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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 가는 사람들…파독광부간호사법 1년 돌아봤습니다
등록일2022.05.31
[전길태랑 / 파독광부] “독일에 갔을 때 스물일곱에 갔습니다.” [장석재 / 파독광부] “스물일곱 살이었습니다.” [김학만 / 파독광부] “스물여섯입니다.” “1960년대 광부·간호사는 외화획득과 실업률 감소 기대 하에 독일로 파독되었다.” “송금액은 1965년부터 1975년까지 총 1억153만 달러.” “1965~1967년 송금액은 총 수출액 대비 각각 1.6%, 1.9%, 1.8%였다.” “광부의 경우 모집부터 송출까지 정부가 담당.” “국제수지개선, 경제성장에 상당한 기여한 것으로 평가.” - 2008년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 [김학만 / 파독광부] “8남매에 부모님도 연로하시고, 애들 학비 이런 걸 조달하다 보니까 넉넉하지 못했죠.” [장석재 / 파독광부] “지하에 들어가는 게 너무 두려웠어요. 안에 들어가서 허리도 못 펴고 8시간 동안 계속 그 일을 해야 되거든요. 그러면 탄가루가 막 쏟아지는데 앞이 보이겠어요, 안 보이죠.” [전길태랑 / 파독광부] “(지열 때문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이 장화에 물이 하나씩 들어갈 정도예요.” [김학만 / 파독광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먼지니까. 사람이 1미터 앞이 잘 안 보일 때가 있어요.” 파독광부 다수는 폐에 분진이 쌓여 생기는 질병인 진폐증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김학만 / 파독광부] “기관지가 (병원에서) 찍어보니까 여기가 뭐 진폐증은 아직 아닌데, 전 단계.” [전길태랑 / 파독광부] “정부에 (의료비 지원을) 건의를 했는데 그게 지금 다 무산됐어요. 국회에서. (정치권에서) 해줄 것, 해줄 것, 했었는데 안 되더라고요.” [장석재 / 파독광부] “그건 직업병이잖아요. 독일에 안 갔으면 그런 병이 생겼겠어요.” 국가 협정으로 독일에 갔지만 현행법상 산업재해 인정은 불가합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 “지휘·명령·판단 주체가 해외 사용자로서 파견으로 보는 경우에는 (산재보험법은) 국내만을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파견인 경우에는 해외 산재보험 대상이 아닌 것으로….” 그리고 여기, 그들을 위해 1년 전부터 시행된 법이 있습니다. 약칭 파독광부간호사법. 하지만 단 6개 조항으로만 이뤄진, 단출한 법안입니다. 당사자는 물론 전문가도 내용을 더 채워 넣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영석 / 경상국립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이거야말로 정말 '용두사미', 아주 결과가 초라한 그런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기껏 있는 내용이 대상자에 대한 지원이라고 하면서 교육, 상담, 정보 제공. 이런 것들은 (법 제정 전에도) 다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죠, 사실은.” 2014년 말에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이 1천만 관객을 동원하자, 영화에 조명된 파독광부·간호사에 대한 관심과 지원 목소리가 커졌고,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국회 논의는 간단치 않았습니다. 2017년 11월, 국회에 제출된 원안엔 의료 및 생활지원금 지급 관련 조항과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를 두는 내용도 있었는데, 실질적인 법안 논의는 법안 발의 3년 뒤에 이뤄졌고, 분위기도 달라져 있었습니다. 중동 등 다른 나라에 파견된 노동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정부는 의료 지원에 난색을 표했고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기류도 비슷했습니다. 지원 조항 빼면 하나 마나한 법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지만, '껍데기' 먼저 만들고 개정 작업 등을 통해 '알맹이'는 나중에 채워 넣자는 논리가 힘을 얻었습니다.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당사자와 전문가들도 동의하지만 형평성 논란에 대해선 파독 노동자들이 '국가 간 협정'으로 모집·파견됐다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영석 / 경상국립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노동자들을 선발하고 또 파견 이후 관리하는 이런 것들을 국가가 했습니다. 중동 파견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그들이 이룩하는 성과에 대해서 기업이 보상을 하고 또 기업은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아요. 독일에 가신 분들은 그런 부분에서는 (낙동강) 오리알입니다.” 절반 이상이 80대에 접어든 당사자들은 탄광에서 일하며 생긴 진폐증 등 질병 치료만이라도 지원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또 정치권이 말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법을 만들면서 정치권이 알맹이는 나중에 채워 넣자고 이야기한 만큼, 더 늦기 전에 논의 작업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구성: 백운 / 영상취재: 홍종수 / 편집: 임재호 / 디자인: 성재은 안지현 전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