 후회하나?' 부현 씨는 아내 걱정뿐이야.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는데, 사실은 자기가 전에 한번 결혼한 적이 있었고, 딸도 하나 있다는 거야. 그 딸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난다는 거야. 아내의 고백에도 부현 씨는 괜찮다, 다 지난 일 아니냐 며 감쌌어. 그런 거는 신경 안 썼어요. 집에 있으니까, 나는 있으면 행복한 거예요 그냥. -박부현, 선아 씨 남편 오히려 부현 씨는 조금씩 돈이 생기면 아내에게 건넸어. 그러면 아내는 그 돈을 가지고 어딘가에 갔다가 돌아왔어. 부현 씨는 그저, '딸 보러 갔겠거니' 생각하며 묵묵히 기다렸어. 자기가 낳은 딸이니까 보고 싶겠지 아마. '그래서 아마 왔다 갔다 안 했겠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갔다 하면 일주일은 있다가 오더라고. 그냥 '갔다 왔나, 잘 갔다 왔나' 이렇게 하고 말았어요. 그냥 '너만 돌아오면 됐다' 그렇게 말했어요. -박부현, 선아 씨 남편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어. 남자는 부현 씨를 향해 대뜸 고함을 지르더니 욕설을 내뱉어. 선아 씨의 전남편이었어. 부현 씨는 그에게 차분히 원하는 게 뭐냐 고 물었어. 근데 돌아오는 대답이 기가 막혀. 선아 씨를 데려가겠다는 거야. 속이 뒤집어지는 입장이지. 오장육부가 내려앉는 기분이 들더라고. 원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니, 돈이라는 거예요. '그럼 돈이 얼마나 필요하냐'고 했더니 '소 한 마리 값을 줘야겠다'고 그러더라고. 차라리 여자를 포기할까 이렇게 마음을 먹었는데, 그래도 나하고 같이 만났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거고. 그 돈을 다 줘버렸어요. 다 가져가라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결국 부현 씨는 애써 키운 소를 팔아 그 돈을 전남편에게 건넸어. ▲ 에이즈의 공포 그즈음 김해 보건소는 부산 보건소에서 전화를 받았어. 자기들 쪽에서 에이즈 검사를 한 분이 김해로 주소 이전을 했는데,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다는 거야. 당시엔 보건당국이 에이즈 환자를 의무적으로 관리했어. 환자의 주거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했지. 부현 씨가 농사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갔는데, 못 보던 사람들이 집에 와있어. 보건소 직원들이야. 아내에게 알려줄 게 있어서 집을 찾아왔대. 부현 씨는 무슨 일이지 짐작도 안가. 그런데 그때, 아내와 이야기를 마친 직원들이 부현 씨를 따로 불러 조심스레 말을 건네. 아내 선아 씨가 에이즈에 걸렸다고. 약을 갖다가 한 봉지를 주고 가더라고. 그리고 나보고 콘돔 같은 걸 한가득 주고 가고. 그래서 '이걸 왜 주고 가냐' 했더니, 관계를 하면 안 된다는 거야. '왜 안되느냐' 물어보니까, 그래서 그때 얘기를 하더라고. 에이즈에 걸렸다고. 우린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이게 무슨 이런 궤변이 있나' 내가 그랬어요. 그리고 멱살도 잡았어요. -박부현, 선아 씨 남편 부현 씨는 너무 화가 나. 내 아내가 에이즈라고? 에이즈라는 병이 뭔지, 부현 씨도 TV에서 본 적이 있어. 몸에 반점이 생기고, 불치병이라 알려졌던 병. 내 아내가 그런 병에 걸렸다고? 매일 아침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깨끗하게 청소도 하고 밥도 하고 누구보다 밝고 활발한 이 사람이? 나도 우리 선아도 건강하기만 한데 무슨 에이즈야! 화가 나서 당장 채혈을 했어. 검사 결과, 부현 씨는 음성이었어. 근데 선아 씨는, 재검 결과도 양성이 나왔어. 이젠 사랑하는 사람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어. 그럼 선아 씨는 어쩌다가 에이즈에 걸린 걸까. 질문조차도 상처가 될 수 있기에, 부현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 어떤 이유로 병에 걸렸든 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그 이야기를 내가 물어보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상대방이 싫어하는 건 별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른 척하고 넘어간 거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그럼 에이즈는 인류 역사에서 언제부터 발병한 걸까. 