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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모욕과 혐오를 다루는 여러 가지 방법들
등록일2020.06.22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8단독 최창석 판사는 시민에게 &'세월호 XXX들, □□아&'라는 욕설을 해 모욕죄로 기소된 67살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세월호 반대 집회 참석자인 A 씨는 지난해 7월 13일 반대 집회를 촬영하는 시민에게 &'세월호 XXX들, □□아&'라는 욕설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최 판사는 &'세월호 XXX들&'이라는 욕설은 A 씨가 집회 참여 도중 내뱉은 것이라, 피해 시민을 향해 발설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이 욕설이 혐오 표현인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해 시민의 사회적 평가를 객관적으로 저해했다고 보기 어려워 모욕죄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A 씨가 피해자를 향해 내뱉은 &'□□아&'라는 욕설 또한 말다툼 상황에서 내뱉은 욕설로 보인다며, &'불쾌한 감정을 유발했을지언정,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는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모욕죄 판결들이 갖는 이중적 역할 대법원은 어떤 표현이 불쾌한 감정을 유발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모욕죄'라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려면 해당 표현의 맥락 등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표현 행위가 모욕죄인지 아닌지를 따질 땐,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객관적으로 저하할 만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도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5도2229 판결) 최 판사는 판결문에서 &'모욕죄를 따질 땐 '사회적 평가 저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해석이 &'표현의 자유 보장의 측면과 형법의 최후수단성이라는 가치와도 부합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 판결은 모욕죄의 적용 범위를 엄격히 해석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모욕죄의 광범위한 적용에 대해 제기돼 왔던 학계와 시민사회의 비판과 일정 부분 맥을 같이합니다. 위 사건에서는 시민에게 욕설을 한 A 씨에게 적용됐지만, 모욕죄는 종종 시위현장에서 경찰관에게 욕설을 내뱉은 시민들이나, 정치인·고위 공직자들을 비난한 사람들을 기소하는 도구로 사용돼 왔습니다. 때문에 기소권을 가진 검찰과 최종 판단을 내리는 법원에게 과도한 재량이 주어져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실증 연구도 이런 비판을 뒷받침합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있었던 모욕죄 1심 판결문 505건을 분석한 박장희의 논문 &<모욕죄 국내 판례에 대한 경험적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모욕죄 소송은 경찰관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효과를 갖고, 사회적 위계가 낮은 이의 표현을 억제하는 경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맥락의 주장들에 따르면, 모욕죄의 폐지 내지는 엄격한 적용이 시민들의 자유를 지키는 데 기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논문의 저자 박장희는 &'비록 과격하고 불쾌하고 무례한 극단적 발언이라 할지라도 이를 용인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장점을 향유하기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일종의 비용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국가가 모욕죄라는 형벌권을 행사했을 때 시민사회에 순기능을 한다고 평가받은 경우입니다.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첫 모욕죄 유죄 판결을 선고한 '보노짓 후세인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인도인 성공회대 교수 보노짓 후세인 씨에게 &'아랍인은 더럽다&', &'냄새난다&'는 등의 발언을 한 B 씨에게 법원이 지난 2009년 유죄를 선고한 사건입니다. 이후 법원은 결혼 이주민에게 &'불법체류자&'라는 발언을 한 사람에게도 모욕죄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혐오 표현을 형법으로 단죄한 해당 판결들이 나왔을 당시 '차별과 혐오가 퍼지고 있는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 '모욕죄 폐지' 주장과 '차별금지법' 모욕죄는 이처럼 신중하고 엄격히 적용되었을 경우 '표현의 자유를 지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적극적으로 해석됐을 때 '차별과 혐오를 규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이는 '모욕죄'라는 형법 조항의 적용이 시민사회의 미덕을 지키는 데 있어서 갖게 되는 이중적 역할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표현의 자유', '차별과 혐오 방지'와 같은 중요한 가치들이 시민들이 아닌, 법관들의 판단과 결정에 지나치게 종속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때문에 진보 성향의 법학자들과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모욕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왔습니다. 지난 2016년에는 금태섭 의원이 모욕죄 폐지 법안 등을 발의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습니다. 차별과 혐오의 정서가 '모욕'의 형태로 표출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새로운 주장도 나왔습니다. 법관의 재량과 판단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모욕죄 대신, 규제 대상이 명확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는 견해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혐오 표현을 규제하자는 법안이 지난해 두 차례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인종·종교·성별·장애·성 정체성 등 특정한 특성을 갖는 사람이나 단체에 대한 모욕을 규제하자는 것인데, 점점 일상화되고 있는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새로운 법적 규제를 통해 해결해보려는 시도입니다. ● 법적 규제 도입 이전에 생각해봐야 할 것들 그러나 혐오 표현의 형태로 나타나는 모욕 행위들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헌법학자 이승현은 국가인권위원회 2019년 3월호 웹진에 실린 글 &<혐오 표현, 법적으로 규제해야 할까&>에서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제시합니다. 