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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짜리 변호사', 상승세 제대로 탔다…최고 시청률 16.1%
등록일2022.10.02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천원짜리 변호사' 남궁민이 모두가 유죄라고 단정짓는 희대의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확신하며 살인사건 수사에 나섰다. 변호사를 넘어 탐정 역할까지 맡은 남궁민의 변화무쌍한 행보가 눈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했다. 지난 1일에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극본 최수진, 최창환/연출 김재현, 신중훈) 4화에서는 천지훈(남궁민 분)과 백마리(김지은 분)가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변호인단 전원 사임 논란을 일으킨 '김화백 부부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민재(박성준 분)의 변호를 맡는 과정이 그려져 경쾌한 웃음과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절묘하게 오갔다. 이에 '천원짜리 변호사'는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 최고 시청률 16.1%라는 고공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한 수도권 12.6%, 평균 12.0%로 동 시간대에 방영된 프로그램 중 1위이자 토요 드라마 시청률 1위를 석권했다. 나아가 2049 시청률은 4.6%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 당일 방송된 전체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갔다. 이날 천변의 사무실로 살인사건 의뢰가 들어왔다. 의뢰인은 피의자 김민재의 누나 김수연(한동희 분)으로, 그는 살인 같은 강력 사건은 절대 수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세우는 사무장(박진우 분)에게 동생은 절대 범인이 아니라고 호소했다. 덧붙여 천변을 향해 변호사님이라면 자신을 꼭 도와줄 거라고 했다 고 말해 천변과 피의자 김민재가 어떤 사이인지 궁금증을 자극했다. 알고 보니 해당 사건은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유명 화백 부부 살인 사건이었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았다. 화백 김춘길(엄효섭 분)의 아내인 미술관 관장 유희주(박선아 분)가 흉기에 찔려 저택 거실에 쓰러져 있는 것을 가사 도우미(이현서 분)가 발견한 뒤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2층 욕실에서 거품 목욕을 하고 있던 아들 김민재를 발견했다. 이와 함께 김화백 역시 실종됐음이 밝혀져 김민재가 부모를 살해하고, 부친의 시신을 유기한 용의자로 지목됐던 것이다. '희대의 악마'라는 타이틀 탓에 대형 로펌 '백'에서도 변호를 사임한 상황. 백마리(김지은 분)와 사무장은 결사 반대했지만, 과거 김민재에게 도움을 받았던 일화가 떠오른 천변은 마음이 흔들렸다. 굳이 자신을 변호사로 지목한 김민재의 생각이 궁금했던 천변은 백마리와 함께 김민재를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본 김민재의 태도는 미스터리할 뿐이었다. 그 직후 천변은 자기 이전에 김민재의 변호를 맡았던 '백'을 찾아가 변호를 그만둔 이유를 물었다. 이에 변호를 맡았던 서영준(하성광 분)은 이 사건을 변호하려면 아버지인 김화백이 살아있다는 김민재의 말을 믿어야 가능한데, 도저히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고 말했고 천변은 살아있다고 믿는다 고 단언하며, 강력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방침을 깨고 사건 수임을 결정했다. 같은 시각 김민재 사건은 천변의 검사 시절 선배인 나예진(공민정 분)에게 배정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나예진은 서민혁(최대훈 분)에게 사건을 같이 담당하자고 제안했지만, 자신에게 쏟아질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스러웠던 서민혁은 나예진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나 아버지 서영준으로부터 김민재의 변호를 맡은 이가 천변과 백마리는 이야기를 들은 서민혁은 곧장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 이처럼 앞선 거절들이 무색할 정도로, 짝사랑하는 '백마리' 이름 석자에 심장이 동요하는 팔불출 서민혁의 모습이 웃음보를 자극했다. 한편 천변은 김민재가 범인이 아니라고 확언했다. 하지만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고 나만 믿어라. 나 소년탐정 16권 범인 맞춘 사람이다 라며 황당한 주장만 펼쳐 백마리를 '킹 받게' 만들었다. 천변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팀 천변'은 본격적인 사건 조사에 나섰다. 