인류가 에이즈란 병을 알게 된 건 1981년. 뉴욕의 한 신문에, '무서운 미지의 병이 나타났다'는 사실이 처음 보도됐어. 동성애자 41명에게서 발견된 희귀 암 진단 후 24개월이 채 되지 않아 8명이 사망했다 발병원인은 알려지지도, 밝혀지지도 않았다 에이즈 하면 떠오르는 증상인 피부 반점. 이 반점은 면역력이 떨어지면 피부에 발병하는 악성 종양이야. 어떤 약도 효과가 없어. 면역 기능이 떨어지며, 사소한 감염에도 죽음에 이를 수 있어. 그야말로 미지의 질병의 출현이었어. 인류는 공포에 휩싸였어. 시기도 20세기가 끝날 무렵이라, 세기말 징조라는 말까지 나와. 인류문명은 그동안 수많은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러왔어. 가장 가까운 최근 바이러스는 코로나19. 모두의 일상이 완전히 무너졌었지. 그전에는 조류독감, 메르스, 에볼라, 신종플루, 사스, 그리고 좀 더 옛날로 가면 흑사병까지. 이렇게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 수많은 바이러스가 있었어. 그런데 그중 에이즈는 '현대판 흑사병'이라 불리며, 사형 선고로 여겨진 거야. 프레디 머큐리, 매직존슨 같은 유명인도 에이즈 감염자였지. 에이즈 발병 초기에는 주로 동성애자와 마약중독자가 감염됐기 때문에, 에이즈 환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매우 차가웠어. 그냥 병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비난받고, 가족과 사회로부터 차별과 냉대를 받았지. 그래서 말할 수 없는, 숨겨야만 하는 병이 된 거야. 우리나라에 에이즈의 공포가 드리운 건, 1985년이야. 에이즈 감염자와 사망자의 수가 마구 늘어가는 가운데,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었어. 병원에서 수혈로 인한 감염자도 나왔어.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어. 전직 교사가 에이즈에 걸린 것으로 잘못 알고, 3살 난 딸을 살해해 암매장한 사건이 일어났다. 자신과 딸의 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반점이 생기자 에이즈 감염 증세로 착각하고 고민 끝에 동반자살을 결심했다. 결혼 전에 문란했던 과거로 인해 에이즈에 대한 공포심만 앞섰지, 정확한 지식이 부족한 데에서 비롯된 비극이었다. 정밀조사 결과 에이즈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뉴스 보도 中 ▲ 내 아내가 에이즈에 걸렸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에이즈는 무서운 병이지만, 부현 씨에게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어. 아내가 감염됐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내의 행동이 점점 이상해. 아내가 집을 나가는 일이 잦아지더니, 아예 사라진 거야. 김해 바닥 온 곳을 다 돌아다녔어요. 그랬는데 이거 뭐 만날 수가 있나. 가보면 없고, 여기도 가보면 없고. 저기도 가보면 없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주변 사람들은 이제 잊으라고 모두 말렸지만. 부현 씨는 사라진 아내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 그때는 내가 많이 기다렸죠. 오직 그 사람 생각 밖에 없었으니까. -박부현, 선아 씨 남편 그렇게 시간은 1년 반이 지났고, 경찰서에서 드디어 선아 씨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은 거야. 부현 씨는 허둥지둥 경찰서로 달려갔어. 아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가출 직후 일자리를 구하던 아내는, 어떤 남자에게 속아 차에 탔다가, 여수 윤락가에 팔려갔다는 거야. 도망 나오고 싶어도, 촘촘한 감시망을 빠져나올 수가 없었대. 담당 보건소는 선아 씨가 연락이 닿지 않자 행방불명자로 처리해서 질병당국에 보고했어. 그러던 중 방역 당국의 추적망에 걸린 거야. 그럼 선아 씨는, 애초에 왜 부현 씨를 떠난 걸까. 남편에게 병을 옮길까 싶어, 그게 두려웠대. 모르겠어요. 왜 떠났는지… 그냥 갑자기 떠나고 싶더라고… 솔직히 말하면, (남편에게 에이즈를) 옮길까 싶어서. 나한테 옮을까 싶어서… 나도 이 사람한테 옮기기 싫은 거야. 병도, 내가 덮어쓰고 가지. -선아(가명), 박부현 씨의 아내 하지만 선아 씨가 법을 어긴 건 사실이야. 그 후 유치장에 수감된 선아 씨. 