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택현'프로그램 정보
트롤리 트롤리

방송일

방송 시작일 2022. 12. 19 ~ 2023. 02. 14
방송 요일,시간 월,화 22:00~23:10

기획의도

과거를 숨긴 채 조용히 살던 국회의원 아내의 비밀이 세상에 밝혀지면서 부부가 마주하게 되는 딜레마와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딜레마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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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1
트롤리 트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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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시작일 2022. 12. 19 ~ 2023. 02. 14
방송 요일,시간 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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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숨긴 채 조용히 살던 국회의원 아내의 비밀이 세상에 밝혀지면서 부부가 마주하게 되는 딜레마와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딜레마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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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33
[스브수다] 아픔을 연기하지만, 따스한 봄을 닮은 배우 정수빈 [스브수다] 아픔을 연기하지만, 따스한 봄을 닮은 배우 정수빈 등록일2023.03.22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마치 봄이 걸어 들어오는 듯했다. 아직 바깥 날씨가 쌀쌀했던 날, 노란빛 봄을 닮은 옷을 입고 한껏 밝아진 스타일링으로 상큼한 매력을 뽐내며 걸어오던 배우 정수빈. 작품 속에서 어둡고 아픈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그녀인데, 실제의 만남에서는 이른 봄의 향기를 느꼈다. 98년생으로 만 24세, 앳된 얼굴의 정수빈은 실제 나이에 맞게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역할들을 연기해 왔다. 그런데 그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심상치 않다. 넷플릭스 '소년심판'의 소년범 백미주, 디즈니 플러스 '3인칭 복수'의 복수를 꿈꾸는 학교폭력 피해자 태소연, 티빙 '아일랜드'의 데이트 폭행 피해자 이수련, SBS '트롤리'의 비밀을 품은 김수빈까지, 어둡고 무겁고 아픔을 지닌 캐릭터들이었다.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지 고작 2~3년이 된 신인이라, 배우 정수빈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런데 이런 캐릭터들만 연기하다 보니, 왠지 정수빈 본체도 가슴 아픈 사연 하나쯤은 품고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그녀는 달랐다. 밝은 웃음 너머에 진중함이 깃들었고, MZ세대답게 당당한 말투 속에는 고뇌의 흔적이 엿보였다. 은은하게 전해지는 볕의 기운에 살포시 미소가 번지는 것처럼, 정수빈은 그런 봄날의 따스함을 닮은 배우였다. ▲ 갑작스러운 합류, 운명 같은 만남 정수빈은 지난해 5월 '트롤리'의 대본을 처음 받고 2주 정도 후에 바로 현장에 투입돼 약 6개월 정도 촬영을 진행했다. 보통 배우들이 촬영 전 준비에만 몇 달을 소비하는 것과 달리, 정수빈은 급하게 촬영에 합류했다. 그가 연기한 김수빈 캐릭터를 원래 맡기로 했던 배우 김새론이 음주운전 사고 논란으로 드라마에서 갑자기 하차하며, 정수빈이 그 자리를 꿰차게 된 것이다. 신인인 정수빈에게는 큰 기회이자, 동시에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그 당시 부담을 안 느꼈다고 하면 솔직하지 않죠. 그래도 저한테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어요. 처음에는 혼자라고 생각해 겁이 나고 어려웠는데, 촬영장에 가니까 다들 먼저 '수빈아 안녕' 하고 반겨주셨어요. 제가 수빈이란 역할로 의문스럽게 찾아온, 어쩌면 방청객 같은 느낌이었을 텐데, 선배님들은 정말 따뜻하게 반겨주셨어요. 그래서 혼자가 아니라 하나가 되어 함께 하는 힘이 이렇게 크구나, 누군가한테 마음을 열면 그 안에서 응원을 얻을 수 있구나, 그런 배움을 얻었어요. 갑자기 찾아온 캐릭터지만, 운명 같은 만남이다. 정수빈이 김수빈을 연기하게 됐다. 같은 이름이다 보니,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 수빈이란 친구를 만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우연히 갑작스럽게 만날 줄은 몰라 저도 신기했어요. '트롤리'의 수빈이는 따뜻한 아이예요. 그래서 더 애정이 갔고, 수빈이의 진심을 조금 더 잘 표현해주고 싶었어요. 사랑을 받지 못해 표현 방법이 서툰 친구인데, 그런 지점에 있어서 제가 더 사랑을 해주고, 나아가 보시는 시청자 분들한테도 따뜻한 사랑을 받았으면 했어요. 같은 이름의 수빈이로서,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트롤리' 속 인물들은 저마다 비밀이 많다. 정의롭고 소신 있는 정치가인 줄 알았던 남중도(박희순 분)는 성폭력 가해자였고, 과거 성폭력 피해를 입었지만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고향을 떠나야 했던 김혜주(김현주 분), 남중도를 철두철미하게 보필하는 보좌관이지만 아들 남지훈(정택현 분)의 죽음은 방관했던 장우재(김무열 분)까지, 누구 하나 투명한 사람이 없었다. 남중도-김혜주의 집에 죽은 남지훈의 아이를 임신했다며 찾아가는 김수빈도 마찬가지다. 