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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 직접 밝힌 도난사건 전말… 없어진 명품백, 중고숍서 발견
등록일2025.05.08
개그우먼 박나래가 자택 도난 사건의 전말을 공개했다. 7일 박나래의 유튜브 채널 '나래식'에는 '조보아 | 언니 저 피해 다녀요? | 나래 도난 사건, 플러팅 장인, 이동욱 사용설명서, 박병은 전화 통화, 탄금'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배우 조보아가 게스트로 출연해 박나래가 요리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박나래는 요리를 하며 자신의 최근 상황이 '다사다난'하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나 괜찮다. 궁금한 거 있으면 뭐든지 물어봐라. 뭐든지 얘기해 줄 수 있다 며 자연스럽게 이야기 물꼬를 틔웠다. 이에 제작진이 잘 마무리 됐나? 라고 묻자 박나래는 잘 마무리 됐고, 지난주 금요일날 잃어버렸던 모든 물건을 돌려받았다. 흠집 하나 없이 라고 도난당한 물건을 모두 되찾았다고 밝혔다. 박나래는 지난달 8일 자택에 도둑이 들었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후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액은 수천만 원대로 추정됐다. 이후 경찰의 수사 결과 범인이 체포됐는데, 범인은 박나래와 전혀 친분이 없는 30대 남성 A씨였다. 이번 도난 사건과 관련해 다양한 '가짜뉴스'에 시달렸던 박나래는 직접 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나래는 자극적인 소문들이 많았다. 첫 번째 소문이, 제 절친인 장도연과 한혜진이 같이 털었다고 하더라. 제가 알기로는 둘이 연락처도 모르는 걸로 알고 있다. 도연이한테 너무 미안하더라. 도연이는 껄껄껄 웃었다. 한혜진 언니는 (자신에 대한 소문을) 모르는 거 같다. 자기 유튜브만 본다 라고 말했다. 이어 박나래는 두 번째 썰이 우리 집에서 촬영을 많이 하니, '나 혼자 산다'나 '나래식' 제작진을 말하더라. 근데 '나래식' 촬영 장소는 저희 집이 아니다 라고 설명했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가 저도 당황스러웠는데, 저희 엄마가 채무 관계 때문에 저 없는 틈을 타서 가방을 훔쳐갔다고 하더라. 엄마가 먼저 전화가 와서 '나 아니다'라고 하셨다 라고 황당한 소문들에 대해 전했다. 박나래는 이게 사실 어떻게 보면, 저도 너무 당황스러운 사건이다. 다들 그런 얘기를 한다. '2025년에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냐'고. 저도 놀랍긴 한데, 그런 일이 생겼다. 뭔 일이지 싶다 라고 털어놨다.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조보아도 박나래에게 해결 다 됐어요? 라며 도난사건에 대해 물었다. 이에 박나래는 지난주에 물건을 다 돌려받았다 며 (범인이 훔친 물건을) 팔았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빠른 시일 내에 이게 없어지지 않은 거다 라고 설명했다. 박나래는 자신이 도난사건을 인지하게 된 과정도 전했다. 그는 김지민 언니가 7월에 결혼하는데, 동기들 웨딩촬영 한다고 불렀다. 여자들이 가장 많이 꾸며야 하는 날이라, 집에 있는 가장 비싼 가방을 메고 싶었다. 그래서 안쪽에 고이고이 모셔놨던 걸 꺼내려고 봤는데, 없는 거다. 다른 것도 없었다. 그때 멘탈이 나갔다 라고 말했다. 이어 아는 동생이 아주 집요한 동생이 있는데, 이게 없어졌다고 말하니 그 친구가 '이거 100% 중고명품샵에 팔았을 거다'고 하더라. 그 동생이 밤새 인터넷에 쳐봤는데, 그게 진짜 매물로 올라와 있는 거다. 색깔이랑 연식이 다 똑같았다. 그때 경찰에 신고해서, 그때부터 기사가 나기 시작했다 라고 과정을 밝혔다. [사진='나래식' 유튜브 캡처] 강선애 기자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CJ ENM 올해 역대 최다 콘텐츠 공개…투자 1천억 이상 확대
등록일2025.02.10