물적 증거는 없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화백의 시신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수많은 정황증거들이 김민재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게다가 유희주가 사망 직전, 딸 김수연에게 민재가 날 이라는 의문스런 말까지 남긴 상황. 김민재의 혐의를 벗길 수 있는 승산이 전혀 없어 보이는 가운데 천변은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김화백의 시신이 아닌, 살아있는 김화백을 찾겠다고 선언해 흥미를 치솟게 했다. 이에 김화백 주변을 조사하기로 한 '팀 천변'은 김수연과 만나려 하는데, 김수연이 천변에게 거짓말을 하고 누군가를 급히 만나러 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수상하게 여겨 뒤를 밟았고, 사건 당시 피습당한 유희주를 최초 목격한 가사 도우미와의 은밀한 만남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뒤이어 천변은 직접 사건 현장을 탐문하기로 결정하고 늦은 밤 모두를 이끌고 김화백의 저택으로 향했다. 하지만 자신을 '천탐(천지훈 탐정)'이라고 불러 달라던 자신감은 온데 간데없이, 혼자 있기 무섭다며 벌벌 떠는 쫄보의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때 2층을 홀로 수색하던 백마리가 저택 밖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쫓아가 긴장감을 치솟게 만들었다. 이내 백마리는 저택 뒤편의 으슥한 숲길에서 의문의 남성을 발견했고, 그의 손에 흉기가 들린 것을 목격한 뒤 나무 뒤로 황급히 몸을 숨기며 보는 이들까지 숨죽이게 만들었다. 급기야 괴한이 백마리의 기척을 느끼고 서서히 나가오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져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그 순간 천변이 마치 히어로처럼 백마리의 눈 앞에 나타났다. 천변은 공포에 질린 백마리를 안심시켰고, 여기에 있어요 라는 외마디 말과 함께 괴한 앞으로 나서는 천변의 모습과 함께 극이 종료돼 짜릿한 전율을 선사했다. 이처럼 하찮은 쫄보의 모습으로 배꼽을 잡게 만들던 것도 잠시 한순간에 든든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히어로로 돌변하는 천변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놀라움과 궁금증을 자아냈다. 나아가 저택에 나타난 괴한의 정체는 누구일지, 팀 천변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낼지, 나아가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수임료는 단돈 천원 실력은 단연 최고, '갓성비 변호사' 천지훈이 빽 없는 의뢰인들의 가장 든든한 빽이 되어주는 통쾌한 변호 활극. 매주 금,토 밤 10시에 방송된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문화현장] 더 화려하게 돌아왔다…뮤지컬 '시카고'
등록일2021.04.07
[FunFun 문화현장] &<앵커&> 이어서 문화현장입니다. 매주 수요일은 공연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김수현 기자입니다. &<기자&> [뮤지컬 '시카고' / 7월 18일까지 / 디큐브아트센터] 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 격동기 시카고를 배경으로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 두 여인의 이야기를 펼칩니다. 이 뮤지컬 속 시카고는 돈만 있으면 진실도 조작하고, 죄수도 얼마든지 스타가 될 수 있는 곳입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대명사 같은 작품으로, 밥 포시 특유의 관능적 안무가 재즈 선율과 어우러지고, 블랙 코미디 속에 날카로운 현실 풍자를 담았습니다. 이번 공연은 한국 초연 21주년 기념무대로 벨마 켈리 역으로 초연 때부터 줄곧 참여해온 관록의 배우 최정원부터, 공개 오디션을 거쳐 처음으로 록시 하트 역을 맡은 티파니 영까지 출연진이 화려합니다. [최정원/벨마 켈리 역 : 매 공연 때마다 관객분들이 뮤지컬 '시카고'의 풍자와 해학과 블랙코미디를 잘 이해해 주셔서 관객과 배우가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이 된 것 같아요.] [티파니 영/록시 하트 역 : 저도 워낙 사랑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만큼 생각도 많이 하고 제 마음을 담아 준비했는데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 9일~5월 9일 / 명동예술극장]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인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새롭게 무대에 오릅니다. 몰락한 조씨가문의 유일한 핏줄을 살리기 위해서 온갖 희생을 감내하는 인물들, 특히 자기 자식까지 희생하며 복수를 기다리는 시골의사 정영을 중심으로 대의 앞에 고뇌하는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중국 원나라 때 고전을 2015년 고선웅 각색 연출로 초연한 이후 공연할 때마다 호평받았고, 국립극단 관객 설문조사에서 다시 보고 싶은 연극 1위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초연 때부터 줄곧 정영 역을 맡아온 하성광, 또 조씨고아 역에 이형훈과 홍사빈 외에 새로운 출연진이 합류합니다.