여기서 담당검사가 불편한 건 없는지 물었는데, 이 질문에 대한 선아 씨의 대답 때문에 유치장 안이 난리가 났어. 모기가 많아서 불편해요. 선아 씨를 문 모기가 에이즈 바이러스를 옮길까 봐 모든 수감자들이 공포에 질려버린 거야. 그럼 에이즈는 모기를 통해 감염될까? 그럼 침, 땀, 눈물로는? 악수나 포옹은 어떨까? 정답은, 전부 '아니요'야. 모기가 흡입하는 혈액의 양이 매우 적고, 모기의 체내에서 에이즈 바이러스가 증식할 수가 없대. 그래서 전파가능성이 없어. 침, 땀, 눈물에도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긴 하지만 전염시킬만한 양이 아니야. 피부 접촉으로도 전염이 안돼. 에이즈 바이러스는 상처를 통해 혈액이 몸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감염이 안돼. 하지만 잘못된 인식으로, 에이즈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꺼려했어. 결국 선아 씨는 징역 8개월형을 선고받고 독방에 수감됐어. 아내가 에이즈 판정을 받고 감옥까지 갔어. 그런데도 부현 씨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어. 묵묵히 농사를 지었어. 그리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을 마무리했어. 그 후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어. 아내에게 면회 가기 위해서. 면회도 내가 한 번도 안 빠졌어요. 그때는 힘든 것도 없어요. 그게 낙인 데요 뭐. 집에서 교도소까지 2시간이야. 왕복으로 하면 4시간을 오토바이로 오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그래도 선아 씨의 얼굴을 봐야 했어. 에이즈 환자가 가장 고통받는 게 가족들에게 외면받는 외로움이래. 그런데 선아 씨는 그런 걱정이 없었어. 면회실 칸막이 사이로 두 사람은 미래를 꿈꾸며 대화를 나눴어. 마치 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 황정민과 전도연이 면회실에서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절절하게 대화하던 그 명장면처럼. 헤어진다는 생각은 꿈도 못 꾸죠. '널 사랑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네 몸 열심히 돌보고'. (출소하면) '우리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안 가본 데도 가보고 그렇게 한번 해보자' 그랬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그리고 두 사람은 편지도 주고받았어. 잘 지내고 있지? 생각이 많이 나. 당신하고 나하고 처음 만났을 때, 절에 놀러 가 사진 찍고 할 때, 당신이 나한테 김밥 재료 사 왔을 때가 많이 생각나.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어. 그리고 당신이 내 옥바라지한다고 고생하고 있는 것 다 알아. 사랑하는 부현 씨, 내가 좀 더 당신 신경 썼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겠지. 참 후회하고 있어. 만약에 헤어지자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어. 내가 헤어지자고 했는데, 그 말은 안 들은 것으로 해줘. -남편에게 쓴 선아 씨의 편지 서로를 믿고 의지했던 8개월. 시간이 지나 추운 겨울, 부현 씨는 밤새 한숨도 못 잤어. 8개월이 지나 선아 씨가 출소하는 날이거든. 교도소의 철문이 열리고, 드디어 아내의 모습이 보여. 이젠 꼭 안아줄 수 있고, 손을 잡아줄 수 있어. 바로 안았죠. 그리고 울었죠 둘이. '우리 열심히 살자, 남 의식하지 말고'. '우리끼리만 얼굴 보고 살자'... -박부현, 선아 씨 남편 그런데 문제가 있어. 선아 씨가 집으로 들어오기를 주저해.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온 동네에 소문이 나서, 그 차가운 시선을 견디기가 너무 두려운 거야. 부현 씨는 농사일과 시골 생활을 정리하고, 도시에 방 한 칸을 잡았어. 두 사람을 모르는 곳으로 간 거야. 하지만 도시 생활은 녹록지 않았어. 에이즈 가족이라는 딱지를 단 채 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거든. 그래도 박스 줍는 일과 작은 장사를 시작했어. 소박한 시작이지만, 두 사람은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대. ▲ 영화가 아닌 현실의 엔딩 시간이 흘러 2009년. 선아 씨가 출소한 지 6년이 지났어. 