수빈의 등장은 드라마 '트롤리' 속 인물들에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 숨기는 게 많은 미스터리한 캐릭터인 만큼 철저한 분석이 필요했지만, 정수빈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짧은 기간 치열하게 수빈에 파고들어야만 했다. 처음에 8부까지 대본을 받았는데 저한테 1~2주 정도의 시간이 있었어요. 수빈이라는 인물을 처음 봤을 때 비밀스러운 부분이 많았고, 수빈이가 하는 어떤 말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이해가 필요했어요. 또 수빈이가 겪는 상황들이 순차적인 게 아니라, 시간에 따라 사건전개를 정리하는 것도 필요했어요. 그래서 수빈이가 언제 임신을 했고 임신 주기가 어땠는지, 마치 한국사 연도순 쓰듯이 정리해 봤어요. 저한테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대한 수빈이를 이해해 보려 노력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 정수빈이 김수빈이 되어간 과정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은 수빈의 임신과 관련한 것이다. 임신에 대해서도 무지한데, 유산을 겪는 상황까지 표현해야 하니, 반드시 공부가 뒤따라야 했다. 그러면서 행여나 비슷한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길, 나아가 그들이 마음 편히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첫 촬영이 6화 산부인과 장면이었는데, 제가 임신에 대해서도, 유산의 아픔에 대해서도 너무 무지하더라고요. 그래서 배움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찾아보니, 정말 많은 여성분들이 유산을 겪는데 그 아픔을 숨기고 있더라고요. 그게 혼자만의 잘못도 아니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건데, 그 경험을 온전히 누군가와 나누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수빈이를 통해, 그분들도 마음 편하게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됐어요. 정수빈은 수빈이에 대해 의문스러운 지점들은 스스로 하나씩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갔다. 수빈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수빈이가 어떻게 혜주의 집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부터 시작했어요. 수빈이는 돈도 없고, 어디 의지할 데 없는 삶을 살아왔으니, 머리에 돈 쓸 여유가 없어 타고난 머리를 유지할 거라 생각했어요. 당시 '3인칭 복수' 촬영을 한 후라 제가 머리를 하얗게 탈색했었는데, 수빈이 때문에 다시 검게 염색을 했죠. 수빈이는 착한지 나쁜지, 여러 가지 의심을 하게 만드는 아이라, 그렇다면 어떤 색이든 담을 수 있는 무채색이 어울릴 것 같아 의상도 그런 콘셉트로 갔고요. 수빈이가 남에게 금전적인 요구를 하며 나쁘게 살았을 때는, 거칠게 표현하고 싶어 가죽 옷도 입었어요. 또 상대가 무서운 마음을 자신이 강해 보이는 걸로 숨기려던 수빈이의 마음은, 서툴지만 세 보이려 한 화장으로 표현했고요. 마지막에 수빈이가 해피엔딩을 맞을 땐,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어 따뜻한 소재의 의상을 입었어요. 그렇게 전반적으로 수빈이란 인물이 속에 담고 있는 진심을 더 얘기할 수 있도록, 계속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봤던 거 같아요. 극 중 수빈이는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나쁜 짓도 저지른다. 어릴 적 이혼한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후 거칠고 외롭게 자라왔고, '좋은 어른'이란 존재를 경험하지 못한 성장사가 수빈을 엇나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불량해 보이는 겉과 달리, 속은 선하고 따뜻한 아이였다. 정수빈은 그런 수빈을 표현하고 싶었다. 수빈이의 말은 남을 불편하게 하는 지점이 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아요. 속내를 굳이 반대 언어로 표현하는 친구예요. 수빈이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영화 '헤어질 결심'이 큰 도움이 됐는데, 수단으로써의 언어와 그 안에 담긴 진심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싫어'라는 말이 싫다는 의미로서 수단도 되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이 '사랑'일 수도 있다는 거, '사랑받고 싶어요', '당신이 좋아요'라는 말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걸 수도 있죠. 그런 지점에 있어서, 수빈이란 인물의 말 한마디 한마디, 그 이면을 잘 담아서 이야기하고자 노력했어요. ▲ '함께' 하는 힘,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연기 드라마 '트롤리'는 '트롤리 딜레마'를 주제로 한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 전차가 달려오는데, 선로 위에는 다섯 명의 사람이 있다. 기차선로를 바꾸면 다섯 명은 살지만, 다른 쪽에 있는 한 명의 사람이 죽는다. 당신에게 선로를 변환시킬 힘이 있다면, 트롤리의 진행 방향을 바꿀 것인가'라는 딜레마와 선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주제다. 