창사 30주년을 맞이한 CJ ENM이 올해 콘텐츠 투자 규모를 늘리고 역대 가장 많은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윤상현 CJ ENM 대표이사는 오늘(10일) 서울 마포구 상암센터 사옥에서 열린 CJ ENM 콘텐츠 톡 2025에서 &'2025년에 역대 최다 규모인 총 65편의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윤 대표는 &'CJ ENM은 그간 연간 1조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해왔고 이 규모를 올해는 1천억원 이상 확대한다&'며 &'올해 하반기 tvN 수목드라마를 되살리고 새로운 콘셉트와 장르에 대한 투자를 가감 없이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CJ ENM은 해외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티빙은 올해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민선홍 티빙 콘텐츠총괄(CCO)은 &'올해를 티빙의 글로벌 진출 원년으로 삼고 본격적인 확장에 나선다&'며 올 하반기에는 숏폼 콘텐츠도 선보이겠다고 말했습니다. CJ ENM은 오늘 올해 tvN과 티빙 드라마·예능 라인업도 소개했습니다. tvN에서는 이번달 공개를 앞둔 웹툰 원작 드라마 &'그놈은 흑염룡&'을 비롯해 다음달 이선빈 주연의 &'감자연구소&', 이동욱이 출연하는 &'이혼보험&'이 예정돼 있습니다. 4월에는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 사단이 만든 새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 공개됩니다. CJ ENM은 &'알쓸별잡2&', &'뿅뿅 지구오락실3&' 등 인기 예능의 새 시즌도 언급했습니다. 또 CJ ENM은 올해 단일 플랫폼 중 가장 많은 드라마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6년 방영된 &'시그널&'의 시즌2 제작 소식도 전했습니다. 시즌2는 &'두 번째 시그널&'이란 제목이 달렸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연 배우인 김혜수가 오늘 행사에서 영상을 통해 시즌2 출연 사실을 밝혔습니다. 티빙은 올해 스포츠 예능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최강야구&'의 스핀오프(파생작)인 &'김성근의 겨울방학&', 야구 구단과 구장 문화를 파헤치는 &'야구대표자 2025&', 프로야구 응원 버라이어티 &'파이트송&'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티빙은 웹툰 원작 드라마 &'친애하는 X&', 예능 &'대탈출 : 더스토리&', &'환승연애 4&'를 선보입니다. 민선홍 CCO는 &'올해 라인업의 키워드는 무한 스펙트럼, 시그니처 콘텐츠, 스포츠 과몰입&'이라며 &'사극부터 판타지, 로맨스, 스릴러, 학원물, 액션을 아우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브수다] '하얼빈' 우민호 감독은 왜 '결정적 한 방'을 포기했을까
등록일2024.12.26
*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이 개봉 이틀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겨울 마지막 대작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얼빈'은 개봉 첫날인 지난 24일 전국 38만 명을 모은 데 이어, 크리스마스였던 이튿날 84만 명을 모았다. 이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이 크리스마스 당일 모았던 일일 관객 수(77만 명)를 제친 기록이자 팬데믹 이후 크리스마스 당일 기록한 최고 관객 수다. 개봉 전 흥행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던 영화였지만 보란 듯이 성적을 내고 있다. 다만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고 있다. 영화적 미학에 대한 감탄이 쏟아져 나오는 한편 오락적 재미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적잖다. 우민호 감독은 '남산의 부장들'(2020)을 끝내고 제작사 하이브 미디어 코프의 김원국 대표로부터 '하얼빈'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처음엔 거절했다. 근, 현대사의 악인을 주로 다뤄왔던 우민호 감독에게 손댈 곳이 거의 없는 '안중근'이라는 영웅적 인물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을 터. 그는 서점에서 안중근의 전기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안중근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된 후 창작자로서 호기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우민호 감독은 인터뷰 자리에서 안중근 장군의 자서전을 읽고 독립군들의 노고와 희생, 헌신에 큰 감동을 받았다. 뭔가가 끓어올랐다. 독립군들이 그 거사를 치렀을 때 나이가 30대 초반이라는 것도 놀랐다. 제겐 그 시대, 그 거사가 굉장히 묵직하게 다가왔다. 이 영화를 오락물로 찍을 순 없었다. 