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이 불꽃에 달려들어 타죽는 건, 불꽃을 달빛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욕망을 향해 달려드는 건 얻으면 행복해질 거라 착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를 얻으면 또 다른 욕망이 채워질 뿐, 욕망은 결코 충족되지 않는다. 돈, 권력, 사회적 성공. 우리 사회가 이상화하는 주입된 욕망. 그 '틀'이 잘못 됐다는 걸 깨달을 때야 욕망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 드라마는 돈과 권력 이란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셀 수도 없는 돈을 갖고, 천하를 호령하는 권력을 가지고도, 더 가지고자.. 가진 걸 지키고자.. 빼앗긴 걸 되찾고자.. 사랑을 지키고자.. 때론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들을 자행하며 질주하는 불나방들의 이야기다. 그 처절한 행로 끝에서 스스로를 태우던 불나방 중 하나쯤은 그 너머에 진짜 달빛을 발견하지는 않을까? 타죽어 버리기 전에 불꽃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진짜 달빛을 향해 날아오르길 희망하며..!
편견과의 결별, 혹은 사도세자 다시보기 사도세자는 무수한 왜곡과 이견의 복판에 위치한 인물이다. 아내 혜경궁 홍씨가 지은 한중록은 '흉악한 병에 걸린 광인(狂人)'으로, 영조실록은 '15세에 대리청정을 시작하여 28세에 이르기까지 정사를 무리 없이 끌고 갔을 뿐 아니라 백성을 위한 어진 정책을 기획, 시행하기도 했던 훌륭한 왕재(王材)'로, 아들 정조가 지은 어제장헌대왕지문(일종의 추도문)에서는 '효종의 뜻을 이어 북벌의 꿈을 품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친히 이라는 병법서를 지을 만큼 무재가 뛰어났을 뿐 아니라 애민하는 마음조차 깊어 성군의 자질이 충분했던 이'로 기록하고 있다. 드라마는 후자 쪽 기록에 무게를 둔다. 그렇다면 광인으로 몰려 맞이한 '뒤주 속 죽음'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바로 이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비밀의 문·의궤살인사건'의 수사과정이 될 것이다. 수사를 진행하던 중 사도세자 이선은 아버지 영조의 당혹한 모습과 마주서게 된다. 재위기간 내내 이복형 경종을 살해하고 권좌를 훔쳤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자, '나주괘서사건' 즉 경종 살해의 혐의를 들추고 나아가 “간신이 조정에 가득해 백성의 삶이 도탄에 빠졌다”는 벽서가 나붙은 사건과 과거시험에서 영조의 통치를 비난하는 답안지가 제출된 '토역경과 사건'이 터지자 평상심을 잃고 소론 강경파를 500여 명이나 처형한 비정 또한 품은 자, 그가 바로 영조였다. 잡혀와 죽임을 당하는 자들의 죄는 오직 하나, '생각한 죄와 생각한 바를 표현한 죄'였다. 선비들은 처형되었고 조선의 미래는 살해당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사도세자는 선택을 해야 했다. 잘못된 길임을 알면서 학살자의 대열에 동참할 것인가, 아니면 죽음을 무릅쓰고 광기어린 마녀사냥에 제동을 걸 것인가. 사도세자는 후자를 선택했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닮는 법'이니 당연한 선택이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 선택으로 인해 부자간이기에 앞서 군신간인 사도세자와 영조는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격랑 위에 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