정수빈은 이번 작품을 하며, 그런 '트롤리 딜레마'도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 작품을 하며 '트롤리 딜레마'에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수빈이란 인물로서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이렇게 작품이 끝나고 돌아보니, 혼자라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옆에 누군가가 있고 다 같이 하는 힘이 있다면 아예 전차를 멈출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굳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그 전차가 아무리 빨라도 여러 사람들이 도우면 멈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수빈이 이런 생각을 품게 된 건, '트롤리'를 함께 만든 선배 배우들, 자신을 믿어준 감독, 작가, 스태프들 때문이다. 혼자라면 못 해냈을 '트롤리'의 김수빈을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끝마쳤기에, 정수빈은 '함께'라면 '트롤리 딜레마'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중심에는 배우 김현주가 있다. 김수빈에게 김혜주가 마음을 열게 해 준 '좋은 어른'이듯, 정수빈에게도 김현주가 그런 선배였다. 혜주란 어른을 통해 수빈이의 얼어붙은 마음이 눈 녹듯 녹아내려야 하는데, 혜주의 어떤 지점이 어른으로 느껴졌기에 수빈이의 마음이 열렸을까, 제가 이걸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좀 많았어요. 그런데 현주 선배님이랑 있으면 선배님 자체가 좋은 어른이라, 제가 어떠한 연기를 한다거나 굳이 거짓됨을 부여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 순간을 그 자체로 담으면 됐죠. 선배님이 그런 분으로 계셔 주신 게 너무 감사했어요. 배우로서 대면했는데, 어느 순간 사람으로서 정말 좋은 분이란 게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덕목으로 삼고 싶은, 그런 배우셨어요. 많은 분들이 선배님께 의지했는데,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사람들이 내는 음을 정말 예쁘게 연주해 주셨어요. 이렇게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는 걸, 느끼게 해 주신 분이에요. 배우 박희순을 만나기 전에는 강렬한 전작들의 이미지 때문에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박희순의 순수함과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연기 열정은 정수빈을 감탄시켰다. 영화 '경관의 피' 이미지를 생각해서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만나보니 정말 착하고 순수하고 매 순간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선배님이세요. 선배님은 캐릭터를 연구한 대본을 봐도, 연습하는 공간에서도, 여전히 신인처럼 느껴져요. 선배님의 집중으로 인해, 많은 스태프들도 함께 그 공간에 몰입하는 경험들을 했어요. 선배님이 그 위치에 오랫동안 있을 수 있는 건, 그런 피나는 노력 때문이란 걸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도 그런 힘을 잃고 싶지 않아요. 김무열을 통해서는 '눈'의 힘을 배웠다. 배우가 진심을 표현하는 데 있어 눈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전 배우로서 사람의 진심을 잘 담고 싶은데, 그걸 어떻게 해야 좋을지 늘 궁금해했어요. 그 정답을 김무열 선배님과 연기하며 찾았어요. 선배님과 촬영할 때 '눈빛이 멋져요'라고 제가 툭 말한 적이 있는데, 그게 정답 같았어요. 배우가 진심을 표현하는 소통의 창구가 눈이지 않을까, 나도 눈에 뭔가 많은 걸 담고 싶다, 눈빛이 주는 힘이 이렇게 크구나, 나도 언젠가 선배님처럼 진심에 닿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그런 배우로서 확신을 찾은 거 같아요. 연기력도 인성도 훌륭한 선배들과 함께 하며 많은 것을 배운 정수빈. 무엇보다 정수빈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은 한 걸음으로 '트롤리'를 선택한 선배 배우들의 진심에 깊이 감동했고, 그 마음을 본받고 싶다고 밝혔다. 선배님들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정말 좋은 뜻으로,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라고 알고 있어요. '트롤리'에서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경우 공소권이 폐지가 돼서 수사가 종결되고, 그러면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없는 상황에 오히려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받는 경우가 그려져요. 이 작품은, 공소권이 폐지가 돼도 피해자가 진실을 이야기했을 때 그걸 믿어주는 세상, 피해자가 아픔을 공유해도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그게 트롤리의 전차를 멈추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필요한 것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라 생각해요. 선배님들은 이런 작품의 의도에 공감해 출연했고, 전 그런 선배님들을 통해 배우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작품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걸 배웠어요. ▲ 연기에서 찾은 행복,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연이어 작품마다 아픔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정수빈은 제가 사연이 남다른 있을 거라 보시는데, 전 아주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 며 웃어 보였다. 공교롭게 그런 서사가 있는 인물들을 맡고 있지만 실제 자신과는 거리가 멀고, 아픔 있는 캐릭터의 성장기를 연기하며 자신도 좀 더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긍정적인 부분을 설명했다. 