그럴 거였으면 연출을 안 했을 거다 라고 말했다. 2년 전 윤제균 감독은 '영웅'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이 작품은 동명의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지만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안중근 관련 문화 콘텐츠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게다가 영화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320만 명이 관람했다. '하얼빈'은 '영웅'이라는 뮤지컬과 영화 그리고 동명의 소설(김훈 作)까지 무수한 안중근 콘텐츠와 차별을 둬야 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선택의 연속이다. 감독이라는 지위는 그 선택의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수장의 판단과 선택에 따라 영화는 흥하기도 망하기도 한다. '내부자들'로 800만 흥행 감독 대열에 오르기 전까지 우민호 감독은 두 편('파괴된 사나이', '간첩')의 영화로 큰 실패를 맛봤다. 몇 번의 실패 속에서 우민호 감독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동시에 감독이자 작가로서 개성을 획득해 나가는 법을 배웠다. '하얼빈'은 뻔한 길로 가지 않으려는 그의 노력이 투영된 작품이다. 다만 그 노력이 대중의 취향과 입맛에 맞는지는 계속된 평가를 받아봐야 할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가장 많이 들 궁금증에 대해 감독에게 물었다. ◆ 이토 히로부미 저격 장면, 의도적으로 카타르시스 배제했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민족의 원수인 이토 히로부미를 척결하는 '하얼빈역 거사'다. 관객들은 느리고 어둡고, 진중한 서사를 참으며 '하얼빈역 거사'가 선사할 카타르시스를 기대했다. 그러나 우민호 감독이 연출한 '하얼빈역 거사'에는 카타르시스가 없다. 부감(俯瞰: 높은 위치에서 피사체를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것)으로 찍어 현장의 분위기도, 안중근과 이토 히로무비의 얼굴도 담지 않았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 샷으로 찍은 이 장면은 '하얼빈역 거사'가 작은 소동처럼 보인다. 왜 그랬을까. 우민호 감독은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순전히 제 고집이었다. 물론 주변의 만류가 많았다. '(배우)얼굴이 없(안 나오)냐'고 하더라. 없다고 했다. (안중근이 이토에게 다가가기 전까지 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냐고 묻자) 실제로 그 당시 아무도 안중근을 저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뭐지?' 하다가 '어...어....어!'하게 된 상황이었달까. 마치 우리 앞에 코끼리가 나타났는데 눈치를 못 채다가 '앗! 코끼리다!' 하는 것 같은 거다. 초현실적이지만 (하얼빈역 거사가) 실제로 그랬다고 한다. 부감으로 찍은 것은 먼저 간 동지들이 이 거사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부류의 장면에서 생각하는 신파적 분위기를 내고 싶지 않았다. 눈물을 자극하려고 했으면 이 장면에 인물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찍고, 후반부엔 조마리아 여사도 등장시켰을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영화에는 '먼저 간 동지'라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한다. 독립군들이 하얼빈으로 향하는 여정에는 영화에 표현되지 않은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 그 이름 모를 사람들의 희생을 영화는 강조한다. 먼저 간 동지들을 대신해 산다는 것을 잊지 마시오 라는 우덕순의 대사와 먼저 간 동지가 도울 겁니다 라는 공부인의 대사를 통해 말이다. ◆ 특별출연의 좋은 예vs나쁜 예, 왜 정우성이어야만 했을까 영화에는 두 명의 배우가 특별 출연했다. 독립군 '이창섭'역을 연기한 이동욱과 독립군에서 마적이 된 '박점출'역의 정우성이었다. 두 카메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동욱의 경우 주인공에 맞먹는 존재감과 활약을 펼쳤다는 호평이 많지만, 정우성의 경우 극의 톤 앤 매너에 맞지 않은 연기로 흐름을 깬다는 의견이 더 많다. 우민호 감독은 이동욱의 캐스팅에 대해 원래 이동욱 배우를 좋아한다. '타인은 지옥이다'를 아주 재밌게 봤고, 그 작품 속에서 이동욱 씨의 연기에 반했다. 어쩌다 저녁을 먹게 됐는데 실제로도 매력 있더라. '이 배우랑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단번에 하겠다고 하더라 고 말했다. 