'조씨고아' 개막 취소…무대 위 못 떠나는 사람들
등록일2020.06.27
&<앵커&> 국립극단이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공연을 준비했지만 단 한 편도 제대로 공연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주에도 개막이 취소됐는데요, 배우들은 여전히 무대를 지키고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가 배우들을 만났습니다. &<기자&>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몰살당한 조 씨 집안의 고아, 그를 살려내기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하는 사람들. 국립극단의 설문조사 결과 '햄릿'을 제치고 '보고 싶은 연극 1위'로 뽑힌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입니다. 이달 말부터 한 달간 공연 예정으로 예매 첫날 매진되며 기대를 모았지만 코로나19의 파고를 피해가진 못했습니다.개막이 취소된 가운데 열린 최종 무대 리허설엔 관계자들만 참석했지만, 배우들은 비장하리만큼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하성광/정영 역 배우 : (관계자들이라도) 객석에 계시니까 너무 좋았습니다. 매일 텅 비게, 연습이야 공연도 그렇게 하게 될 텐데, 그랬는데 그래도 계셔 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개막이 예정됐던 날 공연장은 여전히 굳게 닫혔지만 배우들은 평소처럼 출근했습니다. 조씨고아를 살려내겠다는 약속을 끝까지 지킨 연극 속 인물처럼 공연장이 다시 열릴 날을 기다리며 무대를 지킵니다.[이형훈/조씨고아 역 배우 : 지금 나와서 연습하고 있는 이유는, 오늘이 약속의 날이었으니까…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있는 거죠.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 이들은 공연이 예정됐던 기간 내에 막을 올리지 못하게 되면 온라인에서라도 관객을 만나겠다고 했습니다. [하성광/정영 역 배우: 어렵지 않은 적이 있었나요, 연극이 언제? 그래도 우리는 걷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지금도 같은 마음입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 영상편집 : 박지인, VJ : 오세관)
영조 정일우의 귀여운 브이 …'해치', 종영 아쉬움 달랠 비하인드 大방출
등록일2019.04.29
'해치가' 종영의 아쉬움을 달랠 비하인드 사진을 대방출했다. SBS 월화드라마 '해치'(극본 김이영, 연출 이용석) 측은 29일 정일우, 권율, 고아라 등 배우들의 열정이 묻어나는 현장 비하인드 컷을 공개했다. '해치'는 지난해 10월 쌀쌀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촬영을 시작한 이후 봄이 시작된 현재까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열심히 촬영을 이어오고 있다. 이와 관련 공개된 스틸컷에는 지난 6개월 대장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열기 가득한 촬영장 뒷모습이 담겨 눈길을 끈다. 정일우는 왕 즉위식 촬영 중 미소와 함께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리며 훈훈함을 폭발시키고 있다. 정일우는 지금껏 제대로 그려진 적 없는 '청년 영조'를 몰입도 높은 연기력으로 완벽하게 소화해 호평을 얻고 있다. 고아라와 임호는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환상의 팀워크의 이유가 사진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리고 '사헌부 다모'에서 '궁녀'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뽐냈던 고아라는 해사한 미소로 보는 이들까지 웃게 한다. 극 중 '만년 과거 준비생'에서 정의로 똘똘 뭉친 '사헌부 감찰'로 성장한 권율은 옅은 미소로 듬직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또한 극 중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던 박훈은 반전의 부드러운 미소로 시선을 사로잡는 등 마지막까지 '조선 어벤져스'가 똘똘 뭉쳐 보여줄 활약에 기대가 높아진다. 특히 '해치'에서 대척점에 섰던 정일우와 정문성의 반전 모습이 포착돼 이목을 사로잡는다. 정문성은 마지막까지 왕좌를 향한 어그러진 욕망과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에 심장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했기에 그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진다. '영조' 정일우와 적군에서 아군으로 입체적인 군신 관계를 보였던 이경영은 이용석 감독과 함께 웃음꽃을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훈훈한 촬영장 분위기가 엿보인다. 