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다. 의 고길동이 불쌍하게 여겨지면 어른이라고. 오랜만에 디즈니 을 다시 봤다. 어린 심바가 불퉁해있는 삼촌 스카를 찾아가 '아빠가 그러는데 저 넓은 땅이 다 내 꺼래요'하는 장면에서 스카에게 연민을 느끼는 나를 깨달으며 생각했다. 아, 나도 어느 새 어른이 되었구나. 그러나 그 깨달음은 이제 드디어 어른이라는 뿌듯함이 아닌, 왠지 모를 서글픔이었다.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었을까. 어느 순간에, 어른이 된 걸까. 막상 그 순간엔 알지 못했을 것이다. 몰랐으니까, 나 아프다고, 나 힘들다고, 울고 소리치고 발버둥치고 있었을테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었을테지. 그러나 그 시간이 다 지나가고 난 지금 시시한 삶을 살아가다가, 문득 깨닫는다. 아, 나는 그때 어른이 되었구나. 그걸 몰랐던 그 시절의 나를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말해주고 싶었다.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그리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가슴에 손을 얹고 잠시 느껴보자. 어머니 뱃속에서 생겨난 이후 단 한 순간도 박동을 멈추지 않는 심장을. 겨우 주먹 하나 크기. 온 몸으로 피를 짜내는 절박함. 멈추는 순간 사망이다. 여기, 심장이 멈추어도 결코 멈출 수 없는 두 사람이 있다. 심장이식만을 기다리는 어머니를 살려야 하는 흉부외과 펠로우 박태수 펠노예 박태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흉부외과 교수 최석한 그리고, 가져선 안 될 심장을 가진 여자가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는 흉부외과 조교수 윤수연 이들이 전쟁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곳 태산병원 흉부외과다. 대학병원의 수준 차가 가장 많이 나는 과가 흉부외과다. 살고 죽기 때문에. 집도의가 결코 실력을 속일 수가 없는 과가 흉부외과다. 살고 죽기 때문에. 누군가는 수술대 위에서 죽이고, 제 실력 아는 누군가는 수술을 기피하고, 환자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는 각오로 심장에 칼을 대는 흉부외과의사는 극소수다. 하지만, 실력을 가진 자는 권력이 없고 권력을 가진 자는 실력이 없어서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는 의사들. 그리고 그들의 손에 생명을 내맡긴 환자들. 살고 싶은 간절한 소망, 살리고 싶은 욕망, 살아남고 싶은 야망이 소용돌이치는 이곳. 태산병원 흉부외과 딜레마에 빠진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박태수, 최석한, 윤수연 - 이제 선택의 순간이 왔다. 의사 OOO로 남을 것이냐, 개인 OOO이 될 것이냐. 살려야 할 목숨은 둘이지만 심장은 단 하나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