두 사람은 특별한 장소로 갔어. 사진관에서 웨딩촬영을 하기로 했거든. 함께 꿈꿔왔던 결혼식을 준비하게 된 거야. 돌고 돌아서 만난 지 10년 만에 드디어 두 사람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어. 가족, 친구들의 축복 속, 선아 씨는 에이즈 환자가 아닌, 신부로 축하를 받았어. 늘 꿈에 그리던 순간이야. 결혼식이 끝난 후에는 제주도로 신혼여행도 갔어. 그리고 그 뒤로 시간이 많이 흘렀어. 그럼 이 두 분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지나간 이야기는 다 잊어버리고, '우리 새 마음, 새 뜻으로 살자' 이랬는데. 자꾸 아이 때문에 찾아오고 또 가고, 또 왔다 갔다 하고 이러니까. 집을 나가서 그 뒤로 행방불명돼서 못 찾겠는 거예요. 이거 뭐 만날 수가 있나. 가보면 없고, 여기도 가보면 없고, 저기도 가보면 없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선아 씨가 마음을 못 잡았는지, 또 집을 나갔다는 거야. 부현 씨는 이번에도 역시 돌아오기만을 묵묵히 기다렸어. 많이 기다렸습니다. 그때도 오기만을 기다렸죠. '그 애가 내 아이였으면 얼마나 좋겠나' 싶은 마음이 드는 거야. -박부현, 선아 씨 남편 그런데 어느 날, 부현 씨는 뜻밖의 연락을 받았어. 그때가 아마 번개가 엄청나게 친 날이에요. 비도 오고 밤에. 그런데 누가 왔는지, 막 문을 두드리고 이러는데 내가 나가보니까. 아내가 왔는가 싶어서 문을 몇 번을 열어봐도 없어요. 그랬는데 그날따라 자꾸 이상한 번호가 뜨더라고. 그래서 '이게 무슨 번호고. 모르는 번호인데 받아서 뭐 하겠느냐'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냥 내버려 뒀는데, 계속 전화가 들어오는 거야. 그래서 받아보니까, '김해 경찰서 누구 경찰관입니다' 이러더라고. 저보고 '어디 병원 빨리 가보세요' '선아 씨가 죽었습니다' 이러는 거야. 나는 '설마 아니겠지' 하면서 갔는데, 가보니까 처량하게… 그때 생각하면 눈물이 많이 납니다... 울기도 많이 울었고. 눈물 밖에 안 납니다. -박부현, 선아 씨 남편 선아 씨가 세상을 떠났어. 결혼식을 올리고 불과 다섯 달만의 일이야. 결혼식 때만 해도, 선아 씨가 건강했었는데, 몸이 급격히 안 좋아졌었나 봐. 에이즈에 감염됐어도 약을 잘 복용하고 관리만 잘하면, 문제없이 살 수 있는데. 아마도 약을 잘 챙겨 먹지 않았던 거 같아. 부현 씨는 특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선아 씨가 생각난대. 그녀와 함께 한 벚꽃구경, 물놀이, 단풍구경.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 그리고 선아 씨가 가장 좋아했던 들국화. 그 꽃을 보면 항상 아내가 떠올랐대. 이걸 가져다가 뭉쳐서 목에다 걸어주고, 귀에도 꽂아주고 했는데.. 부현 씨가 들국화 꽃다발을 안고, 아내가 잠든 곳을 찾았어. 잘 지냈나. 보고 싶었다…열심히 살자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 마지막 선물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15년이 지났어. 이젠 너무 늙어버려서 아내가 내 모습을 알아볼 수 있을까 걱정도 돼. 그동안 못 해준 게 많아서 후회도 돼. 그래서 부현 씨는 아내한테, 생전에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던 선물을 하나 해주고 싶으시대. 이젠 직접 전할 수 없는 선물, 부현 씨가 직접 고른 머리띠야. 예뻤지. 머리가 이랬던 게, 머리띠를 하면 이렇게 올라갑니다. 그러면 이렇게 하면 얼굴이 훤하게 보이는 거죠. 이 얼굴이 조그마하니 동글동글하게 보여요. 그게 사랑스럽고 예쁘게 보여요. 지금도 보듬고 싶고 안고 싶고 그래요. 뽀뽀해주고 싶고. -박부현, 선아 씨 남편 부현 씨가 선아 씨와의 시간을 이야기할 때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보단 이렇게 되물었대. 아내가 이런데도 여전히 사랑하시나요? 라고. 그런데 누군가의 사랑이 꼭 남들에게 이해받고 인정받아야만 하는 걸까. 부현 씨에겐 이런 질문이 모두 무의미했어. 오직 그에게 의미 있는 건 선아 씨의 웃음뿐이었어. 나중에 선아 씨를 만나면 가장 먼저 무슨 말을 해주고 싶으냐 는 질문에 부현 씨는 이렇게 대답했어. 당신을 사랑한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에이즈 검사를 받느라, 여수 지역이 난리 났던 거 기억나지? 그런데 그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에이즈 감염인과 1번 성접촉을 했을 때 전염될 확률은, 0.04~1.38% 정도래. 