삐뚤어진 권력욕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 열연을 펼치고 있는 한상진은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최민철, 손병호, 김종수, 박지연, 하성광 등 배우들의 웃음 가득한 모습이 활력 넘치는 촬영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이처럼 현장 곳곳에서 웃음을 폭발시키고 있는 배우들은 마지막을 향한 긴 여정에서도 힘든 내색 없이 연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이를 통해 '해치'가 동 시간대 1위를 유지하며 월화 최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데에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환상의 호흡과 넘치는 배려에서 나왔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에 '해치'의 남은 방송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된다. '해치' 제작진은 &'지난 6개월 동안 함께 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호흡은 단연 최고다&'라며 &'끝까지 시청자들께 명품 사극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달리겠다. 영조가 만들어낼 조선의 개혁이 어떤 모습일지 마지막까지 관심 갖고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해치'는 29일 밤 10시 방송되고, 30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다. (SBS funE 강선애 기자)
[취재파일] 중국서 만난 조씨 고아
등록일2016.11.18
외국에서 한국 예술가들의 공연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영국 연수 시절,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공연을 보기 위해 기차 타고 런던으로 &'상경&'했던 추억이 있다. 한국에서 공연 볼 때보다 훨씬 반갑고 좋았다. 중국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중국 국가화극원 극장에서 열렸던 한국 국립극단의 연극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중국 공연명은 赵氏孤儿)&'을 보러 베이징으로 &'상경&'했다. &'조씨 고아&'는 제목 그대로 조씨 성을 가진 고아의 이야기다. 원나라 때의 작가 기군상이 쓴 희곡이 원작으로, 중국 진나라를 배경으로 삼은 복수극이다.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고 할 만한 고전이라 중국 영화로, 드라마로, 연극으로,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공연된 중국 고전으로 &'동양의 햄릿&'으로 불렸다. 2012년에는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버전으로 공연되며 사랑받아온 작품이다. 간략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군의 총애를 받던 문신 조순을 질투한 도안고 장군은 간교한 계략으로 누명을 씌워 조씨 집안을 파멸로 몰아넣는다. 조순 일가 300명이 모조리 죽지만, 손자인 &'조씨 고아&'는 이 집안의 식객이었던 시골 의원 정영에게 맡겨진다. 의리 있는 정영은 조씨 고아를 지켜내기 위해 뒤늦게 낳은 자신의 귀한 아들과 바꿔치기한다. 정영의 아들은 조씨 고아 대신 도안고에게 죽음을 당하고, 정영의 처는 자결한다. 도안고는 조씨 고아를 정영의 아들로 알고 그를 양아들로 삼아 무예를 가르친다. 20년 후 정영은 조씨 고아에게 참혹한 과거사를 알려주며 복수할 것을 당부하고, 조씨 고아는 믿기 어려운 진실 앞에 고민하다 복수에 나선다. 고선웅이 연출을 맡고 장두이, 하성광, 유순웅 등이 출연한 국립극단의 &'조씨 고아&'는 지난해 11월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 무대에 올라 국내 주요 연극상을 휩쓸었다. 이번 베이징 공연은 한국 국립극단과 중국 국가화극원(영문 명칭은 National Theatre of China) 상호교류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지난 4월에는 국가화극원의 &'리처드 3세&'가 국립극단 초청으로 서울에서 공연된 바 있다. 사드 이후 한중 문화교류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 속에서도 이번 베이징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공연이 올라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을 보면, 알게 모르게 &'사드 한파&'의 영향이 있었던 모양이다. 공연 임박해서도 국가화극원 극장 안팎에서 조씨 고아 공연 배너나 포스터 등 홍보물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예매 사이트에서는 언제부터인지 티켓 판매가 중지된 상태였다. 