정수빈이 이토록 건강한 사고를 지닌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성실했던 학창 시절을 보면 당연한 결과다. 정수빈은 늘 공부를 열심히 하고, 3년 내내 반장을 할 만큼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아파도 등교해 학교 보건실에 가서 쉬어라 고 할 만큼 학교생활을 중요시 여겼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학업에 임했다. 그런 정수빈이 연기에 꿈을 갖게 된 건, 고2 때 우연히 본 사무엘 베케트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때문이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고, 많은 사람들은 아마 삶에 있어서의 '고도'가 뭘까 라는 궁금증을 가질 거예요. 저는 어차피 고도는 모르고, 그 고도를 기다리는 과정 속에서 행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내가 행복하려면 뭘 해야 될까를 생각했죠. 무대 위 50~60대 배우들이 3~4시간 엄청 열정적으로 열연을 토해내는 걸 보는데, 거기서 뭔가 행복이 느껴졌어요. '저거 하면 행복할 거 같다'는 생각에, 그렇게 막연히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 이전에는 연기라는 꿈을 단 한 번도 꾸지 않았던 사람인데 말이에요. '고도를 기다리며'는 저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 준 작품이죠. 당연히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다. 성실히 공부만 해오던 딸이 갑자기 연기를 하겠다고 하니, 당황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젊었을 때 배우를 꿈꿨던 아버지는, 완강한 반대보다는 딸의 꿈을 응원하는 길을 택했다. 아버지의 원래 꿈이 배우셨는데, 경제적인 부양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셨죠. '고도를 기다리며'도 아버지가 그 꿈을 시작해보려 할 때 산울림 극장에 가서 봤던 작품인데, 제가 똑같은 장소에 가서 같은 꿈을 꾸기 시작한 거예요. 아버지는 좀 더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에서 처음에는 반대하셨지만, 지금은 본인이 꿈꿨던 그 지점과 맞닿은 제 꿈을 응원해 주고 계세요. 전 개인적으로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고 믿어요. 저희 아버지가 정말 좋은 사람이시거든요. 아직 늦지 않았으니, 언젠가 한 번쯤 그 꿈을 펼쳐보셨으면 좋겠어요. 연기에 꿈을 품은 정수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진학했다. 고3 때 1년 준비해 우리나라 연기 지망생들의 꿈의 학교라는 곳에 당당히 합격했다. 정수빈은 '노력'을 그 비결로 꼽았다. 한예종이 특출한 사람을 뽑는다기 보단,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가를 보는 거 같아요. 고3 때 너무 늦게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전 어떤 동작이 안 되면 백 번 천 번씩 했고, 그렇게 하니 됐어요. 그런 노력을 하는 친구를 뽑았다고 생각해요. 한예종 안에서는 노력의 크기를 더 키울 수 있었어요. 그냥 하나의 개인이었다면 내가 노력하는 크기에서 그칠 텐데, 그 안에 노력하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저 또한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죠. 노력하는 크기를 키우는 과정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그땐 몰랐는데, '트롤리'란 작품을 통해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난 후, 그때도 저 혼자가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선생님들도 있었고, 연습실에서 같이 하자고 했던 친구들도 있었죠. 그 의미를 이제 와서 알게 됐어요. 지금의 내가 나 혼자된 건 아니구나, 그런 배움을 얻은 게 너무 행복해요. '트롤리'를 통해 배우로서, 또한 인간으로서 한층 성장한 정수빈은 궁극적으로 자신도 그런 좋은 어른,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털어놨다. '트롤리'를 통해 배우로서 '함께 하는 힘'을 배운 게 가장 컸어요. '좋은 어른이라는 게 뭘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지금 제가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건, 좋은 어른들, 좋은 선생님들이 계셔서 가능했더라고요. 저도 그런 바통을 넘겨줄 수 있는 좋은 선배,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배우로서 다른 사람들의 삶의 찰나를 살고 있는데, 다들 너무 대단하다고 느끼고 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경외심, 존경심이 생겨요. 그렇게 겪고 느끼는 점을, 배우로서 잘 표현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더 좋은 사람이 돼서, 그런 게 느껴지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인간 정수빈과 배우 정수빈이 맞닿았으면 좋겠어요. 