정우성에 대해서는 꼭 정우성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그 역을 하기 위해서는 배우가 몽골까지 직접 왔어야 했다. 그 한 장면을 위해 몽골 울란바토르까지 비행기를 타고 6시간을 와야 했고, 거기에서도 촬영지까지 차로 1박 2일 비포장 도로를 달려와야 했다. 그 고난의 여정을 견딜 배우가 정우성 밖에 없었다. 그는 이 대본의 의미를 알고, 기꺼이 하겠다고 했다. 고마웠다 라고 답했다. 박점출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애정을 드러내며 길을 잃은 독립운동가랄까. 한때 독립운동을 했지만 길을 잃어버린 거다. 실제로 그 시절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더라. 나라의 독립도 요원하고, 밥벌이도 안 되다 보니 마적질을 하게 된 거지 라고 설명했다. 반면 영화에서 가장 잘된 캐스팅으로 꼽히는 릴리 프랭키의 출연해 대해서는 의외로 어렵지 않게 캐스팅 됐다. 워낙에 명배우고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작품('어느 가족')도 하시지 않았다. '쉽지 않겠지'하면서 시나리오를 보내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드렸는데 선뜻하겠다고 답이 왔다. 제 작품 '내부자들'과 '남산의 부장들'을 재밌게 봤다더라. 언론시사회 당일 영화를 직접 보러 오셨다. 마치고 삼계탕을 대접해 드렸다 고 미소 지었다. 릴리 프랭키는 존재감에 비해 분량이 많지는 않다. 촬영 회차 역시 2~3회차 남짓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존재감과 임팩트는 상당하다. 특히 내가 왜 조선 합병을 계속 미뤘는지 아나? 조선이란 나라는 수백 년간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왔지만,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다.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 라는 대사는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장면은 예고편에도 쓰였다. 우민호 감독은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 많은 조사를 했다. 실제로 이토가 마차를 타고 조선 저잣거리를 다닐 때 민초들의 범상치 않은 눈빛을 보며 꺼림칙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더라. 거기에 착안해 만든 대사 라고 전했다. ◆ 흑백 장면의 의미들...'하얼빈'의 밀정은 달랐다 영화에 스릴러적 재미가 발생하는 건 중반 이후 드러나는 '밀정'의 존재 덕분이다. 일제 강점기, 조선에는 실제로 밀정들이 있었다. 앞서 제작된 영화 '암살'(2015)과 '밀정'(2016)에도 주요 캐릭터로 등장해 영화의 재미에 크게 일조했다. 두 영화의 밀정과는 조금 다르다. 캐릭터 자체도 다르고 그를 대하는 감독의 시선도 조금은 다르다. 단순한 '내부의 적'이나 '응징의 대상'이 아니다. '하얼빈'의 밀정은 '암살'의 밀정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우리 영화 속 밀정은 좀 나약하다.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일본이 던져주는 고깃덩어리를 받아먹을 수밖에 없었던 인물로 나온다. 가까운 예로 우리가 민주화 항쟁이 한창이었을 때 같이 민주화 운동을 했던 동지가 갑자기 남산으로 끌려가 거의 죽을 고문을 당하고 변절자가 돼 돌아오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는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우리는 그런 무지막지한 고문 앞에서 과연 견딜 수 있었을까'라는 자문해 보면 신념을 지키는 사람도 있고 못 지키는 사람도 있었을 거다. 그렇지만 그 변절자에게 기회를 준다는 건 쉽지 않다. 물론 거기엔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었을 거다. 후반에 그의 손가락이 잘려져 있는 걸 보셨나? 짧게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그의 철저한 자기반성이 관객들에게도 받아들여지길 바랐다 영화에서 밀정의 과거 장면은 흑백으로 나온다. 일본에 무자비한 고문을 당하는 장면보다 와닿았던 건 일본 순사가 건네주는 고깃덩어리는 받아먹는 장면이다. 한 번은 포크로, 두 번째는 손으로 받아먹는다. '일본의 개'가 될 수밖에 없었던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나약함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연기였다. ◆ 안중근에 의도한 거리두기 어둠 속 고뇌, 담고 싶었다 '하얼빈'은 '영웅 안중근'이 아닌 '인간 안중근'을 조명한다. 