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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컷' 소리에 일어나셨으면 …이순재 마지막 눈물의 배웅
등록일2025.11.27
▲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배우 이순재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오늘(27일) 오전 5시 3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원로 배우 고 이순재의 영결식이 열렸습니다. 평생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식지 않는 연기 열정을 보였던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를 배웅하는 길은 후배들의 눈물로 얼룩졌습니다. 배우 김영철은 추도사를 통해 오늘, 이 아침이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선생님이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다들 수고했다. 오늘 좋았어' 하시면 좋겠습니다. 라며 선생님 곁에 있으면 방향을 잃지 않았다. 눈빛 하나가 후배들에게는 잘하고 있다는 응원이었다 며 정말 많이 그리울 것이다. 선생님 영원히 잊지 않겠다. 잊지 못할 거다 라고 말했습니다. 배우 하지원도 선생님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일 뿐만 아니라 연기 앞에서 겸손함을 잃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던 진정한 예술가였다 고 기억했습니다. 이어 연기를 할수록 어렵다는 고민을 털어놨을 때 고인이 건넨 인마, 지금 나도 어렵다 는 담담한 위로와 가르침을 언급하고는 깊이 기억하겠다. 사랑한다. 선생님의 영원한 팬클럽 회장 이라고 추도사를 마쳤습니다. 영결식 사회를 맡은 정보석은 방송 문화계 연기 역사를 개척해 온 국민배우 라며 배우라면 선생님의 우산 아래에서 덕을 입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이라고 기렸습니다. 천상의 무대로 떠나는 고인의 마지막 길에는 유족과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동환, 정준하 등 인연이 있는 후배들을 비롯해 생전 고인이 애정을 갖고 가르쳤던 학생들이 함께했습니다. 120석 규모의 영결식장이 가득 찼으며, 고인의 나이에 맞춰 91송이의 헌화가 끝난 뒤에도 묵념과 함께 추모가 이어졌습니다. 운구 행렬은 영결식 후 별도 추모 공간이 마련된 KBS를 방문하지 않고 장지인 이천 에덴낙원으로 향했습니다. ▲ 배우 최수종(왼쪽부터), 유동근, 김영철이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배우 이순재 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해 2024년 드라마 '개소리',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까지 70년 가까이 쉼 없이 연기해 온 '영원한 현역' 배우였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텔레비전 방송국인 대한방송의 드라마 '푸른지평선'에서 얼굴을 알렸고, TBC 전속 배우로 시작해 KBS와 MBC 등을 넘나들며 100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했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년)와 사극 '허준'(1999년)으로 두 드라마에서 각각 가부장적인 '대발이 아버지', 따뜻한 스승 유의태 역할을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2000년대에는 MBC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고, 2013∼2018년 tvN 여행 예능 '꽃보다 할배'를 통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참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삶의 마지막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은 고인은 연기 인생 출발점인 연극 무대로 돌아와 '장수상회'(2016), '앙리할아버지와 나'(2017), '세일즈맨의 죽음'(2017), '리어왕'(2021)에서 열연을 펼쳤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고령으로 KBS 연기대상을 받았습니다. 고인은 마지막 공식 석상이 된 시상식에서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정부는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난 25일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정말 많이 그리울 겁니다 …눈물 속 '천상 무대'로 떠난 이순재
등록일2025.11.27
