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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30년' 남편 니코틴 살해 혐의 아내, 파기환송심서 무죄
등록일2024.02.02
치사량의 니코틴 원액이 든 음식물을 먹여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아내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수원고법 형사1부(박선준 정현식 강영재 고법판사)는 오늘(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범행 준비와 실행 과정, 그러한 수법을 선택한 것이 합리적인지, 발각 위험성과 피해자의 음용 가능성, 피해자의 자살 등 다른 행위가 개입될 여지 등에 비추어봤을 때 합리적 의문의 여지가 있다 며 범죄증명이 안 된다고 판단한다 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 말초 혈액에서 검출된 니코틴 농도에 비추어 볼 때 흰죽과 찬물을 이용했다면 고농도 니코틴 원액이 필요해 보인다 며 수사기관은 피고인에게 압수한 니코틴 제품의 함량 실험을 하지 않았다. 압수된 제품이 범행에 사용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니코틴을 음용할 경우 혓바닥을 찌르거나 혓바닥이 타는 통증이 느껴져 이를 몰래 음용하게 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공통된 전문가 의견 이라며 의식이 뚜렷한 피해자에게 니코틴이 많이 든 물을 발각되지 않고 마시게 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범죄에 사용된 니코틴 용액이 무엇인지, 양은 얼마나 되는지 확인되지 않았을뿐더러, 피해자 위에서 나온 물과 흰죽의 양이 적은데 음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니코틴양은 상당해 피해자가 니코틴 존재를 모른 채 음식물을 섭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해자의 자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오랜 기간 내연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살 시도한 적 있고, 가정의 경제적 문제, 사망 무렵 부친과의 불화 후 '부모 의절'을 검색하는 등 여러 문제로 피해자의 불안정 정서가 심화했을 가능성이 인정된다 고 설시했습니다. 피고인의 살해 동기에 대해서는 과연 6세 아들을 두고 가정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을 감내하고 남편을 살해했을 만한 동기가 있을지 의문 이라고 밝혔습니다. A 씨는 2021년 5월 26∼27일 남편에게 3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먹도록 해 남편이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남편은 26일 A 씨가 건넨 미숫가루·흰죽을 먹고 속쓰림과 흉통 등을 호소하며 그날 밤 응급실을 다녀왔습니다. 검찰은 남편이 귀가한 이후인 27일 오전 1시30분∼2시쯤 A 씨가 건넨 찬물과 흰죽을 먹은 뒤 같은 날 오전 3시쯤 사망한 것으로 봤습니다. 1심 법원은 피해자의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밝혀졌는데, 피해자가 흰죽을 먹은 뒤 보인 오심, 가슴 통증 등은 전형적인 니코틴 중독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며 피고인은 액상 니코틴을 구매하면서 원액을 추가해달라고 했고, 이를 과다 복용할 경우 생명에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등 피해자 사망 전후 사정을 볼 때 3자에 의한 살해 가능성은 작다 고 판단하며 '징역 30년'의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2심은 찬물을 통한 범죄만을 유죄로 인정했지만, 형량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7월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 며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유죄 부분에 대해 제시된 간접증거들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증거로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다 며 추가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인다 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4차례에 걸쳐 변론 절차를 거쳤고, 오늘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무죄 판단을 내렸습니다. 선고 직후 A 씨의 법률대리인 배재철 변호사는 취재진을 만나 처음부터 피고인을 범인으로 잘못 지정해 수사 방향이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며 오늘 재판부에서 판결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듯이 모든 범죄 사실 중 가장 흉포한 게 살인인데, 피고인은 뚜렷한 동기가 없다 고 말했습니다. 이어 열사람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원리에 의해 재판부가 무죄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고 덧붙였습니다.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검찰은 다시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상고 여부는 판결문을 보고 검토할 예정 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늘 A 씨가 남편 사망 후 남편 명의로 인터넷 은행에서 300만 원을 대출받은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에 대해선 징역 6월의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오늘 살인 혐의 무죄 선고에 따라 A 씨는 곧바로 석방됩니다. A 씨는 2021년 11월 구속기소 됐다가 항소심 판결 전 구속 기간이 만료돼 2022년 11월 말 한차례 보석 됐다가, 지난해 2월 9일 2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으면서 다시 법정구속된 상태로 재판받아 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무죄냐 유죄냐'…남편 니코틴 살인사건 파기환송심서 피고인 오열