그러나 인간 안중근의 내면으로 들어간다기보다는 엿보는 느낌이 강하다. 이는 감독의 의도된 거리두기 때문이다. 우민호 감독은 단순한 영웅이 아니라 하얼빈에 가기까지의 번뇌, 번민, 고뇌를 담고 싶었다. 그래서 현빈 씨의 대사보다는 눈빛을 강조하고 싶었다. 어둠 속에 갇혀있는 고뇌를 표현하려면 눈빛이 중요했다. 강해 보이지만 어떨 때는 처연하고 연약해 보이는 모습까지 담고 싶었다. 안중근을 비롯한 독립군들이 느꼈을 고뇌와 번민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싶진 않았다. 좀 떨어져서 봐야 더 숭고하게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라고 말했다. 후반부 현빈의 내레이션은 안중근이 했던 말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그걸 꼭 쓰고 싶었다 고 강조했다. '불을 들고 가야 한다'는 말은 내가 만들었다. 그 말을 통해 관객들이 힘을 얻고 위로를 얻길 바랐다. 이번뿐만 아니라 나중에 이 영화를 다시 볼 때도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썼다. 그게 안중근 장군과 독립군들이 우리 후대에 바라는 바가 아닐까. 그분들이 밑거름 돼 다음 세대인 우리가 무너지지 않고 더 단단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우민호 감독은 '악당 마스터'다. '내부자들',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에서 그는 악인을 입체적이고 다이내믹하게 그리는데 역량을 발휘했다. 그런 그가 '민족의 영웅들'을 그렸다. 모든 과정이 끝난 그에게 소회를 물었다. 선한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그리는 게 더 힘든 것 같다. 악당들은 좀 이상하지 않나. 안 좋은 것은 상상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이분(독립군)들의 마음은 진심이지 않나. 왜곡되면 안 되니 힘든 거다. 특히 실존 인물, 독립군들의 모습과 마음이 자칫하면 왜곡될 수 있으니. 이런 걱정을 하면서 찍었다. 내가 했던 작품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수십 번 생각했다. 이 길이 맞는 건지. ebada@sbs.co.kr
'하얼빈', 크리스마스 특수 누렸다…이틀 만에 125만 명 동원
등록일2024.12.26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현빈 주연의 영화 '하얼빈'이 크리스마스 특수를 제대로 누렸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하얼빈'은 크리스마스 휴일이었던 25일 전국 84만 7,819명을 동원했다. 이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이 크리스마스 당일 모았던 일일 관객 수(77만 2,960명)를 제친 기록이자 팬데믹 이후 크리스마스 당일 기록한 최고 관객 수다. 개봉 첫날 38만 명을 모았던 '하얼빈'은 이틀 차에 두 배가 넘는 관객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누적 관객 수 125만 4,043명이다. 개봉일을 25일에서 24일로 하루 앞당긴 전략이 주효했다. 개봉일이 크리스마스이브였던 덕분에 사실상 연휴 효과까지 봤고, 크리스마스에는 특수를 제대로 누렸다. 예매율 역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 이번 주말 300만 명 돌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제작비 300억을 투입한 '하얼빈'의 손익분기점은 680만 명이다. 개봉 첫 주 300만 명을 돌파한다면 손익분기점 돌파의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하얼빈'에게는 설 연휴라는 특수도 한번 더 남아있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으로 우민호 감독이 연출하고 현빈, 박정민, 유재명, 이동욱, 전여빈 등이 출연했다. ebada@sbs.co.kr
[빅픽처] '하얼빈', 독립군의 거룩한 행보…영웅 아닌 '인간 안중근'
등록일2024.12.24