한국서 가져간 무대장치는 제때 통관되지 못해 국립극단 관계자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결국 무대장치 일부는 설치하지 못한 채로 공연을 올려야 했다. 극단 관계자들은 공연 시작 전까지 관객이 얼마나 올지, 오더라도 반응이 어떨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러나 공연이 일단 시작되자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10월 28일과 29일, 이틀 공연에 1,300여 명이 관람했는데, 주중 한국문화원을 통해 공연 소식을 접한 한국 유학생이나 교민들뿐 아니라 중국 현지 관객들이 많았고, 특히 중국 연극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출가, 배우, 평론가들의 관심이 높았다. 고선웅은 &'조씨 고아&' 원작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적절한 각색으로 이 작품을 새롭게 창조해냈다. 중국 이야기지만, 처음부터 한국 작품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우들은 중국에서 공연한다는 점을 감안해 &'취바올러(吃饱了: 배부르다는 뜻)!&' 같은 일부 간단한 대사들은 중국어로 처리했는데, 중국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커튼콜 때는 객석의 환호가 끊이지 않았고, 둘째 날은 기립 박수가 5분 가까이 이어졌다.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는 표현은 공연 소개에 흔히 등장해 진부하게까지 느껴지는 문장이지만, &'조씨 고아&'는 진정 중국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다. 관객을 웃기다가 금세 울리는 건 고선웅 표 연극의 특징이기도 하다. &'조씨 고아&'에는 분명히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중인데도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 곳곳에 있다. 정영이 장성한 조씨 고아에게 가족사를 알려주고 복수를 당부하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정영은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묘사한 두루마리 그림을 죽 펼치면서 과거사를 조목조목 이야기해주고, 조씨 고아는 과장된 동작과 어조로 반응해 (&'이 사람은 누군가요?&' / &'아, 정말 예의 없는 사람이군요!&' 등등)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긴장이 고조되는 이 장면에서 웃음이 나오다니 참 역설적인데, 까불거리던 조씨 고아는 곧 그림 내용이 자신의 이야기라는 걸 깨닫고 괴로워한다. 정영은 충격적 진실 앞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조씨 고아를 설득하기 위해 결연히 자신의 손목을 자른다. 이는 허공에서 내려뜨리는 팔 모양의 오브제와 붉은 천을 활용해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된다. 평론가 김중효의 설명에 따르면, &'만화적 상상력과 즉흥적 언어유희로 구성된 연극성은 극중의 심각한 장면을 느슨하게 만들어준다. 역설적으로 그러한 느슨함은 비극의 진부함을 지우면서 비장한 장면을 도드라지게 한다……. 엄숙과 비장의 감정이 오히려 웃음의 밀도를 높여주면서 모순적 상황을 구축하는 요상한 고선웅 스타일의 연출 방식이다(국립극단 리허설 북에서 인용)&' 그리고 이는 중국 관객들에게도 통했다. 조씨 고아는 복수에 성공하지만 이 연극은 통쾌한 복수극이 아니다. 고선웅은 &'도안고에게 보복을 하고 난 정영의 기분이 어땠을까 무척 궁금했다&'고 했다. 그 기분이 후련하고 만족스러웠다면 이 연극은 통쾌한 복수극이 됐을 것이지만, 복수를 했는데도 형언할 수 없는 공허가 밀려왔다면 복수에 대한 다른 주제를 다루는 연극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후자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연극의 주제는 &'복수는 필요하면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반드시 후련해지는 것은 아니다&'가 되었다. 판단 잘못으로 조씨 일가를 멸했던 주군은 이번엔 아무렇지도 않게 도안고 일가를 몰살하라 명한다. 권력자는 권력을 지키기만 하면 된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언젠가 참사의 와중에 살아남은 누군가가 다시 복수에 나설지 모른다. 조씨 고아는 원수를 갚았으니 기뻐하라고 하지만, 정영의 심정은 허망하고 쓸쓸하다. 극의 마지막은 묵자가 담당한다. 검은 옷을 입고 나오는 묵자라는 인물은 극중 내내 대사 없이 등장인물의 얼굴에 검은 부채를 펼치는 동작으로 그들의 죽음을 표현하는데, 결말에서는 핵심적인 대사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런 우환을 만들지도 당하지도 마시고 부디 평화롭기만을. 금방이구나, 인생은. 그저 좋게만 사시다 가시기를.