시작점은 다르겠지만, 그 둘이 결국 하나였으면 해요. [사진=백승철 기자]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가해자의 목소리는 필요없다 …'트롤리' 남주인공의 성범죄 이유가 등장하지 않은 배경  가해자의 목소리는 필요없다 …'트롤리' 남주인공의 성범죄 이유가 등장하지 않은 배경 등록일2023.02.15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트롤리'의 작가가 숨은 뒷이야기를 전했다. SBS 월화드라마 '트롤리'(극본 류보리, 연출 김문교)가 지난 14일 방송된 16회를 끝으로 8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극 중 김혜주(김현주 분)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남중도(박희순 분)의 성범죄를 직접 폭로, 남중도는 뒤늦은 자수와 처벌로 진정한 속죄를 했다. '트롤리 딜레마'의 갈림길 앞에서 헤매던 김혜주의 마지막 선택과 함께 의미 있는 마침표를 찍으며 시청자들에게 진한 울림과 여운을 선사했다. '트롤리'를 집필한 류보리 작가는 종영을 맞아 집필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드라마를 통해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메시지에는 작품에 대한 특별한 소회가 담겼다. 먼저 그는 제목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트롤리 딜레마' 이론을 착안한 이유에 이어, 극 중 성범죄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범죄 피의자가 사망하여 '공소권 없음'으로 경찰 수사가 종결되는 것을 보며 법 체계의 '공소권 없음'에 대해 이성적으로는 납득했지만 감정적으로는 수긍하기가 어려웠다 라며 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2차 가해를 포함해 또다시 상처를 입는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죄를 짓고 극단적 선택으로 도피하는 것이 얼마나 비열한 것인지에 대해 쓰고 싶었다 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혜주가 과거의 피해 사실을 폭로하고 맞대응하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비난받아야 할 것은 침묵한 피해자들이 아니라, 그들이 2차 가해 등의 두려움으로 인해 침묵을 선택하게 만든 사회 라고 짚으며 드라마가 현실과 똑같을 필요도 없고 드라마로나마 소위 '사이다'식 대응을 원한 분들도 있겠지만, 여러 상황 때문에 폭로를 주저하고 용기 내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 '그래도 당신의 잘못은 하나도 없고, 이건 모두 사회와 가해자의 잘못'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라고 그의 입장을 대변했다. 자신과 한마음 한뜻으로 참여해 준 배우들에게도 감사를 잊지 않았다. 첫 미팅부터 큰 힘과 응원이 되었다는 김현주에 대해서는 김혜주라는 인물이 겪는 파도 같은 감정선은 김현주 배우가 아니었으면 표현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라고 말했고, 캐스팅 단계에서 후반부 내용을 미리 듣고 긴 고민 끝에 남중도 역을 맡아준 박희순에게는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진심을 알아주길 바란다며 어려운 결정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전하고 싶다 라고 전했다. 다음은 류보리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1. 드라마 제목과도 연관되어 있는 '트롤리 딜레마'를 함께 녹이게 된 이유는? 평소 경제범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이 경제논리를 내세워 형을 경감받는 것을 보며,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죄를 지어도 괜찮다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있었다. 이 질문은 누군가에겐 명확히 '그렇다'와 '아니다'로 정해진 것일 테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답을 정하기 어려운 난제일 수 있다. 그렇다면 성범죄 피해자인 김혜주가 세상과 자신이 염원하는 '남궁솔법'과 법안 발의자이자 남편인 남중도의 성범죄 폭로라는 두 개의 철길 사이에 선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생각에서 '트롤리 딜레마'를 녹이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명확하게 답이 정해진 문제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정말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2. 극 중 성범죄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처분이 거듭 등장한다. 이를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사기·살인 사건 등에서 범죄 피의자가 사망하여 '공소권 없음'으로 경찰 수사가 종결되는 것을 보며 남겨진 피해자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다 성범죄의 경우 경찰 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의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수사가 종결되면, 피해자들에게 의혹을 제기하며 '(살인이나 상해도 아닌) 그깟 일로' 혹은 '무고로'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식의 2차 가해가 쏟아지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법 체계의 '공소권 없음'에 대해 이성적으로는 납득했지만 감정적으로는 수긍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범죄자의 극단적 선택 소식에 환호하는 제3자들과는 달리 사실을 폭로한 피해 당사자들의 마음도 그러기만은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가해자의 사망이 피해자에게 후련함을 안길 수도 있지만, 그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을 피해자가 받는 충격과 괴로움도 당연히 있지 않을까. 이러한 것들이 모여서 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2차 가해를 포함해 또다시 상처를 입는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죄를 짓고 극단적 선택으로 도피하는 것이 얼마나 비열한 것인지에 대해 쓰고 싶었다. 3. 