▲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배우 이순재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오늘, 이 아침이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선생님이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다들 수고했다. 오늘 좋았어' 하시면 좋겠습니다. (김영철) 오늘(27일) 오전 5시 3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국민 배우 고(故) 이순재의 영결식에서 배우 김영철은 목멘 소리로 마지막 바람을 전했습니다. 평생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식지 않는 연기 열정을 보였던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를 배웅하는 길은 후배들의 눈물로 얼룩졌습니다. 김영철은 선생님 곁에 있으면 방향을 잃지 않았다. 눈빛 하나가 후배들에게는 잘하고 있다는 응원이었다 며 정말 많이 그리울 것이다. 선생님 영원히 잊지 않겠다. 잊지 못할 거다 라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배우 하지원도 추도사를 통해 선생님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일 뿐만 아니라 연기 앞에서 겸손함을 잃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던 진정한 예술가였다 고 기억했습니다. 이어 연기를 할수록 어렵다는 고민을 털어놨을 때 고인이 건넨 인마, 지금 나도 어렵다 는 담담한 위로와 가르침을 언급하고는 깊이 기억하겠다. 사랑한다. 선생님의 영원한 팬클럽 회장 이라고 추도사를 마쳤습니다. 영결식 사회를 맡은 정보석은 방송 문화계 연기 역사를 개척해온 국민배우 라며 배우라면 선생님의 우산 아래에서 덕을 입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이라고 기렸습니다. 고인의 생전 인터뷰를 모은 추모 영상도 상영됐습니다. '연기가 즐겁고 재미있느냐'는 질문에 그래서 지금 하고 있잖아요 라고 유쾌하게 답하는 장면을 보며 영결식에 참석한 후배 배우들이 그리움에 미소 지었습니다. 천상의 무대로 떠나는 고인의 마지막 길에는 김영철, 유동근, 최수종, 박상원, 이원종, 정동환, 정일우, 정준하, 정준호, 정태우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인연이 있는 후배들이 함께했습니다. 또 고인이 애정을 갖고 가르쳤던 가천대 연기예술과 학생들이 함께 하면서 120석 규모의 영결식장이 가득 찼습니다. 이들은 고인의 나이에 맞춰 준비된 91송이의 흰 국화를 관 위에 놓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고 비통한 마음에 눈물지었습니다. 수많은 후배와 제자들이 모이면서 마지막에는 꽃이 부족해 묵념만으로 인사를 전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깊은 묵념이 이어지고 운구 행렬이 장례식장을 떠나자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운구 행렬은 영결식 후 별도 추모 공간이 마련된 KBS를 방문하지 않고 장지인 이천 에덴낙원으로 향했습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해 2024년 드라마 '개소리',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까지 70년 가까이 쉼 없이 연기해 온 '영원한 현역' 배우였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텔레비전 방송국인 대한방송의 드라마 '푸른지평선'에서 얼굴을 알렸고, TBC 전속 배우로 시작해 KBS와 MBC 등을 넘나들며 100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했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년)와 사극 '허준'(1999년)입니다. 두 드라마에서 각각 가부장적인 '대발이 아버지', 따뜻한 스승 유의태 역할을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2000년대에는 MBC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고, 2013∼2018년 tvN 여행 예능 '꽃보다 할배'를 통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참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삶의 마지막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은 고인은 연기 인생 출발점인 연극 무대로 돌아와 '장수상회'(2016), '앙리할아버지와 나'(2017), '세일즈맨의 죽음'(2017), '리어왕'(2021)에서 열연을 펼쳤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고령으로 KBS 연기대상을 받았습니다. 고인은 마지막 공식 석상이 된 시상식에서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정부는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난 25일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살아 있는 역사이자 증인 …'국민배우' 이순재 빈소에 조문행렬
등록일2025.11.26
▲ 배우 이순재의 빈소가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좀 더 사실 텐데 그냥 가버리셨네요…. 어제(25일) 고(故) 이순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배우 백일섭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고인은 영정사진 속에서 인지한 미소를 띠고 있었습니다. '국민 배우' 이순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이날 고인과 작품을 함께한 동료들이 빈소를 찾아 애도했습니다. 예능 '꽃보다 할배'를 같이 한 백일섭은 우리끼리 '95살까지만 연기합시다, 그때까지 나도 같이 살 테니까'(라고 했는데)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며 마음이 안 좋다 고 말했습니다. 장용은 형님하고는 TBC에서부터 55년간 드라마를 같이 하면서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형님처럼 늘 가까이 지냈던 분 이라며 애통한 마음이 있다 고 말했습니다. 