&' 공연이 끝난 후 몇몇 중국 관객들에게 관극 소감을 물었다. 그냥 공연이 보고 싶어 간 것이었지 취재가 목적은 아니었는데, 공연을 보고 나니 중국 관객들은 어떻게 봤는지 궁금해져 어느새 인터뷰가 되어버렸다. 맨 처음 만난 관객은 &'조씨 고아는 중국인은 다 아는 이야기이고, 이전에도 영화와 드라마로 봤던 터라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주 새로웠고 한국적 정서가 느껴지는 것도 좋았다&'고 호평했다. 다음에 인터뷰한 관객은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을 이야기해줬는데, 알고 보니 상하이 희극학원 푸샤오핑 교수라 했다.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일부러 상하이에서 베이징까지 왔다며, 지금까지 자신이 봤던 수많은 &'조씨 고아&'를 초월하는 훌륭한 작품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정영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정영을 영웅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필부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 것이 설득력 있었다. 또 정영의 아내가 죽은 자식을 묻는 장면은 이전의 어떤 버전에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정영이 조씨 고아에게 진실을 밝히고, 조씨고아가 복수를 결심하는 장면도 억지스럽지 않고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중국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된 작품이지만, 이 정도로 성과를 낸 적은 없었다.&' 역시 공연장에서 만난 베이징 중앙희극학원의 우잉지에 교수는 한국 배우들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유희적 연극성을 구현할 때 지나치면 맥락 없는 코미디가 되기 쉽지만, 배우들의 균형 잡힌 연기가 고선웅의 독특한 스타일을 제대로 살려냈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바로 돌아가지 않고 정영 역을 맡은 하성광 등 배우들과 제작진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정영 역의 하성광을 비롯해, 한국 배우들의 혼이 실린 연기, 겸손한 자세가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중 문화교류 분위기가 싸늘해진데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주요 등장 인물인 차은택이 중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시기라, 이 공연은 한국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첫날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중국 관계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한다. 둘째 날 공연이 끝난 후 바로 산동화극원 측에서 내년 여름 국제연극제 초청 의사를 밝혀오기도 했다. 공연에 대한 중국 문화계의 관심을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칭다오로 돌아오고 며칠 후, 중국 언론에 실린 공연 리뷰를 발견했다. 중국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양션이 쓴 글이었는데, 국립극단의 &'조씨 고아&'가 중국 원작을 완벽하게 한국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연출, 연기, 모든 방면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관중을 웃기고 울리고, 연극이 끝난 후에도 계속 생각이 남는다.&' 많은 중국 연극들이 이런 선전문구를 쓰지만, 실제로 이런 작품은 매우 드물다. 필자는 중국의 &'조씨 고아&' 여러 버전을 봤지만, 이 한국판 &'조씨 고아&'만큼 감동적인 작품은 없었다……. 한국 극단은 중국 극단이 대작을 만들 때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자본으로, 중국 극장에서, 중국 이야기를 가지고, 중국 관중을 정복했다!&' 외국에서 한국 공연을, 그것도 좋은 공연을 만나는 것은 한국에서는 잘 몰랐던 행복이다. 한국에선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건지 실감하지 못했다. 여기선 어쩌다 한 번, 자주 누릴 수 없지만 그런 만큼 감흥도 크다. 이전에 잘 몰랐던 중국 고전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한국 연극의 저력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으니 &'조씨고아&' 보러 왕복 9시간 기차 타고 베이징 다녀온 보람이 있다. 다시 또 중국에서 이런 공연을 만났으면 좋겠다. 칭다오에서 볼 수 있다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