여러 차례의 성범죄 사건들 가운데 가해자 가족의 각기 다른 모습도 그려졌다. 이에 대해서 의도한 바가 있다면? 극 중에도 언급되었듯이 국내 성범죄 사건의 수는 연간 3만여 건으로, 서울 잠실 야구장의 만원 관중 기준인 2만 5천여 명보다 많다. 이때 이 성범죄자들 대부분도 누군가의 가족일 것이다. 이에 내 가족의 성범죄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제3자의 입장에서는 경찰 신고가 당연하게 여겨지겠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성범죄 가해자의 배우자들은 그 사실을 부정하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한다.) '트롤리'에 등장하는 성범죄자의 가족들은 각자 다른 선택을 한다. 이유신(길해연 분)은 진실을 알면서도 은폐하여 김혜주를 가해자로 만들었고, 의대생(=지승규)의 부모는 아들의 성매수 이력을 숨기면서 남중도의 공개 저격을 비난한다. 진승희(류현경 분)는 넌 네 가족을 못 믿어? 라는 한 마디에 친구 김재은(=김혜주)보다 진승호(이민재 분)를 믿기로 선택한다. 남중도가 남지훈(정택현 분)의 성범죄(거짓)를 폭로했을 때, 김혜주는 피해자라는 자신의 과거와 가해자의 엄마라는 새로운 입장 사이에 처한다. 그리고 남중도와 김수빈(정수빈 분) 중 누굴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다가 결국 남편을 믿기로 한다. 이후에 남중도의 성범죄를 알게 된 김혜주는 '남궁솔법'을 위해서 침묵하려 했지만, 피해자인 현여진(서정연 분)은 물론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성범죄가 알려지는 것을 눈물로 말리는 딸 남윤서(최명빈 분)를 위해서라도 폭로하기로 마음을 돌린다. 이처럼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의심한다는 것도, 가족의 추악한 범죄를 폭로한다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런 불편한 상황을 맞닥뜨린 다양한 인물들의 선택을 통해 '만약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4. 김혜주가 과거의 피해 사실을 폭로하고 맞대응하는 것을 주저하는 모습에 대해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혜주가 답답해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소 성범죄 피해 사실을 뒤늦게 용기 내 폭로하는 피해자들을 향한 의혹 제기와 '그때 폭로했었어야지', '당신이 피해자인데 왜 침묵했냐'라는 일부 비난에 마음이 쓰였다. 비난받아야 할 것은 침묵한 피해자들이 아니라, 그들이 2차 가해 등의 두려움으로 인해 침묵을 선택하게 만든 사회가 아닐까. 그래서 기획 단계부터 감독님과 함께 '피해자들에게 즉각적인 폭로를 강요하고 투사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도 또 다른 폭력이고 가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나눴다. 그런 의미에서 15회에서 폭로를 주저하는 현여진에게 김수빈이 그럼 제가 신고할 것 이라고 하자, 김혜주가 현여진의 뜻을 존중하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기기도 했다. 그 후 현여진은 폭로를 선택하긴 하지만, 여전히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직접 기자회견장에 가지는 못한다. 그가 기자회견을 대신 서게 한 것을 사과하자 김혜주가 전혀 미안할 일도 아니고, 충분히 용기를 낸 것이라고 다독이는 장면은 그처럼 폭로를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드라마가 현실과 똑같을 필요도 없고 드라마로나마 소위 '사이다'식 대응을 원한 분들도 있겠지만, 여러 상황 때문에 폭로를 주저하고 용기 내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 '그래도 당신의 잘못은 하나도 없고, 모두 사회와 가해자의 잘못'이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을 집필 내내 지니고 있었다. 5. 극 중 남중도가 성범죄를 저지른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데 의도한 것인지? 캐스팅 단계부터 배우들에게 남중도의 과거 성범죄 장면은 영상으로 절대 재현되지 않을 것이며,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이유도 전혀 언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15회에서 남중도가 변명을 하려고 하지만, 김혜주는 듣고 싶지도 않고 들을 이유도 없다 라고 단칼에 자른다. 러닝타임 관계상 편집되었지만 남중도가 경찰에 출두할 때 기자들이 범죄 이유나 횟수, 장소 등과 같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질문을 쏟아내지만 (죄를 반성하고 있는) 남중도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는 장면도 있었다. 남중도가 성범죄를 저지른 이유가 전혀 등장하지 않아 '개연성이 없다'라는 지적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성범죄 가해자의 목소리는 드라마에 전혀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생략했다. 6. 김현주, 박희순을 비롯해 진정성 있는 열연을 펼친 배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주요 배우들에게는 캐스팅 당시에 이야기의 큰 줄기를 공유했다.