그는 무대에서 쓰러지는 게 행복하다고 늘 말씀하셨다 며 아주 귀감이 되고 어떤 때는 멘토이자 로망이셨다. 대단하신 어른이자 선배님 이라고 고인의 삶을 돌아봤습니다. 손숙은 옛날부터 친했던 분이고 (고인이) 말년에 연극을 많이 하셨을 때는 제가 십여 년 가까이 부부로 많이 나왔다 며 순재 오라버니, 곧 만나요. 거기 가서 또 연극해요 라고 기렸습니다. 지난해 이순재가 KBS연기대상을 받을 당시 무대에 함께 섰던 최수종은 살아 있는 역사이고 참 증인이시기 때문에 저와 모두 같은 마음일 것 이라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느냐 며 애도했습니다. 작년 12월 개봉한 영화 '대가족'에 이순재와 함께 출연한 이승기는 이순재 선생님이 결혼식 주례도 봐주셨고, 또 영화 '대가족'에 급하게 출연 제의를 받으셨을 때도 '승기가 하는 거면 꼭 해야지'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며 마지막까지 열심히 연기하셨던 선생님의 모습이 (생각이 나)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 고 말했습니다. 그는 올해 초 부인인 배우 이다인과 함께 이순재의 병문안을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이승기는 선생님께서 건강이 갑작스럽게 악화했을 때 저와 제 아내가 병문안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며 선생님께서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시고 싶으셨는지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을 해주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고 떠올렸습니다. 고인과 드라마 '야인시대', '장희빈' 등을 같이 한 김학철은 늘 격려해주시고 버팀목이 돼 주셨던 이순재 선생님 편히 쉬십시요 라며 언젠가 하늘나라에서 뵈면 멋진 연극 같이 해봅시다 라며 울먹였습니다. 2006∼2007년 방송된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고인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개그맨 정준하는 황망한 마음에 마음이 편치 않다 며 곧 찾아봬야지, 봬야지 하다가 이런 비보를 접해 정말 괴로운 마음 이라고 심경을 전했습니다. 빈소가 채 준비되기도 전에 고인을 찾아온 원로배우 김성환은 탤런트뿐만 아니고 연예계에서는 제일 큰 어른이시고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프고 슬프다 며 생전에 저를 보면 '김성환을 내가 뽑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이어 그렇게 바르고 정직하게 사시고, 일에 대한 열정이 많으신 분은 아마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며 우리에게 정말 큰 별이셨다. 이제는 촬영하시면서 밤도 안 새우시고, 아주 편안한 데서 정말 잘 계셨으면 좋겠다 고 추모했습니다. 배우 최현욱도 일찍 빈소를 찾아 새벽에 별세 소식을 전해 듣고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며 한 번도 뵙지 못해서 이순재 선생님을 그냥 한번 뵙고 싶었다 고 말했습니다. '꽃보다 할배'를 같이한 배우 박근형·이서진과 나영석 PD,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함께한 정보석·최다니엘·서신애·진지희도 빈소를 찾았습니다. 유동근, 김영철, 최지우, 정준호, 유준상, 소유진, 김광규 등 많은 후배 배우도 직접 와서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연예게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습니다. 이순재 성대모사로 유명했던 코미디언 최병서는 제가 성대모사를 할 때마다 너무나 좋아하셨던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며 분야를 떠나서 연예계 큰 스승이 돌아가신 것 같다. 큰 별이 져 문화예술계에 타격이 클 것 같다 고 애통함을 전했습니다. 그는 이어 40여 년 동안 만나 뵐 때마다 어깨를 두들겨 주시면서 좋은 말씀만 해주셨는데, 책 한 권 읽는 것보다 더 좋았다 며 이제는 연기는 그만하시고 연기 지도만 해 주시면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 고 했습니다. 김학래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은 전유성 선배님을 하늘나라로 보낸 지 얼마 안 됐는데, 두 거장이 이렇게 한꺼번에 우리 곁을 떠나시니 집에 어르신이 돌아가셨을 때 한구석이 휑한 것과 똑같다 며 대중문화 예술인의 위상을 굉장히 높이신 분이다. 모든 걸 내려놓고 편히 쉬십시오 라고 애도했습니다. 가수 이용은 분야는 다르지만 제가 가고 싶은 길이 이분의 길이었다 며 고인과 드라마를 같이 작업한 기억을 들려줬습니다. 그는 '엄마의 일기'라는 드라마에서 저의 아버지셨다. 드라마 할 때 대사를 잊으니 선생님이 '진짜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하라'고 하셨다 며 아들 왔습니다 라며 끝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박경림은 늘 저희에게 문화예술인은 이런 모습이어야 된다는 걸 말씀으로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셨다 며 고인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습니다. 