또 콘돔을 사용하면 이 가능성마저 거의 없어져. 그리고 선아 씨와 함께 생활했던 부현 씨도 결국엔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았어. 물론 조심해야 하는 건 맞지만, 막연한 공포에 휩싸였던 당시 생각과는 다른 결과지. 에이즈가 세상에 등장한 지 40여 년이 지났어.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매년 천여 명의 신규 감염인이 발생하고 있대. 아직 에이즈 치료제는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정상적인 수명대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대. '죽음의 병'이 아닌, 고혈압, 당뇨 수준으로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 중 하나인 거지. 사실 질환보다 무서운 건, 에이즈에 대한 편견일 거야. 앞으로도 바이러스에 대한 전쟁은 계속될 거야. 그때마다 잘못된 편견으로 비난을 보내기보단, 질환 자체에 대해 의학적으로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이종석, 日 팬미팅 성료…5000명 축하 속 생일파티 이종석, 日 팬미팅 성료…5000명 축하 속 생일파티 등록일2024.09.19 배우 이종석이 일본 팬미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종석은 지난 9월 14일 일본 요코하마 분타이에서 '2024 LEE JONG SUK BIRTHDAY PARTY in JAPAN &'를 개최하고 팬들을 만났다. 이번 팬미팅은 지난해 진행되었던 팬미팅 투어의 일본 공연 이후 약 9개월 만에 일본에서 개최된 팬미팅으로, 이종석의 생일 당일 진행되어 의미가 더욱 컸다. 이종석의 생일 파티에 팬들을 초대하는 콘셉트로 개최된 팬미팅에서 이종석은 요네즈 켄시의 'Lemon'(레몬)을 부르며 무대로 등장해 팬들을 설레게 했다. 노래를 마친 이종석은 오늘이 저에게도 특별한 날이지만 여러분께도 특별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말로 팬미팅의 문을 열었다. 공연의 시작과 함께 이날의 드레스 코드인 '레드' 의상을 뽐낸 베스트 드레서를 꼽는 시간부터 이종석은 객석으로 내려가 베스트 드레서를 선정, 스위트하게 팬미팅 시작을 알렸다. 오랜만의 팬미팅인 만큼 이종석의 근황을 나누는 토크 코너가 먼저 시작됐다.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하는 '드로잉 토크'와 이종석의 생일 앨범을 열어보는 'JS 포토앨범'으로 이종석의 어린 시절 생일 파티 모습들이 공개되며 친밀감을 더했다. 이후 팬들과 함께하는 캐릭터 토너먼트와 무대 위에서 펼치는 퀴즈 대결이 진행됐다. 이종석은 직접 객석으로 향해 팬들에게 앙케트를 묻고 퀴즈를 풀 팬을 선정해 손을 잡고 무대로 에스코트하는 등 다정다감함으로 환호를 일으켰다. 퀴즈 게임에서 팬들에게 승리를 내어준 이종석은 벌칙을 대신해 깜짝 발레 무대를 선보였다. 팬들에게 늘 새로운 모습을 선사하고자 하는 이종석의 마음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게임 코너에서 펼쳐질 객석 구역별 팀 대항전을 위해 다시 한번 객석으로 발을 돌린 이종석은 전 객석을 돌며 팀원을 선정해 팬들의 기쁨을 더했다. 공연 말미에는 팬들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도 진행됐다. 팬들이 영상으로 전한 메시지에 감동적인 소감을 전한 이종석은 마지막 메시지의 주인공을 찾아 객석으로 내려갔다. 시각 장애를 지닌 팬의 메시지에 자리로 찾아가 직접 인사를 나눈 것. 이전 서울에서 진행된 이종석의 데뷔 14주년 기념 전시회도 방문한 팬에게 이종석은 음성 메시지로 감사 인사와 안부를 전했고, 이를 전해 받은 팬은 메시지를 받고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감동받았다 라며 힘든 치료도 열심히 받았고 종석 씨 팬미팅도 참석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 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팬미팅을 마치며 이종석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의 가사를 담은 곡인 스다 마사키의 '虹(Niji, 무지개)'를 부르며 엔딩을 장식했다. 앙코르 곡으로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 OST인 '내게 와'를 부르며 내려와 전 객석에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