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시기 이후에 어두운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제작사도 의미 있는 이야기라며 용기를 줬고, 김현주 배우가 첫미팅 때 감정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이야기를 좋아하니 걱정하지 말라 고 한 말에 아주 큰 힘을 얻었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 움츠러들지만, 결국 더 이상은 도망치지 않고 '(자신)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까지 김혜주라는 인물이 겪는 파도 같은 감정선은 김현주 배우가 아니었으면 표현이 불가능했을 것이라 단언할 수 있다. 박희순 배우에게는 남중도의 불륜(거짓)을 포함해 후반부 내용을 상세히 공유했다. 처음 배역을 제안했을 당시 박희순 배우는 기획 의도에 매우 공감하고 있었지만, 본인이 연기해야 할 캐릭터가 성범죄자라는 설정에 대해 거부 반응이 굉장히 컸다. 이해도 가지 않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역겨운 (성범죄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는 배우의 말에 완전히 공감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박희순 배우가 삶의 태도와 가치관이 매우 바른 사람이라서 이 역을 제안한 것이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진심을 알아주길 바란다 라며 고민 끝에 어려운 결정을 해준 박희순 배우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김무열 배우와 서정연 배우도 각 캐릭터의 입장에 완전히 몰입해 그 인물 자체가 되어 주었고, 그들의 깊은 캐릭터 해석 덕분에 좋은 의견들을 주고받으며 작업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 특히 고통스러운 과거를 숨긴 채 많은 장면들을 연기하느라 고생한 서정연 배우에게 큰 고마움을 전한다. 다만 작품에 가장 늦게 합류한 정수빈 배우에게만은 남중도의 비밀을 '불륜'이라고만 공유했는데, 이는 극 중 김수빈이 남중도의 비밀을 불륜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14회 대본을 쓴 후에 미안함을 전했는데 정수빈 배우가 제작진의 의도를 이해해 줘서 감사했다. 7. '트롤리'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과 대사들을 꼽는다면? 16회에서 우진석(김미경 분)이 '남궁솔법'의 전개를 지켜보며 폭로를 기다려보면 어떻겠냐고 하자, 김혜주는 이혼도 지금은 안 된다, 폭로도 지금은 안 된다… 그럼 언제 해요 라고 말한다. 이 대사와 함께, 이때 그녀의 얼굴을 '트롤리'를 쓰는 내내 생각했다. 또 남중도의 성범죄 폭로를 결심한 김혜주가 딸에게 이 사실을 알린 후, 제발 폭로하지 말라고 울면서 발버둥 치는 남윤서를 꽉 끌어안는 김혜주의 얼굴과 제 선택이 지금 당장 제 아이를 힘들게 할지라도… 저는 이 아이가 선택의 순간에 도망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진실해지는 법을 배우기를 바랍니다 라는 내레이션도 아주 오랫동안 생각한 장면이다. 이 드라마에 유일한 판타지라면, 남중도가 구치소에서 김혜주가 수선한 어린 시절의 일기장을 보는 장면일 것이다. 드라마에서라도 죄를 지은 이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도피하지 않고, 살아서 뉘우치고 죄의 대가를 치르려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마지막으로 폭로 이후 책 수선실에 익명의 편지가 온 장면이 있다. 김혜주는 폭로를 선택했지만 '남궁솔법'이 무산된 것에 마음의 무거움을 쉽게 떨치지 못했을 사람이다. 어쩌면 '남궁솔법' 쪽에 선 사람들의 원망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폭로로 자신도 용기를 낼 수 있어 고맙다는 어느 피해자의 편지, 그리고 폭로 이후 관계가 서먹해진 딸 남윤서가 김혜주를 이해하는 순간, 김혜주는 지난 20년간 지고 있던 마음의 무거움을 내려놓고 마침내 평안을 찾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혜주에게 이 순간을 안겨주기 위해 이 드라마를 쓴 것 같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트롤리' 김현주, 박희순의 성폭행 과거 폭로…더 좋은 세상 위한 선택 '트롤리' 김현주, 박희순의 성폭행 과거 폭로…더 좋은 세상 위한 선택 등록일2023.02.14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트롤리' 김현주가 박희순의 진실과 직면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트롤리'(극본 류보리, 연출 김문교) 15회 시청률은 4.7%(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2049 시청률은 1.8%를 기록하며 종영을 앞두고 상승세를 보였다. 여기에 최고 시청률은 5.7%까지 오르며 월화드라마 1위를 차지했다. 이날 인생 최대 딜레마에 빠진 김혜주(김현주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현여진(서정연 분)이 남중도(박희순 분)와 불륜 관계가 아닌, 성폭행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혜주는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 남중도가 추진해온 '남궁솔법'을 지켜내기 위해 진실을 묻으려 했던 그는 돌연 기자회견을 열며 판을 뒤집었다. 김혜주는 남중도와 함께 뉴스에 출연했다. 20년 전 사건에 대해 용기 내 밝힌 그에게는 또 다른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중도의 예상대로 성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남궁솔법'과 충돌하는 남지훈(정택현 분)의 성폭행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지훈이 이야기가 '남궁솔법'의 진정성을 호소하기에 가장 효과적 이라는 남중도의 설득에 김혜주는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 앞에서와는 달리 대기실로 돌아온 두 사람 사이에는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그런 가운데 현여진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했다는 연락을 받은 김혜주와 남중도는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남중도를 돌려보내고 혼자 남겨진 김혜주는 현여진을 보는 내내 마음이 복잡했다. 