먼저 간 동지들이 도울 겁니다 하얼빈역에서 거사를 앞둔 안중근(현빈)에게 공부인(전여빈)이 말한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 라는 한강 작가의 말이 오버랩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 사건의 결말을 안다. 그렇다고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뀐 건 아니다. 조선은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 이후 무려 36년이 지나서야 광복을 맞았다. 이 사건은 독립의 향한 조선의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린 작은 불씨였다. 그렇게 모인 의지는 거대한 물결이 돼 세상을 바꾸었다. 영화 '하얼빈'은 낯설지 않다.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가 스포일러인 탓도 있지만 2년 전 개봉한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 때문이다. '영웅'은 2022년 12월에 개봉해 전국 327만 명을 동원했다. 심지어 투자배급사까지 CJ ENM으로 같다. 한 투배사가 같은 소재의 영화를 2년 간격으로 꺼내놓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미 나온 영화를 없는 취급할 수도 없다. 앞서 영화를 본 300만 명이 적은 수가 아니다. 윤제균과 우민호가 현재 업계에서 거절하기 힘든 흥행 감독이라는 것 외에 큰 이유는 없어 보인다. 결국 '하얼빈'은 '영웅'과는 다른 승부수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하얼빈'이 내세우는 것은 시, 청각적 기술을 극대화한 체험형 영화로서의 매력과 다채로운 배우들의 열연이다. 또한 '영웅'이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기는 시도를 했다면, '하얼빈'은 첩보 스릴러적 재미를 가미해 장중한 드라마를 펼쳐냈다. ◆ 독립군의 거룩한 행보…'밀정'으로 첩보물 요소 가미 영화의 제목은 '안중근'이 아닌 '하얼빈'이다. 인물이 아닌 인물이 활동한 주 무대를 내세운 것은 보다 폭넓게 시대와 인물들을 다루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인물의 동선이 중요한 영화라는 매에서 공간은 곧 이야기의 출발이자, 캐릭터의 토대가 된다. '하얼빈'은 꽁꽁 언 대동강을 건너는 안중근의 지친 발걸음으로 문을 연다. 영화는 이 장면을 엔딩에 한 번 더 보여준다. 수미쌍관의 배치는 독립군의 지난한 여정, 그리고 이들의 멈추지 않은 결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들이 거기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쓰러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고 영화는 이야기한다. 차가운 이미지로 그들의 뜨거움을 보여준다. 안중근 원톱 영화가 아니다. 안중근, 우덕순과 최재형이라는 실존 인물에 이창섭, 김상현, 공부인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더해 있었음 직한 허구를 가미했다. 현빈과 박정민, 유재명, 이동욱, 조우진, 전여빈 등이 독립군의 정신과 룩을 재현했다. 현빈이 연기하는 안중근이 주는 집중도와 몰입감이 상당하다. 특별출연으로 이름을 올린 이동욱은 생애 최고의 연기를 했다. 박정민은 극에 숨통을 틔우고, 조우진은 자신이 주인공인 장면을 어김없이 만들어냈다. 이토 히로부미를 연기한 릴리 프랭키의 출연과 호연도 인상적이다. '어느 가족',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 등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에서 소시민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릴리는 이른바 '늙은 여우'로 불렸던 이등박문을 스크린에 소환해 냈다. 많지 않은 장면과 대사지만 정중동(靜中動)의 연기로 명배우의 품격을 보여줬다. 배우의 작품 출연에 '용기'와 '결단'을 요하는 흔치 않은 예다. 릴리 프랭키는 일본인 입장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했고 최고의 연기까지 펼쳤다. 영화에는 예상치 못한 카메오도 등장한다. 이야기의 흐름과 톤 앤 매너 측면에서 다소 튄다는 인상을 주는 연기인 만큼 호불호는 갈릴 것으로 보인다. ◆ 익숙한 재미, 느린 전개 vs 영화적 세공 돋보여 '하얼빈'은 오락적 요소로 점철된 장르 영화는 아니다. 독립군의 '숭고한 정신'과 '거룩한 행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야심으로 무장한 이 영화의 시종일관 느리고 진지하다. 그리고 '빛과 어둠'이라는 테마를 연출에 투영한 영화다 보니 화면은 대체로 어둡다. 광명 불빛은 거사의 성공과 함께 잠시 반짝였을 뿐 그 시대는 실로 시종일관 어두웠을게다. 이야기에 구심점이 될 만한 주요 사건은 신아산 전투, 단지동맹, 밀정의 등장과 발각, 하얼빈역 거사다. 무난한 전개다. 이 중 기차 안에서 펼쳐지는 밀정 찾기 시퀀스는 밋밋했던 영화 전개에서 유일하게 긴장감을 조성한다. 동료 세 명을 용의자로 두고 좁은 기차를 넘나들며 밀정을 찾는 장면은 미장센 측면에서는 수려하지만 긴장의 밀도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무엇보다, 앞서 개봉한 '밀정'(2016)의 기시감이 상당하다. 