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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휴전에도 갈등 고조…'희토류 수출 통제'가 핵심
등록일2025.06.04
▲ 중국 장시성의 한 희토류 광산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양국 갈등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희토류를 공급해 온 중국은 올해 4월 첨단기술제품에 쓰이는 희토류 광물 7종과 이를 활용한 영구자석의 수출을 사실상 전면 중단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항하기 위해 비장의 무기를 꺼낸 겁니다. 중국은 지난달 12일 제네바에서 미국과 서로 경쟁적으로 부과한 관세 대부분을 철회하거나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하고서도 희토류 수출 통제는 풀지 않았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러한 (수출) 중단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에서 많은 공장이 문을 닫아야 할 수 있는 공급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고 현지시간 3일 전했습니다. 실제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지난주 시카고의 '포드 익스플로러' 생산 공장이 자석 공급 부족으로 일주일간 문을 닫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이 제네바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데는 이러한 문제가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수 있는 것은 희토류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국가가 그만큼 드물기 때문입니다. 희토류로 지칭되는 17종의 원소는 이름과 달리 지구 전역에 풍부하게 존재하지만, 경제성이 있는 광맥이 존재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특히 대량의 강산(强酸) 등을 동원해 100차례가 넘는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등 홑원소로 분리하기가 극도로 어려운 것으로 평가됩니다. 정제설비와 전력 공급 등과 관련한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야만 생산할 수 있는 자원이기에 환경 규제가 엄격한 선진국은 물론 아프리카의 자원 부국들도 섣불리 희토류 개발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얀마와 호주, 미국에서 생산되는 희토류도 있지만 화학적으로 이를 정제하는 작업은 90%가 중국에서 진행됩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희토류 자원지배력은 4월 수출을 통제한 디스프로슘, 가돌리늄, 루테슘, 사마륨, 스칸듐, 테르븀, 이트륨 등 7종에서 가장 크다. 이것들은 거의 중국과 미얀마에서만 생산되며 화학적 분리도 가장 어려운 것들 이라고 짚었습니다. 예를 들어 내열 자석 생산에 쓰이는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은 중국에서 전 세계 생산량의 99.9%를 공급합니다. 이런 자석은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지만 반도체, 의료, 로봇, 풍력발전, 군사장비 등 많은 분야에서 필수적인 재료로 쓰입니다. 그런 까닭에 2010년 중국이 일본과 영토 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을 당시 일본 기업들은 상당한 어려움에 처했고 이후 막대한 양의 희토류 재고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대형 전자회사들은 (일본처럼) 재고를 쌓아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이 작년 12월 희토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자 한국은 올해 1∼2월 대량의 디스프로슘을 중국에서 수입했다 고 소개했습니다. 신문은 미국과 유럽도 자체적으로 희토류 금속 및 자석 산업을 육성하려 했지만 환경 규제 준수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문제에 직면해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중국 간수성 룽난 지역의 희토류 광산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사례를 보면 희토류 개발이 환경규제가 건전한 선진국에서 쉽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지역 노동자들은 광산 주변 언덕 꼭대기에 구멍을 파고 독성이 있는 황산암모늄을 물과 함께 주입합니다. 이후 땅속으로 흘러간 황산암모늄 용액은 희토류 원소가 녹아 있는 걸쭉한 흙탕물 형태로 언덕 아래에서 나오게 되는데 이를 여과해 분홍색의 결정을 얻게 됩니다. 미국과의 무역갈등에서 강경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는 중국은 당분간 희토류 수출통제를 풀지 않을 태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희토류 금수조치가 군사 목적으로 전용 가능한 '이중용도 물자' 통제의 일환이라고 주장합니다. 미국 스텔스 전투기인 F-35에는 사마륨-코발트 자석 등 11.34㎏의 희토류가 들어갑니다. 사마륨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유도장치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트륨은 포병용 거리측정기 등 레이저 기기에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특히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가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조처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비록 중국 당국자들이 명백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는 희토류 수출 통제가 (제네바 합의에 따라 해제하기로 한) 대미 비관세 조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고 풀이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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