글쓴이는 우선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가 편견과 차별을 사회 내로 잠복시킴으로써, 오히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을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법적 규제가 사회에 내재된 편견과 차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만을 규율하는데 그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혐오와 차별의 정서가 비롯되는 구조를 보는 대신, 혐오 표현이 발생했을 때 '법대로 합시다'는 방식으로 갈음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문제는 진정으로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잇몸 속으로 뿌리를 내리며 숨어드는 사랑니처럼, 혐오와 차별의 정서가 도리어 사회 저변 깊숙한 곳으로 숨어든 채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우려도 있습니다. &'법적 규제가 오히려 혐오 표현 발화자를 자극하고, 이들에게 전시적인 자기 정당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됩니다. 세월호, 5·18 유가족들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한 뒤 법적 제재를 받게 되자, 지지자들을 향해 순교자 행세를 하는 몇몇 인사들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글쓴이는 이 외에도 △혐오 표현의 표적 집단들이 이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하는 것, △혐오 표현의 표적 집단 구성원들이 스스로 피해자라는 의식을 갖게 한다는 것 등을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가 가지는 문제점들로 제시합니다. '혐오와 차별의 일상화'라는 말까지 생겨난 상황에서 어쩌면 너무 한가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최근엔 공연히 혐오 표현을 일삼는 사람들이 이러한 견해를 교묘히 차용해 스스로에 대한 방어 논리로 사용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누군가를 벌주는 것보다, 점점 그 영역을 넓히고 있는 혐오와 차별을 줄이는 일일 것입니다. 때문에 법적인 규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법적 규제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시민사회 영역에서 언론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저와 같은 기자들에게도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주류 언론은 줄기차게 정치적 올바름을 말하지만, 그것에 대한 대중들의 피로를 정치적 동원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이제 바다 건너 미국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위와 계몽을 넘어, 혐오와 차별이 대체 왜 해로운 것인지 사람들에게 와 닿도록 설명해내야 하는 좀 더 복잡한 과제가 공적 담론을 펼치는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놓여 있습니다. *참고문헌 &<모욕죄 국내 판례에 대한 경험적 연구&>, 박장희, 한국언론학보 64권 2호 &<현행법상 혐오 표현의 규제, 특히 명예에 관한 죄 적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최란, 미디어와인격권 제4권 제2호 &<혐오 표현, 법적으로 규제해야 할까&>, 이승현, 국가인권위원회 2019년 3월호 웹진 [단독] 결혼이주민에 &'불법체류자&' 단정하면 모욕죄, 김민경 기자, 한겨레신문 2017년 12월 11일자
JP 빈소에 사흘째 각계 인사 조문…무궁화장 추서(종합2보)
등록일2018.06.25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25일에도 고인을 애도하는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지난 23일부터 빈소를 지켰던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이날도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을 맞았고, 오후부터는 정우택 의원도 상주역할을 자처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 변호사와 측근인 손주환 전 공보처 장관도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노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노 전 대통령이) 병석에 오래 계셔서 마음은 조문하고 싶으시지만 못하시기 때문에 깊이 애도와 존경의 뜻을 표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직접 조문은 하지 않았지만 이날 조화를 보내 애도했다. 김 전 총리와 정치 활동을 함께했던 이인제 전 의원도 아침 일찍 빈소를 찾아 &'현대사의 큰 별이 지셨다&'면서 &'서로 비난하고 부정하는 현재 우리 정치에서 그분의 따뜻한 시각과 통찰력이 교훈을 주고 있다&'고 애도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그동안 어른이 해온 여러 일을 후대가 잘 이어가야 하리라 생각한다&'며 애석함을 전했다. 황 전 총리는 다만 선거 참패 이후 한국당의 위기를 수습할 혁신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물망에 오르는 것과 관련해서는 &'지금은 고인을 잘 보내드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도 밤늦게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안 전 의원은 &'고인은 개인의 정치적 입장보다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신 분이다. 화합과 통합의 가치를 가슴에 새기겠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고인을 애도한 뒤 &'3김 시대가 저물고 정치에 새로운 시대의 획을 긋는 것 같다&'면서 훈장 추서 논란에 대해서는 &'공도 있고 과도 있지만, 정부가 결정한 만큼 논란이 종식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도 조문했다. 이 대표는 &'현대사에 큰 굴곡의 역사를 만든 분의 가시는 길을 애도하고자 왔다&'고 말했고, 노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이 이제 박정희 시대와 전면적으로 작별하는 순간인 것 같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를 표했다. 특히 이날 오후에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기 위해 빈소를 찾았고, 유족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위로 뜻을 전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훈장 추서 논란에 대해 &'관례에 따라 역대 총리를 지낸 분들은 추서를 했다&'며 &'정부를 책임졌던 총리의 역할만 해도 그 노고에 감사를 표시해왔다&'고 설명했다. JP가 생전 한일의원연맹 초대 회장을 지냈던 만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도 빈소를 찾았다. 나가미네 대사는 &'김 전 총리의 업적을 생각해 이제부터 한일관계를 확실히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족에게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일본 관방장관의 조의문을 전달했다. 평소 JP와 친분이 두터웠던 나카소네 전 총리는 &'흄금을 터놓고 의견을 교환할수 있는 친구를 잃었다&'고 애석해 했고, 고노 전 장관은 &'진정으로 일한관계의 파이프로 큰 역할을 해오셨다&'고 적었다. 조계사 총무원장인 설정스님도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이밖에도 정치권에서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자유한국당 정갑윤·심재철 의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정동영·천정배·주승용 의원과 권노갑 고문, 유인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문상했다. 정부측에서는 서훈 국정원장과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조의를 표했고, 이현재·정원식·고건·정홍원·황교안 등 전직 국무총리들도 빈소를 찾았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문화계에서는 가수 이선희씨와 배우 최란씨, 방송인 이상용씨 등이 조문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