등록일2024.01.12
남편을 니코틴 중독으로 살해한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다시 재판받게 된 아내가 무죄를 호소하며 오열했습니다. 어제(11일) 수원고법 형사1부(박선준 정현식 강영재 고법판사) 심리로 진행된 A 씨의 살인 혐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마지막 발언 기회를 얻은 A 씨가 진실을 밝혀달라 며 오열했습니다. A 씨는 어쩌면 마지막 법정 진술 기회일지도 모른다. 최후진술을 하겠느냐 는 재판장의 질문을 듣고 자리에 일어섰지만, 말을 잇지 못하고 손으로 눈물을 훔쳤습니다. 한동안 흐느끼던 그는 이내 자리에 앉아 목 놓아 오열했습니다. 변호인이 재판부에 진술이 어려울 것 같으니 의견서를 제출하겠다 고 했으나, 재판장은 장장 2년 6개월 가까이 진행된 조사와 재판 절차의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시간이 필요하면 주겠다 며 재차 발언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피고인석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던 A 씨는 미련이 남지 않겠느냐 는 재판장의 설득에 일어나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제 사건은 무죄다. 오늘 법정에 오는데 검찰 차 앞에 '행복한 국민, 정의로운 검찰'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걸 보고 원망스러웠다. 진실은 꼭 밝혀질 거라고 믿는다 고 울먹이며 진술했습니다. 이날 검찰은 재판부에 원심 때와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검찰 측은 이 사건은 새벽에 피고인과 피해자 아들이 사는 주거지에서 발생해 목격자 있을 리 없고 피해자가 무얼 당했는지는 피고인 진술과 부검 결과,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 며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피고인이 니코틴을 음용하게 해 살해했다고 판단한다 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피고인이 가정생활 기반을 감내하고라도 강렬한 살해 동기가 존재해야 한다고 판시했는데, 이 사건 발생 당시 피고인 생활 기반은 피해자가 아니라 내연남이었다. 이미 (피해자와) 가족관계가 아니었다 고 설명했습니다. 변호인 측의 '피해자의 자살 가능성' 주장에 대해선 사건 당일 피고인은 피해자를 위해 119에 신고하고 함께 응급실에 갔다 귀가하면서 아들의 생일에 대해 대화하는 등 모습을 보였다 며 피해자가 이런 피고인을 보고 (내연관계를 이유로) 자살을 결심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고 주장했습니다. 변호인은 검찰과 경찰의 부실한 수사를 주장하며 피고인의 무죄를 강조했습니다. A 씨 측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검찰은 파기환송 된 이후 공소장을 변경했는데 이는 장기간 진행된 재판에서 한 번도 주장하지 않았던 살인 방법 이라며 범행 수법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파기환송심에서 주장한다는 것은 그동안 검찰 수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보여주는 단면 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사건 당일 새벽 1시 30분에서 2시 사이에 찬물에 니코틴을 타 살해했다는 공소장 내용을 '찬물과 흰죽에 타 살해했다'고 변경한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이어 처음부터 수사기관에서 범인을 잘못 지목해 수사가 진행된 사건이라고 확신한다 며 대법원이 그동안 제출된 증거, 검찰 의견서 등을 종합해 조목조목 판단해줬기 때문에 변호인 의견서를 참작해 무죄를 선고해달라 고 요청했습니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는 변호인이 제출한 니코틴 용액(희석액)을 재판장과 수사 검사가 향을 맡아보고 직접 시음해보기도 했습니다. 변호인 측은 그동안 니코틴 용액의 냄새와 맛 때문에 피해자 몰래 음식에 타는 방법으로 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재판장이 제출된 니코틴 용액 한 방울을 손등에 떨어뜨려 맛본 뒤 박하 향이 굉장히 강하게 나면서 아리는 듯한 맛이 나네요 라고 말하자 변호인은 통증처럼 느껴진다 고 답했습니다. 검사도 직접 향을 맡아보고, 종이컵에 담긴 물에 용액을 몇 방울 섞어 마셔보았으나 별다른 반응은 하지 않았습니다. A 씨는 2021년 5월 26∼27일 남편에게 3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먹도록 해 남편이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남편은 26일 A 씨가 건넨 미숫가루·흰죽을 먹고 속쓰림과 흉통 등을 호소하며 그날 밤 응급실을 다녀왔습니다. 귀가 후인 27일 오전 1시 30분∼2시쯤 A 씨는 남편에게 재차 찬물과 흰죽을 건넸고, 이를 받아마신 남편은 1시간∼1시간 30분 뒤인 오전 3시경 사망했습니다. 1심은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이용한 범행 모두를 인정했고, 2심은 찬물을 이용한 범행만 유죄로 인정했는데,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 며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은 내달 2일 오전 10시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