빈소에는 연예계 동료들뿐만 아니라 정관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습니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온 국민이 저와 함께 이 진정한 연기인, 진정한 국민 배우를 보내드리는 길에 함께 명복을 빌어주셨으면 좋겠다 고 고인을 기렸습니다. 고인이 국회의원을 지내던 시절 연을 맺었다는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정치를 하시면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의원들을 자주 만나고 중간에 서서 (여야와) 부드럽게 지냈다 며 고인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세상의 일은 잊어버리시고 저세상에서 좋은 연기자 역할을 해주시길 바라겠다 고 추모했습니다. 고인의 수의를 준비 중인 박술녀 박술녀한복 원장은 5∼6년 전에 선생님께서 건강하셨던 때 제 한복을 입으셨던 적이 있다 며 유족들이 그 일을 기억해 오늘 (수의 관련) 논의를 하게 됐고,(입관식 때) 입혀서 보내드릴 것 같다 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이순재에게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습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빈소를 찾아 유족에게 훈장을 전달했습니다. 한국방송대중예술인단체연합회는 이날 KBS 본관과 별관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 30일까지 누구나 조문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27일 발인식에 맞춰 KBS 별관에서 별도의 영결식을 치르는 방안도 유족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칠순엔 시트콤, 구순엔 연극…일평생 도전한 천생 배우 이순재
등록일2025.11.25
▲ 배우 이순재 오늘(25일)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이순재는 한평생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 '천생 배우'였습니다. 정통 사극 드라마부터 시트콤, 영화, 연극 등 폭넓은 영역에서 활동한 그는 눈을 감기 직전까지도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 열정으로 후배 배우들에게 귀감이 됐습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네 살 때부터 서울에서 산 그는 대전고등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연극을 올리고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다니던 1956년 신영균, 이낙훈, 황은진 등 동기들과 함께 연극반을 재건하는 등 일찍이 연기에 관심이 깊었습니다. 같은 해 연극 '지평선 너머'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으며 이듬해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텔레비전 방송국인 대한방송의 드라마 '푸른지평선'으로 브라운관에서 얼굴을 알렸습니다. 데뷔 초기 TBC 전속 배우로서 100편이 넘는 드라마에 등장했고, 1980년대까지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으나 주연급보다는 주로 조연으로 활약했습니다. 그러다 57세이던 1991년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가부장적인 인쇄소 사장 이병호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작품은 평균 시청률이 역대 1위에 해당하는 59.6%를 기록했고, '대발이 아버지'로 불리던 이순재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고인은 정치 활동을 하는 와중에도 드라마 '야망', '작별', '목욕탕집 남자들'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연기 활동도 놓지 않았습니다. 1996년 정계를 은퇴한 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그는 1999년 MBC 드라마 '허준'에서 허준의 스승 유의태를 연기해 다시 한번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제자들에게는 엄하지만, 병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의학에 대한 신념이 강한 명의로 묘사되는 인물입니다. 이후 '상도', '장희빈', '불멸의 이순신', '이산' 등 사극을 비롯해 '흥부네 박터졌네' 등 현대극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작품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했습니다. 그는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그간 보여준 딱딱하고 엄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괴팍하지만, 권위는 없는 한의원 원장을 연기했습니다. 