얼마 후 의식이 돌아온 현여진은 김혜주를 보자마자 거짓말을 해서 미안하다며, 과거 남중도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비로소 진실을 마주한 김혜주는 현여진을 안고 한참이나 울었다. 현여진은 이제 와 신고할 자신이 없어 지금처럼 있겠다고 했다. 그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김혜주는 섣불리 강요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실은 야속했다. 정작 가해자인 남중도는 진실을 숨긴 채 '남궁솔법'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김혜주는 남중도에게 직접 진실을 추궁했고, 그는 그 일이 단지 실수였을 뿐이었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속죄하며 바르게 살아왔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장우재(김무열 분)만이 그의 유일한 편이었다. 이미 남중도의 행각을 전해 듣고도 현여진에게 모른 척 묻어두라던 그는 의원님이 계속 정치를 하시는 것이 저와 세상에는 더 옳은 선택 이었다며, 김혜주가 이 일에 대해 침묵할 것 같은지 물었다. 믿지 않으면 지금 어떡하겠어 라는 그의 자조가 짐작하듯, 김혜주는 대한당 대표 우진석(김미경 분)에게 독대를 청했다. 자신이라면 침묵하겠다는 우진석의 대답은 의외였다. 하지만 그는 남의원이 앞으로도 계속 정치인으로 남아있게 될 경우 '남궁솔법'을 포함해 이 세상이 좀 더 좋은 세상, 아마도 김혜주 씨가 바라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세상이 될 것 이라는 반면,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남궁솔법'을 포함한 많은 것들이 무너진다 해도 남의원의 일을 숨기지 않고 밝히는 것이 더 좋은 세상일 것 이라며 김혜주에게 판단을 맡겼다. 그사이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은 김수빈(정수빈 분)은 남중도와 현여진의 대화를 몰래 촬영하던 중, 장우재에게 들켜 폭로의 증거가 될 영상들을 모조리 빼앗겼다. 김수빈은 다시 병실로 돌아와 현여진에게 당장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다. 이를 본 김혜주는 김수빈을 나무랐지만, 그는 되려 '남궁솔법' 때문에 남지훈을 성범죄자로 내몰고 남중도의 진실을 묵인하는 상황을 문제 삼았다. 그리고 진실을 밝히고 싶다면서 다른 진실을 묻어도 괜찮아요? 라는 한 마디로 그의 폐부를 찔렀다. 결국 김혜주의 마음이 움직였다. 방송 말미 김혜주는 제 아들은 성폭행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진실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 남편은 5년 전, 한 여성을 성폭행했습니다 라고 모든 진실을 토로했다. 자신과 같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기다려 왔을 '남궁솔법'도 중요했지만, 김혜주는 이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더 좋은 세상이 어떤 것인지 직시하고 있었다. 과연 '트롤리 딜레마'의 두 갈래 길에서 김혜주가 선택한 선로 끝 종착점은 어디인지, 과연 그의 선택이 남중도와 세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트롤리' 최종회는 14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트롤리' 김현주, 나 같은 피해자 생기지 않길 …남궁솔법 위해 정택현 진실 묻었다 '트롤리' 김현주,  나 같은 피해자 생기지 않길 …남궁솔법 위해 정택현</font> 진실 묻었다 등록일2023.02.13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김현주가 자신의 결백을 밝히는 대신 정택현의 진실은 묻었다. 13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트롤리'에서는 TV에서 자신의 결백함을 밝히는 김혜주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김혜주는 저는 20년 전 같은 학교 남학생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당시 저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가 바로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습니다 라고 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저는 사건의 진실을 밝힐 기회를 빼앗겼고 거짓말로 무고를 해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오해와 비난 속에서 고향을 떠나게 됐습니다. 있지도 않은 성추행을 빌미로 돈을 요구했다는 것은 전부 거짓입니다 라고 자신의 결백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혜주는 지훈이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남중도는 김혜주에게 지훈이 이야기가 남궁솔법의 진정성을 호소하기에 가장 효과적이다. 당신 같은 사람 더는 생기지 않게 반드시 법 통과시키겠다. 당신도 그걸 바라고 있지 않냐 라며 지훈의 일은 함구하길 당부했다. 이에 김혜주는 지훈의 진실을 묻어버린 것. 그리고 그는 남궁솔법이 발의되더라도 제 일에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저 같은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인생 최대의 용기를 내서 이 자리에 나왔다 라며 더는 도망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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