자연을 담은 장면들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활동사진과 같은 영화의 활력보다는 풍경화와 같은 심미적 요소가 돋보인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재현한 라트비아의 구시가지는 '베를린'과 '영웅' 등에서 본 익숙한 공간이었지만, 만주를 재현한 몽골의 광활한 사막은 한국 영화에서 못 봤던 그림이다.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쓸쓸함과 막막함, 열망과 두려움의 정서는 광활하지만 척박한 이역만리 타국의 풍광으로 시각화했다. 아리 알렉사 65(ARRI ALEXA 65: 65mm 대형 센서를 탑재해 놀라운 해상도와 다이내믹 레인지를 구현하는 카메라)로 촬영하고, 한국 영화 최초로 아이맥스(IMAX) 포맷으로 만든 제작진의 남다른 노력이 엿보인다. 역사를 기반으로 한 영화가 창작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는 해석이 아닌 재현의 영역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얼빈'도 그 한계에서 벗어나진 못한다. 게다가 안중근과 독립군이다. 가공의 폭과 해석의 여지가 제한적인 신화적 인물들에 가깝다. 그래서 '하얼빈'은 영화계 각 분야의 장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음에도 그 공(功)을 능가하는 영화적 매력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 영화를 두고 '잘 찍었다'고 할 수 있지만 '연출이 좋다'고는 하기는 어렵다. '내부자들',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 근현대사의 악인들을 주로 그려왔던 우민호 감독은 작품을 더해갈수록 노련해지고 있지만, 그의 영화에서는 늘 '우민호만의 아이덴티티'가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순간을 정면이 아닌 부감으로 잡았다. 이런 류의 장면에서 으레 선택하는 고속 촬영을 통한 슬로우 모션, 감정이 한껏 고양된 인물을 클로즈업하는 카메라 워킹은 배제했다. 대신 까레오 우라(Корея! Ура) 라는 안중근의 굳건한 외침만 크게 울려 퍼진다. 이 장면의 연출에 대해 우민호 감독은 먼저 간 동지들이 이 현장을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부감으로 찍었다 고 말했다. 감정 과잉을 배제한 담백한 연출이었지만 그 의도가 설명 없이는 와닿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공한 전략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 '안중근' 현빈 vs '영웅' 정성화, 같은 캐릭터 다른 매력 정성화 씨가 '영웅'에서 연기한 안중근 장군과 (제가 연기한 안중근은) 다르다 현빈은 '영웅'에서 활약한 정성화와의 차별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독립투사 안중근 모습도 담겨있기도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오는 괴로움, 고통, 슬픔 등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주고자 했다 는 것이다.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영웅'(뮤지컬, 영화)으로만 접했던 사람들에게는 '하얼빈'의 안중근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정성화는 최고이고, 현빈은 최적이다. 현빈은 최선을 다했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선 최고의 연기다. 무엇보다 안중근의 결기와 의지가 그의 얼굴, 외형과 잘 맞아떨어진다. 스타의 얼굴이 스크린에서 발휘할 수 있는 힘과 주목도를 새삼 느낄 수 있다. 특히 '영웅 안중근'이 아닌 '인간 안중근'에 방점을 찍은 캐릭터 해석과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독립군의 리더였지만 자신의 고집으로 동료들을 잃었고,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는 강인한 의지의 독립군이었지만 때론 나약한 여느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일말의 약점이나 두려움 없는 '영웅'이 아닌 실패를 딛고 일어나 정진하는 '인간 안중근'이 이 영화에 있다. 엔딩은 안중근이 남긴 글을 토대로 한 내레이션이 장식한다. 시종일관 담백했던 이야기와 달리 뜨겁고 직접적이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