친척들 앞에서 야한 동영상을 보는 모습이 들키는 에피소드로 '야동 순재'라는 별칭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주 시청자층인 젊은 세대에게도 친숙한 이미지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고인은 72세에 찍은 이 작품으로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거침없이 하이킥'이 일주일에 다섯 번 방영되는 탓에 강도 높은 촬영 일정을 견뎌야 했지만, 한 방송에서 투병 중인 환자들이 '하이킥'을 볼 때 유일하게 웃는다는 얘기를 들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 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2008년에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치매에 걸린 오보에 연주자 역을 소화해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했습니다. 2011년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도 까칠하지만, 사랑하는 이에게만은 따스한 노인 역으로 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거침없이 하이킥' 속편 '지붕뚫고 하이킥'(2008)에서는 또다시 코믹한 이미지를 보여줬습니다. 고(故) 김자옥과 노년의 로맨스를 연기하고 사위인 정보석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안겼습니다. 2013년에는 tvN의 여행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 신구, 박근형, 백일섭과 함께 출연하며 예능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습니다. 80세가 코앞인 나이에도 비행기에서 잠을 청하지 않고 공부하거나, 왕성한 체력을 바탕으로 불평 없이 촬영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줘 젊은 시청자에게 '참 어른'이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이후 2014년, 2015년, 2018년까지 '꽃할배'의 맏형으로 팀을 끌어갔습니다. 말년의 그는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활약했지만, 특히 연극 무대에서의 활동이 두드러졌습니다. 고인은 젊은 시절에도 연극에 대한 애정을 보이며 꾸준히 무대에 섰습니다. 그러나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몇 시간 동안 라이브로 연기해야 하는 부담을 감수하고 연극을 계속했습니다. 특히 87세이던 2021년 '리어왕'에서는 백발을 풀어헤치고 맨발로 200분 동안 방대한 대사를 완벽 소화해 관객의 극찬을 끌어냈습니다. 그는 지난해에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무대에 섰으나 건강 이상으로 일부 공연 회차를 취소했습니다. 당시 고인은 건강한 모습으로 반드시 다시 무대에 올라 보답할 수 있도록 회복에 집중하겠다 고 다짐했으나, 3개월간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 진단에 따라 남은 일정에서 하차해 대중의 우려를 사기도 했습니다. 쉬지 않고 달려온 그의 연기 인생은 말년에 상으로 보답받기도 했습니다. 이순재는 2024년 KBS 드라마 '개소리'에서 개의 목소리를 듣게 된 원로 배우를 연기했고,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아 KBS 역대 최고령 수상자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언젠가는 기회가 한 번 오겠지' 하면서 늘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늘, 이 아름다운 상, 귀한 상을 받게 됐다 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2025년에는 한국PD대상에서 출연자(배우 부문) 상 수상자로 호명됐지만, 건강 악화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문체부, 대중문화 명예의전당 건립 논의
등록일2025.02.25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중문화예술 명예의 전당 민간 추진위원회 관계자를 만나 대중문화예술 명예의 전당 추진과 관련한 간담회를 열고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중문화예술 명예의 전당 추진위원회를 대표해 배우 유동근과 정준호, 신현준, 가수 남진, 권인하, 성우 장광, 뮤지컬 감독 박명성, 설도윤 등이 참석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5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중문화예술 명예의 전당 추진 간담회'를 열고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유 장관이 건립을 추진 중인 대중문화예술 명예의 전당은 한국 대중문화예술 전 장르의 관련 자료 보관과 대중예술인 교육 등을 수행하는 복합문화시설입니다. 유 장관은 지난해 7월 걸그룹 뉴진스의 2024년 한국관광 명예홍보대사 위촉식 행사에서 대중문화예술 명예의 전당 건립 계획을 처음 밝혔습니다. 이날 간담회에는 '명예의 전당 민간 추진위원회'를 대표해 배우 유동근, 정보석, 정준호, 신현준과 가수 남진, 권인하, 성우 장광, 뮤지컬 감독 박명성, 설도윤 등이 참석했습니다. 유 장관과 참석자들은 문체부와 위원회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명예의 전당 설립에 대한 대중예술인들의 의견을 공유했습니다. 문체부는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민간 추진위원회와 정기협의체를 구성해 명예의 전당 추진 과정 전반에서 주요 자문기구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유 장관은 각 분야를 대표하는 대중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민간 추진위원회'가 명예의 전당 설립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습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